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점포 통로 막는 적재 여전… 안전 ‘휘청’ [현장, 그곳&]

“여기가 창고도 아니고…. 이러다가 불이라도 나면 더 큰 불로 번지는 거 아닌가요?” 14일 오전 10시께 안양시 범계동의 한 아웃렛. 1층에 마련된 물류 창고 옆으로 지하주차장 입구까지 수백개의 상자가 소화기를 가린 채 쌓여 있었다. 창고 밖엔 ‘적재 금지’라는 팻말 4개가 놓여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듯 다양한 옷과 신발들이 담긴 상자들은 천장에 닿을 정도로 수북했다. 또한 지하 하역장에도 물류를 보관하는 창고가 따로 마련돼 있었지만, 화물차량들은 물건을 싣고 내리기 번거롭다는 이유로 지하주차장을 차지해 물건을 쌓아두고 있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권선구 권선동의 한 대형마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주차장 출구부터 물류 창고 바로 앞까지 식품, 가전제품 등이 담긴 상자 수십개가 놓여 있어 하역장을 방불케 했다. 또 비닐이 상자를 감싸고 있어 화재 발생 시 큰 불로 번질 우려가 있어 보였다. 이곳을 찾은 이희천씨(34)는 “화재가 났을 때 쌓아둔 상자에 불이라도 붙으면 더 큰 불로 번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안전을 위해서라도 물류 보관에 대한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경기도내 대형 판매시설들이 정해진 공간이 아닌 곳에 물류를 적재하는 등 안전불감증이 극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8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대전 현대아웃렛 화재 때도 지하주차장에 놓인 상자 등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된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백화점, 대형마트 등 도내 대형 판매시설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는 총 754건이다. 한 달에 약 20번 판매시설에서 불이 나고 있는 셈이다. 올해 10월 말까지만 해도 총 184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소방시설법에 따라 매년 종합정밀점검 등을 하고 있지만 물류 적치에 대한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동 가능한 물류 적치 자체가 관련 법 위반 사항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판매시설이 보관 장소 부족으로 통로 등에 물건을 적재하고 있다. 이 같은 경우 화재 발생 시 화재를 더욱 키울 위험성이 있으며 피난로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며 “소방당국의 지속적인 단속과 함께 시설 내 안전관리자의 꾸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물품 적치의 경우 고정시설이 아닌 이동 가능한 물품이기 때문에 이 자체로 소방법 위반 사항은 아니라 단속이나 강제조치를 할 수는 없다”면서도 “피난시설에 물건을 적치하는 등 화재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생기면 현장에서 즉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철저한 점검 및 단속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도로 위 얌체 운전자 ‘철퇴’…경기북부경찰, 암행순찰 단속 [현장, 그곳&]

“차량번호 XXXX, 정차하세요. 도로교통법 제13조1항을 위반, 인도 주행해 범칙금 4만원에 벌점 10점입니다.” 14일 오후 1시40분께 양주시 옥정동. 양주시내에 들어선지 10분 만에 경기북부경찰청 암행순찰팀의 김현수 경장이 매서운 눈빛으로 인도 위를 달리는 오토바이를 발견했다. 곧바로 김 경장은 사이렌을 켠 뒤 오토바이를 멈춰 세우고 “인도 주행을 하면 안된다”며 운전면허증 제시를 요구했다. 운전자는 “죄송하다. 다시는 안그러겠다”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곧이어 신호를 위반한 승용차도 암행순찰팀에 적발됐다. 이 차량 운전자는 신호등이 빨간 불인 상황에서 단속 카메라가 보이지 않자 그냥 지나가다 바로 뒤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암행순찰차에 적발됐다. 차에서 내린 운전자는 “신호를 위반하지 않았다”며 “우회전을 하려고 신호와 상관없이 간 것”이라고 횡설수설했지만, 암행순찰팀 이영준 경위의 설명에 바로 위반 사항을 인정했다. 단속 카메라가 없는 도로에서 규정 속도를 넘어 가속하는 차들은 암행순찰차 내부에 설치된 탑재형 영상 단속 기기에 실시간으로 찍혀 단속됐다. 이날 취재진이 동승한 암행순찰차는 겉보기엔 일반 차량과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발견하면 경광등이 켜지며 순찰자의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북부경찰청 교통안전계는 2021년 4월 사망사고나 교통 민원이 많은 도심지를 중심으로 암행순찰차 3대를 투입, 매일같이 단속에 나서고 있다. 단속을 시작한 2021년엔 7천527건, 지난해엔 3만6천638건의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적발했다. 이 경위는 “단속을 통해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운전자들이 자발적으로 법규를 지킬 수 있도록 유도해 안전한 교통문화를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낡고 녹슬고… 흉물된 인천 중구 미단시티 공원들 [현장, 그곳&]

“미단시티 공원에 산책을 가도 운동기구와 벤치가 흉물스럽게 낡아 만지지도, 앉고 싶지도 않아요.” 10일 오전 11시께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 미단시티 1호 공원. 산책로 데크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려있어 걷다가 자칫 발이 빠지는 안전 사고 위험이 높아 보였다. 이 넓은 공원에는 농구장과 익스트림 스케이트보드장 등 다양한 공간이 있지만, 농구 골대와 보드 시설물 모두는 녹으로 뒤덮인 채 방치돼 있었다. 비슷한 시각 미단시티 9·10호 공원도 상황은 마찬가지. 벤치 주변엔 나뭇잎들이 지저분하게 쌓여있었고, 정자 천장에는 녹과 곰팡이가 뒤엉켜 폐가를 연상케 했다. 인근 어린이공원의 운동시설 손잡이와 발판 등도 어김없이 주황색 녹으로 뒤덮여 있었다. 영종도 주민 A씨는 “미단시티 공원이 크고 조용해 가끔 바람 쐬러 산책을 나온다”며 “그런데 멀리서 봐도 시설물들이 낡은게 보여 이용하진 않고, 산책길만 걷는다”고 말했다. 인천 중구 운북동 미단시티에 조성된 12곳의 공원이 수년째 방치돼 흉물로 전락했다. 경기 침체와 앵커시설인 초대형 복합 쇼핑몰 건립 무산 등으로 지역 개발 자체가 지지부진해졌고, 이에 따라 당초 유입이 예상됐던 시민들을 확보하지 못해 공원을 이용할 수 있는 주민들이 없기 때문이다. 인천도시공사(iH)와 중구에 따르면 iH는 지난 2011년 미단시티 1~6호공원을 준공한 뒤 2016년 구에 관리 업무를 이관했다. 또 지난 2017년에 준공한 미단시티 7~12호 공원은 지난해 구에 넘겼다. 그러나 구는 미단시티 공원 대부분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미단시티 9·10호 공원 인근에는 초·중·고등학교가, 1·2호 공원 주변에는 병원과 국제학교 등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개발이 어그러지면서 예정 시설 대부분이 들어오지 못해 빈 땅으로 남아 있고, 특히 3·4·5·6호 공원 주변엔 공정률 25%에서 4년째 중단된 미단시티 복합리조트가 도시 미관도 해치고 있다. 미단시티 내에서 iH가 매각한 토지 분양율은 55%에 그쳤으며, 팔린 토지 대부분도 공사를 중단하거나 시작도 하지 못해 공터로 남아 있다. iH 관계자는 “미단시티 설계 당시 주거비율을 18%로 낮게 잡았다”며 “남아 있는 상업용지를 주거용지로 바꿔 유입 인구를 늘리고, 이를 통해 공원 이용률도 높이겠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원을 관리하기에도 예산이 버거운 상황”이라면서도 “앞으로 미단시티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위험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해명했다.

