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저렇게나 자랐는데…정전이나 화재가 발생하면 결국 피해는 시민 몫 아닙니까?” 6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세류동 일대 도로. 전봇대 사이사이를 잇는 축 처진 전선을 족히 3~5m는 돼 보이는 가로수들이 온통 집어삼킨 상태였다. 한 가로수는 너무 풍성하게 자란 나머지 전봇대 한 개를 통으로 에워싸고 있는가 하면 또 다른 가로수는 도로 표지판 전체를 덮고 있기도 했다. 비슷한 시각 화성시 반월동 일대 도로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뜻 봐도 전봇대보다 큰 가로수의 가지와 전선이 뒤엉켜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특히 일부 가로수는 과도하게 뒤틀려 있는 등 고사된 채 방치돼 있었고, 이 때문에 주변 전선은 심하게 짓눌려 있는 상황이었다. 수원에 거주하고 있는 한모씨(27·여)는 “길을 지날 때마다 가로수와 전선이 맞닿아 있는 걸 보면 불안하기 그지없다”며 “가로수 관리가 저렇게 안 돼서야 되겠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최근 전국 각지에서 나무에 따른 정전 등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내 가로수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방치할 경우엔 안전사고 등의 심각한 피해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체계적인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산림청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에 식재된 가로수는 ▲2020년 110만2천991주 ▲2021년 113만274주 ▲2022년 117만4천100주로 집계되는 등 매년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 지자체는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른 각 조례와 산림청 ‘가로수 조성·관리 매뉴얼’에 근거, 가로수를 관리 중이다. 통상 봄과 가을에 1번씩 총 2번 주기적인 관리를 진행하는 동시에 민원이 접수될 때마다 수시로 점검하는 방식이다. 가지치기, 수형조절 등이 대표적인 관리 방법이다. 그러나 현재 도내 일부 가로수는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심한 곳은 가지가 전선과 맞물려 있거나 엽량이 과도해 주변 시야를 다 가리고 있을 정도다. 이런 영향 탓인지 최근 3년 동안 발생한 가로수 사고는 1만1천844건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도 최근까지 412건이나 발생했다. 이 중 경기지역은 113건이다. 이범현 성결대 도시디자인정보공학과 교수는 “기상악화로 가로수가 쓰러지거나 부러지는 것도 모두 관리 부실의 영향”이라며 “언제든 정전은 물론 압사나 화재까지 다양한 시민 안전 문제로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이고도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인력 등 문제로 가로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가로수 관련 사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전했다.
“저희도 시민인데, 왜 내쫓아요?” 4일 오후 8시께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 역사. ‘살인 예고’ 시간인 오후 6시를 기해 경찰이 본격적인 경계태세에 돌입한 가운데 구경꾼들이 줄을 이으면서 다소 부산스런 상황이다. 특히 10대 3~6명 정도로 구성된 일부 무리들이 역사 이곳저곳을 누비는 등 소란을 피우는 상황도 적잖게 발생 중이다. 이에 순찰을 돌던 경찰이 “이곳은 위험하니 나가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하고 있으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무시하며 서로 사진을 촬영하는 등 장난치기 바쁜 모습이다. 그 중 한 무리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퇴장하는 듯 했으나 금세 다시 돌아와 미리 챙겨온 간식을 섭취하는 행동까지 보였다. 심지어 경찰을 향해 “같이 셀카 찍어주면 안 되냐”, “저희도 시민이다” 등의 조롱 섞인 말을 내뱉는 일부 10대들도 목격됐다. 이들 중 일부는 아직 역사 한편에 자리를 잡은 뒤 각자 휴대전화를 붙잡고 대기하고 있다. 여기에 뒤늦게 도착한 10대들까지 가세해 소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한땐 7번 출구 에스컬레이터 쪽에서 연속적으로 큰 소음이 나면서 경찰이 한 데 몰리기도 했으나 지하철 이용객이 쓰레기통을 떨어뜨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단락됐다. 비슷한 시간 서현역. 발길을 재촉하는 시민들과 달리 흉기난동 예고를 보기 위해 서현역을 찾는 시민들도 있었다. 전날 흉기난동이 발생한 AK플라자에는 한 남성이 야구방망이를 들고 돌아다니며 큰소리를 내기도 했다. 또 일부 청소년들은 이 같은 상황을 즐기는 듯 쇼핑몰 안을 뛰어 다니거나 사고 현장을 여러 번 배회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경찰 관계자는 “지금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인 만큼 국민 모두가 조심해야 한다”며 “시민께선 가급적 해당 역을 우회해 달라”고 전했다. 전날 불거진 오리역 살인 예고 시간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현재(오후 9시 기준)까진 별 다른 특이사항은 없다. 시간이 특정되지 않았던 서현역 흉기난동 예고 역시 같은 상황이다. 경찰은 전날 저녁부터 오리역과 서현역 일대에 경찰특공대 전술팀과 기동대, 순찰차 등 각각 35명씩 모두 70명의 경력을 배치하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 3일 서현AK플라자 백화점에서 피의자 최모씨(23)가 무차별 흉기 난동을 벌여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후 경기남부 일대에서 살인을 하겠다는 온라인 게시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와 경찰이 수사 중이다.
“혹시 몰라 몽둥이도 준비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오리역 살인 예고’ 시간인 4일 오후 6시께 찾은 오리역에선 수많은 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어서인지 무거운 적막감만이 감돌았다. 평소와 달리 유동인구마저도 급격하게 감소한 모습이었다. 몇몇 지하철 이용객은 하나같이 주위를 유심히 살피거나 옆 사람의 작은 동작에도 크게 놀라는 등 잔뜩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출근길 딸로부터 받은 문자를 통해 상황을 알았다는 김모씨(64·서울)는 공포심에 퇴근 시간까지 앞당겼다. 그는 “세상이 정말 어떻게 되려고,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는지 모르겠다”며 “혹시 몰라 오늘은 저희 가족이 모두 일찍 귀가하기로 했다”고 토로했다. 역무원들 역시 사고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몰라 굳은 표정으로 이용객 한 명 한 명을 뚫어지게 감시하는 데 여념 없는 상태였다. 역 관계자 김모씨(24)는 “10~20분 단위로 순찰을 돌며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며 “무섭긴 한데,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역 주변 상권도 불안해하긴 매한가지. 일부 가게들은 몽둥이와 호신용 최루탄을 구비해놓는 방식으로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이곳에서 10년 동안 음식점을 운영해 왔다는 곽모씨(57)는 “상인들 사이에서 ‘젊은 남성이 혼자 오면 문도 열어주지 말라’는 얘기도 돌고 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가 없어 몽둥이도 3개나 준비해 뒀다”고 말했다. 