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횡단보도 보행자 사이로 ‘슝'…자전거 운전자 교통 법규 나몰라라

경기지역 자전거 운전자들이 교통 법규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불법 주행을 일삼으며 보행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장안구 정자1동 한 횡단보도에서 신호등 초록불이 깜빡거리자 10m가량 뒤에 있던 자전거 한 대가 벨을 울리며 보행자 사이를 가로질러 건너갔다. 이 때문에 앞서가던 보행자 한 명이 깜짝 놀라면서 들고있던 휴대폰을 놓칠뻔한 장면이 연출됐다. 뒤이어 따라오던 한 여성 운전자도 아이를 자전거 뒤에 태운 채 속도를 높이며 횡단을 시도했다. 운전자는 물론 아이까지 안전장비는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날 오후 1시께 의왕시 삼동에서 만난 이순자씨(72가명) 역시 규정을 지키지 않고 주행하는 자전거 운전자로부터 불쾌한 기분을 느꼈다. 초록불에 맞춰 장바구니를 들고 횡단을 하던 이씨를 향해 길 좀 막지 맙시다!라고 소리치는 무개념(?)자전거 운전자 때문이다. 더욱이 해당 횡단보도 옆에는 버젓이 자전거 전용 횡단도가 있음에도, 운전자는 이를 이용하지 않고 교통법규 준수자인 이씨에게 되레 역정을 내고 그의 앞을 쏜살같이 지나쳤다. 이씨는 어디를 저렇게 급하게 가는건지 갑자기 뒤에서 자전거를 탄 사람이 길을 막지말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저렇게 빨리 지나가면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는데 잠깐 내렸다가 다시 타는게 그렇게 귀찮은 일이냐고 한탄했다. 도로교통법 제13조에 따르면 자전거횡단도가 없어 횡단보도를 이용해 도로를 횡단할 때에는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 지나가야 된다. 현행법상 자전거는 차로 분류돼 만약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경우 보행자 안전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8~2020년 3년간 도내 자전거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시기별로 보면 2018년 1천182건(사망 21명부상 1천249명), 2019년 1천308건(사망 22명부상 1천401명), 2020년 1천526건(사망 17명 부상 1천682명) 등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자전거 운전자가 안전의무 인식이 부족한 만큼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경옥 한국교통연구원 도로교통연구본부 박사는 자전거는 운전면허가 없어도 탈 수 있어 교통 법규를 모르고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자전거 운전자들이 보행자 안전 의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만큼 정부는 자전거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자전거 교통에 대한 안전교육을 아이들과 성인 대상으로 매년 진행하고 있다며 운전자들이 안전 의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현장, 그곳&] “PCR 검사 안된다구요?”, “어디로 줄을 서요?”…달라진 진단·검사 체계 첫날 현장 곳곳 혼란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급하게 시행만 한 꼴이네요 새로운 코로나19 진단검사체계가 도입된 첫날, 경인지역 의료기관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60세 이상 고령자와 밀접접촉자 등 고위험군만 선별검사소에서 바로 PCR(유전자증폭)검사를 받을 수 있다.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 시민의 경우 신속항원검사를 먼저 실시하고 양성 판정을 받으면 PCR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날 오전 10시께 의왕시보건소 선별진료소. 한 줄로 대기하던 선별진료소에 신속항원검사 줄과 PCR검사 줄이 생기면서 보건소 입구 밖까지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안내직원이 없어 어디서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일부 젊은층은 PCR검사 예외 대상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대기하다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PCR검사를 받으러 온 김영자씨(61가명)는 어디로 줄을 서야 할지 몰라 모르는 사람한테 일일이 줄이 맞는지 묻고 다녔다며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최소한 안내직원 한 명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불만을 표했다. 검사치료체계 전환이 이뤄진 호흡기전담클리닉과 동네 병의원에서도 공간과 인력 부족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곤혹을 치렀다. 이날 낮 12시께 수원특례시의 한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는 80여명의 시민들이 줄을 선 채 2명씩 컨테이너로 된 진료실에 들어가 진료를 받고 검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대규모 인원을 수용하기엔 턱 없이 모자란 공간에서 거리두기가 실종된 채 시민들은 자신의 대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안내를 도와주는 건 벽에 붙은 포스터 한 장뿐이었다. 인천지역 한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도 대부분의 병의원이 규모가 작아 유증상자와 일반환자의 동선 분리가 불가능해 일반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새로운 검사 체계가 도입되면서 충분했던 공간과 인력, 신속항원검사 판독 장치 등이 모두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체계에 대한 정부의 준비성이 부족해 이 같은 혼선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당국이 새로운 방역체계 적용에 대해 충분히 논의를 진행하고 시행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해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는 것이라며 매번 준비가 안된 상태로 시행되는 정부 정책에 회의감이 든다고 강조했다. 한편 발열호흡기 증상자 등 코로나19 환자에 대해 진단검사부터 치료까지 '원스톱'으로 관리하는 호흡기전담클리닉과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은 경기도에는 105곳과 17곳, 인천시에는 33곳과 47곳으로 각각 집계됐다. 지방종합