‘묻지마 범죄’ 느는데… 다 쓰러져가는 ‘치안 최전방’ [현장, 그곳&]

“청사 시설이 오래돼 휴게공간이 없는 건 물론이고, 남·여화장실 분리조차 돼 있지 않은 열악한 환경입니다.” 6일 수원특례시의 한 지구대. ‘붉은 벽돌’로 지어진 청사 외벽은 곳곳이 벗겨져 있는 등 한 눈에 봐도 오래된 모습이었다. 건물 내부는 조사실을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좁아 칸막이를 이용, 임시방편으로 공간을 분리해 쓰고 있었다. 민원인과 직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은 문을 닫아도 아래 공간이 넓어 안이 들여다보였고, 남·여 공간도 분리돼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같은 날 성남시의 또 다른 파출소도 상황은 마찬가지. 오래된 벽돌 위로 하얗게 페인트칠을 한 파출소 내부는 성인 5~6명이 서면 꽉 찰 정도로 좁았다. 파출소에 설치해둔 주황색 의자는 낡아 구멍이 나 있었고, 좁은 건물 내에 휴게실을 마련할 수 없어 컨테이너를 개조해 휴게공간으로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지역내 한 파출소장은 “직원들이 청사 노후화로 누수 등의 문제 때문에 업무에 불편을 겪고 있다”며 “시설이 협소하다 보니 피의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야 하는 과정에서 곤란할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지역 안전을 최일선에서 담당하는 일선 지구대·파출소 청사 시설이 노후화해 양질의 치안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경기지역 내 지구대·파출소 356곳 중 절반 이상인 177곳(50%)은 지어진 지 20년 이상된 건물이다. 세부적으로는 20~30년 미만이 120곳, 30년 이상이 57곳 등이다. 특히 성남 수진1파출소와 파주 조리파출소는 1981년 지어진 건물을 여전히 쓰고 있고, 과천 별양지구대와 평택 현덕파출소는 1983년 지어진 건물에서 근무 중이다. 또 남양주 수동파출소와 동두천 생연파출소 등도 1989년 당시 지어진 건물을 쓰고 있다. 노후화된 건물은 공간이 부족해 치안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경찰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한 치안 유지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이 때문에 양질의 치안서비스를 위해 시설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현석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선 지구대·파출소는 경찰 공무원의 업무공간이자, 시민이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장소인만큼 오래된 청사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청사 노후화 개선은 관서 이미지 개선과 경찰에 대한 신뢰·친밀감 구축 등에도 효과적인 만큼 경찰 내부에선 자체 설문조사·연구용역 등을 진행해 예산 편성을 요청하고, 정부는 적극적으로 이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30년 이상된 협소한 청사 건물에 대해 기재부에 신축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노후화된 청사 건물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만큼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관련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홍등 꺼진 수원역 집창촌… 경제 메카 변신 ‘깜깜무소식’ [현장, 그곳&]

“수원시가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할 땐 당장이라도 경제 메카로 만들 것처럼 굴더니, 2년이 넘도록 아무 대책 없이 나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5일 수원특례시 팔달구 덕영대로 옛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일대. 골목 곳곳 건물들은 텅 비어있고, 유리창에 붙은 ‘임대 문의’ 현수막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바로 인근 수원역 로데오거리에는 일찍부터 거리를 찾은 시민들로 붐비고 있었지만, 이곳에는 지나가는 시민 한 두명만 모습을 드러낼 뿐이었다. 옛 성매매 업소 업주 모임 ‘은하수마을’ 대표 김범석씨(가명·60대)는 “집결지 폐쇄 후 시에선 골목을 살리기 위해 보여준 노력이 하나도 없다”며 “우범 지역이었던 이곳이 시민의 노력으로 하나 둘 변해 가는데, 여기에 힘을 보태려는 시의 의지가 하나도 보이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전국 최초로 60년 만에 자진 폐쇄됐던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가 수원특례시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이곳을 경제집결지로 만들겠다는 시의 다짐이 헛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지난 2021년 5월 31일 0시를 기점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시는 시민들의 의지가 모여 폐쇄라는 결과를 얻은 만큼 이곳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역시 후보시절부터 집결지에 청년 창업 공간을 조성하겠다거나 중장기적으로 경기 남부권의 경제적 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폐쇄 2년 5개월이 지나도록 시가 내놓은 골목 활성화 방안은 전무하다. 폐쇄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전담부서는 해체됐고,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이라고는 소방도로를 개설하는 게 전부다. 과거 성매매 업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문화공간 ‘기억공간 잇-다’ 역시 무관심한 정책 속에 시민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유동인구만 30만명에 달하는 수원역에 들어서 있음에도 이날 기준 방문객은 628명에 그쳤다. 이 때문에 시가 수원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성매매 집결지 일대를 시민과 호흡할 수 있는 거리로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일대 한 시민은 “아직까지 성매매업소가 사라졌다는 점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 색안경 낀 눈초리를 받는다”며 “분기 별로라도 플리마켓, 먹거리 시장이라도 열면 거리를 알리는데 도움이 될 텐데, 바로 옆 로데오거리와 비교하더라도 활성화시킬 생각이 없어보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 관계자는 “옛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일대 거리의 골목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건 공감하지만, 현재 특별하게 추진 중인 것은 없다”며 “다만 해당 골목 시장상인회를 구성할 수 있게 하는 등 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지원하겠다”고 해명했다.