유동인구 감소는 매출 타격으로도 이어지고 있었다. 1년째 복권집을 운영 중인 장모씨(36)는 “원래 금요일이 가장 많은 바쁜 날인데, 손님이 없어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다”며 “어차피 장사도 안 될 것 같고, 불안하기도 해서 오늘은 가게를 일찍 닫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두려움에 호신용 최루탄까지 들고 출근했다”며 “아무 일이 없어야 할텐데, 걱정”이라고 불안해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 떠돌고 있는 살인 예고글이 시간을 벌기 위한 일종의 속임수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특정 장소에 경찰력을 집중시킨 뒤 비교적 감시가 덜 한 또 다른 장소에서 범죄를 저지러 피해를 최대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오전 2시42분께 트위터 이용자 hy*******는 게시글을 통해 “더 무서운 건 (살인 예고자들이) 장소를 특정하고, 글을 쓰고 있지만 주요 관심이 예고된 지역으로 향했을 때 보란 듯이 다른 지역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경우”라며 “어떤 지역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3일 발생한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에 의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온라인상에 살인 예고 글이 빗발치면서 시민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날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42분께 경찰에 첫 신고가 접수된 오리역 칼부림 예고글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글은 “8월 4일 금요일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 사이에 오리역 부근에서 칼부림하겠다. 더 이상 살고 싶은 마음도 없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죽이고 경찰도 죽이겠다”는 내용이다. 다만 이날 6시35분 기준 오리역에선 아직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같은 날 오후 7시9분께 게시된 두 번째 예고글 게시자는 흉기 사진을 첨부하며 “서현역 금요일 한남들 20명 찌르러 간다”고 적었다. 이 밖에도 현재 SNS상에는 ▲4일 서울 잠실·한티·대치·강남역 ▲5일 부산 서면역, 용산 대통령 자택 ▲6일 의정부역을 비롯해 논현동 및 압구정 현대백화점(날짜 미상) 등 전국 각지에서 칼부림을 벌이겠다는 예고글이 빗발치고 있다. 특히 각 예고글 작성자들은 범행 예정 시간과 대상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있어 현장을 중심으로 공포심이 일파만파 번지는 양상이다. 이에 경찰은 전날 저녁부터 오리역과 서현역 일대에 경찰특공대 전술팀과 경찰관기동대, 순찰차 등 각각 35명씩 모두 70명의 경력을 배치하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아울러 인근 정자역과 야탑역에도 각각 10명씩 모두 20명을, 판교·이매·수내·미금역 등에도 각각 2명씩 10명을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 중이다. 뿐만 아니라 칼부림 예고글을 최초로 올린 이들에 대한 수사에도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분당 외에도 칼부림이 우려되는 곳들에 기동대 7개 중대를 분산 배치한 상태”라며 “대테러 진압장비와 권총, 테이저건 등 무기를 휴대해 근무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날 오후 오후 5시59분께 성남시 분당구 서현AK플라자에서 “누군가가 칼로 사람을 찌른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검은색 후드티에 모자를 뒤집어쓰고, 선글라스까지 착용한 피의자 최모씨(22)는 교통사고를 낸 뒤 흉기난동을 벌여 20~70대 시민 14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피해자들은 현재까지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 중 2명은 중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어제만 생각하면 무서워서 몸이 떨립니다.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던 거였잖아요.” 4일 낮 12시께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 AK플라자. 전날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탓에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쇼핑몰 곳곳엔 방호복을 입은 경비 인력이 배치돼 있었다. 이날 배치된 경비 인력은 총 35명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진압봉과 테이저건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주위를 경계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었다. 사건이 발생했던 화장품, 액세서리, 의류 매장이 모여있는 1층은 단 한 곳을 제외하곤 모두 문을 닫았다. 직원들도 전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출근하지 않았다. 2층 직원들은 흉기 난동에 대한 질문에 답을 아끼면서도 “무서워서 나가지도 못하고 판매대 뒤에 숨죽이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조심스레 언급했다. 쇼핑몰을 찾은 시민들 역시 흉기 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쇼핑몰 밖은 더 삭막했다. 흉기난동 전 교통사고가 났던 곳 인근 가게 일부는 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상가 건물 입구와 거리 곳곳엔 방패를 든 경찰들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사고가 났던 곳 바로 앞에 있는 여행사 직원 한미진씨(가명·53·여)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고개를 저었다. 큰 충격음과 함께 비명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갔던 그는 쓰러진 사람들과 겁에 질린 채 뛰어오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한씨는 “어제 일을 생각하면 너무 소름이 돋는다. 내가 13년간 매일 출근하는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며 “만약 내가 거기 있었다면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불안하다. 이젠 낯선 사람만 봐도 깜짝깜짝 놀란다”고 토로했다. 서현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불안한 지 주변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경계하며 빠르게 발길을 옮겼다. 전날 흉기난동을 목격한 유지운씨(가명·21)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흉기를 휘둘러 너무 무서웠다. ‘이대로 죽겠다’는 생각에 급히 도망쳤다”면서 “매일이 불안해서 호신용품이라도 가지고 다녀야 고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3일 성남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뒤 성남시 일대가 ‘공포의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 더욱이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칼부림 예고 글’이 온라인에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트라우마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경찰은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범죄 대응을 위한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했다. 경찰은 순찰을 강화하는 한편 흉기소지 의심자·이상 행동자에 대해 법적 절차에 따라 선별적으로 검문검색을 하기로 했다. 또 흉기난동 범죄가 발생하면 범인에 대해 총기·테이저건 등 정당한 경찰 물리력을 활용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3일 오후 5시55분께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최모씨(23)가 차량으로 시민들을 들이받은 뒤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시민 5명이 차량에 치여 중경상을 입었으며 9명이 흉기에 찔려 중경상을 입었다.
