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출판도시]출판과 건축의 만남…

영국 웨일즈에 헤이온와이(hay-on-wye), 네덜란드에 브레드보트(Bredevoort), 프랑스에 몽튈리외(Montulieu)가 있다면 한국에는 파주출판도시가 있다. 책과 문화, 건축이 어우러진 파주출판도시에 가면 보물찾기 하듯 재미있는 책방을 찾아가 저렴하게 책도 사고 여유롭게 차 한 잔 마시며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 있다. 게다가 건축투어도 가능해 그야말로 1석3조다. 하루 종일 책을 가까이 해 볼 수 있는 곳, 평소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물론 책을 멀리하던 아이들도 책 세계에 빠져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 가능한 곳이 바로 파주출판도시다. 출판문화 예술활동을 위한 복합문화공간 약속의 땅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에 소재한 파주출판도시는 출판기획, 편집에서부터, 인쇄, 물류, 유통 등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하나로 묶어내 대한민국의 출판문화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다. 지난 2005년 완공돼 현재 258개 출판 관련 업체가 둥지를 틀고 있으며 현재는 영상과 소프트웨어, 전시, 공연 업종으로까지 확대한 2단계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오는 2014년 2단계 공사가 끝나면 300여개 업체가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출판도시 초창기에는 단순하게 읽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 건물들만 줄지어선 책공장을 연상케했다. 하지만 요즘 출판도시는 주말이면 아이들과 학부모가 즐겨찾는 명소가 됐고 북(book)데이트를 즐기려는 연인들, 건축에 관심있는 이들이나 건축학도 등 다양한 계층들이 즐겨찾는 책마을로 사랑받고 있다. 각 출판사 건물에 마련한 특색있는 책방에 가면 출판사에서 펴낸 책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문학 강연 및 교양강좌는 물론 음악회, 공연 그리고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에서 제일가는 책방거리를 꿈꾸며 입주 출판사들을 중심으로 책방거리 조성사업이 한창이다. 단지 내 왕복 2차로로 1.1㎞를 따라난 광인사길은 최근 파주시와 입주 업체들이 서점가로 조성하는 첫번째 거리로 유명출판사들이 대거 입주해 있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건축전시장 볼거리, 즐길거리가 넘치는 파주출판도시는 특히 저마다의 독특한 스토리와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건축물들로 눈길을 끈다. 마치 커다란 건축 전시장에 온 듯 감탄을 자아낸다. 한 권의 크고 아름다운 책처럼 디자인된 파주출판도시는 한 건물의 형상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속에서 생활하는 우리의 삶을 담는 공간으로서, 그리고 주변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도시전체가 하모니되는 건축적 풍경을 연출하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다. 48만평에 뜻있는 출판인들이 모여 만든 세계 최대 규모의 파주출판도시는 건축의 전체 디렉터를 승효상씨가 맡고 각 출판사 건축들은 한국의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이 모여 만든 건축도시이자, 생태도시다. 첨단 소재와 공간 활용이 돋보이는 열화당 건물은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가인 플로리안 베이겔과 건축가 김종규씨가 공동설계했다. 부지 1만6천여㎥에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는 독특한 공간구성이 높은 평가를 받아 2004년 김수근 건축문화상을 수상했다. 파주출판도시에선 단 한채의 한옥을 발견할 수 있는데 전라북도 정읍에 있던 200년 이상된 김동수 가옥 별채를 이전해 건립한 것이다. 국내 최대 2012 어린이 책잔치 개막 파주출판도시에서는 지난 2003년부터 매년 어린이 책잔치가 열리고 있다. 올해는 10회째를 맞아 더욱 풍성해진 내용으로 5월 3일(목)부터 6일(일)까지 4일간 어린이들을 맞는다. 즐거운 전시, 신나는 공연, 재미있는 체험 등 파주출판도시 어린이책잔치에서는 온몸으로 책을 느낄 수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파주 어린이 책잔치의 장점은 저렴한 책 가격, 고객은 시중보다 최대 6070% 저렴한 가격으로 한 자리에 모인 다양한 아동 서적을 비교해서 구입할 수 있다. 리퍼도서(출판사로 반품된 도서)의 경우 반값 넘게 할인되며, 반짝 할인도서는 1천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신간 도서 역시 평균 20%, 최대 30%까지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문의 북씨티홍보관(031)955-4386 글사진 _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출판도시 오시는 길 자유로를 따라 문산통일동산으로 일산대교 기점 7km 지점에 위치한 장월IC에서 파주출판도시 진입로 표지판을 보고 들어오시면 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시 지하철 합정역에서 셔틀버스와 2200번이 운행되고 있다.

