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를 말하다]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

“해외시장 진출 선택 아닌 필수… 변화하지 않는 은행은 돈보관 장소 전락”

▲ 정부와 은행 간 소통을 강화해 국내 은행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새해를 반기며 밝게 미소를 짓고 있다.

한국은행의 1.5% 사상 최저 기준금리 인하와 계좌이동제 시행으로 인한 은행간 무한경쟁, 수익성 악화에서 비롯한 감원 칼바람 등 지난 2015년 은행권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렸다.

고난의 한 해를 보냈음에도 은행권은 여전히 대출과 예금을 통해 이익을 거두는 전통적인 수익 방식만 취하고 있어 은행간 제살깎기식 경쟁’, ‘보수적인 은행산업이라는 비난과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새해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 한국카카오은행 출범 등 다양한 변수가 많은 2016년 은행산업의 발전방향에 대해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에게 물었다.

하 회장은 서면인터뷰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등장과 외국은행의 유입 등으로 기존 은행은 효율성 제고라는 숙제를 떠안게 돼 영업방식 다변화와 해외시장 진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라며 변화하지 않는다면 디지털시대 은행은 돈을 보관하는 곳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은행산업을 전망했다.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임기 동안 가장 중점을 둔 사항은 무엇인가.

금융산업 발전, 연합회 소속 은행과 정부 간 소통을 원활히 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은행 임원으로 구성된 ‘은행경쟁력혁신위원회’를 설치해 금융개혁 등 현안 과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방안을 모색해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했고, 여당 정책위의장, 국회 정무위원장,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등 국회와 정부 등 금융관련 주요인사들과 은행장들 간에 간담회를 활성화해 은행산업 발전을 위한 정기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됐다. 국내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국내 금리의 상승을 촉발시킬 수 있으나,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미 금리 인상은 오랫동안 예견됐던 것이고 상승속도 역시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제 금융시장으로부터 경제의 기초체력이 타 신흥국보다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외부충격에 대한 흡수능력을 상당 수준 갖추고 있어 큰 위기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국내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경우 가계ㆍ기업부채 등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취약요인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2016년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가계 부채가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가계빚 폭탄이 터지면 다시 한번 금융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에 대한 대책과 위기해결을 위한 은행연합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가계부채 수준이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보았을 때는 OECD 평균치 정도 되고, 가처분소득 대비로 보았을 때는 OECD 국가 중 높은 편에 속해 수준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LTVㆍDTI 규제를 지속했기 때문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나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당시의 LTV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가계부채의 절대규모가 높은 수준에 있고 가계부채 자체를 줄이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대출의 상환구조와 금리구조를 꾸준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상환구조는 일시상환을 분할상환으로, 대출금리를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112만2천 가구에 달하는 부실위험가계다. 

이들은 약간의 금리 인상으로도 원리금 지급 부담이 가중돼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저소득ㆍ저신용 고객의 채무가 가계부채 경착륙의 촉발 요인이 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은행연합회는 각 은행의 가계부채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활용해 가계부채 동향을 파악, 선제적이고 면밀하게 대응해 가계부채의 부실화 방지 기능을 수행할 예정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 올해 등장하는 새로운 이슈가 금융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는가.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이미 전체 은행거래의 90%가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한 거래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동 채널의 고객만족도 또한 타 채널보다 높게 나타나는 추세를 볼 때, 이미 큰 변화의 티핑포인트에 도달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은 우선 지금까지 유지돼 오던 아날로그 시대의 금융 관행이나 규제가 디지털 시대에 맞게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변화가 기존 금융권에 적용되면 기존 은행의 효율성 제고가 커다란 숙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사업 측면에서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은 P2P 업체인 렌딩클럽에서, 투자자문은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서, 결제는 알리페이나 삼성페이를 통하게 되면 은행은 핀테크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고자 돈을 보관해 두는 곳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금융회사의 서비스가 스마트폰을 통해서 손바닥 안으로 들어오는 시대로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변화하는 금융판도와 다르게 은행권은 여전히 보수적 영업전략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다양한 신사업 추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앞으로 은행권의 사업방향이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그동안 국내 은행들은 촘촘히 짜인 규제의 틀 안에서 차별성 없는 전략과 금융서비스를 가지고 별다른 고민 없이 가격 위주의 과당경쟁, 자산규모 확대를 통한 대형화 경쟁에 몰입했다. 이 때문에 은행산업의 수익성과 경쟁력이 저하됐고 현재 저금리ㆍ저성장 등 외부요인에 취약한 상태다.

 

국내 은행산업이 발전하려면 적절한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하고 해외진출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한편,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신용공여에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 및 수수료를 현실화하고 과도한 이자수익 의존에서 벗어나 비이자수익을 확대함으로써 지속적 발전이 가능한 수준의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 

지난 2014년 기준 은행의 이자이익은 34조9천억원(90.6%), 비이자이익은 3조6천억원(9.4%)으로 그 차이가 크다. 특히, 자산관리 서비스 등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수수료 수익원이 늘어날 여지가 커지는데 은행권은 그에 맞는 자산관리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해외진출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도 필요하다. 은행산업이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을 벗어나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신흥국 등 성장성이 높은 국가를 대상으로 핵심역량이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국내은행이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려면 F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보는데, 우리나라가 개도국과 금융 분야 FTA 협상 시 우리 금융 분야의 문호를 상대국에 개방하면서 상대국에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인허가를 신속히 처리하고 현지 영업규제를 개선해 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또 외국 금융당국과의 협의채널을 강화해 국내은행의 해외진출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국은행연합회 새해 목표는.

은행연합회는 소속 은행과 주요 진출국 고위당국자와의 네트워크 확대 및 해외 은행협회와의 교류ㆍ협력 확대 등 금융외교를 강화하고, 글로벌 금융인재 육성 지원 등을 통해 국내은행의 해외진출과 은행산업의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아울러 ‘은행경쟁력혁신위원회’ 등을 통해 규제개선 및 혁신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국회ㆍ금융당국과의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소통채널을 유지ㆍ발전시키며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금융사들의 애로사항 청취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연합회 내부적으로도 소통 강화 및 다양성 존중을 위해 소통위원회, 사내 온라인 커뮤니티(꼼방) 활성화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이정현기자

하영구 회장은…

▲현(現)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한국씨티은행 은행장

▲한미은행 은행장

▲한국 소비자금융그룹 대표

▲한국 투자금융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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