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를 말하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지난해 한국사회를 지배한 단어는 ‘수저계급론’과 ‘헬조선’이었다. 치솟는 전세금, 좁은 취업문, 나아질 기미 없는 경제 성장은 젊은 세대에 희망보다는 참담함을 안겼다.새해가 밝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전망 역시 밝지만은 않다. 저성장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는 경고음도 곳곳에서 나온다. 한국 경제의 희망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한국 경제는 특권화 된 부조리, 편중된 부로 위기에 처했다며 잘못된 제도의 뿌리를 바꾸는 게 우선이라는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을 만나 그에 대한 답을 찾아봤다. 34년간 한국은행에서 금융안정분석국장, 프랑크푸르트사무소장, 한국금융연구원 교수 등으로 활동하다 현재 경제연구와 정책 제안, 아카데미 운영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는 그는 “당연한 경제 상식이 비상식적으로 돌아가는 데 답답함을 느껴” 최근 ‘한국경제 대안 찾기’라는 책까지 펴냈다. 그가 말하는 바는 분명했다. 법과 제도의 불공정, 불평등, 부조리와 모순 등 우리 내부구조의 문제를 먼저 풀어야 경제도 살아난다, 아니, 상식적으로 돌아간다는 거다.-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신간도 그렇고, 앞서 발간한 책에서도 우리 경제의 불균형, 불평등에 주목했다. 한국사회에서 소득 불평등이 심각한가. 그렇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이끈 데에는 3가지 작위적인 요소가 있다. 바로 물가, 환율, 부동산 가격이다. 이 3가지를 인상하면서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분배 구조가 악화했다.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 실물 자산을 가진 사람이 이득을 본다. 채무자도 채권자보다 이득이다. 고환율 정책은 수출업자에겐 이익이지만, 국내 소비자에게는 손해를 끼쳤다.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 역시 집 가진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했다. 이 중 가장 부의 분배를 악화한 것은 부동산 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이다. -어쨌든 규모로나 성장률로나 대한민국 경제가 좋아진 것은 사실인데. 한국의 영세 자영업자 소득이 포함된 노동소득분배율은 지난 1980년대 82%에서 2010년 초반 73% 수준으로 낮아졌다.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살림살이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는 거다.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소득이 위축되면 생계유지와 빚 갚는 데 돈을 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국 경제 전체의 저축률이 낮진 않다. 2014년 국내 총저축률은 34.7%로 미국의 17.2%, 독일 26%, 일본 21.4%보다 크게 높다. 한국에서 저축 대부분이 가계가 아닌 기업 부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잘사는 나라에서 왜 당신은 가난한가?’라는 질문에 답이 나온다. 경제가 활력을 잃지 않으려면 기업 부문의 소득이 가계로 더 많이 흘러들어 가도록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집권 4년차에 접어든 박근혜정부의 경제 정책을 평가한다면. 글쎄, (웃음) 초반보다 경제가 나아진 부문이 특별히 없는 것 같다. 박근혜정부 역시 과거 정부들처럼 물가, 환율, 부동산으로 경기를 부양하려 했다.경기가 살아났다고 대표적으로 제시하는 지표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다. 집값, 월세 등이 올라서 경기가 좋아지면 반대편엔 피해자가 있다.우리나라 가계 보유자산의 70~80%는 부동산이고, 집값이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일본, 미국도 부동산 버블이 심했지만, 가계 보유자산의 30%에 그친다. 한국 부동산의 시가총액은 8천조원, 국내 GDP의 6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가격이 10% 오르면, 800조의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거다. 한마디로 집을 가지지 않은 이들의 부를 집을 가진 이에게 강제 이전 시키는 셈이다. 한국경제는 규모가 충분히 크고, 기업의 국제 경쟁력도 강하다. 양극화의 원인이 되는 물가, 환율, 부동산을 안정시키면서 성장을 견인하는 게 훌륭한 정부다. 과도한 내수침체 등으로 부득이하게 부동산 경기 활성화가 필요한 경우라도 지금처럼 부동산 투기 심리를 부추기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그렇다면, 부동산에 편중된 부를 해결할 방안은 있나. 우선 부동산에 대한 정상적인 과세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부동산은 세제상 특혜가 많다. 대표적으로 주택임대소득은 거의 과세가 되지 않는다. 근로 소득, 금융 소득, 사업 소득에는 모두 과세가 붙지만, 주택임대소득은 대부분 예외가 돼 있어 사회 공정성과 경제정의를 훼손시키고 있다. 주택임대소득은 연간 최소 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히 주택임대소득은 공시지가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인 경우 임대소득이 아무리 높아도 비과세다. 1주택자가 자기 집을 월세로 놓고 자신은 다른 집에 전세를 살면서 임대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이러니 허리띠를 졸라매고 돈을 모아도 오른 전세금을 감당할 수 없고, 대출을 받거나 월세를 내야 한다. 주택임대소득은 1주택과 다주택자 등 구분없이 임대소득의 규모에 따라 차등 과세하는 게 맞다. -수저 계급론, 헬 조선이라는 용어가 유행했다. 한국사회의 절망을 말하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는데, 역시 경제 문제인가. 당연히 경제문제다. 불평등 문제, 부의 대물림 등이 한국사회에 고착화 되면서 젊은 세대에 탈출구가 보이지 않게 된 거다.지금은 과거보다 생활수준은 높지만, 미래가 더 나아질 거란 희망이 얕아졌다. 최근에 소득 불평등에 관해 고찰한 피케티 이론이나 동국대 김낙년 교수의 통계 자료를 봐도 한국의 상위 10% 소득집중도를 기준으로 한 불평등은 미국보다 훨씬 높다. -이를 극복할 방안은 있나. 우선, 불평등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리나라 상위 10%에 속하는 이들의 소득집중은 시장원리보다 법이나 제도에 의해 불공정하게 축적된 경우가 많다. 반면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과도한 경쟁과 시장원리로 궁지에 내몰리고 있다.이를 해결하려면 정부의 경제정책이 투 트랙으로 나아가야 한다. 상위 10%의 고소득자 등에게는 시장원리, 경쟁을 도입해 특권을 줄이고, 하위 80~90% 계층에겐 지원과 보호를 통해서 과도한 경쟁을 줄여주는 거다. -영세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등에 대한 지원과 보호는 ‘경제민주화’라는 큰 틀로 정치권에서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이와는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는 건가. 진보 쪽에서는 하위계층에 대한 지원과 복지만 강조한다. 증세를 통해 이들에 대한 복지를 늘리자는 건데,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엔 미흡하다. 어려운 사람에게 지원만 하면 문제의 반만 해결하는 것이다. 경제는 무한히 커지는 게 아니다.지금 같은 저성장기에서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아랫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몫이 없다. 보호를 받는 기득권층에는 경쟁을 도입해 다른 계층이 진입 할 수 있게 길을 터주고, 보호가 필요한 이들에겐 보호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지극히 당연하게 시행되는 일들이다. 한 가지 사례를 들면, 여당에서는 의료산업 영리화로 의료산업 수출, 외국인 환자 유치 등이 필요하다고 한다. 반면, 야당에서는 의료 공공성이 무너진다며 반대한다. 둘 다 맞지 않다고 본다. 의료산업 영리화는 절대 못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사 수는 인구 10만명 당 2.2명이다. OECD 평균인 3.2명보다 3분의 1가량 부족하다.의대생 수도 적다. 