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 "개그는 산수, 연기는 철학"

KBS '개그콘서트'에서 '우격다짐' 코너로 사랑받던 이정수가 연기자로 전업해 브라운관에 돌아온다. 이정수는 31일 첫 방송되는 SBS 새 아침드라마 '맨발의 사랑'(극본 이도영, 연출 김정민)에서 개그맨 지망생 윤재현을 맡아 본격적으로 연기에 돌입한다. 이정수는 27일 오후 SBS 일산제작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2년 반 전에 개그맨을 그만두겠다고 한 뒤 이를 악물고 연극만 했다"며 "사람들이 나를 보고 '이제 연기자구나'라고 얘기하게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극중에서 김효진과 호흡을 맞추는 이정수는 "뜨고 나니 좋았지만 정신을 좀먹는 것을 느꼈고 연극에서 회당 2만 원 받고 무대에 섰더니 정신이 바짝 났다"며 "극 중에서 개그가 필요하다면 개의치 않겠지만 앞으로 개그를 다시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개그와 연기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이정수는 "개그는 산수 같아서 아이디어를 내기는 어려워도 다음부터는 공식에 대입만 하면 되지만 연기는 할 때마다 달라서 철학 과목 같다"며 "개그와 연기의 극적인 차이를 깨닫게 됐고 연기를 즐겁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개그콘서트'에서 상승 가도를 달리다 2003년 말 연기자 전업을 선언한 이정수는 이후 연극 '뉴 보잉보잉' '강풀의 순정만화'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등 3편의 연극 무대에 섰다. /연합뉴스

‘별 아닌 별’ 뜨다… TV에서 ‘한국의 우주시대’ 만난다

하늘에서 반짝이는 것이 모두 별은 아니다. 태양 빛을 반사하는 인공위성은 지상에서 쉽게 관측되며 빠른 속도로 지나가기 때문에 종종 UFO(미확인 비행물체)로 오인되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28일 오후 ‘별 아닌 별’을 또 가지게 된다. 다목적 실용 인공위성인 아리랑 2호가 러시아 블레세츠크 발사장에서 쏘아 올려지는 것. 아리랑 2호는 상업적 목적 뿐만 아니라 우주산업의 초석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에 발맞춰 KBS 1TV는 29,30일 밤 11시 ‘한국의 우주시대’라는 제목의 특집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제작진은 2003년 12월,항공우주연구원과 이스라엘이 공동 제작한 1m급 고해상도 카메라가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부터 러시아 발사장에서 올려질때까지 약 2년간 위성의 제작과정을 밀착취재했다. 지상에서 685㎞ 떨어진 상공에 머물게 될 아리랑 2호는 우주의 극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위성은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태양열과 자기장,-270도의 심우주의 온도 및 진공상태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제작진은 이런 환경에서 위성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항우연의 열 진공테스트,로켓발사시험 등의 수많은 기술점검 테스트를 영상에 담았다. 이 밖에도 영상압축저장장치 구축,고해상도 카메라 검증을 위한 퀵룩 테스트,위성을 우주로 실어나를 발사체인 ‘로콧’ 등의 개발과정과 관련 기술도 취재했다. 위성을 쏘아올리기까지 우리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흘린 땀과 눈물도 감동을 준다. 아리랑 2호 제작에는 항우연을 비롯 항공우주산업 대한항공 두원 중공업 한화 등의 과학기술자 500여 명이 약 7년 동안 참여해 왔다. 항우연 연구원들이 고해상도 카메라 제작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스라엘에직접 건너가 관련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도 소개된다. 한편,제작진은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리랑 2호 캐릭터를 만들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특히 30일 방송되는 2편에서는 가상스튜디오 ‘우주거북선’에 천문우주과학 전문가들을 출연시켜 최첨단 위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3D 그래픽을 활용해 위성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줄 예정이다.

전혜진 "마른 사람이 깡 있는 거 모르세요?"

