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14일 “김정일 위원장, 북쪽의 지도자 여러분 서울에서 만납시다”라며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을 공식 초청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저녁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단독 회담이 끝난 뒤 평양시내 목란관에서 열린 김 대통령 주최 만찬 연설에서 “김 위원장과 저는 정상회담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김 대통령은 “이제 비로서 민족의 밝은 미래가 보인다”면서 “화해와 협력과 통일에의 희망이 떠오르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김 위원장에게 “우리는 진정으로 남과 북이 서로 협력해 공동의 번영을 이룩하고자 힘을 합칠 것을 제의하는 바”라면서 “앞으로 남북간에 협력을 구체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우리 두 사람과 책임있는 당국자간의 지속적인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또 “남과 북에서 애타는 심정으로 재결합을 기다리는 수많은 이산가족이 가까운 시일안에 혈육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인도적인 결단도 보여주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김 대통령은 “지속적인 대화와 교류를 통해서 서로 이해를 넓히고 믿음을 쌓아가면 협력 또한 확대될 것”이라며 “드디어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평화가 가득차고 한강과 대동강에서 번영의 물결이 넘칠 것이며 마침내 꿈에 그리던 통일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양=공동취재단
존경하고 사랑하는 평양시민 여러분. 그리고 북녘동포 여러분! 참으로 반갑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보고 싶어 이곳에 왔습니다. 꿈에도 그리던 북녘 산천이 보고 싶어 여기에 왔습니다. 너무 긴 세월이었습니다. 그 긴 세월을 돌고 돌아 이제야 왔습니다. 제 평생에 북녘 땅을 밟지 못할 것같은 비감한 심정에 젖은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평생의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남북의 7천만 모두가 이러한 소원을 하루 속히 이루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무엇보다 저와 우리 일행을 초청해주신 김정일 위원장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들을 이처럼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여러분에게 또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남녘 동포들의 따뜻한 안부의 정도 여러분에게 전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남녘 동포의 뜻에 따라 민족의 평화와 협력과 통일에 앞장서고자 평양에 왔습니다. 남녘 동포가 이번 김정일 위원장과 저의 회담에 거는 기대만큼이나 북녘 동포여러분의 기대 또한 크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꿈만 같던 남북 정상간의 만남이 이루어진 만큼 지금부터 차근차근 해결해 갈 것입니다. 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남과 북 우리 동포 모두가 평화롭게 잘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데 모든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평양시민 여러분, 그리고 북녘 동포 여러분! 반세기 동안 쌓인 한을 한꺼번에 풀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작이 반입니다. 이번 저의 평양 방문으로 온 겨레가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통일의 희망을 갖게 되길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미처 이루지 못한 것은 2차, 3차 만남을 거듭해 반드시 해결해 내겠습니다. 김정일 위원장과 저에게 평양시민과 북녘동포 여러분의 힘찬 응원과 격려를 보내 주십시오. 북녘동포 여러분! 우리는 한 민족입니다. 우리는 운명 공동체입니다. 우리 굳게 손잡읍시다. 저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평양=공동취재단
김대중 대통령이 13일 오전 10시 25분께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북측 주요인물들이 공항에 나와 김 대통령을 영접했다. 이날 위성중계된 TV방송 장면에 잡힌 북측 주요 영접인물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국태·김용순·최태복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등으로 이들은 김 국방위원장과 함께 비행기 트랩 앞까지 걸어가 김 대통령을 영접했다. 이외에도 민족화해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윤혁 상임위 서기장이 김 대통령을 맞이했다. 기내 영접을 담당해 특히 눈길을 끌었던 북측 인사는 ‘금수산기념궁전 외사국장’ 전희정으로 김일성 주석 생존때에는 ‘주석부 외사국장’을 맡았다. 의장대 사열을 마친 뒤 김 대통령과 인사를 나눈 북측 인사 가운데에는 강석주외무성 제1부상,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양만길 평양시 인민위원장, 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 등 낯익은 얼굴들도 눈에 띄었다. 김 국방위원장의 부인 김영숙씨는 공항에 나오지 않았고 당 중앙위 비서 가운데 한성룡(경제 담당), 김기남(선전 담당), 김중린(노동단체 담당), 전병호(군수 담당), 계응태(공안 담당) 비서 등은 보이지 않았다. 이 외에 백남순 외무상의 모습도 TV중계 장면에는 보이지 않았다. 관계당국은 이번 공항 영접에 참석한 북한측 인사들 가운데 최고인민회의 및 대남사업 관련 인물들이 많이 포함된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했다./평양=공동취재단
