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장부에 뇌물상납 추정 기록들 상당수

‘라이브Ⅱ’호프집 전 경리직원이 이 업소 실제 사장 정성갑씨(34)의 뇌물 장부를 폭로한데 이어 경찰이 압수한 정씨 소유 8개업소의 경리장부에도 경찰 등 관련 공무원들에 뇌물을 상납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록들이 적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인천 화재 참사사건을 수사중인 인천지방경찰청은 4일 압수수색한 디제이클럽과 히트노래방 등 8개 정씨소유 업소 경리장부에서 뇌물을 암시하는 ‘회장님’이라고 적힌 현금인출 내역을 공개했다. 경찰이 밝힌 디제이클럽 장부에는 정씨가 지난 3월8일 15만원,12일 20만원, 20일과 31일 각각 30만원을 가지고 간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정씨는 또 4월12일 20만원을 급히 가져갔으며, 5월15일에는 30만원, 16일엔 무려 80만원을, 31일에는 ‘추석용’이라는 글자와 함께 두차례에 걸쳐 모두 50만원을 빼내 가는 등 디제이클럽에서만 모두 11차례에 걸쳐 뇌물 성격의 현금을 인출한 것으로 적혔다. 또 ‘라이브Ⅰ’호프집 경리장부에서도 뇌물을 의미하는 ‘회장님’이라는 글과 함께 8월20일 9만원, 10월21일 5만원이 개인적으로 인출됐으며, 이 업소 명의사장 이모씨도 지난 2월12일 현금 1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화재의 최초 발화지점인 지하 히트노래방 경리장부에도 정씨가 올해초부터 모두 6차례에 걸쳐 5만∼30만원씩 현금을 인출해 간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밖에 인천중부서 수사계 직원들이 지난 3일 새벽 웨이브 건물내에 있는 정씨 소유 인터넷방에서 압수한 올해 8∼10월까지 3개월동안의 경리장부에도 8월15일부터 보름동안 10만∼20만원씩 모두 50만원을, 9월에는 한달동안 200만원을 인출한 것으로 기록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은 이에따라 압수 장부기록중 돈의 사용처로 보이는 실명이 일부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정씨를 상대로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편 지난해 5월부터 정씨의 노래방에서 경리로 일한 양모씨(25)가 지난 3일 언론에 공개한 경리장부에는 “모든 관공서 상납시 제목을 ‘회장님’이라고 적을 것”이라는 정씨 지시사항이 적혀 있었다./특별취재반

화재사고 수사 이모저모

○…대형참사가 빚어진 인천 라이브 호프 실제 소유주 정성갑씨(34)의 잠적으로 초동수사에 실패한 인천중부경찰서는 정씨가 자수함에 따라 급진전 될 수사에 기대감이 부풀었으나 그동안 업주와의 유착 및 비호의혹 등으로 수사권이 시경으로 넘어가자 허탈한 분위기. 인천 중부경찰서 형사과 이모경장은 “며칠밤을 새워가며 사고경위에서 잠복수사까지 벌여 사건 전모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수사권을 넘기라는 상부의 지시에 형사들이 수사의지를 잃어 버렸다”며 수사권 이관에 볼멘소리. ○…호프집 주인 정성갑씨(34)의 자수 소식을 접한 유가족 김모씨(51)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유착관계를 밝혀 억울한 죽음을 맞은 아이들을 영혼 위로해야 한다”며 “경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바뀌진 경찰상을 확립하고 한점 부끄럼없는 경찰로 다시 태어나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공정수사를 촉구. ○…인천시 중구 동인천동 ‘라이브Ⅱ 호프’ 화재사건과 관련, 인천지역 호프집과 노래방 등에 학생들의 발길이 끊긴지 수일이 지난 가운데 일선 행정기관들의 뒤늦은 일제 단속이 펼쳐지자 시민들이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라고 비난. 인천지역 일선 구청들은 지난 3일부터 지금까지 관내 호프집·노래방 등 청소년 밀집지역에 대한 집중단속을 실시. 김모씨(34·상업)는 “평소 업소에 대한 단속을 게을리 하던 행정기관이 공무원을 대거동원, 단속을 벌이는 것은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며 “평상시 철저한 단속이 실시됐다면 이같은 대형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마디. ○…정성갑씨(34)의 자수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비밀장부 확인 및 상납고리에 대한 경찰수사에 유착의혹 중심 대상이 돼 왔던 경찰과 행정기관 공무원은 물론 시민들까지도 수사결과에 관심이 집중. 특히 정씨의 진술여부에 따라 유착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 파장은 사회 전체로 일파만파의 태풍이 될 전망./특별취재반

