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1개 국가 아닌 31개 시장… 철저한 현지화 전략짜야”
한국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중국과의 FTA는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도, 또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2016년 경제를 뒤흔들 한중 FTA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지난 29일 장병송 코트라(KOTRA) 중국사업단장을 만나 중국 경제의 현재와 우리 기업의 한중 FTA 활용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장 단장의 해법은 명확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중국과의 교류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코트라 중국사업단을 간략히 소개해달라.
코트라는 현재 중국에 17개 무역관, 홍콩과 대만을 포함하면 19개 무역관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사업단은 현지 조사분야에서 이들 무역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주는 중국 현지 시장조사와 전파다. 중국, 대만, 홍콩의 비즈니스 환경과 기회요인을 찾아 이를 우리 기업에 전달해 진출전략 수립과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 중국 주요 기업을 국내로 초청해 한국 기업과 일대일 수출상담회를 개최해 중국 진출을 돕는 역할도 한다.
-우선 현재의 중국 경제부터 진단해보자. 지금 중국은 어떤 상태인가. 일각에서는 경제 성장 저하 등을 이유로 위기설까지 제기하는데.
중국경제는 지금 과도기에 접어들었다고 보면 된다. 기존의 양적 성장 패러다임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이를 위기로 볼 수도 있겠지만, 발전을 위한 성장통 정도로 해석한다.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10월에 중국 정부가 13차 경제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서 중국은 2016년부터 적용되는 경제 정책 방향을 기존 투자와 수출에서 내수와 소비 중심의 질적 성장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물론 성장률 둔화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중국 정부조차 경제 성장률 목표도 연 6.5%로 잡았다. 기존에 10% 가까이 성장해온 점에 비춰보면 적은 수치다.
그런데 중국경제가 해마다 6~7% 성장하는 것은 터키나 스위스 정도 규모의 국가 경제가 새로 생기는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중국경제를 두고 최근 이런 말을 했다. “아기가 걸음마를 걸을 때 무릎의 상처는 당연하다”라고. 현재를 지나면 중국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다.
-한ㆍ중 FTA를 빼놓고 갈 수 없겠다. 실제 중국 내 반응은 어떤가. 괜히 우리만 설레발 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지난 12월20일 발효 당시 중국은 우리나라 외에 오스트리아와도 FTA를 발효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와 체결한 FTA에 대한 반응이 훨씬 뜨겁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중국의 1위 수입국이 바로 한국이다. 수출로 보더라도 미국, 홍콩, 일본에 이은 네번째 수출대상국이다. 중국에도 한국은 주요 무역 파트너 국가다 보니 관심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중국에서 한국산 수입 비중이 그렇게 컸나. 현지 바이어나 언론의 반응도 궁금하다.
현지 언론에서도 한중 FTA는 중국이 현재까지 체결한 14개 FTA 중 가장 광범위한 FTA로 평가하고 있다. 20일 발효 이후 첫 번째 관세인하 혜택을 받은 의류제품에 관한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룰 정도로 관심이 높다. 현지 바이어도 마찬가지다.
코트라에서 중국 바이어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가 있다. 여기서 81%는 대 한국 수입을 늘리고 기존 수입선을 한국으로 전환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FTA를 계기로 양국 산업간 교류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중국에서도 크다.
-한중 FTA를 우리 기업이 적절히 활용해야 실질적인 이득을 보지 않겠는가. 기업이 활용할만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나.
우선 소비재와 농식품 분야의 관세인하 혜택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순수 한국산 재료를 가공해 수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세안, 칠레, 페루 등 기존 우리가 가진 FTA 네트워크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페루에서 커피 원두를 수입해 조제커피로 가공할 경우 한ㆍ중 FTA의 조제커피 원산지 변경 기준을 충족해 협정 관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특히
중국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한 뒤 재수출 하는 경우 해당 원재료가 국내산으로 인정되는 ‘원산지 누적기준 활용 모델’을 주목해야 한다. 가공무역이 보편적인 한중 교역구조 특성상 국내 기업의 활용 여지가 클 것으로 본다. 코트라에서는 업체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한중 FTA 활용모델’을 발간했다. 참고해달라.(웃음)
-반면에 우리 기업들이 주의해야 할 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물론이다. 먼저 기술적으로 보면 중국 제품의 경쟁력이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FTA를 통해 대 중국 수출 여건이 개선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제품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한발이 아닌 두세 발 앞선 아이디어, 디자인 등 제품의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충분한 관심과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현지화 전략을 어떻게 수립하느냐다. 단순하게 기술과 가격 경쟁에 앞서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국 진출을 생각하는 기업들의 귀를 쫑긋 세우는 말이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기자님께 먼저 질문 드린다. 중국은 1개 국가인가?
-중국이 국가가 아니면 무엇인가?
경제적으로 접근하면 아니다.(웃음) 우리 기업들이 중국을 1개 국가라기보다 31개의 시장으로 보고 접근했으면 한다. 쉽게 설명하겠다.
중국 광둥성 인구만 1억명, GDP만 1조달러다. 중국에 31개 성ㆍ시가 있는데 광둥성 1개 성 인구만도 우리나라의 두 배에 달한다. 중국이란 국가 아래에 31개의 또 다른 국가가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들이 한 곳에만 정착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31개 성ㆍ시별로 다른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중국이 워낙 넓다. 31개 성ㆍ시가 기후와 습관이 다르고 소비문화가 다르고 산업정책이 다르다.
쓰촨(사천)성을 예로 들어보자.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 지역에 있어서 낙후됐다고 생각하는데 50년에 걸친 서부 대개발로 지금은 중국 경제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사실은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중국인이 느끼는 것,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철저하게 맞춤형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스갯소리긴 하지만 여전히 ‘뙈놈’이나 ‘짱깨’같이 중국을 속되게 이르는 말들이 쓰이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경제 현실을 돌아보자.
요우커란 말이 일상화될 정도로 중국 관광객이 국내 관광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어마하다. 요우커가 없으면 명동은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 우리 수출의 30%는 중국이 차지한다. 우리의 최대 교역국으로 한국 경제와는 떼어놓고 말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제 중국을 비하할 시기는 지났다.
극히 실리주의적인 관점에서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그들과 교류를 확대할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FTA를 체결한 동반자의 입장에서 우리가 활용할 부분을 찾아나가는 게 앞으로의 숙제가 될 것이다.
이관주기자
장병송 단장은…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졸업, 핀란드 헬싱키 경제대 MBA
▲현 코트라 중국사업단장
▲전 코트라 청두무역관장
▲전 코트라 베이징 수출인큐베이터 팀장
▲전 코트라 상하이무역관, 중국지역본부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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