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후에야… 수원 화서동 아파트 화재 늦장 대피 방송 ‘도마위’ [현장, 그곳&]

“대피 방송이 불이 다 꺼진 후에 나오는 게 말이 됩니까?” 지난 6일 오후 8시52분께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 아파트 주민 1명이 숨지는 등 64명의 사상자가 나온 가운데 화재 대피 안내 방송이 40분가량 지체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오전 9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화서동의 아파트 화재 현장. 이날 소방·경찰당국은 화재 당시 1층 세대 주방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합동감식을 진행 중이었다. 불이 난 아파트 내부를 살펴보니 주방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새까맣게 탔으며 냉장고와 창틀은 녹아 내린 상태였다. 또한 6층 창문 까지 검게 그을린 자국이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말해주는 듯 했다.  불은 30여분 만에 완전히 꺼졌지만 불이 1층에서 발생한 탓에 연기가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서 피해가 커졌다. 1층 주민 여성 A씨(54)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한 남성 B씨(60)는 해당 아파트 15층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10층 주민인 B씨가 연기를 피해 옥상 쪽으로 대피하려다가 연기를 흡입해 의식을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민 62명이 연기 흡입을 하는 등 부상을 당했다.  문제는 아파트 대피 안내 방송이 불이 완전히 꺼진 후에 나갔다는 것이다. 당시 불은 오후 9시28분께 완진됐지만 대피 안내 방송이 처음 나간 것은 오후 9시33분이다. 이날 주민들은 검게 탄 아파트를 지나가며 방송이 늦어져 대피를 할 수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곳 주민 이하진씨(가명·35·여)는 “오후 9시30분쯤 아이들을 재우고 두 번 연속 연기가 나오고 있으니 집에서 대기하라는 방송을 들었다”며 “근데 이미 그 전에 불이 났는데 불이 꺼지고 나서야 방송이 들려 어디로 어떻게 대피를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화재가 나면 자동으로 화재 발생 경고음이 나간다”며 “이후 9시33분께 세대 내로 연기가 들어오지 않게 집 안에서 대기 하고 있으면 구급대원이 구출할 것이라고 방송했다”고 전했다.

잿더미로 변한 인천 현대시장, 절망 속 희망 찾아 좌판 펼친 상인들 [현장, 그곳&]

“평생을 일군 삶터가 잿더미로 변했지만,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6일 오전 10시께 인천 동구 송림동 현대시장에서 만난 피해 상인 호우현씨(75)는 잿더미로 변한 점포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화재로 전기가 끊긴 가게 앞에서 쪽파를 다듬으며 손님 맞이 준비에 나섰다. 생계 터전을 잃은 직후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호씨는 의연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호씨는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꼬박 42년 동안 이곳에서 장사를 해 아들 2명을 키웠다”며 “가게가 하루 아침에 사라졌지만, 장사를 포기할 수는 없다”고 재기의 의지를 다졌다. 호씨 뿐만이 아니었다. 그을린 벽면, 아직 마르지 않은 바닥의 물기, 무엇보다 엿가락처럼 녹아 휘어진 가게 철골 구조 등 화마가 할퀴고 간 참사 현장에 시장 부흥 재건을 위해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들은 잿더미가 된 가게를 오가며 쓸 수 있는 집기류 등을 찾아내 인근 공영주차장과 시장 내 빈 공간을 찾아 임시 좌판을 마련해 장사 준비를 시작했다. 야채 도매 상인 임옥수씨(62)는 “상가가 불에 탔지만 이 곳을 찾는 단골 손님들을 외면할 수가 없다”며 “무와 양배추 등 아침부터 받아 온 식재료들을 시장 한켠에 쌓아놓고 손님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상인들이 좌절하지 않고 다시 영업 재개에 나서며 이날 상인회 사무실에 마련한 피해접수센터에는 판매공간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대부분 상인들은 화재로 전기가 끊겨 당장 장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임시판매공간에서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망의 싹이 돋고 있지만 불안도 공존하고 있었다. 상인 대부분이 민간보험이나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전통시장화재공제보험에 가입해 있으나, 현실적인 보상이 이뤄질지에 대한 우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현장감식도 끝나지 않아 정확한 피해 규모도 파악할 수 없다며 답답해 하기도 했다.  여기에 방화로 인한 화재라 보험금이 100만원 밖에 안나온다는 소문은 상인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박기현 현대시장상인회장은 “상인들은 대부분 수십년 동안 이곳에서 장사 하던 사람들”이라며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생계를 꾸려나가는 상인들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복구작업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앞서 인천 현대시장에서는 지난 4일 오후 11시38분께 큰 불로 점포 205곳 중 47곳이 불에 탔다. 경찰은 현대시장 일대 5곳에 불을 지른 혐의(일반건조물방화)로 40대 용의자 A씨를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붉게 변한 소나무들 ‘잎마름병’ 방제 비상 [현장, 그곳&]

“소나무 잎이 붉은색을 띄는데…소나무는 365일 내내 잎이 푸른 상록수 아닌가요?” 5일 오전 11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송도 센트럴파크 안의 소나무 산책로. 산책로에는 수십그루의 소나무가 심어져 있다. 산책로 시작 지점부터 푸른색이 아닌 붉은색 소나무가 흉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 소나무들은 잎이 붉고 바싹 말라 있다. 주민 김철희씨(56)는 “이 공원은 사계절 내내 푸른 소나무를 볼 수 있어 좋았는데, 요즘 붉게 변한 소나무가 보인다”며 “많은 소나무가 붉어지며 고사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공원의 일부 소나무들이 잎이 붉게 변하면서 고사하는 ‘잎마름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병에 걸린 소나무는 일부지만 이 곳 4천여 그루 소나무들도 똑같은 생육 환경에 있어 피해 확산이 우려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날 인천시설공단에 따르면 공단이 최근 나무 의사를 통해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잎마름병’이 의심되는 소나무 40그루를 진단한 결과, 소나무 4그루가 ‘잎마름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잎마름병에 걸리면 잎이 갈색이나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떨어져 생장이 멈춘다. 또 2차적인 병원균이나 해충의 피해에 쉽게 노출되고 감염이 심하면 완전히 말라 죽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잎마름병의 원인이 부적합한 생육환경 때문이라는 점이다. 현재 송도 센트럴파크 공원은 소나무 뿌리 부분의 흙에 물이 자주 고여 있어 매우 습하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공원이다보니 배수가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흙의 통기성이 떨어져 소나무 뿌리가 정상적으로 호흡을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장 잎마름병에 걸린 소나무 인근 40여 그루의 나무를 비롯해 공원 전체 4천183그루의 상록수 교목들이 같은 질병에 걸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시적인 병해충 방제 작업에 그치는 현재의 관리 체계로는 잎마름병을 막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나무들의 지속적인 생육환경 조성을 위한 토양 관리나 영양 공급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상태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원은 “소나무는 습한 곳에서는 정상적인 뿌리 활동을 하지 못해 배수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센트럴파크와 같이 배수가 잘 안 되는 곳은 지자체가 배수로 정비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병든 소나무 주변의 흙을 새로운 마사토로 바꾸고 주변 소나무들의 흙도 점차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 현대시장 화재... ‘삶의 터전’ 한순간에 잿더미 [현장, 그곳&]

