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나쁜 드라마 SBS‘하늘이시여’

올해의 나쁜 드라마로 SBS ‘하늘이시여’가 선정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가 2005년 11월 1일부터 2006년 10월 31일까지 지상파를 통해 방송된 드라마,사시교양,연예오락 프로그램을 모니터 한 결과다. ‘하늘이시여’는 자신의 딸을 며느리로 삼는다는 줄거리,노골적 간접광고,분장사와 간호사를 비하하는 대사 등으로 숱한 논란을 일으켰던 작품. 민언련은 “이 드라마는 입양아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을 반복하고 핏줄에 대한 비정상적 집착을 미화했다”며 “이 같은 정서는 입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고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해가는 사회 분위기에 걸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네차례나 연장방송되면서 등장인물 셋을 돌연사시키는 등 억지 설정이 많아지고 드라마의 완성도가 떨어진 점도 고려됐다. 나쁜 연예오락 프로그램은 KBS ‘해피선데이-여걸식스’가 선정됐다. 민언련은 여걸식스가 회를 거듭할 수록 기존 오락프로그램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보여 줬다고 비판했다. ‘짝짓기’ 코너에서 보여지는 여성진행자들의 선정성과 수동적 모습,연애·성형수술 등 신변잡기식 이야기 위주의 진행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 가학적 벌칙과 남성패널을 대상으로 쏟아내는 여성 진행자들의 말과 몸짓은 ‘성희롱’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왔다. 5월 2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밥안하는 엄마,외식으로 크는 아이들’ 편은 나쁜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뽑혔다. 식생활과 연관된 사회·경제적 환경은 짚어보지 않고 아이들의 식생활 문제를 무조건 ‘엄마 탓’으로 돌린 점 등 비논리적 구성과 자극적 표현들이 선정 이유다. 반면 MBC ‘PD수첩-황우석 사태’,EBS ‘지식채널e’,KBS ‘굿바이 솔로’,SBS ‘연예시대’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꼽혔다. ‘지식채널e’는 내레이션 없이 영상과 음악,자막만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면서도 무거운 주제들까지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든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드라맥스 "자체제작 20%까지 높일 것"

드라마ㆍ버라이어티 전문 채널 드라맥스가 "자체 제작 비율을 20%까지 높일 것"이라며 자체 제작 콘텐츠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드라맥스는 14일 낮 서울 파이낸스센터에서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초 자체 제작 리얼리티 드라마를 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자체 제작 비율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드라맥스는 20부작 한ㆍ중 합작 드라마 '상하이 연가'(가제)와 오픈 드라마 '연애의 재구성'(〃), 범죄 수사 드라마 '크라임'(〃) 등을 준비해 내년 선보이며 다음해 4월부터는 방영권을 확보해둔 HD급 TV영화 10편을 차례로 내보낼 예정이다. 또 그 동안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영국, 일본, 미국, 독일 등지의 TV 미니시리즈를 확보해 올해 말부터 방영한다. 조정현 편성기획국장은 "현재 지상파TV에서는 드라마와 버라이어티가 각각 30%와 20%로 전체 프로그램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차츰 자체 제작 비율을 늘릴 예정이며 20%까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드라마가 다른 장르에 비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기존의 외주 제작 시스템에서는 제작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 우선 한ㆍ중 합작의 형태와 TV영화 등을 시도하고 있으며 궤도에 오르면 기존 시스템을 활용한 드라마를 함께 제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라맥스는 씨앤앰 커뮤니케이션과 티브로드 등 주요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이 공동 출자한 영화 채널로 시리즈TV에서 채널명을 바꿔 12일 방송을 시작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미주를 통해 변화된 절 발견해요"

