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중 "쿵후배우의 꿈 이제야 이뤘네요"

홍콩 액션스타 청룽(成龍)의 쿵후 연기에 매료돼 쿵후 연기자를 꿈꾸며 도장에 등록했던 소년. 3년 동안 땀 흘려 손에 넣은 것은 쿵후 3단 단증이었다. 그러나 소년에게 쿵후배우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포기하니까 기회가 오네요. 24년 만인 것 같습니다." 코믹물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배우 권오중(36)이 쿵후도장 관장으로 돌아왔다. 설 연휴 극장가를 강타할 것으로 기대되는 휴먼코미디 영화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에서 그는 쿵후도장 김관장으로 분했다. '…김관장'은 시골의 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태껸ㆍ검도ㆍ쿵후도장의 같은 성씨를 가진 3명의 김관장이 티격태격 벌이는 기싸움과 폭력조직과의 한판 대결을 웃음코드로 풀어낸 영화. 권오중은 이 영화에서 뛰어난 무술실력에 피아노 실력까지 수준급인 로맨틱 가이 김관장을 연기했다. 대역 없이 모든 액션연기를 직접 소화해 눈길을 끈다. "세계우슈선수권대회에서 6관왕을 지낸 박찬대 사범에게 3개월간 배웠습니다.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박 사범이 운영하는 경기도 송탄 도장으로 매일 출근했어요. 하루 8시간씩 연습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같은 해 4월 말부터 영화 촬영이 시작됐고 촬영이 끝나는 8월까지도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단다. "'…김관장'은 쿵후 하나만 보고 출연을 결심한 영화입니다. 제 오랜 꿈이었으니까요. 다른 요소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권오중은 영화를 위해 직접 중국에서 도복을 주문하기도 했다고. "제가 소품에 좀 까다로운 편입니다. 소품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연기에 몰입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의상팀이 힘들어 하시죠. 드라마 '다모' 때도 직접 소품을 마련했습니다. 비호대장 '원해' 역이었는데 감독님께 '비호대장쯤 되면 중국에서도 무술을 공부하지 않았겠느냐'며 쿵후에서 사용하는 칼을 사용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죠. 칼집까지 제가 직접 제작했어요." 권오중이 맡은 김관장은 신현준ㆍ최성국이 각각 연기한 태껸관장과 검도관장에 비해 웃음코드가 덜하다.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등의 시트콤을 통해 코믹 연기로 주목받았던 권오중에게는 아쉬운 일. "개인적으로는 아쉬움도 있죠. 상대적으로 멀쩡한(?) 역할이었기 때문에 배역에 충실했습니다. 다음에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믹 연기를 발휘하지 못한 섭섭함을 털어놓으면서도 또다른 한편으로는 정통 무협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액션ㆍSF영화를 좋아한다는 권오중은 "'무영검' 같은 무협영화에 꼭 출연하고 싶다" 것의 그의 꿈. "연기자로서 다양한 캐럭터를 연기해 보고 싶어요. 스스로 더 많이 노력해야죠. 제가 한국희귀ㆍ난치성질환연합회의 홍보대사로 6년째 활동하고 있어 장애인 영화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장애인 아버지의 진한 부성애를 다룬 '아이 엠 샘(I Am Sam)'에서 숀 펜이 보여준 명연기, 노력하면 저도 할 수 있겠죠?." /연합뉴스