의사 수가 적은데 수출산업화까지 하면 국민 의료서비스 질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의사 수를 늘려 국민의 의료 서비스 질을 충분히 확보한 이후 수출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거다. -FTA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한국경제가 세계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FTA는 시대적인 흐름이다. 특히 한국은 개방으로 성장한 나라다. 이젠 FTA를 받아들이면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부문 간 불균형이 커지는 부문을 어떻게 보완하느냐다. 특히 FTA에 앞서 중요한 게 있다. 한국 경제의 문제와 해결방안을 내부에서 찾자는 거다. 한 국가가 부흥하거나 쇠퇴하는 것은 밖의 요인도 영향을 미치지만, 내부의 문제가 더 크다. 지금 한국 경제는 우리 안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FTA라는 외부 요인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 같다. 결국엔 내부의 법과 제도, 불공정, 불평등, 부조리 모순 등 내부 문제 먼저 해결하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저성장에 접어든 세계 경제에도 맞설 수 있는 탄탄한 구조가 마련될 거라고 본다. 정자연기자 정대영 연구소장은… △현(現)송현경제연구소장 △한국은행 인재개발원 주임교수 △한국은행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장 △한국은행 금융안정분석국장△주요 저서 한국경제 대안찾기(2015) 백낙청이 대전환의 길을 묻다(2015) 동전에는 옆면도 있다(2013)한국경제의 미필적 고의(2011) 신위험관리론(2005)

[대한민국 경제를 말하다]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

한국은행의 1.5% 사상 최저 기준금리 인하와 계좌이동제 시행으로 인한 은행간 무한경쟁, 수익성 악화에서 비롯한 감원 칼바람 등 지난 2015년 은행권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렸다. 고난의 한 해를 보냈음에도 은행권은 여전히 대출과 예금을 통해 이익을 거두는 전통적인 수익 방식만 취하고 있어 ‘은행간 제살깎기식 경쟁’, ‘보수적인 은행산업’이라는 비난과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새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 한국카카오은행 출범 등 다양한 변수가 많은 2016년 은행산업의 발전방향에 대해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에게 물었다. 하 회장은 서면인터뷰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등장과 외국은행의 유입 등으로 기존 은행은 효율성 제고라는 숙제를 떠안게 돼 영업방식 다변화와 해외시장 진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라며 “변화하지 않는다면 디지털시대 은행은 돈을 보관하는 곳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은행산업을 전망했다.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임기 동안 가장 중점을 둔 사항은 무엇인가. 금융산업 발전, 연합회 소속 은행과 정부 간 소통을 원활히 하는 데 집중했다.이를 위해 은행 임원으로 구성된 ‘은행경쟁력혁신위원회’를 설치해 금융개혁 등 현안 과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방안을 모색해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했고, 여당 정책위의장, 국회 정무위원장,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등 국회와 정부 등 금융관련 주요인사들과 은행장들 간에 간담회를 활성화해 은행산업 발전을 위한 정기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됐다. 국내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국내 금리의 상승을 촉발시킬 수 있으나,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미 금리 인상은 오랫동안 예견됐던 것이고 상승속도 역시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특히 우리나라는 국제 금융시장으로부터 경제의 기초체력이 타 신흥국보다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외부충격에 대한 흡수능력을 상당 수준 갖추고 있어 큰 위기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국내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경우 가계ㆍ기업부채 등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취약요인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2016년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가계 부채가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가계빚 폭탄이 터지면 다시 한번 금융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에 대한 대책과 위기해결을 위한 은행연합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가계부채 수준이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보았을 때는 OECD 평균치 정도 되고, 가처분소득 대비로 보았을 때는 OECD 국가 중 높은 편에 속해 수준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LTVㆍDTI 규제를 지속했기 때문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나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당시의 LTV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가계부채의 절대규모가 높은 수준에 있고 가계부채 자체를 줄이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대출의 상환구조와 금리구조를 꾸준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상환구조는 일시상환을 분할상환으로, 대출금리를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112만2천 가구에 달하는 부실위험가계다.이들은 약간의 금리 인상으로도 원리금 지급 부담이 가중돼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저소득ㆍ저신용 고객의 채무가 가계부채 경착륙의 촉발 요인이 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은행연합회는 각 은행의 가계부채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활용해 가계부채 동향을 파악, 선제적이고 면밀하게 대응해 가계부채의 부실화 방지 기능을 수행할 예정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 올해 등장하는 새로운 이슈가 금융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는가.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이미 전체 은행거래의 90%가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한 거래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동 채널의 고객만족도 또한 타 채널보다 높게 나타나는 추세를 볼 때, 이미 큰 변화의 티핑포인트에 도달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은 우선 지금까지 유지돼 오던 아날로그 시대의 금융 관행이나 규제가 디지털 시대에 맞게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변화가 기존 금융권에 적용되면 기존 은행의 효율성 제고가 커다란 숙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사업 측면에서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은 P2P 업체인 렌딩클럽에서, 투자자문은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서, 결제는 알리페이나 삼성페이를 통하게 되면 은행은 핀테크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고자 돈을 보관해 두는 곳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금융회사의 서비스가 스마트폰을 통해서 손바닥 안으로 들어오는 시대로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변화하는 금융판도와 다르게 은행권은 여전히 보수적 영업전략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다양한 신사업 추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앞으로 은행권의 사업방향이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그동안 국내 은행들은 촘촘히 짜인 규제의 틀 안에서 차별성 없는 전략과 금융서비스를 가지고 별다른 고민 없이 가격 위주의 과당경쟁, 자산규모 확대를 통한 대형화 경쟁에 몰입했다. 