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ㆍ전진, 장염ㆍ급성폐렴으로 병원신세

세븐(22)과 전진(26)이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세븐은 16일 과로로 인한 피로 누적에 장염이 겹쳐 병원에 입원했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16일 MBC TV '쇼! 음악중심'을 마친 후 세븐이 피로 누적과 장염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다"며 "하루 전날 복통을 호소해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쇼! 음악중심' 스케줄과 MBC TV 드라마 '궁S' 촬영 때문에 간단한 치료만 받은 뒤 퇴원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 측은 며칠간의 입원 치료를 권유했지만 세븐이 '궁'S' 촬영을 고집해 17일 퇴원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룹 신화 멤버이자 솔로 가수로 데뷔한 전진은 15일 과로에 급성폐렴이 겹쳐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전진의 소속사인 굿이엠지는 "2주간 감기 몸살을 앓은 전진은 14일 골든디스크 시상식 직후 정신을 잃을 정도로 아파 링거를 한 차례 맞았다"며 "증세가 더욱 심해져 15일 병원을 찾았고 급성폐렴 진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 이어 "의료진은 '몸이 이 지경이 되도록 무리하게 활동했냐'며 '1주일 가량 입원 치료를 요한다'고 했지만 예정된 스케줄 때문에 제대로 쉴 수 있을지 고민이다"고 덧붙였다. 전진은 16일 '쇼! 음악중심' 출연은 포기했다. /연합뉴스

윤정희, 신성일 구명성 발언 논란

지상파 방송을 통해 생중계된 영화제 시상식에서 뇌물수수 죄로 복역 중인 강신성일 전 의원에 대한 구명성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강 전 의원과 함께 여러 편의 영화를 촬영한 원로배우 윤정희 씨는 15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27회 청룡영화제 시상식에 한국영화최다관객상 시상자로 나와 "내년 고희와 결혼 50주년을 맞는 신성일 씨가 아직 의정부교도소에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윤씨는 "영화인 식구들이 내년에 신성일 영화 회고전을 열 계획이다. 여러분의 기도를 부탁드린다"며 울먹였다. 이에 사회자 정준호는 "우리는 신성일 선배님을 화면에서 뵙기를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8시부터 KBS 2TV를 통해 안방에 생중계된 시상식에서 이 같은 이야기가 나오자 네티즌들은 적합하지 않은 발언이었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 아이디 'warzna'는 "개인적 친분으로 한 말 같지만 시상자의 위치에서 할 말은 아니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죗값을 치르고 있는 분에게 선처라니"라며 윤정희의 발언을 지적했다. 아이디 'ttobogo'는 "영화제가 연예인들의 축제 같다. 시청자와 영화인이 분리된 듯 하다. 영화인은 관객이 있기에 한국영화가 존재함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옥외광고물업자로부터 1억8천700만 원을 받은 혐의(특가법 뇌물)로 구속기소된 강신성일(68) 전 의원에게 징역 5년과 추징금 1억8천7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연합뉴스

골든글로브에 '바벨' 7개 부문 노미네이트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골든글로브상 후보로 동일 부문에 이중 지명됐다.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14일(현지시간)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발표한 제64회 골든글로브상 후보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두 편의 자매영화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로 최우수감독상 부문에 올랐으며, 디캐프리오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디파티드'와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블러드 다이아몬드'로 극영화 남우주연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각각 다른 작품으로 같은 부문 후보에 오른 두 사람은 수상을 놓고 다른 후보자들은 물론 자기 자신과도 경쟁하게 된 셈이다. 