“소방점검도 소용없고, 스프링클러와 소화전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5일 오전 8시께 인천 동구 송림동 현대시장. 지난 4일 자정께 발생한 화재로 점포 212곳 중 55곳이 불에 타, 검게 그을린 재와 엿가락처럼 늘어난 기둥으로 변했다. 주말을 맞아 손님으로 북적여야 할 이곳은 화마가 지나간 자리의 검은 재만 남았다. 화재 소식에 새벽부터 모여든 상인들 표정에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피곤함이 역력하다. 상인들은 검은 재로 변한 생필품과 제품을 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상인 대부분은 인천시와  동구, 중부소방서 등에서 1년에 6번의 화재 안전점검을 하면서도 이 같은 큰 피해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분통을 터트린다. 일부 스프링클러와 소화전 등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그 동안의 안전점검이 ‘형식적인’ 점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이곳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황수여씨(77)는 “통로가 좁아 바깥에서 호스를 가져와 불을 껐다”며 “가게로 불이 번질까 봐 밤새 뜬 눈으로 지새웠다”고 했다. 이어 “불이 나면 큰일 날 곳이었는데, 여태 방치하다가 이 꼴이 난 것이다”고 했다. 또 다른 상인인 염창석씨(65)는 “스프링클러랑 소화기가 있어도 한순간에 아케이드에 불이 붙어 소용 없었다”며 “하루 아침에 25년 동안 일군 삶터가 사라졌다”고 했다. 인천 현대시장은 지난해 6번에 걸쳐 안전점검을 받았으나 화재가 발생하면 큰 불로 퍼지는 아케이드 속 인화성 물질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현대시장 아케이드를 이루고 있는 물질은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과 ‘폴리카보네이트(PC)’ 등 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46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과천 방음터널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물질과 같은 ‘인화성 물질’로 분류된다. 당시 현대시장은 비상유도등과 일부 구간의 소방차 진입로 확보에 대한 계도만 받았다.  특히 상인들은 소방차 화재 진압 시 일부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20여분 동안 불이 번지는 것을 볼 수 밖에 없었다는 증언도 내놨다.  이날 한 상인은 “소방차 물이 떨어져서 소화전을 사용해야 했는데 소화전이 작동하지 않아서 20분 동안 불이 번지는 것을 볼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상인들은 한 순간 재로 변한 삶의 터전을 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4년 동안 슈퍼를 운영한 문경훈씨(50)는 “냉장고가 녹아내리고, 물품이 전부 타서 1억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입었다”며 “보상액은 100만원 뿐이라는 소리에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이들 상인 대부분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전통시장화재공제보험에 가입했으나 방화에 의한 피해 보상액은 100만원이 전부이다. 문씨는 “가게 안에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아서 새벽에 3시간 동안 같이 불을 꺼야 했다”고 했다. 또 다른 상인 호우현씨(75)는 “42년 동안 여기서 채소를 팔면서 아들 2명을 키우고, 손자까지 키우고 있는데 이곳이 하루 아침에 잿더미로 변했다”며 주저 앉기도 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전통시장화재공제보험은 ‘매장의 과실'로 불이 나면 피해를 입은 다른 매장에게 1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방화로 인한 화재의 경우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기현 현대시장상인회장은 “공단측에 문의 했을 때 화재 원인이 방화라 지급이 어렵다고 답변을 받았다”며 “인천시와 정부에서 하루 빨리 보상금 관련 답을 주고, 임시 판매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동구 현대시장 화재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테스크포스(TF)를 꾸려 상인들의 화재 피해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인천지역의 전통시장을 현대화하는 사업을 조속히 추진해 이 같은 화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인천지역 전통시장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지난 2018년 4건, 2019년 3건, 2021년 11건에서 지난해에는 16건으로 증가 추세이다.

“월세·밥값 무서워” 인천 대학가 ‘하숙집’으로 유턴 [현장, 그곳&]

“월세도 오르고 식비도 너무 부담이 되니, 하숙이 답이죠.” 3일 오후 4시께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인하대학교 인근 주택가. 최근 들어 이 곳 주변에선 ‘하숙’이라고 쓰여진 간판들이 여기 저기 보이기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에 밀려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던 하숙집이다. 그러나 최근 하숙집을 찾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다시 등장한 것이다. 개강이 임박한 이날에도 하숙집을 구하러 다니는 학생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김규훤씨(21)는 “집에서 학교까지 왕복 4시간이 걸려 기숙사를 신청했으나 더 멀리서 온 학생들에 밀려 하숙을 찾게 됐다”며 “처음 원룸을 알아봤지만 월세와 관리비·가스비 등을 포함하면 월 60만~70만원이 들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숙집이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아 대부분 차서 겨우 월 55만원짜리 하숙집을 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새학기를 맞은 인천지역 대학가에 자취를 감췄던 하숙집들이 재등장하며 학생들의 선호 주거장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인기를 끌던 원룸 등이 최근 월세 등 주거비용에다 식비까지 크게 올리면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하숙집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3일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인하대 인근 원룸들은 대개 월세 40만~50만원에 관리비는 5만~10만원이다. 전기·수도·가스 등 생활요금은 별도다. 가천대학교 인근도 월세 30만~40만원에 관리비 10만~20만원선이다.  이에 비해 하숙집은 1달에 50만~55만원을 내면 관리비나 생활요금 등 추가 지출이 없다. 특히 하루 두세끼씩의 식사도 포함해 있다. 크게 오른 음식점 식비나 식재료값 걱정도 덜어준다.   인하대 후문에서 하숙집을 운영 중인 이모씨(56)는 “얼마 전까지는 하숙을 찾는 학생이 없어 이 곳 하숙집들이 다 문을 닫거나 원룸으로 개조했다”며 “요즘은 방이 다 찼는데도 학생들이 계속 찾아온다”고 귀띔했다. 대학가 하숙집의 재등장은 주거비와 식비 등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부담을 느낀 학생들이 따로 보증금을 마련하지도 않고 매월 50만~60만원만 내면 되는 하숙집을 선호하는 것이다.  공인중개사 박모씨(47)는 “2~3년 전만 해도 관리비 포함 35만원이면 대학가 근처에 원룸을 구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2배 가까이 올랐다”며 “고물가 시대에 당분간은 하숙집을 찾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공용 구역에 폐타이어·쇠막대… 골목 곳곳 ‘주차 방해물’ [현장, 그곳&]

