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오페라도 세계 수준" 정은숙 예술감독
국립오페라단이 세계를 겨냥해 만든 창작 오페라 '천생연분'이 일본 나들이에 나섰다.
지난해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극장 초대로 해외에서 초연 무대의 막을 성공적으로 올린 후 일본을 두 번째 해외 공연지로 선택했다.
이달 27∼28일 일본 우에노 공원 안에 있는 도쿄문화회관 무대를 장식할 '천생연분'의 리허설 현장에서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세종대 정은숙 교수를 만났다.
분장과 의상을 챙기느라 정신없는 단원, 무대장치 및 설비를 다시 확인하고 있는 수많은 스태프 사이를 뛰어다니며 최고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꼼꼼하게 챙기던 정은숙 교수는 잠시 땀을 닦고서 취재에 응해줬다.
-- 이번 국립오페라단의 일본 공연을 기획한 취지는.
▲ 비록 국립오페라단이지만 가장 가까운 나라인 일본으로 가는 것조차 해외 공연 자체가 쉽지 않았다. 본격적인 그랜드 오페라는 이번이 처음이며, 게다가 우리의 창작 오페라를 소개한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지금까지 많은 오페라를 제작했으나 일회성에 그친 감이 없지 않다.
유럽 극장에는 한국출신 성악가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우리 성악이 세계 수준에 이르렀고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시대인 만큼 이제 세계적인 수준의 한국 오페라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지난해 초연무대를 독일에서 가진 '천생연분'의 경우 관객의 98%가 독일 현지인으로 눈물이 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던 터라 한국 오페라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어 10월의 서울공연, 그리고 고양오페라하우스 개관공연 등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유료 관객율 80%이라는 수치에서 이제 창작 오페라가 궤도에 올랐다고 자신한다.
일본 공연은 바로 우리 창작 오페라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하고, 끊임없이 점검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이자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의의가 있는지 설명해 달라.
▲ 오페라 '천생연분'은 국립오페라단이 음악과 무대에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해 오영진의 희곡 '맹진사댁 경사'를 오페라로 만든 것으로, 해외 시장을 겨냥해 기획한 작품이다.
이번 일본 공연은 국립오페라단과 일한예술문화교류회, 산케이신문사의 공동 주최로 우리측은 제작과 출연진을, 일본 측은 무대기술과 오케스트라를 각각 맡았다. 특히 가나가와필하모닉 관현악단의 웅장한 연주가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이처럼 무대 기술 및 제작과 관련된 일본 스태프의 정신과 자세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 국립오페라단으로 유일하게 전용극장이 없는 우리 실정에서는 오페라를 위한 무대 기술자의 양성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매회 공연마다 기술자를 불러 쓰다 보니 경험과 기술을 쌓기 어렵다.
무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는 이들 일본 스태프의 전문성과 정확성, 그리고 철저함을 배울 필요가 있다. 오페라를 통한 문화교류만이 아니라 오페라 제작의 기술과 경험도 더욱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소화해야 한다.
-- 이번 공연의 특징 내지 볼거리가 있다면 무엇인지.
▲ 지금까지 오페라는 외국 연출가를 초빙해 무대에 올렸다. 하지만, '천생연분'은 연극 연출가인 양정웅 씨가 맡아 처음으로 대작 오페라를 멋지게 성공시켜 지난 6월 오페라 '보체크'와 발레 뮤지컬 '심청' 등을 연출해 장르를 넘나들며 그 활동영역을 넓혔다. 한마디로 한국 연출도 자랑할 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작품은 전통적인 소재이면서 요즘의 유행과 흐름을 받아들여 현대적으로 재창조했다. 특히 장면 전환이 빠르고, 극의 흐름을 막지 않기 않는 범위에서 시각적인 만족감을 극대화시켰다. 오방색의 기둥 전환이나 조명 등이 그 예이며 성악가의 움직임도 최대한 절제해 음악 본래의 메시지가 더욱 두드러지도록 배려했다.
-- 향후 계획은.
▲ '천생연분'을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키워나가겠다. 4차례의 공연을 통해 끊임없이 개작하고 정제시켜 더욱 세련되고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만들겠다. 서양음악이 기본이지만, 국악기가 5개 들어가 은근한 맛과 감칠 맛을 더해주고 있다. 교포들을 상대로 한 해외공연이 아닌 현지인들이 직접 보고 감동을 받고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작품으로 계속 선보일 것이다.
내년 2008년은 국내에 오페라가 소개된 지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우리의 소리, 한국의 지휘자와 연출가, 그리고 우리의 손으로 만든 작품으로 오페라 수출의 시대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국립오페라단이 제작한 ‘천생연분'은 오영진 희곡 ‘맹진사댁 경사’를 원작으로 해 이상우가 대본을 다시 쓰고 임준희가 곡을 붙여 양정웅이 연출한 작품이다. 지휘자 정치용, 소프라노 김세아, 박지현, 테너 이영화, 바리톤 강기우 등이 힘차고 폭넓은 한국 성악의 수준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한편, NHK측은 오페라 '천생연분'의 제작과정을 전부 촬영해 오는 8월 17일 NHK 교육채널의 '예술극장'을 통해 한국 창작오페라의 다큐멘터리를 내보낼 예정이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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