'주몽' 방송 8개월 만에 시청률 50% 돌파

MBC 월화드라마 '주몽'이 방송 시작 8개월여 만에 시청률 50%의 벽을 뛰어넘었다. 31일 시청률 조사회사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주몽'은 30일 71회 방송분으로 50.3%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또 다른 시청률 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서는 48.2%의 시청률을 보였다. 지난해 5월 16%대의 시청률로 출발한 '주몽'은 독일 월드컵으로 잠시 상승세가 주춤하기는 했으나 방송 2개월 만인 7월부터 시청률 40%대를 넘기며 지금껏 선전해왔다. 한때 극 전개가 늘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으나 지난 연말 20회 연장이 결정되고 올 초부터 연장 방송분으로 넘어간 뒤에도 변함없이 45% 안팎의 시청률을 유지했다. '주몽'은 한동안 전반적인 침체기를 면치 못하던 MBC가 다시 살아나는 불씨 역할을 했으며 같은 시간대 타사 드라마들은 '주몽'의 인기로 시청률 10% 안팎에 머물며 고전해왔다. 해모수의 아들 주몽(송일국)이 한(漢)나라에 억압받는 고조선 유민을 구해 고구려를 건국한다는 내용의 '주몽'은 첫 회부터 긴박감 넘치는 극 전개와 해모수 역을 맡은 허준호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눈길을 모았다. 이후 주몽이 태어나 유약하게 성장하다가 자신의 운명을 깨닫고 금와(전광렬)의 아들 대소(김승수)와의 대결 속에 점차 나라를 이끌 지도자로 성장하는 과정이 그려지면서 송일국이 일약 스타덤에 올라서기도 했다. 2005년 7월 MBC 수목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16부 최종회에서 50.5%의 시청률을 올려 '삼순이 열풍'을 증명하기도 했으나 '주몽'은 70여 회에 이르도록 꾸준히 시청률 40%대를 유지하다 50%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워 8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주간 시청률 선두를 지켰다. 같은 날 KBS2 '꽃피는 봄이 오면'은 5.1%, SBS '사랑하는 사람아'는 4.3%(TNS미디어코리아 기준)의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다. /연합뉴스

'쿨'한 며느리, '오케이~!'를 외치다

"'거침없이 하이킥' 속 박해미와 실제 박해미가 어느 정도 일치하느냐고요? 한 90%쯤?(웃음)"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하 '하이킥')에서 박해미는 집안의 실세다. 시동생 민용(최민용)을 빼놓고는 어느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는다. 그 자신만만함에 시어머니 나문희가 '싹퉁바가지'를 연발하지만 정작 박해미 없이는 옥탑방 공사에 쓸 동파이프 너비도 결정하지 못해 어쩔 줄 모르는 게 '하이킥' 식구들이다. 어쩌면 눈 흘기며 보기 딱 좋은 캐릭터지만 시청자들은 박해미에게서 '쿨'함을 읽고, 하루에도 몇 번씩 날려주는 '오케이~!'에 답답한 속을 틔운다. 왜 그럴까. '하이킥' 박해미와 90%쯤 닮은 것 같다는 '진짜' 박해미와 이유를 찾아봤다. ◇남편 정준하와의 '튼튼한' 관계 "해미와 준하(정준하)는 참 금실 좋은 부부예요. 남편한테 돈 벌어오라는 것도 없고, 취직 자리 알아봤느냐고 '쪼지도' 않아요. 극중 해미가 동분서주하면서 집안을 일군 것으로 돼 있지만 해미는 남편을 소외시키지 않고 기죽이지도 않죠. 난 그게 참 마음에 들어요. 꼭 경제적인 역할을 해야만 가장은 아니니까. 해미는 준하가 본인 의지대로 할 수 있도록 놔두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끌어내 줘요. 그래서 난 술 취해서 '식신(食神)'으로 변한 준하한테 '앉아', '먹어'라면서 통제하는 '사육해미' 에피소드가 너무 '오버' 같아서 반감이 들기도 했는데 의외로 반향이 일었네. 해미는 현명한 여자고 준하와 닭살 돋는 행동도 뻔뻔하게 잘해요. 해미가 입원해서 준하가 원맨쇼 해주고 시 읽어주던 거, 남편의 따뜻함이 큰 감동으로 다가와서 행복한 에피소드였죠." ◇시어머니 나문희와의 '현명한' 관계 "시어머니도 당연히 며느리에 대한 분통을 풀 수 있는 도피처가 있어야죠. 친구들에게 며느리를 '싹퉁바가지'라고 부르면서 해소할 수 있어야 해요. 시어머니에게는 며느리가 건방져 보이고 싸가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해미는 며느리 입장에서 시어머니를 무시하지 않아요. 할 말을 다 하지만 실수한 건 바로 인정하죠. 불만이 있으신지 확인하고 거기서부터 해결해요. 시어머니가 실직한 아들 안쓰러워서 무당 불러 굿하는 에피소드가 나는 참 시원하고 만족스러웠어요. 몇 십 년을 끌고오신 시어머니의 인생관을 뒤집을 수는 없잖아요. 며느리가 외출한 틈을 타서 굿은 벌어졌고, 안된다고 싸우는 것보다 결과는 어떤지 시어머니와 함께 보는 거죠. 그게 해미가 문제를 푸는 방식이에요. 시어머니는 권위로 '들어라'하고 며느리는 듣기만 하는 관계가 아니라 대화를 많이 하면서 친구처럼 해결하는 거죠." ◇'오케이' 이끄는 '오케이' "'오케이'는 원래 대본에 있었어요. '오케이'도 여러 종류가 있죠. 만족할 때 나오는 '오케이'가 있고 이건 아닌데 싶으면서도 어쩔 수 없어서 하는 '오케이'도 있고. 대사 하나에 '오케이'가 다섯 번 나올 때도 있었어요(웃음). 이젠 '오케이'가 저절로 나오고 시청자들도 '오버'기가 있는 듯하면서도 어색하지 않게 느끼나 봐요. 나는 '하이킥'이 가족애가 끈끈한, 건강한 시트콤인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는 부모 생각을, 부모에게는 아이들 생각을 하게 하지 않나요? 시부모와 며느리도 각자의 생각을 공감하고 이해하게 되고요. 김병욱 PD는 제 역이 욕을 먹을 줄 알았다는데 해미는 미워도 밉지 않은 캐릭터인 것 같아요. 잘난 척하는 역할인데도 재수 없게 느껴지지 않는 거죠(웃음). 오히려 제 또래의 시청자들은 자기 삶을 돌아보면서 '오케이', '오케이'를 연발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연합뉴스