“자기 땅도 아닌 주차구역에 버젓이 폐타이어를 놓아두면 어떡합니까?” 2일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갓매산로 일대. 골목 곳곳에는 일부 주민들이 자신의 상가 앞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무단으로 내놓은 각종 적치물이 난립했다. 흔히 볼 수 있는 러버콘과 페인트 통, 화분뿐만 아니라 폐타이어에 쇠사슬을 엮어 만든 구조물이 승용차 2대는 넉넉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주차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진호씨(가명·59)는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주차 공간에 적치물이 항상 쌓여있다”며 “구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또다시 생겨 말짱 도루묵이다”라고 호소했다. 같은 날 오후 안양시 동안구 평촌대로 일대도 마찬가지. 폐타이어를 4~5개씩 쌓아 올려놓은 적치물 사이로 커다랗게 쓰인 ‘주차금지’ 경고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녹이 슨 쇠막대와 부서진 주차금지표지판도 뒤엉켜 있는 상태로 통행로를 막고 있었다. 골목길에 적치물을 놓아둔 김순자씨(가명·72)는 “아들이 퇴근하는 시간에는 주차할 공간이 없어 어쩔 수 없다”며 “다른 사람도 놓아둬서 문제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도심 주변 골목길과 상가 앞 주차 공간에 주차 확보를 위해 불법으로 세워둔 주차 방해물로 차량 통행은 물론 보행권까지 침해되면서 정기적인 단속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관련 도로법에 따르면 사유지가 아닌 공용장소인 이면도로와 골목길 등에 불법 적치물을 설치할 경우 불법 점용에 대한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행정당국의 단속이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미흡한 실정이다. 이날 도에 따르면 최근 3년(2020~2022년)간 31개 시·군 불법 노상 적치물 관련 단속 건수는 총 56만8천205건에 달했다. 이 중 과태료 부과는 1천760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적발 건수의 0.3%에 불과한 수준이다. 박무혁 도로교통관리공단 교수는 “불법 적치물은 주차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운전 시 시야에 보이지 않는 크기라 사고위험 유발 가능성이 높다”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계도와 함께 확실한 단속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지자체 관계자는 “적극적인 과태료 부과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안내문 부착이나 강제 수거와 같은 단속이 먼저 이뤄지기 때문”이라면서도 “앞으로는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단속을 실시하고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토바이 ‘소음’ 잡는다더니… 현실성 없는 기준 ‘원성’ [현장, 그곳&]

“낮은 물론이고 밤에도 오토바이 소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1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금곡동의 한 주택가. 이곳엔 오토바이 6대가 귀를 찌르는 듯한 소음과 함께 주택가 곳곳을 누비며 돌아다녔다. 주민 강주혁씨(34)는 “낮에는 물론이고 밤엔 오토바이 소리 때문에 자다 깨기를 반복한다”며 “대체 언제 오토바이 소리를 듣지 않고 조용히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역정을 냈다.  같은 날 광명시 하안동의 아파트 단지에도 오토바이 소음이 끊이질 않았다. 배달 오토바이들은 골목과 대로변을 지나다니며 가지각색의 굉음을 뿜어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경기도내 아파트와 주택가 곳곳이 이륜자동차 소음에 몸살을 앓고 있지만 단속 기준도 낮을 뿐더러 현장 적발이 어려워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청 국민신문고 등에 최근 5년간 접수된 이륜차 소음 관련 민원은 2017년 1천396건, 2018년 3천621건, 2019년 6천731건, 2020년 7천2건, 2021년 9천539건으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2일부터 이륜차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고소음 이륜차를 이동소음원으로 지정했다. 이동소음원은 이동하며 소음을 낼 수 있는 것들로 확성기, 음향기기 및 기구, 음향장치 튜닝 이륜차 등이 해당된다.  이같은 조치에도 이륜차 소음으로 인한 시민 불편이 끊이질 않자 환경부는 소음 이륜차 기준을 105dB에서 95dB로 강화하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선 소음을 피할 수 없다는 목소리다.  이륜차의 소음 피해를 줄이기에는 여전히 기준이 낮기 때문이다. 현재 강화된 소음 기준이 통상 공장 소음 기준인 65~70dB,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기준인 80dB보다 훨씬 높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보통 주거지역 소음 기준이 59~64dB인데 95dB은 너무 높은 기준”이라며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선 점차적으로 소음 기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순간적인 가속 능력이 뛰어난 이륜차의 특성상 현장에서 소음기로 측정에 일일이 단속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환경부 지침에 따라 이동소음원 사용 제한 조치를 어긴 이륜차를 발견하더라도 단속망을 피해 도주하는 운전자를 쉽게 잡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도 관계자는 “빠르게 지나다니는 이륜차에 대한 현장 단속이 어려워 현재 소음을 유발하는 소음증폭 튜닝 여부를 점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점검 이후 경찰 등과 함께 합동 단속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부에선 통상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 뿐, 실제 운행 제한 등은 지자체에서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아직도 공중화장실이 남녀 공용이라고?..."그냥 참고 말죠" [현장, 그곳&]

“볼일 보고 있는데 남자가 들어오면 불편하잖아요. 그냥 참고 말죠.” 1일 오후 1시께 인천 남동구 구월예술어린이공원의 공중화장실. 남녀공용인 이 화장실 앞에서 심예송씨(33·가명)가 내부를 이리저리 살펴본 뒤 내부로 들어가려다 문을 열고 나오는 남성과 마주쳐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다시 들어가 화장실 안을 들여다 본 심씨는 결국 이용을 포기했다. 심씨는 “남성용 소변기가 여성화장실칸에 가까이 붙어있고 화장실 이용 모습이 외부에서도 보이는 구조”라며 “입구에 잠금장치도 없고 불도 꺼져 컴컴해 이용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날 인천 연수구 청학동 시대어린이공원에 있는 공중화장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김원우씨(24·가명)도 화장실을 이용하려 했으나 여성 칸에 인기척을 느끼고 되돌아 나왔다. 김씨는 “화장실 안에 다른 여성이 있으면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어 이용이 꺼려진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인천지역에 여전히 50여개가 넘는 남녀공용 화장실이 남아 있어 이용객들의 불편은 물론 범죄 발생 가능성도 제기돼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인천시에 따르면 지역의 공중화장실 중 남녀공용은 우체국 12곳, 공원 6곳, 지구대·파출소 2곳 등 총 56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7조는 남녀 화장실을 구분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인천지역의 남녀공용 화장실들 대부분이 법률을 개정한 2006년 이전에 만들어져 이 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 또 660㎡ 이상의 공중화장실에만 해당, 규모가 작은 공중화장실은 예외다. 지난 2020년 10월5일께 서구의 남녀공용 화장실에선 한 50대 남성이 카메라를 설치한 뒤 여성 2명을 불법으로 촬영하다 붙잡혔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 교수는 “남녀공용 화장실은 성범죄에 취약하다”며 “남녀 칸을 분리하거나 비상벨을 설치하는 등 지자체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통해 남녀 화장실을 분리하는 등 불편 해소를 위한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안산 ‘경기가든’ 공사 시화호 오염 재발 우려 [현장, 그곳&]

