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쉼터 금시초문”… 위기 아이들 울타리 ‘있으나 마나’ [현장, 그곳&]

작년 도내 가출 청소년 7천621명
256명만 쉼터행, 이용률 고작 3%
이동식 쉼터 늘려 방문 상담 제언
지자체 “홍보·캠페인 강화에 온힘”

지난 6일 오후 11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천천동의 한 공원에 집을 나온 청소년이 앉아 있다. 이진기자
지난 6일 오후 11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천천동의 한 공원에 집을 나온 청소년이 앉아 있다. 이진기자

 

“청소년쉼터요? 처음 들어봅니다.”

 

지난 6일 오후 9시께 수원특례시 영통구 영통동의 한 무인카페. 집을 나온 청소년 두 명이 늦은 시간까지 카페에 앉아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김모양(17)과 강모군(17)은 “엄마와 싸워서 집을 나왔는데 갈 곳이 없어서 무인카페에 있었다”며 “청소년쉼터가 있는 줄도 몰랐다”고 의아해 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께 안양시 만안구의 한 공원. 가출한 청소년들이 쪼그려 앉아 추위에 덜덜 떨고 있었다. 집에서 수차례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집을 나오게된 김석현군(19)은 “쉼터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며 “마땅히 갈만한 장소가 없어 무인 업소나 빈 건물에서 밤을 새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가출 경험이 있다고 말한 배소정양(15)도 마찬가지였다. 배양은 “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때려 참다가 집을 나온 적이 있었다”며 “청소년쉼터를 들어보지 못해 친구집에서 지냈다”고 말했다.

 

경기지역에서 해마다 7천명 이상의 가출 청소년이 생기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보호하는 청소년쉼터가 제 기능을 못하며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도내 지자체 등에 따르면 청소년쉼터는 각 시·군이 위탁 운영하는 시설로, 가출 청소년을 범죄 및 비행으로부터 보호하는 복지시설이다.

 

현재 경기도에는 가출청소년을 위한 쉼터가 31곳 운영되고 있지만, 이용 실적은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해 경기도내 가출 청소년 7천621명 중 쉼터를 이용한 가출청소년은 겨우 256명(지난해 9월 기준)에 그쳐 이용률은 고작 3%가량으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 청소년 범죄가 급증하면서 매년 5만건 이상의 범죄가 발생하는 등 이들의 탈선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어 보호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결국 가출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쉼터가 필수적이지만,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권일남 명지대학교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청소년쉼터는 가출 청소년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며 “지자체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홍보를 더욱 적극적으로 하거나 이동식 버스형 쉼터를 늘려 아이들을 직접 찾아가 상담해주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청소년들에게 쉼터에 대해 홍보하고 있지만, (가출 청소년들이)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어 “아이들을 찾아가 쉼터를 홍보하거나 인계하는 아웃리치 활동을 강화하는 등 위기 청소년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캠페인을 더 늘려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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