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결산/효율적 공격축구(2)

②효율적 공격축구 한일월드컵을 2년도 채 남겨 놓지 않았던 2000년 12월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팀을 이끌 사령탑으로 결정됐을 때 많은 축구팬들은 그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그것은 히딩크 감독이 토털사커의 원조 네덜란드대표팀 감독이었다는 점에서 화끈한 공격축구를 한국에 심어 줄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히딩크가 지휘봉을 잡은 2001년 한해 동안 한국대표팀의 경기에서 화려한 골세리머니를 그리 자주 볼 수는 없었다. 지난해 한해동안 한국의 전적은 8승5무5패. 이중 3골 이상의 소나기골이 터졌던 경기는 2월 두바이4개국대회 아랍에미리트연합과의 4대1 승리 뿐이었고 2골을 넘는 스코어는 한 번도 없었다. 여기다 대륙간컵 프랑스전과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잇따라 0대5의 참패를 당하며 수비 불안마저 노출, 대표팀은 과연 히딩크 부임 이후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거센 비난에 부딪쳐야 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2002년 3월. 유럽전지훈련을 마치고 난 대표팀에서 마침내 히딩크 축구의 색깔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히딩크는 문전에서 의미없는 슈팅만 날리는 실속없는 축구보다는 미드필더를 장악하며 완벽한 득점찬스를 만드는 효율적인 축구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 이를 위해 히딩크는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가 각각 맡은 바의 임무만을 수행하던 기존 한국축구 스타일을 완전히 뜯어고치고 누구나가 공격수이자 수비수라는 개념을 선수들에게 확실히 심어 주었다. 올 3월 이후 평가전에서는 골문 앞에 버티고만 있던 공격수는 사라졌다. 공격수도 상대가 볼을 잡으면 끊임없이 따라다니며 괴롭혀야 했고 미드필드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완전한 찬스를 만드는 모습이 점점 늘어났다. 최용수, 이동국 등이 선발로 나서지 못하거나 탈락한 반면 올림픽대표팀 수비수였던 박지성은 강철같은 체력과 수비능력으로 오른쪽 날개를 꿰차 포르투갈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한국의 16강진출을 이끈 주역이 됐다. 히딩크의 경제적인 축구는 이번 월드컵의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은 6경기에서 6골을 기록, 함께 4강에 올랐던 브라질(15골), 독일(14골), 터키(7골)에 비해 골수에서 가장 떨어진다. 하지만 한국은 슈팅수에서 69회로, 가장 적은 슈팅을 날리면서도 34회의 유효슈팅을 기록하는 정교함을 보였다. 화려함은 없지만 실속있는 공격축구가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룬 비결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

남미.유럽축구 ’자존심’ 사상 첫 충돌

월드컵의 ‘터줏대감’ 브라질과 ‘전차군단’ 독일이 마침내 결승에서 격돌한다.2002 한·일월드컵은 한 달여의 대장정 끝에 남미와 유럽을 대표하는 브라질과 독일이 결승에 올라 30일 일본 요코하마월드컵경기장에서 21세기 첫 FIFA컵을 차지하기 위한 최후의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과 ‘전차군단’ 독일은 월드컵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통의 강호들이다. 통산 최다인 4회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과 그 뒤를 쫓는 3회 우승의 독일은 이번 대회까지 결승전에 오른 횟수도 7차례로 공동 1위다. 또한 독일은 82년 스페인, 86년 멕시코, 90년 이탈리아대회에서 거푸 결승에 올랐고 브라질은 94년 미국, 98년 프랑스에 이번 한일월드컵까지 3회 연속 결승진출로 타이를 이뤘다. 그러나 브라질과 독일은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직접 부딪힐 기회는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74년 서독월드컵에서 브라질과 당시 동독이 단 한번 대결한 적이 있을 뿐이다. 2차대전 이후 열린 월드컵에서 브라질과 독일은 78년 아르헨티나 대회를 제외하고는 둘중 한팀이 한번도 거르지앉고 결승에 올랐지만 공교롭게도 양팀이 결승에서 맞붙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이에 따라 최초로 성사된 브라질과 독일의 결승 대결은 월드컵사에 각종 새로운 이정표를 남길 전망이다. 최강 전력으로 평가되는 브라질이 다시 정상에 오르면 통산 5회 우승으로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기지만 예상을 뒤엎고 독일이 FIFA컵을 차지하면 브라질과 최다우승 타이가 된다. 게다가 남미와 유럽이 각각 8회 우승으로 호각세를 유지중인 월드컵의 판도 역시 한쪽으로 기울어질 전망이다. 역대 월드컵은 브라질이 정상에 올랐던 58년 스웨덴대회를 제외하면 개최 대륙에서 매번 우승컵의 주인공이 탄생했지만 사상 처음 열린 아시아대회에서 남미와 유럽 중 어느 대륙이 FIFA컵을 안고 귀국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월드컵 특별취재반

