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풀리며 토사 ‘와르르’… 해빙기 안전 ‘비상’ [현장, 그곳&]

10일 오전 10시께 화성시 비봉면 일대. 도로 곳곳엔 급경사지에서 떨어진 흙과 돌이 나뒹굴고 있었다. 또 지저분하게 자란 나무들이 낙석방지망을 뚫고 나와 바람에 휘청이고 있었으며, 방지망이 없는 곳은 언제든지 도로 위에 흙이 쏟아질 수 있는 모습이었다. 같은 날 안성시 원곡면도 상황은 마찬가지. 깎인 절벽에서 굴러떨어진 크고 작은 돌들이 여기저기에 떨어져 있었고, 차량 운전자들은 낙석을 피하기 위해 차선을 급히 바꾸며 곡예운전을 하고 있었다. 덤프트럭 운전자 유한명씨(51·가명)는 “도로를 지날 때마다 흙과 돌이 떨어져 있어 급하게 피해 가기 일쑤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 지 몰라 겁이 난다”며 “해빙기라 사고 위험이 높은데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본격적인 해빙기가 시작되면서 경기지역 곳곳에서 낙석 및 붕괴 등 안전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만큼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매년 2월부터 3월은 해빙기로, 기온이 오르며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아 지반이 약해진다. 이 때문에 시설물 침하 및 붕괴, 낙석 등의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 최근 3년간 전국 기준 해빙기 관련 사고 건수는 총 143건으로, 낙석 및 낙빙 29건, 수난 29건, 산사태 9건, 지반 약화 76건 등이다. 이 기간 해빙기 사고로 인해 3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 겨울 역대 가장 많은 비가 내려 올해 해빙기 사고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내린 비의 양은 평년의 2.7배로, 물을 머금은 흙이 더욱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기도는 각 지자체와 함께 해빙기 취약지역 4천638곳을 선정해 안전점검을 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점검 기간이 짧은 데다 그마저도 육안으로 점검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겨울 동안 많은 눈과 비로 빗물이 스며 하단에 고이면서 하중이 발생해 해빙기 붕괴 등 사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빙기 때 잠시 육안으로 살펴보는 것은 예방적인 점검이라고 할 수 없다”며 “지속적으로 사고 위험성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취약지역으로 분류돼도 매일 현장에 나가 볼 수 없다”면서도 “해빙기에 각 시·군과 취약지역을 선정해 현장을 점검하고 위험요소를 파악해 안전시설 등을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하루 꼬박 준비… 인천 '장애인 친화 미용실' 지원 시급 [현장, 그곳&]

“미용실 한 번 가려면, 하루를 꼬박 준비해야 해요. 고생해야 하는 활동지원사님에게도 미안하고…” 8일 오후 2시께 인천 연수구 대형마트 내 한 미용실. 휠체어를 탄 뇌병변장애인 김은숙씨(53·여)가 활동지원사 김경숙씨(65·여) 도움을 받아 머리를 꾸미려 이곳을 찾았다. 휠체어 진입이 비교적 쉽다고 판단, 대형마트 미용실을 찾았지만 미용 의자로 옮겨 앉는 데만도 한참이 걸린다. 활동지원사만 힘만으로는 벅차 남자 미용사 도움으로 겨우 미용 의자에 앉았다. 머리 꾸미기를 다 끝낸 뒤, 머리 감는 일도 김씨에겐 곤욕스럽다. 또다시 다른 사람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 옮겨타야 하고 이내 머리 감는 전용 의자에 앉아야 해서다. 도움을 받아 머리감는 의자에 반쯤 누워도 몸을 가만히 두기 힘들어 고통은 계속된다. 김씨는 “대형 쇼핑몰에 있어 출입문이 턱이 없는 데다, 남자 미용사가 있기에 그나마 이 정도”라며 “동네 미용실은 진입부터 어려워 아예 갈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TV에서 우연히 서울 장애친화미용실을 봤는데, 인천에도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미용실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장애인들은 미용실을 찾을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미용실 직원은 물론 비장애인 손님들마저 휠체어를 타고 장애인이 미용실에 들어서면 거부감을 드러내곤 한다. 이 때문에 사전에 활동지원사가 전화로 장애인을 손님 받는지 여부까지 확인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장애친화미용실을 민간에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공공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나 군·구는 민간 미용실과 협약을 맺어 필요한 장비를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장애친화미용실 설치 취지와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건물을 빌리거나 새로 지어 미용실을 만드는 것은 예산이 많이 들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인천시사회복지회관 등 새로 짓는 복지관에 미용시설을 마련하도록 건의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청소년쉼터 금시초문”… 위기 아이들 울타리 ‘있으나 마나’ [현장, 그곳&]

“청소년쉼터요? 처음 들어봅니다.” 지난 6일 오후 9시께 수원특례시 영통구 영통동의 한 무인카페. 집을 나온 청소년 두 명이 늦은 시간까지 카페에 앉아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김모양(17)과 강모군(17)은 “엄마와 싸워서 집을 나왔는데 갈 곳이 없어서 무인카페에 있었다”며 “청소년쉼터가 있는 줄도 몰랐다”고 의아해 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께 안양시 만안구의 한 공원. 가출한 청소년들이 쪼그려 앉아 추위에 덜덜 떨고 있었다. 집에서 수차례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집을 나오게된 김석현군(19)은 “쉼터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며 “마땅히 갈만한 장소가 없어 무인 업소나 빈 건물에서 밤을 새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가출 경험이 있다고 말한 배소정양(15)도 마찬가지였다. 배양은 “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때려 참다가 집을 나온 적이 있었다”며 “청소년쉼터를 들어보지 못해 친구집에서 지냈다”고 말했다. 경기지역에서 해마다 7천명 이상의 가출 청소년이 생기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보호하는 청소년쉼터가 제 기능을 못하며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도내 지자체 등에 따르면 청소년쉼터는 각 시·군이 위탁 운영하는 시설로, 가출 청소년을 범죄 및 비행으로부터 보호하는 복지시설이다. 현재 경기도에는 가출청소년을 위한 쉼터가 31곳 운영되고 있지만, 이용 실적은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해 경기도내 가출 청소년 7천621명 중 쉼터를 이용한 가출청소년은 겨우 256명(지난해 9월 기준)에 그쳐 이용률은 고작 3%가량으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 청소년 범죄가 급증하면서 매년 5만건 이상의 범죄가 발생하는 등 이들의 탈선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어 보호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결국 가출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쉼터가 필수적이지만,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권일남 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청소년쉼터는 가출 청소년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며 “지자체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홍보를 더욱 적극적으로 하거나 이동식 버스형 쉼터를 늘려 아이들을 직접 찾아가 상담해주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청소년들에게 쉼터에 대해 홍보하고 있지만, (가출 청소년들이)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어 “아이들을 찾아가 쉼터를 홍보하거나 인계하는 아웃리치 활동을 강화하는 등 위기 청소년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캠페인을 더 늘려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로 위 시한폭탄’…화물차량 규정 위반 18건 무더기 적발 [현장, 그곳&]