"제게 그동안 도시적이고 커리어우먼 같은 이미지가 많았잖아요. 이번엔 밝고 긍정적인 '아줌마'예요." KBS '아름다운 유혹' 이후 1년9개월간 모습을 비치지 않았던 전혜진이 아줌마로 변한다. 31일 첫 방송되는 SBS 새 아침드라마 '맨발의 사랑'(극본 이도영, 연출 김정민)에서 전혜진은 깃 세운 셔츠와 굽 높은 구두는 온데간데 없이 무늬 없는 반소매 티셔츠에 머리카락을 뒤로 당겨 질끈 묶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27일 오후 일산제작센터에서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전혜진은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배역을 설명했다. "'아름다운 유혹'에서는 장면마다 울고 우울해서 더 밝고 긍정적인 역을 해보고 싶었어요. 강다연은 힘든 시기에 누구에게나 희망을 줄 수 있는 캐릭터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촬영하면서 엔도르핀이 돌 정도로요." 전혜진이 맡은 강다연은 미혼모로 딸을 키우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여자다. 돈 많고 '빽' 있는 사람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할 말 다한 뒤 돌아선다. 브라운관에 억척스런 아줌마가 넘쳐나는 요즘이라 자칫 빛이 바랠 수도 있다. 게다가 드라마 속엔 결국 재벌 2세와 만나 사랑을 고민하고 엄마마저 알고 보니 생모가 아닌 'TV 드라마용' 통속이 가득하다. "전 아침에 밝고 경쾌하게 웃으면서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청량음료 같은 드라마가 됐으면 해요. 강다연이라는 캐릭터도 실제 인물에게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들었는데 한 아줌마가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달려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리고 싶어요." 2년 가까이 쉬는 동안 전혜진은 주로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아름다운 유혹'을 시작하기 한 달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드라마를 마친 뒤엔 가족애를 다지는 시간으로 삼았다. "그동안 한번도 쉰 적이 없어서 가족애를 느낄 시간을 가졌어요. 인생관도 달라지고 요리 실력도 부쩍 늘었죠. 못하는 요리가 없다니까요. 할인마트에 가면 저를 많이 볼 수 있으실 거예요(웃음)." "쉬는 동안 병원 출입도 잦아 숨쉬고 일하면서 살 수 있는 것이 감사한 걸 새삼 느낀다"는 전혜진에게 물었다. 씩씩한 아줌마 연기를 하기엔 너무 마른 것 아니냐고. "극 중에서 강다연이 '깡'다연으로 불려요. 자기 소개할 때도 '깡다연…아니 강다연입니다'라고 실수하고요. 원래 마른 사람들이 '깡' 있는 거 모르세요?(웃음)" /연합뉴스

메릴 스트립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의외의 성공

패션잡지사를 무대로 한 메릴 스트립 주연의 코미디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올 여름 할리우드 의외의 히트작으로 떠올랐다. 메릴 스트립이 까다롭고 변덕이 죽 끓듯 하는 패션잡지 편집장으로, '프린세스 다이어리'로 스타덤에 오른 앤 해더웨이가 스트립에게 온갖 구박과 부림을 당하는 스트립의 개인 어시스턴트로 출연하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로렌 와이스버거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각색한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의 여러 에피소드를 연출한 데이비드 프랭켈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달 30일 '수퍼맨 리턴즈'와 같은 날 개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제작비 3천500만 달러의 작은 영화. 1억 달러 심지어 2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들이 즐비한 여름 흥행시장에 개봉한 작은 영화 중 하나지만 26일(현지시각) 북미시장 박스오피스에서 총수입 1억 달러를 돌파했다. 더욱이 개봉 이래 매주 흥행수입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어 이 같은 추세라면 현재까지 모두 1억1천700만 달러의 수입을 기록하고 있는 제니퍼 애니스톤 주연의 '파경'을 제치고 올해 최고 히트작 10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흥행 성공 요인으로 통상적인 할리우드 마케팅에서 벗어난 독특한 마케팅전략을 꼽았다. 화려한 패션계를 무대로 삼아 여성 취향의 영화로 치부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영화의 재치와 유머를 부각시키고, 남녀 모두에게 통할 수 있는 악몽의 화신 같은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관계 등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으로 폭넓은 관객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할리우드리포터가 특히 평가한 폭스의 마케팅 기법은 우선 기존의 예고편들과 다른 예고편의 제작. 영화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모아 보여주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영화 시작 부분을 그대로 예고편으로 사용했다. 또한 중학생 관람가 등급의 영화임에도 약간 대범한 포스터를 제작했다. 악마의 창을 굽으로 한 빨간 구두로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는 포스터를 제작한 것. 그러나 무엇보다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결코 가볍지 않은 코미디로 격상시킨 메릴 스트립의 무게감과 뛰어난 연기, 그리고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요지경 패션계에 적응해가는 역을 맡은 앤 해더웨이 등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를 이룬 점이 관객들의 지지를 얻어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영화 상반기 개봉작 전년 대비 41% 증가