[현장, 그곳&] ‘차이나타운’ 식당만 즐비...콘텐츠 개발 차별화 시급

차이나타운인지, 짜장면 먹자 골목인지. 온통 중국음식점뿐이네요. 이곳에서는 밥 먹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습니다. 3일 오전 10시30분께 인천 중구 인천역 앞 차이나타운. 붉은색 기둥과 화려한 용 문양의 대형 문인 패루를 지나 입구부터 수백m 길이의 도로에 福(복)이라고 새겨진 빨간 종이들이 화려하게 흩날리고 있지만, 정작 차이나타운 거리는 수십개의 중국음식점만 채우고 있다. 인천의 대표 관광지라는 명성은 간데 없고 먹자 골목만 연상시킨다. 중국음식점들 사이로 간혹 커피전문점 몇 개만 눈에 띌 뿐, 게임장 등 다른 업종은 임대문의 팻말이 붙은 채 문을 닫은 채 방치 상태다. 구경거리는 거리 벽면에 그려진 빛바랜 벽화 등이 고작이다. 관광객 A씨는 차이나타운이 워낙 유명해서 점심시간보다 빨리 와서 구경하다 점심을 먹고 가려했는데 뭘 하면서 점심시간까지 기다릴 지 모르겠다며 차이나타운보다는 중국음식거리가 어울리는 곳이라 다음엔 식사시간에 맞춰 올 생각이라고 했다. 인천의 대표 문화관광 상권인 차이나타운이 먹자골목으로 전락하며 경쟁력을 잃고 있다. 3일 인천시와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511월 차이나타운의 관광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차이나타운은 외식업이 전체 콘텐츠의 70.2%(92개)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업은 17.6%(233개), 서비스업은 12.2%(16개)로 외식업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때문에 차이나타운은 외식업 매출 비중이 전체 월평균 매출액의 67%에 달하며 지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한다. 이는 관광객의 소비가 단순히 중화요리 등 먹거리에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외식업 일색의 차이나타운은 관광객이 오래 머물지 못하는 환경을 부추긴다. 차이나타운의 평균 관광 체류시간은 2시간 이상 3시간 미만이 39.3%로 가장 높다. 단순히 중화요리를 먹고 돌아가는 관광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차이나타운을 찾는 관광객의 방문 동기 역시 음식맛집 체험이 38.9%다. 차이나타운의 장소 이미지 역시 맛집이 밀집한 장소가 32.8%로 가장 높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과거 중국인들이 개항 후 정착한 곳이라는 차이나타운의 역사적 의의를 내세운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차이나타운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음식점 방문 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차이나타운은 외부 환경이나 트렌드 변화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업종인 외식업 위주로 돌아가면서 관광 골목상권으로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김재호 인하공업전문대학 관광경영과 교수는 차이나타운은 관광특구이지만 다양한 소프트웨어적 콘텐츠보단 중국음식점 등 하드웨어적 요소만 부각돼 있어 침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다양한 콘텐츠형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강력한 브랜드화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차이나타운 임대료 높고 콘텐츠 부족 생존 바늘구멍 인천 차이나타운의 높은 임대료와 부족한 콘텐츠 탓에 신생 점포 생존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인천시와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차이나타운 내 점포 개업률은 2.9%, 폐업률은 4.4%로 폐업 점포가 개업 점포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년 전 차이나타운에 개업한 전체 점포의 생존율은 37.5%에 머물고 있다. 이 중 서비스업 점포는 2018년과 2016년에 개업한 점포 2곳 모두 폐업한 상태다. 외식업 점포 역시 2016년에 개업한 점포의 33.3%만이 현재까지 영업을 이어가는 중이고, 2018년에 개업한 점포는 50%만 남은 상태다. 차이나타운 내 점포의 낮은 생존률은 인근 지역보다 높은 임대료와 땅값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차이나타운은 중구의 평균 개별 공시지가와 비교하면 1.4배가량 높은 상태다. 여기에 인천 차이나타운의 지난해 개별 공시지가는 1㎡당 평균 153만4천원으로 2020년(143만4천원)보다 7%가량 증가했다. 이에 차이나타운 내 종전의 골목상권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확장형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의 먹거리 위주의 콘텐츠는 관광객 범위를 한정시키고 이는 상권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점포들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현대 차이나타운 번영회장은 음식적 위주의 콘텐츠 구성이라는 숙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고객의 폭이 좁아지는 결과를 만들어 전체 상권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주변 개항장, 월미도 등과 연계한 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해 상권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민수박주연기자

[현장, 그곳&] 규정 어긴 채 설치된 실외기…보행자 ‘불편’

경기도내 상가밀집지역 등 곳곳의 실외기가 규정에 맞지 않게 무분별하게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23조에는 실외기는 도로면으로부터 2m 이상 높이에 설치돼거나, 실외기에서 나오는 열기가 인근 건축물의 거주자나 보행자에게 직접 닿으면 안되게 조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본보가 도내 일부 상가밀집지역을 돌아본 결과, 규정에 어긋난 채 설치된 실외기가 보행자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오전 9시30분께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한 상가 뒷편 출입구 앞. 현행법상 실외기는 2m 이상 높이에 설치돼야 하지만 이곳 6대 실외기는 어떠한 바람막이나 바람의 방향을 바꾸는 장치도 장착하지 않은 채 지상에 설치돼 있었다. 어른 키 높이만 한 대형 실외기도 이중으로 쌓아 놓아 매캐한 냄새를 풀풀 풍기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상가 손님들이 실외기 주변을 흡연 장소로 이용하면서 담배꽁초가 실외기 주변에 버려져 있어 자칫 화재 발생 시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있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19~2021년)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실외기 화재는 총 101건으로 2억2천184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같은 날 오후 화성시 진안동의 상황도 매한가지. 중심상가 일대에선 실외기 열기가 보행자에게 닿으면 안된다는 규정을 무시한 채 실외기 4대가 보행자들이 지나다니는 도로 옆에 1m가량 높이에 놓여져있어 이곳을 지나는 시민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손사레 치며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실외기 열기 방향 전환 장치는 커녕 규정에 맞지 않은 높이에 설치되면서 먼지 가득한 퀘퀘한 바람이 시민의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곳을 지나던 나종범씨(28)는 실외기 바람이 불어오면 먼지를 들이마시는 것 같아 매우 불쾌하다며 아이들도 많이 지나다니는 곳인데 방향을 바꾸거나 다른 곳에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이 규정에 어긋난 실외기가 무분별하게 설치되고 있지만 지자체는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데다 인력 부족 등 이유로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팔달구청이 지난해 실외기 관련 민원 접수로 현장 점검을 나간 횟수는 10회 미만으로 확인됐으며, 화성시 진안동을 담당하는 동부출장소의 경우 지난해 현장 점검을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각 지자체 관계자는 인력 부족 등 이유로 민원 위주로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며 실외기 관련 민원이 제기되면 현장 점검을 통해 보행자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적극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대현기자

[현장, 그곳&] "6년째 그대로" 여전한 공동주택 비상구 '닫힘'

