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년 째인지 모르겠습니다. 도심 한복판에 저런 흉물이 방치돼 있는 게 말이 되나요?” 6일 오후 2시께 찾은 인천 부평구 갈산동 181의 한 관광호텔. 지상 22층 규모의 건물 유리창 곳곳에는 하청업체의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고 1층에는 벽돌과 시멘트 등의 건축자재가 지저분하게 쌓여있다. 지난 2017년 12월부터 자금문제로 공사가 수년째 멈춘 이곳은 곳곳에 쓰레기까지 쌓여 우범지대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계양구 효성동 60의3 일대에 있는 15층 규모 건물도 마찬가지.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탓에 외부에서 골조가 훤히 들여다보였고, 방치된 건물 외벽에는 곰팡이와 덩굴 식물이 뒤엉켜있었다. 이곳은 지상 15층 규모의 공동주택으로 조성할 예정이었지만, 2012년 2월부터 분쟁으로 공정률 83%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주민 김흔수씨(68)는 “건물 뼈대가 훤히 다 드러나 골목을 지날 때면 무섭기까지 하다”며 “그렇지 않아도 흉흉한 세상인데, 범죄 위험이 커 늦은 밤이면 일부러 피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인천 지역 곳곳에 ‘도심 속 흉물’인 공사 중단 건물이 방치돼 미관을 헤치는 것은 물론 주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7일 국민의힘 정우택 국회의원(충북 청주시 상당구)이 인천시로부터 제출받은 ‘인천시 공사중단 건축물 현황’에 따르면 인천지역 공사 중단 건축물은 11곳이다. 군‧구별로는 중구가 3곳으로 가장 많았고, 부평구·계양구가 각각 2곳, 미추홀구·동구·연수구·강화군은 각각 1곳으로 집계됐다. 미추홀구에서는 지난 1997년 한 개인이 추진한 4층 규모의 공동주택이 현재까지 26년여간 흉물로 남아 있고, 중구 영종도에서는 27층 규모의 복합리조트 2곳이 자금 부족으로 3년째 방치돼 있다. 정우택 의원은 “공사 중단이 길어 사용 가치가 떨어진 건물들은 속히 철거해야 한다”며 “안정성 및 용도 적합성을 고려해 리모델링 등의 실효성 높은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건축 관계자 간 소송, 유치권 행사 등의 첨예한 대립으로 현실적으로 강제 처분 등의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주차장으로 쌩쌩 들어가는 차량에 부딪칠까 봐 아찔합니다.” 4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인계동 일대. 음식점, 커피숍, 편의점 등 상가가 모여 있는 이곳 대부분 건물 주차장 진출입로엔 볼라드, 반사경 등 안전시설물이 설치돼야 하지만 찾아볼 수 없었다. 주차장에서 줄지어 나오는 차량들은 인도 위 보행자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등 위험천만한 장면이 목격됐다. 또 차량이 나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보행자에게 되레 경적을 수차례 울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날 취재진이 본 15개의 건물 중 4곳에만 안전시설물이 설치돼 있었다. 같은 날 용인특례시 기흥구 보라동의 건물 상황도 마찬가지. 유동인구는 물론 차량도 많은 곳이었지만 주차장 진출입로에서 경보장치 등 안전시설물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보행자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주차장으로 진입해 보행자들은 차량의 눈치를 살피며 피하기 바쁜 모습이었다. 최성주씨(가명·51)는 “건물을 들락날락하는 차량에 부딪칠 뻔한 적이 여러 번이다. 어른들은 물론 키가 작은 어린 아이들은 더욱 위험한 상황”이라며 “차량이 오고 가는 것을 알리는 장치와 속도를 줄이게끔 유도하고 사람이 지나다니는 것을 알리는 시설이 필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경기도내 건물 지하 주차장 등 일부 차량 진출입로에 안전시설물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도로법은 도로점용지의 진·출입로 등에 속도저감시설, 도로반사경, 자동차 출입을 알리는 경보장치, 교통안내시설 등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에도 일부 건물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5년간 경기지역에서 보도 통행 중 차대 사람 사고 건수는 2018년 455건, 2019년 456건, 2020년 371건, 2021년468건, 지난해 656건으로 매년 수백건씩 발생하고 있다. 5년 동안 이 같은 사고로 부상자는 2천493명이 발생했으며 사망자는 33명에 이른다. 이에 전문가들은 건물의 교통 안전 심의를 강화해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건물 주차장 진출입로의 안전시설물은 보행자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안전 프레임이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며 “건물에 대한 교통 평가를 강화해 안전시설물의 설치를 확실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가축 전염병 때문에 추석을 앞두고도 두 발 뻗고 자질 못합니다.” 25일 오전 10시께 화성시 향남읍 1천200여평 규모 양계농장. 지난해 11월 H5형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검출돼 닭 2만4천여마리를 살처분해 2억여원의 손실을 본 전력이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외부인 출입 통제가 삼엄했다. ‘AI 차단방역, 출입금지’ 등이라고 적힌 10여개의 현수막과 안내판이 사방에 진을 치고 있었다. ‘억대 손실’이라는 고통이 채 가시기도 전 또다시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만들어 낸 풍경이다. 농장 관리인 A씨는 “가을철인 데다 추석 연휴 동안 유동인구가 늘 수밖에 없어 AI 전염 우려기 크다”며 “최대한 방역에 신경 쓰고 있지만, 언제 또 확진될지 몰라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비슷한 시각 평택시 청북읍 2천500여평 규모 한우농장도 축사 내·외부를 소독하는 등 방역을 강화하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한우 400여마리를 사육 중인 이곳 역시 2009년 구제역(FMD)으로 한 차례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농장주인 김순용씨(63)는 눈물을 훔치며 자식과도 같던 한우 180여마리를 땅 속에 묻었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김씨는 “추석을 앞두고 구제역이 터질까 불안하다”며 “명절 기간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어 예방접종과 소독에 더 신경 쓰고 있다”고 고개를 휘저었다. 경기지역 축산농가들이 가을철 가축 전염병 확산에 대한 우려로 수심에 잠기고 있다. 더욱이 추석 기간 유동인구 급증에 따라 방역에 빈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농심은 타들어가는 모양새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도내 축산농가는 1만3천103곳(가축 5천98만6천348마리)이다. 한육우 6천725곳(30만9천769마리), 젖소 2천522곳(15만5천49마리), 돼지 1천73곳(206만4천209마리), 닭 2천783곳(4천845만7천321마리) 등이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인 가축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AI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올해 들어선 4년여 만에 FMD가 재발하기도 했다. 그동안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가축 전염병은 ▲ASF 17건(2019~2023) ▲AI 12건(2022~2023) ▲FMD 61건(2014~2019) 등이다. 