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휴게소 보행… 안전 대책 ‘제자리걸음’ [현장, 그곳&]

최근 5년 휴게소 교통사고 125건
보행로 설치·차량 분리 개량작업
완료 29% 불과… 올핸 예산 삭감
도로公 “예산 확보 후 확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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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내 고속도로 휴게소. 윤원규기자

 

“편히 쉬러 온 휴게소인데, 자칫 교통사고라도 날까 불안합니다.”

 

31일 오전 10시께 의왕시 왕곡동의 의왕휴게소. 차량과 사람이 뒤엉키는 등 접촉 사고의 가능성이 만연해 보였지만 보행자를 위한 통행로는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어 여러 대의 차량이 꼬리를 물고 휴게소로 들어오자 보행자들은 차량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또 주차를 시도하는 차량이 움직이자 차량 사이를 지나던 사람들은 가까스로 몸을 피해 차 앞에 멈춰 서기도 했다.

 

같은 날 용인특례시 처인구의 용인휴게소도 비슷한 상황. 휴게소 입구에서 트럭 한 대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소형차 주차장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트럭을 미처 보지 못한 한 시민은 주차장으로 이동을 하다가 차에 부딪칠 뻔한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박혜주씨(38·여)는 “운전을 하다 피곤해서 마음 편히 쉬려고 온 휴게소인데 사고가 날까 봐 불안하다”며 “많은 차량이 오고 가는 휴게소에 보행자가 안심하고 다닐 곳이 없다는 게 말이 되냐”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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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내 고속도로 휴게소. 윤원규기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교통사고가 반복되고 있지만 보행자의 안전을 지킬 대책은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다.

 

이날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의 휴게소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2018년 20건, 2019년 36건, 2020년 24건, 2021년 26건, 2022년 19건으로 총 125건이다. 같은 기간 교통사고로 8명이 사망했으며 6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2016년부터 이용객의 안전을 위해 ‘표준모델 적용 휴게소 개량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개량 작업은 휴게소 내 보행자 통로를 설치하고 대·소형 차량 분리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휴게소 207곳 중 개량 작업이 완료된 곳은 지난해까지 60곳(28.9%)에 불과하다. 더욱이 올해 예산은 2억7천만원으로 지난해(4억원)에 비해 대폭 줄어들어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화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휴게소는 장거리 운전자가 마음 편히 쉬기 위해 가는 곳이다. 운전자의 안전이 중요한 곳”이라며 “통행 공간을 분리하고 차량 속도 저검 장치 등을 설치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다른 사업에 예산이 많이 투입되다 보니 한 번에 많은 곳을 개선하기 어렵다”면서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예산을 확보한 뒤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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