북한 방송들은 13일 오후 5시 김대중 대통령의평양 방문 소식을 보도했다.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이날 오후 5시 정규 보도시간대에 “이번 상봉과 회담은 7·4 북남 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원칙을 재확인하고 민족의 화해와단합, 교류와 협력,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는 데서 전환적 국면을 열어놓는 역사적인 계기로, 민족주체적 노력으로 통일성업을 이룩해 나갈 겨레의 확고한 의지를 과시하는 중대한 사변”이라고 평가했다. 방송들은 “평양의 60여만 시민들이 역사적인 평양 상봉과 북남 최고위급 회담을 위해 오는 김대중 대통령과 그 일행을 동포의 정으로 뜨겁게 환영했다”고 이날 평양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환영군중은 남측 대표단의 이번 상봉과 회담 길이 7천만 겨레와 인류 양심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이 외세에 의해 갈라진 조국을 민족 자주로 통일하고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강성부흥의 새 조국을 일떠세우는 데 기여하는 정의로운 길이 될 것 이라는 기대를 표시하며 열렬히 환영했다”고 말했다. 북한 방송들은 “역사적인 평양 상봉과 북남 최고위급 회담을 위해 오늘 남측 대표단이 평양에 도착했다”며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김대중 대통령을 비행장에서 따뜻이 영접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인민군 육해공군 명예위병대 사열, 어린이들의 꽃다발 증정, 명예위병대의 분열행진 소식 등을 보도하고 김 대통령이 “서면으로 도착성명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방송들은 김 위원장이 김 대통령과 함께 차를 타고 김 대통령 숙소까지 동행했으며 숙소에서 환담하고 김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전했다. 이날 비행장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군총정치국장,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김국태·김용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김윤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서기장, 김영대 사회민주당 중앙위원장, 기타 당·정권기관·사회단체·내각의 성·중앙기관 간부들이 나왔다고 방송은 전했다. 한편 위성중계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5시 정규 보도시간에 김 대통령의 평양방문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으며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김 대통령의 방북 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방송들은 두 정상을 ‘김대중 대통령’과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 ‘경애하는 김정일 동지’로 각각 호칭했다./평양=공동취재단
분단 이후 처음으로 ‘대한민국’과 ‘REPUBRIC OF KOREA’라는 문구 및 태극마트가 선명하게 새겨진 특별기와 민항기 등 항공기 2대가 13일 오전 항공로를 통해 북녘땅 평양 순안공항에 내려앉았다. 김대중 대통령과 공식수행원을 태운 특별기와 특별·일반수행원과 공동취재단을 태운 아시아나 B-737기(1002편)는 이날 오전 9시45분께 북위 38도선을 넘어 북측 영공으로 들어갔다. 남북간의 ‘하늘 길’이 막힌지 55년만에 처음으로 열린 순간이었다. 창을 통해 들어온 북녘땅은 옅은 구름에 덮여 자세한 풍광을 볼수 없었다. 기내에는 곳곳에서 가벼운 흥분과 술렁거림이 일었으며 55년동안 막혔던 무거움에 비해 막혔던 장벽은 너무 가볍게 뚫렸다. 나지막한 동산, 도로, 하천 등 북녘의 풍광은 남녘땅과 다를 바 없었다. 논에는 모내기를 하기 위해 곳곳에 물이 차 있었으며 북한주민들이 모내기를 하는 광경이 보였고 일부 주민들은 일손을 멈추고 남측 대표단의 비행기를 쳐다보기도 했다. 공항 주변의 동산에는 돌을 모아 새긴 것으로 보이는 ‘위대한 주체사상 만세’라는 구호가 눈에 띄기도 했다. 평양 순안공항 주변은 소박하지만 깨끗하다는 인상을 주었고 각종 시설물도 새롭게 단장한 모습이었다. 공항 주변에는 양복과 군복차림의 북측 경비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었다. 특별기는 서울공항을 먼저 출발했으나 평양 현지 행사관계로 수행원을 태운 아시아기보다 15분정도 늦은 10시27분께 평양 순안공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수행원을 태운 아시아나기의 바퀴가 평양 순안공항에 굉음을 내며 닿자 기내에서는 일제히 “와”하는 탄성과 함께 힘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공항 환영행사를 끝내고 오전 10시50분 순안공항을 떠난 차량행렬은 20분만인 11시10분께 평양시 입구인 연못동에 도착해 잠시 정차했다.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 곳에서 잠시 차에서 내려 환영나온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를 했으며 악수를 하기도 했다. 평양시민들은 평양시 입구에서부터 연도에 나란히 서서 진홍색과 분홍색 조화(꽃술) 등을 흔들며 숙소로 가는 김 대통령 일행을 환영했다. 시민들은 조화를 열렬히 흔들며 “만세” “김정일 결사 옹위(擁衛)”를 끊임없이 외쳤다. 한 안내원은 “평양시민들이 대부분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 “남측의 대통령을열렬히 환영하기 위한 자발적인 인파”라고 말했다. 안내원들은 또 “위대하신 장군님이 여러분들을 따뜻하게 환영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 소감이 어떠냐”고 묻고 “김정일 장군님이 광폭(廣幅) 정치로 여러분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도의 시민들은 남자들의 경우 양복을 입거나 셔츠에 넥타이를 맨 차림이었으며 여자들은 대개 한복을 입고 있었다. 흰색 저고리와 검정색 치마를 입은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띄었다. 차량행렬은 연못동에서 4·25 문화회관까지의 ‘용 거리’, 전승기념관까지의 ‘비파거리’, 보통강 강안도로, 보통문, 만수대의사당, 옥류교, 만수대 언덕, 개선문 거리, 종로거리, 김일성 종합대학까지 평양의 주요거리를 10여㎞정도 순회했으며, 환영 인파가 단 한 곳도 빠짐없이 연도를 메우고 있었다. 