이를 두고 도 관계자는 “가축 전염병별로 정부와 함께 총력 대응하고 있다”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은 개구리만 수십 마리입니다.” 23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광교산 통신대 진입 등산로. 지난해 8월 집중호우로 인해 파손된 통신대 군사 도로를 복구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도로 한 쪽에는 물이 흘러갈 수 있도록 만든 콘크리트 배수로가 설치돼 있었다. 약 1km 구간 도로에 설치 중인 수로를 따라가며 안을 자세히 살펴보니 개구리와 두꺼비, 쇠살모사가 갇힌 채 오도 가도 못하고 있었다.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작은 산개구리들이 40㎝ 높이의 직각 인공 구조물을 올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날 내린 비로 물이 가득 찬 집수정에도 개구리 10여 마리가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수원환경단체는 서둘러 갈 곳을 잃은 채 헤매고 있는 야생동물 구조에 나섰다. 두꺼비를 뜰채로 건져 올려 옆 습지로 옮기고, 집수정에는 기다란 나뭇가지를 이용해 개구리가 올라올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줬다. 김현희 광교생태환경체험교육관장은 “하루 동안 콘크리트 수로에 빠진 양서파충류 100여 마리를 구출했다”며 “사람이 만든 인공구조물에 갇혀 죽은 개구리를 볼 때마다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광교산 통신대길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로 인해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위험에 처했다. 특히 생태계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양서류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날 수원환경운동센터 등에 따르면 광교산 통신대 등산로 일대는 기후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10년 넘게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인 큰산개구리의 최초산란일을 기록하고 있는 주요 산란처다. 매년 봄마다 산개구리와 두꺼비, 도롱뇽 등이 알을 낳고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 6월 수원시가 광교산 통신대 도로 복구 공사를 진행하면서 설치한 인공 구조물로 인해, 양서류의 서식지가 훼손되는 등 야생동물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홍은화 수원환경운동센터 사무국장은 “환경 변화에 민감한 양서류는 서식처가 훼손되면 현장에서 멸종될 가능성이 높다”며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생태통로를 설치하고 생태환경을 보존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수원특례시 관계자는 “통신대 도로는 주한미군이 설치한 시설이기 때문에 시가 직접적으로 공사에 관여할 수 없다”면서도 “시공사와 협의를 진행해 해당 사항을 미군에 전달한 후, 공사 현장을 지속해서 모니터링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군 관할 도로인 광교산 통신대 군사 도로는 총 1.1km로, 오는 11월께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다.
인천 송도·청라·영종국제도시 곳곳의 공사 현장에서 소음과 진동, 비산먼지 등으로 인한 주민 민원이 수천건씩 발생하고 있다. 이런데도 지자체는 시공사 등에 과태료 부과만 반복하는 솜방망이 처분에 그치면서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공사 중단 등 강력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중·연수·서구 등에 따르면 송도·청라·영종국제도시의 공사장 민원은 지난 2021년 2천51건, 지난해 2천253건, 올해는 지난달 기준 1천3건 등 해마다 빗발치고 있다. 중구는 최근 영종하늘도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법적 소음기준인 65db(데시벨)을 초과한 것을 적발, 시공사인 ㈜한양에 과태료 200만원을 부과했다. 중구는 올해에만 이 현장에서 모두 10차례에 걸쳐 소음 및 비산먼지 등 공사현장의 위법 사항을 적발, 1천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 때문에 공사 현장 인근 주민들은 소음과 먼지로 인한 피해가 크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로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 공사 현장 주변에 ‘소음·먼지공해로 내 집에서 살 수 없다! 공사를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주민 이성규씨(67)는 “낮이고 밤이고 갑작스레 ‘쾅’하는 소음에 깜짝 놀란 게 한두번이 아니”라며 “소음을 줄여달라고 구청에 민원을 넣지만 달라지는 게 없다”고 말했다. 서구도 지난달 청라국제도시의 한 오피스텔 공사 현장에서 소음 기준치 초과를 적발, HDC현대산업개발㈜에 과태료 120만원을 부과했다. 구는 지난 7월에도 이 현장의 소음 초과를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서구는 이 현장에서 방음·방진시설 설치 미흡, 작업 시간 미준수 등도 적발했다. 하지만 이런데도 시공사는 관련 소음 기준을 지키지 않았고, 결국 서구는 최근 시공사에 이 현장에서의 소음 발생 장비에 대한 3일간의 사용 중지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연수구도 지난 4월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비산먼지 억제시설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 것을 적발, 대방건설㈜에 개선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이 현장 출입구 등엔 먼지·모래 등이 많았다. 이처럼 공사 현장에서 소음 위반 등의 적발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지자체의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현행 소음·진동관리법 23조 4항엔 규제기준을 초과하거나 개선을 하지 않으면 해당 공사장의 중지·폐쇄를 명할 수 있지만, 지자체는 대부분 적발시 과태료 부과에 그치고 있다. 이근원 아주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이 같은 반복적인 행위는 시공사가 과태료 몇푼 물고 계속 불법 공사를 강행,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가 철저하게 지도·점검을 하고, 상습적인 경우에는 과태료가 아니라 공사 중단 등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양 관계자는 “소음 저감 시설을 설치했고 이른 아침 시간대와 주말 작업은 자제하고 있다”며 “앞으로 소음을 줄여 주민 불편을 최소화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구 관계자는 “주민 피해가 심각하고 반복적 민원이 나오는 현장은 장비 사용 중지 등의 페널티도 주고 있다”며 “단속을 확대하고 현장 뿐만 아니라 시공사 본사에 직접적으로 행정명령을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과일 물량이 적고 비싸 낙찰 받기도 어렵지만, 팔기는 더 힘들 것 같네요” 19일 오전 4시20분께 인천 남동구 남촌동 남촌농산물도매시장의 과일동 경매장. 해도 뜨지 않은 캄캄한 새벽이지만 경매에 참여한 도매상인 50명여명이 성인 키보다 높이 쌓인 과일상자 등을 꼼꼼히 살펴본다. 10분 뒤 경매사들의 ‘호창’ 소리가 울려 퍼지자 도매상인들이 부지런히 경매단말기(무선 응찰기)를 누른다. 