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두산이 7회까지 기록한 안타 수는 고작 1개에 불과했다.kt 새 외국인 투수 요한 피노(33)와 조무근(25)이 지킨 마운드는 그만큼 견고했다.피노는 8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시범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해 5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히 막았다. 탈삼진은 2개로 많진 않았지만, 투구 수 62개가 말해주듯 효율적인 피칭이 돋보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6㎞로 나쁘지 않았다. 피노는 이날 직구에 투심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등을 섞어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볼넷을 단 1개도 내주지 않을 만큼 제구도 안정적이었다. 유일한 피안타는 5회초 무사 1루에서 두산 오재일에게 던진 투심패스트볼이 가운데로 쏠리면서 얻어맞았다. 피노에 이어 6회부터 등판한 조무근도 팀 내 유일한 국가대표 투수다운 피칭을 선보였다. 묵직한 직구와 흡사 포크볼처럼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두산 타선의 방망이는 연신 헛돌았다. 2이닝 무피안타 무실점. 조무근이 이날 남긴 성적표였다. 비록 팀이 2대4로 역전패하면서 빛이 바랬지만, 피노와 조무근의 투구는 2016시즌을 기대케 하기에 충분했다. 조범현 kt 감독은 “피노와 조무근이 예상대로 잘 던져줬다”며 “특히 무근이는 아직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데, 시즌이 시작되면 더욱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성필기자
프로야구 kt wiz 열성팬 A씨. 그는 요즘 태평양 건너편 미국 kt 스프링캠프에서 벌어지는 연습경기를 꼬박꼬박 챙겨 본다. 방송사 중계를 통해 시청하는 게 아니다.kt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위잽(Wizzap)’을 이용해 무료로 보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이르면 새벽 5시께 시작되는 경기의 시청을 위해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다. 위잽만 실행시키면 언제든 다시보기가 가능하다.A씨는 지난 시즌 홈 경기가 있는 날이면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를 즐겨 찾았다. 응원단상 앞에서 여러 팬들과 어울려 응원가를 따라 부르면 스트레스가 확 날아갔다.시즌이 끝난 뒤 이 묘미를 잃었던 A씨는 최근 응원가를 다시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경기장을 찾은 것처럼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면 해당 선수의 응원가가 흘러나와 A씨의 흥을 돋구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경기 중에는 선발라인업, 스코어보드 등이 띄워지는 것은 물론 캐스터의 해설까지 가미돼 A씨의 몰입도를 높인다.지난해 10월 이후 프로야구 경기를 볼 수 없었던 팬들을 위해 kt가 나섰다. 통신 대표기업의 이미지에 걸맞게 스마트폰을 활용한 생중계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를 구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시청할 수 있게끔 생중계하는 건 10구단 가운데 kt가 최초다.kt의 자체 생중계에는 UCC(User Creative Contents·사용자 제작 콘텐츠)의 포맷이 활용됐다. UCC란 서비스 사용자들이 직접 만들어 서비스 제공업체가 제공한 인터넷 공간에 올려놓은 콘텐츠를 말한다. 동영상서비스업체인 유튜브(YouTube)가 대표적인 예다. 유튜브는 사용자들이 찍은 동영상을 중심으로 성장해 인터넷 업계를 장악했다.kt는 이번 생중계를 위해 유튜브 내 라이브 채널을 만들었다. 현지에서 스마트폰으로 연습경기를 촬영하고, 이를 유튜브 라이브 채널로 전송한다. 그럼 이 영상을 한국에 있는 구단 섭외 캐스터 윤동현씨가 받아 해설과 자막을 입힌다. kt는 이 영상을 다시 구단 홈페이지와 위잽에 임베드(EMBED)하여 팬들에게 제공하고 있다.이렇게 완성된 생중계를 28일 현재까지 시청한 팬들의 수는 무려 5천여명. 경기당 평균으로 따지면 700~800명에 해당한다. 대부분 이른 새벽 시간에 방송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kt 관계자는 “국내 10구단 중 6개 구단과 일본 프로야구 구단들이 벌이는 ‘오키나와 리그’와 달리 미국 내 연습경기는 방송사에서 중계하지 않는다. 때문에 kt의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을 위해 생중계를 기획하게 됐다”며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kt만의 독자적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조성필기자
