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는 행복한 천재…‘꿈꾸는 현명한 바보’에게 기회가 오죠”
‘바보가 미래다’고 주장하는 바보같은(?) 이가 있다. 바로 ‘희망전도사’ 차동엽 신부(55ㆍ노르베르토)다. 차 신부의 바보예찬론은 그의 ‘파격(破格)’적인 삶에서 비롯됐다. 서울의 마지막 난곡 출신인 차 신부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하루에 수백 장씩 연탄을 날랐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공고에 입학했고 대학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군 전역 후 1991년, 가톨릭대학교 신학부 졸업과 함께 사제 서품을 받았다.
2013년 차 신부는 대한민국 스타 신부로 한 해 600회가 넘는 강연을 통해 ‘하는 일마다 잘되리라’라는 긍정의 마음가짐을 전파하고 있다.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책을 읽고 저술 작업에 몰두하고, 시간과 건강이 허락하는 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7월 15일 차 신부를 만나 창조경제시대에 바보같이 살아가는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대한민국 대표 스타 신부세요. 일명 ‘가톨릭계의 혜민스님’으로 통하는데 솔직히 기분이 어떤가.
최근 SBS ‘땡큐’에 출연했을 때 배우 차인표씨가 ‘가톨릭계 혜민스님’이라고 했다고 혼났다.(하하) 내가 58년생이니 혜민스님 보다 선배다. 선배는 경쟁은 하지 않는다. 가르쳐주고 잘한다고 격려해주는 것이 선배의 역할이다. 혜민스님은 나를 보고 자란 세대고, 나는 법정스님을 보고 자란 세대다.
-후배라면 혜민스님과 개인적으로도 만나는지.
개인적으로 연락 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호감은 가지고 있다. 아직 기회가 없어 만나지는 못했지만 종종 소식은 전해 듣고 있다.
-교수, 신부, 베스트셀러 작가, 강연자, 박사, 인생해설가 등 최근에는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민간위원까지 여러 직함을 가지고 있다. 차동엽의 정확한 직업은 무엇인가.
당연히 직업은 신부다.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와 미래사목연구소 소장도 신부로서 맡고 있는 직업군이죠. 두 번째 직업은 작가, 세 번째가 대중강연이다.
-처녀작이자 데뷔작과 다름없는 ‘무지개 원리’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판 탈무드’로 스테디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한국형 자기계발서’로 행복과 성공의 이정표를 제시하며 150만 독자가 읽었는데 대박을 터뜨릴지 예상은 했었나.
솔직히 책이 통할 것이라는 ‘촉’은 있었다. 자연과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하는 일마다 잘되게 하는 ‘무지개 원리’는 꿈을 성취한 사람들의 성공 요인에서 일곱 가지 공통 원리를 찾아내어 정립한 ‘만사형통의 7법칙’이다. 자연과학에서는 방정식이나 공식을 하나 만들어내면 그건 영구불변이다. 일곱 가지 무지개 원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지혜의 씨앗을 뿌리라 △꿈을 품으라 △성취를 믿으라 △말을 다스리라 △습관을 길들이라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원리를 꾸준히 행하다 보면 어느새 인생이 바뀌어 있고, 운명이 바뀌어 있고, 삶의 질이 향상되어 있을 것이다.
-저서로 대표작 ‘무지개 원리’(2007)를 비롯해 ‘맥으로 읽는 성경’시리즈, ‘통하는 기도’, ‘뿌리 깊은 희망’, ‘행복선언’, ‘바보 ZONE’ 등 올해 출간한 ‘희망의 귀환’까지 신부로서 책 집필에 올인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1981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1984년 해군 OCS 72기로 군 복무를 마친 후, 서울가톨릭대학교,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 미국 보스턴대학교(교환 장학생) 등에서 수학했고,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다. ‘사목신학’과 ‘대중성서 공부법’을 전공했는데 대중에게 어떻게 성서를 읽힐 것이냐를 전공으로 한 셈인데, 대중과의 소통이 그 한 축이었다. 어쩌면 대중서를 쓴 계기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특히 1988년 오스트리아 빈대학에 입학해 후일 지도교수가 되는 줄 레노 박사의 신학강의 첫 시간에 칠판에 ‘사목(司牧)이란?’이라고 쓰고는 뒤이어 ‘사람을 살리는 길’이라고 적었다. 정신적으로 죽어있는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기 위해 접근하는 방법이 다양한데 그 중 하나가 글이다. 교회 울타리 안뿐 아니라, 바깥 모두의 상처와 고통까지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게 사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출판계에서 보증된 밀리언셀러 자기계발서 저자로서 대략 20권의 책을 썼는데 한해 인쇄가 얼마 정도인가. 그 돈 다 어디에 쓰는지 질문해도 되죠?