한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 브래드 피트 주연의 '바벨'은 7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다 노미네이트됐으며, '디파티드'는 6개, '드림걸스'는 5개 부문에 후보 지명을 받았다. 아카데미상의 전초전이라고 일컬어지는 골든글로브상은 극영화 외에 코미디와 뮤지컬 부문을 따로 시상하며, 또한 TV부문도 포함되는 게 특징. TV까지 포함한다면 영국 여배우 헬렌 미렌이 3개 부문에 올라 최다 후보지명자가 됐다. 미렌은 영화 '여왕'으로 극영화 부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동시에 TV 미니시리즈 여우주연상 부문에서는 '엘리자베스 1세'와 '프라임 서스펙트'로 동시 지명됐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극영화부문 감독상에 동시 지명됐지만 영화 '아버지의 깃발'은 최우수 극영화상 후보에 들지 못했다. 최우수작 후보는 '바벨' '바비' '디파티드' '작은 아이들' '여왕' 등 5편이다. 코미디 및 뮤지컬 부문 최우수작 후보에는 '보랏'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드림걸스' '리틀 미스 선샤인' '생큐 포 스모킹'이 노미네이트됐다. 감독상 후보에는 이스트우드 외에 '여왕'의 스티븐 프리어스, '바벨'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디파티드'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지명됐다.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은 미국과 일본이 공동제작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비롯, 마야어로 대사가 이뤄진 멜 깁슨 감독의 '아포칼립토', 독일영화 '타자들의 삶', 멕시코영화 '팬스 라비린스'와 스페인영화 '볼베르'로 압축됐다. 그 외 각 부문 후보들은 다음과 같다. ◇극영화 부문 ▲여우주연상=페넬로페 크루즈(볼베르), 주디 덴치(스캔들에 관한 노트), 매기 질렌할(셰리베이비), 헬렌 미렌(여왕), 케이트 윈슬렛(작은 아이들) ▲남우주연상=리어나도 디캐프리오(블러드 다이아몬드, 디파티드), 피터 오툴(비너스), 윌 스미스(행복을 찾아서), 포레스트 휘태커(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왕) ◇뮤지컬 및 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아네트 베닝(가위 들고 뛰기), 토니 콜레트(리틀 미스 선샤인), 비욘세 놀즈(드림걸스), 메릴 스트립(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르네 젤웨거(미스 포터) ▲남우주연상=사차 배론 코언(보랏), 조니 뎁(캐리비언의 해적:망자의 함), 아론 에카트(생큐 포 스모킹), 치웨텔 에지오포(킹키 부츠), 윌 페럴(소설보다 이상한) ◇영화 부문 ▲여우조연상=아드리아나 바라자(바벨), 케이트 블랑셰(스캔들에 관한 노트), 에밀리 블런트(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제니퍼 허드슨(드림걸스), 링코 기쿠치(바벨) ▲남우조연상=벤 애플렉(할리우드랜드), 에디 머피(드림걸스), 잭 니컬슨(디파티드), 브래드 피트(바벨), 마크 월버그(디파티드) ▲시나리오상=길레르모 아리아가(바벨), 토드 필드, 톰 페로타(작은 아이들), 패트릭 마버(스캔들에 관한 노트), 윌리엄 모나한(디파티드), 피터 모건(여왕) ▲작곡상=알렌산더 데스플라(페인티드 베일), 클린트 만셀(파운틴), 구스타보 산타올라라(바벨), 카를로 실리오토(노매드), 한스 짐머(다빈치 코드) ▲주제가상='행복을 찾아서' '드림걸스' '바비' '해피 피트' '홈 오브 더 브레이브' ◇TV 드라마 부문 ▲작품상='24'(폭스), '빅 러브'(HBO), '그레이스 아나토미'(ABC), '히어로즈'(NBC), '로스트'(ABC) ▲여우주연상=패트리샤 아케트(미디엄), 에디 팔코(소프라노), 에반젤린 릴리(로스트), 엘렌 폼피오(그레이스 아나토미), 카이라 세드윅(클로저) ▲남우주연상=패트린 뎀시(그레이스 아나토미), 마이클 홀(덱스터), 휴 로리(하우스), 빌 팩스턴(빅 러브), 키퍼 서덜랜드(24) ◇TV 