차량행렬은 시속 평균 30㎞ 정도로 달렸고, 연도의 환영인파가 꽃을 흔들며 함성을 지르는 장면은 11시40분까지 무려 30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연도 중간 중간에는 학생들로 구성된 악대가 나와 행진곡 등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돋우기도 했다./평양=공동취재단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3일 평양순안공항에 직접 나와 김대중 대통령을 영접하고, 의장대 사열을 비롯한 공식 환영행사를 가졌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날 김위원장의 파격적인 영접에 대해 “김 국방위원장이 사실상 남한의 실체를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의 평양도착 TV 중계방송에 의하면 의장대 사열 장면에 남북 어느쪽의 국기가 등장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은 분단 55년만에 처음으로 평양 땅을 밟아 민족 화해와 협력을 논의할 김 대통령을 극진하게 환대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두 정상의 극적인 상봉은 지난 70년 3월 19일 동독 에르푸트에서 열린 동서독의 첫 정상회담과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당시 게어스트퉁겐역에 특별열차로 도착한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를 마중한 스토프 동독 각료회의 의장은 사무적이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평양 순안공항에서의 두 정상의 만남은 남측 일부에서 의혹을 떨치지 못했던 상봉과 정상회담의 분리를 한마디로 일축했다. 또한 두 정상의 역사적인 평양 회담에 대한 기대를 한껏 제고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좋은 출발을 훌륭한 결실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분단 55년의 남북관계의 갈등과 대립이 엄청났다는 점을 상호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이번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은 좀더 냉철한 자세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양측 모두 이익을 얻어 낼 수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파격적인 순안공항 영접은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평양회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평양=공동취재단
청와대는 김대중 대통령의 역사적 방북행사의 기본 컨셉을 조용하면서도 의미있게로 정했다. 따라서 방북 당일인 13일 김 대통령은 ‘가족-청와대 직원-지역주민-서울시민-국민’으로 이어지는 점층적인 동선을 따라 움직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우선 이날 아침 김홍일 의원과 손자 손녀 등 가족들과 식사를 함께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고 청와대측은 밝혔다. 김 대통령은 가족들과 방북 인사를 나눈 뒤 본관에서 청와대 수석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승용차에 올라 청와대 정문 앞까지 도열한 비서관 및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청와대를 떠난다. 청와대 본관 앞 행사에서부터 공항 도착까지 김 대통령의 모든 움직임은 생방송으로 전국에 중계된다. 김 대통령은 청와대 앞 효자동 사랑방에서 잠시 차를 멈추고 마중나온 청와대 인근 주민들로부터 ‘잘 다녀 오시라’는 인사를 받으며 이들과도 일일이 악수를 나눌 예정이다. 이어 김 대통령은 곧바로 서울공항으로 이동하고 이 과정에서 연도와 건물안에서 김 대통령 일행은 시민들의 따뜻한 환송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과거처럼 동원된 군중은 없다. 김 대통령은 공항에 도착해 이만섭 국회의장, 최종영 대법원장, 이한동 총리서리 등 3부요인과 전 국무위원, 각당의 환송 대표 등으로 부터 공식 배웅을 받게 된다. 김 대통령은 이어 국민들에게 드리는 출발성명을 통해 ‘북측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고자 한다’며 그래서 남과 북의 민족이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임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항공편으로 한시간 가량에 걸친 비행끝에 김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분단 55년만에 북한 땅을 밟게 된다. /유제원기자 jwyoo@kgib.co.kr
김대중 대통령이 13일 분단 55년만에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북한 땅을 밟게 된다. 김 대통령의 2박3일 평양 방문은 불신과 대립, 갈등과 반목으로 점철됐던 지난 반세기의 불행했던 분단사를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 평화공존의 새로운 길을 열어 나가는 민족평화의 거보라는 의미를 지닌다. 특히 이번 평양행을 통해 지구상 최후의 냉전지대로 남아 있던 한반도의 긴장완화, 평화공존이 가시화될 경우 동북아와 전세계의 평화와 안전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높아 미·일·중·러 등 주변국들의 시선도 온통 한반도에 쏠려 있는 상황이다. 김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통해 허심탄회하게 민족의 내부 문제를 논의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 성사가 누구의 중재나 개입이 없이 남북한이 당사자 원칙에 입각해 스스로 이뤄낸 성과물인 만큼 이번 정상회담의 논의 방향 또한 한반도 평화와 협력, 민족의 장래 문제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 취임후 일관되게 추진해온 화해·협력과 평화공존의 대북포용정책이 남북간 실질 협력관계의 확대와 한반도 평화정착에 크게 기여해온 점을 평양 당국도 상당부분 이해하고 호응하고 있다는 점도 회담의 전도를 밝게 하고 있다. 이번 회담의 낙관적 전망은 그동안 정상회담 추진 과정을 통해서도 읽을 수 있다. 