“아이들도 자주 오가는 산책로인데, 다리 난간이 다 부서져 있네요. 아이들이 기댔다가 떨어지면 어떡하나요.” 2일 오전 9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권선동 세류대교 일대. 산책로에 진입하는 구간부터 안전펜스가 파손돼 잔디밭에 나뒹굴고 있었다. 하천변 산책로 곳곳에는 아스팔트 포장이 쩍쩍 갈라지고 벗겨져 있었고, 시멘트 바닥도 여기저기 움푹 패여져 있었다. 산책하던 시민 이현호씨(78)는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도 관리를 하나도 안 한다”며 “지난번에는 산책하다가 패인 곳에 걸려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더욱이 세류대교 앞 수원천을 가로지를 수 있는 나무다리 난간은 마감장치가 파손된 채로 방치돼 있었다. 로프로 연결된 안전난간은 나무가 부식된 지 오래된 듯 조임새 부분이 헐거워져 있었다. 경기일보 취재진이 난간을 손으로 살짝 건드리자, 나무 데크 바닥과 연결된 난간이 쉽게 분리됐다. 수원의 대표적인 생태하천인 수원천 산책로가 관리소홀로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수원시는 지난해 4억8천만원의 예산을 투입, 수원천 산책로 2㎞ 구간에 자전거도로를 조성하고 도로 폭을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산책로를 새로 개선한 지 불과 7개월여 만에 도로 곳곳이 갈라지고 패이는 등 하자가 나타나고 있어 시민들은 부실 공사를 의심하고 있다. 이에 수원세류지킴이연합회는 부실공사 의혹에 대해 시 당국의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으며,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산책로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허경덕 수원세류지킴이연합회 회장은 “수원천 산책로 시설이 방치돼 있어 민원을 여러 번 제기했지만, 올해 4월 담당자가 변경됐다는 이유 등으로 개선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면서 “지난 5월에도 나무다리 난간이 위험하다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여전히 달라진 것 없이 부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 사실을 모르는 시민들이 난간을 잡았다가 헛디뎌 떨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하천을 담당하는 인력이 1명밖에 없어 관리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이번 주 내로 유지보수업체를 통해서 안전펜스 공사를 진행하고, 산책로도 장마철이 끝나는 대로 바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인도 위에 1분만 주정차해도 과태료 대상입니다.” 1일 오전 9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세류동의 한 주택가 인근. 이 일대 200여m 인도 위에 트럭 2대와 승용차 3대가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때마침 승용차 한 대가 인도 경계석을 넘어 불법 주차된 차 뒤로 차량을 정차했다. 경기일보 취재진이 과태료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리자, 차주 조모씨(50대)는 “주차할 공간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차를) 댔다”며 “다른 곳에 주차하겠다”고 서둘러 차량을 이동시켰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오산시 은계동 상가밀집지역 인근 인도도 마찬가지. 가뜩이나 좁은 인도 모퉁이 부분 위를 전부 차지한 채 주차된 트럭 한대를 피하기 위해 시민들은 아슬아슬하게 도로변으로 통행을 이어갔다. 김선화씨(58)는 “인도 위에 주차된 차들이 하루 이틀이냐”라며 “근처 시장이 장날인 경우에는 인도가 주차장이 돼버린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이달부터 인도에 불법주정차를 1분 이상할 경우 주민신고제 대상이 되지만 경기지역 인도는 여전히 불법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날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의 보행권 확보를 위해 인도 위 불법주정차 주민신고를 전 지자체에 확대했다. 7월 한 달 계도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승용차는 4만원, 승합차는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불법주정차 주민신고제도는 주정차가 금지된 곳에 주정차한 차를 신고했을 때, 현장 단속 없이도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주정차 절대금지구역은 기존 5곳(▲소화전 5m 이내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버스 정류소 10m 이내 ▲횡단보도 ▲초등학교 정문 앞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인도를 포함해 총 6곳으로 늘어났다. 또 모든 지자체의 신고 기준이 1분으로 통일됐고, 주민들의 불법주정차 신고 횟수 제한도 폐지됐다. 전문가들은 불법주정차 단속 규정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불법주정차에 대한 성숙한 시민의식이 우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차량 대비 주차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불법주정차 하는 차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인도를 이용하는 교통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선행돼야 인도 위 주정차도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한정된 인력으로 불법주정차를 단속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인도 위에 주정차도 과태료 대상이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홍보해 시민의식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탓인지 갑자기 채솟값이 너무 올랐어요. 납품 업자도, 식당 사장들도 ‘숨 못 쉬겠다’고 난리인 상황이죠.” 코로나19 사태로 식자재값이 폭등한 상태에서 최근 장마, 폭염 등 기상 악재까지 덮치면서 과일·채솟값이 급등하고 있다. 정부는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자영업계나 도소매 현장 등에선 여전히 신음 중이다. 31일 오전 4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채소2동. 꼭두새벽부터 채소 박스를 실어 나르는 도매상인과 구매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시장 한 켠에선 채소 경매가 한창이었지만, 물건을 고르는 업체 관계자나 상인들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풋고추를 낙찰받은 구매자 A씨는 "한 달 전보다 5배가량은 뛴 것 같다. 나날이 채솟값이 뛰어 올라 원가 부담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그 여파는 식당가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수원 팔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 역시 걱정이 크다. 식자재 구매 영수증을 보던 그는 “1주 전만 해도 상추 한 박스 가격이 11만5천 원이었는데 지금은 이보다도 더 뛴 상태”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출혈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일, 채솟값까지 인상되다 보니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유통정보 자료를 보면 지난 30일 기준 적상추 4㎏당 도매가 평균값은 7만220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1개월 전(2만2천432원)과 비교해도 222%나 뛴 수준이다. 시금치 역시 4㎏당 4만9천800원으로, 한 달 전(1만9천76원)보다 161.1% 올랐다. 이어 ▲브로콜리 8㎏당 4만1천260원(전월 대비 26.1%↑) ▲열무 4㎏당 1만2천266원(20.6%↑) ▲무 20㎏당 1만7천29원(8.8%↑) 등이 적게는 8%부터 많게는 222%까지 급등했다. 과일 가격도 엇비슷한 상황이다. ▲수박 1개당 2만2천740원(28.2%↑) ▲사과 10㎏당 7만9천380원(17.6%↑) ▲망고 5㎏당 5만4천320원(12.6%↑) 등 상당수 품목이 12~28.2%까지 몸값을 올렸다. 이처럼 농산물값이 고공행진한 주 이유는 ‘폭우·폭염’ 때문이다. 농지 침수 피해 등으로 생산량이 떨어지면서 소비 수요를 맞출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이 같은 피해는 이번 폭염으로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과수·채소·축사·양식장 관련 폭염 피해를 막기 위해 대안을 꺼내기도 했지만 현장에선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는 지난 27일 과수·채소·축사·양식장 관련 폭염 피해가 없도록 차양막 설치, 환기 시설 가동 등을 지원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배추·무 비축 물량 적기 방출 ▲시설채소에 대한 출하장려금 지원 등 농·축산물 수급 안정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채솟·과일값에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는 당분간 이 같은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물가 안정을 위해선 유통 과정 모니터링 등 정책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예측 불가능한 농·수산물 시장이 불안정한 기후 여건까지 겹치며 가격 상승 기조를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정부는 유통 과정 모니터링 등을 통해 안정적·체계적인 수급 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위를 피해 갈 수 있는 곳은 다리 밑밖에 없습니다.” 27일 오전 9시30분께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수원역 일대.