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밤을 새운 '마라톤 협상' 무슨 얘기했나

남북은 극적으로 마련된 고위급 접촉에서 쉽사리 합의점을 타결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모처럼 조성된 대화 테이블을 박차지도 않았다. 22일 오후 6시30분부터 23일 새벽 4시15분까지 밤을 새우며 장장 9시간45분 마라톤 협상을 이어갔고, '정회'라는 형태로 접촉을 멈추고 숨을 고른 뒤 23일 오후 3시부터 고위급 접촉을 재개하기로 합의한데서 이런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예상 밖의 '마라톤 협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남북이 어떤 내용을, 어떤 식으로 논의하고 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김규현 청와대 안보실 1차장은 전날 고위급 접촉 개최 사실을 발표하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관계 상황"과 관련해 접촉을 갖는다고 밝혔지만, 고위급 접촉 정회 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쌍방은 최근에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과 앞으로의 남북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고 더욱 구체적으로 의제를 전했다. '최근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이라 함은 당연히 북한의 지뢰 도발과 우리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또 이에 반발한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과 준전시상태 선언 및 최후통첩 등 긴장 고조 행위를 의미한다. 우리 측은 이번 긴장 고조가 지난 4일 북한군에 의한 비무장지대(DMZ)내 지뢰도발에서 비롯된 만큼 북측의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최근의 북측의 서부전선 포격도발에 대한 책임도 물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북측은 지뢰도발과 포격도발 자체에 대해 "남측이 조작한 것"이라고 강변해온 터여서 고위급 접촉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고집하면서 오히려 우리 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중단을 요구하며 맞섰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북한의 도발 사건때나 남북 회담의 전례에 비춰 현 사태를 초래한 원인과 상황에 대한 북한의 책임 인정과 그 입장표명 수위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펼쳐지면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부닥쳤을 수 있다. 만약 북한이 지뢰도발 사건에 대한 사과는 뒷전으로 미룬 채 확성기 방송 중단만을 계속해서 일방적으로 요구한다면 최종 합의문 도출은 어려워지게 된다. 더불어 '앞으로의 남북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는 브리핑에 담겨 있듯이 고위급 접촉 테이블에서는 최근 양측 충돌 사태외에도 다른 남북관계 현안까지 광범위하게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의제로는 우리 측에서 주장하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 재개가 우선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815 경축사에서 "연내에 남북 이산가족 명단교환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이산가족 상봉 재개 의지를 강력하게 밝혔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다음 달 중순까지 남한 이산가족 6만여명의 현황을 파악해 북측에 일괄 전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이산가족 상봉 재개 문제가 논의됐다면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까지도 함께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북측은 524 대북 제재조치 해제 등을 이산가족 상봉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재개와 연계해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했을 수도 있다. 북한은 지난 18일 이산가족 명단 교환을 제안한 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내용을 비난하며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이산가족이 자연히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남북 고위급 접촉 새벽 4시15분 정회… 오후 3시 재개

남북은 북한의 서부전선 포격도발 등으로 촉발된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22일 저녁부터 판문점에서 고위급 접촉을 진행했으나 사태 해결과 관련한 최종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남북은 고위급 접촉을 일단 정회한 상태에서 서로 입장을 검토한 뒤 23일 오후 3시에 고위급 접촉을 재개키로 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23일 새벽 긴급 브리핑에서 "남북은 22일 오후 6시30분부터 23일 새벽 4시15분까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진행했다"면서 "남북은 오늘 새벽 4시15분에 정회했으며 쌍방 입장을 검토한 뒤 오늘 오후 3시부터 다시 접촉을 재개해 상호 입장의 차이에 대해 계속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고위급 접촉 의제와 관련, "이번 접촉에서 쌍방은 최근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과 앞으로의 남북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고 밝혔다. 남북은 고위급 접촉을 정회, 재개키로 하면서 서로 조율한 발표 문안을 만들었고, 이를 민 대변인이 그대로 전했다. 남북은 고위급 접촉 초반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 북한의 지뢰도발에 대응해 우리가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우리측은 북한에 지뢰도발과 포격도발에 대한 사과재발방지를 요구했을 것으로 예상되며 지뢰도발 등을 부인해온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우리측은 이산가족 문제 등 인도주의적 사안과 북핵 문제 해결 필요성 등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방안을 설명했을 것으로 보이며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의 중단을 요구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 524 조치 해제 문제를 제기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 사안에 대한 이런 입장차로 남북은 10시간 가까이 진행된 마라톤협상에도 불구하고 최종 합의문 채택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오후 재개될 고위급 접촉의 전망도 불투명하지만 남북이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정회한 상태로 '서로간의 입장을 검토한뒤 상호 입장 차이를 계속 조율'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합의문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남북간 대화가 이어지면서 지뢰도발(4일)과 이에 따른 우리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대북 확성기를 겨냥한 북한의 포격도발(20일)과 최후통첩 등으로 최고조로 치달았던 한반도 긴장 국면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문점 고위급 접촉에는 우리측에서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에서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참석했다. 김 실장과 황 총정치국장은 지난해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계기에 인천의 한 식당에서 오찬 회담을 한 적이 있으나 정식 회담은 이번이 처음으로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이뤄진 남북간 최고위급 접촉이라는 의미가 있다. 연합뉴스