“공사현장서 발생한 침출수가 유입되고 있어 시화호가 또다시 몸살을 앓을까 걱정입니다.” 27일 오전 9시30분께 안산시 상록구 선진안길 안산갈대습지 인근 ‘세계정원경기가든’(이하 경기가든) 공사현장. 이곳에서 만난 시화호 지킴이 최종인씨는 뒷집을 지고 하늘만 올려다 봤다.  안산갈대습지 관리사무실 입구에서 시화호 상류와 연결된 하천을 따라 동쪽 방향으로 200m 가량을 더 올라가자 황토색을 띤 흙탕물 침출수가 뽀글보글 솟아 오르고 있었다.  악취와 함께 옛 시화 쓰레기매립지 터에서 솟아 오르는 침출수는 시화호 상류와 연결된 하천을 따라 시화호로 그대로 유입되고 있었다. 그는 “오염됐던 시화호를 정상화하는데 많은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했는데 이처럼 무관심 속에 침출수가 시화호에 유입되고 있으니 시화호가 또다시 몸살을 앓게 될 위기에 놓였다”고 우려했다.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 일원 부지 21만여㎡에 조성 중인 경기가든은 지난 1993년부터 수도권에 소재한 안양, 수원 등 인근 8개 지자체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매립한 시화 쓰레기매립지로 경기도가 750여억원을 들여 2026년 준공목표로 2020년 착공했다. 특히 경기도는 쓰레기매립지로 사용하던 당시 인근 주민들이 악취 등으로 인한 고통을 감내한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안산시와 이곳에 정원과 에코벨트 등을 구축해 앞으로 정원문화산업 특화지역으로 개발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이곳에선 지난 2020년 9월에도 침출수로 의심되는 거품이 발견됐다. 앞서 2013년에도 메탄가스를 비롯한 오염물질이 배출허용 기준치를 초과하는 침출수가 검출되는 등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 침출수가 발생한 곳은 경기가든(구 쓰레기매립지)에서 발생한 침출수를 차집한 펌핑장에서 이를 하수처리장으로 보내 처리하기 위해 펌핑하는 과정에서 파손된 관로에서 외부로 침출수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된다. 최종인 시화호 지킴이는 “쓰레기 매립장 안정화 작업과정에 침출수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같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며 “다시는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침출수가 발생한 현장을 방문한 박태순 안산시의원은 현장에서 침출수를 채취한 뒤 성분분석을 위해 관계기관에 시료를 의뢰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 관계자는 “경기도 및 관련 부서 등과 함께 현장조사를 통해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차이나타운 곳곳 ‘폐건물’… 인천대표 관광지 명성 훼손 [현장, 그곳&]

“차이나타운이 인천의 대표 관광지라고 해서 왔는데, 골목마다 폐건물이 보이니 괜히 왔나 실망스럽기만 합니다.” 26일 오후 2시께 인천 중구 북성동3가 일대의 차이나타운. 차이나타운의 대표 명소인 초한지 벽화거리의 그림을 보며 길을 내려가다 보니 벽이 부서진 채로 방치된 빈 집이 보였다. 부서진 벽 안으로 보이는 집에는 나무 패널과 벽돌 등 각종 폐기물 등에 먼지가 쌓여있고, 지붕 구조물인 나무 패널 일부는 뜯겨 있는데다 벽까지 갈려져 곧 무너질 듯 아슬아슬해 보였다.  같은 날 차이나타운의 한 중식집 주차장 옆 건물도 마찬가지. 간판이 떨어져 나가고 철 구조물들은 녹이 잔뜩 슬어 한눈에도 오래 방치된 건물처럼 보였다. 게다가 건물 뒤편에는 출입을 막는 시설도 없어 청소년 탈선 장소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건물 안 바닥에는 담배꽁초와 쓰레기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고 교복을 입은 고교생들은 익숙한 듯 건물 안으로 들어가 담배를 피웠다.  주말을 맞아 차이나타운을 찾았다는 이은주씨(52)는 “대낮인데도 빈 건물의 모습이 으스스하게 느껴졌다”며 “이런 건물이 블럭마다 보여 생각했던 차이나타운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고 말했다. 인천 차이나타운 곳곳에 빈 집과 폐건물 등이 방치돼 있어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등 ‘대표 관광지’라는 말이 무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중구에 따르면 인천 차이나타운은 지난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상권 르네상스 사업 공모에 선정, 5년 동안 80억원을 지원받아 개항 카페거리 육성, 힐링 스팟 조성, 면요리 특화 창업 지원, 개항 in싸 프로그램 운영, 상권특화상품 개발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차이나타운에는 여전히 빈 집과 빈 건물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 관광지 이미지를 흐리는 것은 물론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 전락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구는 차이나타운 일대의 빈 집·빈 건물에 대한 현황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김재호 인하공업전문대학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대규모 예산으로 각종 프로그램이나 상권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곳곳에 흉물스러운 건물 등이 있다면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차이나타운의 명성에 걸맞는 이미지 경관을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인천시나 중구가 빈 집이나 빈 건물을 매입해 경관을 재정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중구 관계자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 방치돼있는 건물 등을 어떻게 관리할 지 검토하겠다”며 “방치 건물이 학생들의 탈선 장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우선 현장에 나가 조치하겠다”고 해명했다.

개교 코앞인데... 우리 학교는 아직도 '공사중' [현장, 그곳&]

“소음과 먼지가 가득한 학교에 아이들을 어떻게 보냅니까?” 23일 광주시 태전중학교 공사현장. 당초 올해 3월 개교를 앞두고 있던 이곳은 아직까지 골조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현장에 암석이 많아 작업 중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고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공사 기간이 길어져 6월까지 준공 시기가 늦춰졌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광주하남교육청은 3월 개교가 어렵다고 판단, 학교가 완공될 때까지 태전중 신입생들을 인근 초등학교에 통학시키기로 결정했다. 태전중 입학생들은 3개월 넘게 학교와 도보로 10분 이상(800여m) 떨어진 고산하늘초로 통학을 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글빛초등학교에서도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학교 부지는 정리되지 않은 전깃줄부터 산처럼 쌓인 흙더미와 각종 공사 자재들로 주변이 어수선했다. 글빛초는 공사 지연으로 당초 3월2일이었던 개교 시기를 연기해 3월13일부터 학생들이 등교할 예정이지만, 개교 이후에도 내부 정리와 외부 작업 등 2달 넘게 공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양주시 연푸른초등학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개교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교실 내부공사와 외부 마감공사, 조경경사, 운동장 조성공사 등이 아직까지 마무리되지 않고 있었다. 현장에는 지름 80㎝에 달하는 맨홀이 그대로 노출돼 있기도 해 자칫 추락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다음 달 개교를 앞두고 있던 경기도내 학교들이 공사 지연 등을 이유로 개교 시기를 늦추면서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더욱이 일부 학교는 공사가 끝나기 전부터 등교가 예정돼 있어 학생들의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도내에서 개교가 예정된 학교는 ▲유치원 4곳 ▲초등학교 4곳 ▲중학교 6곳 ▲초·중 통합교 1곳▲ 고등학교 1곳 등 총 16곳이다. 이 중 ▲과천토리유치원(3월8일)과 ▲수원 글빛초(3월13일) ▲화성 와우고(3월6일) 등 3곳은 준공 시기를 맞추기 위해 등교 시기를 일부 조정했고, 태전중의 경우 개교 연기로도 일정을 맞추기 어려워 인근 초등학교로 임시 배치됐다. 글빛초 입학을 앞둔 아이의 학부모 A씨는 “시기에 맞춰 준공을 마치고 개교하는 학교들도 있는데, 개교 이후에도 공사가 진행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공사도 안 끝난 위험천만한 학교에 아이를 어떻게 보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태전중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B씨도 “거의 한 학기를 다른 학교로 통학하게 한다는 게 가당키나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물류 대란, 코로나 19 등으로 전체적으로 공사가 늦춰진 부분이 있다”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공사가 지연된 학교들의 개교 시기를 연기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준공 시기가 연기된 학교들은 차질없이 개교하도록 하겠다. 앞으로 중앙투자심사 면제 대상 확대 등으로 공기를 조금 더 확보해 이런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내 녹슨 옥외소화전... 불나면 속수무책 [현장, 그곳&]