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무더운 아침 작은 정자에서 노숙인 두 명이 잠을 자고 있었다. 내리쬐는 태양열을 피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얼굴엔 우산을 덮고 있었지만 온전히 폭염을 피하기는 역부족인 상황. 더위에 지친 이들은 수차례 뒤척이기를 반복하다 결국 짐을 챙겨 그나마 그늘이 진 기둥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건너편 육교 밑에는 또 다른 노숙인이 이불과 상자 등을 깔고 앉아 손으로 연신 부채질을 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노숙인 이모씨(66)는 “한낮엔 더워서 머리가 핑 돌고 어지러울 때도 있다”며 “어제도 더워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앞으로 더 더워질 텐데 남은 여름을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같은 날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의 한 공원도 비슷한 상황. 인적이 드문 공원 한 쪽 나무 그늘 밑 벤치에 노숙인 김모씨(72)가 가방을 내려놓고 땀을 흘리며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더위를 피해 역 대합실과 화장실 등을 수시로 옮겨 다녔다는 김씨는 “하루 종일 시원한 곳을 찾아다니는 게 여름철 일상이다. 너무 더워 숨 쉬는 것조차 어려울 지경”이라며 “사람들이 많은 곳은 피해 최대한 시원한 곳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기온이 35도까지 치솟는 등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기도내 노숙인들이 여름 나기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일정한 주거 시설이 없는 노숙인들은 여름철 온열질환에 쉽게 노출돼 있어 무더위를 피할 시설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노숙인은 2019년 992명, 2020년 617명, 2021년 841명, 2022년 기준 788명이다. 이들 노숙인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일시보호시설이다. 일시보호시설은 노숙인들에게 일시적인 잠자리와 급식을 제공하고 응급처치 등 일시보호 기능을 하면서 노숙인 종합지원센터에 상담 의뢰, 병원 진료 연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노숙인 수에 비해 보호시설 수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이다. 도내 일시보호시설은 수원, 성남, 의정부 등 3곳뿐이다. 이들 시설의 수용 가능 인원도 각각 40명, 22명, 1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강관석 수원노숙인종합복지센터장은 “숨쉬기조차 무더운 날씨에 거리 노숙인들은 온열질환에 상시 노출돼 있다. 현재 시설만으로는 많은 노숙인을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보호시설을 늘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당장 시설 확충이 어렵다면 이들을 위한 일시적 피서 공간이라도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경기도 관계자는 “일시보호시설을 늘릴 계획은 없다”면서도 “고시원 숙박 허용 등 노숙인들을 위해 다른 시스템을 가동 중”이라고 전했다.
“양심 없는 사람들 때문에 진짜 미치겠어요. 매일 ‘쓰레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27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권선동 A셀프세차장. 한창 세차 중인 차주들의 차량 너머로 거대한 쓰레기더미가 눈에 띄었다. 쓰레기 수집 공간도 아닌 이곳엔 박스부터 옷걸이, 우산, 와이퍼, 방석, 매트, 지팡이까지 잡다한 폐기물이 널브러져 있었다. 한편에 마련된 분리수거장은 이미 쓰레기로 가득 찬 상태였으며 일부 캔과 병 등 재활용 쓰레기는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세차장 곳곳에 부착된 ‘쓰레기 버리는 곳 아닙니다’, ‘쓰레기 무단 투기 시 범칙금 고지서 선물로 보내 드립니다’, ‘매트, 우산, 어항 투기 금지’ 등 경고 현수막이 무색할 따름이었다. 이곳을 운영 중인 이양원 대표(46)는 “심할 땐 40만원을 주고 차량을 불러 폐기물을 처리한 적도 있다”며 “기저귀, 속옷 등 종류도 다양하다. 제가 없는 주말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각 화성시 반월동 B셀프세차장 사정도 매한가지.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라고 적힌 현수막 아래로 쓰레기로 가득 찬 봉투 10여개가 나뒹굴고 있었다. 그 옆으론 세차에 사용되는 물질이 담겼던 것으로 추정되는 말통 10개도 버려져 있었는데, 최근 비가 내린 탓인지 주변이 온통 원인 모를 시꺼먼 침출수로 도배돼 있는 상황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차주 김종혁씨(가명·27)는 “여긴 세차하러 올 때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쓰레기가 넘쳐난다”며 “환경을 위해서라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도내 셀프세차장이 일부 양심을 저버린 이용객들의 무차별적인 쓰레기 무단 투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더욱이 지자체가 권한 상 한계로 이를 단속하는 데 차질을 빚고 있어 무엇보다 올바른 시민 의식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달 기준 경기도내 세차장은 모두 2천985곳으로, 이 중 셀프세차장은 158곳 상당이다. 다만 아직 31개 시·군 전체가 전산화를 완료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실제론 이보다 더 많은 셀프세차장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셀프세차장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엄연한 현행법 저촉 행위다. 폐기물관리법 제8조는 시설 관리자가 지정한 방법을 따르지 않고, 생활폐기물을 버려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관리주체인 지자체는 폐기물 관련 민원 및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단속하는 데 애로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셀프세차장에 폐쇄회로(CC)TV가 없거나, 있더라도 차량번호가 영상에 담기지 않는 한 범법자를 특정해 단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셀프세차장 측이 CCTV 자료 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점도 한 몫 한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민원이나 신고를 받고 나가도 단속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도 폐기물 불법 투기 최소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무엇보다 시민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경섭 한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쓰레기 무단 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시민 의식 개선”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사장을 지나갈 때마다 불안한데 안전 관리가 안되는 게 말이 됩니까?” 20일 오전 9시께 평택시 고덕동 일대. 건물 건축과 리모델링 공사 등이 이뤄지는 이곳 도로 곳곳엔 철근과 철판 등 공사 자재가 널브러져 있었다. 공사장 대부분엔 안전펜스조차 없었고, 공사 중인 건물엔 철근이 휑하게 드러날 정도로 부실한 천막이 설치돼 있었다. 더욱이 공사 차량이 오가고 자재가 통행을 방해하고 있었지만 안전 설비는 물론 보행자의 통행을 유도하는 안전요원도 없었다. 