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비 대상 차상위층 “서럽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출산비와 가족 사망시 장례비 등을 지급받고 있는 반면 생활수준이 비슷한 차상위계층의 경우 별다른 정부 지원이 없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장례비 25만원을 지급 받아온 차상위계층(지역의료보험 가입자)의 경우, 최근 건보공단의 재정 악화로 이마저도 끊겨 반발을 부추기고 있다. 29일 경기도와 건강보험공단 경인지역본부에 따르면 보건복지가족부는 생활이 어려운 도내 기초생활수급자 11만7천462가구에 대해 1인당 자녀 출산비 50만원과 가족 사망시 40만~ 50만원의 장례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생활수준이 비슷한 차상위계층에게는 이같은 출산비와 장례비 등 복지지원을 하지 않고 있어 현재 도내 38만여 가구에 달하는 차상위계층이 형평에 어긋나는 방침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건보공단이 지역의료보험 가입 차상위계층 수만여명에게 지급해오던 25만원의 장례비마저 최근 재정 악화를 이유로 전면 폐지하면서 이들의 불만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차상위계층 B씨(56)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부인 병원비에 생활비를 빼고 나면 한달 생활비는 불과 50만원도 안된다”며 “경제적 수준은 기초생활수급자와 비슷한데도 정부가 유독 차상위계층에게만 이같은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차상위계층은 기초생활수급자와 견줘볼 때 생활 형편이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현재 저소득층 응급지원과 생계구호 등 긴급복지 지원사업 일환으로 도내 차상위계층 수천여 가구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신섭·이선주기자 hss@kgib.co.kr

외국인근로자 ‘인권침해’ 심각

“한국 말 못 한다고 때리고, 잔업 수당 따진다고 또 때리고, 한국에 돈 벌러 왔지 매 맞으려 온 게 아닙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경기·인천지역 공장 등지에서 폭행당하는 등 인권을 침해당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19일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와 중국동포의 집 등에 따르면 정당한 요구를 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폭행하거나 강제로 일을 시킨 뒤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항의하는 근로자를 오히려 사업주가 폭행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해 사출업체인 A사에 근무하고 있는 뚱씨(23·베트남)는 친구의 소개로 인천 외국인 노동센터를 찾아 고통을 호소했다. 지난 4월 중순께 작업 지시를 제대로 알아 듣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업주에게 폭행과 폭언을 당하는 등 잦은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뚱씨는 정상 근무 외에도 야간과 휴일근무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는데도 기본급(80만원)만 지급돼 사정을 물었지만 돌아온 것은 역시 사업주의 주먹 세례 뿐이었다. 더욱이 뚱씨는 외국인등록증과 여권까지 빼앗겨 외출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B산업에서 근무했던 몽씨(41) 등 미얀마 근로자 4명은 급여 300여만원을 받지 못한채 퇴사해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사업주 명의의 재산이 없어 급여를 받을 확율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중국동포 A씨(39·흑룡강성)는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5년동안 광주시 한 농장에서 일을 하면서 한번도 월급을 받지 못했다. A씨는 매일같이 새벽 5시30분부터 시작해 강도 높은 일을 자정이 넘도록 한 적도 많았지만 월급은 커녕 농장 주인에게 폭행까지 당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3월24일 A씨가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 입원하면서 밝혀졌다. 담당의사는 “빈혈이 매우 심각한 상태이며, 손톱이 거의 빠진 것으로 보아 영양실조가 심각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또 다른 중국동포 B씨(55·흑룡강성)도 지난 3월19일 성남시에 위치한 묘목농장에서 일하던 중 상사 K씨(40대)에게 자신의 지시를 즉각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삽날과 안전화로 폭행을 당했다. B씨는 현재까지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중국동포의 집 조호진 실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인권을 침해당하는 사례가 수시로 접수되고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사업장 내의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고 있어 이들을 인권을 침해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 등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류제홍·권혜령기자 khr@kgib.co.kr

운송료 인상 “40%냐… 9%냐”