“‘케미’하면 또 저 친구들이죠.”프로야구 kt wiz가 스프링캠프를 차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샌 마누엘 스타디움. kt 관계자가 기자에게 다가오더니 투수 두 명을 손가락을 가리켰다.검지손가락 끝에는 우완 고영표(25)와 좌완 정성곤(20)이 있었다. 웃음기를 가득 머금고 얘길 나누는 모습이 마치 친형제처럼 친해 보였다.캠프에서 극강의 케미(궁합을 뜻하는 영어단어 chemistry의 줄임말)를 자랑한다는 고영표와 정성곤을 훈련 뒤 만났다.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알뜰히 챙기는 모습에서 돈독한 우애가 느껴졌다. 이들은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있어, 중심은 아니더라도 가장자리에서나마 최선을 다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이가 그렇게 좋다고 하던데.고영표(이하 고)=운동을 같이하는 사이다. 동생들하고 잘 지내는 편인데, 성곤이하고는 특히 합이 잘 맞는다.정성곤(이하 정)=영표형이 잘 챙겨주니까 따라서 하는 것 같다.- 친해진 계기는.고=성곤이가 막 입단한 2014년 겨울이었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선수들 몇몇하고 사이판으로 몸을 만들러 갔는데, 그때 훈련 파트너가 성곤이었다. 어리바리한 고졸 신인이었는데, 지금은 내가 조금만 게으름 펴도 ‘형 빨리해요’라며 구박한다.정=영표형을 위하는 마음에서 하는 얘기다. 절대 개인적인 앙금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고=하하. 아니다. 복수심이 없지 않아 있다.농담 섞인 폭로를 주고받던 둘에게 지난 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들의 표정은 금세 바뀌었다. 고영표와 정성곤은 “아쉬움이 한가득”이라고 했다. 성적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지난 시즌 불펜으로 활약한 고영표는 14경기에서 승패 없이 1홀드, 평균자책점 7.79에 그쳤고, 선발로도 몇 차례 등판했던 정성곤은 14경기에서 5승2패 평균자책점 5.61을 기록했다.미국 샌버나디노=조성필기자
프로야구 kt wiz의 새 외국인 투수 요한 피노가 두 번째 실전 등판에서 안정적인 투구를 했다. 피노는 2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산 매뉴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칼 스테이트 대학과 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2㎞였다. 피노는 다양한 변화구를 시험하며 삼진 3개를 잡았다. 지난 20일 NC 다이노스와 평가전에서 2이닝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한 피노는 강점인 정확한 제구와 변화구 구사 능력을 과시하며 조범현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2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한 고영표와 1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은 김사율도 돋보였다. kt 타선은 13안타를 몰아치며 12득점을 올렸다. 김종민은 2타수 2안타 2타점, 배병옥은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이날 케이티는 12대4로 승리했다.홍완식기자
▲ 23일(한국시간) kt wiz와 미국 샌디에이고대의 연습경기가 열린 샌디에이고대 파울러 파크(Fowler Park)의 전경. 조성필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샌디에이고대(University of San Diego)는 이 지역 내 대학 가운데 캠퍼스가 가장 아름다운 학교로 손꼽힌다.스페인풍의 화이트톤 건축물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크기도 얼마나 큰지 자칫하면 대학교 안에서 미아가 될 수 있을 정도다.이 캠퍼스 한쪽에는 1천석 규모의 아담한 야구장이 있다. 파울러 파크(Fowler Park)라 불리는 이 구장은 탁 트인 전경에서 재학생뿐 아니라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23일(한국시간) 이 곳에서 프로야구 kt wiz가 홈 팀 샌디에이고대와 연습경기를 가졌다.샌디에이고대는 미국 내 신흥 야구 명문으로 캘리포니아주 최강 전력을 지닌 팀이다.2002년 이후 웨스트 코스트 컨퍼런스(WCC) 리그에서 다섯 차례 정상에 올랐으며,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디비전 지역리그에서 무려 여덟 차례 패권을 안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NL) 신인왕을 수상한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도 이 학교 출신으로 재학 중인 2013년엔 팀의 WCC 리그 우승을 이끈 바 있다. kt는 지역 내 최고 대학팀을 맞아 한 수 위 전력을 과시하며 4대2로 이겼다. 