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규환 “브라운관·충무로 내가 접수한다”

사회를 위해 정의로운 일을 하고 싶었던 고등학생이 있었다. 강력계 형사가 되고 싶었다. 정의감 넘치던 까까머리 고등학생은 2012년, 대한민국 배우로 살고 있다. 지난달 종영한 TV조선드라마 지운수대통을 통해 최강 밉상 연기를 선보여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한 배우 최규환(34)의 이야기다. 최규환은 지운수대통에서 125억원 1등 복권당첨의 행운을 어이없게 지운수(임창정)에게 뺏긴 차명철 역으로 열연했다. 최규환이 맡은 차명철은 승진을 위해 회사상사에게 갖은 아양떨기, 부하직원 공로 가로채기 등 얄미운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그야말로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는 하는 민첩한 처세술과 후배들의 다 된 밥에 숟가락만 얻는 뺀질이 차대리의 심리를 잘 표현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일본 유학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귀국, 공백기가 길어졌다. 4년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만큼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평소 코미디 연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차대리는 악연에 코미디가 가미된 캐릭터여서 새로운 시도였고 보람있는 작품이었다. 아직까지 배우 최규환은 국민배우 최주봉의 아들로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다. 요즘 하정우, 연정훈, 김주혁 등 배우 2세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당사자에겐 아버지와 같은 직업에 종사한다는 부담감이 클법도 하다. 평생 누구의 자식이라는 꼬리표를 단 채 살아간다는 것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건데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피하거나 거부할 성격의 사안이 아니다. 한편으론 지긋지긋하지만 한편으론 재미있다. 분명한 건, 배우는 가장 위대한 직업이라는 사실이다. 최규환은 부담감을 느끼기보다 오히려 확고한 직업의식을 가지고 자신만의 연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말 그대로 드라마, 영화 한 편으로 일약 벼락스타가 되기 보다는 우직하리만큼 성실한 연기자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드라마 KBS 아름다운 시절아이리스, SBS 연개소문토지, MBC 별순검과 영화 날아라 펭귄, 미인도, 주홍글씨, 마들렌 등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주조연급으로 활동, 개성있는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고등학교 시절 형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도 어찌보면 사람 사는 것이 궁금했던 호기심에서 출발한 것 같다. 다양한 캐릭터의 삶을 연기하면서 인간학을 공부하고 있다. 아직 대표작품이 있는 톱스타는 아니지만 시대에 맞는, 시대가 요구하는 역할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이다.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만이 유일한 경쟁력이다. 평소 일본영화와 문화에 관심이 많아 일본유학까지 다녀온 최규환은 요즘도 일본어 공부 삼매경에 빠져 있다. 오는 11월에는 일본현지에서 개봉 예정인 일본영화 황금을 안고 튀어라에도 출연해 일본 스크린에도 데뷔한다. 일본 베스트셀러 작가 다카무라 가오루의 데뷔작이자 영화 박치기로 유명한 흥행감독 이즈츠 카즈유키가 메가폰을 잡은 이번 영화에서 동방신기 최강창민의 형으로 등장하는데 공작원 역할로 영화 초반, 선 굵은 연기로 선보일 것이다. 아무래도 유학 생활에서 터특한 일본에 대한 이해와 연기공부가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무명의 설움을 씹고 또 곱씹으며 성공의 칼날을 갈고 있는 배우 최규환. 느리지만 차근차근 보폭을 넓혀가는 최규환이 영화계와 브라운관에서 최고의 히트 메이커로 떠오르길 기대해본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