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 中企, 대기업 쫓다 가랑이 찢어진다 [미래 위협하는 ‘기후재난’ 공포]

기후 위기로 인한 심각성이 사회적으로 공유되면서 기업들도 앞다퉈 ESG 경영 도입에 나서고 있다. 인력과 재정이 풍부한 대기업들은 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당장 먹고 살 길부터 찾아야 하는 중소기업들은 ‘언감생심’이라는 반응이다. ESG는 환경·사회·지배구조의 약칭으로 기업 경영에서 탄소중립 등 환경경영(E), 사회공헌 등 책임경영(S), 윤리 등 투명경영(G)을 고려해 기업경영 관련 투자 및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기후 위기의 심각성이 부각되며 탄소중립에 대한 기업의 책임이 요구됐고, 기업 경영 패러다임이 비재무적 성과지표인 ESG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신(新) 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고, 경영 패러다임을 ‘친환경 경영’으로 전환했다. 초저전력 반도체, 제품 개발 등 혁신기술을 통해 기후 위기 극복에 동참해 오는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건설도 탄소저감을 위해 지난해 친환경 시멘트인 포스코 고로슬래그 시멘트 생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전체 시멘트 사용량의 약 24%(20만t)인 고로슬래그 시멘트를 올해 53%(45만t)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문제는 이같이 전문조직을 갖춘 대기업들은 인력과 재정 투입을 확대해 ESG 경영을 성공적으로 도입·운영 중에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여러 여건이 불충분한 탓에 ESG 도입 및 운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의 금형제조업체인 ‘대정정밀’은 자사의 여건은 물론, 지자체 차원의 ESG 경영 지원 등이 부족해 ESG 경영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들어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관련 지원 정책도 거의 없어 ESG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리카겔 및 의약품 용기를 제조하는 화성의 한 업체 역시 최근 일부 고객사가 ‘향후 1~2년 내에 ESG 경영을 도입한 업체만 거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출구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상당한 업무부하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먹고 살 길’을 위해 당장 ESG를 도입해야 하지만, 비용과 인력 부족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현재 중소기업들에게 요구하는 ESG는 아이가 어른 옷을 입으라고 강요하는 꼴”이라며 “대기업 수준의 조건을 내세우고 중소기업에게 맞추라고 하니 비용은 비용대로, 인력은 인력대로 들어 업계에선 ESG가 일종의 ‘갑질’처럼 여겨지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中企엔 그림의 떡 ‘ESG’… 정부·지자체 지원 절실 [미래 위협하는 ‘기후재난’ 공포]

비용이나 인력 등 가용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게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ESG 경영 도입은 ‘그림의 떡’으로 경영 상의 부담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경기도의 기업 ESG 도입 방안 연구’ 보고서(2022년 5월)에 따르면 경기도내 중소기업들의 ESG 도입 및 운영 관련 애로사항으로 ▲ESG 전문인력 부족 ▲제한된 재원 ▲CEO 및 직원들의 ESG 인식 부족 등이 꼽혔다. 실제 수원의 반도체 기업인 ㈜테크웰 역시 재정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당 업체는 지난해 인텔의 공급망 업체로 등록되는 경사를 누렸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인텔 측이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요구해 추가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정상후 ㈜테크웰 대표는 “당장 공급망에서 요구하는 스마트 팩토리를 조성하기 위해 한 대에 3억원이 넘는 설비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며 “매년 수천만원에 달하는 보고서를 발행하라는 요구도 이어져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인천 지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인천연구원의 ‘인천 제조업 온실가스 배출 특성 및 탄소중립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2023년 1월)에 따르면 인천의 제조 중소기업 등 301개사 중 134개사(44.6%)가 탄소중립 대응계획 수립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른다’고 응답했다. 이어 ‘자금 및 인력 부족’(14.5%), ‘검증 기술·설비 부재’(7.2%) 등 순이었다.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경기도와 인천시도 ESG 경영 도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중소기업 ESG 경영 도입 기반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인식개선사업 및 ESG 경영수준 진단평가 등을 진행했다. 하지만 해당 사업의 예산은 1억원에 불과해, 인식개선사업의 경우 온라인 교육(3회·457명 수강), 교재 제작(3편) 등에 그쳤다. 전문가가 현장에 방문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조언하는 진단평가도 중소기업 50개사만 혜택을 받는 데 머물렀다. 인천시 역시 중소기업 대상의 경영 컨설팅 사업 등에 ESG 경영 교육을 선택지로 일부 포함하고 있을 뿐, ESG 경영을 위한 전담 지원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인천시가 실시한 해당 사업에 참가한 81개 기업 중 ESG 경영에 참여한 기업은 고작 3개사 뿐이다. 강철구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ESG에서 중소기업이 가장 어려워하면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가 바로 환경”이라며 “환경은 비용의 영역인 만큼 중소기업에 대해 산자부, 환경부는 물론 지자체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도 관계자는 “올해는 중소기업의 ESG 지원을 위한 예산이 대폭 확대돼 7억6천만원으로 책정됐다”며 “기업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부분을 최대한 반영해 지원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옥분 경기도의회 의원 “ESG, 생존·미래 위한 필수 과제” [미래 위협하는 ‘기후재난’ 공포]

