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의 핵심은 새로운 아이디어”

[창조를 말하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창조경제 핵심은 새로운 아이디어… 적합한 인프라 형성돼야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거시경제의 대가이며,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선구자이다.

김 원장은 지난 2007년 남덕우 전 경제부총리의 소개로 박근혜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은 이래 박 대통령과 ‘5인 공부 모임’을 가져온 인사기도 하다.

박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라는 닉네임을 가진 그는 지난 17대, 18대 대선에서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창조경제’ 등 박 대통령의 굵직한 공약을 주도하는 등 경제분야에서 창조를 실천해왔다.

본보는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김 원장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 내내 칠판에 판서하며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열정과 진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 호탕한 웃음과 소탈한 모습은 편안한 선생님을 떠오르게 했다.

김 원장은 “창조경제의 핵심은 새로운 아이디어다”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 금융, 건설 등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한 어조로 주장했다.

이에 따라 김 원장이 생각하는 우리 경제의 현주소와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해법을 들어봤다.

- 우리나라 경제의 현주소는

안 좋다. 경제를 평가할 때 거시적으로 성장률과 일자리, 물가 등을 지표로 삼는다. 현재 물가는 전 세계적으로 괜찮은 편이다.

성장률과 일자리가 문제다. 성장은 2%대니까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빼고 계산하면 성장률은 아마 0%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니까 통계적으로는 성장률이 2%대라고 해도 소위 밑바닥 경제는 훨씬 나쁘다고 봐야 한다.

일자리의 경우 정부가 발표하는 것은 전체 평균치인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50~60대는 늘고, 20~30대는 일자리가 계속 줄었다. 이는 구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20~30대가 일자리를 많이 갖고 있어야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50~60대가 가진 일자리는 성격상 시간제거나 임시직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기업의 수익성도 점점 떨어지고 있어 전체적으로 경제가 안 좋은 상황이다.

- 그러면 우리 경제 문제. 해법은 무엇인가

정부가 경기를 좀 더 과감하게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 그런데 재정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돈을 함부로 쓸 수는 없다. 창조경제는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창조경제 달성이 어렵다.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좀 더 높은 지적 수준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교육에 과감히 투자할 필요가 있다. 가난의 대물림이 양극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데 이것은 현 교육구조에 문제가 있다. 공교육이 사교육에 비해 교사의 질이나 시설 면에서 낙후돼 있다. 예전에는 시골에서 자란 학생도 서울대를 입학했지만, 지금은 사교육 없이는 힘든 상황이다.

정부 투자를 통해 공교육이 사교육보다 시설이나 교사의 질이 높아지면, 우선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을 덜어줄 수 있고 개천에서 용 나는 문화가 다시 생길 수 있다.

전체적으로 공교육 수준이 높아지면 국민 전체의 수준이 올라가게 될 것이고 국민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시설 투자 등 관련 분야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경기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창조경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국민소득이라는 창고 속에 들어 있는 건설, 자동차, 전자, 화학 등 다양한 경제활동이 국민 소득을 만든다. 창조경제란 그 창고 안에 자리하고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공간이 더욱 커지게 하는 것이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새로운 아이디어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첫째, 전혀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 둘째, 이미 있는 것들을 융합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둘을 경제적으로 가치 있도록 하는 행위가 창조이며, 이 아이디어의 비중이 커지도록 하는 것이 창조경제다.

- 앞으로 창조경제 달성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경기가 침체하면 어렵다. 창조경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상품을 만드는 것인데 새로운 것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인 만큼 불확실성과 위험부담이 놓다. 위험성이 높은 일을 하려면 주머니에 뭔가 있어야 한다. 배팅을 쉽게 할 수는 없지 않나. 동시에 창조경제는 아이디어가 상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 과정에서 자본이 계속 들어가기 때문에 경기가 침체되면 달성이 어렵다. 그다음이 사람의 문제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창조적인 사람을 육성하는 데 부족하다. 이른바 모범생 교육이다.

이스라엘에서는 학생이 집에 돌아가면 엄마가 하루 동안 몇 개의 질문을 했는지 물어본다고 한다. 항상 창의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집에 가면 엄마가 몇 점 맞았느냐고 물어본다. 배운 것을 잘 외웠느냐만 중시하는 것이다.

끝으로 금융문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대부분은 담보대출, 보증대출 등으로, 금융이 위험부담을 피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아이디어는 금융 측에서 볼 때 위험부담을 떠안는 것이어서 애로사항이 많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만들 수 있도록 금융이 뒷받침해줘야 한다.