2002 월드컵 결산/변화된 한국축구

○…월드컵 첫승과 16강을 목표로 지난해 이방인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한 한국 축구는 숱한 시련과 역경을 딛고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출하기에 이르렀다. 종전 5차례의 월드컵 본선에서 이루지 못한 숙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한 한국 축구의 변화된 모습을 3차례에 걸쳐 점검해본다.<편집자 주> ①압박축구 ‘4강 신화를 이룬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앞세운 압박축구’ 18개월동안 거스 히딩크 감독의 손을 거친 한국축구는 공격진영, 수비진영을 가리지 않고 상대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수비는 수비진영에서 수비수들이 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며 월드컵 4강 신화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공격진영 오른쪽에서 볼을 빼앗기면 측면공격수와 오른쪽 미드필더, 중앙미드필더 등 3명이 모여들어 상대를 압박하고 중앙으로 연결됐을 경우에는 다시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 그리고 측면공격수 1명이 그물망처럼 조여 들어간다. 아크 정면을 상대 플레이메이커가 치고 들어오면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여기에다 측면 미드필더가 가세해 상대 공격의 템포를 끊어 놓는다. 위치가 어디인지를 불문하고 볼을 가진 상대 선수를 포위하면서 원활한 공격을 막는 작업, 다시 말해 ‘압박’이 이제는 보편화됐다. 히딩크 감독이 부임했을 때만 해도 태극전사들의 움직임은 이렇지 않았다. 공격수들은 공격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듯 하프라인 아래로 잘 내려오지 않았고 오버래핑까지 곁들여지는 상대 공격을 막아야 하는 수비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토털사커’를 신봉하는 히딩크 감독은 수비수, 미드필더, 공격수의 역할간 ‘벽’을 없애는 데 온 힘을 쏟았다. 히딩크 감독은 압박축구의 기본인 체력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체력전담 트레이너를 별도로 두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중간에 나자빠지는 선수도 있었지만 히딩크감독의 파워프로그램은 그칠 줄 몰랐고, 이로 인해 월드컵 본선 개막 1개월전에는 태극전사들의 체력은 유럽의 어느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다. 한국축구는 이제 세계최고 수준의 체력에 이르렀고 특유의 스피드를 접합시켜 강한 압박이 습관화됐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월드컵 4강신화를 이뤄 한국과 압박축구는 궁합이 맞다는 것도 증명됐다. 이 스타일을 어떻게 유지해 나가느냐는 이제 국내 축구인들의 몫으로 남았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신화는 살아 숨쉰다/’한국축구 계속 맡아주오’

‘남을까, 떠날까?’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했던 한국이 독일에 패해 결승행이 무산됨에 따라 거스 히딩크 감독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세계적 명장다운 지도력으로 한국에 월드컵축구대회 첫 승과 16강의 짜릿한 선물을 안긴 데 이어 아무도 예상치 않은 8강, 4강의 신화까지 창조, 영웅이 된 게 사실이다. 그의 지도철학은 정치, 경제 등 다방면에서 응용되면서 이른바 ‘히딩크 신드롬’을 낳았고 국민 대다수는 히딩크 감독이 가깝게는 부산아시안게임, 멀게는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 대표팀 지휘봉을 계속 잡아 줄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휘어잡는 히딩크 감독의 진가를 새삼 확인한 세계 유수 클럽도 물밑에서 영입 작업을 펴고 있는 등 그가 계속 대표팀을 맡을지 아니면 손을 놓을 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떠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다소 유력한 상황이다. 히딩크 감독의 잔류 여건은 이미 형성돼 있다. 귀화까지 추진하자는 글이 각 인터넷사이트마다 폭주하는 등 애정을 보내고 있고 정부에서도 히딩크 감독이 국위를 선양해준 점을 감안, 명예국적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또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도 대회 개막전 “히딩크 감독이 16강을 이루면 계속 맡아달라고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밝히는 등 축구협회 차원에서도 그를 붙잡아두기 위한 묘책을 찾고 있다. 그러나 정작 히딩크 감독 본인은 확답을 주지않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노하우를 충분히 전달, 한국축구의 수준을 세계강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끌어올렸고 목표도 초과달성하는 등 ‘할일은 다했다’는 판단을 했을가능성도 없지 않다. 스페인의 명문 레알 마드리드가 손짓을 하고 있다는 설이 제기된 데 이어 조국 네덜란드의 PSV 에인트호벤이 영입을 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이러한 추정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히딩크 감독은 지난 21일 “대회 개막전에 접촉을 해온 사람이 있으나 ‘월드컵에 전념하고 싶다’고만 했다”며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고 있음을 시인했고 자신 또한 빅리그 감독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런저런 정황을 종합하면 히딩크 감독은 생애 최고의 나날들을 보낸 한국과의 인연을 정리하고 더 큰 물로 떠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히딩크 감독은 자신을 강력히 원하는 한국에 계속 남을지 아니면 새로운 곳에서 검증된 지도자 자질을 또 한번 발휘할 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질것으로 관측된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히딩크 감독이 오랫동안 국민의 마음속에 영웅으로 자리잡을 것은 분명하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한국축구, 신화는 계속된다

