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이에 의지한 채 승하차 반복...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 ‘대책 시급’
무작정 막기엔 건강문제와 직결, 실질적인 근로자 안전관리 절실
강력 단속 등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환경미화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청소 차량 뒤에 매달리며 작업을 하는 방식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오전 11시20분께 수원시 송죽동의 골목길. 한 폐기물 수거업체의 일반쓰레기 수거차량 뒷 부분에는 환경미화원 2명이 손잡이에 의지한 채 위태롭게 매달려있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20~30m가량을 이동할 때마다 차량 뒤편에서 뛰어내려 종량제봉투를 차에 싣고 다시 올라타기를 반복하며 주위를 지나치는 차량들 속에서 위험한 작업을 이어나갔다.
이날 낮 12시께 용인시 신갈동 주택가에서는 재활용수거업체 차량에 작업자 2명이 발판에 올라탄 채 100m 이상을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좌회전을 하는 수거차량 맞은편으로 승용차 한 대가 다가오자 수거차량이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작업자들이 순간 휘청이는 위험천만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 9월 말까지 발생한 환경미화원 산재 신청 건수 총 869건 중 추락과 교통사고에 의한 골절이 806건으로 92%가 넘는 비율을 차지했다. 지난 2020년에는 강원도 춘천시에서 청소차와 승용차의 추돌사고가 발생해 청소차 뒤 발판에 타고 있던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작업 방식은 안전 사고를 유발하고 있는 것은 물론 현행 도로교통법에도 저촉되는 행위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8년 10월 강력 단속과 한국형 청소차 도입 등의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짧은 거리마다 반복적으로 승하차하며 이뤄지는 수거작업의 특성상 무작정 매달리기를 금지하기에는 조수석에서 오르내리는 작업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실질적인 문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하루 8시간의 작업시간 안에 차량 1대 당 약 100km를 이동하며 폐기물 3~4.5t을 수거해야 해 시간적인 문제도 매달리기가 지속적으로 행해지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에 지자체들은 승하차 좌석이 낮게 달린 한국형 청소차 도입을 추진하면서 주기적으로 단속과 현장 교육에 나서고 있긴 하지만 이런 작업자들의 현실을 인식하고 있어 실질적 방안 마련에도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매달리기를 하지 못하게 분기마다 현장 지도를 하고 있다”면서도 “무작정 단속으로 막기에는 작업자들의 관절 건강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 환경부에 매달리는 것을 허용해달라는 건의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발판 설치에 대해 논의해 달라는 요구들이 많고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며 “하지만 안전 문제와 직결되는 사항인 만큼 작업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해 내부적으로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박문기 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