도매상인 이석호씨(43)는 “사과 물량이 너무 부족하다보니, 좋은 품질의 사과를 선점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며 “지난해보다 배 이상 비싼데, 물건을 따도 팔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께 연수구 옥련시장은 추석을 앞두고 장을 보러 온 주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하지만 많은 주민들이 오른 물가에 지갑을 쉽게 열지 못한다. 전 집 사장 최유리씨(43)는 “지난해에는 전을 1팩 당 1만원에 팔았는데, 이젠 재료값 등이 너무 많이 올라 어쩔 수 없이 가격을 2천원 인상했다”며 “오른 가격에 많은 손님들이 발걸음을 돌려 되레 매출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미추홀구 주안동 석바위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주민들이 상인들에게 가격을 물어보지만, 비싼 가격에 고개를 젓고 물건을 사지 않는다. 이 곳에서 만난 주민 홍영복씨(76·여)는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집에 오는 가족들에게 음식을 잘 차려주고 싶은데, 가격이 너무 올라 손이 쉽게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시내 대형마트의 선물세트도 마찬가지. 이날 남동구 구월동의 한 대형마트의 각종 선물세트 가격은 지난해 보다 평균 10~20%씩 올랐다. 이처럼 추석을 앞두고 급등하는 물가에 시민과 상인들의 한숨이 짙어지고 있다. 19일 인천시와 남촌농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사과(홍로 5㎏)는 6만4천원으로 지난해 추석 전 3만1천600원보다 103% 올랐다. 배(10㎏) 역시 3만3천506원으로 지난해 2만7천635원에서 21.2% 상승했다. 시는 지난해와 비교해 농축산물은 3.5%, 신선식품지수는 10.6% 오르는 등 전반적인 소비자 물가가 3.7%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시는 차례상에 올리는 사과 등 과일은 올해 집중호우와 폭염, 태풍의 영향과 열매에 반점이 생기고 물러지는 탄저병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시민과 상인들을 위해 인천e음의 구매 한도를 100만원까지 올리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연 아파트로 지정되면 뭐해요. 매일이 담배 지옥인걸요.” 18일 오전 8시께 화성시 병점동 A 아파트. 지난해 6월 금연 공동주택으로 지정된 곳 중 하나인 이곳 각 동 경비실과 현관 등에는 ‘우리 아파트는 주민 동의로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과 포스터 10여개가 붙어 있었다. 그러나 이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금연 아파트’에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주민 김창규씨(60·가명)는 “단지를 돌아다니다 간접흡연을 경험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며 “사실 금연 아파트 지정 후 효과를 크게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아파트에는 일정 구역별로 담배꽁초 수십개와 가래침 등이 뒤섞여 있는 상태였다. 일부 구역에는 버젓이 재떨이가 비치돼 있기까지 했다. 지난 2021년 12월 금연 공동주택이 된 수원특례시 영통구 B 아파트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일부 주민들이 층간흡연 피해까지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 정지석씨(27·가명)는 “새벽에 갑자기 담배 연기가 들어와 자다 깬 적이 많다”며 “아래층에 찾아가 여러 차례 항의도 해봤지만, 지금까지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기도내 금연 공동주택이 매년 늘고 있지만, 단속 인력 부족과 미흡한 규정 탓에 정작 현장에선 금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금연 공동주택 지정 건수는 해마다 증가세를 나타낸다. 최근 3년간 도내 금연 공동주택 수는 2020년 619건, 2021년, 827건, 2022년 916건 등이다. 그러나 현재 금연 공동주택은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등 4곳에서만 흡연을 금지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금연 사각지대에서 흡연하거나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간접흡연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점점 늘고 있으나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연구역 4곳 외 흡연을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전무한 탓이다. 특히 단속 인력이 지자체별로 최대 10여명에 그치고, 직접 현장 적발을 해야만 행정처분이 가능한 점도 한몫 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애매모호한 규정은 주민 갈등을 키울 수밖에 없다”며 “주민들의 건강권을 위해 금연구역 적용 범위 자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금연 공동주택 단속·처분에 한계가 있는 건 분명하다”며 “적절한 대안을 찾아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앉을 권리’요? 그런 게 있나요?” 15일 오후 2시께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카페.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이지만, 직원 2명은 계산대에 몸을 기댄 채 서 있었다.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그 흔한 의자조차 없기 때문. 이곳에서 일하는 김모씨(23)는 “매일 오래 서서 일을 하다 보니 집에 가서 마사지 기계를 이용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다리가 아프고 발이 붓는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오후 4시께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마트. 계산대에 의자가 놓여 있었지만 현실은 ‘장식용’에 불과한 상황. 직원들은 밀려드는 손님들의 계산을 하느라 앉을 시간도 없을 뿐더러 의자에 앉아 응대를 할 경우 ‘불친절하다’는 민원에 시달리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앉을 생각이 없는 듯했다. 계산원 이모씨(45)는 “의자에 앉아서 계산하면 직원들이 제대로 응대하지 않는다고 손님들이 생각할 수 있어 거의 서 있는 편”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정부가 지난 2011년부터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노동자의 ‘앉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십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일선 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날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 카페 및 소규모 매장 대다수가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형마트에는 의자가 있지만, 노동자들이 사업주와 손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법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진 일하는 시민연구소 소장은 “지금도 카페 및 소규모 매장은 거의 의자가 없다”며 “처벌 조항이 없다보니 사업주가 법을 지키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 노동자 입장에서 휴식과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실태조사부터 한 뒤 실효성 있는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중부고용청 관계자는 “사업장 위험성평가를 할 때 ‘의자 비치’ 목록을 추가해 지속적으로 지도·점검하겠다”며 “근로자들의 ‘앉을 권리’를 위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홍보 자료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15일 오전 11시께 인천 중구 팔미도 앞 바다. 