2006년 상반기 한국영화 개봉작이 전년대비 무려 4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27일 발표한 '2006년 상반기 한국영화산업 결산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개봉한 한국영화는 총 48편으로 이는 2004년, 2005년의 34편에 비해 41%나 증가한 수치다. 영진위는 "통상적으로 하반기의 개봉편수가 더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 한국영화 개봉작은 100편에 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봉 편수의 증가세를 관객 수가 따라가지는 못해 실질적으로 내실을 다지지는 못했다. 월별 관객 수 추이를 보면 한국영화 관객은 1월부터 6월까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6월에는 2004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한국영화 서울관객 수가 100만 명 이하를 기록했다. 2006년 상반기 서울지역 총 관객 수는 2천470만 명으로 전년대비 18.9% 증가했고, 이중 한국영화 관객은 1천374만 명으로 전체 관객 대비 55.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미국영화가 40.6%를 기록해 두 국가의 영화가 전체 관객의 96.2%를 모았다. 영진위는 "한국과 미국 영화에 대한 편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면서 "다른 나라 영화들의 상영 기회는 더욱 줄어들어 중국영화는 1.4%, 일본영화는 1.6%에 불과했으며, 특히 유럽영화는 작년 동기 3.1%에서 올해는 0.6%로 무려 5분의 1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작년에 이어 스크린은 계속 증가해, 상반기에 개관한 주요 멀티플렉스 체인들의 스크린 수만 해도 100개를 훌쩍 넘었다. 영진위는 "폐관되는 극장들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말 경에는 전국 스크린 수가 1천700~1천800개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한국영화 시장규모 세계 9위

한국 영화시장의 규모는 세계 9위로 나타났다. 또 자국 영화 점유율 기준 극장 매출 규모는 세계 5위를 차지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전 세계 영화시장 규모(2004년 기준 834억 달러)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10개 국의 영화시장을 대상으로 한 '2004년 세계 영화시장 규모 및 한국영화 해외 진출 현황 연구'를 최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영화 시장 규모에서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호주에 이어 9위를 차지했다. 10위는 인도. 부가 시장을 제외한 극장 매출 순위에서도 한국은 9위에 올랐다. 그러나 자국 영화의 점유율을 기준으로 하면 미국 인도 일본 프랑스에 이어 5위다. 한편 10개국 중 미국영화 점유율이 50% 이하인 나라는 인도(7.5%), 한국(41.2%), 프랑스(47.2%) 3개국에 불과하며, 호주(85.4%)와 영국(73.1%)은 미국영화 점유율이 70% 이상을 차지했다. 영진위는 "한국은 주요 10개국과 비교해 볼 때, 특히 극장 이용과 관련된 지표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1인당 관람횟수 및 스크린 수 증가와 함께 한국 극장산업의 성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세계 영화시장의 규모 및 현황 조사와 함께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 현황에 대해 극장 개봉 사례 중심의 조사 결과를 수록하고 있다. 영진위 홈페이지(www.kofic.or.kr) '영화산업자료-영화산업 및 정책연구-조사연구보고서'에서 목차와 요약본을 열람할 수 있으며, 책자는 서점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연합뉴스

<새영화> 관록과 패기의 조화 '플라이 대디'