ESG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세계적 논의는 이미 1991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1992년 ‘유엔 기후변화 협약’ 때부터 아젠다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특히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지구의 위기를 체감하기 시작한 전세계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과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대한 실천을 고민하게 됐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 따라 기업투자와 심사 요건에서 ESG 요소 강화, 환경개선 및 윤리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요구, 국내·외 ESG 경영 권고 및 규제 등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5년엔 코스피 상장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의 ESG 공시 의무화가 예정돼 있고, 2030년에는 모든 코스피 상장 기업이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있다. 대기업들은 이 같은 흐름에 따라 ESG 경영 도입 및 적용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중소기업은 이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경기도 역시 기업과 공공기관 등의 ESG 활성화가 중요 과제다. 민선 8기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ESG 경영 강화로 하청기업 등에 부담 전가 방지’를 공약의 실천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는 등 ESG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경기도청 조직 내에 ‘ESG팀’을 신설해 도와 산하기관 등의 ESG 도입과 확대를 도모하고 있지만, 단 3명에 그치는 팀원으로는 ESG 확산에 대한 책임 있는 정책과 제도를 펼쳐 나가기엔 역부족이다. 경기도의회도 ‘ESG연구포럼’을 발족했지만 ESG 확산을 위한 포괄적 조례 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 경기도는 ESG 행정체계 구축을 위한 중장기적인 ESG 행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와 중소기업을 보유한 지자체인 만큼 모든 기업의 상생적 사회조건을 만들어 기업간 거래의 투명성 보장할 수 있도록 조속히 중소기업의 ESG경영 지원을 위한 법적 제도적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 민간 및 모든 공동체에 ESG와 더불어 SDGs 실천 목표를 실행 할 수 있도록 환경·기후위기 대응 등 다양한 시민교육 확산이 필요하다. 미래 세대의 주역인 청소년 때부터 SDGs와 ESG에 대한 교육을 통해 인식 확산, 사회적 책임에 대한 실천적 대안 및 ESG 추진 사례 발굴과 행동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SG는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다. ESG는 시대적 화두를 넘어 공동체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

경기도 탄소중립 ‘헛구호’... 온실가스 더 늘었다 [이슈M]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탄소 중립을 위한 노력에 속도가 붙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실적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경기일보는 ‘지구 생존’을 위한 대한민국 탄소중립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부와 자치단체의 중장기 플랜과 기업의 역할 등 3월의 <이슈M>을 통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한다. 경기도와 인천시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탄소 중립 정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구체적인 실행 계획 및 추진 체계 구축 등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와 인천시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국 17개 시·도 기준 상위권에 속하는 만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5일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공개한 ‘지역별 온실가스 인벤토리(1990~2019년)’를 살펴보면 경기도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에너지·산업공정·농업·폐기물 배출량의 합계)은 지난 2010년 약 6천415만t에서 2019년 약 8천511만t으로 10년 동안 약 2천96만t 증가했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별 온실가스 총배출량과 비교했을 때 충남(1억5천475만t)와 전남(9천100만t)에 이어 전국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같은 수도권인 인천시의 총배출량도 5천355만t으로 광역시 중 가장 높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력과 열 생산이 아닌 소비 기준으로 재산정한다면 경기도는 전국 1위(17.9%) 수준까지 올라간다. 상황이 이렇자 김동연 지사와 유정복 시장 등은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각종 계획을 수립 중이다. 정부가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중간 목표를 설정한 것과 발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이행 방안, 예산 등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김 지사가 취임 이후 일회용품 줄이기와 같은 환경 정책과 함께 환경국을 기후환경에너지국으로 개편하는 등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명확한 탄소 중립 추진 체계는 미흡한 실정이다. 앞서 서울시가 국내 최초로 ‘2050 온실가스 감축 추진 계획’을 C40(도시 기후 리더십 그룹)에 제출하고 그린 숲 구축 등 74개 세부 과제를 마련한 것과 대조된다. 이와 관련해 윤화영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는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의 실질적인 이행은 지자체부터 시작된다”며 “지자체가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하고 이를 주민에게 알려 함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탄소중립을 위한 해법을 찾고자 관련 강의를 하는 등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경기도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이변 속출하는데... 자연재해 대응력 부족 [이슈M]