“적재 용량 초과했습니다. 차 세워주세요.” 7일 오후 2시께 평택제천고속도로. 철재 적재물을 적재함 바깥까지 실은 화물차 한 대가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곧 회색 중형 차량에 경광등이 들어오고 사이렌이 울리더니 화물차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화물차를 멈춰 세운 뒤, 운전자와 경찰 사이 실랑이가 시작됐다. 경기남부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소속 안재형 경사와 김현동 경장이 적재불량을 이유로 범칙금 4만원과 벌점 15점을 부과하자 운전자가 강하게 항의하기 시작한 것. 화물차량 운전자 A씨(50대)는 “물건 크기가 큰 걸 어떻게 하라는 얘기냐”며 “화물차 운전 못 해 먹겠다”고 화를 냈다. 오후 3시께 서평택톨게이트에서는 불법 튜닝 차량이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이날 톨게이트를 지나던 폐기물 이송 화물차량은 더 많은 폐기물을 싣기 위해 난간대를 불법으로 설치한 채 운행하고 있었다. 적재함에 난간대 등을 붙이려면 관계기관에 신고해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운전자 B씨(70대)는 차량 정비 이후 임의로 난간대를 설치했다. 경찰은 B씨를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B씨는 “점검이 끝나면 짐을 더 많이 실으려고 난간대를 붙인 것”이라며 “지금까지 해오던 건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경찰이 7일 고속도로에서 화물차량에 대한 대대적인 특별단속을 벌여 정비 불량, 불법구조변경, 적재물 추락방지위반 등을 무더기 적발했다. 경기남부청 고순대와 교통안전공단 경기본부는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암행순찰차 4대와 교통순찰차 2대 등을 이용, 서해안고속도로와 서평택톨게이트 등에서 화물차 적재불량 단속을 벌인 결과 총 18건의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유형별로는 ▲추락 방지 위반 8건 ▲정비 불량 4건 ▲불법 구조 변경 2건 ▲적재 용량 위반 2건 ▲적재 중량 위반 1건 ▲불법 부착물 1건 등이다. 문숙호 경기남부청 고속도로순찰대장은 “운전자가 타이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거나 적재물 결박 장치가 미흡한 모습이 많았는데, 이는 중대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위험한 문제”라며 “모든 운전자가 출발 전 타이어 확인 등 간단한 정비를 통해 사고를 예방해 달라”고 말했다.

내다 버린 양심 ‘수북’... 쓰레기 불법 투기장 된 수원역 로데오거리 [현장, 그곳&]

“매일 음식물 쓰레기와 뒤섞인 오물들이 수원역 로데오 거리를 뒤덮습니다.” 5일 오후 6시께 수원역 로데오거리. NH농협은행 인근 인도 위에 수십 개의 쓰레기봉투가 한가득 쌓여있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버려진 박스와 이불, 가구와 쓰레기가 뒤엉켜 있었고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서 나온 잔여물로 인해 악취가 심하게 풍겨왔다. 시민들은 쓰레기를 피하기 위해 차도를 이용하면서 지나가는 차량과 마주칠뻔한 아찔한 상황도 포착됐다. 인근 상가에서 나온 시민들은 전봇대에 붙어 있는 ‘쓰레기 무단투기 절대 금지’라는 표지판이 무색하게도 쓰레기를 가득 담은 봉투를 계속해서 가져다 놓았다. 심지어 인도 위에 설치된 배전함 주변도 쓰레기로 뒤덮여 화재 등 안전사고도 우려됐다. 인근 주민 최종금씨(53)는 “불법 투기된 쓰레기 악취로 인해 몇 년째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주말에는 쓰레기를 가져가지도 않는데, 매번 몰래 가져다 놓는 불법투기자들 때문에 인도를 지나갈 수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시에 민원을 여러 번 제기했지만, 보여주기식 순찰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원역 로데오 거리가 각종 오물 및 쓰레기 불법투기가 끊이지 않으며 몸살을 앓고 있다, 이날 수원특례시 등에 따르면 쓰레기 배출은 평일 저녁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종량제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 주말에는 배출이 불가능하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쓰레기를 올바른 방법으로 배출하지 않고 무단투기하는 경우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수원역 로데오 거리에 쓰레기 불법 투기가 만연하고 있음에도 관리주체인 지자체는 단속이나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수원역 로데오 거리는 주거지역이 아닌 상업지역이기 때문에 지자체의 관리·감독이 중요하다”며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거리인 만큼 외국어가 기재된 안내판을 만들고 외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팔달구청 관계자는 “상습 투기지역에 단속 요원이 수시로 현장을 돌아다니며 단속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수원역 로데오거리에 지속해서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무단투기 단속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도로 오염이 심한 곳에는 주 1회 물청소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속에 불 꺼진 신호등··· 아이들 안전 '깜깜' [현장, 그곳&]