[경기초대석] 인천항만공사 김춘선 사장

고객과 국민이 믿고 신뢰하는 공기업의 모범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모든 임직원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인천항만공사 김춘선 사장은 요즘 누구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내항과 남항, 북항 등 인천항의 관리운영 업무에다 새 국제여객터미널 및 인천신항 건설, 배후 물류단지 조성 등 신규로 추진 중인 매머드급 사업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어 시쳇말로 눈코 뜰 새가 없다. 사실, 사회적 책임에 부응하는 기업의 역할에 대한 확고한 지론의 소유자인 김 사장 스스로가 더 많은 일과 바쁜 일정을 떠안은 측면도 있다. 세계적 경기 위축 국면에는 아무래도 민간 부문보다는 공공 영역에 있는 경제주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조금 더 있지 않겠어요? 어려운 때일수록 공공부문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고민과 실천을 더 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업 윤리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김 사장의 이같은 지론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국내 경기침체 속에 더욱 활발하고 다양해진 공사의 사업들과 역할 확대를 통해서도 잘 엿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직간접적인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노력이다. 신항만 건설, 물류단지 조성 등 신규 사업투자를 확대하고 새 부두 개장, 물류단지 기업 유치 등 공사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고용창출 활동에 많은 역량이 투입됐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우리가 직접 할 수 있었던 일은 항만 인프라 조기 확충 계획, 즉 건설 및 투자 사업을 빨리 시행하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자체적 노력만이 아니다. 민간부문에서도 더 많은 인원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파트너십 형성 및 일자리 창출 체계 구축을 위한 활동들이 계속됐다. 부두운영사, 배후 물류사업단지 입주사 선정 때 인력고용 계획을 사업계획서 평가에 반영시켜 민간부문의 일자리 창출을 적극 유도했다. 공기업 최초의 산학관 연계형 고졸 청년인턴 채용박람회, 업계 및 공공기관들과의 일자리 창출 및 인적자원 개발 관련 협약 체결 등이 잇따랐다. 그 결과, 지난해 공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합쳐 총 1만8천443명의 직간접 고용창출 효과를 달성했다. 김 사장은 큰 공사를 일으키고 물류단지 활성화를 지원하면서 더 많은 기업들이 보다 많은 일을 나누고 사람을 쓰도록 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중소기업들과의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실제로 작년에만 2건의 발명 특허를 출원했고, 올해도 2건의 신기술 등록을 그와 별개로 추진 중에 있는데 그런 것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우리는 이들 기업의 제품 생산과 마케팅, 판매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중소기업들이 역량을 강화하고 지속성장의 기반을 마련해 가는 것을 지원하는 일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쯤 듣고 보면 비단 항만 관련 기업이 아니더라도 인천항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사업을 하고 싶어 할 사장님들이 갈수록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 싶다. 김 사장은 또 공사 재량으로 가능한 인센티브와 비용 환급을 통해 비용 절감 지원도 병행하고 있고 이런 조치들이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화해 가고 있다. 특히 올해 항만 관련기업들과 함께 가졌던 채용박람회를 통해 공사를 포함해 28명의 고졸인턴 채용을 이끌어낸 점이나 최근 진행한 경력직과 정규직 연계형 청년인턴 채용은 공기업 중에서도 선도적이고 드문 결정으로 호평받고 있다. 누가 뭐래도 서민 가계의 고민과 시름을 덜어줄 가장 건강하고 바람직한 해법은 일자리입니다. 청년실업과 노령화, 1~2인 가구의 증가 같은, 우리 사회 문제적 현상들을 풀어 나가는데 있어 일관되게 고려돼야 할 게 있다면 그것은 분명 일자리일 겁니다. 인천항만공사는 그래서 공공부문 사업자로서 할 수 있는 고용창출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실천할 것입니다. 김 사장은 또 지난해 8월 취임 때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선언했을 만큼 윤리경영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2011년 경영공시 만족도(87.2) 2010년 대비 11.2% 향상, 상시 모니터링 항목 25% 증가, 윤리경영지수(80.6) 전년 대비 7.0% 상승 등이 그 성과로 나타났다. 공기업 최초 산학관 연계 고졸인턴 박람회 서해5도 주민과 희망사랑 나눔 프로보노 봉사 기업 윤리사회적 책임 최우선 착한 공기업 비상임이사 참석률과 사전심의율, 수정의결률도 각각 전년에 비해 7.2%, 8.8%, 13.0%씩 좋아졌다. 윤리경영과 투명경영의 원칙은 지속가능한 경영체계 확립과도 직결되는 사안입니다. 정보공개 체계 개선, 다양한 윤리실천 프로그램 마련, 모니터링 체계 강화 등 앞으로도 원칙의 구현을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겁니다. 공정사회 구현, 동반성장과 사회봉사 등 공사가 수행할 수 있는 윤리적 활동들을 능동적으로 모색하고 추진하는 분위기도 이미 조직에 형성된 상태다. 인센티브 제도를 개선해 지난해에만 46개 항만중소물류기업에 25억원을 지급했고, 사회적 기업 및 여성기업 제품 구매액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등 관련 기업들이 항만 운영의 과실을 고루 나누는 공정한 성과배분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 인천항 통합정보서비스 시스템 구축을 완료해 이용자와 기업들의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편리성을 높였는가 하면 34억원의 항만부지 임대료를 인하해 주는 등 다양한 동반성장 시책을 시행해 왔다. 이밖에도 IT법률문화 등 직원 각자가 가진 기술과 재능을 서해5도서, 지역사회와 나누는 프로보노(재능기부) 봉사도 체계를 잡으면서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교류와 아름다운 나눔의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구성원들과 결연마을, 복지시설들을 하나로 묶어 주고 있다. 사회공헌 분야의 2012 한국에서 가장 윤리적인 기업 CEO 부문상, 중소기업 혁신대상 동반성장위원회장상, 농림수산식품부 도시어촌교류상, 인천광역시 물류발전대상을 비롯해 윤리투명경영 분야의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선정,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 은상, 지식경제부 한국유통대상, 기획재정부 고객만족도 5년 연속 우수등급, 국토해양부 우수사례 경진대회 우수상, 고용노동부 일터혁신 우수기업, 고용노동부 노사상생 우수기관 선정 등 일일히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을 받았다. 김 사장과 공사의 노력이 안팎의 호평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공공주체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보가 우리 경제와 사회에 생기를 돌게 하고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겁니다. 인천항만공사도 그런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이런 기회를 통해 저희들의 노력과 경험, 체계가 다른 기관들에 참고와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공사의 노하우가 더 많은 기업과 영역으로 공유되고 확산되면 좋겠다는 김춘선 사장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공기업, 고객과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공공기관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며 호탕한 웃음을 보여줬다. 글 _ 김창수 기자 cskim@kyeonggi.com