전국 최고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인한 기상 이변이 경기도와 인천시에 속출하고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한 중·장기적 대안은 부재한 실정이다. 특히 수도권에 1천654만여명의 인구가 밀집된 만큼, 기후위기에 따른 자연재해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5일 경기도에 따르면 최근 경기도는 미래 변화에 적합한 도시 구조 개편을 실현하고자 ‘경기도 종합계획’을 수립해 행정안전부에 승인을 요청했다. 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5년 약 7천602만t에서 정점을 찍은 2018년 약 8천716만t으로 증가세를 보이자, 저탄소 녹색 환경 기반 구축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종합계획에 기후위기에 따른 자연재해 대응 전략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전례 없는 기후현상이 증가하면서 도시 공간 전반의 재해대응력 강화가 절실해진 상황에서도 단순히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기존 계획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모습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로 인한 도내 공공·사유시설 피해액이 1천477억원에 달해 사안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이는 최근 10년간의 피해 기록 중 최고치다. 경기도는 자연재해의 경우 ‘경기도 자연재해 저감 대책’을 통해 대응한다는 입장이나 정책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대책이 수립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지난해 기준 ‘자연재해 안전도 진단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도내 일선 시·군이 6곳에 불과하다. 인천시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앞서 인천시도 급증한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응하고자 지난 2018년 ‘2030 인천 탄소 감축 로드맵’을 세우고 인천지역에 맞는 탄소 감축 목표 및 주요 계획 등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2050 탄소 중립 비전’을 발표하고 인천의 탄소 중립 전략을 차별화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인천시의 계획에도 기후위기에 따른 안전 대책은 미흡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인천시의 탄소 배출량 99.1%가 영흥화력발전소 등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시는 관련 사업자들과 대책 마련을 위한 협의 등도 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인천시는 기후변화 취약계층에 대해서 보일러 교체와 도시가스 보급 등 1차원적인 지원방안만 내놓고 있다. 도 관계자는 “자연재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정책 논의와 함께 도시공간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대응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도 “아직 탄소 중립 추진 초창기인 탓에 관련 계획들을 구체화하지 못하는 점들이 있다”며 “상반기 중으로 정부의 탄소 중립 추진 전략이 나오는 만큼 이에 맞춰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기후위기 제도적 조치 미흡 [이슈M]

기후위기 대응이 국제적 과제로 대두되면서 정부가 이달 중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정치권의 제도적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기후위기와 관련해 발의된 안건은 모두 34건으로 법안이 28건, 결의안이 5건, 특위 구성안이 1건이다. 이 중 본회의에서 의결된 안건은 고작 4건(법안 2건, 결의안 1건, 특위 구성안 1건)에 불과하다. 의결된 법안도 2021년 8월 환경노동위원회가 대안으로 마련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과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비례)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의 개정안이 전부다. 지난해 12월8일 의결한 ‘기후위기 특별위원회’도 두 달이 지난 2월14일에야 여야 의원 18명으로 구성됐다. 기후위기특위는 시급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러 상임위에 걸쳐 통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한 ‘풍력발전 보급 촉진 특별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방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7개 상임위와 관련이 있어 3년째 논의가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법안들은 기후위기 특위에서 속도감 있게 처리할 수 있지만, 기후위기 특위에는 법안을 심사할 권한이 없어 논의만 할 수 있다. 최근 빈발하고 있는 폭염, 한파 등 기후위기가 초래한 재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과 대책도 시급하다. 이동연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기후위기는 생물학적·사회적 취약계층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만 현행 법률과 정부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며 “(가칭)기후위기적응법을 제정하거나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해 국가계획 수립의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취업·고용난 부른 ‘일자리 미스매치’ [이슈M]

#1. 양주시의 A 가구제조업체는 3개월 넘게 직원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A 업체는 기계를 다룰 줄 알면서 서류작업도 할 수 있는 직원이 필요하다. 단순노무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고급기술을 보유하지 않아도 된다. A 업체 대표는 “젊은 사람들이 공장에 오려고 하질 않는다. 기존에 있던 직원들이 일을 대신하고 있는데, 외국인이라도 뽑아야 되는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 수원특례시에 거주하는 B씨(35)는 가스안전 기사, 대기환경 기사, 어학 관련 등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년째 취업하지 못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체의 중간 관리자로 가고 싶어 면접도 봤지만, 업체는 B씨의 자격증보다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뽑지 않았다. 경기도의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고용 정책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최근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과 경기둔화로 고용시장에 찬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자리 정책에 대한 전방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0일 경기도와 경기도일자리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도내 미취업자 5만7천668명 중 51.6%(2만9천758명)가 구조적인 미스매치 문제로 취업에 실패했다.  미취업자의 절반이 넘는 수가 기업이 원하는 기술, 숙련도 등을 갖지 못해 취업을 하지 못했다. 미스매치는 일자리에 대한 직군, 숙련도 등의 조건이 구인자와 구직자 사이에 일치하지 않아 발생한다. 문제는 이 같은 도내 구조적 미스매치 비율이 2020년 6.9%, 2021년 25.1%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3년간 정부와 경기도는 양적 일자리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이에 지난 2020년 경기도 고용률은 60.3%에서 2021년 61.1%, 2022년 63.9%로 증가했고 실업률은 2020년 4.0%, 2021년 3.7%, 2022년 2.7%로 감소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자리 미스매치로 인해 ‘빈 일자리’와 ‘부족 인원’의 수가 증가하면서 불안정한 고용의 형태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비어 있거나 1개월 안에 채용될 수 있는 일자리를 뜻하는 ‘빈 일자리’는 지난 2020년 도내 3만8천748명에서 2021년 4만8천57명으로 증가했다.  또 사업체의 정상적인 경영을 위해 현재보다 필요한 인원을 의미하는 ‘부족 인원’ 역시 2020년 7만34명, 2021년 15만127명, 2022년 17만5천47명 등으로 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로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0일 ‘일자리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제5차 고용정책 기본 계획’을 발표하며, ‘현금 지원이 아닌 서비스중심의 노동시장 참여촉진형 고용안전망 구축’ 등 5대 목표를 내놨다. 양적 일자리를 늘리기보다 직업 교육·훈련 등을 중심으로 해 고용서비스 본연의 취업 촉진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스매치는 구인난, 구직난이 뒤따라와 대표적인 일자리 위기로 판단한다”며 “경기도는 판교 테크노밸리, 북부지역 제조업 등이 있기 때문에 지역별, 직능별, 업종별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시적 일자리’ 위주 정책… 질적 개선은 뒷걸음 [이슈M]