경유값 상승으로 인한 부담으로 화물운송업자들이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화물연대 경기지부가 내달 초 평택항 물류대행업체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계획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평택항 물류대행업체들에 소속된 화물운송업자들이 대부분 비 노조원인 데다 경기지부는 운송료의 40% 인상을, 대행업체들은 9% 인상을 주장하고 있어 협상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27일 화물연대 경기지부는 도내 물류운송의 핵심인 평택항 운송업체를 상대로 운송료 인상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봉주 경기지부장은 “파업과 운송중단 등 극단적인 방법을 진행하기에 앞서 6월 초 운송료 인상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현재 노조원을 대상으로 교섭권 요구를 위한 위임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지부 소속 운송업자들은 현재 평택에서 부산까지 80만원의 운송료를 받고 있지만 이 중 60만원이 기름값으로 지출되고, 톨게이트비와 차량유지보수비를 제외하면 1회 운송에 1만원 정도만 남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지부는 운송료 40% 인상과 최저운임제, 유가연동제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평택항 물류대행업체들은 경유값 상승에 따른 부담 가중에는 공감하면서도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40%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D업체 관계자는 “회사차원에서도 수익이 증가하지 않아 원가절감을 요구하는 입장”이라며 “인상하더라도 9%를 넘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행업체인 Y업체 관계자는 “현재 화물연대 소속이 아닌 운송업자들을 이용하고 있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수준의 인상은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협상 결렬시 물류대란도 예상되고 있다./장충식기자 jcs@kgib.co.kr