이 때문에 은행산업의 수익성과 경쟁력이 저하됐고 현재 저금리ㆍ저성장 등 외부요인에 취약한 상태다. 국내 은행산업이 발전하려면 적절한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하고 해외진출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한편,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신용공여에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 및 수수료를 현실화하고 과도한 이자수익 의존에서 벗어나 비이자수익을 확대함으로써 지속적 발전이 가능한 수준의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지난 2014년 기준 은행의 이자이익은 34조9천억원(90.6%), 비이자이익은 3조6천억원(9.4%)으로 그 차이가 크다. 특히, 자산관리 서비스 등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수수료 수익원이 늘어날 여지가 커지는데 은행권은 그에 맞는 자산관리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해외진출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도 필요하다. 은행산업이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을 벗어나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신흥국 등 성장성이 높은 국가를 대상으로 핵심역량이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국내은행이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려면 F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보는데, 우리나라가 개도국과 금융 분야 FTA 협상 시 우리 금융 분야의 문호를 상대국에 개방하면서 상대국에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인허가를 신속히 처리하고 현지 영업규제를 개선해 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또 외국 금융당국과의 협의채널을 강화해 국내은행의 해외진출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국은행연합회 새해 목표는. 은행연합회는 소속 은행과 주요 진출국 고위당국자와의 네트워크 확대 및 해외 은행협회와의 교류ㆍ협력 확대 등 금융외교를 강화하고, 글로벌 금융인재 육성 지원 등을 통해 국내은행의 해외진출과 은행산업의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다.아울러 ‘은행경쟁력혁신위원회’ 등을 통해 규제개선 및 혁신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국회ㆍ금융당국과의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소통채널을 유지ㆍ발전시키며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금융사들의 애로사항 청취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연합회 내부적으로도 소통 강화 및 다양성 존중을 위해 소통위원회, 사내 온라인 커뮤니티(꼼방) 활성화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이정현기자 하영구 회장은…▲현(現) 전국은행연합회 회장▲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한국씨티은행 은행장▲한미은행 은행장▲한국 소비자금융그룹 대표▲한국 투자금융그룹 대표

[글로벌 도시 인천] 신항·송도국제도시 동북아 경제허브 연수구 ‘물류 르네상스’ 활짝

인천시 연수구가 인천 신항 개항 등을 계기로 물류도시로 탈바꿈함은 물론, 나날이 발전하는 송도를 중심으로 한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고의 국제도시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수도권 수출입 화물 대부분을 처리하며 수도권 관문항의 역할을 하던 인천항의 뒤를 이어 대중국 및 동남아 등의 교역을 책임질 인천 신항. 지난해 문을 연 인천 신항은 수도권 산업단지의 수출입 지원 및 유통기지 역할을 뛰어넘어 환황해권 거점항만으로 우뚝 서게 된다. 송도국제도시는 이제 외형적 발전에서 벗어나 외국인의 정주 요건을 완벽하게 갖춘 고품격 글로벌 도시로 재탄생한다. 지난 2003~2009년 국제도시 기틀을 위해 매립 등이 이뤄졌고, 지난해까지 본격적인 투자유치 등이 이뤄지며 개발사업이 가속화 됐다. 송도국제도시는 오는 2022년까지 영어가 자유롭고 외국인 친화 및 내외국인 차별 없는 도시로 한 단계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인천 신항과 연계한 배후부지 등 거대 물류도시 인천 신항은 총 사업비 5조 4천억 원이 투입돼 컨테이너부두 25선석과 일반부두 4선석, 항만배후부지 619만 1천㎡를 개발하는 대규모 사업이다.현재 1단계 개발사업은 오는 2020년까지 2조 5천억 원이 투입돼 컨테이너부두 12선석과 항만배후부지 211만㎡가 개발된다. 지난해 하반기 터미널이 문을 열며 인천 신항을 통해 각종 컨테이너 선박은 물론 수많은 관광객을 태운 대형 크루즈 선박까지 접안, 본격적인 인천 신항 시대를 열었다.지난해 6월 선광신컨터미널(주)의 B 터미널 부분개장을 시작으로 올해 3월엔 한진인천컨터미널(주)의 A 터미널도 부분개장을 앞두고 있다. 1단계 컨테이너부두 12선석의 대상선박 규모는 4천TEU급 2선석, 3천TEU급 2선석, 2천TEU급 8선석이다. 이 중 4천TEU급의 부두는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의 기항에 대응코자 8천TEU급의 대형선박을 댈 수 있도록 수심 16m로 확대됐다.특히 배후단지엔 대규모 복합물류단지가 조성, 수도권 수출입과 남북경협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항만 부가가치 창출에 큰 역할을 맡게 된다. 배후단지는 수도권과 동북아 항공 허브인 인천국제공항에 인접한 여건을 활용한 항만클러스터를 구축함으로써 환황해 환적 및 고부가가치 화물의 중심항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원재료나 부품 등을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서 수입해 인천 신항 배후부지에서 조립·가공 등의 공정을 거친 후 완제품을 수출할 경우 고부가가치 창출과 신규 컨테이너 물동량 창출이 가능하다. 이는 신항 컨테이너 부두 조기 활성화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전망이다. ■ 고품격 글로벌 도시, 송도국제도시 송도국제도시는 매년 화려하게 발전하는 만큼 외국인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송도국제도시 인구 9만여 명에 비하면 3% 수준에 그친다. 제네바 42%, 뉴욕 36.8%, 싱가포르 30% 등 국제도시 수준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외국인 정주 여건을 높이고, 글로벌 비즈니스 실현이 가능한 진정한 국제도시로의 발전 등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방침이다. 올해부터 ‘누구나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도시’ 만들기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글로벌센터 기능을 강화해 단순안내 및 중개서비스나 전문 민원처리뿐만 아니라 출입국 관련 비자 및 외국인 등록 업무까지 처리할 계획이다.생활 가이드용 이주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한국어 수업 및 운영시간을 단계별로 확대한다. 행정·법률·세무·부동산 등 원스톱 행정서비스 제공과 편리한 생활을 위한 통역 서비스 지원도 이뤄진다. ‘문화와 여가를 쉽게 즐길 수 있는 도시’ 조성을 목표로 이태원, 홍대 입구 등 외국인 Hot Place를 모델로 글로벌 문화 공간을 만들고, 대표 문화콘텐츠로 K-POP을 정해 전용공연장도 만든다. ‘의료 시술이 편한 도시’를 위해선 국제도시 수준의 외국인 친화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국제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국제진료센터 신설 및 서비스 개선에도 나선다. ‘생활이 편리한 주거 도시’를 위해 외국인 부동산 정보 통합사이트를 운영하고, 외국인 부동산 중개업소 인증제 도입, 월세 중심 외국인 임대 시스템 개선, 다양한 타입의 주택 공급 등을 추진한다. ‘교육받기 좋은 도시’를 목표로 영어권 국가 이외에 다양한 언어권의 국제학교를 추가 운영하고, 송도 거주 외국학생의 공립학교 입학, 외국 대학 유치 등도 추진한다. 이민우기자 인터뷰 이재호 연수구청장“교육 1번지 넘어세계인이 찾는 관광도시로”“20년간 인천의 교육 1번지를 지켜온 연수구가 신항과 송도신도시를 통해 물류 및 국제도시, 그리고 관광도시로 성장하도록 적극 지원하겠습니다.”