[포토에세이] 봄 비

[길을걷다] 인천시 중구 율목동

70~80년대 TV 연속극에서 좀 산다는 동네로 단골처럼 등장한 곳은 서울 가회동 아니면 성북동이었다. 풍채 좋은 한옥집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인천에도 한 때 이에 못지 않은 동네가 있었다. 밤나무골로 불리던 중구 율목동(栗木洞)이다. 이제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밤나무도, 기와집도 거의 사라졌지만 호젓하고 조붓한 골목길을 걷다보면 인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그 흔적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오늘을 찍었는데 사진을 뽑고 보니 과거가 현상돼 나왔다. 일본인들의 공동묘지 밀어내고 40여년전 야외풀장 들어서 쌀로 흥한 동네 밤나무 마을 율목동이 부자 동네가 된 것은 쌀 때문이었다. 1906년 농상공부 허가 쌀 중개업체인 근업소(勤業所)가 율목동 55번지에 문을 열면서 부자 동네가 되었다. 여주이천 등 전국에서 생산된 쌀을 일본에 수출하는 역할을 하는 인천근업소 주변에 사람과 돈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주로 영남 출신 상인들이 미곡중개를 주름 잡았는데 업무상 일본어 능통자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쌀장사로 돈을 번 그들은 근업소 근처에 단아한 자태의 한옥을 지어 살면서 밤나무골 새동네로 불리웠다. 40~50대들에게 율목동하면 생각나는 것 중의 하나는 율목풀장이다. 노천 풀장이었던 율목풀장은 옛 시립도서관 뒤편에 있는 현재의 어린이공원 자리에 있었다. 이 터는 우여곡절이 참 많은 곳이다. 1900년대 초반까지 인가가 거의 없던 이 언덕배기는 원래는 일제로부터 자작 벼슬을 받고 법부대신을 지낸 이하영 소유의 임야였다. 이곳에 일본인들이 9천 여㎡의 공동묘지를 조성해 시내 곳곳에 퍼져있던 자국민들의 묘지를 이장해 만들었다. 일설에 의하면 묘지 상당수가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때 목숨을 잃은 일본군이었다고 한다. 당시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화장장도 있었다, 이 화장터는 1930년대에 도원동으로 이사를 갔고 1944년 공원으로 결정되었지만 사자(死者)의 땅으로 인식돼 한동안 인적이 드문 야산으로 남아 있었다. 뼈가 나뒹굴던 산꼭대기 땅은 1970년 12월 풀장으로, 그야말로 환골탈태하면서 인천의 명소가 되었다. 휴가와 레저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 율목풀장 한번 다녀 온 꼬마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 땅은 1992년 다시 공원으로 지정되었는데 1997년 공원 조성공사를 하던 중 땅속에서 귀와 목이 잘린 문인석 6점이 거꾸로 매장된 것을 발굴했다. 일제가 민족혼을 말살하려고 저지른 행위였을 것이라는 게 당시 추측이었다. 그 중 3개의 문인석이 현재 율목공원 맨 위쪽에 전시돼 있다. 한옥과 일본집의 조화 율목동 하면 시립도서관을 빼놓을 수 없다. 인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1946년 현재의 자리에 문을 연 옛 시립도서관에 대한 추억 하나 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좌석을 잡기 위해 새벽 공기를 헤치고 싸리재를 거쳐 성산교회 앞 언덕을 숨 가쁘게 올라가던 일, 발걸음을 뗄 때 마다 삐걱거리던 구관 목조 계단, 양지바른 신관 앞 벤치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었던 소설책들. 이제 그 도서관은 추억을 머금은 채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시립도서관은 미추홀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남동구에 새롭게 터전을 마련했다. 관리인의 허락을 받고 옛 도서관을 둘러봤다. 먼저 구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나라 건물 구조와는 사뭇 다른 목조 이층집이 도서관 마당 끝에 자리잡고 있다. 아직도 목조계단과 유리창의 모양 등은 옛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건물 옆에는 일본식 정원의 흔적이라 할 수 있는 분수연못과 여러 개의 석등이 세워져 있다. 이 집의 옛 주인은 역무 정미소로 이름을 날렸던 정미업자 리끼다께(力武平八). 정미소로 떼돈을 번 그는 전망 좋기로 소문난 이곳에 정원이 딸린 대저택을 짓고 살았다. 그는 정원의 석등에 불을 켜놓고 일본 정미업자들과 함께 항구와 신흥동 정미소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을 내려다보며 밤새 흥청망청 연회를 벌였으리라. 한글 점자 창안자 송암 박두성 등 인물들의 사연이 남아있는 곳 1962년 준공된 2층짜리 신관 옥상에 올랐다. 사방팔방으로 시야가 트였다. 월미도, 인천대교, 수도국산, 수봉산, 청량산, 계양산. 아파트가 없던 시절, 전망 하나로만으로도 이 동네에 사는 맛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밑으로 일본집들의 지붕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율목동은 산을 중심으로 북동쪽은 한옥동네, 서남쪽은 일본집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옥이 있었던 곳은 거의 빌라가 들어섰지만 아직도 반대편은 왜식풍의 주택들이 많이 남아 있어 일본동네의 분위기가 물신 난다. 이곳에는 1920년대에 일본인들이 문화주택이라고 부르며 지었던, 남향으로 넓은 창을 낸 작고 아담한 이층집들이 많이 남아있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인근에 다다미방 수리 가게가 있었다가 지금은 없어진 걸로 봐서 이제는 많은 집들이 외관만 왜색풍이지 내부는 현대식으로 변경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가끔 그 골목에서 사진기를 든 허리 구부정한 백발의 노신사를 만난다면 그는 일제강점기에 진센(인천의 일본어 음)에서 태어나고 자라다가 패전 후 일본으로 건너간 일본인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인천의 몽마르트 언덕 율목공원 일본집 많은 동네에서 답동성당 쪽으로 가면 긴담모퉁이 길이 나온다. 돌담이 길게 놓여진 이 길은 애초에는 꼬불꼬불한 실오라기 산길이었는데 홍예문을 만들었던 일본 공병대가 1907년에 구릉을 헤치고 축대를 쌓아 신작로를 만들었다. 신흥동 지역에 살았던 일본인들이 축현역(현 동인천역)과 경인가도로 편하게 다니기 위해 만든 지름길이었다. 화수동, 송현동 등에 살던 젊은 아낙네들이 하얀 머리수건을 쓰고 신흥동 정미소로 줄지어 일하러 가던 슬픈 사연을 지닌 길이기도 하다. 길게 늘어진 돌담 끝, 신흥동 쪽으로 가면 케이크 조각처럼 잘린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신기해서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수퍼가게 문을 열고 한 할머니가 나오며 언잖은 표정을 짓는다. 사연인즉 우마차 정도 드나들던 긴담모퉁이길이 조금씩 확장되더니 급기야 할머니 집의 거의 대부분이 잘려나갔다는 것이다. 율목동은 60~70년대 청춘남녀의 데이트 코스이기도 했다. 인도집이라 불린 유명한 도나스(도너츠)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독병원 옆 골목에 있던 인천도나스집은 70년대 초까지 얄개들의 연애 장소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교외지도담당 선생님들이 가끔 들러볼 정도로 문제의 장소이기도 했다. 연인들은 도나스를 달콤하게 먹고 나서 인적이 드문 인천의 몽마르트 언덕 율목공원으로 장소를 옮겨 도나스보다도 더 달콤한 데이트를 즐겼다. 율목동 골목에서는 무궁무진한 인물들의 사연이 읽혀진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은 맹인들의 세종대왕 송암 박두성이다. 강화 교동에서 태어난 그는 일제 강점기에 한글 점자를 창안하고 시각장애인 교육에 평생을 바치며 암흑 세상에 한줄기 빛이 되었던 인물이다. 송암이 언제부터 율목동에 살았는지 모르지만 1935년 인천영화학교 교장에 부임하던 시절부터 1963년 8월 25일 76세의 일기로 별세할 때까지 율목동 25-1번지에 거주했다. 그는 대문에 커다란 태극문양을 그려 넣어 동네사람들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자신의 집을 쉽게 알려 줄 수 있도록 했다. 원래 7칸 방이 있을 만큼 컸던 그 집은 현재 도로와 상가 등으로 잘려나갔고 아무런 표식이 없어 오래 된 듯한 기와만이 그 집의 연조를 말해주고 있다. 한동안 대문 앞에 세워져 있던 표지석은 현재 율목공원에 놓여져 있다. 이밖에 인천부윤(현 시장) 관사, 기독병원, 경아대 등 율목동은 인천역사의 작은 내러티브가 더덕더덕 붙어 있는 다채로운 콜라주이다. 글 _ 유동현 굿모닝인천 편집장 사진 _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Museum&Gallery] 악기야 조각이야… 남양주시 프라움 악기박물관