생명 탈출구로 불리는 옥상 비상출입문이 경기도 공동주택 곳곳에서 폐쇄돼 있는 것으로 확인, 화재 등 긴급상황 발생 시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소방당국도 긴급상황의 경우 최소한의 피난로 확보를 위해 출입문 개방을 권고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27일 오전 군포시 금정동의 한 아파트. 20층 꼭대기로 올라가자 비상출입문이 나타났다. 하지만 출입문은 녹슨 자물쇠에 의해 굳게 잠겨있는 상태였다. 아파트 경비원에게 출입문 열쇠가 어딨는지 문의했지만, 220m 떨어진 관리사무소에서 수령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날 오후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에 위치한 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 17층 옥상의 비상출입문 앞에는 초록색 비상구 표시가 붙어 있었지만,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가까이 있어야 할 열쇠보관함도 눈에 띄지 않았다. 주민 김병철씨(33가명)는 비상 시에 대피하기 위해 옥상 출입문은 항상 열려있는 줄 알았다며 화재 상황을 대비하려면 문을 상시 열어놓거나 주민들에게 열쇠라도 지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꼬집었다. 현행 건축법상 건축물에 설치되는 옥상 비상출입문의 폐쇄금지에 대한 규정은 없지만, 소방당국은 화재 등 긴급상황 발생 시 최소한의 피난 장소 마련을 위해 열어두길 권고하고 있다. 특히 공동주택은 다수가 함께 거주하고 있어 화재 발생 시 인명피해 발생률이 높은 데다 고층 화재 시엔 옥상으로 향하는 피난로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6년 이후 지어진 공동주택에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자동개폐장치가 의무적으로 설치돼야 한다. 자동개폐장치는 아파트 옥상 비상출입문에 화재감지기가 연동돼 자동으로 개방되는 장치다. 하지만 2016년 이전에 건축된 공동주택에는 적용되지 않은 상황. 이 때문에 자동개폐장치 설치 의무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도내 옥상 비상출입문 자동개폐장치는 3만5천124개동 중 1만9천380개동(55.2%) 설치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돈묵 가천대 설비소방공학과 교수는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면 옥상이 우범지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은 비용 문제인데 폭 넓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2016년 이전에 지은 공동주택에도 자동개폐장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화재 시 피난로 확보 등 안전을 위해 개방할 수 있도록 도민을 상대로 홍보를 더욱 확대하겠다며 2016년 이전 공동주택에 대해서도 자동개폐장치 설치 권고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체온측정기만 덩그러니… 지역 관문 곳곳 ‘방역 구멍’

정부가 설 명절을 앞두고 특별교통대책을 발표하며 방역 강화에 나섰지만 정작 각 지역의 관문이 되는 경기지역 교통시설 곳곳은 방역 사각지대로 확인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사상 처음으로 1만명을 돌파한 상황에서 부실한 방역을 틈타 설 명절 이후 코로나19 대확산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26일 오전 동탄역.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5층에 위치한 승강장으로 내려가자, 안내데스크 앞에는 수동 체온측정기와 자동 열화상카메라 각각 1대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를 관리하거나 체온 측정을 요청하는 직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열화상카메라는 사람들이 내려오는 곳과 다른 각도를 비추고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인 상태. 발열측정, 방역지침 준수라는 입간판이 무색하게 승객들은 관리 감독 없이 방치돼 있는 체온측정기를 유유히 지나쳐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설을 맞아 미리 부산으로 향한다는 김형석씨(33)는 불특정 다수가 몰리는 기차역 방역 상태가 너무나 허술한 거 같다며 설 연휴 기간 코로나19 대유행의 근원지가 기차역이 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불안해했다. 동탄역 측은 직원 3명이 안내데스크에서 탄력적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역사 순회와 민원 처리 등 내부 일정과 겹치면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교통시설인 버스터미널도 상황은 더 열악했다. 이날 오후 수원버스터미널 내부 매표소 앞에는 열화상카메라 고작1개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지만 이 마저도 관리하는 직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승객들도 별도의 발열 확인 없이 열화상카메라를 스쳐 지나가기 일쑤였다. 더욱이 하루 평균 6천여명의 유동인구가 오가는 대합실에서 승강장으로 진입하는 입구 조차 체온측정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감염 여부를 알 수 없는 수천여명의 시민들은 코로나19 감염 판별에 가장 기본이 되는 체온측정 검사도 없이 자유롭게 버스를 타러 이동할 수 있었다. 수원버스터미널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의 승객이 이용하는 만큼 체온 확인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내부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방역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어 내부적으로 방역 강화를 위한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용량이 많아지는 교통시설에서 기본적인 방역 수칙이 안 지켜진다면 감염 위험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각 교통시설은 꼼꼼하게 발열 확인에 나서는 한편 승객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번 특별교통대책은 승객 이용량이 많아지는 전국 주요 기차역과 터미널에 대해 우선적으로 방역강화를 지시한 것이기 때문에 일부 지역의 교통시설의 방역이 상대적으로 느슨할 수 있다"면서도 "각 지역의 관문이 되는 역들에 대한 방역 강화를 지자체에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26일부터 내달 2일까지 6일간을 설 특별교통대책기간으로 정하고, 관계기관 합동으로 정부합동 특별교통대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기차역과 터미널 등 교통시설에도 방역 대책을 강화해 열화상카메라 설치 및 운영, 손소독제 비치 등 최상위 수준의 방역 태세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설 대목 앞둔 전통시장, '석면 무방비' 어쩌나

설 명절을 앞두고 방문객이 많은 경기지역 일부 전통시장이 석면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오전 성남시 A 전통시장. 지난 1960년대 말부터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 시장의 가게들은 모두 황갈색 슬레이트 지붕으로 덮여 있었다. 손님을 맞는 상인들의 머리 위로는 낡고 부식된 슬레이트 지붕에서 빗물과 함께 떨어진 구정물이 흘렀다. 성남시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2014년부터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착공 시점은 미지수다. 사업이 시작되고 상인들이 모두 이주한 뒤에야 석면조사가 가능하다. 이날 오후 수원시 B 전통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중앙통로 양옆으로 자리잡은 80여곳의 가게 내부로 들어서자 하얀색 천장재가 눈에 띄었다. 석면을 포함하고 있는 아미텍스라는 이 소재는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누렇게 변색되거나 깨져 있기 일쑤였다. 수원시는 해당 시장에 대해 지난 2018년부터 현대화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가게 내부의 석면 천장재는 그대로다. 장을 보러 나온 임정숙씨(63여)는 외관부터 바꿀 게 아니라 위험한 석면부터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지난 2009년부터 생산과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석면 가루를 흡입하면 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 2018년부턴 석면안전관리법에 따라 공공기관이나 어린이집, 학교 등 건축물의 소유자는 안전관리인을 지정하고 6개월마다 의무적으로 석면조사를 벌여야 한다. 그러나 전통시장은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데도 이 같은 의무조사 대상에 빠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실태조사에 나서기 어렵고, 건물 소유자의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어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문제들을 고려해 석면 의무조사 대상을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지자체마다 노후 슬레이트 지붕 등에 대한 철거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있지만, 대부분 시범사업에 그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의무조사 대상을 적극 확대하는 한편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전통시장에 대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철거비용을 우선 지원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모든 건축물을 석면 의무조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게 옳다며 의무조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어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날 풀리면 무너질라… 폐건물, 도심 속 ‘시한폭탄’