이곳 주민 이정연씨(가명·39·여)는 “공사장 인근을 지날 때마다 아슬아슬하다”며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비바람에 자재가 갑자기 떨어질까 봐 다른 길로 돌아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안양시 동안구의 한 공사장도 마찬가지. 인도와 공사장의 외벽 천막은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폭이 좁았다. 공사장과 맞닿은 구간엔 임의 통로가 마련돼 있었지만 통로 내부 역시 천장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낮았으며 나무 자재가 삐져나와 있어 시민들은 불안해하며 지나가거나 차도로 보행하기도 했다. 경기도내 중소형 공사 현장에서 보행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안전대책이 수립돼 있는 공사 현장 근로자들과 달리 보행자를 대상으로 한 방안은 미흡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현행법상 사업주는 사업장에 안전관리자를 의무적으로 둬야 한다. 하지만 이는 산업재해 예방이 목적이며 노동자 안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욱이 공사 금액 50억원 이하인 소규모 공사현장은 이 마저도 해당되지 않는다. 지난 1월 부산의 신축 건물 공사장 15층 높이에서 벽돌 더미가 떨어져 시민 2명이 다쳤으며 지난 5월 서울의 철거 현장에선 가림막이 인도 쪽으로 기울어 길을 걷던 시민이 다치기도 했다. 이처럼 공사현장에서 보행자의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사실상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법안은 마련돼 있지 않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작업 현장의 안전 규정 노동자에게만 집중돼 보행자나 주변 시설 안전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며 “특히 소규모 공사장일수록 시민과 밀접하기 때문에 사고 등 피해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안전인식을 고취시키고 공사 전 보행자 안전 문제를 정확하게 명시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후문도 통학로입니다. 차도와 구분 없는 통학로를 개선해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세요.” 19일 오전 8시30분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송원초등학교 후문 앞. 후문으로 이어지는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에 차들이 쉴 새 없이 지나다니고 있었지만, 양쪽 인도는 학생 2명이 겨우 지나다닐 만큼 폭이 좁았다. 또 후문으로 바로 이어진 통학로 100m 구간 일부가 끊겨있었다. 인도와 차도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 펜스도 설치돼 있지 않아 차들이 보행자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기도 했다. 더욱이 ‘ㄱ’자 모양의 직각 형태인 후문 통학로 진입 구간이 불투명한 학교 방음벽으로 인해 운전자의 시야 확보가 어려워 지나가던 학생과 마주치는 아찔한 상황도 포착됐다. 수원 송원초등학교 후문의 통학로가 폭이 좁고 끊겨있어 학생들의 등하굣길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학교 측의 반대로 통학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수원특례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송원초 학생들을 위한 통학로 개설과 투명방음벽 교체 등을 요구하는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인들은 통학로 일부 부재와 운전자 시야 미확보로 인한 교차로 사고위험 등을 이유로 안전한 통학로 조성을 촉구했다. 시는 현장답사를 통해 통학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 지난 5월 송원초등학교와 수원교육지원청에 ‘학교 부지를 활용해 통학로 조성 가능 여부를 검토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학생들이 후문 통학로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송원초등학교 학생 전부 정문을 이용해 통학하기 때문에 후문 통학로 개선은 필요없다”며 “후문 근처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학생 6명 또한 정문을 이용해 통학하도록 지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방음벽의 경우 후문 통학로 전 구간을 투명방음벽으로 변경해 주면 검토해 보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일부 학부모들과 주민들은 학교 측의 안일한 태도에 불만을 표출했다. 인근 주민 황희영씨(가명 ·55)는 “지난 번에도 학생이 차도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사고가 날까 봐 노심초사했다”며 “후문을 이용하는 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통학로가 개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는 통학로 개선을 하기 위해선 학교 부지를 사용해 넓혀야 하는 만큼 학교장의 동의가 없으면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수원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학교 측과 소통해 보겠다”며 “학생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통학로 개선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 잠길지 모르는 지하차도, 불안합니다.” 18일 오전 9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화서동의 화산지하차도. 새벽부터 내린 비로 지하차도 곳곳에 생긴 물웅덩이 위를 차량들이 재빠르게 물길을 가르며 지하차도를 벗어나고 있었다. 매년 폭우 시 침수되는 이곳은 지하차도 내부에 물이 들어찼을 때를 대비해 총 8개 배수펌프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배수펌프 집수정의 용량이 작고 인근 서호천으로 배수가 이뤄져 단기간 집중호우 시 하천의 수위가 오르면 제대로 된 배수 기능을 할 수 없다. 운전자 최인영씨(36·가명·여)는 “많은 비가 올 때 큰 사고가 날까 봐 지하차도를 이용하기 꺼려진다”며 “폭우 시 빠르게 물이 들어 차가 언제 침수될지 모르는데 어떻게 마음 편히 다닐 수 있겠냐. 제대로 배수가 되는지도 의문”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같은 날 안산시 단원구 신길동의 신길지하차도 역시 비슷한 상황. 비가 내리자 금세 크고 작은 물웅덩이가 만들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하차도 내 빗물받이와 하수구는 오랫동안 쌓여 덩어리진 부유물로 꽉 막혀 있었다. 또 지하차도가 신길천 수위보다 낮게 설계돼 우수 유입량이 과다하면 배수펌프만으로 한계가 있어 보였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로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경기도내 지하차도 역시 상습적으로 침수가 되고 있지만 여전히 배수시설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지하차도는 총 288곳이다. 비교적 지대가 높은 일부 지하차도를 제외하곤 지하차도 내·외부에 물을 배출시키는 배수펌프가 설치돼 있다. 이 같은 지하차도 배수펌프는 각 지자체에서 관리를 하고 있으며 수위 변동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된다. 문제는 단기간 지하차도의 수위가 오르면 펌프가 배수할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리적 여건상 하천 가까이 위치해 있는 지하차도의 경우 배수를 하천으로 하게 되는데 폭우로 하천의 수위가 높아지면 배수 자체가 원활하지 않다. 또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같이 기계식 배수펌프가 있는 곳은 침수로 인한 배전선 고장도 노출돼 있다. 이에 지자체는 호우 시 모니터링과 현장 통제 등으로 지하차도의 침수를 예방한다고 하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수원특례시 관계자는 “단기간 빠르게 지하차도에 물이 차게 되면 배수펌프만으로 완벽한 배수가 부족하다”며 “실시간 모니터링과 현장 통제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국지성 호우로 지하차도도 풍수해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며 “배수펌프 처리 용량을 늘리는 것이 최우선이며 일정량 비가 내리면 이를 알리는 전광판과 자동차단시설 등 여러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친환경차 인프라가 좋아졌다고들 하지만, 인식이 저조해 불편함은 여전합니다.” 