13일 밤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 앞 오피스텔 건물의 지하 주차장.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커다란 숄로 몸을 둘둘 만 배우 김정은(31)이 SBS TV '연인'의 촬영에 한창이었다. 전날 청주에서 촬영 도중 고열을 동반한 인후염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 링거를 맞아야 했으나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빡빡한 촬영 스케줄 때문에 제대로 몸을 추스르기도 전에 상경, 다시 촬영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쯤 되면 배우의 컨디션은 밑바닥이기 마련. 그런데 마스크를 벗은 김정은의 얼굴에서는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즐거운 기운이 솔솔 풍겨나왔다. 아픈데도 이 정도이니 그렇지 않았을 때는 어땠을까. "이놈의 감기만 아니면 더 재미있고 즐겁게 촬영할 수 있을 텐데 너무 안타깝다"며 미소 지은 김정은은 "사실 몸이 좀 많이 힘들지만 그것만 빼면 드라마 촬영하면서 이렇게 행복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시청률로는 잡히지 않는 사랑 느껴 사실 '연인'의 시청률은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평균 15%대. 시청률 수치로만 보면 주연배우가 그리 즐거워할 일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연인'이 2004년 시청률 50%를 넘기며 돌풍을 일으켰던 '파리의 연인'의 김정은-신우철 PD-김은숙 작가 3인방의 재결합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김정은의 생각은 달랐다. "촬영을 앞두고 정말 걱정을 많이 했어요. 같은 사람들이 다시 모여 드라마를 만들 땐 본전만 해도 잘한다는 생각이었어요. 1편보다 2편이 재미있긴 어렵잖아요. 그러면 '그럼에도 왜 해?'라는 질문을 하시는데, 우린 대단한 성공을 바란 게 아니라 다시 모인 만큼 좀 더 잘 만들어보자는 순수한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다행히 시청자들이 '연인'을 '파리의 연인'의 연장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전혀 다른 드라마로 봐주시고 있어요. 그리고 시청률은 높지 않을지 몰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정말 많은 분들이 보시고 사랑해주셔서 전 행복합니다." 실제로 '연인' 팀이 피부로 느끼는 시청자들의 사랑의 온도는 상당히 높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홈페이지 게시판을 봐도 그렇고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강재(이서진 분)와 미주(김정은)가 주고받는 애틋한 대사가 젊은 여성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 "홈페이지 들어가서 시청 소감을 읽다 보면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워요. 우리 드라마가 대사가 많거나 구체적이지 않은데도 시청자들이 그 여백의 의미를 다 알아주시는 거예요. 그 복잡한 감정들을 어떻게 다 알아주시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자신과 닮은 미주 통해 강도 높은 감정이입 이러한 반응과 함께 김정은은 다시 만난 김은숙 작가와의 호흡에 남모르는 기쁨을 더하고 있다. "미주가 저랑 많이 닮은 거 눈치 채셨어요? 그런데 그게 우연이 아니라 김 작가님이 절 알고 미주 안에 제 모습을 녹여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우린 서로 미주의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자고 얘기하지 않아요. 그런데 김 작가님이 제 마음을 속속들이 잘 알아서 상황마다 적절히 반영을 해주시니 저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미주라는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잘되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미주가 자주 듣는 "왜 그렇게 착해요?"라는 질문을 김정은도 종종 듣는다. 그런데 여기서 '착하다'는 의미는 사전적 의미일 수도 있지만 아닐 때도 있다. 때로는 상대방의 비아냥거림이나 불쾌감이 실려 전달될 때도 있기 때문. "극중에서 유진(김규리)이 미주에게 그렇게 말할 때 하마터면 발끈할 뻔했어요. 제가 평소에 그런 말을 좀 듣는데 그게 어느 순간 칭찬으로 안 들리더라구요. 실제로 제가 그런 말에 "나 안 착해"라고 답한 적이 있어요. 그런 순간마다 김 작가님께 깜짝깜짝 놀라요. 미주가 저더라구요." 그런데 김 작가의 재능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남녀의 심리를 표현하는 데 '파리의 연인' 때보다 한층 원숙해졌다. "남녀의 심리를 너무나 잘 파악해서 그 밑바닥을 건드리는 김 작가님에게 놀라고 있는 중입니다. 강재가 미주에게 '왜 피합니까. 우리가 뭘 어쨌다고'라는 대사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강재는 미주에게 말 그대로 '피하지 말라'고 한 것인데, 미주는 둘 사이에 있었던 감정의 교류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되는 것 같아 무너지잖아요. 대사 하나하나, 지문 하나하나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데 그런 감성이 정말 좋아요." 그 덕분에 김정은 역시 장면마다 공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눈빛과 표정으로 고스란히 옮겨진다. "영화 '사랑니' 찍으면서 많이 배웠는데 거기서 배운 것을 이번에 새삼 느끼고 있어요. 그냥 가만히 서 있는 것과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서 있는 것은 화면에 분명 다르게 보여요. 대사와 행동은 절제돼 있지만 배우가 연기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리 표현이 되더군요. 미주 연기하면서 여러 가지 마음이에요. 마음이 많아요. 그래서 시간이 부족한 드라마 촬영이지만 이런 복잡한 마음을 간단하게 표현하면 안될 것 같아 시간이 허락하는 한 장면마다 여운을 곱씹으며 연기하고 있습니다." ◇'파리의 연인' 이후 2년, 모든 것은 변한다 '연인'의 방송을 앞두고 사람들은 김정은이 '파리의 연인' 때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 수록 그것은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연인'의 미주는 '파리의 연인'의 태영이 아니다. 캐릭터 자체가 다르기도 하지만 시간도 흘렀고 그 사이 김정은도 변했다. 누구나 변하듯이. 유쾌한 코믹함이 줄어든 대신 더 설득력 있고 연륜이 묻어나는 편안함이 보태졌다. "'사랑니'의 정지우 감독님이 방송 보시고 문자를 보내왔는데 '정은 씨가 어떤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 것 같아요'라고 하셨어요. 정말 기분 좋더군요. 사실 첫 촬영 때 감독님이 '왜 더 안 해요?'라며 살짝 서운해하셨어요. 예전처럼 좀 코믹하게 해주길 바랬던 장면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전 더 안 되더라구요. 알게 모르게 저도, 상황도 달라졌기 때문인 것 같아요. 미묘한 차이일 수도 있지만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예전처럼 안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이제는 안 되는 거 있죠?" 이러한 김정은의 변화로 인해 '연인'은 예상을 깨고 '파리의 연인'과는 다른 드라마로 당당히 걸어가고 있다. 영화 '잘살아보세'부터 감지되온 김정은의 작은 변화들이 그의 배우 인생의 제2막을 열어젖힌 듯하다. /연합뉴스