“제대로 작동은 되나요? 소화전 방출구 뚜껑은 없어지고 녹이 슬어 고철 덩어리 같아요.” 22일 오전 10시30분께 수원특례시 팔달구에 위치한 옥외소화전의 한쪽 방출구 뚜껑이 사라진 채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뚜껑이 없는 탓에 성인 주먹 하나도 손쉽게 들어갈 정도의 입구를 들여다보니 소화전 내부 안에 버려진 쓰레기와 이물질들이 훤히 보였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주영씨(가명·62·여)는 “매일 같이 이곳을 지나다녔지만 항상 소화전 방출구 뚜껑이 없어진 상태였다”며 “이렇게 관리가 안되고 있는데 큰 불이라도 나면 제기능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스럽게 말했다. 같은 날 오후3시께 용인특례시 수지구 다세대·다가구 주택 밀집지역에 위치한 옥외소화전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옥외소화전의 방출구 뚜껑은 열려진 채로 쇠사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으며 전동킥보드가 소화전을 앞에 세워져 있어 접근조차 방해하고 있었다. 특히 이곳은 도로 폭이 좁은 데다 길 모퉁이에 불법주차된 차들이 많아 화재 발새 시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소방호스를 연결할 수 있는 소화전의 관리가 더욱 절실했다. 경기지역의 옥외(지상식)소화전이 방출구 뚜껑이 도난당하거나 훼손되는 등 관리가 안된 채 방치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옥외소화전은 두 개의 방출구 뚜껑이 있는데, 뚜껑이 없으면 방출구 구멍 안으로 쓰레기나 이물질이 들어가 물이 나오는 통로가 막힐 수 있다. 또 녹이 슨 소화전의 경우 뚜껑의 접합 부분을 열기 힘들어 신속한 용수 공급을 어렵게 만든다. 이날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도내 설치된 소방용수시설은 총 3만735개 가운데 소방에서 유지·관리하는 소방용수시설 1만8천833개다. 이 중 옥외소화전은 1만5천178개로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소방기본법에 따라 소방당국은 옥외소화전설비의 설치·유지 안전관리를 해야 한다. 올해 소화전 설치와 비상소화장치 설치를 위해 각각 4억7천400만원과 12억2천500만원이 예산이 편성됐다. 소방용수시설을 유지·관리하는데는 총 12억7천5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에도 관리는 미흡한 실정이다. 관내 소방관들이 매달 소화전 3~10개씩 맡아 점검을 나서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모든 소화전을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 소방당국의 입장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옥외소화전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긴급하게 사용이 가능해야하기 때문에 평소 유지·관리가 중요하다”며 “소방관서에서 유지·보수할 인력이 부족하다면 용역업체에 위탁하거나 소방산하기관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소방 관계자는 “급하게 수리해야 하는 시설에 우선순위를 두고 한정된 예산을 쓰다보니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소방용수시설 유지관리비를 지난해 대비 4% 증액해 확보했으니 지속적으로 점검해 보수하겠다”고 말했다.

한 달 내내 매출 단 1건... 포천 송우리가구단지 ‘고사 직전’ [현장, 그곳&]

“20년 넘게 가구 장사를 했는데 요즘처럼 손님이 없긴 처음입니다.” 21일 오후 2시께 포천시 소흘읍 송우리 가구거리. 이곳에서 만난 윤한용 A가구점 대표(66)는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고객들로 북적거렸던 전시장은 텅 비어 있었다. 그는 한 달 치 거래장부까지 꺼내 보여주면서 “한 달에 하나밖에 못 팔았다. 이런 상황에서 월세와 연료비, 운영비 등은 어떻게 감당하겠느냐 ”고 토로했다.  한때 문전성시를 이뤘던 포천시 소흘읍 송우리 가구거리가 개점휴업 상태로 고사 직전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인근 양주시 삼숭동에 지난해 대규모 가구단지가 문을 열어 지역 가구시장이 쪼개지고 있는 데다 포천시로부터 지원도 끊겼고, 국도변에 위치해 있어 주차장이 확보되지 않아 쇼핑 여건이 불편하다는 점 때문이다.  박희진 B가구 대표(61·여)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지난해 7월부터 손님이 뚝 끊기더니 요즘 들어선 평일은 고사하고 주말에도 너무 한산하다. 월세 부담은 물론이고 전기세 부담이 가중되며 구매자가 없어 점포 유지가 극도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숨 쉬었다. C가구점도 코로나19 이후 매출과 고객이 50% 이상 줄었다. 부동산시장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포천지역 가구시장도 끝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포천송우가구거리조합에 따르면 현재 송우가구거리에는 100곳의 가구업체가 입주했다. 여기서 공장과 전시장을 함께 운영하는 곳은 20여곳이고, 20여곳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점포를 내놓았다. 이미 2, 3곳은 폐업 수순을 밟고 있으며 50여곳은 난방비 폭탄과 고객 감소 등으로 가구업 정리를 고민하고 있다. 김종면 포천송우가구거리조합 이사장은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올 들어 급속히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가구점의 절반이 점포를 내놓고 있다”며 “포천시나 경기도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소흘읍 송우리 가구거리는 1980년대부터 업체 20여곳이 공장과 함께 전시장을 운영하며 시작됐고 점차 확장 추세를 보이다가 현재는 골목 안쪽과 대로변을 합쳐 100여곳으로 늘어났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인가공 가구 특성화 거리로 명성을 얻었으나 최근 경기 침체와 고객 감소로 벼랑 끝에 내몰리는 운명에 처했다. 이에 따라 ‘K-명품 가구거리’ 활성화와 온라인 플랫폼 구축 등 새로운 고객 유치 전략, 차별화 마케팅 전략 추진 등 자구 노력과 정책적 지원 등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골목길 담배꽁초 수북… 불 붙을까 ‘불안’ [현장, 그곳&]