17일 오후 2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정자동 수원상공회의소 전기차 충전구역. 아이러니하게도 전기차 충전기 3대가 설치돼 있는 각 주차공간을 하얀색 번호판을 단 내연차가 모두 차지하고 있었다. 때마침 이곳을 찾은 한 내연차 역시 눈치라도 보듯 한참을 배회하다 결국 자리를 옮겼다. 또 다른 내연차는 이곳 앞에서 이중주차를 시도하기까지 했는데, 여의치 않은 듯 포기했다. 그동안 이를 문제 삼거나 저지하는 사람은 단 1명도 없었다. 중간 중간 이 인근을 지나는 방문객들도 있었으나 그저 발걸음을 재촉하는 데 여념 없는 모습이었다. 내연차 운전자 박모씨(50대)는 “어딜 가든 주차공간은 늘 부족하다”며 “그런데 전기차 전용공간까지 조성돼 더 부족해졌다. 그럼 이곳에 주차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도리어 따졌다. 비슷한 시각 화성시 반월동 소재 아파트 A동 전기차 충전구역(3면)에도 어김없이 내연차 1대가 주차돼 있었다. 전기차 충전시설 옆 벽면에 붙은 ‘경유차, 가솔린차, LPG차 주차 불가. 과태료 10만원’이라는 내용의 포스터가 무색할 따름이었다. 이를 목격한 일부 전기차주들은 화를 참지 못하고, 차에서 내려 “어이가 없다”며 버럭 성질을 내기도 했다. 전기차주 한모씨(50대)는 “친환경차를 위한 주차 공간에 내연차를 대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며 “아무리 인프라가 좋아졌다고들 하지만, 친환경차에 대한 인식이 한참 뒤떨어져 불편함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전국적으로 활발히 조성되고 있는 친환경 자동차 충전 및 전용주차구역에 내연기관 자동차가 주차돼 있는 등 불법행위가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환경차 개발·보급을 촉진해 국민 생활환경 향상을 도모하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조성 취지와는 달리 관련 인식이 한참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와 경기도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도내 31개 시·군에 접수된 불법 주·정차 신고 중 ‘친환경차충전구역’ 관련 신고는 1만7천242건에 달한다. 4월 5천622건, 5월 5천823건, 6월 5천797건 등으로 월평균 5천건 이상씩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이달 들어선 지난 1일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3천742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현행 친환경자동차법은 친환경차 충전구역에 물건을 쌓거나 통행로를 가로막는 등 충전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내연차를 친환경차 충전구역이나 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해서도 안 된다. 이를 위반할 시 최소 2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많은 불법행위가 자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엄격한 법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 친환경차에 대한 인식이 한참 저조한 데 따른 양상이라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실시간 관리·감독을 시행해 법을 제대로 집행할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친환경차에 대한 운전자 의식 제고를 위한 반복적 교육도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유관기관과 대책 마련 중”이라며 “친환경차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농사는 다 망쳤네요. 앞으로 비가 더 온다는데, 더 이상 가망이 없습니다.” 17일 오전 10시께 안성시 대덕면 신령리 소재 오이농장. 1만6천500㎡(5천평) 규모에 달하는 이 농장은 지난 주말 호우로 온통 ‘물바다’로 변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비닐하우스 안으로 발을 딛자마자 질퍽한 진흙이 발을 감싸고돌아 쉽게 움직일 수조차 없었고, 곳곳엔 여전히 물웅덩이가 고여 있는가 하면 농기구가 요란하게 널브러져 있기도 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는 오광식씨(78)는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이곳에서 10여년간 오이를 재배해 왔지만, 이런 피해를 당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오씨는 “꼭두새벽부터 꼬박 하루 동안 배수펌프로 물을 빼 봐도 소용없을 정도였다”며 “올 한해 농사는 이미 다 망쳤다. 오이 없이 무엇으로 먹고 사냐”고 고개를 휘저었다. 같은 날 오후 12시께 화성시 서신면 홍법리에서 홍성선씨(67)가 운영하는 9천900㎡(3천평) 규모 포도농장 역시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가 역력했다. 농장을 둘러싸고 있던 뚝이 무너져 내려 나무와 토사 등이 포도밭 일부를 덮친 것이다. 이로 인해 포도나무들이 부러지고, 농장 펜스가 붕괴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홍씨 표정은 근심으로 가득했다. 이번 주 추가적인 비소식이 예고되면서 올해 수확해야 할 포도 1천200여주에 대한 걱정이 앞서서다. 포도의 경우 빗물에 과하게 노출될 경우 열매가 터지거나 잘 익지 않는 등 악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많은 양의 비가 내린 뒤엔 병충해 위험도 커진다. 홍씨는 “한창 포도가 익어야 할 시기인데, 비가 많이 와 이 마저도 지체되고 있다”며 “그런데 이런 부수적인 피해가 발생하니 속상할 따름”이라고 호소했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호우로 경기지역 농작물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당분간 호우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경기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전국적으로 이번 호우에 따른 농작물 피해는 2만6천933.5㏊(침수 2만6천893.8㏊‧낙과 39.7㏊), 농경지 피해는 180.6㏊로 집계됐다. 경기지역에서도 현재까지 13건(5.6㏊)의 농작물 및 농경지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도는 지난 주부터 호우가 집중돼 왔으나 주말이 포함된 탓에 신고량이 저조하다고 판단, 31개 시·군에 현장 조사와 피해 현황 취합 등을 요청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 역시 도내 일부 지역에 호우가 내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도내 농작물 및 농경지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18일까지 서울·인천·경기북부엔 10~60㎜, 경기남부엔 30~1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평택, 안성, 여주, 이천 등은 최대 120㎜의 비가 내릴 것으로 관측됐다. 도 관계자는 “침수·매몰·유실·낙과 등 농작물 및 농경지 신고는 계속 접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각 지제체와 함께 농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녹슬고 부서진 육교 계단을 보면 두렵지만, 횡단보도가 없으니 어찌하겠습니까.” 13일 오전 8시30분께 인천 중구 항동7가 91의2 일대 연안 보도육교. 모든 계단이 심하게 녹슬어 있었고, 계단마다 턱이 부서져 나가 파편이 주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계단에 수직으로 댄 철판도 부서져 내부 콘크리트가 훤히 보이는 등 관리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고 있었다. 육교의 상부구조물도 상황은 마찬가지. 일부 바닥 타일이 부서져 파편 조각이 뒹굴고 있었고, 파여진 바닥에는 빗물이 고여 있었다. 또 육교와 난간을 잇는 구조물도 녹슬어 색이 변해 있었다. 주민 김예지씨(25)는 “육교 계단을 올라가는데 계단 턱을 밟을 때마다 부서지는 소리가 나서 이용할 때마다 혹시라도 무너질까봐 무섭다”며 “출근을 위해 버스를 타려면 길을 건너야하는데, 이 육교 말고는 건널 방법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이용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시민들이 출퇴근 등을 위해 매일 이용하고 있는 중구의 한 보도육교의 노후화가 심각해 ‘제2의 정자교 붕괴 참사’가 재현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날 인천시 등에 따르면 시가 지난 1월 해당 보도육교에 대한 긴급안전점검을 한 결과, 철 구조물과 연결 볼트 등의 부식 및 균열이 심각해 보수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점검단은 당시 구조물이 불안정하고, 보행자들이 넘어질 우려도 커 보수 전까지 보행자 이용을 통제해야 한다는 종합의견을 냈다. 중구도 지난 2021년 연안보도육교 정기안전점검을 해 C등급 판정을 했지만, 2년째 손을 놓고 있다. 구는 당시 전면 보수 계획을 세웠다가, 올해 말까지 육교를 철거한 후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쪽으로 최근 계획을 변경했다. 결국 안전상 심각한 보도육교가 2년째 주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육교 구조물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강도 등이 약해져 안전사고가 언제 발생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육교의 안전 기준이 법 기준을 만족하더라도 위험하다는 판단이 서면,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횡단보도를 요구해 이를 받아들이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며 “철거 및 조치작업을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해명했다.