뮤지컬 및 코미디 시리즈 ▲작품상='앙투어라지'(HBO), '오피스'(NBC), '못생긴 베티'(ABC), '위즈'(쇼타임) ▲여우주연상=마르시아 크로스(위기의 주부들), 아메리카 페레라(못생긴 베티), 펠리시티 허프만(위기의 주부들), 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퓌스(늙은 크리스틴의 새로운 모험), 메리 루이스 파커(위즈) ▲남우주연상=알렉 볼드윈(30록), 작 브래프(스크럽스), 스티브 카렐(오피스), 제이슨 리(내 이름은 얼), 토니 샬로브(몽크) ◇TV 미니시리즈 및 영화 ▲작품상='블릭 하우스'(PBS), '브로큰 트레일'(AMC), '엘리자베스 1세'(HBO), '해리스 부인'(HBO), '프라임 서스펙트'(PBS) ▲여우주연상=질리언 앤더슨(블릭 하우스), 아네트 베닝(해리스 부인), 헬렌 미렌(엘리자베스 1세), 헬렌 미렌(프라임 서스펙트), 소피 오코네도(쓰나미, 그 후유증) ▲남우주연상=안드레 브로허(도둑), 로버트 듀발(브로큰 트레일), 마이클 일리(슬리퍼 셀), 치웨텔 에지오포(쓰나미, 그 후유증), 벤 킹슬리(해리스 부인), 밀 나이(기디온의 딸), 매튜 페리(론 클라크 이야기) ▲여우조연상=에밀리 블런트(기디온의 딸), 토니 콜레트(쓰나미, 그 후유증), 캐서린 하이글(그레이스 아나토미), 세라 폴슨(스튜디오60), 엘리자베스 퍼킨스(위즈) ▲남우조연상=토머스 헤이든 처치(브로큰 트레일), 제레미 아이언스(엘리자베스 1세), 저스틴 커크(위즈), 마시 오카(히어로즈), 제레미 피벤(앙투어라지) /연합뉴스

<2006 대중문화> ②방송

올해 방송가는 충격적인 사건의 연속이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비교적 잠잠했지만 그 속에서도 변화의 움직임과 각종 사건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상파방송사들은 시청률 저하와 광고 매출의 감소 등으로 위기를 절감하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몸부림을 쳤다. 특히 2006 독일 월드컵을 맞아 특수를 노리고 재도약을 꿈꿨으나 지나친 상업주의로 비난받으며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각종 사고와 방송사 안팎의 갈등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KBS와 EBS는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오랜 기간 진통을 겪었으며 노사간의 마찰도 격화됐다. 프로그램 제작 환경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었다. 외주제작이 활성화되면서 지상파방송사 인력의 유출이 가속화됐고, 프리랜서를 선언한 스타 아나운서의 출연 문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계속되는 사건ㆍ사고ㆍ갈등 MBC 드라마 '늑대'의 주연배우인 에릭과 한지민은 1월 촬영 중 스턴트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늑대'는 결국 방송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종영되는 최후를 맞았다. '늑대'의 촬영장 사고는 다시 한번 사전제작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 10월14일 KBS 2TV에서는 21분 동안 방송 송출이 중단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KBS는 이 사고로 호된 질책을 받았으며 방송위의 중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11월 말에는 드라마 협찬사로 선정하거나 간접광고를 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지상파방송사 PD와 외주제작사 PD 등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 사건으로 방송 프로그램의 간접광고와 관련된 구조적인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됐다. KBS와 EBS는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오랜 갈등을 겪었다. 정연주 KBS 사장은 6월30일 임기 만료 후 사장 재선임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 끝에 11월27일 두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EBS 구관서 사장도 9월19일 방송위원회로부터 임명을 받았으나 노조와 간부직원의 사장 거부 투쟁으로 진통이 계속돼 오다 11월 중순에서야 사태가 타결됐다. 