관록 있는 이문식과 패기만만한 이준기 콤비의 조화가 썩 괜찮다. 군데군데 보이는 이야기의 허점이 두 사람의 연기 앙상블로 인해 비록 힘겹지만 그럭저럭 메워지며 두 남자의 성장영화로 완성됐다. '왕의 남자'에서 공길 역을 맡은 이후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2006년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한 이준기. '플라이 대디'(감독 최종태, 제작 다인필름ㆍ가드텍)는 '왕의 남자' 개봉 전 처음엔 탐탁치 않아 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캐스팅한 이준기의 인기 수혜를 가장 많이 누리게 된 영화가 됐다. 아무래도 이준기의 연기에 쏠렸던 관심은 아직은 그가 신인급이라는 사실과 '왕의 남자'에서 보여줬듯 만만찮은 집중력을 가졌다는 점을 동시에 확인시켰다. 설익었지만 앞으로 잘만 부대끼면 연기자들이 단순히 직업을 표현하는 단어 이상의 의미로 여기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자연스럽게 획득할 수 있을 듯. 풋풋한(?) 이준기를 보완해주고 이끌어주는 배우는 이문식이다. 그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을 표현하는데 특별한 재주를 선보이고 있으며, 겸양을 포용한 관록을 갖췄다. 오락가락, 갈 지(之)자 행보를 면치 못한 채 흥행에서 참패한 '공필두'에서조차 그의 연기는 아까울 정도로 중심이 잡혀 있었으니. 이문식은 몸을 내던지는 육체 연기와 살가운 웃음을 주는 코믹 연기로 강약을 조절하며 이야기의 단순함을 진정성 있는 연기로 극복한다. '플라이 대디'는 소심하고 평범한 샐러리맨 39살 장가필(이문식 분)과 반항적이지만 깊은 상처를 짐작케하는 19살 고승석(이준기)을 내세운 '투 톱' 남성영화다. 두 남자가 죽기 살기로 달려들었던 '야수' '태풍' '사생결단' '강적' 등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이 형식 영화의 흐름과는 달리 내용 면에서 훨씬 편안하다. 재일교포 3세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 원작 '플라이 대디 플라이'를 한국적 정서로 풀어내려 한 흔적이 엿보인다. 아내와 딸 다미, 셋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장가필은 부장 승진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앞으로 7년 동안 아파트 대출금 상환을 해야 하는 평범한 가장이다. 그러던 어느날 다미가 노래방에서 웬 놈에게 맞아 병원에 입원한다. 다미를 때린 학생은 돈과 권력을 쥔 집안의 아들. 교감은 이 문제를 앞장서 해결하는 한편 은근히 다미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강조한다. 이들을 향해 아무런 항변조차 못하는 아버지를 보며 딸은 더 충격에 빠진 채 아버지를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 갑자기 모든 게 무너져내린 듯한 장가필에게 고승석이 나타난다. 햇살이 비스듬히 내리쬐는 창가에서 '체 게바라 평전'을 읽고 있는(시작부터 의도했든 안했든 멋진 이준기를 드러내려 하는 대표적 장면) 승석은 냉소적으로 그를 대하지만 친구들의 부추김으로 3년 연속 복싱 챔피언인 가해학생을 패고 싶다는 가필의 훈련을 돕는다. '징하고' 독한 훈련이 시작된다. 10분 만에 남산 계단 오르기, 철봉 매달리기, 날아오는 공 피하기 등등. 승석은 가필에게 반말을 하고, 가필은 승석에게 존댓말을 하는 전형적인 사제 관계가 된다. 험한 훈련을 겪으며 두 사람은 조금씩 친밀감을 느끼는 와중에 이들에게도 갈등이 찾아온다. 아이들이 가필의 훈련에 내기를 건 사실을 알게 된 가필이 심한 배신감을 갖게 되는 것. 그러나 두 사람은 오히려 그 사건을 계기로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며 승석도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반경 1m 세상밖에 보지 못했던 가필은 좀 더 넓은 세상에 눈을 뜨며, 자신만의 갈등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승석에게는 기댈 언덕을 만들게 된다. 영화 초반은 지루함을 피할 수 없다. 또한 사건의 발생-전개-결말 역시 예상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장가필 중심의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승석의 고민에 대한 비중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그렇지만 가필뿐 아니라 승석의 친구조차 하나같이 착한 마음 씀씀이는 관객에게도 비판의 칼날 대신 착한 심성을 심어놓으려 하고, 욕심 부리지 않은 메시지 전달은 부담 없는 성장 영화로 만들었다. 이 영화를 편하게 이끄는 동력중 하나는 음악. 메인 음악인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더불어 친숙한 노래와 느슨한 극 흐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음악의 공이 크게 다가온다. 이준기는 '여자 같은 남자'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왕의 남자'와 달리 17:1의 대결에서 승리할 만큼 전설적인 싸움꾼으로 180도 방향을 확 튼다. '예쁜' 미소에 '터프'한 남성미까지 갖췄으니 이준기 팬들에게는 더없는 선물이 될 것. 8월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