꽃 대신 쓰레기 키우는… ‘인도 위 화분’ 눈살 [현장, 그곳&]

“저 화분이 보기 좋으라고 설치한 건지, 쓰레기통으로 설치 한건지 모르겠네요.” 1일 오전 9시께 화성시 병점동의 한 인도. 쓰레기로 뒤덮인 대형 화분이 눈에 띄었다. 화분 안에 심은 꽃 사이 사이에는 쓰고 버린 휴지, 비닐 조각, 음식물이 담긴 지퍼백 등 쓰레기가 마구 뒤섞여 있었다. 이곳을 지나던 한 시민은 “언뜻 보면 화분이 아니라 쓰레기통 같다”고 혀를 찼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영통구 영통동 반달공원과 팔달구 인계동 인근도 상황은 같았다. 대형 화분 안팎엔 피다 버린 담배꽁초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컵, 찢어진 종이 봉투 등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게다가 화분 주변으로 종량제 쓰레기 봉투와 각종 생활 쓰레기들까지 쌓여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인근 주민 정선영씨(45·여)는 “근처에 살아서 거의 매일 이 골목을 지나다니는데, 쓰레기 때문에 이게 화분인지도 몰랐다”고 토로했다. 주민 혈세로 설치한 인도 위 화분이 ‘쓰레기 화분'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날 수원특례시 팔달구 인계동·영통3동·화성병점1동 주민자치회 등에 따르면 이 화분은 ‘주민자치위원회 제안사업’ 중 ‘마을 꾸미기 사업’의 하나로 주민자치위원회 또는 동 행정복지센터 등이 설치한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갓길로 대형 화분을 설치해 경관 개선 효과와 함께 쓰레기 무단 투기 및 불법 주차를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같은 취지가 무색하게 해당 화분들은 오히려 쓰레기를 양산하는 쓰레기통으로 변한 지 오래다. 동 행정복지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지속적인 청소나 단속 등의 관리를 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황성현 경기환경운동연합 국장은 “화분의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설치 뿐만 아니라 유지·관리할 수 있는 예산을 충분히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동 행정복지센터나 주민자치위원회가 나서 상시적인 청소와 단속 등의 관리책을 만들고, 시민 인식 개선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일선 동 행정복지센터와 주민자치회 관계자는 “화분 위 쓰레기가 버려지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환경 조성 등을 위해 설치된 화분인 만큼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리에 더욱 신경쓰겠다”고 해명했다.

‘아슬아슬’ 휴게소 보행… 안전 대책 ‘제자리걸음’ [현장, 그곳&]

“편히 쉬러 온 휴게소인데, 자칫 교통사고라도 날까 불안합니다.” 31일 오전 10시께 의왕시 왕곡동의 의왕휴게소. 차량과 사람이 뒤엉키는 등 접촉 사고의 가능성이 만연해 보였지만 보행자를 위한 통행로는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어 여러 대의 차량이 꼬리를 물고 휴게소로 들어오자 보행자들은 차량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또 주차를 시도하는 차량이 움직이자 차량 사이를 지나던 사람들은 가까스로 몸을 피해 차 앞에 멈춰 서기도 했다. 같은 날 용인특례시 처인구의 용인휴게소도 비슷한 상황. 휴게소 입구에서 트럭 한 대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소형차 주차장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트럭을 미처 보지 못한 한 시민은 주차장으로 이동을 하다가 차에 부딪칠 뻔한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박혜주씨(38·여)는 “운전을 하다 피곤해서 마음 편히 쉬려고 온 휴게소인데 사고가 날까 봐 불안하다”며 “많은 차량이 오고 가는 휴게소에 보행자가 안심하고 다닐 곳이 없다는 게 말이 되냐”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교통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보행자의 안전을 지킬 대책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의 휴게소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2018년 20건, 2019년 36건, 2020년 24건, 2021년 26건, 2022년 19건으로 총 125건이다. 같은 기간 교통사고로 8명이 사망했으며 6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2016년부터 이용객의 안전을 위해 ‘표준모델 적용 휴게소 개량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개량 작업은 휴게소 내 보행자 통로를 설치하고 대·소형 차량 분리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휴게소 207곳 중 개량 작업이 완료된 곳은 지난해까지 60곳(28.9%)에 불과하다. 더욱이 올해 예산은 2억7천만원으로 지난해(4억원)에 비해 대폭 줄어들어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화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휴게소는 장거리 운전자가 마음 편히 쉬기 위해 가는 곳이다. 운전자의 안전이 중요한 곳”이라며 “통행 공간을 분리하고 차량 속도 저검 장치 등을 설치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다른 사업에 예산이 많이 투입되다 보니 한 번에 많은 곳을 개선하기 어렵다”면서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예산을 확보한 뒤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12년째 공터로 방치… 외대 인천 송도캠퍼스 추진 ‘안갯속’ [현장, 그곳&]