“어린이보호구역 신호등이 꺼져 있으면 아이들 안전은 어떡하나요.” 4일 오전 8시40분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조원동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 횡단보도에 설치된 보행자 신호는 꺼져 있었고, 차량 신호는 적색 점멸등만 켜져 있었다. 학교를 가던 아이들 무리가 길을 건너려 횡단보도에 나서는 순간 한 차량이 아이들 앞으로 쌩하고 지나가 하마터면 차에 치일 뻔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광주시 송정동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신호등이 꺼져 있어 집을 가던 아이들이 횡단보도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이때 한 아이가 주위를 살피지 않고 횡단보도에 뛰어들자 지나다니던 차들이 황급히 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 서기도 했다. 이정미씨(42·여)는 “어린이를 보호하는 장소에 신호를 꺼놓으면 어떡하냐”면서 “아이가 혹여나 다칠까 매일 마중을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경기도내 일부 어린이 보호구역 신호등의 불이 꺼져있거나 점멸등으로 운영되고 있어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날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평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어린이 보호구역 내 점멸신호를 금지하고 있다. 교통이 혼잡한 구간에 한해 점멸신호로 운영할 수 있지만, 이 경우 보행자가 수동으로 횡단 신호를 켤 수 있는 작동신호기를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현재 경기도내 어린이보호구역의 경우 614곳에서 점멸신호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현장에는 점멸신호등이 설치된 곳에 보행자 작동신호기가 없거나 신호등이 꺼져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관리 주체인 경찰은 작동신호기 미설치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아이들은 주변을 잘 살피지 않고 횡단보도를 건널 수도 있기 때문에 점멸신호로 운영하면 위험하다”며 “경찰은 주기적으로 순찰을 돌며 점멸신호등과 보행자 작동신호기 현황파악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보행자 작동신호기와 보행신호등은 자체적인 예산이 없어 지자체와 협의 하에 설치하고 있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신호등이 꺼져 있는 곳은 새로 설치되거나 수리 중이라 이른 시일 내에 조치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신호등 세부 운영 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3년(2020~2022년)간 경기도에서 발생한 어린이보호구역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총 365건으로, 해마다 120건 이상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개구리·도롱뇽 떼죽음’ 양서류 서식지 훼손된 수원광교산 [현장, 그곳&]

“개구리와 도롱뇽이 떼죽음 위기에 놓였습니다.” 2월 29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광교산 통신대 진입 등산로. 지난해 통신대길 보수공사를 진행하면서 설치된 콘크리트 배수로에 갇혀 죽은 큰산개구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본격적인 산란기를 맞아 알을 낳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가 콘크리트 수로에 빠져 나오지 못한 것이다. 젖은 낙엽 속에 파묻혀 죽어있는 채로 발견된 개구리와 도롱뇽만 10여마리. 등산객 김창섭씨(69)는 “일주일에 3번씩 산에 오는 데, 올라올 때마다 죽어있는 개구리만 여러 마리”라며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인공구조물 탓에 죽음을 맞이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콘크리트 배수로 안에는 인근 습지로 가지 못한 채 갇혀버린 양서류들이 급하게 산란한 알이 가득했다. 더욱이 수로 끝에는 떠내려온 수천 개의 개구리알들이 돌 사이에 끼어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원 광교산 통신대길 인근에 알을 낳으려는 개구리와 도롱뇽이 콘크리트 배수로에 갇혀 사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양서류는 생태계 먹이사슬의 중간 고리로써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수원환경운동센터(이하 센터) 등에 따르면 수원 광교산 통신대 등산로 일대는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인 큰산개구리와 도롱뇽 등이 매년 2,3월에 찾아와 알을 낳는 곳이다. 하지만 지난해 광교산 통신대길에 설치된 콘크리트 배수로에 양서류 수십마리가 빠져 죽는 일(본보 2023년 9월25일자 6면)이 발생했다. 이에 수원시는 양서류가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구조물을 설치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센터는 지난 25일에도 콘크리트 배수로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죽어있는 총 50여마리의 개구리와 도롱뇽 사체를 발견했다. 홍은화 센터 사무국장은 “크기가 큰 개체들은 현재 설치돼 있는 구조물을 통해 올라오지 못한다. 배수로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그 안에 산란한 것”이라며 “배수로에 급하게 산란한 알들은 부화되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부터 배수로에 빠지지 못하도록 배수로 덮개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관련 부서와 환경단체 등과 협의를 진행해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조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관광명소' 덴마크 소각장 둘러본 유정복, “인식전환 필요” [현장, 그곳&]

“덴마크 시민들에게 소각장은 전혀 혐오시설이 아니에요. 오히려 지인에게 추천하는 관광 명소입니다.” 지난 22일 오후 1시께(현지시각)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자원순환센터(소각장)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 넓은 평야에 소각장인 인공 언덕이 솟아 있어 멀리서도 눈에 띈다. ‘코펜힐(Copenhill)’으로도 불리는 이 폐기물 소각시설 지붕에는 넓은 인공 잔디 스키 슬로프가 있고, 소각장 건물 외벽에는 높이 85m 인공 암벽 등반장이 있다. 슬로프에선 시민들이 스키를 즐기고 있고, 슬로프 옆에는 리프트를 비롯해 산책로와 계단이 있어 이곳을 찾은 시민들이 줄지어 오르내린다. 정상에서는 해상풍력단지와 덴마크 마을이 한눈에 보인다. 이 때문에 이곳은 궂은 날씨에도 관광객들로 붐빈다. 독일에서 여행온 폴씨(Paul·19)는 “코펜하겐에서 아마게르 바케가 유명하다고 해서 왔는데, 소각장인지 몰랐다”며 “소각장 위에 스키장 등 체육시설이 있다는 것이 새롭고 좋다”고 했다. 이곳은 인근 주민들의 휴식 공간이자 자랑거리다. 주민들은 이곳을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꼽는다. 지인들과 함께 이곳을 온 덴마크 주민 페르(Per Nylykke)씨는 “종종 나들이하러 이 곳에 온다”며 “오늘은 지인들에게 관광지를 안내하려고 데려 왔다”고 말했다. 인천의 군·구가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소각장을 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덴마크 코펜하겐에선 레저시설과 결합한 소각장이 관광 명소이자 주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25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아마게르 바케 소각장은 지난 2017년에 지어져 1일 약 1천200t의 폐기물을 소각하고 있다. 폐기물을 소각해 생긴 열은 열병합 과정을 거쳐 주민 10여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난방열과 전기로 생산한다. 이와 함께 3천㎡ 규모의 등산로와 전망대 카페 등이 있어서 코펜하겐 시민들에겐 관광 명소로 꼽힌다. 시는 지역 명소로 자리잡고 있는 아마게르 바케와 국내 경기도 하남시의 유니온파크 등의 소각장들을 벤치마킹해 ‘인천형 소각장’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군·구가 소각장 조성을 주도하되, 시는 소각장 광역화 등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하는 군·구 간 협의를 도울 방침이다. 아마게르 바케를 둘러본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곳처럼 현대의 소각장은 혐오시설이 아닌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소각장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소각시설을 지하화하고, 체육시설도 조성해 주민들이 소각장을 전혀 불편하지 않도록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소각장 조성과 관련한 군·구 간의 협의를 돕고,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이들이 소각장 조성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무심코 휙… 양심까지 내버린 ‘담배꽁초’ 수북 [현장, 그곳&]

