근대5종 전웅태·서창완, 아쉬운 6·7위로 ‘메달 실패’[파리 올림픽]

2회 연속 메달을 넘어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했던 전웅태(광주광역시청)와 서창완(국군체육부대)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2020 도쿄 올림픽서 한국 선수 최초로 동메달을 획득했던 전웅태는 11일(한국시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마련된 근대5종 경기장에서 열린 파리 근대5종 남자부 결승에서 펜싱, 수영, 승마, 레이저 런(육상+사격) 합계 1천526점으로 6위에 머물렀다. 지난 8일 펜싱 랭킹 라운드에서 235점으로 4위에 올랐던 전웅태는 이날 첫 경기인 승마에서 말이 한 차례 코스를 이탈한 여파로 인해 287점에 그치며 522점에 머문 것이 화근이 됐다. 이어진 펜싱 보너스 라운드에서 6점을 추가하며 중간 합계 528점을 기록하며 3위로 도약한 뒤, 수영서 전체 7위인 1분59초41로 312점을 추가, 합계 840점으로 3위를 지켜 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레이저 런에서 선두보다 17초 늦게 출발한 전웅태는 사격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메달권 밖으로 밀려났다. 함께 출전한 올해 세계선수권 개인전 우승자 서창완도 1천520점으로 7위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이번 대회 우승은 도쿄 대회 은메달리스트였던 아메디 엘겐디(이집트)가 합계 1천555점으로 금메달을 획득했고, 사토 다이슈(일본)가 1천542점으로 은메달, 조르조 말란(이탈리아)이 1천536점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대학 선·후배’ 김선우·성승민, 女 근대5종 동반 결승行 [파리 올림픽]

대학 선·후배인 김선우(28·경기도청)와 성승민(21·한국체대)이 2024 파리 올림픽 근대5종 여자부 결승에 나란히 진출해 메달 획득에 도전하게 됐다. 여자 근대5종의 ‘간판’ 김선우는 10일(한국시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마련된 근대5종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부 준결승 B조 경기서 합계 1천396점으로 5위를 차지해 18명 중 9위까지 주어지는 결승에 진출했다. 김선우는 첫 경기 승마서 한 번도 장애물에 걸리지 않는 완벽한 연기로 300점 만점을 받아 산뜻한 출발을 했다. 이어진 펜싱 보너스 라운드에서 점수를 추가하지 못했으나, 수영서 조 4위인 2분14초44로 282점을 보태 합계 802점으로 4위를 달렸다. 선두보다 33초 늦게 출발한 레이저 런이 끝난 이후엔 1위 엘로디 클루벨(프랑스·1천398점), 공동 2위 라우라 에레디아(스페인), 미첼레 구야시, 블런커 구지(이상 헝가리·1천397점)에게 1점 차 뒤진 5위로 마쳤다. 앞선 A조 경기서 지난 6월 정저우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성승민은 1천400점을 득점, 케렌자 브라이슨(영국·1천402점), 엘레나 미켈리, 알리체 소테로(이상 1천401점·이탈리아)에 이어 18명 중 4위를 차지해 결승에 진출했다. 성승민은 이날 첫 경기인 승마에서 한 차례만 장애물을 떨어뜨리는 무난한 연기로 293점을 획득한 뒤 펜싱 보너스 라운드에서는 추가 점수를 따내지 못했다. 이어 수영에서 2분12초44로 4위를 차지하며 286점을 더해 합계 804점으로 4위를 달렸다. 마지막 종목인 레이저 런에서 선두보다 9초 늦게 출발한 성승민은 2∼4위권에서 경쟁을 이어 나가다가 4위를 지켜냈다. 한편, 여자부 결승은 한국시간 11일 오후 6시에 열린다.

