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가치 담긴 혁신 디자인… 세계인의 손 위를 움직인다
강력한 경쟁상대였던 애플사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점유율을 점차 높여가면서 휴대폰 제1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매번 새로운 IT혁신기술을 접목해 출시되는 삼성 스마트폰은 혁신적인 디자인을 통해 전세계 소비자들의 구미를 자극하고 있다.
전세계 사람들의 손 위 디자인을 창조해 내는 삼성전자 장동훈 부사장(무선사업부 디자인팀장 겸)을 만나 급변하는 시대를 이끌어가는 창조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장 부사장은 인터뷰 내내 “이제는 단순히 이쁜 것을 만들어 시대는 지났다. 디자인을 통해 삶의 가치를 전달하는 시대가 열렸다”며 가치가 담긴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5월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잡지 패스트컴퍼니는 ‘세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인물’ 2위로 삼성전자 장동훈 부사장을 선정했다. 이 잡지는 장 부사장의 지휘 하에 삼성전자가 ‘패블릿(휴대전화와 태블릿PC의 합성어)’ 대중화를 이끈 갤럭시 노트2와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갤럭시S3를 만들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장 부사장은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 같다”며 이번 선정 결과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디자인에 대해 이쁜 것을 생각하는데 디자인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는 지가 중요한 포인트였다. 우리는 디자인을 통해 ‘삶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추구했고 이 점이 다른 것들과 차별화됐다”고 설명했다.
장 부사장은 삶의 가치가 담긴 디자인에 대해 “갤럭시 S3 제작 당시 처음 시도한 것이 메이크 미닝(make meaning)이었다. 의미있는 가치를 전달하자는데 초점을 뒀다. 복잡한 세상 속에 휴대폰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함이었다. 웰빙이나 슬로라이프과 같은 의미를 디자인에 담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조약돌을 모티브로 해 수백개의 곡선으로 구성된 디자인으로 구성함으로써 손으로 잡을 때도 편안함을 주는 가치를 전달하려 했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편안함을 주는 디자인. 그것만으로는 그가 세계를 이끄는 창조적인 인물로 꼽히기에 부족했다. 그가 창조적인 인물로 선정된 데는 휴대폰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트렌드를 이끈 점도 크게 작용했다.
장 부사장은 “사람들이 휴대폰과 아날로그 수첩을 같이 갖고 다니고, 때로는 태블릿 PC도 휴대하면서 3가지를 함께 갖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개선해 그런 것을 하나로 할 수는 없을까라는 점에서 착안됐다”고 말했다.
“처음 6인치로 기획했지만 사실 내부에서도 반대가 많았다. 우리 제품끼리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6인치도 아날로그 다이어리보다는 작은 사이즈다. 우려와 기대속에 출시한 제품은 불과 2년만에 트렌드로 형성됐다. 이게 ‘갤럭시 노트’ 시리즈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단순히 화면만 키운 것이 아니라 어떤 가치나 감성을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끝에 나온 모델이다.”
디자인을 통해 감성과 가치를 전달하는 것은 디자인 3.0시대에 맞춰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이다.
최근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삶의 동반자’라는 주제로 세션을 진행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디자인 3.0시대는 섬세한 배려를 통해 사람의 삶을 행복하게 하고 감동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부사장은 디자인 3.0에 대해 “1.0이나 2.0, 3.0과 같은 것들은 결국 시대정신이다. 디자인이 단순히 모양이나 색상 같은 외면에 그치는 것이 아닌 그 시대의 시대정신을 담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의미로는 자본주의 4.0과 같은 맥락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항상 시대의 흐름에 따라 시대가 요구하는 디자인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데 예전 상업시대가 제품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었다면 2000년대 들어 정보의 시대에 들어서는 디자인을 통해 얼마나 정보를 잘 전달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었다. 그러한 시대상에 따라 밸류마케팅과 같은 것들이 부각됐었다. 최근의 서비스시대에 들어와서는 디자인에 어떠한 의미와 가치를 담느냐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가치는 이아디어와 영감을 찾는 곳과도 연결이 돼있다. 끊임없이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해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야 하는 위치에서 그는 영감을 찾기 위해 일상생활과 사람을 관찰하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고 이야기했다.
“사람을 많이 관찰하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무슨 일을 하든 첫번째는 상대방의 입장이 돼보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노인을 위한 제품은 노인의 입장이 되서 노인에게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또 하나, 앞선 생각을 하기 위해 강남역이라던가 청담동, 홍대앞을 최소 한달에 한번씩은 가보고 있다. 직접적인 인사이트를 통해 쇼핑센터나 명품관도 가보지만 그중 동대문을 가장 선호한다. 일반적인 패션몰이 아닌 안쪽 깊숙한 곳을 들어가보면 백화점에서도 볼 수 없는 앞선 트렌드를 느낄 수 있다.”
가장 창조적인 인물로 선정된 장동훈 부사장은 ‘창조’가 무엇이라 생각할까? 장 부사장은 창조적인 사고에 대해 새로운 것만이 아닌 기존의 것을 입체적으로 전환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조는 말 그대로 새로운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뿐만은 아니다. 기존의 것들을 입체적으로 생각하면서 그 고리를 잘 연결하는 것 역시 창조가 될 수 있다. 얼음이 녹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 대개는 ‘물이 된다’라고 하지만 일부는 ‘봄이 온다’라고 한다. 이러한 사고 처럼 여러가지 구조를 종적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횡적으로도 생각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이 ‘창조’다. 창조경제도 같은 틀이라고 생각된다. 갑자기 큰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생각보다는 기존의 것들을 잘 연결시켜 새로운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털어놨다.
장 부사장은 스펙쌓기에 몰두하고 있는 사회 준비생들에게 대해 다양한 경험과 새로운 도전을 해나갈 것을 조언했다.
“저는 미대 출신이긴 하지만 사실 졸업 이후 그림을 그려본 적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미대 출신이 광고나 시각디자인 길을 걸을 때 공대쪽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편안한 자리에서 늘 하던 것을 하면 눈감고도 할 수 있게 되지만 저는 2년 이상 같은 길을 걷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 시대의 흐름을 살피고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 어려운 이야기지만 같은 것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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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훈 부사장은…
울산대 교수와 이화여대 대학원 디지털미디어학부 학부장 등을 역임하다 2006년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무선사업부 디자인팀 3그룹장 상무보로 입사. 이후 삼성전자에서 출시한 최초의 터치폰인 햅틱폰부터 시작해 갤럭시S3, 갤럭시 노트 등 휴대전화 디자인을 총괄하는 역할을 해왔다. 현재는 삼성전자 부사장 겸 무선디자인팀장을 맡아 활동중이다.
정진욱기자 panic8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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