21일 수원특례시 권선구 한 주택가 인근 골목 이곳저곳엔 누군가 흡연 후 내다 버린 담배꽁초와 담뱃갑 여러 개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한 주택 건물 뒤편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아래 바닥엔 담배꽁초들이 비바람에 날려 마구 굴러 다녔다. 주민 김영주씨(56·여)는 “집 근처에서 하도 담배를 피워 냄새로 고역인데, 피다 버린 꽁초 때문에 더 지겨워 못살겠다”며 “처음엔 보일 때마다 주워 버렸는데 하도 버리니 이젠 포기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의왕시 삼동 일대도 상황은 같았다. 주택가와 도로가 주변엔 인도·차도 구분 없이 담배꽁초들이 버려져 나뒹굴었다. 한 좁은 골목길에 설치된 빗물받이 입구와 내부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하게 버려져 오염된 상태였다. 경기지역 주택가와 도로가 곳곳이 끊이지 않는 담배꽁초 무단 투기로 인해 화재 위험에 노출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담배꽁초를 길가 등에 무단 투기할 경우 폐기물관리법 위반 행위에 해당돼 5만원의 과태료에 처해진다. 무단 투기된 담배꽁초는 화재 발생 가능 위험성을 높인다. 실제 지난해 8월17일 오전 9시52분께 포천시 영북면 한 다세대주택(빌라)에선 담배꽁초로 인해 화재가 발생해 거주하던 주민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해 10월26일 오전 3시20분께 부천시 춘의동 한 단독주택에서도 꽁초 불씨가 쓰레기에 옮겨 붙어 불이 나 인근에 거주하던 주민 2명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꽁초는 수천여가지의 독성 물질을 배출한다. 또 꽁초 필터에 포함된 미세 플라스틱 등 위해 물질이 빗물받이에 들어가면 배수로를 통해 강가나 하천, 바닷가 등으로 흘러가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환경적 측면에서도 치명적이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 2019년부터 담배꽁초 등 폐기물 무단 투기를 감시·계도하는 민간 모니터링 운영을 지원하는 ‘깨끗한 쓰레기 처리 감시원 운영 사업’을 추진하고, 도내 일선 지자체들을 상대로 무단 투기 예방 홍보를 유도하는 내용의 ‘깨끗한 경기 만들기’를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일선 지자체는 상가지역과 도로·인도 주변 등 거리에 버려진 꽁초를 수시로 수거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곳곳 꽁초 무단 투기가 여전히 지속되며 이 같은 노력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홍은화 수원환경운동센터 사무국장은 “꽁초 필터에 포함된 미세 플라스틱이 바람 등을 통해 하천 등에 유입되면 피해는 생태계 전반과 인간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 인식 개선이 우선 돼야 하고, 지자체 차원에선 ‘내 가게 또는 내 집 앞 꽁초 줍기’ 또는 흡연 전용 수거 용지를 사용토록 유도하는 ‘시가랩’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또 하천·공원 일대 금연 구역을 확대하고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꽁초가 다수 버려져 있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예방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인천 대형병원 진료‧처방 지연…환자들 불편 커져 [현장, 그곳&]

“평소보다 20~30분은 더 기다린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까 봐 걱정이네요.” 21일 오후 1시께 인천의 한 대학병원 처방전 배부처에는 많은 환자가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전공의 이탈로 진료는 물론 처방도 지연됐기 때문이다. 인천 연수구에 사는 A씨는 “신경외과 진료한 후 약을 타려는데 평상시보다 훨씬 오래 기다렸다”며 “뉴스를 확인할 때마다 출근하지 않는 전공의들이 늘어나는데, 제대로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전공의들 부재로 입원 환자들은 특히 불편을 더 크게 체감한다. 전공의는 병원에서 교수의 수술을 보조하고 주치의를 맡아 병동을 돌며 환자 상태를 살피는 역할을 하는데, 이들이 떠나면서 교수들이 처방 지시·처치 등을 도맡아서다. 수술 환자와 이미 병실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에 대한 의료 체계를 갖추기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남은 의료진으로 수술을 한다고 해도 수술 이후 환자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전공의가 없어 환자들은 불편과 불안함을 동시에 느낀다. 더욱이 전공의들이 없어 일손이 부족해지다 보니 입원환자들마저 퇴원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제로 이날 B병원은 내과 등 일부 과에서는 입원 환자를 무더기로 퇴원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이 병원 소속 C간호사는 “전공의와 인턴들이 출근하지 않아 우리 병동은 환자도 거의 다 퇴원시킨 상태”라고 귀띔했다. 이에대해 보건당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병원 진료 전 환자가 수술이나 검사, 진료 등의 예약 등을 꼼꼼히 확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쿨존 주정차 전면금지 3년… 오늘도 불법 ‘만연’ [현장, 그곳&]