한편 KBS '추적60분'의 문형렬 PD는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 사건과 관련, 섀튼 교수의 특허 침해 음모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파문을 일으켰다. ◇방송 환경의 급격한 변화 외주제작은 더욱 활성화됐다. 지상파방송사의 미니시리즈 대부분이 외주제작사에 의해 제작됐으며, 케이블ㆍ위성 채널들도 자체 제작 드라마를 방영하기 시작했다. tvN의 '하이에나', 채널CGV의 '프리즈', OCN의 '썸데이' 등 케이블ㆍ위성 채널의 자체 드라마들이 스타급 캐스팅과 함께 지상파 드라마 못지않은 작품으로 선보여 드라마 제작 판도에 지각 변동 조짐이 일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지상파방송사의 인력 유출도 가속화됐다. 2월에는 손석희 당시 MBC 아나운서 국장이 성신여대 문화정보학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MBC 드라마국 일부 PD들이 외주제작사로 이동했으며, 김종식 KBS 드라마 팀장은 외주제작사인 팬엔터테인먼트의 사장으로 영입되기도 했다. KBS는 특히 스타급 아나운서의 유출로 곤욕을 치렀다. 노현정 아나운서는 현대가의 며느리가 되며 회사를 떠났고, 강수정ㆍ김병찬 아나운서도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프리랜서를 선언한 아나운서의 프로그램의 출연 문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상파TV 3사 '월드컵 올인' 올해 방송가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월드컵이었다. 지상파TV 3사는 2006 독일 월드컵의 주요 경기를 동시에 중계하며 '월드컵 올인' 전략을 썼다. 또한 한국전 등 특정일에는 하루 종일 월드컵 관련 특집방송을 편성해 월드컵 방송으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이러한 월드컵 상업주의는 시청자 주권의 실종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3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 월드컵 시청률 경쟁에서는 차범근-차두리 부자가 해설을 맡은 MBC가 완승을 거뒀다. 캐스터로 나선 김성주 아나운서는 월드컵 이후 큰 인기를 누리게 됐다. SBS는 월드컵 이후 2010~2016년 동ㆍ하계 올림픽과 2010~2014년 월드컵 중계권까지 '싹쓸이'하면서 KBS와 MBC의 거센 반발을 받았다. 양측은 메인 뉴스를 통해 공방전을 계속해 시청자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또한 지난 2월 지상파TV에서 중계되지 않았던 한국과 시리아간 축구경기에 이어 보편적 접근권과 스포츠 중계권에 대한 논란이 다시 거세졌다. ◇사극 열풍ㆍ쌍춘년 결혼 행진 안방극장에서는 사극 열풍이 가장 큰 화제를 모았다. 방송 3사는 MBC '주몽'을 비롯해 SBS '연개소문', KBS '대조영' 등 고대사를 배경으로 한 사극을 동시에 쏟아냈다. 이어 하지원 주연의 SBS '황진이' 까지 인기를 모으며 사극이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사랑을 받았다. 송일국이 주연을 맡은 '주몽'은 45%에 이르는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며 '대박' 드라마로 자리잡았다. 쌍춘년을 맞아 연예계 스타들의 결혼 소식도 이어졌다. 5월 신동엽이 MBC 선혜윤 PD와 결혼했으며, 11월에는 강호동이 결혼에 골인했다. 그 외 주영훈-이윤미, 이아현, 송선미, 김대희, 정종철, 윤손하, 류진, 이재은, 김준호, 홍인규, 박성호, 김학도, 김생민, 이민영-이찬, 오윤아 등이 결혼 소식을 전했다. 방송활동을 중단했던 연예인들의 방송 복귀도 이어졌다. 마약 복용 혐의로 파문을 일으켰던 성현아는 SBS 금요드라마 '어느날 갑자기'로 4년 만에 TV 드라마에 복귀했다. '위안부 누드 파문'으로 브라운관을 떠났던 이승연도 SBS 드라마 '사랑과 야망'을 통해 복귀에 성공했으며, 마약 사건으로 연예계를 떠났던 황수정도 내년 1월 방송되는 SBS 금요드라마 '소금인형'으로 6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게 된다. /연합뉴스

<2006 대중문화> ⑤유행어

