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를 말하다]‘국민어플 카카오톡 신화’ 이석우 대표

글로벌 친구 1억명… 모바일 시대 국경 허문 ‘카톡의 위력’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고도를 기다린다. 그들은 고도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무작정 기다린다. 고도는 새로운 희망일 수도 있고, 바라는 무언가일 수도 있다.

우리도 고도를 기다린다. 새로운 세상이라는 고도. 우리는 더욱 편리한 환경이 구축되길 바란다. 자동차, 컴퓨터, 스마트폰은 그런 기다림 끝에 찾아온 ‘고도’다.

하지만 기다림이 우리에게 고도를 가져다준 건 아니다. 우리가 마냥 기다리고 있을 때 누군가는 기다리고 있지 않고 고민하고 노력했기에 지금의 컴퓨터, 스마트폰 등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그 고도를 창조한 사람은 누굴까. 남들과 다르게 무엇을 했기에, 또 어떻게 했기에 우리가 기다리던 고도를 창조할 수 있었을까.

경기일보 창간 25주년을 맞아 우리는 이 궁금증을 풀어보려고 한다. 우리에게 고도를 안겨준 창조인 카카오 이석우 대표를 만나 물었다.

▲창조는 사용자의 목소리로 완성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창조는 존재하지 않아요. 창조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남들과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석우 대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건 창조가 아니라고 말한다. 창조는 그저 이미 존재하는 것을 다르게 해석하는 것일 뿐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말처럼 기존의 것을 다른 관점에서 해석해 카카오톡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처음부터 순탄한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심지어 직업도 여러 번 바꿨다.

이 대표는 사람 만나는 일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기자가 됐다. 2년여 동안 했지만 기자는 그에게 맞는 옷이 아니었다. 곧바로 새로운 도전을 했다. 미국의 로스쿨로 유학을 떠났고 이후 IBM에 입사하면서 IT 업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자신을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호기심은 그동안의 이직 이유이기도 했다. IBM을 거쳐 NHN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건전한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어 보자는 김범수 현 카카오 이사회의장의 제안에 호기심이 생겨 현재의 카카오에 몸을 담게 됐다.

“무엇보다 새롭게 형성되기 시작한 스마트 IT 시장에서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IT 환경을 만들고 싶었어요. 또 모바일 패러다임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시장에 진입한 카카오의 잠재력도 발견할 수 있었고요.”

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런 그도 카카오 출범 이후 3년간은 실패만 했다. 무엇이든 빨리 구현해내야 하는데 이리저리 고치다가 타이밍과 속도를 맞추지 못했다. 하지만 기회는 오는 법. 2010년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도입됐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커뮤니케이션이 모바일 시장의 핵심이 될 거란 생각을 갖고 우선 ‘핵심 기능’에만 집중해 시장에 내놓았다. 완벽한 서비스를 위해 출시시기를 미루기보다는 핵심 기능에 충실한 서비스를 내놓고 사용자 의견을 받아 사용자와 같이 만들어가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그 결과는 달콤했다. 카카오톡 출시 3년 만에 가입자 수 1억명 돌파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카카오톡이 가입자 수를 늘려가는 동안 수많은 경쟁 모바일 메신저도 출시됐지만 어느 누구도 카카오톡은 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타이밍과 속도를 잘 맞춘 것도 주효했지만 무엇보다 사용자를 수동적 고객으로 보지 않고 카카오를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 창출자로 본 것이 더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용자가 편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또 그것을 최우선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이를 ‘카카오의 철학’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 카카오는 사용자가 쉽게 사용 할 수 있는 단순한 구조의 서비스를 시작한 후 고객의 평가와 요구를 적극 반영하는 개발 프로세스를 채택하고 있어요. ‘사용자와 함께하는 100개 기능 개선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이스오버, 움직이는 이모티콘, 노인을 위한 글씨 확대 기능 등 카카오톡이 제공하는 기능은 모두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결과입니다.”

카카오톡이 사용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몇년 사이 매출은 크게 올랐다. 2011년에는 18억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무려 458억으로 큰 폭으로 성장했다. 특히 카카오톡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게임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물론 새로운 건 없었다. 그가 말하는 창조의 의미처럼 원래 있던 게임을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맞춰 제공한 것뿐이었다. 카카오는 게임 같은 콘텐츠를 사용자와 연결시켜주는 플랫폼 역할을 했다.