해군 특전대원(UDT/SEAL)들이 고속단정(RIP)을 타고 빠른 속도로 물살을 가로지르며 상륙목표지역인 팔미도로 향한다. 이어 연합상륙기동부대가 기뢰(함선 파괴용 폭탄) 대항 작전을 벌이자 고막을 울리는 폭발 소리, 10m 이상 높이의 물기둥과 함께 바다에 있는 기뢰 3개가 폭발한다. 그 사이 UDT 대원들은 팔미도에 침투 완료, 팔미도 등대의 불을 켠다. 상륙준비가 끝났다는 것이다. 이에 곧바로 해군 구축함인 왕건함과 호위함인 경남함이 해상화력지원에 나선다. “펑! 펑! 펑!” 이들 배의 함포가 큰 폭발음과 함께 불을 내뿜는다. 뒤이어 해병대의 침투용 고무보트 12척과 상륙돌격장갑차(KAAV) 9대가 상륙해안으로 돌격한다. 배가 육지에 닿자 뿌연 연막탄이 터지면서 수십여명의 해군·해병대원들이 해안으로 뛰어나온다. 해상작전헬기(Lynx), 아파치헬기, 상륙기동헬기(마린온), 해상기동헬기(UH-60)이 인천의 하늘을 점령한다. 장병들은 태극기를 게양, 경례를 한다. 성공 가능성이 5천분의1에 불과하던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한 순간이다. 해병대 간부 1기로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한 이서근씨(101)는 “당시에 (작전을) 제대로 못 해내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뛰어갔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 군인이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더 좋은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1950년 9월15일. UN군 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의 지휘로 7만5천명의 군인과 261척의 해군 함정이 인천 앞바다에 상륙했다. 코드네임 ‘크로마이트 작전’인 이 상륙작전을 통해 UN군은 6·25 한국전쟁에서 인천을 비롯한 한반도의 허리 부분을 장악, 13일 만에 서울을 탈환하며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린 전세를 역전시킨다. 바로 9·15 인천상륙작전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인천상륙작전 73주년을 맞아 인천항 수로에서 인천상륙작전 재연 등 전승행사를 주관했다. 인천상륙작전 전승행사는 지난 1960년부터 열렸는데, 현직 대통령이 직접 주관한 것은 역대 최초다. 행사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이종섭 국방부장관, 유정복 인천시장,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해병대 참전용사, KLO/8240 전우회 참전용사, 미국·캐나다 참전용사 등이 참석했다. F-35B 스텔스전투기를 최대 20대까지 탑재할 수 있는 미국 해군의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함, 캐나다 해군의 호위함 벤쿠버함도 참가했다. 이날 윤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4천900t급 해군 상륙함인 노적봉함에 올라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렸다. 윤 대통령은 연합상륙기동부대 탑재사열과 우리 해군 함정의 해상사열에 대해 거수경례로 답례하며 장병들을 격려했다. 해상사열에는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DDG), 군수지원함 천지함(AOE), 호위함 인천함(FFG), 해양경찰 경비함 3005호, 유도탄고속함 윤영하함(PKG), 고속정(PKM) 편대가 참가했다. 윤 대통령은 “국군과 유엔군은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린 백척간두의 상황에서 단숨에 전세를 역전시키고 서울을 수복했으며, 압록강까지 진격했다”고 했다. 이어 “전쟁의 총성이 멈춘 지 70년 지난 지금 자유와 평화가 다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천상륙작전 기념일이 공산 침략에 맞서 우리 국군과 유엔군이 보여준 불굴의 용기와 투지, 희생정신을 기억하고 세계 시민이 평화와 번영을 노래하는 국제적인 행사로 승화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 시장은 “인류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한 영웅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했다. 이어 “인천은 전 세계인의 위대한 정신으로 지켜낸 기회의 땅이자 창조의 도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천을 세계평화의 도시로 선언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화재로 3명의 사상자를 낸 부산의 한 아파트에 피난시설인 경량 칸막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경기도내 일부 아파트에도 경량 칸막이 설치 의무가 적용되지 않아 인명피해 등이 우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992년 7월25일 신설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3층 이상 공동주택엔 경량 칸막이를 의무로 설치해야 한다. 경량 칸막이는 얇은 합판 등으로 만든 일종의 가벽으로 화재 발생 시 작은 충격으로도 벽을 뚫고 옆 세대로 대피할 수 있는 시설이다. 문제는 관련법이 있더라도 규정이 마련되기 이전에 지어진 기존 공동주택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이 난 부산의 아파트 역시 1989년 사업 승인을 받고 1992년 2월 준공돼 설치 의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내 3층 이상 공동주택은 총 6천973단지다. 이 중 규정이 만들어지기 전 준공된 공동주택은 1천699단지로 경량 칸막이 설치 의무화 대상이 아니다. 또 통상적으로 주택법 적용은 아파트 건축 협의 시점부터다. 건축 협의 시점부터 규정이 적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경량 칸막이가 설치되지 않은 공동주택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공동주택은 상업 건물과 달리 개인이 소유하고 생활하는 개인적인 공간인 만큼 아파트나 거주자가 자체적으로 소방 설비를 갖추지 않는 이상 이를 강제 설치하게 하거나 점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일부 의무 설비에 대한 설치를 소방당국에서 지원하고 있다”면서도 “공동주택은 사적인 공간이며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 곳에 경량 칸막이를 설치할 경우 옆 세대의 동의도 필요하다. 기관이 강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련 법이 적용되지 않는 일부 노후 공동주택에 대해 홍보와 소방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등으로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규정을 강화해도 소급 적용은 하지 않다 보니 화재 위험이 큰 노후 아파트일수록 대피 공간이나 시설이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소방당국이 경량 칸막이에 대한 홍보를 강화해 설치를 유도하고 설치를 할 수 없는 경우 이를 대체할 설비를 추가 지원하는 등의 방안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딸 만나러 지방 내려가야 하는데…열차가 없어 약속을 3시간이나 늦게 생겼습니다.” 14일 오전 11시께 수원역 대합실. 평소라면 한산하기 그지없는 낮 시간대이지만, 이날은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파업 여파로 지연된 열차를 애타게 기다리는 승객들로 북적였다. 