유행어가 반드시 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개그맨은 일반적으로 사상보다는 웃음을 터트리게 할 요소에 관심을 보이고, 작가도 대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말장난'에 신경쓰기보다는 스토리의 탄탄함에 무게 중심을 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게 히트하는 유행어는 그 시대의 현실과 제대로 '코드'가 맞을 때 탄생하기 마련이다. 일반인이 공감하는 현실이 짤막한 유행어나 대사에 감각적으로 응축될 경우 대중은 "맞아 맞아"를 외치며 유행어를 습관처럼 따라한다. 올해도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는 시대상을 반영한 다양한 유행어가 나와 대중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유행어의 산실'인 개그 코너를 중심으로 영화, 드라마, 가요 등에서 인기를 끈 올해의 히트 유행어와 대사를 살펴본다. ◇백수 또는 텅빈 지갑-"대한민국에 안되는 게 어딨니" 올해는 어느 때보다 서민의 살림살이가 팍팍했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었고,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 취업 준비자들과 '백수'들은 곳곳에 넘쳐났다. 전국의 백수들은 올 초 KBS 2TV '개그콘서트-현대생활백수'에서 고혜성이 보인 활약상을 보고 웃으며 잠시 시름을 잊었다. 꾀죄죄한 체육복을 입고 취업을 준비하는 고혜성은 늘 후배 강일구에게 어이없는 '청탁'을 한다. "대한민국에 안되는 게 어딨냐"며 "(어떻게) 안되겠니"라고 사정해 결국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씁쓸한 현실과 '백수의 생존전략'이 어우러진 유행어다. 하반기에는 '육봉달 회장' 박휘순이 '개그콘서트'에서 고시생 '노량진 박'으로 변신했다. 그가 외치는 "조용히 좀 해 줄래. 너무 시끄러워서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잖아"라는 말에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취업 준비생의 고달픈 애환을 담았다. 역대 최고 흥행 영화 '괴물'에서는 어수룩한 가장 송강호가 서민의 아픔을 대변했다. 딸을 잃은 슬픔이 크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심정은 영화 마지막 부분의 "밥 먹자"라는 대사에서 잘 드러난다. 힘 없는 서민으로 등장하는 그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이리 밀리고 저리 채인다. "사망잔데요. 사망을 안 했어요…"라는 그의 인상적인 대사에는 어디에서도 '말빨'이 통하지 않는 우리 서민의 심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셈이다.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는 자장면이 들어간 대사가 유난히 돋보였다. 한예슬의 "지나간 자장면은 돌아오지 않아"는 네티즌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됐다. 이 드라마에서 자장면은 추억과 서민적인 음식의 상징으로 사용됐다. ◇허영 또는 가식-"김기사~ 운전해. 어서~" "나 이대 나온 여자야." 영화 '타짜'에서 김혜수가 한 명대사다. 영화에서 어느 누구도 그에게 출신 학교를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난데없이 '이대' 출신임을 강조한다. 도박장을 전전하는 '마담' 김혜수에게 이대는 단순한 대학교가 아니었다. '험한 일'을 하는 그에게 고상함을 덧씌워주고 상대를 제압할 수 있게 하는 '허영의 무기'였다. 사실 인간의 허영과 가식을 꼬집는 말은 개그 코너, 드라마, 영화 등에서 자주 등장한다. 위선으로 가득찬 이를 비꼬면 쉽게 웃음과 대중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최고 유행어로 꼽히는 "김기사 운전해~ 어서"도 이런 맥락에서 살필 수 있다. 이 유행어를 탄생시킨 MBC TV '개그야'의 '사모님'은 고급 승용차를 타고 비싼 명품을 걸쳤지만 머리에 든 것은 별로 없다. '회장님'의 눈치를 살피며 살아가야 하는 신세지만 '김기사' 앞에서만큼은 당당하다. 실속은 있건 없건 간에 적어도 김기사만큼은 언제든지 운전을 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SBS TV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형님 뉴스'는 "남자가 남자다워야 남자지" "뉴스가 뉴스다워야 뉴스지" 등의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이 말에 사람들이 박장대소한 것은 그만큼 우리 주위에는 남자답지 못한 남자, 뉴스답지 못한 뉴스가 많기 때문은 아닐까. 