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지붕에 인공 잔디 스키 슬로프 외벽엔 높이 85m 인공 암벽 등반장 리프트·산책로 오르면 마을 한눈에...인천 고민 풀어줄 ‘벤치마킹 0순위’
“덴마크 시민들에게 소각장은 전혀 혐오시설이 아니에요. 오히려 지인에게 추천하는 관광 명소입니다.”
지난 22일 오후 1시께(현지시각)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자원순환센터(소각장) 아마게르 바케(Amager Bakke). 넓은 평야에 소각장인 인공 언덕이 솟아 있어 멀리서도 눈에 띈다. ‘코펜힐(Copenhill)’으로도 불리는 이 폐기물 소각시설 지붕에는 넓은 인공 잔디 스키 슬로프가 있고, 소각장 건물 외벽에는 높이 85m 인공 암벽 등반장이 있다. 슬로프에선 시민들이 스키를 즐기고 있고, 슬로프 옆에는 리프트를 비롯해 산책로와 계단이 있어 이곳을 찾은 시민들이 줄지어 오르내린다. 정상에서는 해상풍력단지와 덴마크 마을이 한눈에 보인다.
이 때문에 이곳은 궂은 날씨에도 관광객들로 붐빈다. 독일에서 여행온 폴씨(Paul·19)는 “코펜하겐에서 아마게르 바케가 유명하다고 해서 왔는데, 소각장인지 몰랐다”며 “소각장 위에 스키장 등 체육시설이 있다는 것이 새롭고 좋다”고 했다.
이곳은 인근 주민들의 휴식 공간이자 자랑거리다. 주민들은 이곳을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꼽는다. 지인들과 함께 이곳을 온 덴마크 주민 페르(Per Nylykke)씨는 “종종 나들이하러 이 곳에 온다”며 “오늘은 지인들에게 관광지를 안내하려고 데려 왔다”고 말했다.
인천의 군·구가 주민들의 반대 등으로 소각장을 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덴마크 코펜하겐에선 레저시설과 결합한 소각장이 관광 명소이자 주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25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아마게르 바케 소각장은 지난 2017년에 지어져 1일 약 1천200t의 폐기물을 소각하고 있다. 폐기물을 소각해 생긴 열은 열병합 과정을 거쳐 주민 10여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난방열과 전기로 생산한다. 이와 함께 3천㎡ 규모의 등산로와 전망대 카페 등이 있어서 코펜하겐 시민들에겐 관광 명소로 꼽힌다.
시는 지역 명소로 자리잡고 있는 아마게르 바케와 국내 경기도 하남시의 유니온파크 등의 소각장들을 벤치마킹해 ‘인천형 소각장’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군·구가 소각장 조성을 주도하되, 시는 소각장 광역화 등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하는 군·구 간 협의를 도울 방침이다.
아마게르 바케를 둘러본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곳처럼 현대의 소각장은 혐오시설이 아닌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소각장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소각시설을 지하화하고, 체육시설도 조성해 주민들이 소각장을 전혀 불편하지 않도록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소각장 조성과 관련한 군·구 간의 협의를 돕고,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이들이 소각장 조성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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