대합실에 마련된 나무의자 10여개가 꽉 들어차 서서 기다리는 승객이 수십명에 달할 정도였다. ‘오전 11시25분 ITX마음(열차번호 1101) 부산행 운행 중지’, ‘오전 11시58분 무궁화(열차번호 1206) 서울행 4분 지연’ 등 전광판에 열차 운행 중단 및 지연 알림이 뜰 때마다 승객들은 하나같이 전광판과 휴대전화를 번갈아보는 등 초조해하는 모습이었다. ‘철도노조 파업에 따른 일부 열차 운행 중지 알림’이라는 제목이 적힌 안내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던 김금옥씨(64·여·서울)도 군산으로 향하던 중 발목을 잡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씨는 “평소엔 예매를 하지 않고도 오전 10시~11시 출발이 가능해 그냥 오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오늘은 가장 빠른 열차가 오후 1시6분밖에 없어 3시간이나 더 기다리게 됐다. 얼른 딸 이사를 도우러 가야하는데, 약속에 늦을까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비슷한 시각 인천 주안역 상황도 마찬가지. 하염없이 열차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일부 시민이 끝내 탑승을 포기, 급히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뒤늦게 승강장 전광판에 띄워진 ‘급한 일이 있는 분들은 다른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주길 바란다’는 안내를 목격한 탓이다. 반면 고민을 거듭하는 사이 연착한 열차에 하는 수 없이 탑승하는 시민들도 여럿 발견됐다. 김의용씨(65·인천)는 “망원역에 있는 사무실까지 가려면 지하철을 4번이나 갈아타야 한다”며 “철도노조 파업으로 인해 지각하고, 근무에 차질이 생길까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철도노조는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18일 오전 9시까지 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파업에는 필수 유지인력 9천여명을 제외한 조합원 1만3천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수서행 고속철도(KTX) 투입 등 공공철도 확대, 4조 2교대 전면 시행, 성실 교섭 등이다. 다행히 파업 첫날에는 큰 혼란이 발생하진 않았다. 다만 일부 승객 불편과 물류 차질 등의 피해는 비껴가지 못했다. 특히 수도권 물류 거점인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는 이날 철도 수송이 평시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1대당 6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를 왕복 운반할 수 있는 철도 수송이 10대에서 5대로 줄면서 하루치 물류 총량이 600TEU에서 300TEU로 급감한 것이다. 철도노조는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입장을 지켜보며 제2차 파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열차 운행 관련 종사자 직무 방해, 열차 출고 방해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영장 물에 녹과 곰팡이, 쇳가루가 뒤섞여 있는지도 몰랐어요. 관리가 이렇게 허술해도 되나요?” 13일 오전 11시께 이천시 호법면 안평리 이천스포츠센터 수영장. 창문 바로 앞에 마련된 보조풀 주변에 시꺼먼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심지어 창문과 맞닿아 있는 철골 10여개는 녹이 잔뜩 슬어있는 상태였다. 일부 철골에서는 녹이 흘러내리면서 굳은 모습도 포착됐다. 그러나 이용객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물장구를 치는 데 여념 없는 모습이었다. 그때마다 물이 심하게 출렁이며 곰팡이와 녹을 쓸어가기를 반복했다. 이로 인해 부식으로 발생한 쇳가루가 보조풀로 유입, 수면 위로 둥둥 떠다니기도 했다. 수영장 장비 상태도 온전치 않았다. 스타트대는 겉보기에도 노후화가 심각했다. 일부는 미끄럼방지 스티커가 떨어진 채 방치돼 있었다. 내부 방송장비 역시 모두 먹통이었다. 자칫 화재 등 재난이라도 발생할 경우, 대피방송 등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비슷한 시각 수영장 외부 상황도 마찬가지. 대회 시 선수들이 맨발로 밟는 나무데크는 곳곳이 갈라지고, 부서져 있는가 하면 못이 돌출돼 있기도 했다. 또 수영장 출입 강화유리문 플로어 유압 힌지 덮개가 들려 청테이프로 마감한 흔적도 발견됐다. A씨(50대)는 “운영사와 시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어 봐도 소용없는 상황”이라며 “시민들의 편익이 아닌 이익을 위해서만 운영하고 있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성토했다. 이천스포츠센터 수영장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언제든 시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이천시 등에 따르면 이천스포츠센터는 지난 2008년 호법면 안평리 일대 부지(8만7천791.31㎡)에 연면적 4천493.67㎡ 규모로 조성된 곳이다. 개관 직후부터 2011년까지는 이천시체육회가 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해 왔으나 2012년부터 현재까진 코오롱스포렉스가 위탁 운영 중이다. 경영풀(50m, 10레인)과 보조풀, 유아풀 등으로 구성돼 있는 수영장을 비롯해 ▲헬스장 ▲테니스장 ▲축구장 ▲족구장 등 다수의 체육시설이 들어서 있어 월평균 방문객이 3만1천984명에 달할 정도로 이용률이 높다. 그러나 수영장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면서 조성 취지와 달리 도리어 시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곳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경원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수영장은 눈과 코 등 신체 노출이 비교적 많은 곳이다 보니 건강·안전과 크게 연관이 있다”며 “즉, 위생·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결막염과 중이염, 파상풍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시와 코오롱스포렉스 관계자는 “관리가 미흡했던 부분을 인정한다”며 “조속히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12일 오전 10시께 인천 중구 용유동 남북대로 87번길. 고령의 주민들이 인도를 대신 교통사고 위험이 있는 차도 위를 걸어가고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보조기구를 사용해야 하는데, 인도 위 무성하게 자란 잡초 때문에 이동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도로에서 만난 조영희씨(88)는 “유모차 등 보조기구를 끌어야만 걷기가 수월하다”며 “하지만 인도 위에 키 높이로 자란 풀 때문에 보조기구 바퀴가 자꾸 걸려 넘어질 뻔한 적이 1~2번이 아니다. 위험하지만 차도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인천 중구가 용유지역 도로변의 예초 작업을 방치해 주민들의 이동권이 침해받으며 교통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구에 따르면 올해 ‘용유지역 도로변 예초 및 전정공사’ 예산은 모두 1억원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이곳 둥개마을 인근 ‘남북대로 87번길’과 같은 좁은 도로 주변은 작업 대상에서 빠져있다. 구는 용유지역 중 마시안해변의 ‘마시안로’나 을왕리해변의 ‘용유서로’ 등 관광객이 많은 곳 위주로 도로변 예초 사업을 하고 있다. 주민 수가 많지 않은 용유동 등에 대한 예초작업은 뒤로 밀려 이 같은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손은비 중구의원은 “올해 한번도 손 댄 적 없는 것처럼 보이는 잡초 때문에 노인들의 이동권이 침해 받고 있다”며 “구가 도로변 예초 작업을 빠짐없이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예산이 한정적이어서 용유동 구간이 빠진 것 같다”며 “이달까지 해당 구간에 대한 예산을 편성해 예초 작업을 하겠다. 