“스쿨존은 어린이 보호보다 주차가 우선인 곳인가요?” 20일 수원특례시 권선구 권선초등학교 일대 어린이보호구역. 스쿨존임을 알리는 전봇대 표시와 도로 위 붉은 노면 표시가 확연히 눈에 띔에도 곳곳엔 주·정차된 차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한 차주는 학교 주변 도로를 빙빙 돌더니, 이내 학교 정문 앞 도로에 차를 세우곤 자리를 떴다. 차주 김예진씨(가명·50대)는 이곳이 주·정차가 금지된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세탁소에 맡긴 옷을 찾아야 하는데 주차할 곳이 없어 이곳에 잠깐 차를 세웠다”며 “근처 추차된 다른 차들도 많은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의왕시 삼동 부곡초등학교 주변 어린이보호구역 역시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이 눈에 띄긴 마찬가지. 학교 주변엔 ‘견인지역’, ‘주정차금지’란 경고성 문구가 적힌 스쿨존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었지만, 여러 대의 차들은 버젓이 그 아래 시동이 꺼진 채 주차돼 있는 모습이었다. 학부모 김나영씨(37·여)는 “방학기간이라도 돌봄교실을 신청해 등교를 해야 한다”며 “주차할 공간이 워낙 없어 이해는 하지만, 아이들 안전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토로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주·정차를 금지하는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 3년차에 접어들고 있지만, 경기지역 내 스쿨존 현장에선 여전히 불법 주·정차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0월21일부터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차량들의 주·정차가 전면 금지됐다. 그러나 스쿨존 현장 상황은 법 개정 전이나 다를 바 없이 무분별하게 불법 주·정차된 차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도내 어린이보호구역 단속 건수는 2021년 16만9천653건으로 집계됐으며 이후 개정된 법 시행 이후인 2022년 17만7천937건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지난해의 경우도 9월까지만 단속된 수치만 13만4천44건에 이른다. 한 해당 평균 16만 건 이상을 기록하는 셈이다.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된 차량은 주행하는 차량의 운전자 시야를 가로 막아 행동을 예측할 수 없게 해 교통사고 발생 위험을 높인다. 특히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어린이들이 주·정차된 차량 뒤에 서 있을 경우 사고 발생 가능성이 더 크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를 전면 금지하는 법이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주차 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현장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어린이 도보 안전을 위하자는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게 단속 강화와 함께 시민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등 다양한 노력이 더욱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내 일선 지자체 관계자는 “계속적으로 현장 단속 등은 이뤄지고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주정차 금지는 방학 기간이라도 유예되는 게 아닌 만큼 더욱 철저히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인천 송도 고층빌딩, 엘리베이터 정체 심각…입주업체 불편 '속출' [현장, 그곳&]

“아침 출근 때마다 고층 사무실로 올라가려고 오히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꽉 차 출근을 못하기 때문이에요.” 20일 오전 8시30분께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IBS타워 1층 로비. 18층부터 35층까지 운행하는 고층 엘리베이터 앞에 사람들이 한 줄로 길게 늘어서 있다. 잠시 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차례대로 들어서는데, 지하로 내려가는 방향이다. 이들은 아침마다 고층 사무실로 출근하기 위해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탄다. 장모씨(34)는 “지하부터 사람들이 꽉 차기 때문에 높이 올라가려면 오히려 지하로 내려갔다가 자리를 선점한 뒤 올라가야 한다”며 “언제까지 출근할 때마다 엘리베이터 전쟁에 시달려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1년 준공한 인천 연수구 센트럴로263 송도IBS타워는 지하4층~지상35층 규모로 인천항만공사, ㈜선광, GCF, 인천관광기업지원센터, ㈜셀트리온, 중부지방해양경찰청 등이 입주해 있다. 1일 유동인구는 약 1천700여 명에 이른다. 엘리베이터는 저층부(1~17층) 6대, 고층부 6대, 비상용 2대와 화물용 1대 등 모두 15대를 설치했다. 하지만 인파가 몰리는 시간대에는 현실적으로 엘리베이터 공급이 부족, 31~35층까지 사용하는 인천항만공사와 18~21층까지 쓰는 셀트리온 직원들이 큰 불편을 겪는다. 입주 직원들 엘리베이터 불편은 점심시간에도 이어진다. 셀트리온 직원 A씨는 “점심시간에도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잡기가 어려워 오히려 상행 엘리베이터를 타고 35층까지 갔다 다시 내려오거나 환승층인 23층에 내려 저층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기도 한다”고 말했다. 엘리베이터가 ‘만원’이 되면 중간에는 서지 않고 그대로 통과, 1층까지 내려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고층부 엘리베이터 6대 중 2대가 고장나 엘리베이터 정체는 더욱 심각하다. 인천항만공사 한 관계자는 “출근시간에는 보통 10분에서 15분, 점심시간에도 길게는 10분 이상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시간을 소모한다”며 “아무리 고층빌딩이라도 너무하다는 불만이 직원들 사이에서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도IBS타워 관리업체 관계자는 “항만공사나 셀트리온 모두 고층 빌딩을 겪어보지 못하고 저층 건물만 사용한 직원들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전에 근무했던 여건과 비교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강남을 가보면 알겠지만, 고층 건물들은 출퇴근 시간대에 우리 건물보다 더 심하게 (엘리베이터를)기다려야 한다”며 “IBS타워는 법적으로 정한 엘리베이터 대수도 지키고 있으며, 고장난 2대도 조속히 수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전공의 떠난 경기지역 병원…구멍 뚫린 ‘의료 시스템’ [현장, 그곳&]