하프시코드, 마두금, 수자폰, 만돌린 이들의 공통점을 무엇일까? 도대체 뭐에 쓰는 물건(?)일꼬 고민해보지만 음악 전공자나 서양음악에 조회가 깊은 이들이 아니면 잘 모르는 생소한 단어들이다. 정답은 바로 서양악기. 낯선 이름만큼이나 음악 전공서적에서나 볼 수 있는 서양악기, 어디 가면 만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비행기 타고 베를린악기박물관이나 일본 하마마츠시 악기박물관을 갈 수도 없고. 5월 가족의 달, 가까운 남양주시에 위치한 국내 최초 서양악기를 테마로 한 프라움 악기박물관(관장 김정실)을 강추한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17~18세기 악기여행이 가능하고 어른들에겐 진귀한 고전서양악기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곳이다. 뚝딱뚝딱 바이올린캐스터네츠 체험프로그램 풍성 지난해 오픈한 프라움 악기박물관에 가면 현을 뜯어서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하프시코드부터 진귀한 별별 서양 고전악기를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고 직접 연주도 가능하다. 김정실(56) 관장이 전세계 이름난 박물관을 탐방하면서 가치 있는 서양 고전악기를 직접 수집해 꾸민 사립박물관으로 1천15평 부지에 중세 유럽 건축양식의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됐다. 2층 전시실에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와 하프 등 현악기군과 아코디언, 하프시코드, 고전 피아노의 건반악기군이 전시돼 있으며 오보에, 클라리넷, 색소폰 등 관악기군, 그리고 드럼, 공, 윈드차임 등 타악기 군으로 나눠 전시돼 있다. 그렇다면 많은 서양악기들 중에 꼭 봐야 할 베스트 전시품은 무엇이 있을까. 1897년 스타인웨이社에서 만든 6피트 그랜드피아노는 고급가구에 사용된 목재 상감으로 장식된 꽃무늬 외장이 관람객을 유혹한다. 무늬 하나에도 예술성과 정성이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고 지금도 연주하기에 좋은 소리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또 세계적으로 오래되고 권위 있는 피아노 제조사 브로드우드社에서 1808년 만든 그랜드 포르테 피아노는 18~19세기 초 초기의 피아노로 하프시코드와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소리의 강약 조절이 가능했던 모델이다. 특히 영국의 유명한 지휘자이며 작곡가인 에드워드 벤자민 브리튼(Edward benjamin Britten 1913~1976)이 1961년까지 소유했던 악기로, 그는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한 후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서, 전쟁 레퀴엠, 심플 심포니와 오페라 빌리버드, 한 여름밤의 꿈, 피트 그라임즈 등의 작품을 남겼다. 이와 함께 스트라디바리의 명기 메시아를 복제한 장 밥티스트 비욤(J. B. Vuillaum)의 바이올린에 숨은 뒷이야기와 어마어마한 가격을 학예사의 안내를 통해 들으면 관람 재미가 두배로 업그레이드 된다. 전체적인 품질 뿐 아니라 반듯하게 짜여진 단풍나무의 뒷판과 옆판, 스크롤의 둥근 모서리의 검은색 외곽선, 적절하게 위치한 에프홀 그리고 넓은 끝부분과 코너부분은 거의 완벽하게 메시아를 복제해냈다고 할 수 있다. 진품 버금가는 복제품이라 웬만한 전문가들도 진품으로 착각한다고 한다. 이밖에도 최저음용 금관악기의 일종으로 관신(管身)은 둥글게 말려져 있으며, 끝이 위로 퍼진 것이 특색인 수자폰(sousaphone)과 7개 페달에 의한 완전한 반음계 더블 액션 시스템을 완성하고 페달상장의 좌우에 사자상을 조각해 장식성이 뛰어난 더블 액션 페달 하프, 모든 바이올린 애호가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바이올린의 최고 명기(名器)인 스트라디바리우스 악기로 추정되는 바이올린, 애절하면서도 서정적인 음색으로 초원의 바이올린으로 불리는 몽골의 전통악기 마두금,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 사용하는 발현악기 비파 등 좀처럼 보기 힘든 악기를 직접 볼 수 있다. 눈으로 보는 즐거움이 큰 프라움 악기박물관은 체험프로그램도 다채롭다. 현악기 바이올린을 직접 만들어 봄으로써 바이올린의 구조를 이해하고 음악과 악기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는 프로그램 뚝딱뚝딱 바이올린과 타악기 중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캐스터네츠를 조립하면서 예쁘게 장식하고 색칠을 해보는 뚝딱뚝딱 캐스터네츠 프로그램도 인기가 좋다. 또 전시장 한 켠에 마련된 연주장에서는 핸드벨 연주와 드럼을 직접 연주해 볼 수 있다. 또한 2층에는 공연 무대가 마련돼 있어 평일에는 시간대별 유명 아티스트 연주영상이 상영되고 있으며 주말에는 정기적인 클래식공연, 테마음악회, 브런치콘서트, 클래식연주 토크쇼 등이 계획돼 있다. 오는 5월 5일 어린이 날에는 어린이를 위한 프라움궁정음악회가 기다리고 있다. 박춘석 부관장은 음악의 역사와 가치를 담아 개관된 프라움 악기박물관은 우리 모두가 서양음악에 대한 이해와 음악적 감동을 향유하도록 아름다운 한강변에 자리한 특별한 문화공간이라며 체계적인 전시뿐만 아니라 체험 및 교육프로그램과 다양한 공연, 음악프로그램을 강화해 남양주시를 음악도시의 거점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관람안내 위 치 :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 504-41 관람시간 : 평일 오전 11시~오후 6시 토요일일요일(공휴일) 오전 10시~오후 6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 / 1월 1일) 관 람 료 : 일반(만20세~만65세) 5천원/청소년 4천원 군인 2천원/어린이(만3세~초등학생) 3천원 문 의 : 031-521-0441 / http://www.praum.or.kr 5월5일 어린이날 맞이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음악회 프라움궁정음악회 일시 : 5월 5일 오후 3시~5시 장소 : 프라움악기박물관 콘서트홀 출연진 : 힘멜 앙상블 (서울대연대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젊은 음악가들 로 독일에서 유학하며 베를린 등지에서 활동 중) 관람료 : 1만5천원(★사진예약자 10% 할인) 공연내용 :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동요, 만화주제가,K-POP 등 전통클래식과 현대음악의 환상적인 무대, 포토타임, 풍선증정, 페이스페인팅 등 흥미로운 시간 마련 예약문의 : (031)521-6043 글 _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 _ 전형민 기자 hmjeon@kyeonggi.com