미관을 해치는 폐건물이 청소년 비행장소로 전락하는 데다 다음 달 예고된 해빙기로 인해 안전문제까지 우려되면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오전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이 아파트 단지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그대로 드러낸 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아파트 현관 앞에는 중단된 공사를 암시하듯 시멘트 포대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내부에는 잡초가 무성히 자라고 있었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 2000년 11월 착공됐지만 시공사의 부도로 인해 지난 2010년 6월 공사가 중단됐다. 공사가 멈춘 지 12년이 지난 현재까지 방치돼 있어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지만, 아파트 단지에 대한 안전점검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안전점검은 준공된 건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주택가 한 가운데 위치한 반공회관도 상황은 마찬가지. 건물 벽면에 칠해졌던 하얀색 페인트는 칠이 벗겨져 있었고, 건물 주변에는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김미숙씨(56여)는 "이 건물이 미관상 좋지도 않고, 오랜 기간 방치돼 있으니 인근 주민들의 안전도 걱정된다"며 "혹시 무너지는 건 아닌지 우려돼 이 근처를 지날 땐 종종걸음을 하게 된다"고 불안해 했다. 성남시 부지에 지어진 이 건물은 군사정권 당시 건설된 불법 건축물로 오랜 기간 성남시와 정부 사이에 소유권 분쟁을 이어왔다. 장애인 단체가 지난 2010년 이전한 뒤, 12년째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버려져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2019년 신흥동 일대가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묶이게 되면서 이 건물에 대한 안전점검은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날씨가 서서히 풀리는 2~3월에는 큰 일교차로 인해 땅속에 스며든 물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 지반이 약해진다는 점이다. 이렇게 장기간 안전점검 대상에서 벗어난 폐건물은 이 시기에 특히 안전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 2009년 2월에는 성남시 판교신도시 터파기 공사현장에서는 겨우내 얼었던 흙막이가 무너져 11명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현재 경기지역에서 공사가 중단된 지 2년이 넘은 건축물은 도내 14개 시군 35곳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폐건물은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의 정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3년 마다 정비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후 각 시도에 기본계획을 통보한 뒤, 지자체는 그에 따른 정비계획을 수립해 안전조치 등을 시행해야 한다. 장석환 대진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해빙기가 돼 얼었던 곳이 녹으면 터파기 했던 부분은 지반이 약해지고, 기존에 건물에 생겼던 균열은 더 커질 위험이 있다"며 지자체는 적극적으로 안전점검을 하는 한편 주민 안전을 위해 멸실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기도 건축디자인과 관계자는 폐건축물이 청소년들의 비행장소로 사용될 수 있고, 인근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에 해당 건축물에 대한 접근을 철저히 막고 있다"며 해빙기에 있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 각 시군에서 안전점검을 진행하도록 지시했으며 도 차원에서 총괄해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분리배출제 무색…경기도 주택가에선 라벨 부착 투명페트병만

투명페트병에 부착된 라벨을 떼어 버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분리배출제도가 단독주택에서는 물론이고 기존 적용대상이었던 공동주택 현장에서조차 지켜지지 않은 채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5일부터 라벨을 제거하고 내용물을 비운 뒤 압축해서 버리는 분리배출제가 기존 공동주택에서 단독주택까지 확대됐다. 계도기간은 올해 12월24일까지다. 그러나 본보 취재 결과, 도내 곳곳에서는 여전히 과거처럼 라벨 제거 없이 버려진 페트병들이 무분별하게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오전 10시께 군포시 산본동 한 단독주택가에서 만난 환경미화원 김상진씨(57)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봇대 밑에 가득 쌓인 쓰레기 더미 한켠에 라벨과 내용물이 그대로 있는 페트병이 나뒹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김씨는 8개 페트병을 꺼내 라벨을 하나하나 힘겹게 제거하면서 발로 밟아 찌그러뜨렸다. 김씨는 제도가 시행되고 난 뒤 라벨이 제거된 페트병은 단 한개도 못봤다며 주민들에게 이를 당부해도 라벨이 붙여진 페트병만 눈에 보이니 허탈할 따름이라며 깨끗한 투명페트병 찾기는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사막에서 바늘찾기 수준이라고 푸념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수원특례시 장안구 송죽동 단독주택가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길 고양이가 헤쳐 놓은 검은색 쓰레기 봉투 안에는 라벨과 내용물이 들어 있는 5개의 콜라 페트병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2020년 말부터 분리배출제가 적용된 아파트의 상황은 더 엉망이었다. 의왕시 오전동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는 이와 관련한 안내문이 무색하게 라벨이 부착된 10여개의 페트병이 다른 음료수병과 뒤섞여 있었다. 분리 방법을 모르는 주민을 위해 라벨이 제거되고 내용물이 없는 투명 페트병까지 예시로 배치됐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이러한 원인은 주민 불편함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원 설문 조사 결과, 페트병 분리 배출 경험이 있는 소비자 70.6%(1천명 중 706명)가 라벨 제거가 가장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상황에 전문가들은 시민 입장을 고려한 정책이 나와야한다고 강조했다. 김교근 청주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자원순환 절약을 위해선 시민의 불편함은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이에 걸맞는 홍보나 정책을 진행하고 시민이 이를 자발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시민 실천이 아직 미흡한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지자체와 협의해 계도와 안내 등 홍보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계도기간 이후 분리배출제를 실천하지 않은 시민에겐 3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대현기자

[현장, 그곳&] '폐의약품', 하수구에 버리면 되는 것 아닌가요?