하지원 "복서 역 선배 류승범 위로에 눈물날 뻔"

하지원이 이번에는 복서로 등장한다. 2월15일 개봉하는 영화 '1번가의 기적'(감독 윤제균, 제작 두사부필름)에서다. 전적은 보잘것없다. 5전1무4패의 명란 역. 전적이 이렇다 보니 때리는 것보다 맞는 장면이 더 자주 등장한다. 이 때문에 링 위에서 그의 얼굴은 온통 찢긴 채 피를 흘리고 시퍼런 멍이 들기 일쑤다. '색즉시공'에서는 에어로빅 선수, 드라마 '다모'와 영화 '형사:Duelist'에서는 뛰어난 검객, 드라마 '황진이'에서는 예인 황진이를 연기하느라 갖가지 운동과 여러 스타일의 춤을 배워야 했던 하지원은 이 영화를 위해 6개월간 복싱을 배웠다. 촬영이 들어가기 전뿐만 아니라 촬영장이었던 권투장 한켠에 따로 연습장을 만들어 촬영 내내 권투 연습에 매진했다. "지금까지 해본 운동 중에 권투가 가장 힘들었다"는 하지원은 "'주먹이 운다'에서 권투선수를 연기한 류승범 씨가 시사회가 끝난 후 '많이 아팠죠?'라고 딱 한마디하는데 정말 눈물이 나올 뻔 했다"면서 "맞아본 사람만이 얼마나 아픈지 안다"고 말했다. "큰 동선만 짠 후 대결장면은 '합'을 맞추지 않았기 때문에 진짜 권투선수랑 정말 때리고 맞아야 했어요. 얼굴이 뭉개진다는 표현이 딱 맞죠." 하지원은 "아마 이렇게 진짜로 얼굴을 맞아도 하겠다는 여배우가 나밖에 없어 윤제균 감독님이 시나리오가 나오자마자 제일 먼저 내게 준 것 같다"며 웃는다. 촬영 때만이 아니라 숱하게 많은 연습 스파링을 하면서 하루도 얼굴이 성할 날이 없었다. 그래서 얼굴 부기를 빼기 위해 얼음팩은 촬영장의 필수품이었다. "곧장 얼굴에 얼음팩을 해줘야 부기가 가라앉습니다. 계란은 말할 것도 없고, 부기 빠지는 데 좋다는 소고기 덩어리를 수시로 얼굴에 올려놓았죠." 얼굴도 얼굴이지만 권투가 정말 힘들었던 건 "숱하게 맞아 육체적으로 아프지만 막상 내가 때릴 때는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란다. /연합뉴스