투수들이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하는 상대 타자들을 상대로 쾌투를 펼쳤다.지난해 KBO리그 신인들 가운데에서, 또 팀 내에서 유일하게 ‘2015 WBSC 프리미어12’ 국가대표로 뽑힌 조무근은 3대2로 앞선 7회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았다. 횡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앞세워 삼진 4개를 솎아내며 그는 올 시즌 맹활약을 예고했다.조범현 kt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조무근을 비롯해 이날 등판한 엄상백, 정성곤, 홍성용이 마운드에서 좋은 투구를 했다”고 총평했다. kt는 24일 캠프지인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산 미누엘 스타디움에서 칼 스테이트대와 평가전을 치른다. 미국 샌디에이고=조성필기자
힘을 뺀듯한 스윙 동작은 유수(流水)와 같았다. 타구는 질 자체가 달랐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 마냥 쭉쭉 뻗어 나가 외야에 떨어졌다.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4년 60억원이란 대형 계약을 체결하고 kt wiz 유니폼을 입은 유한준(35). 그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 있는 kt 캠프에서 유한준을 만났다. 낯설 법도 했지만, kt 유니폼은 의외로 그에게 잘 어울렸다. 유한준은 “내가 선택해 옮긴 팀이다. 책임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2005년 프로데뷔 후 줄곧 넥센 히어로즈에서 뛰어왔던 유한준은 이번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데뷔 12년차 베테랑이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가지는 첫 전지훈련인 까닭에서였다. 하지만 늘상 해왔던 야구였다. 그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팀 훈련에 집중하며 묵묵히 몸을 만들고 있었다.-kt에서 첫 스프링캠프인데 적응 과정은 어땠나.“kt가 넥센보다 훈련량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래도 감독님과 이숭용 코치님께서 나만의 훈련 루틴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훈련하도록 배려를 해주셨다. 훈련량을 갑자기 늘리면 자칫 부상 위험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유한준은 코칭스태프의 배려 덕분에 팀에 무난히 적응할 수 있었다고 자세를 낮췄지만, 조범현 감독의 이야기는 달랐다. 조 감독은 “자기 관리가 원체 뛰어난 선수”라며 “성실히 자기 할 일을 하다보니 터치할 게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배들이 이런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배울 점이 많았을 것”이라며 흐뭇해 했다.-kt와 넥센 훈련의 차이점을 꼽자면.“넥센이 개인 중심의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면, kt는 조직력을 중시하는 팀 훈련이 많은 편이다. 각자만의 장단점이 있다.”-팀 동료들과는 많이 친해졌나.“야수조 뿐 아니라 투수조와도 많이 가까워졌다. 선ㆍ후배 가리지 않고 친하게 잘 지내고 있다.”유한준은 이적 당시 kt가 어린 선수들이 많은 신생구단이란 점을 주목했다.모교 유신고가 자리한 수원을 연고지로 한다는 점 역시 큰 매력으로 다가왔으나, 그는 시행착오를 겪었던 자신의 경험이 어린 선수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한준은 이적 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이 점은 첫 만남서부터 구단과 생각이 일맥상통했다”고 밝힌 바 있다.-후배들을 잘 챙긴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소문의 근원지가 어딘지 모르겠다. 남들과 똑같을 뿐이다. 훈련 때는 기술적인 부분을 얘기해 주진 않는다. 코치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그건 예의가 아니다. 다만 상황별로 나만의 노하우를 전해주고 있다.”유한준은 지난 2013년 겨울 타구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몸무게를 늘렸다. 유한준은 그때 당시 찌운 몸무게(97kg)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몸집이 더 커진 것 같다.