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부딪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럴 거면 자전거 도로가 무슨 소용인가요?” 14일 오전 9시께 군포시 수리동 사거리. 인도에서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시민들 사이로 자전거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시민들은 달려온 자전거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걸음을 멈췄고, 이어폰을 꽂고 걷던 한 시민은 갑작스레 나타난 자전거에 놀라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이곳은 자전거 도로와 인도를 분리해 자전거와 보행자가 각각의 도로로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한 겸용도로지만, 인도 위를 달리는 자전거 때문에 아찔한 상황이 반복됐다. 자전거와의 충돌을 간신히 피한 이주영씨(32·여)는 “자전거 도로가 있는데 왜 위험하게 인도로 다니는지 모르겠다”며 “자전거가 천천히 다닌다고 해도 보행자 입장에서는 빠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갑자기 튀어나올 때마다 사고가 날까 더 불안하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권선구 오목천동의 겸용도로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차도 양옆으로 500m 길이의 자전거 도로가 마련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자전거 이용자들은 인도로 지나가며 ‘지나갑니다. 비켜주세요’라는 말을 반복했고, 이를 듣지 못한 행인들 사이로 위태로운 곡예운전이 펼쳐졌다.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서의 통행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보행자가 사고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는 경계석을 이용해 자전거 등의 통행 도로와 분리, 자전거와 보행자가 각각의 지정 구간으로 통행할 수 있도록 만든 도로다. 자전거 운전자는 정해진 자전거 도로로 통행해야 하며, 보행자의 통행에 방해가 될 경우 서행하거나 일시정지하는 등의 안전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에도 법이 정착되지 못해 매년 안전사고가 반복되는 실정이다. 도로교통공단의 도내 최근 5년간 자전거(가해 운전자) 교통건수를 보면 2017년 1천305건, 2018년 1천182건, 2019년 1천308건, 2020년 1천536건, 2021년 1천447건으로 매년 1천여건 이상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 같은 사고로 5년간 100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부상자만 7천323명에 달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 공학과 교수는 “대개 보도 위에 겸용으로 자전거 도로를 만들다 보니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 모두 불편함과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자전거 통행 경로를 조사해 인도 옆 도로변 등에 별도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회
김은진 기자
2023-02-1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