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이 마구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수거함이 방치되고 있는 데다 지역마다 폐의약품 처리 지침마저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용인시 수지구보건소 정문 앞엔 폭 40㎝, 높이 50㎝ 규격의 폐의약품 수거함 2개가 덩그러니 방치된 상태였다. 폐의약품이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수거함 상단에도 ‘포장지 제거 후 배출’이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수거함은 마치 쓰레기통처럼 약물 대신 오물로 가득 채워진 상황이었다.
이날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약국에선 폐의약품 처리 방법에 대해 문의하자, 종량제 봉투에 처리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밖에도 시내 약국 10곳은 모두 폐의약품을 종량제 봉투에 배출하라고 안내했다. 한 약사는 “유통기한이 지난 약은 수거함을 통해 회수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수원시는 일반쓰레기를 모두 소각하기 때문에 종량제 봉투에 버리라고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지난 2008년 한강을 포함한 4대강에서 의약물질 15종이 검출된 사태를 계기로, 2010년부터 관련 지침을 개정했다. 가정에서 나온 폐의약품을 보건소나 약국 등에 마련된 수거함에 버리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로부터 13년이 흘렀지만, 지역마다 배출 방법은 제각각이다. 관련 조례를 가진 도내 시·군도 17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자체마다 폐의약품을 중구난방으로 관리하다 보니 절반 이상의 도민들이 폐의약품을 잘못된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경기도의 여론조사 결과, 도민들의 잘못된 폐의약품 처리 방식은 ▲일반쓰레기 종량제 봉투(39%) ▲처분하지 않고 집에 보관(12%) ▲가정 내 싱크대·변기·하수관(5%) 등 순으로 집계됐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는 "항생제가 포함된 약품들이 하천이나 토양으로 흘러 들어갈 경우 기형 물고기나 슈퍼 박테리아 등 심각한 환경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며 "각 지자체는 올바른 폐의약품 배출 방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일원화된 관리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현재 환경부와 관련 지침을 개정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협의를 마치는 대로 폐의약품 분리배출에 대한 경기도 차원의 조례를 제정하는 등 표준화된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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