한국외국어대학교가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송도캠퍼스 부지를 12년째 빈 땅으로 방치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외대는 이 부지에 국제교육센터만 지어 놨을 뿐 4년째 운영조차 하지 않아 세금을 감면 받으려는 꼼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8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연수구, 한국외대 등에 따르면 한국외대는 지난 2011년 인천경제청과 송도동 197의1 4만3천㎡(1만3천평)를 208억원에 사들이는 매매계약을 했다. 한국외대는 당시 2016년까지 기숙사·통번역센터·한국어문화교육원·국제비즈니스센터 등의 제3캠퍼스인 송도캠퍼스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한국외대는 송도캠퍼스 조성을 하지않고 12년째 이 부지를 방치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에 땅값 208억원은 5년에 걸쳐 나눠 냈지만, 재정이 열악해 송도캠퍼스를 지을 막대한 사업비를 조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인천경제청은 한국외대 송도캠퍼스가 들어서면 송도의 글로벌 외국계 기업들과 연계하는 한편, 일대를 국내·외 대학이 모인 하나의 캠퍼스타운으로 조성하려한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외대 송도캠퍼스 부지 주변에는 인천글로벌캠퍼스를 비롯해 연세대 국제캠퍼스, 인천가톨릭대 송도국제캠퍼스, 인천재능대 송도캠퍼스 등이 이미 들어서 있다. 여기에 한국외대는 최근 3번째로 교육부에 송도캠퍼스 신설을 위한 계획을 제출했지만 여전히 재정이 좋지 않아 교육부 심의 통과여부는 불투명하다. 또 현재 부동산 시장 악화 등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한국외대의 송도캠퍼스 조성 사업은 더 장기화 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한국외대가 지난 2019년 송도캠퍼스 부지의 한 가운데 지은 국제교육센터는 텅 비어 있다. 앞서 구는 2017~2018년 한국외대가 부지를 개발하지 않아 본래 용도, 즉 교육용으로 땅을 쓰지 않으면 세금을 면제해 줄 수 없다며 재산세 9억7천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당시 구는 6개월 이상 공사가 중단했다고 보고 세율이 높은 종합합산세율을 적용했다. 한국외대는 뒤늦게 국제교육센터를 짓는 등 송도캠퍼스 사업 재개 움직임을 보였지만, 국제교육센터는 개관 이후 전혀 운영하고 있지 않다. 한국외대가 세금 감면을 목적으로 국제교육센터만 지어 놓는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해권 인천시의회 산업경제위원장(국민의힘·연수1)은 “한국외대 송도캠퍼스 계획이 벌써 10년이 넘도록 제자리 걸음인 것은 사업 추진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5천명 규모의 새로운 캠퍼스에 대한 인천시민들의 기대는 이미 사라졌다”며 “인천경제청이 사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외대 관계자는 “재정 사정 등으로 그동안 송도캠퍼스 사업이 표류했지만, 최근 다시 교육부에 변경계획을 신청하는 등 적극 나서고 있다”며 “교육부 심의 통과를 확정지을 순 없지만, 오는 2026년까지 송도캠퍼스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말기 위치 '제각각'… 시각장애인에겐 너무 힘든 ‘교통카드 찍기’ [현장, 그곳&]

“교통카드 찍는 위치요? 버스마다 다 다르던데요?” 경기도가 버스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해 추진한 ‘단말기 위치 표준화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시각장애인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9월부터 시내버스 운전석 앞쪽에 있던 단말기를 바닥에서 1m10cm 떨어진 높이에, 좌석과 더 가까운 곳으로 변경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오전 경기일보 취재진이 수원·용인·화성·오산 등지에서 시내버스 20여 대를 무작위로 확인한 결과, 교통카드를 찍는 단말기 위치가 모두 제각각이였다.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탑승한 버스의 경우 승차 시 교통카드를 찍어야 하는 단말기가 운전석 바로 앞쪽에 설치돼 있었다. 흔히 ‘돈통’이라고 불리는 입금함의 높이와 비슷한 위치에 있어, 대다수 승객은 고개를 숙이거나 계단을 올라오면서 교통카드를 찍었다. 반면 용인시 기흥구에서 탑승한 버스의 단말기 위치는 달랐다. 단말기가 좌석 안쪽으로 들어와 있었고, 높이도 50㎝ 정도 높게 설치돼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예산 등의 문제로 단말기 교체에 속도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는 지난해 사업을 신청한 21곳의 지자체 가운데 고양·안양 등 9곳을 우선적으로 추진했으나, 단말기 위치 변경을 신청한 버스 1천815대 중 표준화 작업을 마무리한 버스는 907대(50%)뿐이다. 또 올해 용인·성남 등 12곳의 시·군에서 신청한 788대의 시내버스의 단말기도 교체해야 하지만, 지난 9월 기준 표준작업을 완료한 곳은 10%도 안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10곳의 지자체는 사업 신청을 하지 않아 교체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시각장애인들의 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최선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팀장은 “교통카드 단말기의 위치가 버스업체별로, 버스 종류별로 다르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은 이를 찾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사업의 취지는 좋으나, 단말기 위치 변경 속도가 느려 오히려 더 큰 불편만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교통카드 단말기 제조업체가 한 곳이다 보니 지체되고 있다”면서도 “최대한 예산을 확보해 나머지 10곳 지자체도 단말기 표준 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량들 쌩쌩 ‘위험천만’...보행자 우선도로 없다 [현장, 그곳&]

“좁은 길에서 왜 저렇게까지 내달리는지…보행자는 보이지도 않나 봐요.” 25일 오전 8시께 화성시 송산면 송산초 앞 도로. 이곳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가 밀집해 있고, 다수의 주택과 상업시설까지 있어 차량과 보행자가 뒤엉키는 모습이 시도 때도 없이 연출됐다. 하지만 이 일대를 지나는 시민들을 지켜줄 인도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 때문에 이곳을 통학로로 삼는 어린 학생들부터 어르신들까지 차량이 지날때면 도로 양 끝으로 몸을 붙였다 떼기를 반복하며 위험천만한 보행을 이어갔다. 같은 날 오전 10시께 평택시 안중읍 안중고 앞 도로 사정도 마찬가지. 인도 없이 왕복 1차선으로 이뤄져 있는 이 도로 양쪽으로 불법 주차돼 있는 차량이 즐비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차량들은 급출발과 급정거를 반복하며 아찔한 주행을 이어갔다. 갑자기 다가온 차량을 본 보행자들이 불법주차된 차량 사이로 몸을 숨겼다 걷는 위험한 상황도 곳곳에서 펼쳐졌다. 신모씨(27·평택)는 “이렇게 좁은 도로에서 왜 저렇게 내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곳은 옛날부터 위험했던 곳인데, 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따졌다. 최근 3년간 경기도내 보행자 교통사고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보행자 우선도로' 지정은 제자리 걸음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 1년이 지나도록 경기도내 보행자 우선도로는 고작 3곳에 그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행정안전부와 경기남·북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보행자 우선도로는 지난해 7월 도로와 인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거리에서 보행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그러나 경기지역 보행자 우선도로는 3곳밖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평택 1곳, 연천 2곳 등이다. 이는 서울(106곳)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전북(22곳)과 비교해도 적은 수치다. 게다가 최근 3년간 경기지역 보행자 교통사고는 총 2만5천374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어 대책 마련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2020년 8천79건, 2021년 8천349건 2022년 8천946건 등으로, 이로 인해 594명이 목숨을 잃고, 2만5천729명이 부상을 입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과속하는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거리를 누비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특히 보행자 교통사고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보행자 우선도로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보행자 우선도로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며 “도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시·군과 함께 보행자 우선도로 확충에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몰래버린 양심… 쓰레기 뒤덮인 특성화거리 ‘몸살’ [현장, 그곳&]

