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호 인천시 자치경찰위원장은 ‘더 안전한 인천’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2024년 취임했다. 인천경찰청장을 지낸 한 위원장은 경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천시민들이 안전함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가고 있다
■ 인천시 자치경찰위원회를 이끌어 오신 지 1년이 됐다. 그간의 소회와 감회는.
지난해 처음 위원장직을 맡으며 시민의 안전과 권리를 최우선에 두겠다고 다짐했다. 지역사회와 경찰, 행정이 긴밀히 협력해 자치경찰제의 취지를 실현하고 인천만의 치안 철학을 만들어가기 위해 많은 분들과 함께 고민했다. 때로는 갈등을 조율하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아갔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시민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듣고, 그 목소리가 정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던 시간이다. 지역 치안 사각지대를 살피고 청소년 보호와 교통안전, 여성·아동 대상 범죄 예방 등 삶의 질을 높이는 치안정책을 추진한 모든 과정이 큰 배움이자 자부심이었다.
물론 부족했던 점도 많았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은 인천자치경찰이 더 단단해지고,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소중한 성장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 지난 1년간 이룬 성과는.
자치경찰제의 실질적 기반을 지역사회에 안착시킨 것이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자치경찰제는 제도가 아니라 문화라고 생각한다.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역의 특성과 요구에 맞는 맞춤형 치안을 실현하는 게 핵심인데 그 출발점은 시민과의 신뢰 형성이다. 지난 1년 동안 단순한 제도 운영을 넘어 시민 참여 기반의 치안 거버넌스를 구체화하고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데 집중했다.
예를 들어 지역 맞춤형 범죄 예방 대책, 교통안전 강화, 사회적 약자 보호 정책 등은 시민 목소리를 반영해 ‘현장 중심의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청소년 보호와 학교폭력 예방, 여성 대상 범죄 예방, 112 치안 대응체계 개선 등은 실제 시민 체감도 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기도 했다.
또 하나 중요한 성과는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 간의 협력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경찰 업무였던 분야들이 이제는 지역과 함께 고민하고 추진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고 그 과정에서 자치경찰위원회가 조정자이자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 과거 인천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직을 두루 경험하셨다. 업무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는지.
큰 자산이 되고 있다. 현장과 조직을 잘 안다는 것은 단순히 행정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정책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가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치안은 단순히 ‘안전’을 넘어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된 분야이기에 단 하나의 제도나 지침이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과거 경험은 현실적인 감각을 유지하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
다만 늘 마음에 새기는 것은 ‘과거 방식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는 경계심이다.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시민의 눈높이에서 새롭게 생각하고 더 유연하고 열린 자세로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 어려움이나 제도적 한계는 무엇이었는지.
자치경찰제는 중앙 중심의 치안 체계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안을 구현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그러나 법적·행정적 권한이 여전히 제한적이다. 특히 예산과 인사 권한이 중앙에 집중되다 보니 위원회 차원에서 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정책을 설계해도 실행 단계에서 경찰 조직과의 조율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시간이 늦어지거나 현실과의 괴리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또 하나는 시민과 일선 경찰의 제도에 대한 이해 차이가 있다. 시민 입장에서는 자치경찰이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고 경찰 내부에서도 종전 위계 구조와의 차이에서 오는 혼란이 있었다.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선 인식 개선과 교육, 홍보가 지속적으로 병행돼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 인천만의 자치경찰 운영 특징이나 차별화 정책이 있다면.
인천은 도심과 농어촌, 원도심과 신도심이 공존하는 도시다. 이러한 생활권의 특성이 다양하고 복잡하다. 인천자치경찰위는 지역 맞춤형 치안 정책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민 참여 기반의 ‘우리 동네 교통 환경 개선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역주민과 공무원 등 현장을 잘 아는 분들로부터 직접 제안을 받아 이를 토대로 실제 교통안전 환경을 개선하는 시민 협력형 모델이다.