경기도내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함에 따라 교육·훈련 등의 맞춤형 취업 서비스가 필요해지고 있지만, 도는 여전히 한시적 일자리인 ‘직접 일자리’, ‘단시간 근로자’ 위주의 고용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매년 경기도 예산의 10%가량을 일자리 정책에 투자하고 있지만, 질적 개선에는 제동이 걸린 셈이다. 20일 경기도와 경기도일자리재단 등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도 일자리 정책에 투입된 예산(도비, 시·군비, 기타)은 2021년 4천79억여원, 지난해 3천604억여원이다. 이는 매년 도 전체 예산의 1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막대한 물적 지원은 임시방편인 직접 일자리 사업에 높은 비중으로 투입되고 있다.  지난해 도 일자리 정책 164개 사업을 유형별로 살펴보니, 직접 일자리가 72개(43.9%)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반면 전문적인 고용 지식을 제공해 안정적인 취업을 돕는 직업 교육·훈련은 36개(22.0%)에 그쳤다. 도 일자리 사업의 전체 예산 중 직접 일자리엔 47.9%(1천700여억원)가 투입됐지만, 직업훈련엔 6.0%(216여억원)가 쓰였다. 일시적 미봉책으로 평가되는 직접 일자리가 늘어나는 동안 정작 일자리의 질적 문제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실제 지난 달 도내 36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취업자 수는 146만9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만2천명이 늘었다. 반면 36시간 이상 근로하는 취업자 수는 3만3천명 줄었다. 게다가 도와 도내 시·군이 시행하는 직접 일자리 사업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구직자의 실질적인 취업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도민들은 정부와 도가 일시적인 일자리 지원 정책으로 단기적 고용 지표를 달성하기보다 실질적인 고용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원특례시에 거주하는 임슬기씨(33)는 “고용 둔화 속 일시적인 소득의 필요성도 공감하지만, 기존의 직접 일자리 확대 정책으로는 노동 시장 격차와 근로 조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구직자와 구인자가 적합한 조건으로 만날 수 있도록 교육 등을 뒷받침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 관계자는 “그동안 직접 일자리 사업에 비중을 뒀던 것은 맞다”면서도 “미스매치가 심각해지는 등 일자리 정책의 실효성을 따져볼 때가 왔다. 올해 일자리 정책 계획에 직업 교육 비중을 확대하는 것 등을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남녀고용평등법·채용절차법·청년고용촉진특별법…“좋은 일자리 확충 위해 꼭 필요” [이슈M]

일자리의 미스매치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국회와 고용노동부는 문제 해결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남녀고용평등법을 비롯해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채용절차법, 고용보험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중소기업사업전환법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규정하는 의미에 들어맞고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하는 데 필요한 법이란 설명이다.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정의는 기관마다 다소 다르지만 큰 틀에선 유사하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양질의 일자리(decent work)를 생산적이고 공정한 수입을 주고, 안전한 일터이자 사회적 보호를 제공하고, 개인 발전을 위한 가능성이 있는 일자리라고 설명한다. 또 자유롭게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고, 남녀 모두에게 같은 처우와 기회를 제공하는 일자리다. 고용노동부는 고용 안정, 최저임금·4대 보험 등 법적 기준 준수, 공정한 대가 및 삶의 균형과 자기계발 기회 제공 등을 충족하면 양질의 일자리로 본다.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남녀고용평등법 104건, 고용보험법 54건, 채용절차법 32건, 청년고용촉진특별법 11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7건, 중소기업사업전환법 2건 등 개정안들이 계류 중이다. 중소기업사업전환법을 제외하면 모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관 법안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은 남녀고용평등을 실현하고 근로자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한다는 취지의 법이다. 해당법의 개정안을 가장 많이 발의한 국회의원은 8건을 발의한 박광온 의원(수원정)이다.  박광온 의원은 “근로 능력에 영향이 없는 사람도 병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채용과 근로조건에 차별을 받는 경우를 예방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고용보험법은 고용보험의 시행을 통해 실업 예방, 고용 촉진을 강화하는 법이다. 올해 초 고영인 의원(안산 단원갑)은 배우자의 충분한 자녀 양육기간을 보장하기 위해 배우자 출산휴가를 기존의 10일에서 30일로 연장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계류 중인 법안들은 환노위의 법안심사소위원회,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거쳐야 정식 법이 될 수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환노위는 소위를 마치고 전체회의를 앞둔 상태다.  환노위 관계자는 “발의된 법안은 선입선출 원칙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 펼쳐 일자리 미스매치 줄여나가야” [이슈M]

