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워제네거, 블레어에 '터미네이터4' 배역 약속

할리우드 액션배우에서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변신한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 영화 '터미네이터4'에 캐스팅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할리우드닷컴은 2일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7월31일 열린 지구온난화 토의에 블레어 총리와 함께 참석한 슈워제네거가 블레어 총리가 총리직 임기가 끝난 뒤 직장을 찾기가 힘들 것임을 걱정하며 이 같은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슈워제네거는 블레어 총리의 장래에 대해 "UN 사무총장이 될 수도 있고, 한 단계 높은 직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그가 지니고 있는 직책이 너무나 높은 것이 되어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한 후 "블레어 총리는 어떤 직업을 원하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지도자로서 유럽, 영국과 세계에서 놀라운 일들을 이뤄냈다"고 덧붙이면서 "할리우드에서 일하길 원한다면 내가 '터미네이터4'에 출연하도록 힘써줄 수 있다"고 약속했다. 오는 2010년 영국 총리직 임기가 끝나는 블레어는 슈워제네거의 제안에 대해 "지금까지 내가 받은 제안 중 최고"라고 화답하면서 "솔직히 말하자면 슬프게도 지금까지 받은 유일한 제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美 유대 지도자들 "깁슨은 나치캠프 방문하라"

과속 및 음주운전, 게다가 반유대인 발언으로 곤경에 처해 있는 멜 깁슨(50)이 1일 발표한 사과성명에 대해 유대인 지도자들은 말만 할 것이 아니라 먼저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깁슨이 1일 유대인 사회에 용서를 구하고 유대인 지도자들과 만나 화해의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 몇몇 유대인 지도자들은 알코올 중독에 빠진 멜 깁슨이 우선 재활 프로그램을 완수한 후 나치의 유대인수용소를 방문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으로 사과 및 화해의 뜻을 보여줘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사이먼 와이젠털센터의 마빈 히어 랍비는 "언제가 적당한 시기가 될지 우리가 지켜볼 것이지만 깁슨의 홍보담당자들이 생각하는 시기가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면서 "난 그가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제 그는 편견과 반유대주의에 대해서도 같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내의 파워단체인 비방 및 명예훼손 반대리그(ADL)는 멜 깁슨의 사과를 '수용'했다. 대표인 에이브러햄 폭스맨은 깁슨의 알코올 중독 치료가 끝나면 "우리는 그를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깁슨은 1일 사과성명에서 "난 단지 용서만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유대인 사회의 지도자들과 만나 일대일 논의를 통해 화해의 적절한 길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알코올 중독증임을 인정하고 치료를 받기 위해 재활프로그램에 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해리 포터' 래드클리프, 연극무대 데뷔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타이틀롤로 사랑받고 있는 10대 스타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누드 장면이 있는 연극 '에쿠우스'로 런던 연극무대에 데뷔한다. 2일(현지시간) 올헤드라인뉴스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래드클리프는 내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공연되는 피터 셰퍼의 심리드라마 '에쿠우스'의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소년 마법사로서 어린 관객의 우상이었던 그가 누드 장면이 있는 연극에 도전하는 것이다. 1973년 런던의 내셔널시어터에서 처음 공연됐던 '에쿠우스'는 17세 소년 앨런 스트랭의 이야기. 아무 이유 없이 마굿간에 있던 말 여섯 마리의 눈을 찌르는 충격적인 행동을 해 심리학자의 조사를 받게 된다. 연극 중 한 장면에서 앨런은 성적인 판타지를 위해 벌거벗은 채 말을 타는 장면이 있다. 래드클리프의 대변인인 바네사 데이비스는 "'에쿠우스'는 훌륭한 연극이며 래드클리프는 배역에 대한 기대로 가득차 있다. 그는 배우로서 성숙하고 있으며 새롭고 도전적인 역할들을 취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누드 장면에서 실제 누드로 출연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누드 장면이 하나 있지만 연극은 누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라면서 래드클리프의 누드 출연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을 피했다. 래드클리프는 '해리 포터' 시리즈에 엉클 버넌으로 출연한 배우 리처드 그리피스와 함께 출연하며 내년 1월 리허설을 시작한다. '에쿠우스'는 내년 3월 개막 예정이다. 연극에 출연하기 전 래드클리프는 내년 7월 개봉 예정인 시리즈 5탄 '해리 포터와 불사조기사단'을 찍어왔으며 최근 입양아 역을 맡았던 영화 '12월의 소년들'(December Boys)의 촬영을 마쳤다. /연합뉴스