책 계약은 내 이름으로 한다. 하지만 인쇄는 미래사목연구소 통장으로 입금돼 인쇄가 얼마나 들어오는지 모른다.(하하) 미래사목연구소의 직원이 대략 40명이 있는데 운영비로 사용하는 정도만 안다. 돈에 관심을 가지면 나의 생각이 고갈돼 안 된다. 책은 주된 목적이 인쇄가 아니라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자기 계발서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차동엽만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라면 ‘결론’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글을 쓰거나 강연할 때 정답을 알려는 메뉴얼식에서 벗어나 ‘답을 찾는 방법’을 훈련시킨다.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답을 찾기 보다는 문제 자체를 분석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깨달음의 법칙인 셈이다.
강연 가면 ‘우리는 희망이 안 보이는데 신부님은 왜 희망이 있다고 하세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뻔한 이야기 같지만 희망은 인간 모두가 가지고 있다. 단지 외면할 뿐이다. 희망은 밖에서 올 수도, 안에서 생겨날 수도 있다. 밖에서 오는 희망을 마냥 기다리는 ‘수취인 심정’이라면 얼마나 비극적인가. 희망이 보이지 않아도, 희망이 오지 않아도 희망을 가지는 법을 알아야 한다. 왜냐 우리 안에는 희망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진짜 희망이 존재합니까?
라틴어 격언 “나도 희망한다, 너도 희망하라.(스페로 스페라: Spero, spera)”를 좋아한다. 우리 사회문화는 지난날 오직 성공만을 향하여 질주할 것을 종용해 왔다. 피로사회의 그 대안 가운데 하나로서 차분한 희망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희망은 공짜’라는 이 사실을 우리는 감쪽같이 모르는 척 하고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마치 희망의 가격이 억만금이라도 되는 듯이 희망의 진열장 앞을 서성이며 선뜻 집어 들지 못했다. 감히 손에 쥐어 보고서도 만지작거리기만 하다가 그만 내려놓기 일쑤였다. 희망은 자본이 들지 않고 무일푼으로도 ‘희망사업’은 누구든지 할 수 있고 잘 되면 대박, 밑져야 본전이다.(하하)
돈이 없다고 변명하지 마세요. 희망은 공짜다. 배경이 없다고 핑계대지 마세요. 희망의 해는 공평하게 비춘다. 시간이 없다고 넋두리하지 마세요. 희망은 무한에 열려 있다.
-화제를 바꿔보자. 대학에서 과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인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식 융합의 시대에 다양하게 지식을 섭렵했는데 박근혜 정부가 우리 시대에 요구하는 ‘창조 경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창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개념이 없다”, “도대체 창조의 개념이 뭐냐?”라고 어려워하고 굳이 사전적 의미를 정리하려고 한다. 이는 창조의 특성을 모르는 사람들의 태도다. 창조는 한마디로 ‘개념 파괴’다. 이리 튀고 저리 튀다가 한 가닥을 잡아 열매를 맺는 것이다. 창조경제는 일단은 쏟아 붓고 살아남는 사람은 살아남고 실패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고 하는 전체의 과정이라고 본다.
-책을 통해 누구에게나 ‘바보존’이 있다고 했다. 이 바보존에 놀라운 거인이 숨어 있고 지능지수(IQ) 대신 감성지수(EQ)와 의지지수(PQ)가 뛰어난 거인! 그 거인을 찾아내 깨우라고 당부하시는데 창조경제 시대에 바보존은 좀 어폐가 있어 보인다.