[Movie&현장] 용인 MBC드라미아

고구려 역사드라마의 새 지평을 연 주몽, 파란만장하고 굴곡진 인생을 살았던 임금인 정조의 일대기를 다룬 이산,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임금인 선덕여왕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다룬 선덕여왕, 천민출신 여인 숙빈 최씨의 인생유전을 극화한 동이, 전통 민중사극 짝패 등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용인 MBC드라미아(처인구 백암면 용천리)에서 촬영된 MBC를 대표하는 주옥같은 역사드라마라는 점이다. MBC를 대표하는 주옥같은 역사드라마 여기서 찍었구나 최근에는 배우들의 열연과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로 40%의 시청률을 넘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 MBC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과 노비 출신으로 고려 무신정권 최고권력자가 되는 김준과 그를 둘러싼 무인들을 다룬 역사 서사 드라마 무신의 인기에 힘입어 용인 MBC드라미아도 다시 한번 인기몰이 중이다. 특히 훤(김수현 분)과 연우(한가인 분)의 가슴시린 사랑이야기, 궁 안에서 펼쳐지는 각종 암투와 음모를 그린 해품달은 종영했지만, 이에 열광했던 시청자들의 해품달앓이는 요즘 용인 MBC드라미아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용인 MBC드라미아는 세트장 면적만 약 15만㎥ 규모에, 전체면적은 약 250만㎥로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드라마 신돈, 주몽, 이산, 선덕여왕, 동이 등의 오픈세트장을 갖춘 종합촬영장으로 지난해 6월부터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본격 개방돼 新한류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무엇보다 용인 MBC드라미아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각 시대별 건축양식을 역사적인 고증을 바탕으로 실제에 가깝도록 재현해냈다는 게 특징이다. 해품달 무신 등 촬영 국내 최대 규모 한류 문화 중심지 코스별로 관람시간이 1시간 30분에서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용인 MBC드라미아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의 입체모형과 함께 사진을 찍고 출력해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는 포토존과 대장금, 동이, 선덕여왕, 이산 등 드라마에 나온 의상을 직접 입고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궁중의상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널뛰기, 투호 등의 민속놀이와 우리나라 전통 음식인 전 부치기 등을 직접 체험 할 수 있는 전통시장거리와 활쏘기, 깃발 만들기, 팽이치기 등의 민속놀이 체험공간으로 조성돼 다양한 기획 행사가 열리는 연무장도 마련돼 있어 아이들에게 전통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주옥같은 드라마의 촬영지인만큼 드라마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주요 장면이 전시된 한류드라마 사진전도 볼만하다. 용인 MBC드라미아에서는 쏘고, 만들고, 치고 그야말로 오감만족 여행이 가능하다. 문의(02)789-167/(031)337-3241~2 글 _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 _ MBC