한국 女탁구, 독일 완파…16년 만에 단체전 銅 [파리 올림픽]

한국 여자 탁구가 16년 만에 올림픽 단체전 메달을 획득했다. 전지희(32·미래에셋증권)·이은혜(29)·신유빈(20·이상 대한항공)로 짜여진 한국 여자 탁구 대표팀은 10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서 독일에 3대0으로 완승을 거뒀다. 지난 2008년 베이징 대회 동메달 이후 16년 만이다. 앞서 임종훈(한국거래소)과 짝을 이뤄 혼합복식서 동메달을 획득했던 신유빈은 이번 대회 2개의 동메달을 획득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1게임에 나선 신유빈·전지희 조는 독일의 중국계 복식 조인 샨 샤오나·완위완 조를 상대로 1게임을 11-6, 2게임을 11-8로 잡아냈지만, 3~4게임을 잇달아 내주며 마지막 5게임으로 향했다. 치열한 접전이 이어지며 경기는 8-8이 됐다. 하지만 신유빈·전지희가 독일 선수들의 공격을 계속해서 방어해내며 범실을 유도해 9-8로 앞섰다. 이어 전지희의 날카로운 포핸드 스매시와 상대 범실로 2점을 추가해 11-9로 승리했다. 이어 2경기 단식서 이은혜가 카우프만 안네트를 게임 스코어 3-0(11-8 11-0 11-2)으로 완파했다. 승기를 잡은 한국은 이어 단식 두 번째 경기서 전지희가 1게임 강력한 서브를 앞세워 샨 샤오나를 압도했다. 경기 시작 7분 만에 11-6으로 전지희가 승리했고, 2게임서도 기세를 타 11-6으로 승리를 거뒀다. 전지희는 3게임 중반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밀렸던 흐름을 뒤집었고, 게임 스코어 3-0(11-6 11-6 11-6)으로 완파해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태권도 남자 80㎏급 서건우, 체급 첫 메달 꿈 ‘무산’[파리 올림픽]

태권도 3연속 메달 획득에 나섰던 서건우(20·한국체대)가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80㎏급서 아쉽게 4위에 머물러 박태준(경희대), 김유진(울산시체육회)의 바톤을 이어가지 못했다. 한국 선수로는 이 체급 첫 금메달 도전에 나섰던 세계 랭킹 4위 서건우는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남자 80㎏급 4강서 메흐란 바르호르다리(이란)에 1대2(4-2 9-13 8-12)로 역전패한 뒤 이어진 동메달결정전서도 에디 흐르니치(덴마크)에게 0대2(2-15 8-11)로 패했다. 이날 16강전에서 호아킨 추르칠(칠레)에 2대1로 진땀승을 거둔 뒤, 8강에서 엔히키 마르케스 페르난지스(브라질)를 2대0으로 완파하고 4강에 올라 대한민국 선수단 14번째 금메달이 기대됐던 서건우는 결승 문턱에서 메흐란 바르호르다리에게 막혀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이어진 동메달 결정전서 서건우는 1라운드 시작 22초 만에 흐르니치에게 3연속으로 몸통을 얻어맞고 0-6으로 이끌린 뒤 연이은 감점과 상대에게 유효타를 허용해 2-15로 완패했다. 벼랑 끝 위기에 몰린 서건우는 2라운드 초반부터 접근전을 펼치며 1라운드 패배를 만회하려 공세를 펼쳤으나 라운드 초반 연속 몸통 공격을 내주는 등 주도권을 빼앗겨 중반 잇따른 점수 만회에도 불구하고 8-11로 뒤졌다. 한편, 남자 80㎏급은 태권도가 첫 정식 종목이 된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2020 도쿄 대회까지 한국 선수가 단 한번도 출전하지 않을 정도로 외면 받았던 체급으로 서건우가 이번 대회서 첫 출전이었다.