전문가들은 일자리 미스매치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정부와 경기도가 고용서비스의 고도화와 기업맞춤형 직업 훈련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간기업은 일자리를 만드는 근간”이라며 “도가 나서서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민간기업이 잘 운영돼 지역 경제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미스매치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빈 일자리가 많은 기업의 장애 요인을 파악하는 등 노동시장 실태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며 “직접 일자리에 있던 청년 등의 인원이 안정적이고 원하는 기업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맞춤형 취업 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업훈련을 통해 구직자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자체와 기업이 협력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직업훈련과 교육이 분절적이고 단절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결국 기업이 직원을 뽑아도 직업 교육을 다시 하는 상황”이라며 “인턴제도를 통해 경험을 쌓고, 이들이 정규직으로 갈 수 있도록 지자체와 기업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기도는 수도권 효과로 인구 유입이 가장 많고 산업 인구도 많아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이다.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인과 구직을 연결해주는 고용서비스를 체계화, 고도화 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대기업과의 임금격차를 줄이고 근무 환경을 개선해 고용을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단녀·어르신까지 희망 키우는, 촘촘한 ‘일자리 돌봄’ 절실 [이슈M]

#수원특례시에 사는 강지영씨(가명·38·여)는 경력단절 후 재취업을 위한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결혼 전 전시 대행 업체에서 일을 한 그는 경력을 살릴 일자리를 찾아봤지만 대부분 25~35세의 젊은 직원을 원했다. 지역 일자리센터에서도 본인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는 찾지 못했다. #인천 남동구에 사는 김복선씨(가명·80)는 올해 환경 정비 활동을 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지난해엔 매달 27만원의 노인일자리 임금을 받아 생활비에 보탰지만 당장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다. 김 씨는 “그동안 일자리사업으로 소득을 마련해 생활비에 보탰는데 이제 식당 앞에 쌓이는 폐지를 주워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노동시장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경력단절 여성, 노인의 일자리 문제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경력단절 여성의 일자리는 저출생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고, 노인 일자리는 고령화시대를 맞은 현재 주요한 이슈인 만큼 일자리 사각지대의 촘촘한 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경기도내 기혼여성 중 결혼과 임신 및 출산, 육아, 가족돌봄 등의 사유로 직장을 그만둔 비취업 여성(경력단절 여성)은 18.2%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13년 23.0%보다는 줄었지만 지난 10년간 기혼여성 대여섯명 중 한 명꼴로 경력 ‘단절’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인천지역의 경력단절 여성도 8만868명으로 기혼여성 중 16.8%에 해당한다.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들은 특히 일터로 복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 도내 25~54세 여성 1천명을 대상으로 한 ‘2021년 경기도 경력단절여성 경제활동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경력단절 이후 한 번도 재취업한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31.2%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33명(42.6%)은 재취업을 위해 구직활동을 했지만 취업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일하는 노인의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경기지역 고령층(65세 이상)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0년 전인 2013년 25.6%에서 지난해 34.2%로 1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고 고용률 역시 10년간 25.2%에서 33.3%로 올랐다. 인천시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도 각각 1.9%포인트, 1.0%포인트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일하려는 욕구가 커진 데다 근로소득이 있어야 생계가 가능한 현실적인 문제 등이 고령층의 고용률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증가하는 노인 노동, 일하는 노인의 권리에 주목할 때’ 보고서를 보면 노인 노동자의 97.6%가 가능한 한 계속 일하기를 원했고 평균 71세까지, 현재 나이에서 7.7년 더 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용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선 경력단절 여성, 노인계층 등 다양한 세대를 겨냥한 지역 고용창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각 시·군의 지역 고용센터가 이 같은 정책을 주도하되 세대 간 통합형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역 특화 모델을 개발한다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업대책 없이 미래 없다... 경기도내 지자체 지원책 ‘고심’ [이슈M]