“무단투기 금지라고 써놔도 사람들이 본 체도 안 합니다. 늦은 오후만 돼도 골목에 담배꽁초랑 쓰레기가 한 데 뒤섞여 버려져 있습니다.” 21일 오전 10시께 안양시 동안구. 2m 남짓한 건물 사이 골목엔 ‘흡연 금지’ 종이가 붙어있었지만, 무색하게 그 아래엔 담배꽁초가 곳곳에 버려져 있었다. 또 다른 골목에는 보건소에서 내붙인 ‘금연매너구역’ 현수막이 걸려있었지만, 몇몇 시민들은 현수막 바로 앞에서 흡연하기도 했다. 불씨가 채 꺼지지 않은 꽁초를 쓰레기 더미 근처로 던지고선 자리를 떠나는 시민의 모습도 포착됐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팔달구 수원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10여층 높이의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고 그사이엔 먼지가 내려앉은 실외기 여러 대가 놓여있었다. 실외기 주변으론 오랜 기간 방치된 듯 색이 바랜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어 언제 화재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인근 주민 조희연(26)씨는 “건물 사이 틈새는 매번 쓰레기랑 담배꽁초로 가득한 거 같다”며 “혹여나 담배불씨가 옮겨붙으면 불길이 금방 커지는 건 일도 아니다”고 불안해했다. 도내 상가 건물 사이 협소한 공간에 버려진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발화성 물질과 한 데 뒤섞인 채 방치돼 있어 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도심내 상가다중밀집 지역 특성상 건물 간 간격이 좁아 그 사이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옆 건물로 불길이 옮겨붙기 쉬워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2020년 8월까지 5년간 상가건물 사이에서 발생한 화재는 114건이며 그 중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는 88건으로 77.1%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불씨를 대형화재로 만드는 쓰레기와 같은 발화 요인를 없앨 수 있도록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좁은 상가 간 거리와 그 사이에 버려진 쓰레기와 담배꽁초들, 관리 안 되고 방치된 실외기 등은 불길을 키우기 제격”이라며 “그곳에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지 못하도록 홍보를 할 때 어떤 위험이 있는지 등을 함께 알릴 수 있도록 해서 시민들의 인식 전환을 끌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매 계절 화재 예방 대책을 세울 때 담배 불씨로 인한 화재와 관련한 대책도 항상 포함시켜 화재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건물 사이 화재가 담배꽁초 등 부주의로 일어나는 것인 만큼 그에 대한 홍보를 계속해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주민도 모르는 '깜깜이 지진대피소' [현장, 그곳&]

“여기가 지진 대피소라구요?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20일 오전 11시30분께 오산시 운암고등학교. 운암고등학교 운동장은 국민안전재난포털에 지진 옥외대피소로 등록돼 있지만, 고등학교 외부 울타리를 따라 걷는 동안 이 장소가 옥외대피소임을 알 수 있는 표지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근처에 오산 원일중학교 역시 지진 옥외대피소로 지정됐지만 정문에 ‘교육환경유해시설’, ‘금연구역’ 등 다른 안내표지판들이 부착된 것과는 달리 옥외대피소와 관련한 안내판은 없었다. 같은 날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도 상황은 마찬가지. 공원 주변으로 고층 건물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도 밀집해 있어 위급 상황 시 많은 시민이 대피 장소로써 이용해야 하지만 공원이 옥외대피소인지를 알 수 있을 만한 표지판은 전무했다. 인근 주민인 강희옥씨(62)는 “센트럴파크가 지진 옥외대피소라는 걸 처음 들어봤다”며 “안내표지판도 없는데 주민들이 그 장소가 대피소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했다. 4만6천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튀르키예 대지진 이후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되는 가운데 도내 지진 옥외대피소 일부가 안내표지판조차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홍보 부족 문제와 직결돼 위급 상황 시 주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기상청이 발간한 ‘2022 지진연보’에 따르면 국내 발생한 2.0 이상 규모의 지진은 2018년 115건, 2019년 88건, 2020년 68건, 2021년 70건, 지난해 77건으로 매년 약 70건 이상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지진 옥외대피장소 지정 및 관리지침’에 따라 각 지자체가 지진 발생 시 주민들이 낙하물로부터 안전한 야외 장소로 일시 대피할 수 있도록 지역 내 운동장, 공원 등을 지진 옥외대피장소로 지정 및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관리지침에 근거해 지진 옥외대피장소를 선정하고 주민 및 관광객 등이 쉽게 인식할 수 있는 곳에 안내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 관리지침에는 지진 옥외대피장소가 신규로 지정될 경우 표지판을 즉시 설치해야 함 역시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지만 해당 지자체들은 예산 확보 등을 이유로 새로 지정된 옥외대피소 안내표지판 설치를 미루고 있으며 경기도는 각 시‧군의 옥외대피소 안내표지판 설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한국은 지진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는 만큼 옥외대피소 선정 등 지진 대비가 필요하다”며 “옥외대피소 선정뿐만 아니라 대피소임을 알 수 있도록 표지판이 설치됐는지, 이런 정보들이 시민들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 또한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옥외대피소 안내표지판 설치 및 관리 현황을 파악 중”이라며 “각 기초지자체와 협력해 주민반상회 등을 열어 옥외대피소를 알리는 것은 물론 지진 대비를 위한 교육과 정보 전달에 더욱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20억 들여 단장한 미추홀공원... 진흙탕 산책로 주민불편 호소 [현장, 그곳&]

“공원에 올 때마다 진흙 투성이어서 걸어다니기 너무 불편해요.” 19일 오후 1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동 미추홀공원. 산책로를 흙길로 조성한 이 곳은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진흙 투성이 상태였다. 주변이 나무가 가득한 음지여서 젖은 흙길이 잘 마르지 않는 탓이다. 게다가 산책로 곳곳에는 물까지 고여 있어 주민들은 임시방편으로 깔아놓은 좁은 보행매트 위로만 발걸음을 재촉했다.  또 이 공원 산책로에 설치한 50m 길이의 수목터널도 주민들의 통행을 방해하긴 마찬가지다. 수목터널이 보행로 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도록 설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터널 안전철망 옆 틈 사이로  뾰족한 나뭇가지들이 보행로 방향을 향해 곳곳에 튀어나와 있어 시민 안전을 위협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지난 2010년의 태풍 ‘곤파스’ 강풍에 쓰러진 소나무들이 여전히 주변에 즐비하게 방치된 채 아직도 방치 중이었다. 이 중 한 그루는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초정 팔작지붕에 닿을 듯 기울어져 있어 곧 부딪힐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한승연양(10)은 “기분좋게 산책을 하러 찾은 공원에만 오면 오히려 긴장이 된다”며 “얼마 전에도 진흙길이 미끄러워 넘어져 다칠뻔 했다”고 불안해 했다.  20억원을 들여 새단장한 ‘미추홀공원’이 여전히 시민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는 등 과거 제기됐었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아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다. 인천경제청과 인천시설공단에 따르면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6~12월 공원에 보행 수변데크와 표지판, 쉼터 등을 만들고 산책로 일부를 재포장하는 ‘미추홀공원 활성화 정비공사’를 했다. 공원에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노후 시설을 재정비하기 위해 진행된 공사다.  하지만 이 공원에는 주민들이 고질적으로 제기한 민원이 그대로 남아있다. 앞서 주민들은 진흙탕 산책로를 개선하고 포도나무 수목터널을 없애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은 이번 ‘미추홀공원 활성화 정비공사’를 하면서 흙길 절반 정도만 마사토로 덮었다. 또 처음 1천800만원을 들인 수목터널은 재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추후 철거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주민들은 흙길 전체를 정비하고 수목터널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7일 유정복 인천시장의 연수구 방문 때도 이 같은 요구를 전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예산 문제로 시급한 산책로부터 개선한 것이고, 앞으로 재정비를 해 나갈 예정”이라며 “수목터널은 올 상반기 안으로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도 못 찾는… 인천 폐의약품 수거함 ‘텅텅’ [현장, 그곳&]