예초 작업이 끝나면 구간 인도확장 공사를 해 주민 통행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구에서 2번째로 인구가 적은 용유동(3천653명)은 주민 3명 중 1명 꼴로 65세 이상이다. 용유동의 한 노인복지회관은 1일 평균 60여명이 방문하는데, 이곳으로 가는 길에도 잡초가 무성해 이용자들은 오갈 때마다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오늘도 작업 중에 지게차에 치일 뻔했어요.” 11일 오후 2시께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의 한 오피스텔 공사 현장. 3t급 지게차가 철근 등의 공사 자재를 담은 마대자루를 들어 덤프트럭으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불과 2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작업자가 마대자루에 철근을 담고 있었다. 지게차가 포크를 들어 올리자 포크가 근처 작업자들의 머리 근처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상황도 포착됐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 곳은 지게차 통행로와 작업자 보행로 조차 나눠지지 않은 상황. 지게차가 후진과 전진을 할 때마다 인근 작업자들은 지게차를 피해가며 긴장감 속에서 업무를 수행해 나갔다. 지게차 운전자 이모씨(40)는 “지게차를 운전할 때면 사각지대가 있어 뒤가 잘 보이지 않는다”며 “인근 작업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지게차 운전자들 역시 초긴장 상태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동구 송림동의 택배 물류 창고도 상황은 마찬가지. 3t급 지게차 2대가 빠른 속도로 택배 상자를 옮기는 현장 바로 옆에서 제대로 된 보호장비도 없이 맨몸인 작업자들이 택배 상자를 분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작업 반장 김모씨(45)는 “물류 창고는 396㎡(120평)로, 너무 좁아 지게차 통행로와 작업자 보행로를 나눌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인천지역의 공사현장 곳곳에서 지게차로 인한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소규모 작업현장 대부분이 지게차 관련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인천지역 지게차 사고 부상자는 2020년 82명, 2021년 116명, 지난해 94명, 올해 6월까지 36명 등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사망자도 2021년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1명씩 나오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지게차 사용 업체의 경우 보행로와 지게차 전용통로를 구분하고, 제한속도 표지판을 설치해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지게차에 전조·후미등을 달고, 작업지휘자 및 유도자 배치 등의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 이를 어길 시 고용노동부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현장을 점검해야 할 고용노동부는 업체의 안전수칙 위반사항을 적발해도 시정 지시에 그치고, 업체는 작업속도에 치중해 안전수칙을 소홀히 하고 있다. 조현지 노무법인 가경 노무사는 “지게차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고용노동부는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지도·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며 “노동 현장에서도 지게차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작업반경 근처에 가지 않는 등의 문화를 현장에 정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중부노동청 관계자는 “개별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수칙을 점검하고, 위험요인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매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데 기본적인 침수 예방 시설도 없는 상황에서 제2의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우려되네요.” 10일 오후 3시께 인천 부평구 십정동 동암지하차도. 지하차도 입구에 차량 높이제한 표시만 있을 뿐 침수 주의 표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지하차도 안 바닥에는 그 흔한 배수구조차 없다는 것. 물이 들어차면 ‘불 보듯 뻔한 상황’이 예견된 이곳은 지난 7월23일 폭우로 인해 바닥이 빗물에 잠기면서 소방이 차량 진입을 통제하기도 했다. 같은 시각 남동구 간석동 간석지하차도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곳은 인천시가 침수에 취약하다고 판단, 중점관리 지하차도로 지정한 곳이다. 하지만 지하차도 입구에 침수 주의 표시가 없는 데다 침수 시 진입차단시설도 전무했다. 안수현씨(31)는 “지하차도가 곡선이라 진입할 때는 침수 여부를 알 수 없다”며 “출퇴근할 때 이곳 지하차도를 이용하는데 비오는 날마다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인천 지하차도 10곳 중 8곳이 침수차단 시설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며 폭우 시 대형 참사가 우려되고 있다. 김종배 인천시의원(국민의힘·미추홀4)이 인천지역 지하차도의 침수 예방 시설 등을 분석한 결과, 인천지역 지하차도 37곳 중 진입차단시설이 있는 곳은 8곳(21.6%)에 불과했다. 시가 침수 중점관리 지하차도로 지정한 고속종점·간석·인천대공원·송내지하차도 중 양방향에 진입차단시설이 있는 곳은 고속종점지하차도 뿐이다. 인천대공원지하차도의 경우 1개 방향(송내역 방향)에만 설치돼 있고 송내·간석지하차도에는 아예 차단시설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인천 지하차도 대부분 배수펌프에 전력을 연결하는 배전반 위치가 지하에 있어 침수 시 작동하지 않는 등 위험에 노출돼 있다. 현재 전국 지하차도 51%가 배전반을 지상에 설치하고 있지만, 인천은 남동구 장아산로 지하차도 1곳에만 배전반이 지상에 설치돼 있다. 배수펌프 작동 기준도 타 지자체에 비해 열악하다. 인천의 배수펌프 작동 침수기준 높이는 30㎝로 부산의 15㎝, 서울의 10㎝보다 2~3배 높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하차도에 진입차단시설이 없고 배전반도 지하에 있으면 침수 시 큰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모든 지하차도에 진입차단시설 설치하는 것은 물론 배전반을 지상으로 옮기고, 배수펌프 가동 기준 높이도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중점관리 지하차도는 물론 모든 지하차도에 진입차단시설을 설치해 배수시설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폭우에도 안전하게 지하차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6일 오전 9시30분께 의왕시 포일동의 한 산책로. 아파트 단지, 공원 주변에 있는 이곳 산책로는 누군가 숨어있어도 모를 정도로 나뭇가지와 풀이 가득했다. 특히 산책로 곳곳엔 가로등도 없어 밤이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또 산책로 입구부터 500m를 넘게 올라가는 동안 방범용 폐쇄회로(CC)TV는커녕 비상벨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날 화성시 석우동의 한 공원도 비슷한 상황. 