“내일도 폭우라던데…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으면 불안해서 잠도 잘 안 와요.” 12일 오전 10시께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의 한 다가구주택. 이곳 주택 반지하에는 전날 내린 폭우로 빗물이 범람한 흔적이 가득했다. 빌라 입구에는 비에 젖어 쓸 수 없게 된 망가진 가구와 담요가 쌓여 있었고 반지하 창고는 빗물로 가득차 있었다. 주변에 있는 다른 반지하 주택은 대형 비닐봉지를 이용해 창문을 테이프로 막아둔 모습이었다. 경기일보 취재진이 인근 반지하 주택 20곳을 둘러본 결과, 침수 피해를 막아줄 수 있는 물막이판을 설치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창틀이 지면과 5㎝ 높이도 되지 않을 만큼 거의 맞닿아 있는 곳에도 방범용 창만 설치돼 있을 뿐이었다. 주민 고성민씨(68)는 “반지하에 사시는 분 중에는 어르신들이 많아서 그런지 물막이판을 설치하지 않은 곳이 많은 것 같다”면서 “대부분은 아크릴판이나 나무판을 이용해 각자 임시방편으로 막아놓는 수준이라 비가 오면 피해가 클 것 같아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주택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붉은색 벽돌의 구축 빌라가 몰려 있는 골목에 들어서자, 계단을 6~7칸 내려가야 출입문이 있는 반지하 가구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반지하 주택 중에 물막이판이 설치된 곳은 찾을 수 없었다. 경기지역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침수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물막이판이 설치돼 있지 않아 폭우 피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반지하 주택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13일부터 시간당 30~80㎜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면서 침수 우려가 큰 반지하 등 취약 가구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사전 안전관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반지하 주택은 8만7천914가구로 이 중에서도 침수 우려가 있는 해당 주택은 8천861가구(재난지원금·풍수해보험금 수령 기준)이다. 도는 반지하 주택의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수요조사를 통해 4천312곳에 물막이판 설치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물막이판이 설치되지 않은 반지하가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학과 교수는 “반복되는 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침수 우려가 큰 반지하는 모두 물막이판을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물막이판 설치 사업에 대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띠 하나 달랑 걸친다고 통제가 됩니까?” 11일 오전 10시께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일대 하천 산책로. 지난 밤부터 내린 비 탓에 흙탕물로 변한 하천은 금방이라도 산책로까지 넘칠 듯 불어나 있었다. 자칫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휩쓸려갈 듯 거센 물살이 흐르고 있었다. 하천 입구엔 통행금지를 알리는 안전띠 한 줄이 걸려 있었지만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띠를 넘어 산책로를 이용하고 있었다. 더욱이 안전띠가 없는 갓길과 안전띠가 끊긴 입구를 이용해 하천에 들어가는 시민들도 목격할 수 있었다. 갓길을 통해 산책로로 향하던 배은수씨(가명·41)는 “막아둔 곳이 아니어도 입구는 많아 그냥 들어갈 수 있다”며 “비가 많이 와 입구를 통제했다고 하는데 띠 하나 달랑 걸쳐 둔 것이 제대로 된 통제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같은 날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과 의왕시 청계동의 하천 역시 마찬가지. 하천 곳곳엔 빗물과 범란된 물에 쓸려온 풀과 나무, 쓰레기 등 부유물이 곳곳에 모여 있었다. 누런 흙탕물로 변해 불어난 하천 입구엔 ‘강우 시 통행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지만 표지판이 무색하게 안전띠가 훼손돼 있어 시민들이 자유롭게 하천에 들어가고 있었다. 여주의 한 하천에서 산책로를 걷던 75세 남성이 불어난 물에 휩쓸려 사망하는 등 연이은 폭우로 경기도내 하천이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통제는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천은 폭우 시 수위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물살이 빨라 고립 및 침수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커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집중호우로 하천 범람 위험은 항시 존재한다며 이를 막기 위한 지자체의 명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많은 비가 내리면 하천이 범람해 강변 산책로를 덮치는 등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산책로 출입구에 통행 금지선 등을 설치하고 있지만 쉽게 훼손돼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관계기관은 철저한 통제와 함께 사고 사례를 활용해 폭우 시 하천의 위험성을 알리고 시민들은 안전의식을 고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경기도 관계자는 “하천 출입구에 재난 안전선을 설치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뚫고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안전을 위해 현장점검 등으로 하천을 철저히 통제하고 재난문자 등을 통해 하천 범람 및 침수 위험을 알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병원 문 여는 시간에 오면 접수만 2~3시간 걸려요. 애가 아픈데 미리와서 번호표라도 뽑아야 해요.” 11일 오전 7시30분께 미추홀구 주안동의 ‘병원급’ 2차 A병원. 조기 진료가 시작하는 오전 8시 이전부터 5명의 부모와 아이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첫 진료를 시작했을 땐 이미 10여명 이상 대기 중이다. 이 병원은 조기 진료까지 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기줄이 길다. 나소희씨(33)는 “감기에 걸린 아이가 며칠째 낫지 않아 병원에 왔는데, 대기환자가 너무 많다”며 “2차 병원에 올 때마다 항상 대기가 길다”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B어린이병원도 마찬가지다. 첫 진료 2시간 전부터 번호표를 뽑으려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이 병원은 입원실을 갖춘 소아전용 병원급 2차 병원이다. 