이재호 연수구청장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송도국제도시를 품은 연수구의 수장으로서, 최일선에서 발로 뛰며 진심으로 송도의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자신의 핵심공약 중 하나인 신·구도심의 균형발전을 위해선 송도국제도시의 발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이 구청장은 “송도국제도시가 조성되면서 상대적으로 원도심 발전이 정체되는 것 아니냐는 주민들의 걱정이 많다”며 “그러나 송도국제도시의 성공은 원도심과 균형 발전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현재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환승객이 800만 명을 넘어서고, 크루즈를 이용해 연 27만 명 이상의 중국관광객이 인천을 찾고 있다.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 및 투어 상품을 다양화해 서울로 들어가지 않고도 쇼핑, 레저 등 다양한 체험을 인천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관광도시 연수’를 구상하고 있다. 특히 향후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조기 착공과 수인선 KTX 연결로 공항·항만·철도 교통망이 확충되면 명실 공히 서해안시대 교통 허브가 될 것이기에, 이에 따른 주민들의 먹거리 창출에 힘을 쓸 계획이다.그는 “연수구는 관광도시를 위한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가지고 있다. 크루즈선박이 들어오는 송도 신항이 있고, 인천국제공항에서 인천으로 오는 관문인데다 제3 경인고속도로를 통해 서울·수도권 이동이 쉽다”면서 “이 같은 인프라를 잘 연계해 원도심 주민들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이민우기자

[대한민국 경제를 말하다] 장병송 코트라 중국사업단장

13억 중국시장이 활짝 열렸다. 지난 12월20일자로 발효된 한ㆍ중 FTA를 두고 하는 말이다.한국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중국과의 FTA는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도, 또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2016년 경제를 뒤흔들 한중 FTA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지난 29일 장병송 코트라(KOTRA) 중국사업단장을 만나 중국 경제의 현재와 우리 기업의 한중 FTA 활용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장 단장의 해법은 명확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중국과의 교류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코트라 중국사업단을 간략히 소개해달라. 코트라는 현재 중국에 17개 무역관, 홍콩과 대만을 포함하면 19개 무역관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사업단은 현지 조사분야에서 이들 무역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주는 중국 현지 시장조사와 전파다. 중국, 대만, 홍콩의 비즈니스 환경과 기회요인을 찾아 이를 우리 기업에 전달해 진출전략 수립과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 중국 주요 기업을 국내로 초청해 한국 기업과 일대일 수출상담회를 개최해 중국 진출을 돕는 역할도 한다. -우선 현재의 중국 경제부터 진단해보자. 지금 중국은 어떤 상태인가. 일각에서는 경제 성장 저하 등을 이유로 위기설까지 제기하는데. 중국경제는 지금 과도기에 접어들었다고 보면 된다. 기존의 양적 성장 패러다임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이를 위기로 볼 수도 있겠지만, 발전을 위한 성장통 정도로 해석한다.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10월에 중국 정부가 13차 경제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서 중국은 2016년부터 적용되는 경제 정책 방향을 기존 투자와 수출에서 내수와 소비 중심의 질적 성장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물론 성장률 둔화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중국 정부조차 경제 성장률 목표도 연 6.5%로 잡았다. 기존에 10% 가까이 성장해온 점에 비춰보면 적은 수치다.그런데 중국경제가 해마다 6~7% 성장하는 것은 터키나 스위스 정도 규모의 국가 경제가 새로 생기는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중국경제를 두고 최근 이런 말을 했다. “아기가 걸음마를 걸을 때 무릎의 상처는 당연하다”라고. 현재를 지나면 중국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다. -한ㆍ중 FTA를 빼놓고 갈 수 없겠다. 실제 중국 내 반응은 어떤가. 괜히 우리만 설레발 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지난 12월20일 발효 당시 중국은 우리나라 외에 오스트리아와도 FTA를 발효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와 체결한 FTA에 대한 반응이 훨씬 뜨겁다.그럴 수밖에 없는 게 중국의 1위 수입국이 바로 한국이다. 수출로 보더라도 미국, 홍콩, 일본에 이은 네번째 수출대상국이다. 중국에도 한국은 주요 무역 파트너 국가다 보니 관심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중국에서 한국산 수입 비중이 그렇게 컸나. 현지 바이어나 언론의 반응도 궁금하다. 현지 언론에서도 한중 FTA는 중국이 현재까지 체결한 14개 FTA 중 가장 광범위한 FTA로 평가하고 있다. 20일 발효 이후 첫 번째 관세인하 혜택을 받은 의류제품에 관한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룰 정도로 관심이 높다. 현지 바이어도 마찬가지다. 코트라에서 중국 바이어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가 있다. 여기서 81%는 대 한국 수입을 늘리고 기존 수입선을 한국으로 전환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FTA를 계기로 양국 산업간 교류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중국에서도 크다. -한중 FTA를 우리 기업이 적절히 활용해야 실질적인 이득을 보지 않겠는가. 기업이 활용할만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나. 우선 소비재와 농식품 분야의 관세인하 혜택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순수 한국산 재료를 가공해 수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세안, 칠레, 페루 등 기존 우리가 가진 FTA 네트워크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예를 들면 페루에서 커피 원두를 수입해 조제커피로 가공할 경우 한ㆍ중 FTA의 조제커피 원산지 변경 기준을 충족해 협정 관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특히 중국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한 뒤 재수출 하는 경우 해당 원재료가 국내산으로 인정되는 ‘원산지 누적기준 활용 모델’을 주목해야 한다. 가공무역이 보편적인 한중 교역구조 특성상 국내 기업의 활용 여지가 클 것으로 본다. 코트라에서는 업체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한중 FTA 활용모델’을 발간했다. 참고해달라.(웃음) -반면에 우리 기업들이 주의해야 할 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물론이다. 먼저 기술적으로 보면 중국 제품의 경쟁력이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FTA를 통해 대 중국 수출 여건이 개선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제품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한발이 아닌 두세 발 앞선 아이디어, 디자인 등 제품의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충분한 관심과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현지화 전략을 어떻게 수립하느냐다. 단순하게 기술과 가격 경쟁에 앞서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국 진출을 생각하는 기업들의 귀를 쫑긋 세우는 말이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기자님께 먼저 질문 드린다. 중국은 1개 국가인가? -중국이 국가가 아니면 무엇인가? 경제적으로 접근하면 아니다.(웃음) 우리 기업들이 중국을 1개 국가라기보다 31개의 시장으로 보고 접근했으면 한다. 쉽게 설명하겠다. 중국 광둥성 인구만 1억명, GDP만 1조달러다. 