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낡고 녹슨 간판 ‘수두룩’… 바람 불 때마다 ‘아찔’

7m 높이 철제 지주간판 인도 한가운데 불법 방치 ‘위험천만’
감사원, 실태조사… 옥외광고물 중 92%가 무허가·미신고
전문가 “인센티브·벌칙 투트랙 전략 필요”… 행안부 “대책 마련”

18일 수원·안양시 등 경기지역 곳곳에 무허가 옥외광고물들이 노후된 채 설치돼 있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김정규기자

법에 어긋나는 ‘불량간판’이 아무렇게나 방치되는 데다 점검 대상에서도 빗겨나가 행인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오전 안양시 만안구의 남부시장. 4층짜리 건물의 지하에 있던 다방은 수개월 전 문을 닫았지만, 지상 3m 높이에는 여전히 간판이 매달려 있었다. 자진철거가 원칙이지만 주인이 그대로 두고 떠나버린 것이다. 가로 1m, 세로 1.5m 규격의 낡은 간판은 연결부에 녹이 가득 슬고 갈라져 바람이 불 때마다 위태롭게 흔들렸다. 매주 이곳 시장으로 장을 보러 온다는 김영희 할머니(73)는 “간판 아래를 지날 때마다 떨어지는 건 아닌지 두렵다”며 “언제 사고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아찔한 상황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불안해 했다.

폐업한 가게들이 버려둔 노후 간판보다 더 큰 문제는 정상영업 중인 매장들의 간판 상당수도 불법이라는 점이다. 이날 오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일대 번화가에선 ‘○○노래타운’이라고 적힌 높이 7m, 폭 1m의 거대한 철제 지주간판이 인도 한가운데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현행법상 4m 이상의 지주간판은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나, 해당 간판은 수원시의 옥외광고물 인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멋대로 설치된 지주간판은 성인 남성이 가볍게 밀어도 크게 흔들릴 정도로 아슬아슬했다.

감사원이 지난 11일 밝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자체 허가 및 신고 대상인 옥외광고물 중 92%가 무허가·미신고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20년 기준 경기도에서 허가 및 신고 절차를 거친 옥외광고물은 11만3천83개로 집계됐는데, 이 수치를 감사원의 실태조사 결과에 대입하면 130만400개 안팎의 무허가 옥외광고물이 경기도 전역에 즐비할 것으로 추산된다.

더구나 옥외광고물은 연 1회 이상 안전점검을 받아야 하지만, 이 같은 ‘불량간판’은 점검대상에서도 빠져 있어 그야말로 안전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실제로 관리가 되지 않은 간판들이 넘어지거나 떨어져 발생하는 사고는 비일비재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16~2020년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옥외광고물 추락·전도 사고는 1천790건으로, 하루에 1건씩 간판 사고가 벌어지는 셈이다.

장석환 대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생활 반경 곳곳에 자리잡은 불법 옥외광고물은 추락 위험은 물론 전신주 위로 떨어지면 감전사고까지 일으킬 수 있다”며 “지자체는 옥외광고물을 설치한 사업자에 대해 인센티브와 벌칙을 동시에 주는 ‘당근과 채찍’ 전략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불법광고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등 중앙부처 차원에서도 불법 옥외광고물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장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며 “전수조사 방안을 포함해 근본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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