김 대통령이 지난 3월9일 베를린 선언을 발표한 이후 남북 비밀특사간 비공개접촉을 통해 급속한 진전을 보인 정상회담 막후 협상은 한달만인 4월8일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기에 이르렀고 4월10일 이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이어 5차례의 남북간 준비접촉을 거쳐 지난 18일 실무절차합의서를 채택했으며 통신·보도 및 의전·경호 분야 실무자 접촉 3차례를 통해 대부분의 사항에 합의하고 지난달 31일 선발대가 평양에 파견되는 등 회담 진행은 초스피드로 진행돼 왔다. 회담의 의제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우리 정부는 눈앞의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남북간 교류와 협력을 축으로 상호 이해와 신뢰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생각이다. 분단 55년만에 양측의 두 정상이 만나서 직접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역사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남북정상간 민족의 화해와 단합, 교류와 협력,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는 문제에 대해 상대방의 입장을 더욱 잘 이해하는 가운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모색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경제협력과 이산가족 문제 등은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인 만큼 실질적 진전이 있도록 노력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어서 가시적 성과 여부가 주목된다. 또한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이해관련국인 미·일·중·러의 입장도 고려하면서 상호위협 감소 등 한반도 냉전체제 종식노력도 병행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남북의 두 정상은 이번 평양대좌를 계기로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민족내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함으로써 남북 관계가 정상궤도로 진입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유제원기자 jwyoo@kgib.co.kr
○…자민련은 한나라당이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기간중 이한동 총리서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것은 ‘위헌적이며 변칙’”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 “국정을 혼돈에 빠뜨리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할 우려가 높은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반박. 김학원 대변인은 12일 논평에서 “총리서리제는 우리 헌정사의 오랜 통치관행으로 대통령이 국내에 없는데 이런 관행을 깨고 누구에게 갑자기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기자는 것인가”라며 “한나라당 집권시기에도 총리서리로서 총리직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한나라당 주장의 철회를 요구.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이 당초 12일에서 13일로 하루 연기됐다. 청와대 박준영 대변인은 11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김 대통령의 북한방문이 예정보다 하루 늦춰져 13일부터 15일까지 이뤄진다”고 발표했다. 박 대변인은 “북측은 10일 저녁 늦게 긴급 대남 전언통신문을 통해 ‘기술적 준비관계로 불가피하게 하루 늦춰 13∼15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김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토록 변경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혀 왔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우리측은 정상회담 행사를 준비해온 주최측의 입장을 존중해 이같은 변경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면서 “김 대통령은 ‘관계자들이 잘 대처해 분단 55년만에 이뤄지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북한측이 연기요청 이유로 밝힌 기술적 준비에 대해 “순수한 행사준비 관계로 생각된다”면서 “그동안 남북간에 합의된 2번의 정상회담과 2번의 만찬 등 일정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회담 일정이 ‘순연’된 것임을 강조했다. 이와관련, 박재규 통일부 장관도 “북측이 준비를 잘 하려는 차원에서 이같이 요청해 온 것이어서 김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체류 일정에는 아무런 문제가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측이 손님을 초청하는 입장에서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일정을 하루만 연기해 달라고 했다”면서 “다른 나라와의 정상회담에는 이같은 선례가 없으나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북측 입장을 고려해 북측 요청을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정상회담 연기 요청 배경에는 그동안 국내언론의 김 대통령 방북일정 보도 등과 관련, 청와대측이 최근 ‘유감’을 표명한 점 등으로 미뤄 북측이 언론에 일정이 공개됨에 따라 이를 재조정하기 위한 이유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외국정상 방문시 이를 사후에 발표해온 북한의 외교 의전관행을 고려할 때 우리 언론이 구체적인 회담 일정, 김 대통령의 이동경로 등을 보도한 것에 대해 북측이 ‘안전문제’ 등을 감안, 일정 재조정의 필요성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유제원기자 jwyoo@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