“체중은 그대로다. 아침, 저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빠짐 없이 하고 있는데, 그 효과로 벌크업이 조금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스프링캠프 때는 웨이트를 가장 중요시한다. 올해도 변함은 없다.”-하루 일과가 어떤지 궁금하다.“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이다. 아침에 일어나 웨이트를 하고 식사 후 오전 훈련을 한다. 2차 캠프 때에는 주로 오후에 연습경기를 소화하고, 저녁엔 다시 웨이트를 한다. 이제 스프링캠프도 열흘 정도 밖에 안 남았는데, 이쯤 되니 솔직히 힘이 들긴 하다.”-올 시즌 각오는.“늘 같다. 부상 없이 무사히 시즌을 치르고 싶다. 개인 목표는 따로 수치화하지 않는다. 부상 없이 시즌을 끝낸다면 기록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kt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있는 힘껏 뛰어보겠다.” 미국 샌버나디노=조성필기자
“아따. 깜짝이야. 나이스 볼!” 프로야구 kt wiz가 2차 스프링캠프를 차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샌 미누엘 스타디움. 불펜 마운드에 오른 투수 김재윤이 시속 150㎞에 육박하는 직구를 뿌려대고 있었다. 공은 묵직한 소리와 함께 포수 윤요섭의 미트에 꽂혔다. 윤요섭은 “공 좋다”라며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지난 시즌 kt가 발견한 진흙 속 진주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김재윤(26)이다. 미국 무대에 도전했다가 돌아온 김재윤은 지난 1월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했다. 타격이 신통치 않은 대신 송구가 워낙 좋아 조범현 감독이 실험 삼아 마운드에 세웠다. 5월 중순 1군에 데뷔한 그는 강력한 직구를 뿜어내는 계투요원이 됐다.kt의 캠프지 샌 마누엘 스타디움에서 만난 김재윤은 한층 진화한 모습이었다. 직구는 더 묵직해졌고, 지난해 약점으로 지적받아 온 변화구의 각은 제법 예리해졌다. 김재윤은 “아직 부족한 게 많다”며 자세를 낮췄다.- 지난 시즌보다 직구가 더 무거워진 것 같다.“내가 불펜 투수이다 보니 정명원 투수 코치님께서도 많은 투구 수를 가져가지 말고 짧게, 또 강하게 공을 뿌리라고 주문하신다. 코치님 말씀대로 투구를 하다 보니 아무래도 공에 힘이 실리게 된 것 같다.” - 불펜 투구를 마치고 윤요섭과 무슨 얘기를 나눴나.“슬라이더에 대해 물어봤다. 직구와 달리 변화구는 투구 후에 꼭 포수들에게 ‘어땠냐’라고 물어본다. 오늘 요섭이형이 ‘좋았다’고 답해줘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다.”지난 시즌 김재윤은 직구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지만 늘 “단조롭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간혹 슬라이더를 섞어 던졌지만 제구가 잡히지 않으면서 선구안이 좋은 타자들에게 고전하곤 했다. 현재 그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슬라이더의 제구를 잡아가고 있다. 심광호 전력분석팀 과장은 “변화구의 제구력이 많이 좋아졌다”며 “직구가 워낙 좋은 친구라 위력이 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구와 슬라이더 외에 새로 익히고 있는 구종이 있나.“일단 슬라이더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게끔 준비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스플리터를 조금씩 배우고 있다. 아직 시합에서 사용하고 있진 않지만, 연습을 꾸준히 해서 시범경기부터는 한두개 정도 던져보고자 한다.”- 올 시즌 중간계투와 마무리를 오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아직 보직까지 언급할 실력이 안 된다. 그냥 감독님께서 결정하는 곳이 내 보직이라 생각한다. 거기에 맞춰 최선을 다 하겠다.”- 선발로서의 욕심은 없나.“선발은 쉽지 않을 것 같다.(웃음)”- 지난 시즌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해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냈다. 상대하면서 까다로웠던 타자가 있었나.“몇 명 있었다. 한화 이용규 선배님, 삼성 이승엽 선배님, 그리고 두산 김현수 선배님이다. 내 임무 중 하나가 적은 공으로 이닝을 빨리 마치는 것이었는데, 이 세 분은 선구안이 워낙 좋다 보니 상대하기 힘들었다. 특히 김현수 선배님이 유독 까다로웠다. 커트 능력까지 뛰어나 투구 수가 쌓이고 체력 소모가 많았다.”실제로 김재윤은 지난해 김현수에게 약했다. 두 차례 만남에서 모두 안타를 맞았고, 6타점이나 헌납했다. 8월 22일 잠실 맞대결에선 쓰리런 홈런을 얻어맞기도 했다.