과거 ‘덜떨어졌다’고 놀림감이 되어왔던 바보 안에 숨겨진 저력이 바야흐로 속속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는 시대가 됐다. 바보는 숫자 개념에 약하고 바보는 양의 계산에도 젬병이다. 그러기에 바보에게 ‘하나’가 꽂히면 그것은 곧 그의 ‘우주’가 되고 만다. 바보에게 ‘한 사람’이 꽂히면, 그 한 사람은 이제 흡사 지상 최후의 1인으로 여겨질 공산이 짙다.
확실히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오늘날까지는 학습능력이 탁월한 인재들에게 주로 기회가 주어졌다고 한다면, 21세기에는 점점 ‘꿈꾸는 현명한 바보’들에게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 21세기 IT산업의 최선봉자 스티브 잡스가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던진 ‘바보처럼 꿈꾸고, 바보처럼 상상하고, 바보처럼 모험하라!’는 메시지는 창조경제 시대에 딱 맞은 이야기이다.
-바보들의 특성인 꿈, 상상력, 몰입, 모험 등 유희적 요소가 21세기 창조경제 시대에 결정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을까요?
바보는 ‘창조적인 게으름뱅이’다. 바보는 시간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으로 살고 바보는 시간에 쫓기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을 부리는 사람이다. 시간을 부리는 사람은 흐르는 시간에 휩쓸려가지 않고, 멈춘 시간을 즐긴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홀린 듯 눈앞의 진경(珍景)을 만끽한다. 이 땅의 바보들이 바로 새 시대의 여명을 알리는 예언자며, 대한민국의 바보들이 이 나라를 질곡에서 구할 구원자이다.
-정말로 세상은 바보들의 힘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는가.
세상에 변화를 가져오고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은 하나같이 ‘바보’였다. 그들은 특유의 우직함으로 한 가지에 몰두했고, 상식의 틀을 깸으로써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지점을 발견해냈다. 때문에 버나드 쇼는 “천치가 되지 않고는 전문가가 될 수 없다”고 했고, 셰익스피어는 “바보는 종종 예언자로 드러난다”고 했다. 이들의 말을 통해 드러나는 사실은 상식과 보편을 넘어서는 바보들만의 혜안과 창조적인 발상이 새롭게 발견된 영역이 아니라, 오히려 산업화 시대를 거치는 동안 훼손되고 도태된, 우리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자 ‘무한 성장동력’이라는 점이다. 우리의 문제는 천재가 부족한 데에 있지 않고, 오히려 진정한 바보가 모자라는 데에 있다.
-그렇다면 신부님은 ‘계속 바보스러워라(stay foolish)’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휴대전화 없이 생활하는 이유는.
큰 의미나 철학을 가지고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 게 아니다.(하하) 단순히 스케줄관리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인데 외부에서 거창하게 해석하는 거다.
-바보처럼 살아가는 팁 좀 알려 달라.
바보는 히죽히죽 웃는다.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바보는 과정을 즐기기 때문에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바보는 웃을 일이 있어서 웃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웃을 일로 받아들이기에 웃는다. 그러기에 바보는 행복의 천재다. 여러분, 힘들면 웃으세요. ‘헬렐레’, ‘칠푼이’, ‘팔푼이’, ‘푼수 같다’는 손가락질을 긍정적으로 뒤집어 웃고 또 웃으세요. 누구에게나 있는 바보존이 활성화되고 그러면 바보존 안에 잠자고 있는 거인이 기지개를 펴게 될 것이다.(하하하)
-신부 차동엽으로서 앞으로의 꿈이 궁금하다.
신부가 하는 일은 교회 안과 밖에서 한사람, 한사람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저는 시대가 요구하는 지혜를 필요로 하는 곳에 제공해주는 것이 꿈이다. 큰 꿈은 없다. 단지 지금하는 일에서 완성도를 높여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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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엽 신부는…
‘한국형 자기계발서’로 행복과 성공의 이정표를 제시하며 무지개 빛깔 축복을 선사한 『무지개 원리』의 저자. 현재 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및 미래사목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대표작 『무지개 원리』(2007)를 비롯해『맥으로 읽는 성경』시리즈, 『통하는 기도』, 『뿌리 깊은 희망』, 『행복선언』, 『희망의 귀환』 등이 있다.
글_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_김시범기자 sb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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