중국에 31개 성ㆍ시가 있는데 광둥성 1개 성 인구만도 우리나라의 두 배에 달한다. 중국이란 국가 아래에 31개의 또 다른 국가가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들이 한 곳에만 정착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31개 성ㆍ시별로 다른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중국이 워낙 넓다. 31개 성ㆍ시가 기후와 습관이 다르고 소비문화가 다르고 산업정책이 다르다. 쓰촨(사천)성을 예로 들어보자.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 지역에 있어서 낙후됐다고 생각하는데 50년에 걸친 서부 대개발로 지금은 중국 경제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사실은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중국인이 느끼는 것,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철저하게 맞춤형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스갯소리긴 하지만 여전히 ‘뙈놈’이나 ‘짱깨’같이 중국을 속되게 이르는 말들이 쓰이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경제 현실을 돌아보자.요우커란 말이 일상화될 정도로 중국 관광객이 국내 관광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어마하다. 요우커가 없으면 명동은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 우리 수출의 30%는 중국이 차지한다. 우리의 최대 교역국으로 한국 경제와는 떼어놓고 말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제 중국을 비하할 시기는 지났다.극히 실리주의적인 관점에서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그들과 교류를 확대할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FTA를 체결한 동반자의 입장에서 우리가 활용할 부분을 찾아나가는 게 앞으로의 숙제가 될 것이다. 이관주기자 장병송 단장은…▲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졸업, 핀란드 헬싱키경제대 MBA▲현 코트라 중국사업단장▲전 코트라 청두무역관장▲전 코트라 베이징 수출인큐베이터 팀장▲전 코트라 상하이무역관, 중국지역본부 근무

[신뢰가 희망이다] 고양 일산로컬푸드직매장

농업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요즘, 로컬푸드가 소비자와 농가 사이의 신뢰를 잇는 모델로 새롭게 자리 잡고 있다. 로컬 푸드(Local Food)는 흔히 반경 50㎞ 이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말한다. 농산물을 누가, 어떻게 생산하는지 알 수 있고 장거리 이동과 다단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아 식품의 신선도는 높아지고 가격은 낮아진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고양 일산로컬푸드직매장(점장 정광화)은 신뢰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며 농가에 희망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소비자-매장-농가로 이어지는 신뢰의 가치사슬이다.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탄탄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역주민과 농가가 만들어내는 변화의 현장에 다녀왔다. ■ 우리지역서 난 로컬푸드니까… 소비자들 반했다 “오늘은 배추가 싱싱해 보이네. 오늘 저녁에 된장 풀어서 소고기 배춧국 끓일까?” 지난달 24일 고양시 일산동구 풍산동 일산로컬푸드직매장.며느리와 함께 장을 보러 온 윤효숙 씨(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ㆍ62)가 진열대 위에 올려진 배추를 보며 말했다. 집어든 배추에는 ‘고양시 00동 00지’라는 생산지와 생산자의 이름,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생산자의 이름을 확인한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배추 3포기를 골라 장바구니에 넣었다. “농민들이 갓 따온 농산물을 바로 골라 먹을 수 있어서 신선하고,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다”는 윤씨는 “내가 원하는 농가 제품을 고를 수 있어 마치 전용 주말농장에서 직접 따서 먹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역 농산물을 지역민에게 판매하고,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고자 일산농협이 지난해 5월 문을 연 이곳은 지역민들의 ‘주말농장’으로 불린다. 농장은 없지만, 농가에서 갓 따온 신선한 농산물이 진열대를 가득 메우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식품의 유통단계를 최소화해 생산자인 농민에게는 안정적 판로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당일 수확해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싼값에 공급한다. 고양시 농가 2만여 곳 중 이곳 로컬푸드에 등록된 농가는 400곳이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고양시 100여 농가에서 생산한 신선한 농산물이 100품목이 매일 아침 손님들에게 선보여진다. 오전 6시가 되면 농민들은 자신들이 새벽에 생산한 제품을 판매장에 싣고 와 가격을 결정하고, 직접 포장해 판매장에 진열한다. 판매장에 내는 수수료는 판매금액의 12%로 유통구조를 줄이니 일반 경매에 부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농민들은 남길 수 있다. 포장에는 생산자의 이름과 연락처, 농산물 소개가 적혀 있다. 농가와 소비자들이 직접 만나는 일이 많다 보니 소비자들은 농산물과 농가에 대해 속속들이 안다. 제품을 산 소비자가 농산물에 불만이 있으면, 전화해 항의하기도 하고, 좋을 땐 칭찬하기도 한다. 농가-매장-생산자로 이어지는 유통구조는 유통 비용을 20%가량 줄였다.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라는 자신감을 내보이듯 소고기 생산이력관리시스템과 소비자들이 무게를 직접 잴 수 있는 저울도 마련했다. ■ 농가·매장·소비자 잇는 탄탄한 ‘신뢰가치 사슬’ 우려와 기대 속에 문을 연 후 로컬푸드판매장은 제대로 가치를 발하고 있다. 매출은 지난해 26억원에서 올해 64억원으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신바람이 난 것은 농민들이었다. 도매시장에 내다 파는 게 전부였던 농민들은 로컬푸드 직매장이라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게 됐다. 농민의 이름을 내걸고,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이라는 신뢰를 확보하니 단골손님도 생겨나면서 농민들의 매출은 두배 이상 증가했다. 변한 건 매출만이 아니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만 취급하는 이곳에 사시사철 다양한 농산물을 판매하고자 농가들은 새로운 작물을 심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농가 경쟁력은 절로 향상됐다. 정광화 점장은 “1년 전만 해도 고양에서 수박이나 참외를 농사하는 농가가 없었는데 올해부터 농가들이 심기 시작했다”면서 “기존에는 한 농가가 10개의 농산물을 생산했다면, 요즘엔 평균 20~30개의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한다. 로컬푸드가 지역의 밥 지도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의 성공 비결은 농산물에 대한 투명성과 소비자들의 신뢰다. 매장 판매 원칙은 당일 생산, 당일 판매의 철저한 1일 시스템이다.또 고양시농업기술센터와 업무협약을 맺어 일주일에 대표 상품 10점씩을 정밀 검사하고, 기준치 이상 농약이 검출되면 출하를 정지해 안전성을 높였다. 농가도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다 보니 질 좋은 농산물을 판매하려고 더욱 노력했다. 소비자들은 농가가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판매한다고 믿고, 농가들은 이렇게 얻은 수익이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을 확인했다. 매장은 농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교육을 진행한다. 농가-매장-소비자 간에 믿음과 신뢰가 절로 쌓이면서 이곳은 문을 연지 1년 반 만에 지역민들의 ‘애장터’가 됐다. 