[헬스&음식] 슈퍼푸드 토마토

전 세계에서 채소 작물 중 가장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채소는 무엇일까? 정답은 채소이면서도 생으로 과일처럼 먹을 수 있고 각종 요리에 맛을 내는 천연 조미료로 사용되는 토마토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 가면, 의사의 얼굴은 파랗게 질린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토마토는 항암효과를 지닌 리코펜과 눈을 보호하는 루테인, 다양한 비타민 등이 함유된 슈퍼푸드이다. 토마토는 레드푸드의 대표주자로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선정한 10대 장수식품 중 세 번째라고 할 만큼 좋은 식품이다. 특히 각종 암과 혈관질환에 좋다는 것이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됐다. 그래서 주 10회 이상 토마토 요리를 먹는 사람은 먹지 않는 사람보다 전립선암 발병률이 45% 낮다(1995,미국국립암연구소)고 한다. 토마토는 원산지인 남미에서 유럽을 거쳐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세계화가 됐으며 우리나라에는 17세기 초에 중국을 거쳐 들어왔다. 토마토는 현재 가장 널리 먹는 채소이지만 유럽에서는 18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식용으로 재배하기 전까지는 독초인 맨드레이크와 닮았다하여 기피식품으로 취급됐다. 보통 빨간색을 떠올리나, 사실 연한 크림색부터 노랑, 주황, 녹색, 분홍, 보라 등 다양한 색의 토마토가 있으며, 크기 또한 천차만별이다. 토마토는 독특한 맛으로 아시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요리로 사용된다. 세계에는 토마토를 이용한 요리가 7만개 이상 존재하며, 가장 유명한 토마토 요리인 토마토 소스 파스타는 토마토 요리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는 18세기에 탄생했고, 토마토를 이용한 피자, 주스, 케첩 등은 다양한 모습으로 현지화돼 세계인의 식탁에 오른다. 토마토는 글루탐산과 유기산이 풍부해 기름지거나 쓴 맛을 중화하고 다른 맛과 조화하는 능력이 탁월해 조미료로도 중요하게 사용된다. 배워두면 요긴한 토마토 요리 BEST 4를 소개한다. 카포나타 각종 채소조림은 이탈리아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요리다. 색상이 화려해서 식탁을 멋지게 장식해 준다. 토마토 캔을 사용하면 카포나타의 특징인 고급스러운 맛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재료 (2인분) 토마토 캔(홀 타입) 1/2캔, 가지 1개, 주키니 호박 또는 애호박 1개, 파프리카 빨강, 노랑 각 1/2개, 양파 1/2개, 마늘 1쪽, 월계수 잎 1장, 소금 1작은술, 후추 약간, 올리브유 2큰술 만드는 법 1 가지, 양파, 셀러리, 파프리카, 주키니 호박을 한입 크기로 썬다. 2 프라이팬에 살짝 으깬 마늘과 올리브유를 넣고 약한 불로 데워 마늘 향을 낸다. 그 뒤에 ①의 채소를 넣고 볶는다. 3 소금, 후추를 뿌리고 홀토마토와 월계수 잎을 넣는다. 뚜껑을 덮고 중간 불로 20분 정도 찐다. 4 달군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 1큰술을 두르고 마른 고추와 다진 양파를 넣고 볶다가 다진 베이컨을 넣어 한 번 더 볶는다. 치킨 라구 라구는 고기나 생선으로 만든 조림 요리나 소스다. 맛있는 닭고기를 토마토로 조리면 제법 화려한 메인 요리로 변신한다. 재료 (2인분) 토마토 캔(홀토마토) 1/2캔, 닭고기(다리 부위) 300g, 마늘 1쪽, 로즈메리 약간, 화이트 와인 1/4컵, 소금 1/2작은술(약간), 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닭고기는 큼직한 크기로 잘라서 소금 1/2작은술과 후추로 밑간을 한 뒤 프라이팬에서 적당히 굽는다. 2 으깬 마늘, 로즈메리, 화이트 와인을 넣고 약간 조린 뒤, 으깬 홀토마토를 넣고 함께 조린다. 소금, 후추를 약간씩 넣어 간을 맞춘다. 양배추 치즈롤 양배추에 돌돌 말린 말랑한 치즈가 접시 위에서 얼굴을 내민다. 그 위에 토마토소스를 뿌려준다 재료 (2인분) 토마토 캔(홀토마토) 1/2캔, 양배추 4장, 잘게 썬 양파 1/4개 분량, 모차렐라 치즈 1개, 소금 1/3작은술, 후추 약간, 물 1/2컵, 버터 1큰술, 흑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프라이팬에 양배추와 물 2큰술(분량 외)을 넣고 중간 불에서 찐다. 도중에 계속 뒤집어 준다. 2 양배추의 심을 베어낸 뒤 4등분으로 자른 치즈를 넣고 돌돌 만다. 그 끝자락을 이쑤시개로 고정한다. 3 프라이팬에 버터를 녹인 뒤 말아놓은 양배추와 잘라둔 양배추 심을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4 홀토마토와 양파, 물을 넣고 뚜껑을 덮은 뒤 약 10분간 조린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뒤 접시에 담고 흑후추를 뿌린다. 다진 고기 가지조림 가지는 이탈리아 요리에서 자주 사용하는 재료다. 잘 구운 가지 향은 요리의 맛을 한층 더 높여주고 토마토와의 궁합도 아주 좋다. 재료 (2인분) 토마토 캔(자른 타입) 1/2캔, 다진 고기(돼지고기와 소고기 혼합) 100g, 가지 4개, 양파 1/2개. 소금 2/3작은술(약간), 후추 약간, 이탈리안 파슬리, 흑후추 적당량, 식용유 1큰술 만드는 법 1 가지는 세로 1cm 두께로 자르고 양파는 얇게 썬다. 2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넣고 달군다. 달군 프라이팬에 가지를 넣고 구운 뒤 꺼낸다. 3 다진 고기는 풀풀 흩어질 때까지 볶는다. 얇게 썬 양파, 자른 토마토를 넣고 소금 2/3작은술과 후추를 뿌린다. 4 그 안에 미리 구워 놓은 가지를 넣은 뒤 뚜껑을 덮고 찐다. 5 소금과 후추를 조금씩 넣어 간을 맞춘 뒤 이탈리안 파슬리와 흑후추를 뿌린다 POINT 가지는 양면을 모두 구워서 고소한 맛을 내자. 글 _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제공 및 자료협조 맛있고 몸에 좋은 빨간 토마토 레시피 57(하마우치 치나미 저 / 송소영 역 / 아르고나인)