“벌써 두 번째 병원인데, 또 수술을 못 한다네요. 정말 피가 마릅니다.” 20일 오전 10시께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창백해진 얼굴로 병원을 서성이던 김모씨(여·56)는 “도대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며 울부짖었다. 지난밤 딸의 담낭에 이상이 생겨 수원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을 찾았던 그는 ‘의사가 없어 수술이 안된다’는 병원의 말에 아주대병원에 딸을 입원시켰다. 하지만 이곳의 상황도 비슷했다. 김씨는 이곳에서도 ‘의사가 없어 당장 수술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진통제만 맞은 채 버티고 있는 딸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같은 날 수원 성빈센트 병원 응급실 앞에서도 전전긍긍하는 한 보호자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박모씨(여·52)는 아버지가 배 통증을 호소해 아침 일찍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찾았지만, 별다른 처치가 어렵다는 답만 들었다. 박씨는 “오래 기다리면 진료는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만약 수술이 필요하면 수술은 못 해준다. 다른 병원을 가라'고 했다”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절반 이상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낸 분당 서울대병원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당장 21일 입원해 이번 주 중으로 수술받을 예정이던 박모씨(38)는 전날 밤 수술이 연기됐다는 병원 측의 연락을 받았다. 박씨는 “한 달을 꼬박 기다렸는데 이런 경우가 어딨냐”며 “다들 걱정만 하며 애타게 기다리는 건데 우선 순위가 있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경기지역 대형 병원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나면서 의료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 수술 연기는 물론이고, 당장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의사가 없다’는 병원 답변에 다른 병원을 전전하고 있다. 이날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경기지역 주요 병원들의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뒤 대형 병원 곳곳에서 의료 공백이 빚어지고 있다. 각 병원들은 비상 진료 대책을 세워 의료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지만, 전공의들 대다수가 의료 현장을 이탈하며 전반적인 의료 시스템은 흔들리고 있다. 아주대병원은 전공의 255명 중 13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분당 서울대병원은 전공의 270명 중 140명이 사직서를 냈다. 성빈센트병원에서는 전공의 123명 중 100명이 넘는 전공의가 사직서 제출에 동참했다. 이에 정부는 비상진료대책을 가동한 상태다. 정통령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앙비상진료상황실장은 “여러 병원 상황을 보면 대략 2∼3주 정도는 기존 교수님들과 전임의, 입원전담전문의, 중환자실전담전문의 등 전공의를 제외한 인력으로 큰 차질 없이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그 이상으로 기간이 길어지면 이분들의 피로도가 누적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 중 필요한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도로 전세낸 듯… 화물차 버젓이 ‘불법 주정차’ [현장, 그곳&]

18일 수원특례시 권선구 권선동 한 왕복 4차선 도로 일대. 시동 꺼진 화물차들이 도로 가장자리 한 차선을 모두 차지한 채 불법 주차돼 있었다. 도로 위를 한창 달리던 다른 차들은 주차된 화물차를 보고, 차선을 바꾸려다 뒤에 달려 오던 차량의 경적 소리를 듣곤 멈칫하며 휘청 거리기도 했다. 의왕시 삼동 일대 상황도 같았다. 화물차들이 줄지어 도로 한 면을 차지하고 있어 시야를 가린 탓에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었다. 유턴을 하려던 한 차량은 대형 화물차 여러 대가 줄지어 차선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탓에 도로 폭이 좁아져 한 번에 유턴하지 못하고 앞뒤로 직진·후진을 반복했다. 경기지역 곳곳에서 화물차 불법 주정차가 성행하며 운전자와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기도내 화물차량 등록대수는 올 1월 기준 85만8천821대다. 도내 화물차 수는 지난 2021년 82만6천340대, 2022년 84만7천730대, 2023년 85만8천364대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화물차 불법 주정차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경기도내 화물차 불법 주정차 관련 계도 및 밤샘주차단속 건수만 봐도 2021년 1만6천646건, 2022년 1만5천567건, 지난해 1만5천419건으로, 연평균 1만5천877건씩 발생하고 있다. 화물차 불법 주정차는 보행자와 운전자의 시야 확보를 방해해 사고 위험성을 높이고 통행에 불편을 초래한다. 이 같은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화물차를 주차할 공간이 부족해서다. 애초에 영업용 화물차 등은 ‘화물차 차고지 증명제’를 따라 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차량을 등록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경기지역 내 화물차 공영주차장은 수원특례시(205면), 의왕시(53면), 화성동탄(226면), 화성향남(212면) 등 총 4곳(696면)으로, 지역 내 화물차 전체 등록대수(85만8천821대) 대비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경기도는 일선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영차고지 공사비의 70%를 지원하고 있지만 안산시 내 2곳의 공영주차장 신설 계획을 제외하면 대다수의 지자체들은 부지 마련 등에 난항을 겪고 있어 주차장 추가 확보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신진기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단속 강화에 더해 관계 기관, 전문가, 주민, 화물차주 등이 대화의 장을 마련해 형평성 있고,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해결책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첫걸음”이라고 조언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는 올해의 경우 특별 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며, 화물차 불법 주정차는 도로 안전을 위협하는 만큼 단속 강화와 계도 등 최선의 노력 다하겠다”고 밝혔다.

나 홀로 덤벨 들다… 안전 사각지대 불법 ‘무인 헬스장’

14일 오전 9시께 화성시의 한 헬스장. 입구 옆 설치된 키오스크엔 평일(오전 12~10시), 일요일, 공휴일 등 지도자가 근무하지 않는 시간엔 무인으로 운영한다는 문구가 보였다. 투명 유리 자동문 너머 보이는 내부에는 몇몇 이용객이 불도 켜지 않은 상태로 운동 중 이었다. 한 이용객은 파워랙(등 운동기구) 근처에서 기계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안양시의 한 헬스장도 상황은 같았다. 헬스장 내부엔 ‘무인출입’이란 네 글자가 버젓이 적혀 있었다. 이용객들이 한창 기구를 이용해 운동하고 있었지만, 관리자는 보이지 않았다. 정선희씨(40대·여)는 “원하는 시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회원권을 끊긴 했는데, 제대로 된 지도사도 없이 혼자 운동하다 부상을 입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불안하긴 하다”며 “최근 운동기구 사용 방법을 모르는 채로 사용하다 다칠 뻔해 요새는 쉬운 유산소 운동만 한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곳곳 불법 무인 헬스장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설 내 전문 지도자가 상주 하지 않을 경우 이용객이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어 정확한 실태 조사와 단속 강화 등 대책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이날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 등에 따르면 경기지역내 등록된 체력단련장은 3천581곳이다. 하지만 이중 무인 헬스장은 몇 곳인지 알 수 없다. 무인 헬스장을 단속하는 일선 지자체가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민원 신고에만 의존, 관련 현황 파악에 손을 놓고 있어서다. 현행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상 영리 목적의 헬스장은 운동 전용 면적이 300㎡ 이하면 1명 이상, 이상이면 2명 이상의 체육 지도자를 배치해야 한다. 즉, 무인으로 운영되는 헬스장은 불법이다. 무인 헬스장은 통상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만큼 늦거나 이른 시간 불특정 다수가 이용할 수 있다. 이 때 전문 지도자 등 관리인 없는 상태에서 운동 기구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이용객이 이를 이용할 경우 안전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또 기계 고장 등 사고 발생 시 조속한 대처가 늦어져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 관계자는 “불법인 무인 헬스장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불법’행위로 규정하면서도 단속 등 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허술한 행정도 한 몫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또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 등 전문 자격을 보유한 이들이 여러 헬스장을 운영하며 한 곳에 상주할 수 없단 이유로 업장을 비워두는데, 이런 점이 바뀌지 않으면 무인헬스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내 일선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 곳곳 불법 무인 헬스장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안전사고 위험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계도 등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고, 파악된 업소에 대해서는 현장 점검을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원묘지 ‘플라스틱 조화’ 근절... 命 거스르는 경기도 [현장, 그곳&]