구인도 구직도 ‘일자리 전쟁’ 직장에 다니던 여성이 결혼하고 출산하면 퇴사하는 게 당연시됐었다. 아날로그 시대의 얘기다. 육아와 교육, 살림 등은 여성이 맡아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했었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 같은 고정관념은 사라졌고 경력이 단절됐던 ‘경단녀’들은 ‘경력 보유 여성’으로 다시 돌아오려 한다. 베이비부머들의 퇴직이 잇따르는 등 고령화사회가 본격화되면서 노인층의 취업 문제도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이들을 위한 취업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일하는 여성이 우리 사회의 미래 경기도내 지자체들이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위한 재취업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용인특례시는 지난해 9월 여성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취업박람회를 열고 직업훈련, 상담, 인턴십, 사후 관리 등 취업 서비스를 제공했다. 용인교육지원청, 쿠팡 마장물류센터, 한국맥도날드 등이 참여한 취업박람회는 47.5%의 높은 채용률을 보였다. 부천시는 지난 2009년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 등으로부터 여성 새로일하기센터로 지정받은 뒤 경력단절 여성 취업 상담부터 직업교육훈련, 인턴십 취업 후 사후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지원 중이다. 시흥시는 ‘일하는 여성이 미래다’를 슬로건으로 여성들을 위한 대규모 취업박람회를 열고 일대일 전문상담사 배치를 통한 상담 및 취업 알선으로 매년 2천500명 이상의 여성들에게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 중이다. 양질의 일자리 발굴을 위해 매년 300곳 이상의 기업 방문과 상황에 맞는 일자리 발굴을 위해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자리도 안내해주고 있다. ‘경단녀’ 채용 기업에 지원금을 지원하는 지자체도 있다. 평택시는 3개월간 매월 80만원씩 총 240만원을 지원해준다. 인턴 종료 후 정규직 전환일로부터 3개월 동안 고용을 유지하면 기업과 해당 여성에게 각각 80만원, 6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용인특례시도 경력단절 여성을 채용하고 고용장려금을 지원받을 중소 제조기업 모집을 통해 기업당 많게는 3명까지 1명당 매월 40만원씩 최장 6개월 동안 지원해주고 있다. ■ 디지털시대 맞아 경단녀를 IT 전문가로 양성 인천시는 39억원을 들여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위해 새로일하기센터를 통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시는 9곳에 여성새일센터를 설치하고 어린이급식사, 중소기업 멀티사무원, 경리사무원, 쇼핑몰 창업, 소프트웨어(SW)코딩 전문지도사 등 39개 전문직종 훈련과정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을 통해 경력이 단절됐던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미래를 설계해주고 있다. 포천시는 여성 취업률을 제고하기 위해 회계실무와 급식조리사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디지털 시대에 부응해 이모티콘 크리에이터 교육과정과 쇼핑몰 운영자 교육과정도 디지털 시대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부천시도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 4차 산업에 맞춘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고 신기술 운영 전문가로서 확실한 진로 선택도 제안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VR 메타버스 운영전문가 과정’이다. 지역특화형 직업훈련으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확장현실(XR) 등 실감 콘텐츠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 등을 습득할 수 있는 이론·장비·콘텐츠 제작 교육과 현장견학 및 실습 등으로 모두 288시간 운영된다. 김포시는 정보기술(IT) 시대에 맞춰 데이터라벨러 전문가와 의류MD 전문가 양성 등을 비롯해 사회복지행정과 산모 및 영유아 돌봄전문가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 풍부한 노하우 갖춘 시니어 일자리도 다양 인천시는 노인일자리 창출 관련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인천의 시니어 일자리사업은 4만6천646명분으로 공익활동형과 사회서비스형, 시장형, 취업알선형 등으로 나눠 적합한 일자리가 제공되고 있다. 시는 올해 공익활동형과 시장형에 각각 3만6천514명, 3천369명을 지원하고 사회서비스형과 취업알선형에 각각 5천666명, 1천97명을 지원할 방침이다. 직종도 다양하다. 성남시에는 경로당 안전지킴이, 복지도우미, 실버금연구역지킴이, 반려견 계도, 환경정비, 어르신 복지배달서비스, 어르신 환경감시단 등이 있다. 안양시에는 환경개선봉사, 경로당 식사 도우미, 학교급식 도우미, 보육교사 도우미, 스쿨존교통지원 등이 있다. 김포시의 시니어 일자리사업은 ‘김포시니어클럽’으로 노인일자리 사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노인일자리 지원기관이며 전문 시설장이 배치돼 운영한다. 지난 2009년 설립돼 올해 21개 사업에 1천145명이 운영될 예정이다. 양주시는 노인일자리사업 예산이 67억7천100만원으로 회천노인복지관, 양주YMCA, 대한노인회 양주시지회 등 3곳을 중심으로 29개 사업단을 운영해 1천810명이 참여했다. 세부적으로는 47억8천200만원이 투입된 공익활동에는 15개 사업단에 1천518명이 참여했고 사회서비스형에는 9개 사업단(사업비 18억2천400만원)에 230명이 참여했다. 시장형 사업에는 5개 사업단(사업비 1억6천500만원)에 62명이 참여했다. 시흥시는 지난해 153억원을 들여 69개 사업단을 운영해 어르신 5천25명에게 적성과 소질에 맞는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초등학교 45곳에 등하교 안전지킴이 473명, 급식도우미 370명 등을 파견해 일자리를 창출했다. 전문가 제언 “복지·경제·자아실현, 포괄적으로 접근을” ‘공공형이냐, 민간주도형이냐.’ 경력단절 여성과 노인일자리의 해법을 찾을 때 늘 제기되는 질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자리 자체가 복지와 경제적 측면, 자아 실현의 큰 틀을 아우르는 만큼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권태희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경력단절 여성 문제와 관련해 각종 교육 지원 프로그램이 대폭 늘어났지만 제도를 들여다보면 10여년 전과 내용이 비슷하다”며 “관련 지원 사업의 예산이 적극적으로 투입되지 않으면 경력을 보유한 유능한 30, 40대 여성들이 빠르게 취업해 시장으로 진입하고 순환하는 구조로 나아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력단절 여성 문제는 오랜 기간 화두였던 만큼 실효성 있는 대안에 관한 탐색이 필요하다”며 “공공형 일자리 사업을 줄이고 무조건 민간에 위탁하는 방식보다는 컨설팅, 취업 지원 등의 영역에서 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선정되도록 면밀히 살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관계 부처 간 태스크포스 출범 등의 혁신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공 주도에서 공공 지원형으로의 전환을 강조한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현재 정년이 60세로 정해져 있지만 선진국 대비 미비한 연금제도로 노후 소득 보장 체계가 미흡하다. 이에 부족한 점을 충당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공공형 일자리의 확충은 노인들의 빈곤율을 낮출 수 있지만 현재 베이비붐 세대가 주를 이루는 노인 계층은 생산성 유지와 사회 활동 욕구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며 “소득 비례에 따른 기초연금 보장을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자리 문제 개선은 생계 보장의 의미도 있지만 나가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 활동을 하면서 적게 벌더라도 소득을 얻는 데 대한 자기만족감 등의 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복지와 고용 문제를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정책 방향은 신중해야 한다.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고용할 때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정책의 변화를 꾀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인력 동아줄’ 청년고용 지원… 규모 축소에 기업 곡소리 [이슈M]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들의 고용 지원을 위해 시행 중인 다양한 정책들의 사업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 같은 제도들은 청년들의 장기 근속에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부터 ‘청년내일채움공제’의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청년과 중소기업, 정부가 함께 공제부금을 모은 뒤 적립 금액은 2년 후 청년에게 성과보상금 형태로 지급하는 제도인데, 올해 예산의 경우 6천403억원으로 작년 예산(1조3천억원) 대비 약 51% 감소했다. 지원 규모 역시 기존 2만명에서 1만5천명 수준으로 감소했고, 청년과 중소기업이 2년 동안 납부해야 하는 금액도 각각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증가했다. 경기도에서 진행하는 ‘중소기업 청년노동자 지원사업’도 마찬가지다. 해당 사업은 중소기업에 근속하는 청년들에게 2년간 최대 48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제도다. 하지만 올해 신규 지원 인원은 작년(9천명) 대비 7천400명으로 줄어들었다.  인천시에서 청년과 중소·중견기업을 연계해 고용지원금을 지급하는 ‘중소·중견기업 청년 취업지원사업’ 역시 규모가 축소됐다. 작년까진 인턴 3개월과 정규직 3개월에 해당하는 고용지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부턴 전문 기관의 교육비를 3개월 지급하고 인턴 과정 월급을 3개월 지원하는 형태로 변경돼, 사실상 기업이 받을 수 있는 고용지원금은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었다. 이처럼 청년 고용지원 관련 각종 정책들이 양과 질 측면에서 모두 후퇴하고 있다 보니, 우선 기업들에선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존에는 해당 제도들이 그나마 짧은 기간이라도 인력 수급을 위한 유인책으로 사용됐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힘들어졌다는 한탄이다. 화성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 역시 올해 청년내일채움공제 지원이 줄어든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걱정이 한 가득이다. 그는 “그나마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겐 ‘인력 동아줄’ 같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청년층을 끌어 모아야 할 지 도저히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함께 근본적으로는 이 같은 제도들이 청년들의 장기 근속에는 유용한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원 기간까지는 중소기업에 다닌 청년들은 결국 지원 기간이 끝나면 썰물처럼 퇴사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광주 소재 중소기업에 다니는 B씨는 “기업의 비전이나 성장 가능성 때문에 회사에 근무하기 보다는 내일채움공제 같은 제도 때문에 그야말로 버티면서 회사에 다닌다”며 “주변 중소기업에 다니는 또래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내채공’이 끝나면 회사를 나간다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고 털어놨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021년 발표한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업주 대상 고용지원 정책’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정부의 청년내일채움공제와 같은 제도들이 청년들의 1~2년간 근속은 보장하지만, 장기적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봉책에 그치는 지원책이 아닌 근본적으로 인력 관리가 세련되게 이뤄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시행 중인 청년내일채움공제와 같은 제도는 어쩔 수 없이 정부가 쥐어짜낸 방법 중 하나”라면서도 “이런 제도는 되레 중소기업들이 인력 관리에 소홀해도 근로자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 중소기업의 인사관리 체계성 등을 높이는 데는 오히려 역작용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 제언 “장기적 관점서 인력난 해결해야”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부족한 일자리 문제 해결책은 ‘언발에 오줌누기’ 식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중소기업, 제조업은 ‘3D 업종’이라는 인식이 강해 청년들이 기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이 같은 ‘힘든 일’ 대신 배달 플랫폼에 종사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며 인력 부족은 더욱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근본적으로 근무 환경 개선을 동반하지 않으면 풀어내기 힘든 문제”라며 “이는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부는 중소기업의 좋은 환경과 좋은 조건에서 청년들이 일할 수 있게 정권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정책이 아닌, 로드맵을 갖고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소기업들이 자신들에게 부족한 ‘인력 활용의 경영철학’을 발휘할 수 있게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에 특히 부족한 점은 인력을 활용하는 경영철학”이라며 “중소기업은 체계적이지 않고 불공정한 인사 관리에 쉽게 노출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청년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은 노동조건이 나빠서 가지 않는다고 여겨지지만, 단순히 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기업 스스로도 인력 자체를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며 “또 정부와 지자체는 중소기업들의 인력 관리 관행이 더 세련화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기업이 아직 갖추지 못한 부분을 중소기업이 특화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이를 도와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기본적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연봉 차이 등은 조정하긴 힘든 것도 사실이나, 그외 부분에 대해선 정책적으로 충분히 조정해 청년들의 ‘니즈’를 맞출 수 있다”며 “일례로 유연근무 시스템을 확대해 일·가정 양립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차별해 자신만의 경쟁력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대표적인 예가 기술인력들이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 기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이들 기업이 스톡옵션이나 유연한 근무 형태 등 중소기업을 선택할 수 있는 유인을 확실히 제공했기 때문”이라며 “정부 정책의 방향은 청년들이 대기업 대신 중소기업을 선택할 만한 여러 유인을 갖출 수 있게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365일 상시 모집”… 경영난보다 아찔한 ‘인력난’ [이슈M]