‘폭주기관차’ 한국축구가 무한질주를 계속하고있다.이번 월드컵에서 펠레가 꼽은 우승후보 중 하나인 포르투갈을 누르고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한 한국은 16강전에서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데 이어 8강전에서 ‘무적 함대’ 스페인을 침몰시키며 도저히 믿기 힘든 4강 신화를 창조했다. 약관의 청년들이 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4강에 진출,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적이 있지만 어찌 이번의 쾌거에 견줄 수 있을까. 이런 가파른 상승세라면 결승 진출은 물론 땀과 눈물, 그리고 환희의 상징인 ‘월드컵’도 국민 품에 안겨줄 태세다. 5월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보면 한국은 40위에 불과하지만 한국에 패한 팀들은 포르투갈이 5위인 것을 비롯 이탈리아가 6위, 스페인은 8위다. 지금까지 아시아의 맹주 정도로만 인식됐을 뿐 세계와의 높은 벽에 가로 막혔던 한국 축구가 ‘톱 10’ 중 3팀을 보기좋게 격파하고 이제는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8강진출로 세계정상권 진입에 신호탄을 쐈던 한국축구는 이제 강호로 자리매김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뛰어난 스피드를 앞세운 미드필드의 강한 압박,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를 가리지 않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라운드 전역을 휘젓는 놀라운 체력 등 전력과 경기 내용면에서도 어느 팀에 뒤지지 않는다. 참가팀이 16개국을 넘지 않은 1930년 초대 우루과이대회부터 78년 아르헨티나대회까지를 제쳐놓고 24개팀이 참가한 82년 스페인대회부터 이번 한일월드컵까지 4강에 한번이라도 들었던 팀은 204개 FIFA 회원국 중 한국을 포함해 불과 13개국에 불과하다. 따라서 13개국에 이름을 올린 한국이 새로운 축구강국으로 탄생했다는 데 논란의 여지는 없다. 또한 이번 4강 쾌거는 아시아는 물론 세계축구의 역사도 다시 썼다는 의미도 지난다. 82년 대회 이후 4강은 축구의 양대산맥을 이뤘던 유럽과 남미가 독식했으나 한국으로 대변되는 아시아도 새 천년 첫 대회에서 당당히 4강진출국에 등재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진행형이다. 한국은 25일 오후 8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또 하나의 신화 창조에 도전한다. 늠름한 태극전사들은 월드컵 우승 3회의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전차군단’독일과 결승을 다툰다. 태극전사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옛 영광을 재현하려는 독일도 집으로 돌려보내고 현해탄을 건너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본선 무대 6번의 도전 끝에 첫승을 일군데 이어 쾌속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대한의 아들들이 98년과 이번 대회에서 조국 네덜란드와 ‘제2의 고향’ 한국을 연이어 4강에 올려놓은 세계적 명장 히딩크 감독과 함께 다시 한번 기적을 연출할 지 관심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태극전사 ’獨 전차군단 나와라’