하지만 올해는 이 둘의 대결을 볼 수 없다. 지난 시즌까지 두산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김현수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다. 김현수는 현재 소속팀 볼티모어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빅리그 데뷔를 앞두고 있다.- 김현수에게 설욕을 노렸을 텐데, 개인적으로 아쉬울 것 같다.“하하.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어떻게 보면 다행인 일이다. 나뿐만 아니라 KBO리그 모든 투수들도 이처럼 생각할 것이다.”- 김현수가 없는 이번 시즌이지만, 각오는. “부족한 점도 많고 배워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몇 홀드, 몇 세이브를 올리겠다고 이야기는 못 하겠다. 다만 지난해에는 시즌 중반부터 1군에서 뛰었다면, 올해는 처음부터 시작해 부상 없이 끝까지 활약하고 싶다.”김재윤은 기자의 질문에 미소를 띠며 서글서글하게 답했다. 굳은 표정으로 공을 뿌리던 마운드 위 김재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또 질문 하나하나에 신중히 고민하며 대답하는 모습에서는 겸손함이 묻어났다.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늦은 저녁 식사를 하러 향했다. 홀로 식사를 하고 있는 그에게 “맛은 괜찮냐”고 물었다. 김재윤은 해맑게 웃으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미국 샌버나디노=조성필기자
프로야구 kt wiz는 지난 1년 동안 남 부럽지 않은 구슬을 그러모았다.이진영(36), 유한준(35), 김연훈(32), 오정복(30), 홍성용(30) 등 투타에 걸쳐 많은 이들이 kt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조범현(56) kt 감독으로선 더없이 좋은 기회다.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며 혹독한 1군 데뷔 신고식을 치른 조 감독이지만 올해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는 2014년 부임 후 가장 탄탄한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의 kt 캠프 분위기도 활력이 돌고 있다. 지난해 kt는 선수층이 엷었다. 선수 절반이 2년차 이내 신예들로 채워지면서 팀의 중심을 잡아줄 주력 선수가 부족했다. 특별지명을 통해 9개 구단으로부터 받은 이대형, 김상현이 없다면 제대로 된 라인업을 짜기도 어려운 수준이었다. 올해는 선수 운용의 폭이 넓어졌다. 외야진에 이진영, 유한준이 합류하면서 김상현을 1루수로 전향시킬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수비가 매끄러운 김연훈이 내야에 포진하면서 유연한 선수 기용이 가능해졌다. 남태혁 등 신인선수들의 성장이 따라준다면 kt의 라인업은 더욱 두터워진다. 기존 외야 자원인 오정복, 하준호의 활용이 올 시즌 선수 운용의 핵심이다. 조 감독은 “오정복과 하준호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유지해준다면 지명타자로 쓸 수 있는 선수가 많아진다. 컨디션에 따라 유한준, 김상현, 남태혁 등 여러 선수들이 지명타자로 나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외야와 내야 모두 로테이션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주전급 선수와 백업 선수들 간의 기량 차가 크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주전급 선수 몇 명이 자칫 부상으로 이탈하게 된다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조 감독은 “NC와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우리 백업선수들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백업선수들끼리 맞붙는데 게임이 않되더라.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중요한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조 감독은 ‘올 시즌 kt의 전력이 가을 야구도 가능하다’는 일각의 평가에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우린 아직 멀었다. 지금은 당장의 성적보다는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뒷받침 해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지금까지 조 감독은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지도자였다. 박경완(44·현 SK 와이번스 코치) 등 수많은 선수들이 어린 나이에 조 감독의 손을 거쳐 대형스타로 성장했다.지난해에는 박경수(32), 김재윤(26), 조무근(25) 등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거듭났다. 이번 시즌도 kt의 성적은 조 감독의 조련이 얼마 만큼 빛을 발하냐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미국 샌버나디노=조성필기자
