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눈치게임'... 사람 다녀도 주차장 진입 車 쌩쌩 [현장, 그곳&]

도내 안전시설물 미설치 수두룩
매년 보도 통행 사고 수백건 발생
“교통 평가 강화… 안전 확보 시급”

image
4일 오후 출차경고등이 작동하지 않는 수원특례시 팔달구 인계동 한 건물 주차장 진출입로에서 차량이 보행자 이동 중 출차해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김시범기자

 

“주차장으로 쌩쌩 들어가는 차량에 부딪칠까 봐 아찔합니다.”

 

4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인계동 일대. 음식점, 커피숍, 편의점 등 상가가 모여 있는 이곳 대부분 건물 주차장 진출입로엔 볼라드, 반사경 등 안전시설물이 설치돼야 하지만 찾아볼 수 없었다. 주차장에서 줄지어 나오는 차량들은 인도 위 보행자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등 위험천만한 장면이 목격됐다. 또 차량이 나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보행자에게 되레 경적을 수차례 울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날 취재진이 본 15개의 건물 중 4곳에만 안전시설물이 설치돼 있었다.

 

같은 날 용인특례시 기흥구 보라동의 건물 상황도 마찬가지. 유동인구는 물론 차량도 많은 곳이었지만 주차장 진출입로에서 경보장치 등 안전시설물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보행자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주차장으로 진입해 보행자들은 차량의 눈치를 살피며 피하기 바쁜 모습이었다. 최성주씨(가명·51)는 “건물을 들락날락하는 차량에 부딪칠 뻔한 적이 여러 번이다. 어른들은 물론 키가 작은 어린 아이들은 더욱 위험한 상황”이라며 “차량이 오고 가는 것을 알리는 장치와 속도를 줄이게끔 유도하고 사람이 지나다니는 것을 알리는 시설이 필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경기도내 건물 지하 주차장 등 일부 차량 진출입로에 안전시설물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도로법은 도로점용지의 진·출입로 등에 속도저감시설, 도로반사경, 자동차 출입을 알리는 경보장치, 교통안내시설 등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에도 일부 건물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5년간 경기지역에서 보도 통행 중 차대 사람 사고 건수는 2018년 455건, 2019년 456건, 2020년 371건, 2021년468건, 지난해 656건으로 매년 수백건씩 발생하고 있다. 5년 동안 이 같은 사고로 부상자는 2천493명이 발생했으며 사망자는 33명에 이른다.

 

이에 전문가들은 건물의 교통 안전 심의를 강화해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건물 주차장 진출입로의 안전시설물은 보행자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안전 프레임이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며 “건물에 대한 교통 평가를 강화해 안전시설물의 설치를 확실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