가식에 가득한 이들이 이처럼 목소리를 높이면 개그맨 강유미가 참다 못해 한마디 툭 던진다. '개그콘서트-봉숭아학당'에서 방송 기자로 출연하는 그는 "가식적인 말씀 고맙습니다"라고 뉴스 리포트를 마친다. ◇윽박 또는 자학-"꼬라지 하고는~." 늘 마찬가지였지만 올해도 사람들은 남을 짓밟아야 내가 사는 냉혹한 세상을 겪어야 했다. 그것도 아니면 스스로 자학하며 '냉면의 면발'처럼 쥐죽은 듯 오래 버티는 게 삶의 지혜로 받아들여졌다. 올해 최고 인기 드라마 MBC TV '주몽'에서는 대소왕자 김승수가 실수가 잦은 영포왕자 원기준에게 "이런 한심한 놈"이라고 다그쳤다. 이렇게 당한 영포왕자는 자신의 부하들의 뺨을 때리며 "이런 한심한 놈"을 외치며 엉뚱한 사람에게 화풀이했다. 한예슬은 MBC TV '환상의 커플'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은 물론 남편에게까지 "꼬라지하고는~"이라는 말로 공격한다. 이 말은 극중 한예슬의 성격을 반영하는 대사로 공감을 샀다. 개그계에서도 직설적인 입담이 인기를 모았다. 신봉선은 '개그콘서트-봉숭아학당'에서 "옳지 않아~"를 부르짖으며 상대를 윽박질렀다. 박명수는 "야야야!"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호통개그'로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건 아니잖아'에서는 개그맨들이 이야기를 풀어가다가 꼬이면서 반전 상황을 맞게 되면 "이건 아니잖아"를 외쳐댔다. 스스로 자학하며 부르짖는 "이건 아니잖아"는 되는 일보다 안되는 일이 더 많은 요즘 현대인이 무릎을 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유행어인 셈이다. 자신의 이마를 내내 쳐가며 숨가쁘게 관객에게 대사를 읊어대는 마빡이의 신세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고 느끼는 듯 큰 호응을 얻었다. ◇재미있는 가사 또는 감동 있는 대사-"돌리고 돌리고."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 땡벌'부터 '돌리고~돌리고~'까지.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대사처럼 자주 사용돼 인기를 모은 노래 가사다. 재미있는 가사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인상적인 이 가사들은 드라마와 영화의 인기를 등에 업고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강진의 '땡벌'은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이 부른 것을 비롯해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등에서 잇따라 선을 보였다. 가수 오승근의 '있을 때 잘해'도 '소문난 칠공주'에서 나문희가 흥겹게 불러 시청자에 입에 오르내렸다. 박현빈의 '곤드레 만드레'도 각종 오락프로그램에서 감칠 맛 내는 노래로 자주 등장했다. 영화에서는 '왕의 남자'의 "너 거기 있고 나 여기 있지"가 인상적이다. 주인공 장생(감우성)과 공길(이준기)이 '장님놀이'를 하며 주고받는 이 대사는 영화 속 인물의 관계와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말로 표절 시비에 휘말리기까지 했다. 인기가 다한 '가수왕' 최곤(박중훈)과 매니저(안성기)의 끈적끈적한 우정을 다룬 '라디오 스타'는 박중훈이 남긴 "형이 그랬지. 저 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며. 와서 좀 비춰주라"라는 대사가 두고두고 관객의 가슴에 깊이 남았다. 우여곡절 끝에 인기를 회복하게 된 최곤은 자신을 위해 뒤로 물러난 매니저를 애타게 찾으며 이 대사를 남겼다. 강동원이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남긴 "사랑합니다. 누나"는 '강동원의 누나'를 자처하는 수많은 여성팬의 가슴을 적셨다. 언어의 마술사 김수현, 노희경 작가도 각각 드라마 '사랑과 야망' '굿바이 솔로'에서 주옥같은 명대사를 남겼다. 유행어는 아니지만 시청자 사이에서 화제가 된 것은 바로 '차두리 어록'이다. 월드컵 때 아버지 차범근과 함께 해설 마이크를 잡은 그는 "제가 분데스리가 하위팀에서 뛰다보니" "저는 당시 후보여서 모르겠습니다" 등 진솔한 어투로 인기를 얻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