“카카오는 파트너들과 함께 크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요. 카카오 게임 플랫폼을 통해 모바일 게임 산업에 새로운 기회와 활력을 불어넣은 것처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시켜주는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요.”

그가 추구하는 것은 상생이었다. 카카오의 방대한 친구관계와 트래픽을 활용해 개발사 및 중소업자, 콘텐츠 저작자들과 사용자를 연결시켜줌으로써 커뮤니케이션 요구를 해소하고 동시에 이 모든 관계자들이 ‘윈-윈’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 또 이 상생의 정신은 사용자를 공동 창출자로 보는 것 외에 카카오톡 창조의 또 다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포기하지 않는 노력은 또 다른 창조를 낳는다

이 대표는 지난해 힘든 시간을 겪었다. 지난해 6월 출시한 보이스톡으로 인해 통신사업자들과 갈등을 빚은 것. 통신사업자들은 자신들의 수익을 침해하고 네트워크 망에 부담이 된다며 서비스를 반대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상생의 순환을 강조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했다.

“모바일 생태계에서는 각각의 산업이 홀로 생존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고도화된 네트워크, 최첨단 단말기, 우수한 애플리케이션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 그 어느 산업보다 강력한 상생의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통신 사업자를 포함한 보다 많은 이해관계자와 파트너들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경쟁보다는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상생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합니다. 카카오도 함께 오래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이 대표는 공존 방안을 고민하자고 제안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함께 오래 갈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

그는 지난 4월 그동안 PC환경에서 무료로 유통되던 콘텐츠를 제값을 받고 거래할 수 있도록 모바일 유통 플랫폼을 만들었다. 바로 ‘카카오페이지’

“카카오페이지는 모바일에 가장 적합한 콘텐츠가 유료로 거래되도록 고안한 모바일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에요. 콘텐츠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고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제값에 구매하고 사용함으로써 콘텐츠 자체가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가 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자 했습니다.”

그의 도전은 신선했다. 디지털 콘텐츠는 무료라는 그동안의 인식을 바꿔보려는 대단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반응은 좋지 않았다. 물론 런칭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시점이긴 하지만 반응은 예상보다 더뎠다. 그래도 이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사용자와 발행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고쳐나가고 있다. 기존에 제한해뒀던 유·무료 콘텐츠의 비율을 발행자가 자율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콘텐츠 구매 후 페이지 보관함으로 이동하던 것을 구매 후 바로 볼 수 있도록 사용 프로세스 개선과 더불어 콘텐츠를 전체 화면 뷰로 설정해 이미지 확대 및 축소가 가능하도록 했다.

“카카오는 아직도 건전한 디지털 콘텐츠 유통 및 소비 문화가 확립돼야 된다고 믿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유료 모바일 콘텐츠 시장을 위해 계속 노력할 거고요. 구체적으로 유료 결제 방식 및 카카오톡 이용자 사이의 입소문을 강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카카오페이지 서비스를 개편할 계획입니다. 카카오톡처럼 이용자와 발행자들의 의견을 귀담는 건 당연한 거고요.”

이 대표는 비록 카카오페이지는 아직 자리잡지 못했지만 모바일 영역에서의 창조는 여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이 압도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영역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창조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모바일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늦는 것보다는 빨리 시도하고 빨리 실패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어요. 카카오도 초기 3년은 실패의 연속이었으니까요. 결국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얻은 교훈을 밑거름으로 핵심 기능으로만 구성된 서비스를 빠르게 선보여 지금의 카카오톡이 있을 수 있었어요. 확실한 것은 실패를 통해서 배움을 얻으면 실패는 창조의 밑거름이 됩니다. 아직 모바일에서의 창조는 무궁무진합니다. 무엇이든 최대한 빨리 만들어서 도전하는 것이 창조의 지름길입니다.”

앞서 그는 창조를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게 아닌 기존에 있던 것을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카카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기존에 존재하는 ‘카카오’라는 단어에 새로운 의미를 담았다.

“카카오에는 끊임없는 도전과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개척가 정신, 보다 많은 파트너들과 함께 하는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상생의 약속,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처럼 누구에게나 친근하고 달콤한 서비스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신지원기자 sj2i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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