이 곳을 찾은 이현세씨(30)는 “17개월 아이의 폐렴 치료를 위해 새벽부터 준비하고 와 ‘오픈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서 30분이나 걸리는 곳이지만, 집 근처에는 입원할 병원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인천지역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병원급 이상의 소아청소년과 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시에 따르면 인천의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129곳, 병원은 46곳이다. 이 같은 소아청소년과 의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142곳에서 불과 6개월 만에 13곳이 줄었다. 지난 2017년보다는 20곳이 감소했다. 대부분의 2차 병원들은 진료접수에만 무려 2~3시간을 기다려야한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 부모들이 병원 문 열기를 대기하는 ‘오픈런’까지 하고 있다. 현재 인천지역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사) 수는 인구 10만명 당 58.2명(전국 평균 61.6명)에 불과하다. 이 같은 의료공백으로 자칫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할 아이들이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아이들은 경증에서 준중증, 그리고 중증까지 빠른 시간에 악화하기 때문이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은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줄어들며 발생한 의료 공백으로 인해 2차 병원으로 몰리는 것”이라며 “아이들 병실이 없어서 사망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3~7년 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공급이 쉽지 않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확보한 인력·시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아청소년과가 부족한 곳에 공공의료를 투입하는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부족한 만큼, 전반적인 의료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우선 인천지역의 필수의료 제공 체계를 확충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폭우와 폭염이 반복하면서 도매 채소 가격은 급등하는데, 막상 팔 때는 시들어서 버려야 할 정도에요.” 5일 오전 11시께 인천 부평구 삼산농산물도매시장의 한 상가. 상가 주인 최경자씨(69)가 앞에 쌓아놓은 열무 더미에서 이미 시들어 축 처진 제품들을 골라내 빈 상자에 담고 있다. 모두 이날 새벽 2시에 도매로 산 물건이지만, 폭염 탓에 이미 시든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 1단(1.2㎏)에 1천500원대인 열무는 올해 일찍 닥친 폭우 탓에 도매가가 3천500원대로 치솟았다. 하지만 곧바로 폭염이 오면서 9시간도 지나지 않아 시들어 손님들에겐 고작 1천원에 팔고 있다. 반나절만에 열무 1단에 2천500원의 손해를 보는 셈이다. 최씨는 “날이 더워지면서 오전 10시부터 이미 채소의 숨이 죽는다”며 “비싸게 산 채소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헐값에 파는데도 잘 팔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심한 제품은 싸게 내놔도 아예 팔리지 않아 그냥 버릴 수 밖에 없다”며 “10단 중 3단은 버리는 듯 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시금치와 상추가 2주만에 배 이상 가격이 오르는 등 채소 가격이 많이 오른 탓에 아예 손님들의 발걸음이 줄고 있다. 상인 박영훈씨(54)는 “하루 이틀 쏟아진 비 때문에 벌써 채소가격이 난리”라며 “이러다 1박스에 2만원이던 상추가 10만원까지 치솟게 생겼다”고 했다. 인천지역 상인들이 최근 장마로 인한 폭우와 폭염이 번갈아 오면서 채소 가격 급등과 매출 하락으로 시름을 앓고 있다. 삼산농산물도매시장관리사무소의 품목별 가격정보 등을 분석한 결과, 적상추(4㎏)는 1주일 전인 지난달 27일 6천원에서 이날 1만2천296원으로 105% 올랐다. 또 시금치(4㎏)는 1만75원에서 1만7천306원으로 72%, 가시오이(10㎏)도 9천167원에서 1만6천289원으로 77% 가격이 상승했다. 사무소 측은 장마가 일찍 시작하면서 채소 출하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가격이 전체적으로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또 곧바로 이어진 폭염에 채소들이 물러지면서 상인들의 전체적인 경영 상황 악화가 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시민들은 채소 가격에 부담이 커져 아예 채소를 구입하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다. 시민 김영준씨(58)는 “가뜩이나 물가가 다 올랐는데, 채소는 더 심하게 오르는 듯 하다”며 “아예 먹는 쪽에서 전체적으로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의 한 관계자는 “장마철이면 같은 현상이 있지만, 올해는 유독 물가 급등으로 인해 더욱 심해진 상황”이라며 “채소 상인을 비롯해 전체적인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한편, 시는 5일 민생안정특별위원회(민생특위) 민생경제지원반 회의를 열고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물가안정 등 서민경제와 밀접한 분야의 문제를 논의했다. 민생경제지원반은 곧 현장 의견을 수렴해 대응 방안을 찾을 예정이다.
“1년 만에 돌아온 수달의 유일한 서식지, 황구지천을 보호해 주세요.” 4일 오후 1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황구지천 일대. 이곳은 지난달 25일, 멸종위기 야생생물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 한 마리가 뛰어가는 모습이 1년 만에 다시 포착된 곳이다. 황구지천은 수원의 유일한 자연형 하천으로 수달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었지만, 1년 동안 수달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서 불법 쓰레기 투기와 하천정비사업 등으로 수달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이어져 왔다. 실제로 하천 일대에는 여전히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듯한 나무판자와 음료수 캔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인근 수풀에도 옥수수 캔, 유리병 등 각종 생활 쓰레기가 뒤섞인 봉투가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황구지천 원효매교 아래는 농자재 폐비닐 쓰레기와 건설폐기물 더미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정체 모를 약품 상자도 수십개가 쌓여 있어 한쪽 벽에 붙은 ‘자율정비 계고장’을 무색케 했다. 시민 이수영씨(가명·40)는 “비도 오는데 약품을 이대로 방치하다가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면 어떡하냐”며 “수원시는 수달이 이곳에서 발견된 걸 알면서도 생태 보전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황구지천 수원 구간에서 모습을 감췄던 멸종위기종 수달(경기일보 2022년 7월4일자 6면)이 1년여 만에 센서 카메라에 포착된 가운데 여전히 이곳 일대 주변이 불법 낚시와 쓰레기 투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지난해 황구지천 일대를 정비하고 산책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하천 일대의 수풀이 파헤쳐지는 등 수달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좁아진 만큼 서식지 보호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홍은화 수원환경운동센터 사무국장은 “수달은 하천을 따라 최대 15㎞까지 움직이며 생활하는데, 번식기인 봄·여름에 하천 정비공사가 진행되면서 예민해진 수달이 1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황구지천은 수원내 유일한 수달 서식지인 만큼 생태계 보전계획과 지속 가능한 관리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불법 낚시꾼들을 감시하기 위한 명예감시원을 두고 강력한 계도 조치를 하겠다”면서 “황구지천 인근 상습 쓰레기 불법 투기 지역에 CCTV 설치를 논의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9년 6월 황구지천 수원 구간에서 처음 발견된 수달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천연기념물 제330호)으로 지정돼 있으며, 수컷·암컷 등 두 마리의 수달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