“새 역사 쓴다”…전웅태·서창완, 근대5종 첫 금 향해 ‘순항’[파리 올림픽]

근대5종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하는 전웅태(광주광역시청), 서창완(국군체육부대)이 2024 파리 올림픽 남자부에서 나란히 결승에 진출하며 순항했다. 전웅태는 10일(한국시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마련된 근대5종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준결승에서 1천515점을 획득하며 B조 2위를 차지해 18명 중 9위까지 주어지는 결승 티켓을 확보했다. 서창완도 1천503점을 얻어 B조 5위로 결승에 올랐다. 역시 18명이 겨룬 A조서는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아메드 엘겐디(이집트)가 1천516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알렉산드레 달렌바흐(스위스·1천510점), 에밀리아노 에르난데스(멕시코·1천509점)가 뒤를 이었다. 전웅태는 3년전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했으며, 서창완은 전웅태와 ‘난형난제’의 기량을 발휘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선수로 지난 6월 정저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계주와 혼성계주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전날 펜싱 랭킹 라운드에서 10위(225점)를 차지한 서창완은 이날 첫 경기 승마에서 한 번도 장애물에 걸리지 않는 완벽한 연기로 300점 만점을 받아 합계 525점으로 3위, 펜싱 랭킹 라운드 4위(235점) 전웅태는 승마에서 286점을 얻어 합계 521점으로 4위를 기록하며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펜싱 보너스 라운드에선 전웅태만 2점을 추가해 나란히 3,4위를 유지한 서창완과 전웅태는 이어진 수영에서 전웅태가 1위(1분59초90), 서창완이 2위(2분00초79)로 2위를 차지해 각각 311점, 309점을 추가하며 나란히 834점으로 공동 선두로 도약했다. 마지막 레이저 런(사격+육상)서 전웅태는 사토 다이슈(일본)와 치열한 접전 끝에 최종 조 2위를 기록했고, 서창완도 5위로 처졌지만 결승에 오르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한편 전웅태와 서창완은 한국시간 11일 0시 30분 열리는 결승에서 메달 획득을 위한 마지막 여정에 나선다. 결승전은 준결승 성적에 관계 없이 첫 날 기록한 펜싱 랭킹 라운드 점수 만을 떠안고 경기를 펼친다.

우하람, 다이빙 사상 첫 메달 사냥 실패…최종 11위 [파리 올림픽]

남자 다이빙 ‘간판’ 우하람(26·국민체육진흥공단)이 개인 통산 세 번째 올림픽을 11위로 마쳤다. 우하람은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아쿠아틱센터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다이빙 남자 3m 스프링보드 결선에서 1~6차 시기 합계 374.15점을 얻어 12명 중 11위를 기록했다. 금메달은 543.60점을 올린 셰쓰이(중국)가, 은메달은 530.20점의 왕종유안(중국)의 몫이었다. 우하람은 아쉬운 출발을 보였다. 1차 시기에서 ‘몸을 비트는 동작으로 2바퀴를 돌고 다리를 편 채 두 팔로 다리를 잡는 파이크 자세로 두 바퀴 반을 도는’ 난도 3.4의 ‘5154B’ 연기를 선보였다. 71.40점으로 10위에 그쳤다. 2차 시기서는 68.00점을 기록한 그는 그대로 10위에 머물렀다. 난도 3.8 연기에 도전했던 3차 시기가 아쉬웠다. 우하람은 정면을 보고 뛰어 올라 공중에서 네 바퀴 반을 돈 뒤 입수하는 연기를 했는데, 입수 동작이 매끄럽지 않아 45.60점을 받는데 그쳤다. 4차 시기서 가장 높은 73.50점을 기록하고, 5차 시기서 63.00점을 올리며 9위로 순위를 한 단계 더 끌어 올렸다. 하지만, 마지막 시기서 52.65에 머물러 374.15점으로 모든 연기를 마무리했다. 한편, 우하람은 한국 다이빙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올림픽 결선 무대에 오른 선수다. 지난 2016 리우, 2020 도쿄에 이어 파리 대회까지 3회 연속 올림픽 결선에 진출했다. 도쿄 대회에선 4위로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한국 女 탁구, ‘만리장성’에 막혀 단체전 완패 [파리 올림픽]