18일 인천 부평구청 1층 민원실. 구에서 폐의약품을 분리수거하기 위해 설치한 전용수거함이 텅텅 비어 있었다. 성인의 무릎 높이 보다도 낮고 작은 이 수거함은 민원실 안 외진 구석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폐의약품 수거함은 민원실 직원들도 잘 모르고 있어 안내받기도 어려운 실정. 민원실 근무 직원에게 폐의약품 수거함의 위치를 물어봤지만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반면 폐건전지·헌태극기 수거함, 플라스틱·병·캔류 분리수거함 등 다른 수거함은 민원실 밖 한 곳에 모여 있어 누구나 쉽게 이용이 가능해 보였다. 같은 날 연수구청에 설치한 폐의약품 수거함도 마찬가지. 청사 한 구석에 놓여져 눈에 잘 띄지도 않을 뿐더러 어렵게 수거함을 찾더라도 알약과 물약, 가루약 등 종류별로 어떻게 버려야 하는 지 등에 대한 안내도 없었다. 이은경씨(32)는 “수거함이 구석에 있어서 한참 찾았다”며 “폐의약품 수거함이 생소해서 어떻게 버리는 지 몰라 가져온 물약과 알약을 통째로 수거함에 버렸다”고 말했다.  인천 곳곳에 설치한 폐의약품 수거함이 시민들 눈에 잘 띄지 않는데다  수거 방법 등에 대한 안내가 없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인천시와 구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의 폐의약품 수거함은 2019년 307개에서 지난해 544개로 3년 만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연간 폐의약품 수거량은 2019년 9천158㎏, 2020년 9천14㎏, 2021년 9천612㎏, 2022년 상반기 4천922㎏으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17년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유해폐기물로 규정하고 폐기 방법 등을 제도화했다.  하지만 인천에선 아직도 폐의약품 수거함의 이용률이 저조하고 이용 방법에 대한 안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폐의약품을 일반 생활쓰레기로 버리거나 하수구로 흘려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약품이 하수구로 흘러 들어가면 토양·수질 오염을 일으켜 생태계가 망가지면서 시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에 시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폐의약품 수거에 대한 홍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약사회 관계자는 “약국에서도 폐의약품 수거를 하고 있지만 워낙 이 제도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폐의약품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은 만큼 지자체가 전문가들과 협업 등을 통해 수거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폐의약품 배출 방법 등의 홍보·교육을 확대해 시민들이 많이 참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곡예운전 자전거와 부딪힐 뻔… 겸용도로 유명무실 [현장, 그곳&]

“자전거와 부딪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럴 거면 자전거 도로가 무슨 소용인가요?” 14일 오전 9시께 군포시 수리동 사거리. 인도에서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시민들 사이로 자전거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시민들은 달려온 자전거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걸음을 멈췄고, 이어폰을 꽂고 걷던 한 시민은 갑작스레 나타난 자전거에 놀라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이곳은 자전거 도로와 인도를 분리해 자전거와 보행자가 각각의 도로로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한 겸용도로지만, 인도 위를 달리는 자전거 때문에 아찔한 상황이 반복됐다. 자전거와의 충돌을 간신히 피한 이주영씨(32·여)는 “자전거 도로가 있는데 왜 위험하게 인도로 다니는지 모르겠다”며 “자전거가 천천히 다닌다고 해도 보행자 입장에서는 빠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갑자기 튀어나올 때마다 사고가 날까 더 불안하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권선구 오목천동의 겸용도로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차도 양옆으로 500m 길이의 자전거 도로가 마련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자전거 이용자들은 인도로 지나가며 ‘지나갑니다. 비켜주세요’라는 말을 반복했고, 이를 듣지 못한 행인들 사이로 위태로운 곡예운전이 펼쳐졌다.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에서의 통행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보행자가 사고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는 경계석을 이용해 자전거 등의 통행 도로와 분리, 자전거와 보행자가 각각의 지정 구간으로 통행할 수 있도록 만든 도로다.  자전거 운전자는 정해진 자전거 도로로 통행해야 하며, 보행자의 통행에 방해가 될 경우 서행하거나 일시정지하는 등의 안전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에도 법이 정착되지 못해 매년 안전사고가 반복되는 실정이다. 도로교통공단의 도내 최근 5년간 자전거(가해 운전자) 교통건수를 보면 2017년 1천305건, 2018년 1천182건, 2019년 1천308건, 2020년 1천536건, 2021년 1천447건으로 매년 1천여건 이상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 같은 사고로 5년간 100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부상자만 7천323명에 달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 공학과 교수는 “대개 보도 위에 겸용으로 자전거 도로를 만들다 보니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 모두 불편함과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자전거 통행 경로를 조사해 인도 옆 도로변 등에 별도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수원 광교신도시 수천억대 금싸라기땅 ‘애물단지’ 전락 [현장, 그곳&]

