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사들, 톱스타 개런티 "더 이상 감당못해"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들이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톱스타들의 개런티를 이제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해 극장의 매표 수입은 5.2%나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제작비는 톱스타 개런티, 첨단 디지털 작업, 국제적인 마케팅 비용 등으로 천정부지로 치솟기 때문이다. 영화사들은 또 지난해 최고 수익을 올린 영화 10편 중 '우주전쟁', '찰리와 초콜릿공장',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등 단 3편만이 할리우드 톱스타들을 기용한 영화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나머지 '스타워즈 에피소드 3:시스의 복수', '해리포터와 불의 잔', '나니아연대기' 같은 히트작들은 이렇다 할 스타나 거액 개런티와 상관없는 작품들이다. 게다가 영화 `카포티'의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을 비롯해 올해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에 오른 후보들도 한결같이 낮은 개런티를 받고 출연했다. 이 때문에 영화사들은 이제 블록버스터 영화를 기피하고, 스타들에게 개런티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16일 보도했다. 영화사 소니는 주연배우인 카메론 디아즈로부터 현금 손익분기점 이상 개런티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은 다음에야 로맨티 코미디 '더 홀리데이'의 제작을 승인했다. `미션 임파서블 3'의 영화사인 파라마운트는 끝없이 부풀어오르는 제작비 예산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출연진에게 영화를 취소하겠다고 위협했다. 결국 평소 영화 총수익의 25%에 해당되는 개런티를 받던 톰 크루즈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지분을 깎기로 했다. 톰 크루즈는 '우주전쟁'에서 1억달러의 개런티를 받았다. 통상 3천만달러까지 개런티를 받는 브래드 피트는 신작 '제시 제임스의 암살'에서 무려 138만달러까지 뚝 떨어지는 개런티를 받기로 했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드'에서 브래드 피트는 2천만달러를 받았다. 최근 폭스 영화사는 잼 캐리를 캐스팅한 영화 '유즈드 가이(Used Guys)'의 제작 예산이 9천만 파운드를 돌파하자 아예 제작을 거부했다. 파라마운트 영화사도 약 1억2천만 파운드의 제작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 짐 캐리 주연의 다른 영화 '믿거나 말거나'를 제작 취소했다. 이에 대해 20세기 폭스사의 회장을 지낸 빌 머캐닉은 "과거 영화에 스타를 출연시키기 위해 거액을 지불해 비싼 영화를 만들었다가 돈을 몽땅 날리곤 했다"며 벌써 시행됐어야 할 영화업계의 잘못을 합리적으로 고치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또 다른 영화사의 간부도 "이제 영화는 돈을 벌기 위해 스타의 이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영화사들은 재정적인 위험요인을 평가하며, 이것은 비용이 덜 드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日 유바리국제영화제 존폐위기

매년 2월 그림 같은 설국(雪國)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본 홋카이도의 대표적인 축제,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어쩌면 다시는 못 볼 지도 모르겠다. 행사를 주최하는 유바리시가 급증하는 부채를 이기지 못하고 6월 말 국가에 파산신청을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산케이신문은 '유바리영화제 존폐위기, 열쇠는 스폰서 기업이 쥐고 있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파산이 결정되면 이후부터 독자적인 행정시책을 시행하는 것이 어려워지며, 경비가 많이 드는 영화제는 정리해고의 유력한 대상"이라고 전했다. 유바리시의 부채는 632억 엔에 달해 연간 45억 엔인 재정의 10배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화제의 연간 경비는 약 1억 엔으로 그중 시는 6천700만 엔을 부담하고 있다. 신문은 "시가 경비를 부담하지 못할 경우, 열쇠는 스폰서 기업이 쥐고 있다"면서 "현재도 유력 기업이 특별협찬을 하는 방법 등으로 행사를 지원하고 있어 이들 스폰서의 지원이 늘어날 경우 영화제를 계속 개최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달 말까지 유바리시의 전 사업에 대한 검토가 실시되며 영화제의 운명도 정해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올해로 17회를 맞는 유바리영화제는 탄광 폐쇄로 인해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가 이어지던 유바리시를 영화의 메카로 육성해 지역을 활성화하자는 목적으로 창설됐다. 5일간 열린 올해 영화제에는 62편의 영화가 상영됐고, 약 2만1천100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한국영화에 호의적인 대표적 국제영화제로 '목포는 항구다'(2004), '인어공주'(2005), '혈의 누'(2006) 등 세 편이 3년 연속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연합뉴스

