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인천지역 마트·백화점, 방역패스 적용에 혼란… “QR코드 몰라” 쩔쩔

대형점포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 첫날인 10일 오전 인천 남동구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 지하 1층 출입구 앞에서 한 노인이 QR코드 대신 접종증명서를 내밀며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김지혜기자
대형점포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 첫날인 10일 오전 인천 남동구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 지하 1층 출입구 앞에서 한 노인이 QR코드 대신 접종증명서를 내밀며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김지혜기자

“스마트폰 쓰기도 어려운데, 가는 곳마다 QR코드를 보여달라니 늙은이 속만 터집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3천㎡이상의 대규모 점포에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적용한 첫날, 인천지역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는 혼선이 빚어지는 등 짜증 섞인 한숨이 곳곳에서 나왔다.

10일 오전 10시30분께 인천 미추홀구 롯데백화점 지하1층 출입구. 백화점 출입구 앞은 그냥 들어가겠다는 손님과 방역패스를 요구하는 직원간의 실랑이가 이어진다. 일부 손님은 ‘안심콜’을 했다며 안으로 들어가려다 직원에게 제지당한다. 이곳은 출입구만 21곳인데다 터미널과 지하철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시설과 이어져 있어 “통로만 지나갈건데 왜 QR코드를 보여줘야 하냐”는 손님들의 불만도 이어진다.

A씨(84)는 “QR코드는 잘 모르겠다”며 “마트에 도토리묵 사러 왔는데, 금방 나갈테니 들여보내달라”고 했다. 직원은 난감한 표정으로 1주일 뒤엔 꼭 방역패스가 있어야한다고 안내하면서 A씨를 들여보낸다.

6층 문화센터에서 영어수업을 듣는 B씨(83)도 ‘접종확인 업데이트’로 5분여간 실랑이를 벌이다 입장한다. B씨는 “강의에 늦을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하다”며 “가는 곳마다 증명서를 내라고 하니 힘들어 죽겠다”고 했다.

이날 연수구의 한 대형마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식료품을 사러 온 미접종자 임산부 C씨(34)는 “마트에 방역패스를 적용하는게 오늘인지 몰랐다”며 “미접종자는 마트도 못가고, 굶어 죽으라는 건지 답답하다”고 했다.

이곳은 출입구마다 접종확인 인력을 배치하기 어려워 출입구를 1곳으로 제한한 탓에 밀리는 손님으로 불편하다는 민원까지 감당해야 했다. 마트 관계자는 “마트 위치상 외국인, 임산부 등 접종확인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며 “평일은 그나마 나은데 대목인 주말에는 줄이 반대 문까지 이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패스의 실익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의식주와 같은 대형마트 마저 방역패스로 지정하는 건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정”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인천지역 대형마트 25곳, 백화점 4곳, 쇼핑센터 10곳을 비롯 총 57곳의 대형점포가 방역패스 적용을 받았다. 식당과 음식점은 이날부터 방역패스 계도기간이 끝나 위반 사업자 및 시민에 대한 과태료 처분을 시작했고, 대형점포는 오는 16일까지 계도기간을 거친다.

김지혜·최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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