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겪는 ‘갈등’은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더욱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표출된다.특히 민주주의 사회에서 갈등은 타협에 의해 해결책이 제시되면 더 나은 발전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이 같은 갈등은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 복잡한 구도로 나타난다.개인뿐 아니라 집단과 단체 간의 갈등은 물론, 지역 간 갈등과 국가 간 갈등도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 갈등은 서로 타협에 의해 해결책을 찾아내지만, 장기간 지속하는 갈등도 상당수다. 2015년 한 해 동안 경기지역을 비롯한 우리 주변에서는 다양한 갈등이 잇따랐다. 어떤 갈등은 해결됐고, 어떤 갈등은 새해를 맞아서도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지고 있다. 이에 본보는 경기지역 주요 갈등사례를 되짚어보고 더 나은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 갈등이란갈등은 우리 주변에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작게는 부모와 자식 간, 또는 형제, 자매 그리고 친인척 간의 가족 갈등부터 크게는 역사와 영토, 정치문제 등의 국가 간 갈등까지…. 또 개인이 다양한 선택들 사이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고민하는 내적 갈등도 있다. 갈등은 세대와 계층, 조직과 국가뿐 아니라 개인 안에서도 이뤄지는 근본적인 고민의 산물이다. 미국의 사상가 레빈(K. Lewin) 역시 갈등을 ‘거의 비슷한 정도의 상반되거나 양립할 수 없는 두 개 이상의 욕구가 동시에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정의했다.그는 갈등을 3개 유형으로 구분했는데, 두 가지 모두 동시에 하고 싶지만 가능하지 않은 때 나타나는 접근-접근형 갈등, 두 가지 모두 하기 싫을 때 나타나는 회피-회피형 갈등, 두 가지 중 하나는 하고 싶고 하나는 하고 싶지 않을 때 나타나는 접근-회피형 갈등 등이다.그러면서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 극복한다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vs 지역2015년 한 해 동안 경기지역을 들끓게 했던 갈등은 수도 없이 많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연정’은 그래서 그 의미가 컸다. 여전히 서로 이견이 크기는 하지만, 연정은 도와 도의회, 시ㆍ군 간 오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하지만 연정이 지역 내 모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의 칼’은 아니었다. 당장 화성과 수원, 용인, 안성과 평택 등이 각자 다른 입장으로 갈등을 겪는 광역화장장, 송탄상수원 문제는 ‘해결’이 되기보다는 임시방편으로 ‘봉인’이 됐다.우선 송탄상수원 갈등을 살펴보자. 송탄상수원 갈등은 지난 1979년 지정된 평택 진위천 송탄취수장 일대 송탄상수원보호구역 지정을 둘러싸고 용인과 안성, 평택시가 빚는 36년간의 갈등이다. 취수시설 상류지역인 용인과 안성지역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각종 규제를 받지만 평택시는 시민 7만5천명의 급수원이라며 수질보존을 주장, 수십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급기야 지난 8월에는 정찬민 용인시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과 보호구역 지정으로 수십년간 고통받아온 처인구 이동ㆍ남사면 주민 500여명이 평택시청 앞을 찾아 집회를 열기도 했다. 경기도가 중재에 나서 용인과 안성, 평택시가 ‘진위·안성천 및 평택호 수계 수질개선과 상·하류 상생협력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키로 했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는 상태다.또 지난 한 해 경기남부권역의 최대 갈등 이슈였던 광역화장장 건립 갈등 역시 국토교통부가 조건부로 건립을 승인키로 했지만, 갈등은 일단락되지 않았다. 여전히 서수원권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한 상태로, 이들이 주장하는 칠보산 생태계 파괴와 부동산 가치 하락 등에 대해 화성시가 얼마만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이다.이들은 국토부의 조건부 승인이 결정된 지난달 24일에도 “칠보산 생태계 파괴 등을 우려하는 서수원 주민들의 의견이 전혀 수렴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다. 수원시 역시 ‘유감’을 표명했다.■ 사회 갈등다양한 사회 갈등이 표현된 경기지역에서 이번 연말연시 가장 큰 갈등 이슈는 ‘누리 과정 예산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까지 빚어진 누리 과정 예산의 쟁점은 어린이집, 유치원의 보육비 지원을 중앙정부가 하느냐 지방정부가 하느냐다.사실 남경필 경기지사가 당선과 함께 제안한 여야 연정은 지난 2014년 12월 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이 파견한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가 취임하며 제도의 틀을 갖추고서 지난해 도의회와 예산 연정, 도교육청과는 교육 연정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특히 남 지사는 도의회 자체편성 몫으로 올해 본예산의 경우 500억원을 넘기며 예산 연정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또 도교육청과는 반값교복, 1교시 전 축구교실 등을 함께 추진하며 교육 연정 파트너가 됐다. 그러나 누리 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편성을 놓고 도와 도의회, 도교육청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그간의 동반자적 관계가 한순간에 변했다.자칫 잘못하면 누리과정뿐 아니라 도와 도교육청의 모든 새해 사업도 전면 중단될 위기다. 현재로서는 대화와 타협만이 이 갈등의 탈출구다.그러나 당장 사안을 결정할 수 있는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정 도교육감과 달리, 남경필 경기지사와 경기도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은 중앙정부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만큼, 현재로서는 이마저도 미지수다.■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내려면최순종 갈등관리센터장은 실타래처럼 얽힌 갈등을 풀려면 서로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최 센터장은 “현대사회는 감정화, 정치화, 조직화, 공론화와 원인불명의 갈등이 산재한다”며 “갈등 상황 중에 제3의 이해관계자가 개입하면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의 갈등이 물적 피해보상에 대한 갈등이었다면 최근에는 이해 당사자 간의 감정적인 측면도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갈등을 슬기롭게 풀어낼 수 있을까? 최 센터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절차에 따른 해결은 반발에 따른 또다른 갈등만 키울 수 있다”면서 “객관적으로 갈등의 상황을 관찰할 수 있는 중립적인 전문가의 조율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갈등을 조율하고 조정할 수 있는 전문적, 중립적 전문가의 양성이 시급하다는 말이다.또 지역 간, 계층 간 갈등을 해결하려면 협력을 통한 상생실천이 급선무라고 분석했다. 최 센터장은 “갈등은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느냐, 어떻게 구성원 간의 가치 통합을 이끌 수 있느냐에 따라 쉽게 해결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각자 커진 목소리를 낮추고 상대에 대한 이해와 양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영국기자
사회
안영국 기자
2016-01-04 1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