한국 여자 탁구가 중국에 완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전지희(미래에셋증권)·신유빈·이은혜(이상 대한항공)로 짜여진 한국 대표팀은 8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단체전 4강서 중국에 0대3으로 완패했다. 앞서 한국은 8강전에서 스웨덴을 꺾고, 지난 2012 런던 대회 이후 12년 만에 여자 단체 4강전에 진출했으나 세계 최강 중국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4강전 1경기 여자복식은 신유빈·전지희 조가 천멍·왕만위 조와 상대했다. 경기 초반 양상은 치열했다. 하지만, 어려운 공을 중국이 계속해서 수비해내며 버텼고, 신유빈의 범실이 이어지며 중국이 3점 차로 달아났다. 결국 한국은 4-11로 1게임을 내주고, 기세를 탄 중국에 2게임 마저 5-11로 졌다. 3게임에서는 한국이 11-9로 신승했고, 4게임서는 9-11로 패하면서 1매치를 중국이 가져갔다. 2단식에 나선 이은혜는 ‘세계 최강’ 쑨잉사에게 완패했다. 1게임을 5-11로 내준 데 이어 2게임서는 단 1점밖에 올리지 못하며 1-11로 졌다. 이은혜는 3게임까지 3-11로 허무하게 내주며 중국이 2대0으로 앞섰다. 기세를 완벽히 내준 한국은 3단식에서 전지희가 나서 왕만위를 상대로 분위기 반전에 나섰지만, 3-11, 7-11, 3-11로 모두 내주며 결국 결승행이 무산됐다. 한국은 오는 10일 동메달 결정전에 나서 독일을 상대로 ‘유종의 미’를 노린다.

김유진, 태권도 두 번째 금메달 ‘현란한 발차기’[파리 올림픽]

‘불사조’ 김유진(23·울산광역시체육회)이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에서 세계랭킹 1·2위를 연파하는 현란한 발차기로 두 번째 금메달을 획득했다. 세계 24위 김유진은 9일(한국시간)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여자 57㎏급 결승전서 이란의 나히드 키야니찬데(세계 2위)를 2대0(5-1 9-0)으로 완파하고 태권도에서 두 번째이자 대한민국 선수단 전체13번째 금메달을 획득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임수정 이후 여자 57㎏급서 16년 만의 금메달이다. 이 체급서 한국은 2000 시드니(정재은), 2004 아테네(장지원), 2008년 임수정이 3연속 금메달을 획득했으나 이후 단 한 개의 메달도 획득하지 못하다가 이날 김유진이 큰 일을 해냈다. 김유진의 금메달 추가로 한국은 전날 남자 58㎏급 박태준(경희대)에 이어 연이틀 금메달을 획득했고, 대한민국 선수단은 13번째 금메달을 추가해 2008 베이징 대회와 2012 런던 대회에서 거둔 역대 단일 대회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을 수립했다. 결승서 김유진은 1라운드 키야니찬데와 탐색전을 벌이다가 경기 종료 10초를 남기고 상대의 연속 감점으로 리드를 잡은 뒤 역시 감점으로 1점을 내줬으나 막판 몸통 공격을 성공해 5-1로 기선을 제압했다. 김유진은 2라운드 시작 34초 만에 머리 공격을 성공해 3점을 선취하며 승기를 잡았다. 이후 긴 다리를 활용해 상대 공격을 무력화했고, 몸통 공격을 두 차례 성공해 점수 차를 벌려 나갔다. 다급해진 키야니찬데는 경기 종료 24초 전부터 두 차례 감점을 받았고, 6초 전 점수가 0-9으로 벌어지자 승부를 포기하고 결과를 받아들였다. 앞서 김유진은 첫 경기인 16강전서 도쿄 대회 동메달리스트인 하티제 일귄(5위·튀르키예)를 2대0으로 완파한 뒤, 준준결승에서는 세계 4위 스카일러 박(캐나다)을 역시 2대0으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결승전으로 가는 길목인 4강전 상대는 세계 1위 뤄쭝스(중국)를 만나 접전 끝에 2대1(7-0 1-7 10-3)로 승리를 거두고 대망의 결승에 진출, 금메달 획득의 8부 능선을 넘었다. 한편, 김유진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4명의 한국 선수 가운데 세계 랭킹이 가장 낮았고, 파리 올림픽 출전도 국내 선발전을 거쳐 대륙별 선발전인 지난 3월 아시아 선발전 4강서 캄보디아의 줄리맘을 2대0으로 완파하고 이 대회 상위 2명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권을 힘겹게 따냈다.