공원 입구부터 성인 키를 훌쩍 넘는 나무 덤불이 무성하게 나 있어 밖에선 공원 안쪽이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이곳엔 CCTV가 아예 없었으며 안전장치라고 해봐야 공원을 완전히 벗어나야 있는 화장실 안 비상벨이 전부였다. 이곳 주민 구아름씨(35·여·가명)는 “최근 흉악범죄가 많이 발생해 항상 주변을 살피며 다니는 데 여긴 그 흔한 CCTV도 없어 불안하다”며 “언제 어디서 범죄가 일어날지 모르는데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치가 있었으면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서울 신림동 야산 인근 공원에서 여성이 성폭행 뒤 숨진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경기도내 일부 공원이나 산책로에도 범죄 예방을 위한 기본적인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설치된 방범용 CCTV는 약 14만개로 건물 인근, 도로, 공원 등 도심 곳곳에 설치돼 있다. 하지만 야산을 끼고 있는 공원이나 산책로의 CCTV는 입구 등 특정 장소에만 치중돼 있어 정작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은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다. 사실상 범죄 무방비 상태와 다름없는 셈이다. 특히 지난달 서울 신림의 한 야산 인근 공원 산책로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저지르고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범인은 CCTV가 없는 해당 구역을 범행 장소로 고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흉악범죄를 막기 위해선 범죄자들이 심리적으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CCTV와 비상벨을 추가 설치하고 이를 알리는 문구가 필요하며 범죄 예방 환경 디자인인 셉티드(CPTED)로 도시를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범죄 취약 지역을 찾아 환경을 개선해 시민들이 안심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CCTV는 각 지자체에서 적재적소에 설치하고 있다”며 “특히 설치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들어오면 주변 환경 점검과 함께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CCTV를 추가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용주차장이나 길거리마다 온통 번호판 없는 차량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5일 오후 3시30분께 인천 연수구 옥련동 송도꽃게거리. 식당 앞쪽 노면주차장에 번호판이 없는 차량들이 줄을 지어 서있었다. 대신 이들 차량엔 앞이나 뒷유리에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들이 써있거나, ‘○○무역’이란 글씨가 써 적혀 있었다. 모두 수출을 앞둔 번호판이 없는 말소 차량들이다. 인근 상인 유경숙씨(65)는 “오래 전부터 번호판 없는 차량들이 식당 앞 노상주차장을 점거했다”며 “낡은 차량이 가게 앞을 가로막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장사를 할 수가 없다. 외국인들이 와서 사진을 찍는데, 그들에게 뭐라고 하면 ‘가라, 가라’고 되레 소리를 지르는데, 보복 당할까 무섭다”고 토로했다. 인근 옥련동 능허대공원 일대도 마찬가지. 왕복 6차선 대로 길가에 번호판 없는 대형 트럭이나 버스 등이 즐비했다. 인근 골목길과 공용주차장에도 수출을 앞둔 말소 차량 십여대가 세워져 있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주차할 곳이 없어 되레 도로에 불법 주차를 하고 있고 실정이었다. 인천 연수구 옥련·동춘동 일대가 수출을 앞둔 말소 차량들로 불법 점령되며 상인과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구에 따르면 옛 송도유원지 부지에 있는 중고차수출단지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업체들이 보관료를 아끼려 수출 대기 차량을 일대 노상·공용주차장과 길가 등에 세워놓고 있다. 구가 지난해 말부터 올 6월까지 일대에서 3천198건을 단속했지만, 여전히 이 같은 말소 차량의 도심 점령은 끊이지 않고 있다. 말소 차량의 방치는 최소 5일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보니, 통상적인 불법 주·장차 차량처럼 곧바로 견인 처리도 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구는 이날부터 이들 말소 차량 바퀴에 철제로 이뤄진 이동 제한 장치인 ‘족쇄’를 채워 견인 때까지 이동을 원천 봉쇄하는 등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이재호 인천 연수구청장은 “말소차량 불법행위에 대해 그동안은 계고 조치를 많이 했는데, 이제부터는 적극적으로 강제 견인할 계획”이라며 “주민, 운전자들의 안전과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퇴폐업소가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5일 오전 8시께 평택시 안중읍 경기물류고 후문에서 불과 30여m 떨어진 곳에 흰색 글씨로 ‘A 노래뮤비방’이라고 적힌 검은색 배경의 간판 1개가 눈에 띄었다. 이곳으로부터 약 50여m 떨어진 곳에서도 역시 노래방 등 10여곳이 성업 중이었다. 이들 업소는 대부분 여성 접객원을 두고, 주류를 판매하는 형태로 영업하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이날 오후 2시께 화성시 송산면 송산초 정문 상황도 마찬가지. 이곳에서 도보로 30초 거리에 있는 골목에는 ‘B 바’, ‘C 가요주점’ 등 10여개에 달하는 유흥업소가 즐비해 있었다. 마침 하교하는 남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해당 골목 이곳저곳을 누비며 “저 여자그림 있는 가게에 들어갔다 와보라”는 말을 내뱉으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이모씨(44)는 “순수한 아이들이 유해시설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왜 방치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 등을 위해 지정한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 여전히 유흥주점과 퇴폐업소 등 청소년 유해시설이 즐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관련 법이 도리어 건전한 교육환경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어 청소년 보호를 위해서라도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현행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교육환경법)은 각급 학교주변 200m 이내를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 유해시설 입점을 막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제재에도 아직까지 도내 학교 주변에 유해시설이 무차별적으로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도내 교육환경보호구역 유해업소 단속 건수는 2018년 11건 에서 2019년 88건으로 늘었다가 2020년 49건으로 하락세를 보이다 2021년 97건, 지난해 222건 등으로 급증했다. 