“아무렇게 던져 버린 쓰레기로 더러워진 길바닥 좀 보세요. 관광객이 이곳을 어떻게 기억하겠어요.” 24일 오전 9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남수동 음식문화특성화거리인 ‘통닭 거리’ 일대. 무단 투기된 쓰레기가 골목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일부 일반쓰레기 종량제 봉투에선 음식물 등을 섞어 내다 버린 탓에 지독한 악취가 풍겨져 나왔다. 또 다른 종량제 봉투에선 오염된 액체가 흘러나와 골목을 까맣게 더럽히고 있었다. 무단 쓰레기 단속을 위해 설치된 무인 단속 카메라 앞엔 혼합 폐기물이 버젓이 버려진 상태였다. 주민 한정화씨(35·여)는 “국내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 다수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찾는 관광 거리인데, 이 근방에선 쓰레기가 매일 보이다시피 해 주민으로서 창피하다”며 “이런데도 쓰레기통, 단속 인원 하나 없고 누구 하나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같은 시각 안산시 상록구 한대역 일대 특성화거리 ‘패션타운’과 안양시 만안구 안양예술공원 음식문화특성화거리도 사정은 같았다. 인도 옆으로 늘어선 가로수 주변으로 종이 봉투에 담긴 혼합 폐기물이 널브러져 바닥을 채우고 있었다. 패대기쳐진 박스 등 쓰레기는 시민 통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골목 한편엔 피켓 등 행사에서 사용된 후 버려진 물건들이 뒤죽박죽 섞인 채 나뒹굴었다.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경기도내 특성화거리가 ‘쓰레기 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이날 수원특례시 등 경기도내 지자체에 따르면 특성화거리는 각 거리 특성을 반영, 지역 이미지를 대표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하지만 이들 거리는 관계기관들의 무관심 속에 취지를 잃은 채 방치되고 있다. 연일 거리 위를 쓰레기가 채우고 있었지만, 수거 하는 인력은 보이지 않았고 쓰레기통, 무인 단속 카메라 등 쓰레기 무단 투기를 예방·관리할 수 있는 장치도 보이지 않았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특성화거리는 지역을 대표하는 거리인 만큼 거리 미화가 중요하다”며 “지자체는 일시적인 단속에 그치는 것이 아닌 상시·일시적인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인근 상인 등을 대상으로 쓰레기 처리 방식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을 하고, 거리 위 또는 점포 앞 쓰레기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도록 쓰레기통 설치 등 시설·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도내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특성화거리 골목에 상시 발생하는 쓰레기를 인지하고 있다”며 “특성화거리는 국내외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인 만큼, 인근 상인 계도와 정화 활동 등을 통해 깨끗하게 관리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돌아온 '화재의 계절'…火 키우는 불법은 '여전' [현장, 그곳&]

“왜 소방시설 앞에 주차를 하는지…. 불났을 때 조기에 진화하지 못하면, 책임은 누가 집니까?” 23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A시장 앞에 마련된 비상소화장치 주변에는 버젓이 적힌 ‘주정차금지’ 문구가 무색하게 차량 3대가 일렬로 불법 주차돼 있었다. 시장 내부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소방 도로’ 확보를 위해 길 양쪽으로 그려진 황색 실선 주변으로 수십 개의 노점들이 상품과 가판대를 설치해뒀고, 테이블 등의 고정 시설물을 설치하는 등 소방차 진입은 물론 보행조차 어려운 모습이었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화성시 반월동 B아파트 상황도 마찬가지. 주차장과 각 층 현관에 설치돼 있는 방화문 대부분이 활짝 열린 채 돌과 신문지 등으로 고정돼 있는 상태였다. 닫혀있어야 할 주차장 방화문은 닫힐 틈 없이 입주민들에 의해 개방된 상태로 유지돼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문모씨(29)는 “그냥 주차장 출입문인줄만 알았지, 방화문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다”며 “지금까지 계속 열려있어도 아무도 닫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왜 방화문을 열어둔 채 방치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화재의 계절'이 또다시 찾아오고 있는 가운데 경기지역에서 소방법령 위반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건조한 가을·겨울철 화재는 자칫 큰 불로 번져 인명피해를 낼 수 있는 만큼 시민의식을 강화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소방청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경기지역에서 소방법령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만 153곳에 달한다. 이는 전국 기준 1천26곳의 10%이상을 차지하는 수치다. 이들에 대한 조치현황(중복 포함)을 보면 시정명령이 94곳, 현지시정 82곳 등 가벼운 처분을 받은 곳도 있었지만, 위반 정도가 중해 과태료 처분(75곳)을 받거나 입건 및 행정처분(25곳)을 받은 곳도 있었다. 김상식 우석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화재가 발생할 확률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만큼 이를 사전에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소방법령을 잘 준수하게 하는 등 시민 의식 제고를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시민 안전을 위해 단속을 강화하는 등 더 노력하겠다”며 “시민께서도 무심코 한 행동이 큰 화재를 불러올 수 있다고 인식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판교 추락 참사 겪고도… 지독한 ‘환풍구 안전불감’ [현장, 그곳&]