줄리아 로버츠, 스크린 활동 본격 기지개

결혼과 출산, 그리고 브로드웨이 연극무대 활동 등으로 지난 2년간 영화활동이 뜸했던 줄리아 로버츠(39)가 연달아 영화 주연을 맡는 등 할리우드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13일(현지시간) 할리우드리포터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톰 행크스,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과 함께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정치드라마 '찰리 윌슨의 전쟁(Charlie Wilson's War)'을 촬영 중인 로버츠가 또 한 편의 영화의 제작자 겸 주연 계약을 체결했다. 줄리아 로버츠의 차기작은 롤리 윈스턴의 소설을 각색하는 '행복은 따로 팝니다(Happiness Sold Separately)'. 남편이 개인 트레이너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중산층 주부가 겪는 심리적 충격과 갈등을 그리는 가슴 아픈 이야기다. 로버츠는 바로 이 주부 역을 맡게 된다. 로버츠는 또 자신의 영화사인 레드옴 프로덕션사를 통해 이 영화의 공동제작자로도 나선다. 각색 및 감독은 스콧 코피가 맡게 된다. 코피 감독은 "소설을 읽을 때 줄리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주인공 엘리너는 매우 강하면서 복잡한 인물인데 줄리아의 성실성과 유머, 그리고 그녀의 각선미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촬영감독인 남편 대니 모더 사이에 쌍둥이를 둔 로버츠는 2004년과 2005년 극영화 연기 활동을 중단했다. 지난 여름 개봉한 애니메이션 '앤트 불리'와 15일 개봉하는 '샬롯의 거미줄'에서 목소리 연기를 맡았을 뿐이며 지난 4월 브로드웨이 연극무대에 데뷔했다. 로버츠의 활동 재개는 잇단 영화촬영으로 로버츠의 일정이 바빠지는 것 외에도 할리우드 최고 몸값 여배우의 컴백을 의미하기도 한다. 로버츠는 올해 개봉작이 없어 지난 5년간 지켜오던 할리우드 여배우 몸값 1위 자리를 니콜 키드먼에게 내주었다. /연합뉴스

