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하이킥' 속 박해미와 실제 박해미가 어느 정도 일치하느냐고요? 한 90%쯤?(웃음)"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하 '하이킥')에서 박해미는 집안의 실세다. 시동생 민용(최민용)을 빼놓고는 어느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는다.
그 자신만만함에 시어머니 나문희가 '싹퉁바가지'를 연발하지만 정작 박해미 없이는 옥탑방 공사에 쓸 동파이프 너비도 결정하지 못해 어쩔 줄 모르는 게 '하이킥' 식구들이다.
어쩌면 눈 흘기며 보기 딱 좋은 캐릭터지만 시청자들은 박해미에게서 '쿨'함을 읽고, 하루에도 몇 번씩 날려주는 '오케이~!'에 답답한 속을 틔운다. 왜 그럴까. '하이킥' 박해미와 90%쯤 닮은 것 같다는 '진짜' 박해미와 이유를 찾아봤다.
◇남편 정준하와의 '튼튼한' 관계
"해미와 준하(정준하)는 참 금실 좋은 부부예요. 남편한테 돈 벌어오라는 것도 없고, 취직 자리 알아봤느냐고 '쪼지도' 않아요. 극중 해미가 동분서주하면서 집안을 일군 것으로 돼 있지만 해미는 남편을 소외시키지 않고 기죽이지도 않죠. 난 그게 참 마음에 들어요. 꼭 경제적인 역할을 해야만 가장은 아니니까. 해미는 준하가 본인 의지대로 할 수 있도록 놔두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끌어내 줘요. 그래서 난 술 취해서 '식신(食神)'으로 변한 준하한테 '앉아', '먹어'라면서 통제하는 '사육해미' 에피소드가 너무 '오버' 같아서 반감이 들기도 했는데 의외로 반향이 일었네. 해미는 현명한 여자고 준하와 닭살 돋는 행동도 뻔뻔하게 잘해요. 해미가 입원해서 준하가 원맨쇼 해주고 시 읽어주던 거, 남편의 따뜻함이 큰 감동으로 다가와서 행복한 에피소드였죠."
◇시어머니 나문희와의 '현명한' 관계
"시어머니도 당연히 며느리에 대한 분통을 풀 수 있는 도피처가 있어야죠. 친구들에게 며느리를 '싹퉁바가지'라고 부르면서 해소할 수 있어야 해요. 시어머니에게는 며느리가 건방져 보이고 싸가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해미는 며느리 입장에서 시어머니를 무시하지 않아요. 할 말을 다 하지만 실수한 건 바로 인정하죠. 불만이 있으신지 확인하고 거기서부터 해결해요. 시어머니가 실직한 아들 안쓰러워서 무당 불러 굿하는 에피소드가 나는 참 시원하고 만족스러웠어요. 몇 십 년을 끌고오신 시어머니의 인생관을 뒤집을 수는 없잖아요. 며느리가 외출한 틈을 타서 굿은 벌어졌고, 안된다고 싸우는 것보다 결과는 어떤지 시어머니와 함께 보는 거죠. 그게 해미가 문제를 푸는 방식이에요. 시어머니는 권위로 '들어라'하고 며느리는 듣기만 하는 관계가 아니라 대화를 많이 하면서 친구처럼 해결하는 거죠."
◇'오케이' 이끄는 '오케이'
"'오케이'는 원래 대본에 있었어요. '오케이'도 여러 종류가 있죠. 만족할 때 나오는 '오케이'가 있고 이건 아닌데 싶으면서도 어쩔 수 없어서 하는 '오케이'도 있고. 대사 하나에 '오케이'가 다섯 번 나올 때도 있었어요(웃음). 이젠 '오케이'가 저절로 나오고 시청자들도 '오버'기가 있는 듯하면서도 어색하지 않게 느끼나 봐요.
나는 '하이킥'이 가족애가 끈끈한, 건강한 시트콤인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는 부모 생각을, 부모에게는 아이들 생각을 하게 하지 않나요? 시부모와 며느리도 각자의 생각을 공감하고 이해하게 되고요. 김병욱 PD는 제 역이 욕을 먹을 줄 알았다는데 해미는 미워도 밉지 않은 캐릭터인 것 같아요. 잘난 척하는 역할인데도 재수 없게 느껴지지 않는 거죠(웃음). 오히려 제 또래의 시청자들은 자기 삶을 돌아보면서 '오케이', '오케이'를 연발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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