수원특례시 광교신도시의 수천억원짜리 ‘금싸라기 땅’이 수년간 공터로 방치되면서 도심 속 흉물로 남고 있다. 13일 오후 1시께 수원특례시 영통구 원천동 80 일대. 이곳은 4만249㎡ 넓이로 수원지방법원·수원지방검찰청이 있던 곳으로 성인 키보다 높은 가림벽에 둘러싸여 ‘주인 없는 땅’처럼 존재감을 잃은 채 방치돼 있었다. 수원지법·지검은 지난 2019년 광교신도시 조성에 맞춰 인근 영통구 법조로 일대로 이전했다. 청사가 떠난 후 햇수로 4년이 지난 지금, 가림벽 한쪽에 ‘수원지방검찰청 이전 안내’라는 빛바랜 안내표지판이 없다면, 이곳을 처음 본 주민들은 과거 어떤 곳이었는지도 알아차리기 힘들어 보였다. 사방이 가림벽으로 가로막혀 있지만 부지 뒤편 사색약수터 샛길로 가서야 겨우 볼 수 있는 이곳에는 옛 수원지검 청사 부속 가건물과 컨테이너 한 동, 청사 입구에 있던 두 개의 출입문 기둥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곳곳엔 건물 철거 당시 치우지 못한 폐기물들이 낡고 찢어진 초록 분진망으로 덮여 있는 등 군데군데 작은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건물이 있던 곳은 구멍이 뻥 뚫린 채 물이 고여 있었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광교신도시 ‘A17블록’이다. 예정대로라면 경기도형 중산층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건설이 한창 진행되거나 마무리 공사가 이뤄져야 하는 시기여야 한다. 그러나 사업이 기약 없이 표류하면서 이곳은 인근 주민에게 ‘애물단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원천동에 사는 장모씨(63·여)는 “이 넓은 땅이 몇 년째 텅 빈 채 방치되고 있다”며 “임대주택이 들어선다고 했는데 감감무소식이다. 토지 정리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박모씨(57)는 “교통 여건이 좋은 광교 마지막 남은 황금부지를 수년간 공터로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 매우 아쉽다”며 “이럴 거면 차라리 주민을 위한 공공편의시설이나 다른 분양사업을 하는 게 더 낫지 않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임대 20년간 4천억대 ‘세금 폭탄’... GH, 추진 동력 상실 [현장, 그곳&]

땅값만 2천억원에 달하는 수원특례시 광교신도시 내 ‘마지막 노른자 땅’이 제 역할을 찾지 못한 것은 환경 변화에 대한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미흡한 대처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 전국 최초 중산층 임대주택 모델 추진 GH는 수원지법·수원지검 이전 3개월여 전인 지난 2019년 9월 광교 A17블록에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 부동산투자회사(리츠·REITs) 방식으로 중산층 전용 임대주택 549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토지비 1천810억원, 건축비 1천252억원 등 전체 사업비는 4천459억원에 달했다. 사업 기간은 2020년 8월부터 2043년 11월까지로 2023년 입주를 시작하기로 했다. 임대 기간은 20년으로 설정됐으며 추가로 20년을 더 살 수 있도록 계획됐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90%였다. 리츠 출자금은 891억8천만원으로 추산했다. 리츠 설립 출자금 중 70%는 주택도시기금에서 충당하고, 19%는 GH가 부담키로 했다. 또 공공기관, 민간에서 각각 10%, 1%를 조달하기로 했다. 국내 최초의 중산층 전용 임대주택으로 내 집 마련, 가계대출 증가, 주택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끊자는 취지는 좋았다. 일반 분양 아파트처럼 20~40년간 내 집처럼 거주할 수 있다면 비싼 아파트를 대출받아 구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식사, 돌봄, 청소 서비스 등 고품질의 주거서비스제공도 계획됐다. GH는 사업 성공 시 과도한 대출로 인한 집값 상승, 로또 분양, 투기 조장 등 분양주택 폐단을 없애는 모델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그러나 민선 7기가 끝나 8기가 들어선 현재 GH는 착공은커녕 리츠도 구성하지 못했다. ■ 리츠 구성 실패... 첫 단추 잘못 끼운 GH GH는 2020년 9월 경기도에 리츠 설립을 위한 89억원을 요청했지만, 도는 법적 근거 미흡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부동산투자회사법상 경기도의 리츠 출자는 가능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에 관한 법률(지출법)’상 리츠가 경기도의 산하기관이 된다. 또 설립 타당성 검토와 행정안전부와의 협의 등도 거쳐야 한다. 지출법상 출자 대상 사업도 △문화·예술·장학·체육·의료 등 주민복리 증진 △지역주민 소득 증대 및 지역경제 발전, 지역개발 활성화 등으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 도 관계자는 “지출법, 지방공기업법 등 여러 법률 검토를 거친 결과 현금 출자가 안 된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GH 관계자는 “도에서 출자를 거부한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 종부세 폭탄에 손 놓은 GH... HUG도 포기 리츠 설립 표류 속 세제 개편이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참여 등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GH는 지난 2020년 5월께 HUG 측에 기금 출자 제안을 했고, 이후 양측은 2021년까지 출자비율과 임대 공급 방법 등 세부사업 구조에 대해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2020년 ‘7·10 부동산대책’ 후속조치로 2021년부터 세법 개정을 통해 다주택 보유 법인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 6%까지 적용했다. 또 중과 누진세율도 0.5~5.0%을 적용하고 종부세 합산배제 기준 대상을 변경했다. GH 소유 임대주택도 과세 대상에 포함됐다. 별도로 임대주택 준공 후 취득세, 재산세도 내야 했다. GH의 분석 결과 임대 기간 20년 동안 세금만 4천억원대로 어림잡아 연간 200억원 안팎의 세금폭탄이 예상됐다. 사업 정책적 타당성 등 전체 유발효과 3천36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2021년 10월께 출자 관련 공모 사업을 위한 시세조사 결과 GH는 종합부동산세 종합합산과세 등에 따른 막대한 적자를 이유로 HUG 출자 공모를 중단했다. HUG도 수익성 악화로 기금 출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건설형 임대주택 공시가격이 9억원을 초과할 경우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인데, 사업지가 광교신도시 내로 임대주택 시세가 기준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아 리츠 사업 추진이 어려웠다는 것이 HUG 측의 설명이다. GH 관계자는 “예상된 세금 규모를 밝힐 수 없다”면서도 “세제에 변화가 없을 경우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 것은 맞다”고 말했다. ■ 취약계층 주거지원 기회 상실... 재검토 필요 결국 시간만 흘러 GH는 공공주거서비스 제공 의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따라서 인근 공시지가와 비교, 2천억원에 달하는 부지를 부동산 경기침체 전 감정가격으로 매각하고 이를 이용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거나 공공분양 등 무주택자에게 ‘내 집’을 제공했어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출자 동의안 심의 당시 경기도의회에서 제기된 사업방식 변경, 정부 주거실태조사 결과 수렴 필요, 적자 발생 시 대책 부족, 저소득층 대상 임대주택 공급 필요성 등의 주장들도 지금에 와서 맞아떨어지게 됐다. 김태형 도의원(더불어민주당·화성5)은 “민선 7기 GH의 출자 동의안 심의 시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고 논란 끝에 통과됐는데도 여태껏 사업에 진전이 없어 매우 유감”이라며 “사업포기·변경, 새로운 사업 발굴 등 다른 방향을 찾아가야 할 시점임에도 GH가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한 관계자도 “통상 리츠 설립이 안 된 것은 수익성이 없음을 의미하므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면서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른다 해도 성공 여부는 불분명한 만큼 정부 정책 등을 고려, 이에 상응하는 사업이 될 수 있도록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GH는 최근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완화 발표로 기존 사업방식을 유지할지를 검토 중이다. 공공분양이나 부지 매각 등 사업방식 변경 등도 모색하고 있다. GH 관계자는 “리츠 설립, 종합부동산세 상승 등 사업 여건 변화로 진행이 늦춰진 것은 사실”이라며 “사업 전반에 대한 종합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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