케이블TV 전문 채널, 편성을 깬다

케이블TV 전문 채널들이 '킬러 콘텐츠'를 연속으로 내보내는 파격 편성으로 시청자의 눈끌기를 시도하고 있다. 온미디어의 액션 채널 수퍼액션은 22일 자정부터 꼬박 하루 동안 미국 폭스TV의 인기 시리즈 '24'의 5번째 시즌을 연속 방송한다. '24'는 대통령 후보 암살이나 바이러스 테러 같은 대형 사건 이후 24시간 동안 발생하는 일을 24개의 에피소드로 쫓아가는 TV물. 수퍼액션은 당일을 '수퍼데이'라 이름 붙이고 매 시간 한 편씩 한 시즌을 모두 내보낼 예정이다. 수퍼액션 관계자는 "연속성이 강한 이 시리즈의 특성을 살려 특별한 재미를 선사하고자 5번째 시즌으로 '수퍼데이' 특집을 만들었다"며 "5번째 시즌 (정규)방송은 내년 초 시작해 매주 2편씩 내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같은 온미디어 계열의 영화 채널 OCN도 6월과 10월 미국 CBS의 범죄수사시리즈 'CSI'의 시즌별 인기 에피소드를 모아 'CSI데이'란 이름으로 24시간 연속 방송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OCN에 따르면 'CSI데이'가 편성된 6월과 10월 당일 채널 평균 시청률이 각각 2.5%대와 1.5%대(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로 치솟아 평소의 2~3배에 달했다. 인기 외화 TV시리즈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영화 분야에서도 파격 편성이 이뤄지고 있다. CJ미디어의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 챔프는 11월 한 달간 주말을 이용해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하루 16시간씩 도라에몽이나 유희왕, 포켓몬스터 등의 만화를 연속으로 내보내는 편성 전략을 택해 시청률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 내셔널지오그래픽도 9.11 테러 5주년을 맞아 일요일이었던 9월10일을 '테러데이 9.11'로 정하고 9.11 및 테러 관련 다큐멘터리 14편을 24시간 동안 내보냈으며 영화채널 XTM에서도 올해 초 영화 '반지의 제왕' 1~3편을 10시간30분 동안 줄곧 틀었다. 이처럼 전문 채널이 보유한 주요 콘텐츠를 수 시간 혹은 하루 종일 연속 편성하는 전략은 채널 인지도와 시청률을 높이는 데 효자 노릇을 할 수 있어 각 채널에서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CJ미디어 관계자는 "채널별 주요 프로그램으로 연속 편성을 하게 되면 시청률이 잘 나올 뿐 아니라 채널을 각인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다른 프로그램을 보고 싶은 시청자들도 계시겠지만 연속 편성시 반응이 좋아 연말이나 특별한 시점에 또다시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양방언 "좋은 소리를 음악에 담을 뿐이죠"