“더도, 덜도 말고 2승만 더 하면 된다. 1차 목표물 독일 전차를 격파하라”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포르투갈,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까지 꺾고 새로운 축구강국으로 떠 오른 한국이 월드컵 정상 정복에 2승 앞으로 다가섰다. 22일 열린 8강전에서 연장접전까지 0대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다 승부차기 끝에 스페인을 5-3으로 누른 한국은 앞으로 준결승과 결승, 2경기에서만 더 승리한다면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최대의 기적을 창조하며 ‘코리아 신화’를 만들 수 있다. 홈 그라운드의 이점과 ‘붉은 악마’ 등 전 국민의 열렬한 응원에 힘 입은 이변의 수준을 넘어 진정한 실력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월드컵 첫승, 첫 16강 진출, 첫 8강 진출에 이어 첫 4강의 위업을 달성한 한국의 태극전사들이 월드컵 정상 정복을 위해 통과해야 할 첫 관문은 오는 25일 오후 8시30분부터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질 ‘전차 군단’ 독일과의 준결승이다. ‘전차 군단’을 붕괴시켜야 유럽과 남미가 나눠 가졌던 월드컵 우승을 노릴 수있는 결승 티켓을 얻을 수 있다. 월드컵 우승 3회에 힘과 조직력을 갖춘 축구 강호 독일을 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의 포르투갈과 6위의 이탈리아, 8위의 스페인을 꺾었다면 11위인 독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있다. 대회 시작전까지만 해도 ‘녹슨 전차’로 평가 절하됐던 독일은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만만치 않은 화력으로 우승 후보의 저력을 보여줬지만 약점은 있다. 8강전에서 독일을 괴롭혔던 미국처럼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역습을 편다면 ‘전차 군단’의 수비진을 헤집고 결승 진출을 보장받는 골을 뽑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 한국이 독일을 넘어 오는 30일 오후 8시 요코하마종합경기장에서 열릴 결승에 오르면 월드컵 최다 우승 기록(4회)을 지닌 브라질과 만날 가능성이 크다. 객관적인 전력과 월드컵 경력에서 브라질에 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신경쓸 필요는 없다. 한국이나 브라질 모두 긴장되기는 마찬가지고 전력과 경험에서 뒤져도 태극전사들에게는 그동안 보여줬던 투지와 정신력 뿐만 아니라 4천700만 붉은 악마의 응원이있기 때문이다. 준결승에서 독일에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한국 축구의 실력을 다시 확인시킬 기회는 있다. 결승에 앞서 오는 29일 오후 8시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3·4위 결정전에서 승리한다면 우승이나 준우승보다는 못하겠지만 ‘세계축구 4강’이라는 확고한 자리를 지킬 수 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히딩크, 한국축구 새역사 쓰다

1년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세계 40위인 한국축구를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올려놓은 거스 히딩크 감독(55)은 지난 4일 한국의 조별예선리그 첫 경기이후 매 경기때마다 한국축구의 새역사를 쓰며 월드컵 4강까지 이뤄냈다. 네덜란드 명문 PSV아인트호벤을 이끌며 3년 연속(86∼88년) 우승했고, 88년에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팀을 정상에 등극시킨 히딩크 감독. 91년부터 93년까지는 스페인 프리메가 리가 발렌시아의 사령탑을 지냈고 98년 프리메가리가 최고의 명문인 레알 마드리드를 맡아 도요다컵 우승을 차지했다. 95년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은 히딩크는 96년 팀을 유럽선수권 8강에 올려 놓은 뒤 98년에는 프랑스월드컵 4강이라는 성적표를 썼다. 그러나 히딩크 생애에서 가장 감격스러웠던 순간은 네덜란드를 월드컵 4강에 올렸을 때보다도 전·승후반 90분 연장 30분을 득점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한국을 월드컵 4강에 올려놓은 것으로 뇌리속에 남을 전망이다. 2000년 12월18일 한국 대표팀 감독 계약을 맺은 히딩크는 500여일만에 한국축구를 세계축구의 중심으로 이끌어내며 48년 한국민의 숙원인 ‘월드컵 1승’과 ‘16강진출’에 이어 꿈에 그리던 8강에 진출시켰다. 그리고 6월22일. 히딩크 사단은 누구도 믿지 못할 월드컵 4강의 신화가 창조됐다. 히딩크는 선수로 활동할 당시에는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67년 프랑스 1부리그 리옹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히딩크는 네덜란드 PSV아인트호벤(70∼71년), 데그라파샤프(71∼77년)를 거쳐 미국 프로팀인 워싱턴 디플로매츠와 NEC니메가 등을 떠돌다 다시 데그라파샤프(81∼82년)로 복귀,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을 4강으로 이끈 뒤 “4강에 오른 것은 엄청난 성과다. 50대50으로 대등한 게임을 펼쳤다.”고 말했다. 또 “스페인보다 휴식시간이 적었는데 우리가 이겼다는 것은 선수들이 그만큼 노력했다.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며 “앞으로 잃을 것이 없는만큼 독일과 맞설 4강전도 지금까지 해 온대로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한국-스페인 8강전 한국축구 ’유럽징크스’는 없다