몸쪽을 찌르는 직구는 여전히 날카롭고 묵직했다.바깥쪽으로 뿌린 슬라이더는 횡으로 떨어지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종으로 살짝 꺾였다. 정명원 kt wiz 투수코치는 “올 시즌 15승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SK 와이번스 소속으로 지난해 7월 오른 손목 골절 부상을 당해 미국으로 돌아갔던 트래비스 밴와트(30)가 kt 유니폼을 입고 다시 KBO리그로 돌아왔다.2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 있는 kt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밴와트는 “KBO리그에서 꼭 다시 한번 뛰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주어져 기분이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이날 인터뷰에 앞서 밴와트는 샌버나디노 샌 마누엘 스타디움에서 불펜 투구를 했다. 140㎞대 중반의 직구를 포함해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총 40개의 공을 던졌다. 공 하나하나에 힘이 실려 있었다. 2014시즌 11경기에서 무려 9승(1패)을 쓸어담으며 ‘승리 요정’이라 불리던 그때 그 모습이었다.- 오늘 불펜 투구에 대한 소감을 말해달라.“불펜 투구가 매우 만족스럽다. 이전에 불펜 투구를 했을 때도 상당히 좋았는데 오늘 좋은 투구를 하면서 나는 물론이고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만족하지 않았나 싶다.”불펜 투구와 달리 밴와트는 이튿날 NC 다이노스와 연습경기에서는 다소 부진했다. 선발 슈가 레이 마리몬에 이어 2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등판한 그는 첫 타자 용덕한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으나 3회 제구가 흔들리면서 무사 2, 3루에 몰렸다.이 위기에서 밴와트는 후속 두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고비를 넘기는듯했으나, NC 조영훈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결국 마운드를 내려왔다. 1이닝 2피안타 2실점. 투구 수는 32개였다. 첫 실전 등판을 마치고 밴와트는 “몸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면서 “차근히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KBO리그 경험이 있긴 하지만 kt서 스프링캠프는 처음이다.“SK와 스케줄 자체가 다르다. 훈련량만 놓고 따지면 kt가 확실히 많다고 얘기할 수 있다. 또 감독님과 코치들의 지도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주로 어떤 훈련을 했나.“상체나 하체, 신체적인 균형을 맞추는데 중점을 두고 훈련을 해왔다. 투구를 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지난해 부상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밴와트는 곧바로 수술대에 올랐다. 이후 재활에만 4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밴와트는 시즌을 일찍 접게 되면서 오히려 몸만들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 스프링캠프에 참가했을 때도 괜찮았지만, 현재는 몸 상태가 더욱 좋아진 상태”라고 밝혔다.- 조범현 감독은 상당히 꼼꼼한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적응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전혀 문제가 없었다. 내 할 일만 잘하면 문제 될 게 없다. 그리고 감독님은 한국 선수들에게와 달리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매우 잘 대해준다.(웃음)”지난 시즌 초반 kt는 외국인 투수 3인방(크리스 옥스프링, 필 어윈, 앤디 시스코)가 부진하면서 부침을 겪었다. 세 외국인 투수가 합작한 승수는 고작 16승. 그중에서도 12승은 옥스프링이 홀로 따냈다. kt는 변화를 택했다. 옥스프링과 재계약도 포기하고 밴와트, 요한 피노, 슈가 레이 마리몬로 외인 마운드 구성을 새로이 했다. - 올 시즌 외국인 투수들에 대한 kt 팬들의 기대가 크다.“kt에 오기에 앞서 여러 환경을 경험했기 때문에 큰 부담감은 없다. 또 한국에서의 경험도 있다. 내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무엇보다 피노와 마리몬이 도와줄 것이라고 믿는다. 