[Fashion& Shoes] ‘오렌지컬러’ 슈즈가 온다

상큼한 오렌지색이 패션계를 물들이고 있다. 전 세계 표준색을 제시하는 권위있는 미국의 컬러연구소인 팬톤(PANTONE)은 이번 시즌 가장 유행할 컬러로 오렌지를 꼽았다.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경기 불황에 영향을 받아 역동적인 컬러가 대중의 흐름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화사한 오렌지 컬러 트렌드는 의류업계, 화장품업계는 물론 제화업계에도 영향을 끼치며 많은 슈즈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오렌지 색상 슈즈를 선보이고 있다. 싱그러움의 대명사 오렌지 색은 겨울의 칙칙한 무게감을 털어낼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지만 황인종으로 분류되는 한국인에게는 다소 소화하기 꺼려지는 색상이기도 하다. 때문에 마음 같아선 화려한 오렌지색 옷 한 벌 사서 멋좀 내보고 싶다가도 잘못 입으면 촌스러울까 걱정이 되는 게 현실. 강렬한 오렌지 색상에 대한 부담감은 줄이되 트렌드를 반영한 멋진 발끝 포인트로 생동감 있는 패션을 선보이는 것은 어떨까. 패션의 완성인 슈즈는 가치 있는 스타일을 보여 줘 감각 있는 패션을 돋보이게 한다. 특별히 기라로쉬, 에스콰이아, 내추럴라이저, 슈콤마보니, 지니킴에서는 다양한 오렌지색 슈즈를 출시하고 여심 잡기에 나섰다. 화려하면서도 센스있는 오렌지 컬러로 경쾌한 봄패션 완성 핫픽스 포인트가 매력적인 오렌지 스웨이드 샌들 기라로쉬는 고급스러운 소재의 대명사 스웨이드와 화려한 오렌지 색상을 이용한 우아하고 귀품 있는 느낌의 샌들을 선보였다. 엘레강스한 곡선 라인을 따라 장식된 핫픽스는 은은한 포인트로 제격이다. 밝은 색상의 정장, 꽃무늬 패턴의 원피스, 슬림핏의 청바지와는 물론 파티룩에도 잘 어울린다.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여성에게 적합한 고급 브랜드답게 8cm의 굽에도 편안한 착화감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부드러운 여성미가 강조된 스트랩 샌들 꽃봉우리 모양을 상징하는 듯한 에스콰이아의 이색적인 라운드 컷 오렌지 샌들은 로맨티시즘에 잘 맞는다. 전체적으로 동그란 모양의 장식은 부드러운 여성성을 돋보이게 하고 발볼을 작게 보이는 효과를 준다. 일반적인 스트랩보다 약간 두껍게 발목을 감싸는 디자인은 안정감 있는 워킹을 가능하게 하고 샌들을 신었을 때 잘 벗겨질 수 있는 부분을 보완했다.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디자인 女心 유혹 독특한 배색이 멋스런 샌들 미국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컴포트 슈즈 내추럴라이저에서는 오렌지, 옐로, 베이지로 구성된 밴드 슈즈를 출시했다. 핏감이 좋은 엘라스틱 밴드를 사용해 발의 움직임에 따라 신축성있게 조여줘 활동성이 뛰어나다. 3가지 색상의 조화로운 배색은 의상 선택의 제약을 줄여주고 두께감이 있는 힐은 지면과 닫는 면적이 넓어 편안하다. 기라로쉬 브랜드담당자는 아무리 트렌드컬러가 오렌지 색일지라도 전체적으로 너무 많은 부분에 오렌지 컬러를 적용하면 부담스러울 수 있으므로 소품 또는 하나의 아이템에 포인트로 스타일링 하는 것이 좋다며 오렌지 슈즈 착화 시에는 심플한 의상을 선택해 세련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글 _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 _ ㈜이에프씨

[Art&Gallery] 윤종대 작가, 캔버스 가득 하늘하늘~코스모스

자연을 즐겨 그리는 작가 윤종대는 어린시절 뛰어놀던 산과 들에 핀 아름다운 꽃을 자연유희라는 명제로 작업한다. 최근 작품에는 바람에 한들거리는 코스모스가 주제가 되어 고추잠자리나 벌, 나비들과 어울려 밝고 화려한 색채로 화면구성을 재구성하여 조형적인 요소로서 표현하였다. 신이 가장 먼저 습작으로 만든 꽃이 코스모스란 전설이 있듯이 신비한듯 하면서도 소녀의 순수한 순정과도 같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가녀린 손목 같기도 하다. 작가는 가을의 대표적인 꽃을 그리는 화가로 유명하다. 파란 하늘이 유난히 돋보였던 어느날 떠났던 가을 스케치 여행에서 길가에 핀 코스모스가 자꾸만 눈에 밟혀 화폭에 옮기기 시작했단다. 작가는 여행길에서 만난 코스모스를 보며 어릴적 등굣길의 코스모스를 떠올렸고, 산들바람에 가녀린 코스모스와 그 위를 날아다니던 벌과 잠자리를 떠올리며 코스모스를 다양한 색과 형상으로 표현해 냈다. 해저문 들판에 무리져 피여 있는 코스모스는 지친 현대인들에게 포근함과 친근감을 안겨준다. 너무나 익숙해져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코스모스의 화려한 부활이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윤종대 youn Jongdae 영남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및 동 조형대학원 졸업 개인전16회(대구, 서울) 2인전 2회 3인전2회 서울오픈아트페어(서울 코엑스) 화랑 미술제(부산 백스코) 매경신문-오픈옥션초대전(서울루미나리에갤러리) 부산국제 아트페어특별전(부산백스코)아-트 대구(대구 엑스코) 영남 구상1번지(포항 포스코갤러리)아름다운 우리강산전(7개 도시 순회)