‘황혼의 추억’ 3박4일 난생 첫 여권들고 다녀온 설레는 해외 나들이

지난 21일 오후 5시30분 부산국제여객선터미널. 머리결을 스치는 시원한 바닷바람 사이로 어린아이 마냥 들뜬 노인들의 목소리가 터미널 전체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난생 처음 여권이란 걸 만들었지 뭐야. 촌놈이 출세했지” 회색 점퍼에 하얀 운동화를 신은 서동근 할아버지(80·경기도 화성)는 행여 잃어버리기라도 할까 여권이 든 가방을 열고 또 열어보고 있었다. 불그스레한 얼굴, 떨리는 음성,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 팔십 평생 처음 가보는 해외여행에 서 할아버지는 어느새 김밥을 싸들고 소풍을 떠나며 콧노래를 부르는 천진난만한 초등학생이 돼 있었다. 이어서 할아버지 주변으로 50여명의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어색한 눈인사를 주고 받던 이들은 곧바로 사는 곳은 어디냐, 하는 일은 뭐냐 등의 이야기를 꺼내며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시작했다. 경기도 화성과 용인, 부천지역 등에서 올라온 이들은 일본 후쿠오카로 향하는 크루즈호에 몸을 실으면서 서로의 손을 마주잡았다. 이처럼 생면부지의 노인들을 한자리에 모아준 곳은 사회복지법인 JJ재단. 지난해 11월 법인 인가를 받은 JJ재단은 노인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도내 모범노인들의 무료 일본여행을 기획, 3박4일간의 뜻깊은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이들과 함께 배에 올랐다. 각자 짐을 푼 노인들과 JJ재단 관계자들은 곧바로 선상에 올라가 배를 가르는 물보라 선율을 감상하고 부산시내의 야경을 바라보며 소중한 첫 만남의 밤을 맞이했다. # 22일 오전 8시30분. 8시간이 넘게 바다를 건너왔지만 아침을 여는 노인들의 표정은 그 어느때보다도 밝다. 물안개 저편에서 그토록 고대하던 하카다항이 모습을 드러내자 이들은 연신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부천 소사구에서 온 육종구 할아버지(65)는 유난히도 허스키한 목소리를 내뱉으며 여권을 확인하느라 요란스럽다. 또 옆 방에 있던 김인기 할아버지(76·부천 소사구)는 제일 먼저 일본 땅을 밟겠다며 항구에 도착하기 1시간 전부터 짐을 싸들고 난리법석이다. 오전 9시 출국수속을 마친 이들은 JJ재단이 준비한 전용버스를 타고 큐슈 최대의 도시 후쿠오카로 이동, 수험생 자녀를 둔 일본인들이 합격기원을 하는 곳으로 유명한 다자이후텐만구를 찾아 소원을 빌었다. 또 차가운 샘물과 온천수가 동시에 솟아오르는 칸린호수를 비롯 일본전통 민예품을 전시하는 민가지역 유후인 거리를 둘러본 뒤 일본 최대의 온천도시 뱃부에 도착, 유황재배지와 지옥온천순례를 마쳤다. 오후 5시 이들은 뱃부지역 최고급 호텔 스기노이 호텔에 숙박, 온천욕을 즐긴 뒤 설레는 일본 여행을 기다리며 잠을 재촉했다. # 23일 오전 10시. “내 생전에 이렇게 장엄한 광경은 처음이요” 매쾌한 유황가스에도 불구, 박부금 할머니(77)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정상을 향해 걸어갔다. 활화산으로 유명한 아소산의 전경을 둘러보는 박 할머니의 표정에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이 진하게 뭍어있었다. 박 할머니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가슴이 뛴다”면서 “이렇게 멋진 곳을 볼 수 있게 해 준 JJ재단 관계자들에게 너무나 감사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아소산의 황홀한 전경에 이어 이들은 사루마와시를 방문,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원숭이쇼를 관람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고, 일본 3대 성 중 하나인 구마모토성 방문시에는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들은 어느새 어색한 만남은 잊은 채 서로의 팔장을 끼고 사진촬영을 하며 정을 쌓아갔고 아소 야마나미 호텔로 이동해서는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며 새벽까지 담소를 나눴다. # 24일 오후 5시. 시끌벅적한 부산항 한 켠에서 서 할아버지가 끝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서 할아버지의 등을 두드리던 박 할머니도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다. 50여명의 노인들 모두 충혈된 눈으로 박수를 친 뒤 짧지만 아름다운 일본 여행이 끝났다. 용인과 화성으로 버스를 나눠 탄 이들은 출발에 앞서 부산의 저녁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쉽지만 소중한 추억. 또다른 만남을 기약할 수 없지만 이들은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 받으며 JJ재단 관계자들과 진한 포옹을 나눴다. 서 할아버지는 “여행 기간 내내 친 자식처럼 돌봐준 JJ재단에 감사한다”며 “노인들을 위한 좋은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달라”고 말했다. JJ그룹 오세갑 부회장은 “어르신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그저 흐뭇할 뿐”이라며 “사회복지법인 JJ재단은 앞으로도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사랑을 통해 노인들을 위한 사업에 열정을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이들의 뒷모습이 유난히 눈부시다./황신섭기자 hss@kgib.co.kr

지하철 공사장서 태국근로자 숨져

㈜동양건설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작업중이던 외국인산업연수생이 안전장치 미비로 인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3일 오전 9시50분께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 태장면고개 오리~수원 복선전철 6공구 공사현장에서 태국인 산업연수생 S씨(41)가 무너진 콘크리트 기둥에 깔려 숨졌다. 이날 사고는 7m 깊이의 터널 내벽에서 토사붕괴를 막기 위한 토류판작업(나무고정작업) 도중 콘크리트 기둥이 붕괴되면서 일어났다. 이 사고로 기둥 밑에서 작업중이던 S씨가 깔려 그 자리에서 숨졌으며 S씨의 시신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수습돼 오전 11시5분께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조사 결과, 이날 터널 내부에서는 S씨를 비롯해 태국인 동료 1명과 한국인 인부 2명 등 모두 4명이 작업중이었나 기둥 받침대 등 안전장치를 설치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공사현장내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한 뒤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공사현장 책임자를 입건해 조사할 계획으로 혐의가 입증되면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현장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지만 결과적으로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면서 “보상은 적법 절차에 따라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학성기자 hslee@kgib.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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