MZ세대 태극 전사들, 결과 떠나 당당한 '축제 주인공' [파리 올림픽]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2024 파리 올림픽이 종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경기·인천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태극 전사들이 연일 전해오는 낭보로 무더운 여름밤 잠못드는 국민들에게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다. 파리 올림픽에 나선 국가대표 선수들은 과거 선배들이 간절함으로 결과에 따라 눈물바다를 이루며 희비가 교차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태극 전사들은 결과에 매몰되기 보다는 승패를 떠나 동료애 과시하고 올림픽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이채롭다. 가히 ‘MZ세대’ 다운 당당함이 이번 올림픽 곳곳에서 묻어났다. 과거 성적 지상주의에 빠져있던 시절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가 은·동메달을 획득한 뒤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 고개를 떨구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메달 획득과 관계 없이 환하게 웃으면서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이 정겹다. 대한민국의 첫 메달리스트인 사격 공기소총 혼성 단체전의 금지현(경기도청)은 스물 두살 어린 나이에 출산을 한 후 ‘엄마’의 이름으로 1년 만에 올림픽에 참가해 은메달을 획득한 후 당당히 “둘째를 낳고 다음 올림픽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또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서 6발을 모두 10점에 명중시켜 대한민국의 3연패 달성에 앞장선 이우석(코오롱엑스텐보이즈)은 개인전 4강서 맞붙어 슛오프 끝에 패한 대표팀 선배 김우진(청주시청)을 추켜 세우면서 다음에 넘어서겠다고 선전 포고를 했다. 김우진이 개인전 우승으로 3관왕에 오른 후 이우석에게 “나 ‘고트’(GOAT·Greatest Of All Time)해도 되겠지?”라고 묻자 “제가 그것을 뛰어넘는 고트가 되겠다”고 뼈있는 응수를 했다. 선배에 대한 존경심을 내비치면서도 간접적으로 설욕하겠다고 당당하게 밝힌 것이다. 8일 태권도 남자 58㎏급서 현란한 발차기로 금메달을 획득해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운 ‘대표팀 막내’ 박태준(경희대)은 우승 소감을 통해 “이제 마음놓고 연애를 해보고 싶다”는 진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대표 선수들의 달라진 세태는 배드민턴 여자 단식서 28년 만에 우승하고 그동안의 섭섭함을 당당히 밝힌 ‘셔틀콕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이 백미다. 안세영은 우승후 작심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자신의 금빛 스매시가 가려졌지만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은 하는요즘 세대의 단면을 보여줬다. 오는 11일 역도 여자 최중량급서 은메달이 유력한 박혜정(고양시청)도 또 한번 MZ세대의 발랄함을 보여줄 예정이다. 박혜정은 중학생이던 2019년 평양에서 열린 2019 아시아 유소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오른 뒤 북한 관중들 앞에서 춤을 추며 세리머니를 했던 당찬 소녀다. 과거 국가대표라는 무게감에 눌려 경기 결과에 울고불고 하던 모습은 이번 파리 올림픽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했던 비장함과 간절함 보다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에서 경직된 스포츠계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