힘을 합치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1선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이 사실을 알고 있나.“전혀 전해 들은 바가 없다. 꼭 1선발이 아니더라도 감독님이 원한다면 난 언제든지 준비가 돼 있다.”- 1선발로 나서게 된다면, 올 시즌 개막전에서 SK 김광현과의 맞대결이 유력하다.“성사된다면 매우 재밌는 대결이 될 것이다. 김광현이 훌륭한 투수이지만,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만큼 좋은 승부가 될 것이다.”밴와트는 김광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빙그레 웃으며 “very fun”을 반복했다. 이런 밴와트에게 ‘김광현과 대결에서 이길 자신이 있냐’고 물었다. 밴와트는 “물론이다. 꼭 SK전이 아니더라도 나는 이기기 위해 던진다”라고 대답했다. ‘승리 요정’에게 어울리지 않는 우문(愚問)이었다. 미국 샌버나디노=조성필기자
한국 사회에서 막내는 늘 바쁜 위치다. 자신이 할 일은 물론이요, 잡다한 일까지 책임져야 하기에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 와중에 윗사람 눈치도 살펴야 한다.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소위 말하는 군기가 바짝 든 모습에서 막내는 어디서나 티가 나기 마련이다.프로야구 kt wiz가 2차 스프링캠프를 차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샌 미누엘 스타디움에서도 막내는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연습을 마치고 끝까지 남아 정리를 하고, 이래저래 분주한 모습이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인터뷰를 하고자 만났을 때도 그는 남들이 다 마친 저녁 식사를 아직 못 했다고 했다. 식사까지 미뤄가며 인터뷰에 임하는 그의 얼굴에선 막내의 풋풋함이 물씬 묻어나고 있었다. kt wiz 신인 강승훈(22)의 이야기다.강승훈은 2016년 신인 2차 드래프트 8라운드로 kt에 입단했다. 수원 유신고-연세대를 졸업한 그는 키 173㎝, 몸무게 72㎏으로 다소 왜소한 체격 탓에 아마추어 무대에서 큰 주목을 받질 못했다. 때문에 드래프트 당시에도 그의 지명 가능성은 상당히 낮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모교 유신고가 위치한 수원을 연고지로 하는 kt가 그를 호명하면서, 프로에 데뷔할 수 있었다. 강승훈은 “어느 팀에서든 불러만 준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kt가 선택해주면서 정말 영광스러웠다”고 돌아봤다.강승훈은 지난해 10월 마무리캠프 당시만 해도 스프링캠프 참가가 불투명했다. 드래프트에서 낮은 순위로 호명된데다, 부상이란 악재가 그를 덮쳤다. 하지만 성실한 훈련 태도 덕분에 이번 스프링캠프 초대권을 받아들 수 있었다. 투수 박세진과 야수 남태혁과 함께 신인 선수 신분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강승훈은 “설마 했는데 이렇게 정말 미국에 오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스프링캠프에서도 강승훈의 성실함은 단연 돋보인다. 타 팀에 비교해 적지 않은 양을 자랑하는 kt의 훈련을 묵묵히 소화하고 있고, 팀의 막내로서 허드렛일을 마다치 않고 있다. 연습경기에서도 다섯 차례나 나섰다. 비록 타율이 0.100으로 부진하지만, 괜찮다. 경험이란 열매를 먹고 있으니 말이다. 강승훈도 “처음에는 스프링캠프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지만, 지금은 여러 선배들이 편하게 대해준 덕분에 적응을 마쳤다”고 말했다.내야수 강승훈은 이번 시즌 1군 잔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 시즌 kt의 내야진은 김상현, 박경수, 박기혁, 앤디 마르테 등 쟁쟁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심우준, 김선민 등 젊은 내야수들이 뒤를 받치고 있다. 빈틈을 좀처럼 찾기 어려운 환경에도 강승훈은 신인의 패기로 1군 한 자리를 꿰차겠다는 각오다. 실제로 조범현 감독도 강승훈에 대해 “수비를 정말 잘하고, 내야 전체를 다 소화할 수 있는 멀티 자원”이라며 “올 시즌 1군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인터뷰가 마무리돼 가던 중 kt 관계자가 다가왔다. 이 관계자는 “강승훈이 아직 식사를 못해서 인터뷰를 조금 짧게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인터뷰를 요청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머리를 숙인 뒤, 식당으로 뛰어가던 강승훈의 뒷모습에서 또 한 번 막내의 향기가 묻어났다.미국 샌버나디노=조성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