'어느날 갑자기' 실험, 성공 궤도에 올랐다

CJ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한 4부작 연작 공포영화 '어느날 갑자기'의 실험이 성공 궤도에 진입했다. 7월21일 1편 '2월29일', 27일 '네번째 층'에 이어 3일 세번째 이야기인 'D-day' 개봉을 앞두고 있는 '어느날 갑자기' 시리즈는 2일 현재 8만여 명의 관객을 모았다. 물론 이 같은 결과는 편당 5억5천만원의 순제작비와 2억원의 마케팅비만을 생각하면 좋은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최종 관객 목표치가 10만명이고 극장 수입과 함께 방송, 모바일 판권 등의 부가 수입을 감안하면 이 영화는 손해를 보지 않는다. 그렇게 볼 때 '어느날 갑자기'의 실험은 성공에 근접했다. 기획단계에서부터 극장-TV를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목표로 SBS로부터 부분 투자를 받고, 시장에서 검증받은 후 모든 판권을 묶어서 세일즈하는 '올 라이트(all right)' 판매전략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 게다가 '괴물'이 관객을 집어삼키고, '한반도'와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 역시 막강 파워를 과시하는 극장가에서 이처럼 '작은' 영화가 살아남아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눈길을 끌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도 반신반의하던 '어느날 갑자기'의 성공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반색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는 "처음에는 하루 한 편씩 잇따라 개봉할 계획을 세웠을 정도로 영화의 시장성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나 막상 개봉하니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CGV 라인에서만 개봉할 예정이었던 '어느날 갑자기' 시리즈는 다른 극장들의 요청으로 개봉관이 확대되고 있다. 덕분에 3일 현재 세 편의 영화가 20여 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CJ엔터테인먼트는 "한 주 한 편씩 상영하면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세 편의 영화가 동시에 극장에 걸리게 됐다"면서 "새로운 시리즈가 개봉하면 전작들의 상영은 당연히 중단될 것이라 여겼는데, 의외로 좌석 점유율이 80%를 웃돌아 극장들이 계속 상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느날 갑자기'는 이미 5월 칸 국제영화제 마켓에서 아시아 몇몇 나라에 판권이 팔렸으며 9월 토론토 마켓에서도 2차 판매를 할 예정이다. CJ엔터테인먼트는 "작년 장르 영화의 해외 개봉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던 탓에 올해 마켓에서는 해외 바이어들이 장르 영화를 선뜻 구매하려 하지 않지만 그 대신 '어느날 갑자기'처럼 시장에서 검증된 작품의 경우에는 판매가 용이하다"면서 "'어느날 갑자기'는 바로 그런 점을 노려 기획한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수영, 갈등 빚은 소속사 상대로 소송 제기

가수 이수영(27)이 소속사(리쿠드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1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2일 오후 4시30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제출했다. 이수영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다산의 김칠준 변호사는 2일 "소속사가 계약을 불성실하게 이행해 귀책 사유가 있는 만큼 지난달 21일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이에 따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소속사는 계약잔금, 음반판매 수익 정산금과 위자료 등 총 1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수영의 대리인이자 고모인 이모 씨는 1일 연합뉴스와 만나 "돈을 받기 위해 법적인 소송을 시작한게 아니라 소속사를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소속사가 계약이 해지된 것을 인정하고 회사에서 낸 7집 '그레이스' 음원의 권리를 돌려준다면 돈에 개의치 않고 합의점을 찾을 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리쿠드엔터테인먼트의 곽승훈 대표는 "당초 계약잔금과 기타 수익 정산을 통해 좋은 관계를 지속하길 원했으나 법정으로 간 만큼 우리도 맞소송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1년3개월간 이수영에게 25억원을 투자한 만큼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수영은 지난해 4월16일 3년간 정규 음반 3장과 기획음반(스페셜 및 리패키지 음반 등) 2장을 내는 조건으로 10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리쿠드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연합뉴스