- 창조경제 완성되려면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교육현장을 창조경제에 걸맞게 바꿔야 한다. 공교육 투자는 경기를 부양하고 사회통합을 이루게 하는 다목적성 투자다. 단지 재정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재정 운영을 1년 단위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5년 단위로 보는 견해도 있다.

유럽은 재정준칙을 마련해 5년 단위로 GDP 대비 국가부채수준을 체크하며 평균치를 맞춰가는 방식으로 재정을 운영한다. 재정을 단순히 1년 단위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도 멀리 봐야 한다.

창조경제는 약속어음이다. 부도가 날 수도 있고 현금으로 갚아줄 수도 있다. 그러나 당장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따라서 지속적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국가가 창조경제에 강하다.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평가 능력이 부족해서 벤처기업들이 재정 지원을 받고 싶어도 쉽게 받을 수 없다. 돈이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상황이 있어도 사업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따라서 새로운 아이디어, 새상품, 새로이 창업하려는 회사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또 창조경제가 한 분야의 노력으로는 달성이 어려운 만큼 경제 전체적으로 창조경제에 적합한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 박근혜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각 부처별로는 열심히 하고 있는데, 다 합쳐서 무슨 집을 지으려는 것인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목재를 나르는 사람, 페인트를 칠하는 사람, 못을 박는 사람 등이 각자 열심히는 하는데 무슨 집을 짓겠다는 것인지 설계도가 안 보인다는 뜻이다. 즉 메시지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신호를 줘야 한다. 지으려는 집이 초가집인지 기와집인지 보여줘야 한다.

-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알려졌다. 요즘도 많은 조언을 하고 있는가

(웃음) 예전에 같이 공부를 했다는 근거로 기자들이 쓴 얘기고 요즘은 자문한 적 없다.

대통령이 공식 채널을 통해 자문하고 정책을 이끌어가는 것이 맞다. 박 대통령에 직접 자문을 한 적은 없다.

-청와대로부터 입각 연락은 없었나. 제의가 온다면 들어갈 의향은

(웃음) 없다. 후배들이 해야지. 후배들 중 유능한 사람이 들어가는 게 많다.

- 청와대의 깜짝 인선을 놓고 비판적 평가가 많다. 어떻게 보는가

성과를 놓고 평가해야지 사전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경기도는 각종 규제가 많다. 박근혜 정부가 규제 완화 공약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반적으로 규제라는 것은 기업 활동에 발목을 잡는 것이기 때문에 되도록 풀어주는 편이 좋다.

다만, 불공정거래를 하는 강자들에 대해서는 규제할 필요가 있다. 가만히 놔두면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을 대상으로 힘을 쓰기 때문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규제를 풀어가는 상황이다. 국제 기준이 있기 때문에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할 수가 없다. 결국 우리나라 기업만 규제를 받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

-국가미래연구원이 개혁적 보수를 지향한다는데 무슨 의미인가

전 세계적으로 이제는 좌우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좌우가 중간으로 수렴하는 것이다.

보수는 기존의 질서를 지키자는 것이다. 그런데 보수가 비난받는 이유는 변화를 싫어한다는 것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적 흐름에 맞게 보완해야 할 것은 해야 한다.

개혁적 보수란 기존의 가치는 지키되, 변화에 적응해서 고칠 것은 고치자는 것이다.

기존의 보수가 ‘잘 살자’였다면 개혁적 보수는 ‘같이 잘 살자’라고 보면 된다.

- 국가미래연구원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자본이 민간싱크탱크 독립성의 기초인데, 어려움이 많다.

헤리티지 재단이나 브루킹스 연구소는 다수의 소액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운영된다.

헤리티지 재단의 경우 1인당 50불 후원자들이 70여만명 있을 정도로 후원자들이 많다.

우리나라는 두 종류의 연구소가 대부분이다. 첫째는 정부출연 연구소, 둘째는 재벌이 가진 연구소다. 독립적인 싱크탱크는 거의 없다. 왜 없을까. 돈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에 손을 벌리면 정부에 예속되고, 재벌에 손을 벌리면 재벌에 예속되는 것이지만 민간 싱크탱크는 돈이 없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 국가미래연구원도 소액 후원자들을 찾고 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많지는 않다. 후원자들의 도움이 연구원의 존속 여부를 결정한다. 지금까지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 덕분에 큰 돈 없이 운영됐다. 하지만 내실있게 하려면 자본이 필요하다. 도움이 필요하다.

대담= 강해인 부국장 hikang@kyeonggi.com

정리= 송우일 기자 swi0906@kyeonggi.com

사진= 김시범 기자 sb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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