2024년에만 1천151건의 제안을 접수, 이 중 536건을 개선해 시민 체감도를 높였다. 올해도 3~6월 1천195건의 제안을 접수해 순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 지역 특화 치안 정책에서 어떤 변화를 이끌었는지.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안심할 수 있도록 범죄 예방 환경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원룸 밀집 지역이나 공원 산책로, 학교 통학로 등 지역 특성과 주민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환경 조성을 통해 체감 안전도를 높이고 있다.
주거 취약지에 대해서는 방범시설을 확충하고 범죄 취약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방식으로 지속적인 개선 사업을 추진했다. 경인국철 1호선 부개역 일대에 조성한 ‘범죄안전 보행로’ 사업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도 했다. 2023년 대비 올해 범죄 발생률이 25% 줄었고 112신고 건수도 14.4% 감소했다.
앞으로도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범죄예방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 대표 정책이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먼저 생활안전 분야에서는 자율방범대 지원 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총 6억9천8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안전 장비와 피복 구입비를 지원했다. 대원들이 해마다 들어야 하는 112시간 직무교육을 위해 1천400만원을 들여 교육 동영상을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정신질환 관련 범죄 대응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고위험 정신질환자의 이상 동기 범죄나 응급입원 건수가 증가하면서 선제적 예방과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정신응급 합동대응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고위험 정신질환자에 대한 위험성 판단과 치료 연계를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1천594건 중 882건이 입원 처리되는 등 전국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여성·청소년 보호 분야에서도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폭력은 경찰만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어 교육청 등과 협력해 ‘강당 순례’ 시책을 운영하고 있다. 각 기관이 학교 강당을 순회하며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고 폭력 예방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교통 분야에서는 ‘가시적 홍보 교통안전사업’ 등을 추진했다. 신호를 잘 지키는 양심 운전자에게 홍보물품을 제공하거나 고령자를 대상으로 음주체험 교육 등을 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무인단속장비 29대를 새로 설치해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를 43.2% 감소시켰다.
■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과제나 계획은.
임기 동안의 경험을 통해 확인한 건 자치경찰제가 단시간에 완성되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제도의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시민과 현장이 함께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선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변화 축적이 필요하다. 그래서 앞으로 남은 기간 세 가지 과제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
첫째는 지역 맞춤형 치안정책의 고도화다. 지금까지 기반을 다지는 단계였다면 앞으로는 지역별 특성과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 치안정책으로 도약하려 한다. 예를 들어 도서지역은 순찰 공백을 해소하고 원도심은 취약계층 보호를 강화하는 등 맞춤형 치안 전략을 정교화할 예정이다.
둘째, 청소년·사회적 약자 보호 정책 강화다. 학교폭력과 디지털범죄, 위기청소년 발굴 같은 영역은 반드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청·복지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현장 경찰관의 대응 역량 교육도 확대하겠다.
셋째, 자치경찰제도에 대한 시민 체감도 제고다. 자치경찰이 시민 삶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명확히 전달하고 자주 소통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시민 의견을 모으는 채널을 확대하고 생활 속 자치경찰 정책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궁극적으로는 “자치경찰이 있어 내 삶이 조금 더 안전해졌다”는 말을 듣는 게 목표다. 그동안 성과가 제도 정착의 초석이었다면 이제는 그 기반 위에 ‘지속가능하고 체감도 높은 변화’를 이뤄내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남은 임기 동안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시민 안전과 현장 중심 행정이라는 2개 축을 끝까지 지켜나갈 계획이다.
■ 끝으로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지난 1년간 인천시 자치경찰위원회를 이끌면서 무엇보다 큰 힘이 된 것은 바로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이었다. 자치경찰제가 인천에서 뿌리 내리고 성장할 수 있던 것은 시민 한 분, 한 분이 함께해 주셨기 때문이다.
안전은 결코 경찰 혼자서 만드는 게 아니다. 시민과 경찰,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의 가치다. 앞으로도 시민들과 늘 소통하며 더욱 안전하고 따뜻한 인천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시민들의 일상이 평안하고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인천의 내일이 오늘보다 더 안전하고 희망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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