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태극 전사들, 결과 떠나 당당한 '축제 주인공' [파리 올림픽]

성적 매몰, 고개 떨구는 모습 없어… 승패 떠나 즐기는 당당함 보여줘
안세영 등 자기 의사 굽힘없이 표현도…경직된 스포츠계에 변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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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전에 열전을 거듭하던 ‘2024년 파리 올림픽’이 어느덧 폐막을 사흘 앞두고 있다. 태극전사들의 연이은 승전보는 밤잠을 설치며 응원을 보낸 국민에게 큰 감동과 함께 자긍심을 안겨줬다. 사진은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 모습. 연합뉴스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2024 파리 올림픽이 종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경기·인천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태극 전사들이 연일 전해오는 낭보로 무더운 여름밤 잠못드는 국민들에게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다.

 

파리 올림픽에 나선 국가대표 선수들은 과거 선배들이 간절함으로 결과에 따라 눈물바다를 이루며 희비가 교차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태극 전사들은 결과에 매몰되기 보다는 승패를 떠나 동료애 과시하고 올림픽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이채롭다.

 

가히 ‘MZ세대’ 다운 당당함이 이번 올림픽 곳곳에서 묻어났다. 과거 성적 지상주의에 빠져있던 시절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가 은·동메달을 획득한 뒤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 고개를 떨구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메달 획득과 관계 없이 환하게 웃으면서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이 정겹다.

 

대한민국의 첫 메달리스트인 사격 공기소총 혼성 단체전의 금지현(경기도청)은 스물 두살 어린 나이에 출산을 한 후 ‘엄마’의 이름으로 1년 만에 올림픽에 참가해 은메달을 획득한 후 당당히 “둘째를 낳고 다음 올림픽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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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에서 양궁 금메달을 싹쓸이한 한국 양궁 대표팀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우진, 이우석, 김제덕, 전훈영, 임시현, 남수현.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5개에 여자 개인전 은메달 1개, 남자 개인전 동메달 1개를 합쳐 총 7개의 메달을 수확하는 사상 최고 성적을 냈다. 연합뉴스

 

또 양궁 남자 단체전 결승서 6발을 모두 10점에 명중시켜 대한민국의 3연패 달성에 앞장선 이우석(코오롱엑스텐보이즈)은 개인전 4강서 맞붙어 슛오프 끝에 패한 대표팀 선배 김우진(청주시청)을 추켜 세우면서 다음에 넘어서겠다고 선전 포고를 했다.

 

김우진이 개인전 우승으로 3관왕에 오른 후 이우석에게 “나 ‘고트’(GOAT·Greatest Of All Time)해도 되겠지?”라고 묻자 “제가 그것을 뛰어넘는 고트가 되겠다”고 뼈있는 응수를 했다. 선배에 대한 존경심을 내비치면서도 간접적으로 설욕하겠다고 당당하게 밝힌 것이다.

 

8일 태권도 남자 58㎏급서 현란한 발차기로 금메달을 획득해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운 ‘대표팀 막내’ 박태준(경희대)은 우승 소감을 통해 “이제 마음놓고 연애를 해보고 싶다”는 진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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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세영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 선수들의 달라진 세태는 배드민턴 여자 단식서 28년 만에 우승하고 그동안의 섭섭함을 당당히 밝힌 ‘셔틀콕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이 백미다. 안세영은 우승후 작심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자신의 금빛 스매시가 가려졌지만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은 하는요즘 세대의 단면을 보여줬다.

 

오는 11일 역도 여자 최중량급서 은메달이 유력한 박혜정(고양시청)도 또 한번 MZ세대의 발랄함을 보여줄 예정이다. 박혜정은 중학생이던 2019년 평양에서 열린 2019 아시아 유소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에 오른 뒤 북한 관중들 앞에서 춤을 추며 세리머니를 했던 당찬 소녀다.

 

과거 국가대표라는 무게감에 눌려 경기 결과에 울고불고 하던 모습은 이번 파리 올림픽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했던 비장함과 간절함 보다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에서 경직된 스포츠계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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