정광화 점장은 “로컬푸드 직매장은 농민과 소비자가 신뢰로 연결되는 곳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가 깨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면서 “로컬푸드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을 더욱 높이고자 소비뿐만 아니라, 농업에 대한 문화를 알 수 있도록 신개념 공간으로 확장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정자연기자 로컬푸드 ‘信바람’신뢰+안전 먹을거리 ‘농가 새 희망’… 2018년까지 직매장 대폭 확대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아지는 시대다. 농가들은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신뢰를 높이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우선 로컬푸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경기지역에는 지난 10월 기준 11개 시ㆍ군에 17개 로컬푸드 직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우리가 먹는 농산물을 누가, 어떻게 생산하는지 알 수 있어 지역민들의 호응이 높다.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매장의 매출액도 덩달아 늘어났다. 양평 친환경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난 2013년 개장 첫해 2억7천800만원이던 매출액이 올 10월 현재 13억7천200만원으로 급증했다. 평택로컬푸드직매장도 2013년 1억8천900만원에서 올해 10억5천300만원으로 매출액이 5.5배나 뛰어올랐다.로컬푸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경기도는 ‘로컬푸드 기본계획’을 수립, 오는 2018년까지 로컬푸드 직매장을 100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이 외에도 농산물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다양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농산물이력추적관리로 연 1회 이상 생산과 유통, 판매과정을 조사해 안전성 등을 조사한다. 또 지난 2006년 도입된 농산물우수관리제도(GAP)는 생산단계에서 판매단계까지의 농산식품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 소비자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한다. 일부 채소ㆍ과일에서 농약이 과다검출 되거나, 학교 급식에서 비위생적인 농산물이 사용됐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농산물에 대한 국민의 안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농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현장에서 철저하게 조사하고, 농가의 GAP 교육 이수 여부, 농산물우수관리시설 처리 여부, 이력추적 관리 여부 등을 따져 인증한다. 지난해까지 인증받은 농가는 4만6천323곳에 달한다. 도입 당시인 2006년 220곳이었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정자연기자

[중국이 희망이다] 가죽가공업체 ㈜고려상사

미국 기준금리 인하로 신흥국의 경제불안이 커져 우리나라 수출산업도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정부의 소비활성화 정책 등으로 내수가 회복세를 띠며 살아나려는 국내 경제 불씨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이같은 악재를 극복할 대안으로 지난해 비준된 한ㆍ중 FTA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4년 우리나라의 대(對) 중국 수출 규모는 1천452억8천770만1천달러로 2위인 미국(702억8천487만2천달러)과 약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2위부터 5위의 수출규모를 합쳐야 중국과 비슷해진다.세계 경제의 블랙홀로 불리며 거대한 인구를 앞세워 단기간에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G2에 오른 중국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이처럼 우리나라 경제회복의 희망으로 주목받는 중국시장을 국민이 등을 돌린 돼지가죽(이하 돈피)으로 공략하는 경기도 중소기업이 있다. 가죽가공 중소기업인 (주)고려상사는 한ㆍ중 FTA를 계기로 중국 수출을 늘려 세계로 뻗어나가는 전초전을 치를 계획이다. ■ 무역 적자 섬유시장… ‘돈피’로 돌파 섬유는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부문으로 중국 수입 비중이 높다. 특히 한ㆍ중 FTA로 시장이 개방되면서 악영향을 많이 받을 산업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8~10% 내외에 이르는 섬유 제품 관세 철폐 시 면직물 및 폴리 혼방 직물, 뜨개직물 등에서 중국 제품 유입세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때문이다. 유명 상표 없이 신발, 의류, 가방 등을 소규모로 제작하는 영세 업체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ㆍ중 FTA로 섬유업계에는 칼바람이 불고 있지만, 가죽업체인 고려상사는 이 칼바람이 순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주력상품인 돈피(豚皮)가 국내에서는 인기가 없어 중국의 저가 돼지가죽 제품이 들어와도 경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돈피는 15~20년 전에는 소가죽 등과 비슷하게 옷, 구두 등 많은 부분에서 쓰였다. 하지만, 원자재를 표시하는 기준이 생긴 후부터 매출이 곤두박질하기 시작했다. 돼지가죽을 입고 신는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한 소비자 탓이다. 지금은 국내 소비는 거의 없고 해외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ㆍ중 FTA로 섬유 부문은 관세 14%가 10년간에 걸쳐 1.4%씩 내려간다. 관세 인하폭이 낮아 수출에 큰 기여를 하지는 못하지만,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시장이 개방을 통해 교류한다는 인식이 커져 대 중국 제품 판매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고려상사는 지난해 매출 60억원 중 중국을 대상으로 한 매출이 전체의 50%인 30억원에 달했기때문에 중국 시장이 개방되면서 수출물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봉건 고려상사 대표는 “교역국 중 가장 많은 부분은 차지하는 중국 수출이 한ㆍ중 FTA 개방으로 지금보다 더 늘어 전체 매출이 20~30%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변에서는 FTA로 섬유업계에 부정적인 영향만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큰데 가죽제품, 특히 우리가 생산하는 돼지가죽은 개방에 따른 가격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 수출 물량만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중국은 세계시장 열쇠… 끊임없이 기술개발 몰두 돈피는 중국제품의 국내 시장 유입이 없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필요는 없지만, 이미 중국시장에 존재하는 가죽기업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이를 위해 고려상사가 대비하는 것은 기술개발에 따른 차별화다. 3D 업종이라는 편견 속에서 국내 다른 업체뿐 아니라 해외기업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차별화된 가죽 기술개발에 몰두한 것이다. 과거에는 돈피에 한 가지 색만 입혀 사용했지만, 해외 수출을 위해 다양한 무늬를 넣어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돈피는 가공 작업을 많이 하면 뻣뻣해지는 특성이 있어 화려하게 만들려고 이것저것 그림과 무늬를 넣으면 쓸 수 없게 돼버린다.고려상사는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많은 무늬와 색을 조합해도 뻣뻣해지지 않는 돈피 원단을 만들었다. 직물을 부분적으로 착색해 무늬가 나타나게 하는 ‘날염’ 기술을 돈피에 맞게 재탄생시킨 것이다. 시중에 존재하지 않는 기술이었기 때문에 기계도 자체 기술력으로 직접 제작했다. 가죽에 새겨지는 디자인 무늬도 직접 만든 도안을 95% 이상 사용해 제품에 차별성을 높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반짝이는 금가루를 묻힌 돈피 원단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사람들이 황금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상품에 대한 올해 매출이 크게 늘 것으로 고려상사는 예상했다. 중국 시장 수출 확대에 기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제 중국은 여러 아시아 국가 중 하나가 아니라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중국을 공략하면 세계가 열린다는 것이 지금 고려상사의 비전이다.김 대표는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수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중국에 관심이 많이 가는 것은 한ㆍ중 FTA 등 우리나라의 시장 개방으로 세계로 뻗어나갈 길이 열렸기 때문”이라며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자동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2016년은 기회와 시험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현기자사진=전형민기자