“어쩔 수 없이 환풍구를 밟고 지나 가야 하는데, 매번 불안하죠.” 18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인계동 일대. 폭 2m에 불과한 인도 약 3m 구간 전체를 환풍구가 차지하고 있었다. 사실상 환풍구가 인도 역할을 하고 있어 길을 지나기 위해선 무조건 환풍구를 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환풍구 덮개 위로 카펫이 깔려 있어 시민들은 환풍구 위를 지나고 있다는 인식조차 하지 못한 채 지나 다니는 모습이었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안산시 단원구 중앙동 일대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건물 사이 골목길 바닥에 폭 1m, 길이 6m가량의 환풍구가 설치돼 있었지만 추락 위험을 알리는 경고 문구를 비롯해 어떠한 안전장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유동 인구가 많은 이곳에서는 시민들이 환풍구를 밟고 지날 때마다 ‘철컹’ 소리와 함께 덮개가 들썩이는 등 불안정한 모습도 포착됐다. 고모씨(25·안산)는 “어쩔 수 없이 환풍구를 밟고 지나가야 하는 곳들도 있는데, 덮개가 불안정한 곳도 많아 불안하다”며 “안전장치도 없어 더 무섭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37명의 사상자를 낸 ‘판교 환풍구 참사’가 발생한 지 9년이 지났지만, 환풍구는 여전히 '도로 위 싱크홀'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행정당국은 환풍구 관련 안전대책을 수립·시행키는커녕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는 등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 이날 행정안전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14년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이후 한 차례 지역내 환풍구 현황 등을 파악했을 뿐 현재는 환풍구 추가 설치 여부나 현황 등을 따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안전대책 역시 전무하다. 환풍구 관련 안전대책은 사고 이후 정부가 신설한 ‘건축물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 유일하다. 그러나 이 마저도 2015년 이후에 조성된 곳에만 적용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환풍구는 언제든 추락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곳”이라며 “경고문을 부착하거나 펜스를 설치하는 등 안전조치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시설물 안전관리 과정에서 환풍구도 같이 점검하고 있다”며 “추락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 신경쓰겠다”고 해명했다.

자립 도울 지원센터 ‘0곳’... 기댈곳 없는 인천 노숙인 [현장, 그곳&]

“술에 취해 광장을 맴돌다 삶을 끝내고 싶지는 않아요. 다른 삶을 살고 싶습니다.” 지난 16일 오후 11시께 부평구 부평동의 부평역 광장. 공원 한쪽 매트릭스에 누워있는 김모씨(43)는 두꺼운 옷에 이불을 덮고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2개월째 지내고 있다”며 “일자리, 잠자리가 필요한데 어디서 어떻게 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 놨다. 이에 앞선 오후 5시께 인천 중구 인현동 동인천역 광장 한 켠도 상황은 마찬가지. 다소 쌀쌀해진 날씨에 5~6명의 노숙인들이 길가에 모여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도움을 요청하듯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아예 누워 있는 노숙인도 눈에 띠었다. 이곳에서 만난 노숙인 조모씨(53)는 “날씨가 더 추워지면 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이라며 “나 혼자 일어서기는 쉽지 않아 누구라도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인천지역 광장에 방치된 노숙인들에게 맞춤형 일자리 지원과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종합지원센터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7일 시에 따르면 인천지역 거리 노숙자는 주안과 부평, 인천공항 등에 모두 130여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천지역 노숙인 관련 시설은 재활시설 1곳과 요양 3곳, 자활 1곳, 상담소 1곳 뿐이며, 이들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노숙인종합지원센터는 없다. 특히 노숙인들의 자립을 도울 일자리 지원 기관은 자활시설 1곳 뿐이다. 노숙인들에게 직업상담·훈련 등을 지원하지만, 정원이 32명이기에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지역 안팎에서는 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숙인종합지원센터는 현장 상담을 통해 거리 노숙인을 찾고, 맞춤형 주거·고용·의료를 지원한다. 시설에 들어갈 수 있는 연계 활동도 한다. 또 자활사업과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후관리를 통해 노숙인의 자립을 돕는다. 서울(3곳)을 비롯해 경기(3곳), 부산(3곳), 대구(1곳), 광주(1곳), 대전(1곳), 제주(1곳) 등은 노숙인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노숙인들을 돕고 있다. 이준모 전국노숙인시설협회 회장은 “거리 노숙인의 사회 복귀를 위해서는 자활에 대한 설득부터 일자리 지원까지 한번에 제공해 자립을 돕는 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노숙인종합지원센터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학교 노리는 거미줄 전선… 안전사고 ‘電지적 방관’ 시점 [현장, 그곳&]

“아이들이 매일 같이 오가는 학교 주변에 전선이 뒤엉켜 있어 사고라도 날까 불안합니다.” 16일 오전 8시40분께 안산시 상록구의 어린이보호구역.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는 이곳엔 전봇대 등 6대의 전신주가 모여있었으며 전선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맞닿아 있었다. 특히 한 전신주엔 가로등과 전선이 뒤엉켜 가로수 사이에 파묻힌 채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학부모 김지현씨(36·가명·여)는 “전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주렁주렁 내걸려 있는 걸 보면 감전 사고가 날까 위험해 보인다”며 “특히 통학로에 전신주가 가득한데 아이들이 다치면 어쩌나 불안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한 초등학교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 학교 담장 옆으로 4대의 전신주가 놓여 있었다. 전신주와 연결된 갖가지 전선은 학교 주변을 큰 사각형 형태로 둘러싸고 있었지만 감전 등 사고 위험성을 알리는 안내판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경기도내 학교 주변이 전선과 전신주로 인한 감전 등의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5만4천볼트 이상의 초고압선이 지나는 학교도 37개에 달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날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7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서 전선 지중화 사업이 확정된 후 각 지자체와 함께 전주와 통신주를 제거하고 전선과 각종 통신선을 지하에 매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문제는 지중화 사업 자체에 걸리는 시간이 긴 데다 투입되는 예산도 막대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의 경우 해마다 조금씩 예산을 투입, 사업을 추진하는 실정이라 사업 기간이 더욱 지체될 수 밖에 없다는 데 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선 지중화 사업은 장기간 검토가 필요하고 매설 작업도 오래 걸린다”며 “특히 작업 비용이 막대해 한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2021년 경기지역 내 14건의 지중화 사업이 시작된 이후 온전히 전선 및 전신주가 매설된 것은 단 2건(14.2%) 뿐이다. 현재까지 8건의 사업이 진행 중이며 3건은 설계 단계다. 1건의 사업은 완전히 취소된 상태다. 전선 및 전신주가 외부로 드러날 경우 감전이나 화재 등 안전사고 위험이 있고 차량과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며 전자파 노출 등의 문제가 생긴다. 특히 올해 8월 말 기준 15만4천볼트 이상의 초고압선이 지나가는 학교는 37개교에 달하고 있어 안전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작업 기간이 길기 때문에 사업 진행이 더뎌 보이는 것”이라며 “지중화 사업의 경우 한전이 자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각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신청을 하면 조사를 거쳐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고 말했다.