한국영화 예매점유율 97%로 올해 최고

8월 1주차 한국영화 예매점유율이 97%로 올해 들어 최고 기록을 나타냈다. 국내 최대 영화 예매사이트인 맥스무비가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미션 임파서블3' 개봉 이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10주 연속 1위 자리를 빼앗기는 와중에 한때 점유율이 1.7%까지 내려갔던 한국영화가 7월 2주차 '한반도' 개봉 이후 상승곡선을 그렸다. 7월 2주차 66%로 올랐으며, 7월 4주차 '괴물' 개봉을 앞두고 96.96%까지 치솟았다. 8월 1주차에는 '괴물'에 이어 '플라이 대디' '스승의 은혜' 등이 가세하면서 97%까지 오른 것. 이 같은 선전을 주도한 것은 흥행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괴물'의 공이 가장 크다. 개봉 7일 만에 서울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우는 등 각종 흥행 기록을 깨뜨리고 있는 '괴물'은 개봉 2주차에도 예매점유율 71%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이문식ㆍ이준기 주연의 '플라이 대디'가 24%로 선전 중이며,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공포영화 '스승의 은혜'도 2% 점유율을 보였다. 맥스무비는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등이 겨울 성수기에 흥행 대박을 터뜨렸는데, '괴물'은 여름 성수기를 공략했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할리우드 영화에 참패당했던 지난 3개월 여 기간을 만회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 가장 뜻깊다"고 밝혔다. 8월에는 '각설탕' '다세포소녀' '신데렐라' '예의 없는 것들' '아이스케키' '원탁의 천사' 등 다양한 한국영화 개봉이 기다리고 있어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지 관심을 모은다. /연합뉴스

김지영 “드라마 찍다 이혼당할까 무서워요”… SBS ‘내사랑 못난이’ 11일 첫방송

“누구나 한번쯤 인생이 너무 힘들고 괴로울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1일 오후 서울 목동 메가박스에서 만난 탤런트 김지영은 SBS의 새 금요드라마 ‘내사랑 못난이’를 이렇게 소개했다. ‘나도야 간다’의 후속으로 방송되는 ‘내사랑 못난이’는 행복의 그림자도 밟아보지 못한 고아출신 남녀 주인공이 재벌가 사람들과 좌충우돌하면서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아간다는 내용. ‘카이스트’ ‘사랑공감’ 등을 연출한 신윤섭 PD가 메가폰을 잡았고 ‘그대의 창’ ‘선택’ ‘들꽃’을 집필한 정지우 작가가 대본을 쓴다. 신 PD는 “불운에 익숙해져버린 사람들의 희망찾기를 통해 행복의 의미에 대해 다시 묻게하는 드라마”라며 “밝은 터치의 작품인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봐달라”고 주문했다. 1·2회분은 모두 사이판에서 촬영됐다. 극중 미혼모인 진차연(김지영)이 친구 이호태(김유석)에게 속아 수배자 신세로 전락,사이판에서 불법 체류하며 살고 있기 때문. 추격신을 찍다 현지에서 쓰러지기도 했던 김지영은 “거의 한달간 사이판에서 해외촬영하느라 남편(탤런트 남성진)과 시어머니(탤런트 김용림) 얼굴도 제대로 못봤다”며 “이러다 이혼당할까 무섭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주인공 상대역은 4년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박상민이 맡았다. 올해로 데뷔한 지 17년됐다는 박상민은 “촬영 현장에 도착하니까 배우들이 다 일어서며 인사하더라”면서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공백기간이 길어져 배우로서 위기감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맡은 신동주 역할은 정략 결혼 상대인 부인 정승혜(왕빛나)에게 염증을 느끼고 영화배우 서유경(박혜영)과 밀회는 즐기는 재벌2세. 그러다 우연히 만난 ‘잡초 같은 여자’ 진차연에게 마음을 뺏기게 된다. 그는 “그동안 독단적으로 튀는 역할이나 고독한 캐릭터만 맡았는데 이번에는 3명의 여자들이 나를 두고 싸우는 장면을 보니 극중이라도 흐뭇했다”며 웃어보였다. ‘내사랑 못난이’는 11일 오후 8시50분 첫 방송된다.