“꽃집을 찾는 성묘객 10명 중 9명은 조화를 구입합니다.” 14일 오전 11시께 용인특례시 처인구의 한 공원묘지. 지난 설 연휴 동안 공원묘지를 찾은 성묘객들이 놓고 간 형형색색의 꽃들이 빼곡했다. 비석을 둘러싼 잔디 부분에는 조화를 사용해 꾸며 놓았고, 봉분 앞에 놓여 있는 알록달록한 꽃들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조화였다. 인근에서 꽃집을 하는 A씨는 “꽃을 사 가는 성묘객들 대부분이 조화를 선호한다”며 “생화는 빨리 시들고 가격이 비싸기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다. 같은 날 광주시 능평동의 한 공원묘지도 마찬가지. 공원 내 조화사용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무색하게도 묘지 옆 화병들에는 플라스틱 조화가 가득 꽂혀 있었다. 성묘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의 손에도 조화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전국적으로 친환경 추모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내 공원묘지는 여전히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플라스틱 조화가 가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전국 공원묘지에서 연간 1천557t의 조화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으며, 탄소 배출량은 4천304t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플라스틱 조화는 장기간 방치될 경우 미세플라스틱이 생성되면서 대기와 토양을 오염시킨다. 이에 경상남도 김해시와 창원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원묘지 내 플라스틱 조화 반입을 금지하거나 공원묘지에서 생화를 무료로 나눠주는 등 친환경 추모문화 정착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이러한 움직임이 없어 플라스틱 조화가 없는 친환경 추모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조화는 재활용이 불가능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며 “경기지역에서도 달라진 인식에 발맞춰 공원묘지에서 플라스틱 조화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에서는 다른 지자체에서 하는 캠페인 활동과 같은 홍보 예산이 따로 없는 상황”이라며 “공원묘지 관리 주체가 각 시·군이기 때문에 생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 정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고기 대신 쓰레기 둥둥”… 저수지낚시터 환경오염 ‘시름’ [현장, 그곳&]

12일 오전 9시께 안산시 단원구 대부북동 북동낚시터(북동저수지). 물가 가장자리 곳곳엔 낚시꾼들이 오래 전 내다 버린 것으로 보이는 캔·페트병 등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낚시터에 설치된 데크 주변도 낚시대, 소형 뜰채, 캔, 페트병, 과자 봉지, 플라스틱 일회용기 등 쓰레기가 버려진 채 풀과 뒤엉켜 있었다. 주민 신호정씨(가명·45)는 “일부 몰상식한 낚시꾼이 맥주·음료 캔이나 음식물을 내다 버리고 간다. 치우는 사람, 버리는 사람 따로 있느냐”며 “보기 싫고 흉물스러울 건 말할 것 없고 환경도 걱정된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날 오후 1시께 시흥시 군자로 달월낚시터(마전저수지), 금이동 칠리제낚시터(칠리제저수지) 주변도 상황은 같았다. 관리인이 현장에 상주하고 있고, 쓰레기를 버리는 구역이 따로 마련됐음에도 곳곳엔 폐 종이박스, 빈 미끼통, 맥주 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등이 내팽겨쳐진 채 나뒹굴고 있었다. 경기도 내 일부 낚시터가 관계 당국의 방치 속에 무단 투기된 불법 쓰레기들로 토양·수질 오염이 우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경기도내 허가된 낚시터는 2020년 305곳, 2021년 310곳, 2022년 317곳으로 해마다 소폭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낚시터가 운영되는 지역 저수지 일대 곳곳은 낚시꾼들이 무분별하게 투기한 쓰레기들로 얼룩진 채 방치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해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저수지낚시터 일대 환경 정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이를 단속할 주체가 없어서다. 낚시터의 사용승인 허가는 일선 지자체에서 하고 있지만 이후 현장에 대한 관리 권한은 전적으로 사업주인 낚시터 운영자가 가진다. 지자체는 허가 이후 사업주가 구명 조끼 구비 등 허가 조건을 이행하는지 여부에 대한 단속권은 갖고 있지만 환경 관련 단속권은 없다. 황성현 경기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저수지에 버려진 플라스틱 등 쓰레기는 토양·수질오염을 일으킬 수 있고, 저수지 물이 농업 용수 등으로 쓰일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피해는 결국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어 사업주에 대한 교육 강화 등 지자체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저수지낚시터 관련 민원 등이 들어오고 있어 해당 문제에 대해선 인지하고 있다”며 “환경 관련 조건을 사용승인 허가 기준에 반영하는 것을 검토하거나 사업주 교육 강화, 허가조건 이행 여부 단속 시 환경 정화 활동에 대한 권고를 지속하는 등의 노력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도로표지판 같은 광고표지판… 운전자 ‘갈팡질팡’ [현장, 그곳&]