약물이 마구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수거함이 방치되고 있는 데다 지역마다 폐의약품 처리 지침마저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용인시 수지구보건소 정문 앞엔 폭 40㎝, 높이 50㎝ 규격의 폐의약품 수거함 2개가 덩그러니 방치된 상태였다. 폐의약품이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수거함 상단에도 포장지 제거 후 배출이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수거함은 마치 쓰레기통처럼 약물 대신 오물로 가득 채워진 상황이었다. 이날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약국에선 폐의약품 처리 방법에 대해 문의하자, 종량제 봉투에 처리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밖에도 시내 약국 10곳은 모두 폐의약품을 종량제 봉투에 배출하라고 안내했다. 한 약사는 유통기한이 지난 약은 수거함을 통해 회수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수원시는 일반쓰레기를 모두 소각하기 때문에 종량제 봉투에 버리라고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지난 2008년 한강을 포함한 4대강에서 의약물질 15종이 검출된 사태를 계기로, 2010년부터 관련 지침을 개정했다. 가정에서 나온 폐의약품을 보건소나 약국 등에 마련된 수거함에 버리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로부터 13년이 흘렀지만, 지역마다 배출 방법은 제각각이다. 관련 조례를 가진 도내 시군도 17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자체마다 폐의약품을 중구난방으로 관리하다 보니 절반 이상의 도민들이 폐의약품을 잘못된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경기도의 여론조사 결과, 도민들의 잘못된 폐의약품 처리 방식은 ▲일반쓰레기 종량제 봉투(39%) ▲처분하지 않고 집에 보관(12%) ▲가정 내 싱크대변기하수관(5%) 등 순으로 집계됐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는 "항생제가 포함된 약품들이 하천이나 토양으로 흘러 들어갈 경우 기형 물고기나 슈퍼 박테리아 등 심각한 환경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며 "각 지자체는 올바른 폐의약품 배출 방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일원화된 관리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현재 환경부와 관련 지침을 개정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협의를 마치는 대로 폐의약품 분리배출에 대한 경기도 차원의 조례를 제정하는 등 표준화된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낡고 녹슨 간판 ‘수두룩’… 바람 불 때마다 ‘아찔’

법에 어긋나는 불량간판이 아무렇게나 방치되는 데다 점검 대상에서도 빗겨나가 행인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오전 안양시 만안구의 남부시장. 4층짜리 건물의 지하에 있던 다방은 수개월 전 문을 닫았지만, 지상 3m 높이에는 여전히 간판이 매달려 있었다. 자진철거가 원칙이지만 주인이 그대로 두고 떠나버린 것이다. 가로 1m, 세로 1.5m 규격의 낡은 간판은 연결부에 녹이 가득 슬고 갈라져 바람이 불 때마다 위태롭게 흔들렸다. 매주 이곳 시장으로 장을 보러 온다는 김영희 할머니(73)는 간판 아래를 지날 때마다 떨어지는 건 아닌지 두렵다며 언제 사고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아찔한 상황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불안해 했다. 폐업한 가게들이 버려둔 노후 간판보다 더 큰 문제는 정상영업 중인 매장들의 간판 상당수도 불법이라는 점이다. 이날 오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일대 번화가에선 ○○노래타운이라고 적힌 높이 7m, 폭 1m의 거대한 철제 지주간판이 인도 한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현행법상 4m 이상의 지주간판은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나, 해당 간판은 수원시의 옥외광고물 인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멋대로 설치된 지주간판은 성인 남성이 가볍게 밀어도 크게 흔들릴 정도로 아슬아슬했다. 감사원이 지난 11일 밝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자체 허가 및 신고 대상인 옥외광고물 중 92%가 무허가미신고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20년 기준 경기도에서 허가 및 신고 절차를 거친 옥외광고물은 11만3천83개로 집계됐는데, 이 수치를 감사원의 실태조사 결과에 대입하면 130만400개 안팎의 무허가 옥외광고물이 경기도 전역에 즐비할 것으로 추산된다. 더구나 옥외광고물은 연 1회 이상 안전점검을 받아야 하지만, 이 같은 불량간판은 점검대상에서도 빠져 있어 그야말로 안전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실제로 관리가 되지 않은 간판들이 넘어지거나 떨어져 발생하는 사고는 비일비재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16~2020년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옥외광고물 추락전도 사고는 1천790건으로, 하루에 1건씩 간판 사고가 벌어지는 셈이다. 장석환 대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생활 반경 곳곳에 자리잡은 불법 옥외광고물은 추락 위험은 물론 전신주 위로 떨어지면 감전사고까지 일으킬 수 있다며 지자체는 옥외광고물을 설치한 사업자에 대해 인센티브와 벌칙을 동시에 주는 당근과 채찍 전략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불법광고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등 중앙부처 차원에서도 불법 옥외광고물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장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며 전수조사 방안을 포함해 근본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백화점·대형마트 방역패스 해제 발표 속…도내 곳곳 혼란

대형마트 등에 적용됐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일주일 만에 해제한 정부의 오락가락 방역 지침에 도내 곳곳에서 시민 혼란이 이어졌다. 17일 낮 12시께 의왕시 오전동 A 대형마트에선 방역패스를 두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한 남성이 자신을 제지하는 안내요원과 실랑이를 벌인 것. 이 남성은 방역패스가 해제된 것 아니냐며 막무가내로 출입을 시도했고, 이 때문에 방문객 대기 줄이 길어지는 등 혼선이 빚어지자 마트 측은 결국 이 남성을 입장시켰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QR코드 인증 없이 유유히 입장을 시도하는 방문객들의 모습이 쉽게 포착됐다. 같은 날 오전 10시께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의 B 대형마트 1층 출입문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18일부터 방역패스가 적용되지만, 성급하게 날짜 확인 없이 해제 단어에만 꽂힌 일부 시민들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트를 방문했다가 접종증명서를 요구하며 출입을 제지하는 안내요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박지현씨(46가명)는 어차피 내일부터 미접종자도 출입할 수 있는데 통제를 이렇게까지 해야되냐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수원의 C 백화점에서는 이미 방역패스 프리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안내요원은 QR코드 인증부탁드립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정작 실제 접종 여부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확인 절차는 생략됐다. 안내에 따라 QR코드 인증을 한 일부 시민들은 자신들의 접종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다른 손님들에게 같은 말만 반복하며 형식상 자리만 지키고 있는 요원의 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교하지 못한 정부의 결정이 국민의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동안 방역패스 관련해 논란이 많았는데 정부가 일주일 만에 지침을 변경해 국민들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는 혼란스러워하는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대본 관계자는 이번 방역패스 조정은 항구적 조치가 아닌 방역유행 상황에 따라 조정된 한시적 조치라면서 방역패스 관련 지침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백화점대형마트 등 대규모점포 ▲학원 ▲영화관공연장 등 6종 시설의 방역패스를 18일부터 해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체 방역패스 적용시설 115만개 중 11.7%인 13만5천개 시설의 방역패스가 해제된다. 이번 방역패스 대상 조정으로 혼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같은 시설이라도 세부 종류에 따라 적용 대상이 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정부는 이날 조정안에서 학원은 방역패스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으나 모든 학원의 방역패스가 해제되지 않았다. 관악기연기노래 학원 등 마스크 착용이 불가능하거나 침방울 생성이 많은 곳은 계속 방역패스 적용을 받는다. 이대현기자

