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뛰는 범죄에 산책도 겁나...사각지대 놓인 공원·둘레길 [현장, 그곳&]

도내 곳곳 CCTV·비상벨 부족...일부 가로등도 없어 공포감 더해
범죄 취약지 안전장치 마련 시급...道 “지자체서 적재적소 설치중”

6일 오전 의왕시 포일동의 한 산책로 입구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모습. 김은진기자 

 

6일 오전 9시30분께 의왕시 포일동의 한 산책로. 아파트 단지, 공원 주변에 있는 이곳 산책로는 누군가 숨어있어도 모를 정도로 나뭇가지와 풀이 가득했다. 특히 산책로 곳곳엔 가로등도 없어 밤이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또 산책로 입구부터 500m를 넘게 올라가는 동안 방범용 폐쇄회로(CC)TV는커녕 비상벨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날 화성시 석우동의 한 공원도 비슷한 상황. 공원 입구부터 성인 키를 훌쩍 넘는 나무 덤불이 무성하게 나 있어 밖에선 공원 안쪽이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이곳엔 CCTV가 아예 없었으며 안전장치라고 해봐야 공원을 완전히 벗어나야 있는 화장실 안 비상벨이 전부였다. 이곳 주민 구아름씨(35·여·가명)는 “최근 흉악범죄가 많이 발생해 항상 주변을 살피며 다니는 데 여긴 그 흔한 CCTV도 없어 불안하다”며 “언제 어디서 범죄가 일어날지 모르는데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치가 있었으면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서울 신림동 야산 인근 공원에서 여성이 성폭행 뒤 숨진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경기도내 일부 공원이나 산책로에도 범죄 예방을 위한 기본적인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설치된 방범용 CCTV는 약 14만개로 건물 인근, 도로, 공원 등 도심 곳곳에 설치돼 있다. 

 

하지만 야산을 끼고 있는 공원이나 산책로의 CCTV는 입구 등 특정 장소에만 치중돼 있어 정작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은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다. 사실상 범죄 무방비 상태와 다름없는 셈이다.

 

특히 지난달 서울 신림의 한 야산 인근 공원 산책로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저지르고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범인은 CCTV가 없는 해당 구역을 범행 장소로 고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흉악범죄를 막기 위해선 범죄자들이 심리적으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CCTV와 비상벨을 추가 설치하고 이를 알리는 문구가 필요하며 범죄 예방 환경 디자인인 셉티드(CPTED)로 도시를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범죄 취약 지역을 찾아 환경을 개선해 시민들이 안심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CCTV는 각 지자체에서 적재적소에 설치하고 있다”며 “특히 설치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들어오면 주변 환경 점검과 함께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CCTV를 추가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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