“더이상 ‘유럽징크스’는 없다. 유럽팀인 스페인, 독일을 딛고 결승까지 간다.” 한국축구가 FIFA 랭킹 6위인 ‘아주리군단’ 이탈리아를 꺾고 대망의 8강 진출에 성공을 거두며 유럽축구에 대한 자신감을 입증했다. 이처럼 한국이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유럽축구에 강한 면모를 보임에 따라 앞으로 8강전 상대인 FIFA 랭킹 8위인 스페인전과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4강 상대로 예상되는 독일전에서도 예상밖 선전이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축구는 지난 해 8월까지만 해도 극심한 ‘유럽징크스’에 시달려오며 이번 대회에서의 본선 첫 16강 진출에 대한 회의감을 갖게 했었다. 한국은 지난해 1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지난 달 26일 가졌던 프랑스와의 평가전까지 32차례의 A매치 중 2001년 8월 체코전까지 유럽팀과 4차례 맞붙어 모두 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특히 2001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 0대5로 참패를 당한데 이어 같은해 8월 체코와의 A매치서도 0대5로 대패해 세계축구의 중심무대인 유럽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 해 11월 98 프랑스월드컵 3위팀인 크로아티아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1승1무를 기록, ‘탈 유럽징크스’를 예고한 한국은 올해 3월 핀란드와의 친선경기서 2대0으로 완승을 거뒀고, 지난달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프랑스 등 강호들과 맞붙어1승1무1패로 완전히 자신감을 회복했다. 지난 달 16일 스코틀랜드와의 경기에서는 골세례를 퍼부으며 4대1로 대승을 거뒀고, 5일뒤에는 ‘축구종가’이자 이번 대회 우승후보 중 하나인 잉글랜드와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유럽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은 한국은 5월 26을 수원에서 열렸던 FIFA 랭킹 1위인 98 프랑스월드컵 우승팀 프랑스와 맞붙어 박지성, 설기현이 한골씩을 기록하며 비록 2대3으로 역전패했지만 결코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한국은 D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폴란드를 2대0으로 완파한데 이어 최종전에서는 세계랭킹 5위인 우승후보 포르투갈을 1대0으로 누르고 16강에 진출, 강호 이탈리아마저 2대1로 꺾고 8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유럽징크스’에서 완전히 벗어나며 ‘유럽팀 킬러’로 변모한 한국대표팀의 무서운 기세에 스페인과 독일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2002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스타들의 고별장

축구선수에게 있어 월드컵은 두 말할 나위없는 최고의 무대다.따라서 월드컵은 아직 명성을 얻지 못한 이들에게는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겠지만 동시에 이미 스타플레이어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이보다 적당한 은퇴 무대도 없을 것이다. 16강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도 대표팀 유니폼을 벗는 스타들이 줄을 잇고 있다. 먼저 세계의 축구팬들은 프랑스 대표팀의 천재 미드필더 지네딘 지단(30)을 다시는 월드컵에서 볼 수 없을 전망이다. 98년대회에서 프랑스를 우승까지 이끌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결승 토너먼트 진출에도 실패한 지단은 “이번 대회가 마지막 월드컵이었다”며 2006년 독일월드컵에는 출전하지 않을 계획임을 내비쳤다. 지단과 함께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자리를 놓고 경합해 온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29)도 라이벌의 뒤를 따를 참이다. 미국과 한국에 잇따라 덜미를 잡히며 참담한 성적표를 손에 든 피구는 대회 개막 이전에 “나는 은퇴가 두렵지 않으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축구를 떠날 것”이라고 말해 이번이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임을 암시했었다. 아르헨티나의 골게터 가브리엘 바티스투타(33)도 아쉬움으로 대표팀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경우. 월드컵 통산 10골을 넣은 바티스투타는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최종전 무승부로 조별 리그 탈락이 확정된 뒤 “다른 형식으로 (은퇴)하고 싶었지만, 오늘 경기가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또한 스웨덴의 공격수 헨리크 라르손(31)도 전날 열린 16강전에서 세네갈에 석패한 뒤 “다음 월드컵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너무 길다”며 “더 이상 대표팀에서 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파라과이의 괴짜 골키퍼 호세 루이스 칠라베르트(37)도 축구장을 떠나 정계에 입문할 예정이다. 물론 이들 외에도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서른줄에 접어든 수많은 스타들의 모습을 4년 뒤 독일에서는 볼 수 없을 전망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