심장에서 대폭발이 일었다. 일본 조총련계 중학교에 다니던 '빡빡 머리' 소년은 팝과 록음악을 듣고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매일 팝, 록, 재즈, 클래식 레코드를 학교 친구들에게 들려주며 함께 밴드를 하자고 졸랐다. 담임 교사는 친구들에게 '나쁜 물'을 들이는 '반동분자'라며 눈앞에서 레코드를 쪼개버렸다. 이 소년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크로스오버 피아니스트 양방언(46)은 인터뷰 도중 '결의를 다짐했다'는 표현을 많이 썼다. "한국에서는 잘 안 쓰는 표현인데…"라고 지적하자 "아~ 그래요? 중학교 때까지 조총련계 학교를 다녀서"라며 흠칫 놀라는 표정이다. 그는 북한 국적인 제주 출신 아버지와 남한 국적인 신의주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도쿄가 고향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97년 조선에서 한국으로 국적을 바꿨다. 6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지만 양방언이 피아노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때부터. 신시사이저가 처음 나왔을 때 그는 뭔가에 홀린 듯 악기점을 드나들었다. 그러나 일본 사회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아버지는 5남매 모두 의료 계통 종사자가 되길 희망했다. 니혼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1년간 마취과 의사로 대학병원에서 일했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져만 갔다. 이미 양방언은 일본 음악계에서 유명한 뮤지션이다. 일본의 전설적인 스타 하마다 쇼고 등 수많은 아티스트의 음반을 프로듀스했고, NHK 위성방송(BS2) 애니메이션 '십이국기'와 '채운국 이야기'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한국 땅을 밟은 건 98년 제주도가 처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98년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곳이 제주도였어요. 그때 자연스럽게 영감을 받아 '프린스 오브 제주'란 곡을 썼죠. 2003년 6월 제주 공연 때는 정말 감개무량했어요. 제게 제주는 낙원이자 성지인지도 모르죠." 그는 국내에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공식음악 '프론티어', MBC TV 드라마 '상도' 주제가에 이어 삼성ㆍ조흥은행ㆍGM대우 등 광고음악을 작곡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또 엔씨소프트 온라인 게임인 '아이온', 이성강 감독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천년여우 여우비'에 이어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의 음악감독도 맡고 있다. 그는 영상과 음악이 결합하는 방식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친분 있던 배우 오정해 씨가 절 임 감독님께 추천했어요. 처음에 감독님은 제가 재일교포여서 꺼리셨대요. 오정해 씨의 제안으로 지난해 정일성 촬영감독님과 함께 공연을 보시곤 앙코르도 하기 전에 무대 뒤로 오셔서 '나랑 같이 하자'고 말씀하셨죠. 1차 촬영분을 보고 음악을 만들었고 마음에 들어하셨어요. 감독님은 영화는 함께 만드는 작업이라 강조하셨고, 현장 분위기를 느끼고자 제주도, 해남 촬영장도 방문했어요." 양방언의 음악은 국적을 막론한 악기 소스를 다양한 장르 속에 녹여내고 통합하는 힘이 있다. 피아노, 드럼, 베이스, 기타, 리코더, 아코디언 등 서양 악기와 징, 꽹과리 등의 전통악기는 록, 팝, 재즈,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 속에서 조화를 이룬다. "첫 솔로 음반 '더 게이트 오브 드림스'를 96년 냈으니 딱 10주년이네요. 여러 악기 소리를 왜 담는지 물어보면, 전 분석은 못해요. 좋은 소리를 자연스럽게 제 음악 안에 담는 거죠. 완성도가 높은 음악을 만드는 데 집요하거든요. 전 어렵고 복잡하고 심각한 건 싫다는 게 기본 자세예요. 머리가 좋은 사람과 대화할 때 그 사람 얘기는 어렵잖아요. 그런 건 재미없거든요." "크리스마스 공연은 처음"이라는 그는 2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양방언's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펼친다. 이번 무대에선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딱 맞는 곡으로 선곡했다고 귀띔했다. 입장료 3만3천~12만1천원. ☎02-548-4480 /연합뉴스

한국 영화 `형사' 이집트 시장 진출

우리나라 영화가 처음으로 이집트 시장에 수출됐다. 이집트의 영화배급사인 굿뉴스그룹은 13일 카이로 그랜드하얏트 호텔 내의 직영 극장에서 한국에서 수입한 이명세 감독의 액션물인 `형사(DUELISTㆍ결투자)' 시사회를 열었다. 시사회에는 이집트의 방송, 신문, 연예잡지의 영화담당 기자 등 100여 명이 초청됐다. 그동안 카이로 국제영화제에 우리나라 영화가 출품된 적이 있지만 이집트 영화배급사가 한국 영화를 사들여 상업적으로 상영하는 것은 `형사'가 첫 작품이다. 수입가는 1만 달러로 알려졌다. 굿뉴스그룹은 14일부터 2주 간 카이로 시내의 4개 직영 극장에서 아랍어 자막이 나오는 `형사'를 일반 관객들에 선보인다. 아들 아디브 굿뉴스그룹 총괄이사는 "이 영화의 현란한 무술장면들이 이집트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생각한다"며 흥행 성공을 자신했다. 일간 알-곰후리아 신문의 연예담당 부국장인 마그다 마우리시(여)는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가 국영 TV로 방송된 이후 이집트인들은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주 이집트 한국대사관(정달호 대사)은 이날 `형사' 시사회장에서 부대 행사로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홍보영상물을 상영하고, 국가 홍보 책자인 `다이내믹 코리아'를 배포해 현지 언론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