일각에선 교육환경보호위원회 심의 제도가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환경보호구역은 학교 경계를 기준으로 절대보호구역(50m)과 상대보호구역(200m)으로 나뉘는데, 위원회 심의만 통과하면 상대보호구역엔 유해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 2020~2022년 경기지역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유해시설 등 설치허가 누계건수는 2020년 5천147건, 2021년 5천21건, 2022년 4천433건 등이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학교 주변에 유해시설이 자꾸 들어서면 결국 그 주변엔 계속 그런 시설이 들어오게 될 수밖에 없다”며 “청소년들이 일탈에 빠질 수 있는 우려가 큰 만큼 위원회 심의 제도 개선 등 법 제정 취지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법이 정하고 있는 내용에 따르고 있으나 분명 한계는 존재한다”면서도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 글씨로 검사 결과가 붙어 있는데, 그게 보이나요? 덕분에 대장균이 있는 약숫물을 마셨네요.” 1일 오전 11시께 인천 부평구 구산동 거마산 중턱에 있는 ‘번개 약수터’. 등산객 정찬용씨(66)가 그릇에 약숫물을 가득 담아 마시려 하자, 다른 등산객이 “마시면 안 돼요!”라고 외친다. 정씨가 주위를 둘러보자 약수터 안내판에 ‘약수터 수질검사 결과’가 붙어 있다. 이 결과표에는 ‘총대장균군이 검출되어 음용이 부적합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씨는 “부적합이란 글씨를 이렇게 작게 써놓으면 보이겠느냐”며 “어제도 몇몇 어르신이 물을 통에 떠갔는데, 탈이라도 나지 않았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1시께 서구 석남동 원적산 ‘석남3 약수터’도 상황은 마찬가지. A4용지에 작은 글씨로 ‘총대장균군이 검출되어 음용에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적혀 있다. 등산객 이창훈씨(70)는 “산에서 나오는 깨끗한 물이라 생각해 계속 먹었다”며 “먹는 것이 부적합하다면, 큰 현수막으로 경고 문구를 붙여야 하는게 아니냐”고 말했다. 인천지역 약수터에 세균이 번식해 먹을 수 없는 물, 즉 음용 부적합 판정이 나와도 결과지만 붙여놓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지자체가 약숫물을 검사해 음용 부적합 결과가 나오면 현수막이나 경고판 등을 이용해 등산객들에게 경고를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 6개 군·구 약수터 30곳 중 남동구 ‘약사사 약수터’와 석남3·번개 등 3곳은 최근 수질검사에서 총대장균군이 검출, 음용이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최근 폭우로 빗물이 약수터로 유입했고, 여름이라 수온이 높아져 세균이 활발하게 증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총대장균군이 검출된 물을 마시면 복통이 생기고, 어르신과 영유아는 장티푸스, 이질 등 중증 감염의 위험도 있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들은 수질검사 결과표만 약수터에 붙여 놓을 뿐, 경고 문구를 붙이거나 약수터를 임시 폐쇄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의 먹는물공동시설 관리요령은 부적합 약수터는 시민들이 약숫물을 마시지 않도록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음용 금지 경고문과 안내 표지를 마련토록 하고 있다. 반면 미추홀구 등 타 지자체는 약수터의 수질 검사에서 음용 부적합 결과가 나오면 픽토그램이 담긴 경고 현수막을 붙이고 있다. 이한종 서구의원(국민의힘·나선거구)은 “약수터는 대부분 어르신들이 찾는데, 자칫 총대장균군으로 건강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지자체가 약숫물에 대한 검사 결과에서 음용 부적합 결과가 나오면 등산객들이 마시지 않도록 현수막이나 경고판 등을 이용해 적극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구 관계자는 “수질검사 결과와 경고문을 붙여놓긴 했지만, 미처 주민들의 편의까진 미리 생각하지 못했다”며 “음용 금지를 알리는 큰 아크릴 판을 빨리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아, 금방 가신다고요? 그럼 그냥 일회용컵에 담아드릴게요.” 28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가량 안산시 단원구의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홀로 근무 중인 직원이 수시로 내뱉은 말이다. 특히 이 직원은 손님 10여명의 “매장에서 먹고 가겠다”는 의사 표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각 음료를 일회용컵에 담아주기 일쑤였다. 손님들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일제히 “매장 안에서 일회용컵으로 먹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으나 이 직원은 연신 “괜찮다”고 강조하며 손님을 안심시키기 바빴다. 이날 오후 수원특례시 영통구의 한 샐러드 가게 상황도 마찬가지. 수시로 드나드는 손님들 사이로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으로 가득 찬 쓰레기통이 눈에 띄었다. 일부 손님은 멀쩡한 쇠젓가락 대신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음식을 섭취하기도 했는데, 이를 저지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모씨(27·여)는 “상황은 알지만, 위생을 고려하면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죄책감이 들긴 하는데, 건강을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다”고 속내를 밝혔다.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한 지 1년이 지나도록 경기도내 일부 카페, 음식점 등에선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은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규제 취지에 맞게 시민의식 개선 등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환경부와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4월1일부터 카페 등 식품접객업 매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등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이 본격 시행됐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지난 2018년 8월부터 한차례 시행됐다가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유예된 상태였다. 이어 2022년 11월24일부터는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의 사용도 제한하는 등 자원재활용법이 확대 적용됐다. 문제는 아직까지 도내 일부 매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 후 단속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도내 일회용품 사용 적발건수는 110건이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까지만 적발 건수가 지난해 대비 7배가량인 747건에 달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대폭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대해 김경섭 한경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일회용품 남용에 따른 환경오염과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가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심각해졌다”며 “법 개정 취지를 고려해 올바른 시민 의식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현재 홍보와 단속을 집중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도민들이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에 동참할 수 있게끔 더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