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가는 길은 전설… “자유의지에 의한 동기 있어야 진정한 창조”
경기일보의 ‘창간둥이’인 박인비는 성남 서현초에 재학 중이던 지난 1998년 10살의 나이로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맨발 투혼’을 발휘하며 우승하던 모습을 지켜보면서 골프선수의 꿈을 키워온 ‘박세리 키즈’의 대표 주자다.
올 시즌 혼다 LPGA 타일랜드 우승을 시작으로,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메이저), 노스텍사스 슛아웃,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메이저),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 이어 이번 US 여자오픈(메이저)까지 6개 대회를 석권하면서 세계랭킹, 상금랭킹,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부문 등 전 부문에 걸쳐 선두를 질주하며 세계 여자골프의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앞두고 일시 귀국한 박인비 선수로부터 올 시즌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비결과 LPGA투어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Q. LPGA 무대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국내ㆍ외 언론에서는 새로운 신화를 써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진정한 도전과 창조의 가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신화를 창조한다’ 또는 어떠한 ‘기록을 썼다’ 라는 등등의 타이틀에 얽매이지는 않는다.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골프를 하는 것이고, 그 결과 역사에 남을 수 있는 선수가 된다면, 영광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러한 자유 의지에 의한 동기가 있어야만 진정한 도전과 가지 창조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열심히 경기에 임하는 과정에서 좋은 결과가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A. 지난해 까지는 우승기회가 있을 때, 그것을 잡지 못했다. 올해는 그 경험을 토대로 우승을 놓치는 경우가 줄었다. 작년에 2위를 많이 했던 경험이 오히려 약이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 속담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이 있듯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했을 뿐이다.
Q. 박인비 선수의 강점을 퍼팅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긍정의 멘탈’이 더 화제다. 자신의 강점과 멘탈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와 장점은.
A. 평상시에는 좀 털털한 면도 있고 낙천적이지만, 평소보다는 대회에 임할 때가 더 침착해지고 평정심을 유지하게 되는 것 같다.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경기를 앞두고는 긴장도 되고 떨린다. 하지만 코스에만 서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이런 것이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Q. 구체적으로 자신 만의 마인드컨트롤 비법에 대해 소개해 달라.
A. 경기에 있어서는 한 홀 한 홀의 아쉬움에 대해 집착하지 않고, 다음 홀을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집중하려고 하는 것이 평정심 유지에 도움이 된다. 지난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4년간의 슬럼프를 겪으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법을 터득했고, 그러면서 항상 내 선택을 믿기 때문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Q. 올 시즌 메이저 대회 3승을 포함 6승을 거뒀고, LPGA 무대에서 통산 9승을 거뒀는 데 가장 기억에 남는 우승과 이유는.
A. LPGA 데뷔 1년 만에 거둔 첫 우승이었던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 때에는 너무나 어렸었고, 우승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우승이후 슬럼프도 겪었었고, 힘든 시기도 거쳤다. 4년의 슬럼프에서 빠져나오는 계기가 되었된 지난해 7월 에비앙마스터스 우승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기뻤고 의미가 있었다. 에비앙마스터스 우승을 계기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고, 기다림 끝에 너무나 값진 진정한 의미의 우승 기쁨을 맛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모든 우승경기도 내겐 소중한 기억들이다.
Q. 아직 어린 나이인데 일찍 약혼을 했다. 약혼자(남기협씨)가 곁에 있어 좋은 점과 구체적인 결혼 계획은.
A. 골프는 팀 스포츠가 아니고 개인운동이다 보니, 항상 외롭기 마련이다. 함께 다니면서 상의하고 고민할 수 있는 내 편이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힘이된다. 스윙코치이자 약혼자인 오빠와 함께 하면서 슬럼프도 벗어나고 성적도 좋아진 것 같다. 아직 시즌 중이어서 구체적인 결혼일정을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내년 말쯤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A. 어렸을 때부터 함께 대회도 나가고 연습도 같이 했던 동기 최나연, 김송희, 오지영 선수와 친하고, 작년부터는 같은 매지니먼트사(IB월드와이드) 소속인 후배 유소연 선수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 나연이와는 집에가서 같이 음식도 해먹고 테니스도 치고, 수다도 떨곤 한다.
Q.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 달라.
A. 올해 상반기에 일년동안 해야 할 것을 모두 해낸 것 같은 기분이다. 전반기만큼 쳐야한다는 부담을 나에게 주고싶지 않다. 매대회 편안한 마음으로 치고 싶다. 그렇게 하다보면 마음의 부담도 덜고 더 좋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골프가 첫 정식 종목이 되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금메달을 따내고 싶다.
Q. 박인비 선수가 박세리 선수의 US여자오픈 우승을 보고 골프를 시작했듯이 국내에 많은 어린이들이 박인비 선수의 활약상을 보고, 꿈을 키워가고 있다. 어린이들은 물론 부모님들은 골프만 하면 성공의 길이 보장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부모들이 있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A. 목표를 가지고 운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떠한 책임감과 의무감이 아닌, 골프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즐기면서 행복감을 가지고 골프를 칠 수 있게끔 하면 좋겠다고 조언해주고 싶다. 꿈과 목표를 실현하는 것보다도 즐기면서 긍정의 마인드로 최선을 다한다면 그 자체가 성공이 아닌가 생각한다.
황선학기자 2hwangp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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