요즘 MBC에서 웃음소리 떠나지 않는 이유는?…시청률 톱10 중 절반 차지

요즘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드라마,비드라마를 막론하고 전 프로그램이 고른 강세를 보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 시청률 조사회사인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MBC는 최근 4주간 모두 4편의 작품을 드라마 부문 상위 10위권에 랭크시켰다.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월화드라마 ‘주몽’이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주말극 ‘누나’가 3위에 올랐다. 일일극 ‘나쁜여자 착한여자’와 아침드라마 ‘있을때 잘해’도 각각 6위,9위의 성적을 거뒀다. 반면 KBS는 두개 채널(1,2 TV)합쳐 네 작품이 10위권에 드는데 그쳤으며 SBS는 ‘연개소문’과 ‘외과의사 봉달희’만 이름을 올렸다. 비드라마 부문에서 MBC의 상승세는 두드러진다.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과 ‘무한도전’,‘일요일일요일 밤에’가 2∼4위를 차지했고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개그야’는 9,10위에 올랐다. 시청률 상위 10개 프로그램 중 MBC가 절반을 휩쓴 것. KBS는 2TV만 4개 프로그램(개그콘서트,비타민,연예가중계,VJ특공대)이 5∼8위를 기록했다. SBS는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가 유일하게 10위권에 들었다. 이런 분위기 덕택에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까지 오르고 있다. 1월 셋째주 ‘뉴스데스크’는 1999년 3월 이후 7년만에 KBS ‘뉴스9’를 앞질렀다. MBC 관계자는 “기자가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해 설명하는 등 뉴스포맷에 변화를 준 게 주효했다”면서 “뉴스데스크의 약진은 드라마,시트콤의 인기와도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일본판 '내 머리 속의…' 니혼TV로 방송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삼은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일본 드라마로 다시 만들어진다. 30일자 일본 스포츠호치는 "2005년 일본에서 30억 엔이 넘는 흥행수입을 거둬 역대 한국영화 최고 히트작으로 자리매김한 정우성ㆍ손예진 주연의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이재한 감독)가 후카다 교코와 오이카와 미쓰히로 주연의 드라마로 만들어져 니혼TV로 방송된다"고 밝혔다.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2001년 니혼TV에서 방송된 드라마 '퓨어 솔(Pure Soul)'을 리메이크한 것. 니혼TV는 이례적으로 리메이크된 한국 영화를 재리메이크해 올 봄 '화요드라마 골드(매주 화요일 밤 9시)'란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드라마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설정도 원작 '퓨어 솔'의 사장 딸과 목수의 관계가 아닌 미술학교의 학생와 화가의 관계로 새롭게 그려진다. 알츠하이머 병 때문에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 역에는 일본의 인기 여배우 후카다 교코가 캐스팅됐고 오이카와 미쓰히로가 아내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남편으로 등장한다. 연출은 '퓨어 솔'을 제작한 도키 기히로가 맡는다. 여주인공 후카다 교코는 "굉장히 멋진 작품이고 어려운 역이지만 장애를 뛰어넘는 부부애와 가족의 사랑을 표현하고 싶다"고 전했으며, 오이카와 미쓰히로는 "두 시간 동안의 드라마에서 내 안의 감정표현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다. 또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 역에 임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연합뉴스

하지원 "슬프고 짠한데 어느새 웃는 영화"