[현장, 그곳&] 안전 지킬 소화기는 어디에…도내 공동주택 안전불감증 ‘여전’

화재 초기 시 소방차 한 대와 같은 몫을 하는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화된 지 5년이 지났지만, 도내 곳곳에선 여전히 이를 지키지 않은 주택들로 화재 대응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주택용 소방시설은 지난 2017년 2월 개정된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국의 단독주택(단독다중다가구주택)과 공동주택(다세대연립)에 세대층별로 1개 이상 비치돼야 한다. 또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구획된 실마다 1개 이상 설치돼야 한다. 그러나 본보 취재결과, 수원과 광주, 의왕 등 도내 일부지역에서 이 같은 법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9시께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의 5층짜리 공동주택 건물 1층에는 압력게이지가 숫자 0을 가리키고 있는 소화기 한 대가 방치돼 있었다. 작동하지 않는 소화기 바로 앞에는 대형 세탁기 등이 가로막고 있어 접근이 어려웠고, 2~5층 복도에도 소화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날 광주시 광남1동 한 4층 규모의 빌라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1~4층 복도에서 소화기는 단 한 대도 찾아볼 수 없었고 화재 시 대피할 1층 출입문 앞에는 3대의 자전거와 제설 도구 등이 뒤엉켜 있어 원활한 대피가 어려워 보였다. 의왕시 삼동의 5층짜리 다세대주택의 경우 5개동 중 1개동만이 3대의 소화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을 갖췄지만, 다만 이마저도 1층에만 있었으며 2~5층의 다른 소화기는 찾을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도내 단독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6천235건으로, 이 기간 36명이 사망하고 183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주택 화재 피해를 줄이고 초기 대응을 위해 정부가 주택용 소방시설을 철저히 점검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식 우석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겨울철 난방기구 사용 증가로 주택 내 화재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각 세대와 복도에는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며 정부는 소화기 설치 홍보 및 점검을 실시해 시민이 화재 시 초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매년 바뀌는 가구 수 등의 문제로 실태 조사 및 점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캠페인 등 홍보를 시행해 도민의 생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대현 기자

[현장, 그곳&] 車에 매달려… 환경미화원 ‘위험한 작업’ 여전

강력 단속 등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환경미화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청소 차량 뒤에 매달리며 작업을 하는 방식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오전 11시20분께 수원시 송죽동의 골목길. 한 폐기물 수거업체의 일반쓰레기 수거차량 뒷 부분에는 환경미화원 2명이 손잡이에 의지한 채 위태롭게 매달려있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20~30m가량을 이동할 때마다 차량 뒤편에서 뛰어내려 종량제봉투를 차에 싣고 다시 올라타기를 반복하며 주위를 지나치는 차량들 속에서 위험한 작업을 이어나갔다. 이날 낮 12시께 용인시 신갈동 주택가에서는 재활용수거업체 차량에 작업자 2명이 발판에 올라탄 채 100m 이상을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좌회전을 하는 수거차량 맞은편으로 승용차 한 대가 다가오자 수거차량이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작업자들이 순간 휘청이는 위험천만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 9월 말까지 발생한 환경미화원 산재 신청 건수 총 869건 중 추락과 교통사고에 의한 골절이 806건으로 92%가 넘는 비율을 차지했다. 지난 2020년에는 강원도 춘천시에서 청소차와 승용차의 추돌사고가 발생해 청소차 뒤 발판에 타고 있던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작업 방식은 안전 사고를 유발하고 있는 것은 물론 현행 도로교통법에도 저촉되는 행위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8년 10월 강력 단속과 한국형 청소차 도입 등의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짧은 거리마다 반복적으로 승하차하며 이뤄지는 수거작업의 특성상 무작정 매달리기를 금지하기에는 조수석에서 오르내리는 작업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실질적인 문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하루 8시간의 작업시간 안에 차량 1대 당 약 100km를 이동하며 폐기물 3~4.5t을 수거해야 해 시간적인 문제도 매달리기가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에 지자체들은 승하차 좌석이 낮게 달린 한국형 청소차 도입을 추진하면서 주기적으로 단속과 현장 교육에 나서고 있긴 하지만 이런 작업자들의 현실을 인식하고 있어 실질적 방안 마련에도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매달리기를 하지 못하게 분기마다 현장 지도를 하고 있다면서도 무작정 단속으로 막기에는 작업자들의 관절 건강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 환경부에 매달리는 것을 허용해달라는 건의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발판 설치에 대해 논의해 달라는 요구들이 많고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며 하지만 안전 문제와 직결되는 사항인 만큼 작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해 내부적으로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박문기 기자

[현장, 그곳&] 인천지역 마트·백화점, 방역패스 적용에 혼란… “QR코드 몰라” 쩔쩔

“스마트폰 쓰기도 어려운데, 가는 곳마다 QR코드를 보여달라니 늙은이 속만 터집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3천㎡이상의 대규모 점포에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적용한 첫날, 인천지역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는 혼선이 빚어지는 등 짜증 섞인 한숨이 곳곳에서 나왔다. 10일 오전 10시30분께 인천 미추홀구 롯데백화점 지하1층 출입구. 백화점 출입구 앞은 그냥 들어가겠다는 손님과 방역패스를 요구하는 직원간의 실랑이가 이어진다. 일부 손님은 ‘안심콜’을 했다며 안으로 들어가려다 직원에게 제지당한다. 이곳은 출입구만 21곳인데다 터미널과 지하철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시설과 이어져 있어 “통로만 지나갈건데 왜 QR코드를 보여줘야 하냐”는 손님들의 불만도 이어진다. A씨(84)는 “QR코드는 잘 모르겠다”며 “마트에 도토리묵 사러 왔는데, 금방 나갈테니 들여보내달라”고 했다. 직원은 난감한 표정으로 1주일 뒤엔 꼭 방역패스가 있어야한다고 안내하면서 A씨를 들여보낸다. 6층 문화센터에서 영어수업을 듣는 B씨(83)도 ‘접종확인 업데이트’로 5분여간 실랑이를 벌이다 입장한다. B씨는 “강의에 늦을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하다”며 “가는 곳마다 증명서를 내라고 하니 힘들어 죽겠다”고 했다. 이날 연수구의 한 대형마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식료품을 사러 온 미접종자 임산부 C씨(34)는 “마트에 방역패스를 적용하는게 오늘인지 몰랐다”며 “미접종자는 마트도 못가고, 굶어 죽으라는 건지 답답하다”고 했다. 이곳은 출입구마다 접종확인 인력을 배치하기 어려워 출입구를 1곳으로 제한한 탓에 밀리는 손님으로 불편하다는 민원까지 감당해야 했다. 마트 관계자는 “마트 위치상 외국인, 임산부 등 접종확인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며 “평일은 그나마 나은데 대목인 주말에는 줄이 반대 문까지 이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패스의 실익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의식주와 같은 대형마트 마저 방역패스로 지정하는 건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정”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인천지역 대형마트 25곳, 백화점 4곳, 쇼핑센터 10곳을 비롯 총 57곳의 대형점포가 방역패스 적용을 받았다. 식당과 음식점은 이날부터 방역패스 계도기간이 끝나 위반 사업자 및 시민에 대한 과태료 처분을 시작했고, 대형점포는 오는 16일까지 계도기간을 거친다. 김지혜·최종일기자