[기술이 희망이다] 배명직 기양금속공업대표

짙은 눈썹, 이글거리는 눈빛, 다부진 체격에 당당한 걸음걸이. 대한민국 표면처리 분야 1호 명장인 배명직 기양금속공업 대표(54)의 첫인상은 무척이나 강렬했다. 그의 태도 하나하나에는 대한민국 명장으로서의 자긍심과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 배여 있었다. 경북 예천군 시골 농부의 맏아들로 태어나 이제는 세계를 대표하는 도금 명장이 된 그를 만나 기능인으로서 삶과 대한민국 기술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 도금과 인연 맺다 지난 23일 오전 안산 도금클러스터에 위치한 기양금속공업 사무실에서 배 명장을 만났다. 채 10평이 안될법한 작은 집무실에는 각종 상패와 트로피, 메달, 감사패, 표창장 등이 가득차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도금 명장으로 그가 걸어온 길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그러나 현재의 자리까지 올라오는 데에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어렸을 때 참 대책 없이 살아왔다”던 배 명장의 얼굴에 문득 아련함이 떠올랐다. 학창시절, 공부가 싫어 ‘기술 배워서 돈 벌자’는 생각으로 경북 영주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화공과가 뭔지도 모른 채 갔던 학교에서 배 명장은 소위 말하는 ‘짱’이 됐다. “지금 생각하면 참 철없던 시절이었죠. 요즘 말로 양아치(?)라고 하나요. 그냥 졸업장 받아서 돈이나 벌자는 생각이었지 도금이 뭔지도 몰랐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무작정 대구로 몸을 향했다. 안경테, 낚싯대, 피혁 공장 등 일대 공장을 무일푼으로 전전하면서 일을 배웠다. 당시 한 공장에서는 하루종일 온몸으로 염산가스를 맞으면서 ‘눈물 젖은 빵’을 먹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변화의 계기가 찾아왔다. 군대를 대신해 서울 도봉구의 한 도금공장에서 방위산업체 근무를 시작했다. 매일 코피를 흘려가며 ‘진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폐수처리장 관리부터 기술부, 관리, 구매, 영업까지 모든 직종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노력의 결과일까, 23살 고졸 출신의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던 청년이 과장까지 승진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또다시 시련이 닥친다. 도금공장이 부도가 난 것이다.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법정관리인을 찾아 그간의 신용만을 바탕으로 공장 내 부지 30여평을 얻어 ‘명일공업’이라는 간판을 걸었다.현 기양금속공업의 첫 시작이었다. “가진 게 하나도 없었지만 공장에 있는 기계를 옮기고 부지를 일부 떼어서 처음으로 창업에 나섰습니다. 그 어려움을 겪고 내 회사를 갖게 되니 이보다 더 소중한 것이 없더라구요” ■ 대한민국 명장이 되다 자신만의 회사를 차린 뒤 도금 관련 특허를 4건 개발하면서 업계에 이름을 알리고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배 명장. 그러나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기술을 이론과 접목시키고자 35살 늦은 나이에 대학생이 됐다. 현 재능대학 표면처리과에 입학한 것. 대학을 다니며 도금기능사 자격 두개를 취득하며 이론도 쌓았다. 내친김에 한국산업기술대 대학원 신소재공학과에 진학해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학창시절 공부가 싫어서 기술을 배웠는데 공부가 이렇게 재밌을 줄 몰랐죠. 힘든 줄도 모르고 기능장 시험까지 준비했습니다. 정말 독하게 마음을 먹었더니 모든 일이 술술 풀렸습니다” 3수 끝에 기능장 시험에 합격한 그에게는 현역 중소기업 CEO 기능장 1호의 영예가 돌아갔다.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왕 시작한 일 끝을 보자’는 생각에 지난 2007년 기능인으로서 최고 영예인 ‘대한민국 명장’에 도전, 국내 첫 표면처리 분야 명장으로 등록됐다. 그의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이다. ■ 명장, 세계로 나가다 대한민국 명장으로 인정되고 나면 주어지는 혜택 중 하나가 바로 해외연수다. 이때 독일과 스위스 등 기술 강국을 찾은 배 명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독일 하면 쌍둥이칼, 스위스는 시계 같은 대표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생각하니깐 딱히 떠오르는 대표 브랜드가 없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우리 대한민국 명장들이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죠”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대한민국 명장 30여명이 참여한 브랜드 ‘골드 스퀘어’를 탄생시킨 것도, 주석ㆍ스테인리스 등에 순금을 도금처리해 다양한 장식품이나 트로피 등을 만드는 배 명장만의 브랜드 ‘골드 마이스터’를 론칭한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었다. 그중 역점 상품은 바로 ‘황금칼’이다. 마모가 되지 않고 쇠냄새가 배지 않는 이 칼은 현재 유명 셰프들이 가장 선호하는 칼 브랜드로 명성을 쌓고 있다. 내년에는 국내 200개 대리점은 물론 미국지사를 만들고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설 계획이다. “임가공만 하다가 내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게 또 매력이네요(웃음). 준비는 끝났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브랜드를 만들어서 한국의 기술을 세계에 드높이겠습니다” ■ 기술인재 없인 기술한국 없어… “뿌리산업 지켜야 한다” 배 명장에게는 또 다른 사명이 있다. 대한민국 명장으로서 후배 기능인을 양성하고, 그들이 더 좋은 여건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 마이스터고, 대학 등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오면 열 일을 제쳐놓고라도 찾아가는 이유다. 그는 현 국내 뿌리산업의 현실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우수한 기능인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됐고, 정부의 기능인에 대한 대우도 좋아졌지만 제조업의 근간인 도금, 금형 등 ‘뿌리산업’은 무너져가고 있기 때문. 그는 이러한 원인으로 인재육성의 미흡을 꼽았다. “기초산업 인재 양성이 되지 않으면 우리 뿌리산업을 모두 외국인 손에 맡겨야 할지도 모릅니다.산업 근간에 이바지하는 젊은 인재가 나올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기술은 우리 손으로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 평생 기능인으로 살아온 대한민국 명장의 마지막 말이 진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관주 기자사진=김시범 기자 PROFILE 현 기양금속공업 대표이사 현 비엠제이 대표이사·현 대한민국명장회 이사 표면처리 1호 대한민국 명장·업계 1호 대한민국 산업현장교수 금속공예(금속표면처리부문) 명인

[창업이 희망이다] 중진공 청년창업사관학교