중부경찰서 정성갑씨 불법영업 체포후 풀어줘

정성갑(鄭成甲·34)씨가 작년 8월 ‘라이브호프’집을 불법 영업하다 형사기동대에 적발돼 긴급체포됐지만 중부경찰서가 3시간만에 정씨를 풀어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의혹을 사고 있다. 4일 인천지검에 따르면 정씨는 작년 8월 21일 오후 11시 40분께 중구청에 의해 폐쇄명령이 내려진 라이브호프집의 문을 열고 청소년들에게 술을 팔다가 인천지방경찰청 형사기동대의 일제검문에 적발돼 현행범으로 긴급체포됐다. 중부서는 청소년보호법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된 정씨의 신병을 인도받고 3시간만인 다음날 오전 2시 30분께 ‘도주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정씨를 풀어줬다. 현행법은 경찰이 피의자를 긴급체포하면 즉시 검사의 승인을 얻어야 하며, 구속영장 신청여부를 검찰에 지휘받아야 하지만 중부서는 이같은 절차를 무시한채 신병보증도 받지 않고 정씨를 풀어줬다. 경찰은 특히 정씨에 대한 서류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폐업후 1일간 미성년자 2명에게 김치찌개 등 1만5천원 상당을 판매하는 등 하루 매상 10만원 가량을 올렸다’는 식으로 정씨의 진술을 토대로 혐의사실을 작성했으며, 정씨의 전과 기록 일부를 누락시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더욱이 정씨는 91년부터 지난 4월까지 모두 10차례 각종 혐의로 입건됐지만 경찰은 단 한건도 영장을 신청하지 않아 ‘무혐의’나 ‘기소유예’, ‘벌금형’ 등 가벼운처분만을 받았다. 한편 중부서는 라이브호프집 관리사장 윤모(41)씨에 대해서도 작년 8월부터 지난 8월까지 1년 사이에 4차례나 식품위생법과 청소년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했지만 모두 영장 신청을 하지 않았다. /특별취재반

눈물속 희생자 영혼결혼식 올려

“아이들이 살아 생전엔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이였지만 혼례로 인연을 맺어줘 저승에서나마 외롭지 않게 함께 살길 기원하는 마음에서 영혼결혼식을 치러줬습니다” 4일 가천의대부속 길병원 영앙실 11호실에서는 인천 라이브Ⅱ 호프집 참사에서 희생된 한동근군(17·동인천고 2년)과 이아나양(16·학익여고 1년)의 영혼결혼식이 열렸다. 이날 영혼결혼식은 양가 친지들 5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에서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흐느낌이 울음으로 바뀌고 참석자들의 눈마다 이슬이 맺히는 동안 한군과 이양의 부모는 서로 사주단지와 장미꽃을 교환한뒤 나란히 세워진 영정들 앞에 꽃을 놓아줬다. 한군과 이양의 영혼결혼에 중매를 섰던 정명환(鄭明煥) 인천 남구청장은 아이들의 프로필을 간결하게 알린뒤 주례사 대신 사회가 빼앗아 가버린 아이들의 소중한 생명에 대한 개탄과 저승에서의 행복을 비는 추도사를 낭독했다. 이들의 결혼식은 현역 영관급 장교인 한군의 아버지가 정 구청장의 소개로 가정환경이 비슷한 인천시청 공무원인 이양의 아버지를 만나 성사됐다. 양가 부모는 혼자 보내는 것보다 손잡고 함께 보내는 것이 어린 영혼들을 달래는 것이라는데 뜻을 같이해 하루만에 자녀들의 영혼결혼식을 결정했다. 한군은 결혼식을 마친뒤 경기도 시흥시의 선산에 매장됐으며, 이양도 5일 장례를 치른뒤 한군 옆에서 영원히 쉬게 된다. 이양의 아버지 이모(43)씨는 “사돈의 외아들인 한군의 영정사진을 보니 믿음직스러워보여 딸이 하늘나라에서나마 외롭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토록 슬프고도 기가막힐 일이 다시는 없기 바란다”고 말했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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