가수 김원준ㆍ래퍼 김구 등 5인조 밴드 결성

1990년대 아이돌 스타 김원준, 코요태 래퍼 출신 김구, 록밴드 나비효과 베이시스트 정한종, 프로듀서 이창현, 나비효과 출신 기타리스트 강선우가 뭉쳐 5인조 밴드를 결성했다. 의외의 조합인 이들의 그룹명은 베일(V.E.I.L:Various Elements In Life). 보컬의 김원준은 데로(Dearo), 래퍼인 김구는 에빌 몽키(Evil Monkee), 베이스의 정한종은 모다(Moda), 드럼의 이창현은 앤디(ND), 기타의 강선우는 선(Sun)으로 이름을 바꿔 활동한다. 지난해 여름 유리상자 공연에 게스트로 선 김원준과 그의 무대를 본 정한종은 새로운 형태의 밴드 결성에 의기투합했다. 이후 멤버 5인의 공동 프로듀서 체제로 3개월간 곡 작업과 4개월간의 녹음을 거쳐 1집을 완성했다. 록에 바탕을 둔 베일의 1집은 솔ㆍ펑크ㆍ라틴 등 여러 장르를 버무렸다. 197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슬로 넘버 '스페셜(Special)', 힘이 넘치는 8비트 록 스타일의 '원 투 엑스(One Two X)', 아름다운 여인에게 최면을 건다는 내용의 '매직 인 더 월드(Magic in the World)', 애절한 가사와 멜로디가 돋보이는 발라드 넘버 '이유' 등을 담았다. 베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멤버는 단연 김원준과 김구. 1992년 '모두 잠든 후에'로 데뷔, 2001년 9집 이후 5년 만에 음반을 낸 김원준은 솔로가 아닌 밴드로, 댄스가 아닌 록 스타일의 음악을 들고 돌아와 변신의 폭이 크다. 1999~2002년 코요태로 활동한 김구는 2002년 향정신성의약품인 엑스터시를 복용하고 소지한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고 코요태에서 탈퇴, 4년 넘게 자숙의 시간을 가진 뒤의 컴백이어서 주목된다. 베일은 게릴라 콘서트 및 단독 공연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5일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9일 강남역 의류매장 아이겐포스트, 13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펼치며 19일 오후 7시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1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첫 단독 콘서트를 주관한 ㈜써브노이즈는 "베일은 방송 매체에 기대지 않고 공연 위주로 활동할 것"이라며 "첫 공연에서 기존 록밴드의 전형적인 무대 퍼포먼스에서 벗어나 댄서와의 무대, 화려한 영상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멤버들은 이날 공연장에서 CD를 구입한 관객에게 사인을 해주는 이벤트도 펼친다. 입장료 5만5천~7만7천원 ☎02-2057-2721 /연합뉴스

이문식 "평범한 가장에게 힘 줄 수 있을 것"