[현장, 그곳&] 대형마트·백화점 ‘방역패스’ 첫날

“백신 미접종자는 손녀 선물도 사지 못하는 세상이 돼 버렸네요” 10일 오전 11시께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1가의 한 백화점 입구. 곧 태어날 손녀의 옷을 사러 온 박현자씨(59ㆍ가명)가 발길을 돌리지 못한 채 20여분째 입구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백신 1차 접종 후 심하게 부작용을 겪고 2차 접종을 어쩔수 없이 포기한 박씨. 정부 지침을 따라야 하는 백화점 입장에서 그는 ‘초대받지 못한 손님’ 이었다. 박씨는 “백신 미접종이 손녀를 위한 자그만한 선물 구입 조차 막을 줄 꿈에도 몰랐다”고 허탈해했다.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대형마트에선 직원의 QR인증 확인 방식을 두고 손님과 직원과의 설전이 오갔다. 입장을 위해 음성확인서 문자를 보여준 김성택씨(49ㆍ가명)의 앞길을 막은 직원의 제지가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 “접종 여부만 확인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김씨의 불만섞인 반응에도 직원은 PCR 음성확인서 제출을 재차 반복했다. 이로 인해 다른 이용객들의 대기시간이 지연되는 상황이 연출되자, 결국 마트 측은 김씨의 입장을 허락했다.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게 준비된 QR인증기도 혼란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 QR코드 인증기를 1대 밖에 준비하지 못한 영통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입장 대기시간이 지연되며 손님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의왕시 오전동 대형마트를 방문한 일부 고객들은 QR인증도 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입장을 시도했다. 직원들 역시 이 상황을 목격했지만 이미 성날대로 성난 고객들을 제지하지 못했다. 생활필수시설인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이 시작된 첫날부터 경기도내 곳곳에서 혼란과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방역패스 적용 대상에 면적 3천㎡ 이상의 대형마트, 백화점, 서점 등 대규모 점포들이 추가됐다. 시설 입장 시 백신 접종증명서나 48시간 내 발급받은 PCR(유전자증폭검사) 음성확인서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감소를 위해 방역패스 강화가 불가피하지만 범위와 대상이 조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는 방역패스에 대한 국민들이 갖는 인식이나 적용 결과에 따라서 적용 범위와 대상을 고려한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기본권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업ㆍ필수시설 관련 범위 최소화 및 대체수단을 강구하고 있으며 유행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위험도가 낮은 시설부터 단계적으로 방역패스를 해제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현장에서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16일까지 일주일간 계도기간을 갖고 17일부터 개인에게 위반 횟수에 따른 과태료를 10만원씩 부과한다. 지방종합

[현장, 그곳&] 인천 초등생 예비소집일…“친구 많고, 교실 커 좋아요”

“친구도 많고, 교실도 유치원보다 커서 설레요.” 2022학년도 인천지역 취학아동 예비소집 마지막날인 지난 7일 오후 2시께 인천 중구 신흥초등학교 본관 앞. 이서준군(7)이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입학설명서를 건네받는다. 같은 학교 병설유치원을 다닌 이군은 놀이터 옆에 있는 운동장을 가리키며 기대감을 내비친다. 이군은 “유치원 때는 선생님이 위험하다고 유치원 앞 작은 놀이터에서만 놀라고 했다”며 “이제 초등학교에 올라가 큰 운동장을 사용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코로나19 전에는 학부모와 예비 초등생들이 학교 곳곳을 둘러보기도 했지만, 이날 예비소집은 학교 중앙 현관에서 취학통지서와 입학설명서를 건네받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손녀와 함께 학교를 찾은 김용자씨(65)는 “교실을 미리 보지 못한 상황인데다 코로나19로 등교를 시작해도 학부모가 학교 안에 들어올 수 없어 아이가 교실을 잘 찾을지 걱정이다”고 했다. 같은 날 인천 미추홀구의 경원초등학교도 학생과 학부모들의 발길로 북새통이다. 학교는 입학대상자 166명을 지역별로 7개 교실에 분산해 예비소집을 했다. 형과 함께 학교를 찾은 성도윤군(7)은 복도에 있는 수족관을 보면서 연신 감탄한다. 형이 “밥먹으러 갈 때마다 맨날 볼 수 있다”며 동생의 발길을 재촉한다. 엄마 문지은씨(38)는 “12월생이라 더 아기같은 둘째인데, 학교에 간다고 하니 걱정이 크다”며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할지, 밥은 혼자 잘 먹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9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인천지역 초등학교 245곳에서 입학예정자 2만5천982명을 대상으로 예비소집을 끝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예비소집에 오지 않은 아동은 13일까지 사유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며 “행방이 묘연한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고 했다. 김지혜기자