참 '징하게' 몸을 혹사하는 배우다. '색즉시공'에서는 에어로빅, '다모'와 '형사'에서는 뛰어난 검술, '황진이'에서는 춤과 거문고ㆍ가야금 솜씨를 전혀 어색하지 않게 마치 프로처럼 선보였던 하지원. 영화 '1번가의 기적'(감독 윤제균, 제작 두사부필름)에서는 5전1무4패의 여자 복서 명란으로 등장한다. 하지원은 "감독님이 얼굴을 진짜 맞을 수 있는 여배우가 저밖에 없다고 생각하셨나 보다"고 말하며 웃는다. '설마 자학증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농담에 깔깔 웃으며 "이상하게 몸을 혹사시켰던 작품이 반응이 좋았다"며 농반진반으로 답한다. 그러나 이내 진지한 속내로 이어진다. "처음엔 몸을 움직이는 게 좋았습니다. 뭐든 배우는 게 좋았구요. 그런데 한 살 두 살 먹고, 한두 작품 해나가다 보니까 얼굴로만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아무런 말없이 몸으로만 표현해도 관객이 이해해줄 수 있을 정도까지 오르고 싶더군요. 지금은 그저 활동량이 많을 뿐입니다. 확실한 움직임이 있으니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죠." '1번가의 기적'은 재개발로 없어지기 일보직전인 달동네 1번가를 무대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색즉시공'의 윤제균-임창정-하지원이 모였다는 이유로 보기 편한 영화를 기대했던 관객에게 제대로 한방 먹인다. 최근 상업영화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해 이처럼 진지하면서도 보기 편하게 접근했던 작품은 보기 드물다. "진정성이 느껴졌어요. 시나리오에서. 지지리도 못사는 달동네 사람들에게 자기만의 꿈이 있고, 그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잖아요. 기적이라는 단어가 요행수를 바라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여기서는 희망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풀어가는 방식도 마음에 쏙 들었다. 자칫 무거운 주제일 수 있지만 캐릭터 하나하나가 펼쳐내는 따뜻한 웃음이 관객의 마음을 흐뭇하게 하기 때문. "이런 점 때문에 윤 감독님을 믿어요. 슬프고 짠하지만 그들을 보면서 웃을 수 있도록 풀어간 점이. 진정성과 슬픔이 있는데 코미디를 잃지 않았죠.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보신 분들이 '포스터를 봤을 때는 이렇게 센 영화일지 몰랐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동양챔피언이었으나 지금은 몸과 정신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버지를 둔 가난한 여자 복서 명란. 명란은 전형적인 '내유외강'형이다. 겉으론 강해 보이지만, 속으론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코치로 등장하는) 주현 선생님께서 참 많은 말씀을 해주셔서 명란이 되기 쉬웠어요. 아버지로 등장하는 정두홍 감독님은 제 아버지라고 하기에는 너무 젊어 걱정했는데 조화가 잘 이뤄진 듯해 다행이에요." 그는 "이 영화에 자랑하고 싶은 장면들이 엄청나게 많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최소의 제작비로 최대의 정겨운 정취를 뽑아낸 물놀이 장면, 명란과 아버지가 교차돼 등장하는 링 위의 대결 등등. 그렇지만 그 무엇보다도 "등장인물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각자의 꿈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던 게 가장 좋다"고 말하며 "영화 완성본을 보고 감독님이 배역 하나하나를 모두 살려낸 게 너무 신기했다"고 덧붙였다. '1번가의 기적'에 대해 말하며 하지원은 유난히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토마토(이는 영화의 중요한 오브제다) 하나를 갖는 게 많은 사람들에게는 하찮은 일이겠지만 암에 걸린 할아버지를 둔 일동ㆍ이순 남매에게는 그 어느 것보다도 소중한 거죠. 작든 크든 가슴 속에 바람, 더 크다면 기적이 일어나길 품고 있는데 그 바람이나 희망을 끝까지 갖고 있는 게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드라마 '황진이'의 여운을 물었다. '황진이'를 통해 연기자로서는 최대 영광인 연기대상을 수상하는 등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았다. 정작 그는 화려한 영광보다는 배우로서 내면의 성장을 이루게 한 작품으로 뿌듯해했다. "제가 참 많이 배운 작품이에요. 황진이는 요즘 세상에서는 탁월한 연예인이었을 겁니다. 그 분을 통해 제가 가진 재주를 사람들에게 보여 이해시키는 게 아니라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서 제가 가진 재주를 함께 할 수 있어야 진정한 예인이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배우도 마찬가지죠. 저 혼자 도취돼 연기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요. 관객과 교감이 될 때 진정성이 생겨나죠." '황진이'에서 배우로서 지향점을 찾은 듯한 하지원은 '1번가의 기적'에서 희망을 말한다. "정말 죽을 것처럼 불행하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넋 놓고 체념한 채 살아가기보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 희망을 품는 게 더 낫잖아요. 진짜 절실히 노력하면 뭔가 이뤄지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살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