서서히 시동이 걸려 최근 들어 연기 인생을 활짝 펴고 있는 이문식(40)이 올 들어 세 번째 주연작을 들고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3일 개봉하는 '플라이 대디'(감독 최종태, 제작 다인필름ㆍ가드텍)에서 그는 평범한 샐러리맨 가장 장가필 역을 맡았다. 부장으로 승진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 여자의 남편이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둔 가장. 비록 앞으로 7년이나 아파트 대출금을 갚아야 하지만 별 탈 없이 살아가는 가장이었을 뿐이다. 그런 그에게 갑자기 시련이 닥친다. 노래방에 놀러갔다 웬 남학생한테 딸이 맞고 와 병원에 입원한다. 가해 학생과 부모에게 사과를 받으려 하지만 학교 교감이 나서서 "이 학생 부모는 나랏일로 아주 바쁜 분이며, 사실 피해 학생도 잘못한 게 있지 않느냐"는 식으로 협박에 가까운 회유를 한다. 맥없이 돌아서는 그를 향한 딸의 불신의 시선과 아내의 허탈한 시선. 장가필은 가족을 위해, 자기 자신을 위해 고등학생 고승석(이준기)을 만나 맹훈련에 돌입한다. 훈련하는 과정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이 만화 같은 과정을 이문식의 생생한 연기가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배우에게 뭔가 해낼 '거리'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영화를 위해 12㎏를 찌웠다 다시 20일 만에 빼야 하는 것도 배우에겐 해내야 하는 일이죠. 무엇보다 장가필이 소심한 가장에서 진정한 영웅으로 태어나는 변화가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원작 소설도 그렇고, 시나리오도 단숨에 읽어 내려갔죠." 맨 처음 훈련을 시작할 때 그의 배는 관객의 자연스러운 웃음을 자아낼 만큼 일반적인 40대 남성의 '사장님 배'다. 12㎏를 찌우기 위해 이틀에 하나씩 케이크를 먹고, 밤에 치킨과 술은 기본이었으며, '더 이상 배 안에 들어갈 데가 없다'고 느낄 때 또 뭔가를 먹어댔다. 촬영이 시작된 지 20일 만에 이제는 살을 빼야 했던 것도 보통 사람이라면 혀를 내두를 일. 생식 먹고, 오이와 당근으로 입의 공허함을 달랬으며 살은 빼면서도 근육은 키워야 해 닭 가슴살을 먹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도움이 됐던 건 촬영 현장. "버스를 쫓아가는 장면을 찍기 위해 정말 수도 없이 달렸어요. 아주 자연스럽게 운동이 된 거죠." 육체적으로 힘든 작업을 했지만 의외로 장가필이라는 캐릭터는 쉽게 이해됐다. 이문식 자신이 소심한 A형. "저 역시 장가필과 마찬가지 성격이에요. 만약 접촉사고를 당했어도 사고를 낸 사람이 큰소리를 치면 전 아무 말도 못하죠. 경찰서 가고, 사람들이 혹시나 나 알아봐서 입장이 더 곤란해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지레짐작해서 그냥 조용히 넘어가요. 그리곤 집에 와서 화를 내는 식입니다." 그래서 장가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세상 살다 보면 그런 생각 들잖아요. '난 열심히 살아왔는데, 난 누굴 괴롭힌 적도 없는데,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지'라는. 장가필도 그랬을 거예요. 사랑하는 가족에게 하루아침에 무능한 가장으로 낙인찍히면, 무슨 짓을 못하겠습니까. 되든 안되든 뭔가를 하려 했을 겁니다." 장가필의 파트너는 고등학생 고승석. 17:1의 싸움에서도 승리했다는 전설적인 싸움꾼, 3년 연속 고교 복싱 챔피언인 가해학생마저도 때려 눕힌 인물이다. 승석이라는 인물을 이문식은 장가필의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고등학생에게 싸움을 배운다는 설정이 말이 되나요. 그렇지만 그 과정을 통해 드러나지 않았던 또 다른 장가필의 모습이 드러난다고 봤어요. 나도 몰랐던 내 모습, 그런 거 있잖아요. 살다 보면 이쪽만 보고 다른 쪽은 못 보고 살았는데, 승석이와 훈련을 하면서 그런 모습을 찾아가는 거죠. '반경 1m밖에 못 보고 살아가도 좋아'라는 등 승석이가 가필에게 하는 대사도 또 다른 가필이 가필을 향해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한 친구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문식을 연기자의 길로 걸어가게 만들었던 그 친구는 지금 열심히 일만 하고 딸 둘을 공주처럼 모시고 산다. 적당히 배가 나왔으며 청춘 시절의 고민은 사라진 채 어떻게 딸들을 잘 키울까 고민하지만 정작 자신을 위한 삶은 보이지 않는. "지금은 40대가 된 386세대가 장가필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런 평범한 소시민들에게 당신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거죠. 영웅이 별 건가요?" 그래서 그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으로 맹훈련 끝에 버스를 따라잡는 신을 꼽았다. "버스를 따라잡았을 때 이미 장가필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 링 위에 올라가서 싸우는 장면 등은 덤이죠. 버스 안에 있던 직장인들이 박수를 치는데, 어찌 보면 유치할 수 있지만 찡한 감동이 전해졌어요." 화제를 바꿔 주연급 배우가 된 것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사실 이미 개봉한 '공필두'나 '구타유발자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으니 부담이 될 것도 같았다. "사람들이 시나리오 보는 눈 좀 키우라고 쓴 글도 봤다"며 껄껄 웃는 그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진지한 답변을 이어갔다. "영화를 처음 했을 당시 '연극을 했다는 사람이 연기를 그 정도밖에 못하느냐'는 말을 듣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고, 단역 출연 후 출연료를 깎자는 제작사의 말에 가슴 아픈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옛날을 회상하는 이문식은 "주연이 되니 내 이름이 적힌 의자도 있다. (주연이 돼)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많아졌지만 책임져야 할 부분도 많다. 그래서 돈 내고, 시간 내 찾아오는 관객에게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다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조연으로 출연할 당시에도 이문식은 어느 작품에서나 눈에 띄는 배우였다. 연기력과 함께 자신이 해야 할 몫을 분명히 알고 맥을 짚어가는 배우였다. 그런 그가 한 영화를 책임지는 주연 배우로서 관객에게 보다 당당히 설 날이 기다려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