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방송가는 충격적인 사건의 연속이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비교적 잠잠했지만 그 속에서도 변화의 움직임과 각종 사건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상파방송사들은 시청률 저하와 광고 매출의 감소 등으로 위기를 절감하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몸부림을 쳤다. 특히 2006 독일 월드컵을 맞아 특수를 노리고 재도약을 꿈꿨으나 지나친 상업주의로 비난받으며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각종 사고와 방송사 안팎의 갈등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KBS와 EBS는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오랜 기간 진통을 겪었으며 노사간의 마찰도 격화됐다.
프로그램 제작 환경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었다. 외주제작이 활성화되면서 지상파방송사 인력의 유출이 가속화됐고, 프리랜서를 선언한 스타 아나운서의 출연 문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계속되는 사건ㆍ사고ㆍ갈등
MBC 드라마 '늑대'의 주연배우인 에릭과 한지민은 1월 촬영 중 스턴트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늑대'는 결국 방송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종영되는 최후를 맞았다. '늑대'의 촬영장 사고는 다시 한번 사전제작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
10월14일 KBS 2TV에서는 21분 동안 방송 송출이 중단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KBS는 이 사고로 호된 질책을 받았으며 방송위의 중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11월 말에는 드라마 협찬사로 선정하거나 간접광고를 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지상파방송사 PD와 외주제작사 PD 등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 사건으로 방송 프로그램의 간접광고와 관련된 구조적인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됐다.
KBS와 EBS는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오랜 갈등을 겪었다. 정연주 KBS 사장은 6월30일 임기 만료 후 사장 재선임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 끝에 11월27일 두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EBS 구관서 사장도 9월19일 방송위원회로부터 임명을 받았으나 노조와 간부직원의 사장 거부 투쟁으로 진통이 계속돼 오다 11월 중순에서야 사태가 타결됐다.
한편 KBS '추적60분'의 문형렬 PD는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 사건과 관련, 섀튼 교수의 특허 침해 음모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파문을 일으켰다.
◇방송 환경의 급격한 변화
외주제작은 더욱 활성화됐다. 지상파방송사의 미니시리즈 대부분이 외주제작사에 의해 제작됐으며, 케이블ㆍ위성 채널들도 자체 제작 드라마를 방영하기 시작했다.
tvN의 '하이에나', 채널CGV의 '프리즈', OCN의 '썸데이' 등 케이블ㆍ위성 채널의 자체 드라마들이 스타급 캐스팅과 함께 지상파 드라마 못지않은 작품으로 선보여 드라마 제작 판도에 지각 변동 조짐이 일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지상파방송사의 인력 유출도 가속화됐다.
2월에는 손석희 당시 MBC 아나운서 국장이 성신여대 문화정보학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MBC 드라마국 일부 PD들이 외주제작사로 이동했으며, 김종식 KBS 드라마 팀장은 외주제작사인 팬엔터테인먼트의 사장으로 영입되기도 했다.
KBS는 특히 스타급 아나운서의 유출로 곤욕을 치렀다. 노현정 아나운서는 현대가의 며느리가 되며 회사를 떠났고, 강수정ㆍ김병찬 아나운서도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프리랜서를 선언한 아나운서의 프로그램의 출연 문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상파TV 3사 '월드컵 올인'
올해 방송가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월드컵이었다. 지상파TV 3사는 2006 독일 월드컵의 주요 경기를 동시에 중계하며 '월드컵 올인' 전략을 썼다. 또한 한국전 등 특정일에는 하루 종일 월드컵 관련 특집방송을 편성해 월드컵 방송으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이러한 월드컵 상업주의는 시청자 주권의 실종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3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 월드컵 시청률 경쟁에서는 차범근-차두리 부자가 해설을 맡은 MBC가 완승을 거뒀다. 캐스터로 나선 김성주 아나운서는 월드컵 이후 큰 인기를 누리게 됐다.
SBS는 월드컵 이후 2010~2016년 동ㆍ하계 올림픽과 2010~2014년 월드컵 중계권까지 '싹쓸이'하면서 KBS와 MBC의 거센 반발을 받았다. 양측은 메인 뉴스를 통해 공방전을 계속해 시청자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또한 지난 2월 지상파TV에서 중계되지 않았던 한국과 시리아간 축구경기에 이어 보편적 접근권과 스포츠 중계권에 대한 논란이 다시 거세졌다.
◇사극 열풍ㆍ쌍춘년 결혼 행진
안방극장에서는 사극 열풍이 가장 큰 화제를 모았다. 방송 3사는 MBC '주몽'을 비롯해 SBS '연개소문', KBS '대조영' 등 고대사를 배경으로 한 사극을 동시에 쏟아냈다. 이어 하지원 주연의 SBS '황진이' 까지 인기를 모으며 사극이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사랑을 받았다.
송일국이 주연을 맡은 '주몽'은 45%에 이르는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며 '대박' 드라마로 자리잡았다.
쌍춘년을 맞아 연예계 스타들의 결혼 소식도 이어졌다.
5월 신동엽이 MBC 선혜윤 PD와 결혼했으며, 11월에는 강호동이 결혼에 골인했다. 그 외 주영훈-이윤미, 이아현, 송선미, 김대희, 정종철, 윤손하, 류진, 이재은, 김준호, 홍인규, 박성호, 김학도, 김생민, 이민영-이찬, 오윤아 등이 결혼 소식을 전했다.
방송활동을 중단했던 연예인들의 방송 복귀도 이어졌다. 마약 복용 혐의로 파문을 일으켰던 성현아는 SBS 금요드라마 '어느날 갑자기'로 4년 만에 TV 드라마에 복귀했다. '위안부 누드 파문'으로 브라운관을 떠났던 이승연도 SBS 드라마 '사랑과 야망'을 통해 복귀에 성공했으며, 마약 사건으로 연예계를 떠났던 황수정도 내년 1월 방송되는 SBS 금요드라마 '소금인형'으로 6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게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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