부실시공에 우는 ‘안산 마리나큐브’…“하자투성이, 못 살겠다” [현장, 그곳&]

“해양·레저·관광·주거·상업이 동시에 어우러진 국내 유일무이 워터프론트 시티를 경험해보세요.” 시화 MTV와 반달섬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생활형 숙박시설이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던 안산 마리나큐브가 부실시공 및 관리 미흡으로 수분양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호실 누수 및 주차장 배수 불량 등 부실시공에 따른 문제가 빚어지고 있는 데다 화재 후 안전조치까지 미흡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오전 9시께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 마리나큐브(생활형 숙박시설) 분리수거장 대리석 재질의 외벽에는 지난 8월 담뱃불에 의해 화재가 발생하면서 그을렸던 흔적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당시 인근에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가 함께 타며 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뻔한 상황이었지만 이날도 여전히 분리수거함이 아닌 곳에 걸쳐 종이박스와 플라스틱 물병, 콜라 캔, 소파 등이 30여m에 걸쳐 나뒹굴고 있었다. 한차례 화재사고를 겪은 후 2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쓰레기 정리 등 화재 예방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건물 내부 상황이었다. 수분양자 A씨는 올해 여름 창가 쪽 천장에서 물이 새는 피해를 입었다. 시도 때도 없이 물방울이 뚝뚝 흘러내려 바닥이 흥건해질 정도였다. 누수 피해는 주차장에서도 이어졌다. 비만 내렸다 하면 천장과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로 바닥이 금세 물바다로 변했고, 결국 가뜩이나 협소한 주차장에 주차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수분양자 B씨는 최근 방바닥과 벽 등에서 진드기 50여마리를 발견하기도 했다. 이후 자체적으로 살충제를 살포하고 있으나 진드기가 계속 발생하는 등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A씨는 “이게 지어진 지 1년도 안 된 건물이라니 믿기지 않는다”며 “시공사와 관리실에 지속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안산시 등에 따르면 ㈜태룡건설은 2021년 4월7일 성곡동 838-7번지 일대(대지면적 2천4㎡)에 연면적 2만2천749㎡ 규모(지하 1층~지상 28층)의 마리나큐브(생활형 숙박시설)를 착공, 올해 2월27일 완공했다. 그런데 입주 후 호실 및 주차장 누수와 화재, 진드기 등의 각종 문제가 잇따랐고 수분양자들은 시공사와 관리실에 대책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태룡건설 관계자는 “현재 누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호실을 파악하고, 대처 중”이라며 “이후에도 같은 피해가 반복될 경우 지속 보수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마리나큐브 관리 주체인 디플러스프라퍼티 관계자는 “분리수거장 정비 등 화재 안전 조치를 취하고 있고, 진드기 방재 작업도 벌이며 원인을 찾고 있다”며 “또 시공사에 지속 공문을 보내는 등 누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뜨거운 맛 봐야 정신 차리나’ 공사장 화재 안전불감증 여전 [현장, 그곳&]

12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상가 건설현장. 공사장 안팎으론 자재 용접 등 작업이 한창이었다. 짧은 순간 불꽃이 튀어 올라 인근에 놓여진 가스통과 나무자재, 천 등에 붙을 뻔했지만 이를 막아줄 방화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또 공사장 내부엔 재빠른 대피를 위한 비상조명등도 마련돼 있지 않아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피가 어려워 보였다. 같은 날 평택과 화성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철근이 세워진 평택시 고덕면의 주택 건설현장의 경우 한쪽 벽면에만 방화포가 설치돼 있었으며 이마저도 일부분은 떨어져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화성시 봉담읍의 빌라 건설현장엔 방화포가 있었지만 간이소화장치 등 임시소방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건설현장에서 대형 화재 방지를 위해 건설현장 화재 기준이 강화됐지만 경기도내 일부 공사장엔 적용되지 않아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7월1일부터 개정된 ‘건설현장의 화재안전성능기준’이 시행 중이다. 주요 내용은 기존 건설현장에 설치해야 했던 소화기구, 간이소화장치, 간이피난유도선, 비상경보장치 등 임시소방시설에 방화포, 가스누설경보기, 비상조명 등 3종이 추가됐다. 또 가연성 가스 발생 작업과 불꽃이 발생하는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도록 수시로 확인 및 점검하는 등 건설현장 소방안전관리자의 업무가 구체화됐다. 이 같은 개정안은 지난 2020년 4월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의 물류센터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계기로 마련됐다. 당시 용접 불티가 천장 우레탄 폼에 튀어 화재가 발생해 5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 같은 기준이 강화된 개정안은 시행일인 7월1일 이후 건축허가를 받은 건설현장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개정안 시행 이전 착공된 건설현장의 경우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최근 5년간 도내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는 총 947건이다. 이로 인해 45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6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올해 9월까지는 116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건설현장엔 가연물질이 많고 용접·용단 등의 작업이 동시에 이뤄져 화재 위험이 다분하다.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이라며 “완공된 건물이 아니어서 충분히 소방설비에 대한 소급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방설비를 추가해 화재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소방청 관계자는 “예산 문제 등으로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 현장에 시설 설치를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 “주기적인 현장 점검으로 화재를 예방하겠다”고 전했다.

장애인 문턱 높은 경기도내 ‘졸음쉼터’ [현장, 그곳&]