경기도민이 함께 생각해야 할 사회적 이슈를 매월 선정해 집중 조명하는 ‘이슈M’의 두 번째 주제는 ‘일자리’다. 일자리는 개인에겐 삶을 꾸려나가기 위한 생계수단이며, 사회·경제적으로는 활력을 불어넣는 수단이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으로 표상되는 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뇌관’이다. 경기도, 나아가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자리 문제’를 둘러싼 과제를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워낙 사람 구하기가 힘드니…회사에선 직원 1명 나간다는 이야기만 나와도 비상입니다.” 화성에서 화장품 용기 코팅 업체를 운영하는 장민희씨(49·가명)는 그야말로 365일 기업의 ‘문’을 활짝 연 채 구인을 하고 있지만, 일할 사람 한 명 구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제조 업종의 중소기업에서는 인력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에 별따기’가 됐다. 장씨의 기업이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이유가 흔히 ‘중소기업의 현실’로 여겨지는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연봉 수준 때문이 아니다. 대기업만큼은 아니지만 신입사원 초봉은 3천여만원으로 중소기업 평균 연봉을 훌쩍 상회한다. 또 기업이 화성 외곽에 소재하다 보니 회사에선 인근에 직원들이 지낼 수 있는 기숙사도 지원한다. 물론 기숙사 운영에 드는 비용은 모두 회사에서 부담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이 구해지지 않는다. 장씨 기업은 ‘제조업은 열악하다’는 편견을 물리치기 위해 몇년 전부터 수억원을 들여 정화시설도 설치했다. 코팅업체 특성상 공장 등 건물 내에선 도료 냄새가 많이 났는데,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서 작업 환경을 큰 마음 먹고 개선한 것이다. 현재는 도료 냄새도 거의 사라졌고, 지자체에서 점검을 나와도 시정조치 하나 받지 않는 우수기업이다. 몇 해 전부터는 ‘수작업 잡일’도 최대한 없애기 위해, 가능한 부분부터 스마트 공장 시스템도 도입했다. 그럼에도 구인은 녹록지 않다. 그는 “사람 구하는 게 너무 어렵다 보니 회사에선 직원 1명이 나간다는 이야기만 나와도 비상이 걸릴 정도”라며 “중소기업 입장에선 아무리 노력해도 구인 자체가 너무 힘들어 앞으로 어떻게 회사를 이끌어 나가야 하나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인천 남동구에서 석유·화학 소재 기업을 운영하는 이규연씨(68) 역시 인력난에 허덕이긴 마찬가지다. 이씨는 기업 미래를 위해 내국인을 채용하고 싶지만, 중소기업에 오려하는 내국인, 특히 청년은 그야말로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그는 “하루라도 채용을 하지 않고 있던 적이 없다”며 “이력서 단 1통 안 들어오는 게 중소 제조기업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마저도 1~2년 뒤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들 특성상, 기업 입장에선 일 자체가 지속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는 “F4비자를 갖고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가 일이 손에 익으려면 최소 반 년은 걸리는데, 그 사이에 금방 사람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된다”고 하소연했다.