[문학공장 ⑨] 전민식 소설가

올해 제8회 세계문학상 최종 심사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와 항연, 꽃의 기억 세 편으로 압축된 최종심사에서 박범신, 김형경, 은희경, 서영채, 방현석, 김미현, 김별아 총 7명의 심사위원은 검토와 논의 끝에 투표에 돌입했다. 투표 결과, 4표를 받는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가 3표를 얻는 향연을 단 한표 차로 누르고 최종 당선작으로 결정됐다. 아슬아슬하게 행운을 거머쥔 주인공은 20년을 무명작가로 살아온 전민식(47)씨다. 무명과 유명의 딱 경계선에 서 있는 전 작가를 식목일인 4월 5일 파주출판단지에서 만났다. 작가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를 친절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오픈했다. 아버지 영전에 바칩니다 그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지지리 복도 없는 캐릭터 그 자체였다. 대학시절 그러니깐 1997년부터 각종 신춘문예, 문예지 등에 도전했다. 국내 내로라하는 문학상에도 빠지지 않고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번번히 그의 편이 아니었다. 이번만, 이번 한 번만. 그렇게 스무 해를 보냈다. 그러다보니 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식당에서 불판을 닦고, 공사판에서 모래도 푸고, 이삿짐센터에서 짐도 나르고.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닥치는대로 했다. 그의 손 역시 쉬는 날이 없었다. 대필작가로 한의학 서적부터 논문, 자기계발서, 유명 연예인과 공무원 심지어 조직폭력배 큰 인물의 자서전까지 집필했다.먹고는 살아야 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왜 그렇게 사느냐는 핀잔도 숱하게 들었다는 그는 이제 그만 포기하라느니, 언제까지 대필작가로 살거냐는 소리를 들을 때면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지만, 그냥 귀를 닫고 살았다고 고백했다. 올해 세계문학상 최종심에서 또 고배를 마셨다면 그는 어떻게 됐을까? 심사위원의 단 한 표로 작가가 됐다. 문학동네작품상, 작가세계문학상, 중앙장편문학상, 세계문학상 등 9번 떨어졌다. 매번 최종심에 올랐지만 미끄러졌다. 7전8기도 아닌 9전10기의 주인공이다. 떨어지고 나서 심사위원 욕도 했다. 솔직히(하하). 당선 소식을 듣고 아내 부둥켜 안고 펑펑 울었다. 지난 2월 29일 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 글쓴답시고 평생 자식노릇 한번 제대로 못하 걱정만 끼쳐드렸는데 마지막 가시는 길 첫번째 책을 안겨드려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는 20년을 기다려온 등단 소식 후에 아버지를 저 멀리 보내드려야 했다. 한우물을 파면 결국엔 이루어진다는 평범한 진리가 통했다. 운 좋게 말이다. 9전10기 끝에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세계문학상 수상 솔직히 무슨 깡으로, 용기로 여기까지 버텨왔는지 제일 궁금했다. 아내도 있고 아들도 있는 대한민국 가장 아닌가. 몇 년 전 동생이 해외 주재원으로 일하다 죽었을 때가 최악이었다. 그 당시 나나 아내나 둘 다 일을 하고 있지 않아서 수입이 전혀 없었다. 3개월간 전화 발신금지가 된 상태였다. 동생의 죽음을 알려야 하는데 전화를 할 수 없었다. 결국 장농을 들춰내 동전 몇 개를 찾아서는 겨우 공중전화로 연락을 할 수 있었다. 그때는 정말 내가 고집스럽게 이 길을 가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써왔다. 이 대목에서 글쓰느라 가장으로서 경제적으로 무책임하지 않았느냐 라는 피곤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날카롭게 자존심을 세우고 세상의 모든 숭고한 가장들이 해내는 일을 하지 않았으니 한마디로 나는 나쁜 남자다. 먼저 작가 생활을 시작한 아내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삶이었다. 워낙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고 자체가 긍정적이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게 이 바닥의 생리다. 긍정의 힘으로 20년을 버텨왔다는 작가. 그러나 제3자가 봤을 땐 아내의 덕이 커보인다. 모두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삶이 시작되었다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은행나무 펴냄)는 컨설턴트로 승승장구하면서 잘 나가던 주인공 도랑이 단 한번의 실수로 나락으로 떨어져 65킬로그램의 고급 애완견 라마를 산책시키는 일을 하면서 인생역전을 꿈꾸는 이야기다. 주인공부터 소설전반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소위 말하는 사회적 약자나 루저(loser)다. 평생 폐차장에서 도둑질만 하다 떠난 아버지, 불법으로 개도축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수시로 파출소를 드나들던 어머니, 빚만 남기고 자살한 큰형, 한국이 싫다며 인도 문드라로 떠난 작은형이 도랑의 가족 프로필이다. 그냥 프로필만 봐도 피로감이 확 밀려오는 캐릭터들이다. 할머니와 동생을 부양하며 식당과 술집, 캐셔 일을 전전하는 미향은 뭇 남성들에게 유혹을 받지만 끝내 사랑만은 팔지 않는다. 아내와 두 자녀를 모두 잃은 삼손은 자살방지클럽(자살자가 많아 자살클럽으로 오인받지만)을 운영한다. 가짜 가족을 만들어 이상적인 결혼을 꿈꾸었던 은주는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이처럼 작품은 고달픈 현실 속에서도 자신만의 보루를 가지고 자기 앞에 놓인 삶을 꿋꿋하게 감당해 가는 인간군상의 희비애락을 애정 어린 성찰로 녹여 내고 있다. 특히 부잣집 개를 산책시키며 운동거리, 먹은 간식의 양, 소변이나 대변 활동, 이상 행동 등에 대해 꼼꼼하게 아이패드에 기록하는 일, 도랑의 지극히 인간적이며 비루하고 치사한 내면의 방황을 리얼하고도 진솔하게 그려내 폐부를 찌른다. 그의 첫 장편소설엔 기발하고 파격적이고 기막힌 반전은 없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인물의 자잘한 에피소드가 애잔함과 감동을 준다. 주인공 도랑은 실제로 아는 컨설팅업체 인물을 모델로 한 것이다. 특히 삼손이라는 캐릭터의 경우, 예전에 같이 이삿짐센터 일하면서 만난 손가락 세 개를 가진 아저씨를 모티브로 했다. 이사하면서 버려진 책들을 주워 읽어서 정말 박학다식한 분이었다. 전 작가는 멋을 부리는, 있는 척하는 글쟁이는 아니었다. 20년을 글만 써온 이로서 본인처럼 하루하루를 기적처럼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 이번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도 단 1%의 이야기를 99%를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대한민국의 99%를 위한 글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정서를 지닌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 심사위원단(박범신방현석서영채은희경김형경김미현김별아)은 작품에 대해 상처 입은 존재들이 패배 속에서도 만들어내는 치유의 풍경을 훈훈하게 그린, 사람 냄새가 나는 소설이라며, 인간에 대한 이해와 정서를 지닌 소설로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패배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파토스로 작용해 감동을 준다고 평했다. 또한 방법론적으로는 언어나 플롯의 낭비 없이 경제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웰 메이드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 작가의 첫 장편소설엔 기발하고 파격적이고 기막힌 반전은 없다. 넘어지고, 깨지고, 혼나고, 실패하고, 망하면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등장인물들의 자잘한 에피소드가 애잔함과 감동으로 한자리를 크게 꽤차고 있다. 47세 늦깎이 작가의 감동퍼레이드는 이제 시작이다. 대학 졸업 후 오로지 글만 쓰기 위해 취직은 꿈도 꾸지 않았다. 그 긴 세월 나와 같이 최종심사에서 수차례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한 장편과 단편소설이 있다.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한 많은 알토란같은 작품들이 다 내 자식새끼나 다름 없다. 그 자식(작품)들 앞에서 무명작가, 대필작가가 아닌 전민식으로 당당해지고 싶다. 올해부터 신명나게 쓰고 싶다. 그는 긴 세월을 조용히 견디며 나쁜남자로 고집대로 살아갈 수 있게 지켜봐준 소설가이자 아내인 최민경과 아들 예준이, 그리고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99%를 위해 오늘도 귀를 닫고 글을 쓴다. 글 _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 _ 추상철 기자 scchoo@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