“휠체어를 타고 있는데, 졸음쉼터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니요.” 11일 오전 10시께 남양주톨게이트 인근 졸음쉼터. 잠시 휴식을 취하려는 차들로 졸음쉼터내 30여 면의 주차 공간이 금세 가득 찼지만,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더욱이 설치된 화장실 2곳 모두 계단을 올라야 출입이 가능했다. 또 대변기가 설치된 여자 화장실 10칸 모두 주변 활동 공간이 협소했다. 화장실 한 칸의 폭이 대략 50㎝로 비좁아, 휠체어(폭 60㎝ 내외)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같은 날 오후 일산 방향 시흥 졸음쉼터도 교통약자를 위한 시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컨테이너로 된 간이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 화장실 내부에는 안전사고 발생 위험을 대비할 손잡이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운전자 김준형(69)씨는 “졸음쉼터 화장실은 이용이 불편한 경우가 많아, 몸이 불편한 어머니와 함께 다닐 때 곤란했던 적이 많다”며 “교통약자를 위한 화장실이 한 칸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내 일부 졸음쉼터에 교통약자의 편의를 위한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편의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졸음쉼터는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2011년 고속도로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현재 고속도로에 243곳, 일반국도 50여 곳 등에 설치돼 있다. 하지만 현재 졸음쉼터에는 장애인용 화장실에 대한 설치 의무 기준이 없다. 이렇다 보니 일부 졸음쉼터의 경우 장애인을 위한 배려 없이 쉼터가 운영 중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0~12월 고속국도와 일반국도에 설치된 졸음쉼터 50개의 장애인 편의 시설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50곳 중 19곳(38%)은 화장실 출입문이 높아 휠체어를 사용하는 교통약자의 이용이 불편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졸음쉼터 50곳 중 절반 이상인 30곳(60%)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 없었고, 설치된 20곳 중 6곳(30%)은 화장실 등 주요 시설물과 떨어져 있었다. 지난 5월 국토부가 졸음쉼터 주차면이 20대 이상 50대 미만일 경우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최소 한면 이상 만들어야한다고 개정한 만큼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반 고속버스에 휠체어 이용자들이 탈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장애인 운전자의 고속도로 이용 빈도가 높다”며 “졸음쉼터 실태 파악을 통해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조속히 설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원특례시 보도 공사에 '길 잃은 전세버스' [현장, 그곳&]

“코로나19 기간동안 겨우 버텼는데, 1년 넘게 이어진 인도 공사로 차고지를 이용할 수 없으니 금전적 손실이 막대합니다.” 대형버스가 진출입하는 도로에 인도개설공사가 진행되면서 전세버스업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수원특례시가 도로 공사를 강행하면서 대형버스 진입이 어려워져 운행 업무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전세버스업체 ㈜성화투어 근로자 30여명은 10일 오전 10시30분께 수원시청과 수원시 도로교통관리사업소 앞 정문에서 ‘보도 공사 중지와 대형버스 진출입로 확보’를 요구하며 2시간 동안 시위를 벌였다. 성화투어에 따르면 수원시는 지난해 7월부터 수원특례시 권선구 평리동 199의2 지선에 양방향 인도를 만드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종전 12m이던 도로 폭이 8m로 줄었다. 성화투어는 전세버스가 차고지로 진입하려면 차량 회전을 위한 충분한 도로 폭이 필요한데, 현재는 좁은 도로 탓에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성화투어 측은 “70여 대의 대형버스가 본사에 진출입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넓이의 진입로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본사 차고지로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어쩔 수 없이 과천과 평촌 등 외부 차고지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이들은 차고지 진입로에 대한 정당한 사용료를 내고 있었음에도 수원시가 일방적으로 이용 허가를 취소하고 공사를 강행했다고 강조했다. 성화투어는 지난 2019년 수원시 농업기술센터로부터 허가를 받아 2028년까지 매달 사용료를 내고 진입로를 사용해 왔다. 김성태 성화투어 대표는 “수원시 도로교통관리사업소에 양쪽 인도 설치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고, 불가피하다면 한쪽 인도만 설치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형식적인 답변만 되돌아왔다”며 “수원시는 본사의 진입로를 막고 공사를 하면서 한 번도 협조를 요청한 적 없이 무조건 수용하라는 식의 강제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 도로교통관리사업소 관계자는 “해당 도로개설공사는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시행하는 사업으로 보행자의 안전과 원활한 통행을 위해 설치하는 것”이라면서도 “버스가 진출입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공간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만석 버스에 ‘발 동동’... 출퇴근길 시민 불편 현실화 [현장, 그곳&]

“벌써 버스를 몇 대째 보내는지 모르 겠습니다. 택시를 타도 지각 확정입니다." 수원·화성지역과 서울지역을 오가 는 버스를 운행 중인 경진여객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준법투쟁에 나선 10일, 곳곳에서 출퇴근길 시민 불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7시께 수원역 버스정류장. 서울행 광역버스를 타기 위해 허겁지겁 달려온 직장인 20여명이 하나같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버스 정보시스템과 시계를 번갈아 바라 봤다. 평소보다 길어진 배차시간 탓에 출근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사당역으로 향하는 7770번 버스는 수원역에 도착한 지 10여분이 지나도록 출발하지 않고 정류장에 머물렀다. 빨간색 조끼를 입은 버스기사는 시계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출발시간을 계산하고 있는 듯 했다. 이번 준법투쟁 지침 중 하나인 배차 간격을 철저히 유지하기 위한 과정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은 “왜 출발하지 않느냐”며 거세게 항의하는 등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김상혁씨(25)는 “출근 시간은 9시까지인데 오늘 준법 투쟁이 있을 거란 소식에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나왔다”며 “노사 간 불협화음이 시민들 피해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출근길부터 시작된 시민들의 혼란은 퇴근길까지 이어졌다. 이날 오후 6시께 사당역 버스정류장 상황도 마찬가지. 시민 30여명이 반쯤 넋 나간 표정으로 배차가 지연된 수원역행 7770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에 같은 버스를 탑승하려는 시민이 지속적으로 몰리면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 영향으로 버스는 도착하는 족족 만석이 됐고, 사당역 다음 경유지인 과천동 행정복지센터 등지에서 대기 중이던 시민은 여러 차례 눈앞에서 버스를 떠나보내야만 했다. 한 직장인은 “오전에도 이러더니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목소리 를 높이기도 했다. 그의 일행으로 보이는 또다른 직장인은 “차라리 지하철 을 타고 가자”며 결국 발길을 돌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 본부 경기지부 경진여객지회(이하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첫차부터 ‘준법운행’ 투쟁에 돌입했다. 노사 협상 타결 시까지 탑승할 승객이 없거나 만차로 좌석이 없더라도 모든 정류장에 정차한 뒤 출발하는 것을 비롯해 ▲승객 착석 확인 후 출발 ▲교통법규 준수 ▲지정 속도 준수 ▲앞뒤 차 간격 유지 등의 지침을 시행하는 내용이다. 노조는 이후에도 사측이 전향적인 자세로 교섭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시민 여러분께서 준법투쟁 기간 다소 불편하실 걸로 안다”면서도 “보다 더 안전한 버스를 만들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에 많은 지지를 보내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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