극심한 경기부진, 높은 청년 실업률 등 한국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창업’이 손꼽히고 있다.남다른 아이디어와 꺾이지 않는 도전으로 신시장을 개척하는 ‘창업 정신’은 이제 경제계를 넘어 전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청년 창업의 요람’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주인공들이 있다. 미래를 꿈꾸는 청년 창업가들이 흘리는 땀방울 속에서 희망의 씨앗은 하나씩 싹트고 있었다. ■ “세계 속 한국제품 알린다” 입교기업 부푼 꿈 하루에도 수십, 수백대의 자동차들이 폐차장으로 향한다. 연식이 오래돼서, 사고가 나서…. 이유는 다양하다.그런데 화재가 나도 차량이 불타지 않는 이상 쉽게 망가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차량용 의자에 쓰이는 가죽시트다. 그럼에도 폐차장에 가면 멀쩡한 가죽시트도 그냥 버려지기 일쑤다. 재활용하면 되는 것을 비용까지 들여가며 폐처리 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영국의 한 대학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전공하던 최이현 모어댄(MORETHAN) 대표(35)의 머릿속에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자동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고자 폐차장을 찾았던 것이 시작이다. ‘버려지는 가죽시트를 재활용해 가방을 만들어도 되겠는데?’, ‘재활용품에 디자인을 입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업사이클링 가방 브랜드를 만들어보자!’ 머릿속에만 머물렀던 최 대표의 아이디어는 올해 5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교하면서 점점 현실이 됐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동료 창업가들과 소통하면서 아이디어가 실현됐다. 누가 가지고 다닐지, 들어갈 물품은 무엇인지 등 자세한 수요조사와 함께 맞춤형 디자인으로 탄생한 최 대표의 가방은 벌써 영국과 독일, 프랑스, 미국 등 해외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최 대표는 “창업사관학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하우와 마케팅, 법무, 세무 등 기업 대표로서 알아둬야 할 분야에 대해 교육을 받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또 입교생 동기들과 서로 아는 사실을 공유하고 토론하며 스스로도 발전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11월 창업사관학교의 지원으로 미국 실리콘밸리를 다녀온 것은 그에게 시야를 넓히는 기회가 됐다. 대학생들이 큰 고민 없이 창업을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모습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도 받았다. 동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워가는 창업 과정도 매력적이었다. 최 대표 또한 이곳에서 공동개발 제안을 받는 등 성과도 있었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서 윤리적 소비, 가치를 품은 상품을 구매하는 트렌드가 각광을 받고 있다는 점도 그에게는 고무적이다.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내가 만든 가방을 보는 것이 꿈”이라며 “한국의 제품을 세계에 알리는 업사이클링 대표 기업인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다짐이 야무지다. ■ 미래의 스티브잡스·정주영… 청년기업가 ‘열정’ 돕는다 해가 서쪽 하늘로 뉘엿뉘엿 넘어갈 시간.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의 불은 꺼질 줄 모른다. 창업 아이템을 기획하고, 회의를 펼치고, 판로를 모색하는 젊은 창업가들.우리나라를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CEO로 성장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낮과 밤이 따로 있을 수 없다. 하루에 한 발을 내딛기도 버거울 때가 있지만 내일의 스티브 잡스, 내일의 정주영을 생각하면 이들의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걸린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최 대표와 같이 꿈을 가진 창업가들을 육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지난 2011년 안산에 개교한 이래 지난해까지 총 1천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2천500여억원의 매출과 4천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기술창업 준비 청년 창업자를 선발해 창업의 전 과정을 일괄 지원한다는 데 있다. 창업자금에서부터 교육ㆍ코칭ㆍ사무공간ㆍ제작장비ㆍ판로개척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특히 제품 개발의 과정뿐 아니라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고 전담 교수진을 두는 등 CEO의 의지와 능력을 개발하는데 중점을 둔다. 최고의 청년창업 지원기관인 만큼 입교 경쟁도 치열하다. 매해 평균 5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서류와 면접은 물론, 심층평가를 통해 창업가로서의 성공에 대한 의지와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만 선정될 수 있다. 1년간의 입교 생활을 마친 뒤에는 판로지원과 정책 투ㆍ융자 연계, 멘토링 등 사후 연계지원도 이뤄진다. 이를 통해 창업가들이 졸업 후 안정적인 정착까지 도모할 수 있다. 최원우 청년창업사관학교장은 “창업자들의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고 성공의 DNA를 심어 창업기업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도록 계속해서 매진할 계획”이라며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청년 창업가들과 함께 미래에 대한 희망의 길을 함께 걸어나가겠다”고 말했다.이관주기자 [인터뷰]최원우 청년창업사관학교장창업은 우리 경제의 미래동력준비된 도전만이 성공 지름길단정한 백발과 깔끔한 정장. 최원우 청년창업사관학교장의 첫인상은 무척이나 온화했다. 예비 창업가들에게 선생님의 마음으로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던 최 교장. 하지만 창업의 중요성에 대한 질문에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창업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희망이자 미래 동력”이라고. 청년 창업의 요람을 이끌어나가는 그에게 우리나라 창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창업이 왜 중요한가.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와 출중한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일반 기업에서는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40세만 넘어도 상당수가 일을 그만둔다. 그러나 이런 기술과 아이디어는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창업이 바로 이러한 역할을 한다.- 창업에 가장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기업 환경은 생태계와 비슷해 끊임없이 생명이 새로 탄생해야 유지가 가능하다. 이스라엘의 ‘후츠파 정신’은 그 표본이라 볼 수 있다.형식과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도전하는 그들의 정신은 작은 나라를 전 세계적 창업 강국으로 성장시켰다. 이 후츠파 정신이 우리나라 곳곳에서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우리나라 창업의 미래, 어떻게 보나.우리나라에서는 똑똑한 아이들에게 고시를 보라고 한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사업을 하라고 한다. 자본주의 국가의 꽃은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를 이끄는 창업이다. 기업가에 대한 인식이 우선 개선돼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 창업의 미래는 밝다고 본다.정부 정책의 포커스가 창업에 맞춰지면서 아이디어와 사명감만 있다면 창업할 수 있는 기반이 어느 정도 마련됐다. 여기 입교생들만 보더라도 창의력과 아이디어가 탁월한 청년들이 많다. 이들의 꿈과 열정을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닌가 한다.- 여전히 실패에 대한 두려움, 자금 문제 등으로 고민하는 예비 창업가들이 많다.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기업이 창업한 지 3~4년 정도가 지나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는 일명 ‘데스밸리’가 찾아온다. 사무실, 인건비, 판로개척 등 초기 비용도 만만치 않다. 다행히 최근 창업 열풍에 힘입어 창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이 많아졌다. 우리 창업사관학교만 하더라도 사무실 공간을 제공하고 제품개발에 필요한 장비를 지원한다. 자신이 꿈꾸는 창업에 맞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이제는 사업에 대한 장기적 비전만 있다면 언제든 창업이 가능해졌다. 충분한 시장조사와 전략을 마련하고 준비된 도전을 펼쳤으면 한다.이관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