조연급 개그우먼, 드라마를 빛낸다

드라마에서 조연급 개그우먼들의 활약이 거세다. 방송 첫 주에 수목 드라마 선두를 꿰찬 SBS '돌아와요 순애씨'에서 순애(심혜진)의 고교 동창 정숙으로 출연하는 개그우먼 박미선은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내며 드라마 인기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13일 2회 방송분에서 박미선은 순애의 영혼이 초은(박진희)의 몸에 들어간 사실을 혼자 알아채고 당황해 하면서 해결방법을 물색하는 연기를 실감나게 보여줘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개그우먼 특유의 코믹함에 자연스러움을 버무려 감초 이상의 연기를 보여준 박미선은 고교 시절 필드하키팀에서 기죽어 지냈던 것도 모자라 40대가 돼서도 순애에게 번번이 당하고 살면서도 20대 스튜디어스 초은(박진희)과 영혼이 바뀐 순애를 걱정하고 은근히 부러워하는 수다쟁이 아줌마 정숙을 재미있게 그려냈다. 드라마 홈페이지 시청자의견란에는 "박미선씨가 연기를 잘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엔 물이 오른 것 같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SBS 주말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파주댁으로 출연하는 이경실도 마찬가지. 20년만의 리메이크라 캐스팅에 대해 말이 많았던 드라마 초반, 이경실만큼은 적역을 맡았다며 호평을 받았다. 뽀글뽀글한 촌스러운 머리 모양에 눈썹을 일(一)자로 짙게 그리고 붉은 립스틱을 바른 파주댁은 영락없는 감초 역이었지만 이경실은 촐싹거리는 연기 뿐만 아니라 김수현 작가 특유의 정감 있는 대사들도 연기자 못지 않게 처리해 박수를 받았다. 1987년 원작에서 남능미가 인상 깊게 소화해 냈던 역이라 처음 이경실이 파주댁을 맡았을 때는 정극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으나 이경실은 무뚝뚝하고 냉정한 태준 어머니 정애리와 호흡을 맞추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면을 알렸다. MBC 주말 드라마 '진짜 진짜 좋아해'에서 마흔 줄에 다 들어선 청와대 본관식당 주방 아줌마를 연기하는 이영자도 드라마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개그우먼들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일은 최근 들어 점점 빈번해지지만 특유의 코믹함에 갇히고 마는 경우가 많아 박미선과 이경실 등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SBS 드라마국 관계자는 "본업이 개그우먼이라고 해도 연륜이 쌓이면서 드라마에서 양념 이상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고 그것이 결국 드라마 인기의 바탕이 되곤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새영화> 덜 무서운 공포 영화 '유실

합리가 미신을 당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확인할 길은 없어도 한번 기분 나쁜 기운을 느끼고 나면 그 다음에는 아무리 당연한 논리로 밀어붙여 봐야 소용없다. 길을 가다 쓸만한 선반을 하나 주워왔는데 '누가 한을 품고 쓰던 것인 줄 알고서 집어왔느냐'고 할머니가 호통을 치기 시작하면 그 때는 설득이고 뭐고 다시 내다버려야 하는 것과 같다. 공포 영화 '유실물'도 처음부터 합리를 걷어낸 지점에서 시작한다. 역에 떨어져 있는 전철표와 전동차 의자에 놓여있던 팔찌에는 손대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과거'가 묻어 있다. 유실물이 착한 사람을 만나 주인을 찾아가는 순리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검은 옷을 입은 검은 머리의 여자는 유실물을 줍는 사람의 목을 번번이 채간다. 사라진 여동생을 찾으러 나선 나나(사와지리 에리카 분)는 실종된 사람들이 모두 같은 사람의 유실물을 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비밀이 시작된 터널에 손전등을 비춘다. 터널이라는 공간은 엘리베이터나 폐가보다는 덜 지루하다. 앞뒤로 뚫려있지만 한가운데는 칠흑 같은 어둠이 둘러싸고 있어 터널은 적당한 긴장감을 준다. 기술의 발전은 터널을 뚫고 미신의 시대에 안녕을 고하는 것 같지만 정작 산을 둘러싼 이상한 기운을 걷어내지는 못한다. 터널을 팔 때부터 인부들이 귀신에 홀린 것 같아 방향을 바꾸다가 급커브를 만들었다는 '믿거나 말거나'한 얘기는 결말에 이르러 '믿을 수는 없어도 인정해야 하는' 사실로 바뀐다. 공포 영화지만 '유실물'은 한껏 줄을 잡아 당기다 펑펑 터뜨리는 오싹함을 함부로 꺼내들지 않는다. 범죄수사극 'C.S.I' 시리즈만큼도 피가 나오지 않고 잔혹한 장면도 빈번하지 않은데다 검은 옷은 입은 여자는 '전설의 고향'을 떠오르게 해 불필요한 무서움이 덜하다. 감독은 공포 영화의 도식적인 장면들에 집중하기보다 유실물을 계기로 견고해지거나 복원되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루며 공포 영화의 전형에서 벗어나려는 것 같다. 하지만 그래서 다소 뜬금없어진 전개가 개연성을 떨어뜨린다. 나나와 카나에가 갑작스레 진한 우정을 나누는 것은 물론 나나가 석회암 동굴같은 터널 안쪽에서 동생을 간신히 구해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아픈 엄마에게 돌아가는 설정은 '이웃집 토토로'마저 연상시켜 공포를 모험과 헷갈리게 만든다. 그럼에도 잿빛 분위기가 감도는 전철역과 터널을 배경으로 삼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유실물이란 소재에 착안한 것은 상당히 흥미롭다. 다만 소재의 흥미가 88분을 끌지 못할 뿐. 지난해 영화 '박치기'로 스타 대열에 합류한 사와지리 에리카가 주연을 맡아 27일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처음으로 관객을 만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