“광고표지판과 도로표지판이 비슷해서 혼란스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10일 오후 3시께 의왕시 왕곡동의 한 도로. 길 위에 도로표지판과 디자인이 비슷한 교회 홍보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파란색 바탕에 하얀 글씨로 큼지막하게 적힌 적인 A교회 표지판은 언뜻 보기에 지시사항을 알려주는 도로표지판 같았다. 이곳과 불과 5분 거리에 있는 도로변 전봇대에도 도로표지판과 함께 사찰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부착돼 있었다. 빨강, 파랑, 노랑 등 형형색색의 커다란 글씨가 적혀있어 도로표지판보다 훨씬 눈에 띄었다. 같은 날 오후 5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도로변도 상황은 마찬가지. 식당과 카페 등을 홍보하는 각종 불법 사설안내표지판이 무분별하게 설치돼 있었다. 운전자 김준형씨(가명·51)는 “도로표지판인 줄 알고 유심히 보며 운전했는데, 광고목적의 표지판이었다”며 “운전자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표지판을 왜 단속하지 않고 놔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내 도로변에 규정을 어긴 불법 사설안내표지판이 난립하고 있어 운전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의 ‘사설안내표지 설치 및 관리 지침’에 따르면 사설안내표지는 다수의 도로이용자를 위한 안내표지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설치가 가능하다. 또한 표지판의 바탕이나 글씨에 도로표지판과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녹색, 청색 등의 바탕색을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일선 지자체는 불법으로 설치된 표지판의 통계조차 관리하지 않는 등 단속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도심 곳곳에 설치된 표지판을 모두 감시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자체에서 설치한 공공표지판과 비슷하게 설치된 불법사설표지판은 안전 운전에 방해가 될 위험이 높다”며 “각 도로관리청은 전수조사를 통해 불법표지판의 설치현황을 확인하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내 일선 지자체는 “부족한 인력 등으로 민원이 들어왔을 때 해당 사업주에게 철거를 요청하고 있다”면서도 “현장점검 등을 통해 불법 사설표지판을 부착한 업체 등에 자진 철거 권고를 한 후 이른 시일 내에 정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설날 앞두고 전통시장 1회용 비닐봉투 사용 만연 [현장, 그곳&]

민족대명절 설날 연휴를 앞둔 군포시 당동 군포역전시장. 점포마다 1회용 비닐봉투 뭉치를 쌓아두거나 걸어둔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한 두부 가게 주인은 점포 앞으로 손님이 올 때마다 일단 비닐봉투부터 꺼내 응대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손님은 집에서 가져 온 장바구니를 들고 있었지만, 상인이 내민 비닐봉투를 그냥 받아들고는 장바구니에 담아 가는 모습이었다. 같은 날 의왕시 삼동 의왕도깨비시장도 상황은 같았다. 시장을 돌아다니는 손님들 손에는 하나같이 검은색 1회용 비닐봉투가 쥐어져 있었다. 이곳 과일가게 상인 김모씨(52)는 “손님들이 많이 오기도 하고, 비닐봉투가 편하다보니 계속 쓰게 되는 것 같다”며 “전통시장에서 어떻게 비닐봉투를 쓰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경기도가 1회용품 사용 저감을 위한 종합대책까지 발표했지만, 지역 곳곳의 전통시장에서는 여전히 1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경기도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는 4개 분야 16개 중점 추진 사업을 담은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1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전통시장은 이번 종합대책 실천 대상에서 빠져있다. 현행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는 규모가 33㎡를 초과한 도소매업 점포는 1회용품 사용 규제 대상에 속하지만, 전통시장 점포는 대부분 여기에 미치지 않아 1회용품 사용 규제 대상이 아니다. 더욱이 과일·채소도매업 등은 규제 대상에 제외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가 수립한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종합대책’ 역시 전통시장과 관련된 사업은 공유 장바구니 존을 운영해 손님을 대상으로 장바구니 세척·대여·반납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유 장바구니 지원사업’ 하나에 그친다. 이마저도 아직 예산조차 세워져 있지 않아 사실상 관련 사업은 전무한 상황이다. 유혜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폐 비닐봉투는 심각한 토양·대기오염을 유발하고, 썩는데만 수 백년이 걸리는 등 환경에 치명적”이라며 “제도 개선과 함께 시민과 상인 인식 개선, 지자체 차원에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충분한 예산의 확보, 제도 뒷받침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도와 일선 지자체 관계자는 “공유 장바구니 사업은 추경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1회용 비닐봉투 등 1회용품 사용 저감을 위해 단속을 강화하는 등 노력하겠다”라고 해명했다.

겉과 속 다른… 헬스장·미용실 ‘가격표시제’ 유명무실 [현장, 그곳&]

“가격표시를 정확하게 해놓은 곳이 없는데 제도가 의미가 있나요?” 5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헬스장. 건물 외부에는 ‘초대박 이벤트, 선착순 모집 중’이라며 홍보물만 부착돼 있을 뿐 가격이 적힌 안내문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홈페이지에도 가격과 환불 규정에 대한 내용은 적혀있지 않았다. 취재진이 직접 방문해 가격에 대해 문의하자, 그제야 직원이 작은 책자 안에 담긴 가격표를 내밀었다. 가격표를 사진으로 찍는 것도 ‘인터넷 등에 올라가면 안 된다’는 이유로 불가능했다. 같은 날 의왕시의 한 미용실 출입문에도 가격표가 부착돼 있지 않았다. 또 다른 미용실 입구 앞에 붙어 있는 가격표에는 커트와 염색 항목의 최저 금액만 표시돼 있을 뿐이었다. 이민서씨(32)는 “가격을 비교해 보고 결정하려고 했는데 가격표에 적혀 있는 금액이 최저 금액이라 정확한 금액을 알 수 없었다”며 “머리 기장 등의 이유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비싼 금액을 지불한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를 위해 마련된 ‘가격표시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곳이 많아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시행된 가격표시제는 음식점과 미용실 등 외부에 최종 지불요금을 의무적으로 게시해야 하는 제도다. 이후 지난 2022년 헬스장 등 체육시설로 확대됐다. 하지만 경기일보 취재진이 이날 경기지역 체육시설과 미용실 등 10여 곳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헬스장에서 기간과 금액이 적힌 가격표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가격표가 부착된 미용실의 경우에도 최종 가격이 아닌 최소 가격만 표시돼 있었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선택권 강화와 요금 안정을 위해 단속과 점검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표시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가격을 제대로 알지 못해 불만이라는 소비자가 많다”며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자체가 나서서 시범 단속을 진행하고 점검을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내 일선 지자체 관계자는 “가격 표시를 하지 않는 영업장에 대해 계도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한계가 있다”면서도 “민원이 있으면 경고를 한 후 시정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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