[현장, 그곳&] ‘보행자 보호 의무’ 강화에도…도내 보행자 안전 무시하는 무법 질주 여전

“해가 바뀌었어도 여전히 보행자 안전은 뒷전입니다” 올해부터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 의무 규제가 강화됐지만 도내 현장 곳곳에서는 여전히 보행자 안전을 외면한 무법 질주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오전 10시께 수원시청 인근 대형마트 앞 횡단보도.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자 보행자 2명이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 순간 1t 트럭이 속도를 높여 보행자를 피해 앞으로 지나갔다. 뒤따라오던 승용차는 빨간불로 신호가 바뀌자 빠른 속도로 우회전을 시도했다. 보행자는 아직 횡단보도에 있었다. 오전 11시30분께 의왕시 고척사거리. 보행자 한 명이 횡단보도 중간에 잠시 멈춰 놀란 마음을 추스리고 있었다. 길을 건너던 중 25t 레미콘 차량이 잠깐의 틈을 이용해 우회전을 했기 때문이다. 이를 감시하는 카메라나 단속요원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용인시 죽전사거리에서도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됐다. 우회전 차선에서 달려오던 승용차 한 대가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를 하지 않아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급정거했다. 김현자씨(67ㆍ가명)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차량들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며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대한 단속 활동은 찾아볼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도로교통법 제27조에 따르면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않도록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보행자의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월 이를 위반 시 기존 적용됐던 과태료(승용차 6만원ㆍ승합차 7만원) 및 벌점 부과(10점)에 이어 새해부턴 보험료 할증(2~3회 5%, 4회 이상 10%)까지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까지는 우회전 시 보행자가 거의 건넜다고 판단되면 신호를 무시하고 우회전해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TAAS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도내 보행자보호의무위반 건수는 지난 2018년 1천606건(사망자 21명ㆍ부상자 1천691명), 2019년 1천648건(사망자 25명ㆍ부상자 1천713명), 2020년 1천263건(사망자 23명ㆍ부상자 1천305명)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에 사망한 보행자는 69명, 부상자는 4천709에 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규제가 강화된 만큼 경찰 측에 단속 강화 요청을 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보행자 안전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대현기자

[현장, 그곳&] 인천 어린이보호구역 내 ‘옐로카펫’ 안전표시 20%에 그쳐, 그나마 훼손 보수 시급

다른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는 옐로카펫이 있어서 든든한데. 우리도 빨리 설치해줬으면 좋겠어요. 5일 오후 1시께 인천 서구의 한 A초등학교 앞. 저학년 어린이들의 하교 시간이지만 도로에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횡단보도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바뀌는 순간 한 차량이 지나가는 바람에 어린이들이 우우루 횡단보도 앞에 멈춰선다. 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B씨는 학교 주변 횡단보도 등에는 노란색으로 페인트를 칠해둔 옐로카펫이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옐로카펫이 생기면 운전자들이 학교 인근을 지날 때 좀 더 조심해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시에 따르면 현재 군구가 설치한 옐로카펫은 인천지역 어린이보호구역 700곳에 고작 200여곳(28%) 뿐이다. 옐로카펫은 어린이보호구역의 횡단보도의 바닥과 표지판, 벽면 등에 노란색으로 칠해 운전자의 안전 운전 등을 유도하고 교통안전 설치물이다. 도로교통공단이 옐로카펫 설치효과를 분석한 결과, 옐로카펫은 시인성이 뛰어나 운전자의 감속 운전을 유도하고 어린이의 내부 대기율도 14%로 증가했다. 하지만 미설치 어린이보호구역이 많은데다, 설치한 옐로카펫 마저 색이 바래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부평구 동암초 횡단보도에 있는 옐로카펫은 진한 노란색인 벽면과 달리 바닥은 색깔이 옅어진데다, 발자국으로 검게 얼룩져있다. 보도를 페인트로 칠하는 방식이라 시간이 지나면서 날씨 및 보행, 제설작업 등의 이유로 군데군데 벗겨진 것이다. 또 남동구 구월서초 앞 옐로카펫도 마찬가지다. 색은 이미 옅어져 운전자의 눈에 잘 띄지 않고 심지어 횡단보도 뒤의 벽은 아예 찢긴 채 방치 중이다. 이 같은 옐로카펫의 훼손이 잦으면 아예 보도블럭형 옐로카펫으로 설치할 수 있지만, 비용이 비싸다보니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을 하는 등 도입이 더디다. 부평구 관계자는 아직 예산 문제 등으로 인해 많은 곳에 옐로카펫을 설치하지 못한 상태라며 시설 점검 등을 통해 서둘러 보수작업을 하겠다고 했다. 최종일기자

[현장, 그곳&] “올해는 어획량이 많이 늘어… 풍요로운 한해 기원”

지난해는 코로나19로 너무 힘들었지만 올해는 바다처럼 풍요롭기를 소원합니다. 3일 새벽 4시30분께 인천 중구 연안부두 인근의 수협중앙회 인천공판장. 인천 중구에 사는 중도매인 최경술씨(75)가 올해 첫 경매를 기다리며 5열 종대로 늘어선 생선을 살펴본다. 40년 넘게 인천지역 수산시장에 수산물을 납품하는 중도매인으로 일한 최씨는 지난해 코로나19와 어획량 감소로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냈다고 했다. 그는 오늘은 인천에서 인기가 좋은 홍어 상태와 가격이 모두 좋다며 새해 첫 경매를 기분좋게 시작했으니, 새해에는 좋은 일만 생길 것 같다고 했다. 서해어장에서 가장 큰 냉동생선 경매장인 인천 공판장에는 이날 인천과 충남 보령대천, 전북 군산 등 서해 앞 바다에서 잡은 생선들이 주인을 기다린다. 중도매인들은 새해 첫 경매에 들뜬 표정으로 홍어, 아귀, 백조기, 꼴뚜기, 갈치 등의 상태를 미리 확인하느라 분주하다. 경매 시작 종소리가 울린 뒤 중도매인과 경매사 간의 현란한 손놀림과 추임새가 섞이더니 60㎝는 족히 넘어보이는 민어 1마리가 15만원에 중도매인의 손에 안긴다. 이날 첫 경매에서는 약 2만4천t, 시세 1억원 상당의 냉동생선이 중도매인에게 낙찰됐다. 중도매인들이 경매 냉동생선을 낙찰받으면, 이때부터 중도매인과 소매상 간 거래의 시간이 시작한다. 소매상 이종순씨(83)는 50년째 매일 아침 공판장을 오가고 있지만, 요즘처럼 손님은 없고 생선값은 올라 어려웠던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새해도 왔으니 서로 힘내다보면 상황이 나아질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인천종합어시장 상인 박경선씨(64)도 오늘은 코로나19로 풍어를 기원하는 초매식을 못했는데, 내년 첫 경매날에는 초매식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어획량도 늘고, 사가는 사람과 파는 사람 모두가 행복한 한해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박형중 수협중앙회 인천공판장은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어 생선의 거래가 활발하지 않고, 어획량도 많이 줄었다며 임인년 새해를 맞이하는 어업 관련인들이 모두 행복하고, 풍요로운 1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지혜최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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