남북, 극적 대화테이블…'위기지속-대화국면' 최대 분수령

남북이 22일 어렵사리 대화테이블을 마련함으로써 지난 20일 북한의 포격도발과 우리 군의 대응포격으로 일촉즉발의 충돌위기로 치닫던 남북간 대치가 위기탈출 출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북은 이날 오후 6시 판문점 우리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홍용표 통일부장관,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김양건 노동당 비서(겸 통일전선부장)간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전격 합의했다. 북측이 이날 오후 5시를 대북 심리전 방송 중단 시한으로 정하며 관련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에 돌입하겠다며 전방지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상태에서 남북이 대화창구 마련을 통해 당장의 충돌을 막은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이날 고위급 접촉은 남북간 긴장이 계속돼 최악의 경우 충돌로 이어질지 아니면 대화국면으로 전환할지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제 관심은 남북이 고위급 접촉에서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지다. 현 상황에서는 남북이 합의를 도출하기까지는 적지 않는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북측은 고위급 접촉에서 이번 도발의 빌미로 삼아온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 방송의 즉각적인 중단과 관련 장비인 확성기의 철거를 강력히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북측으로서는 대북 심리전 방송은 이른바 '최고존엄'(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 관한 문제인만큼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우리 군은 이번 긴장 고조가 북한군에 의한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내 지뢰도발에서 비롯된 만큼 지뢰도발에 대한 북측의 책임 있는 사과와 책임자 처벌요구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로서는 북측의 포격도발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북측은 지뢰도발과 포격도발 자체에 대해 "남측이 조작한 것"이라고 발뺌하고 있어 남북 고위급접촉은 남북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채 겉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자칫 이번 접촉이 몇 시간짜리 용에 그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북측의 대화 의지로 보인다. 남북이 북측의 지뢰도발과 포격도발에 대한 해법을 당장 찾지 못하더라도 북측이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를 보이면 우회로를 찾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측이 전방지역에 대한 준전시상태 해제 등 군사적 긴장을 먼저 낮추는 조치를 취하면, 우리 군도 일시적으로라도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는 묘안을 찾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장 해법을 찾지 못해도 남북이 고위급접촉 추가 일정을 잡는 것도 일촉즉발의 위기를 일시적으로 유보하는 방법이다. 이번 고위급 접촉은 북측이 전날 오후 먼저 김양건 비서 명의 통지문을 통해 먼저 제안했고, 우리 측의 수정안에 대해 북측이 대표단과 관련해 일부 수정안을 다시 낸 것을 우리 측이 받아들이는 형태로 성사됐다. 특히 북측은 고위급접촉의 대표도 우리가 요구한 군서열 1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수용했다. 최근 남북간 군사적 긴장과 관련해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외에 군의 가장 최고책임자인 황 총정치국장이 나와야 한다는 우리측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또 고위급접촉 시간도 당초 군사적 행동 시한으로 정한 오후 5시에서 한시간 늦은 6시로, 접촉 장소도 판문점 우리측 지역으로 합의했다. 이런 점에서 북측이 상당히 대화 의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접촉에서 남북간 대화가 잘 되면 당장의 충돌위기 해소뿐 아니라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 대북제재 조치 등 전반적인 남북간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측이 진정성은 결여한 채 국제사회에 대화의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고도로 계산된 행동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없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간 불신의 골이 워낙 깊고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한차례 고위급 접촉으로 해결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남북이 상황의 엄중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어 양측이 한 발짝씩 양보해서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높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남북대화에도 軍 경계태세 유지…확성기 방송도 계속

무력 충돌로 치닫던 남북한이 22일 오후 극적으로 대화에 합의했지만 우리 군은 일단 최고 경계태세를 유지하며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날 "군은 북한군의 포격도발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일 발령한 최고 경계태세를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군은 남북간 대화 중에도 도발을 걸어올 수 있기 때문에 군은 만반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도 계속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은 지난 4일 발생한 북한군의 지뢰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라며 "북측이 책임있는 조치를 하지 않는 한 방송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21일 대국민 담화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은 지뢰 도발에 따른 우리의 응당한 조치"라고 강조한 바 있다. 남북한 양측이 고위급 접촉 논의를 하던 전날 밤과 이날 새벽에도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은 포격도발 직후 국방부에 보낸 전통문에서 이날 오후 5시까지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하라고 요구하며 이에 불응할 경우 '군사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계속하자 북한은 전방 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전면전'까지 거론하며 군사적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21일 오후 전격적으로 대화를 제의했고 남북한은 이날 오후 6시 판문점에서 남측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의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참석하는 고위급접촉을 여는 데 합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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