난임 지원 확대… 경기도, 저출생 경고등 끈다 [이슈M]

‘출산 기피 시대’는 이미 맞닥뜨린 현실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환경적인 여건 등으로 청년층은 결혼과 출산을 최대한 미루려 하고 혼인한 부부에서도 딩크족이 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아이를 낳을 의지가 있는 난임 부부’나 비혼 출산 등 아이를 적극적으로 낳으려는 이들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편집자 주 성남에 거주하던 A씨(40)는 지난 2021년 시험관 시술 끝에 소중한 아이를 얻었다. A씨 부부는 아이를 꼭 낳고 싶다는 생각에 용인 소재 난임 병원을 다니며 두 차례의 인공수정과 다섯 차례의 시험관 시술을 진행했다. 아이를 얻기 전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3년 넘게 병원을 다니면서 시험관 시술을 위해 10년 넘게 다녔던 회사도 관뒀다. 수입원이 줄어든 상태에서 난임 시술이 지속될수록 생활고 또한 커졌다. A씨 부부가 임신 확정 진단을 받기까지 들인 비용은 2천만여원에 달한다. A씨는 “난임은 결혼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 계획을 미루다가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말로 아이를 원하는 사람들이 잘 출산할 수 있도록 세세하게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결혼과 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인공 수정과 시험관 시술 등 난임 시술을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를 보면 난임 진료와 수술을 받은 경기도민은 2017년 7만3천527명에서 2021년 18만7천123명으로 5년간 2.54배 늘었다. 인천 지역의 환자 역시 같은 기간 1만5천624명에서 3만4천434명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A씨처럼 난임 시술을 경험한 산모의 숫자도 늘고 있다. 경기도 소재 병원에서 난임 시술을 받은 산모의 수는 지난 2018년 2천199명에서 지난해(11월 기준) 9천352명으로 4.3배나 늘었다. 같은 기간 인천에서도 419명에서 1천584명으로 3.8배 증가했다. 경기도와 인천 지역의 가임기 여성(15~49세)의 수가 최근 5년간 398만4천300명에서 389만5천275명으로 줄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난임부부의 비중은 더 커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난임 시술을 경험한 산모 수와 소득 등으로 집계가 되지 않은 수치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신생아 10명 중 1명은 난임 시술을 통해 태어난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난임 시술을 통한 출생이 늘어나면서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저출생 관련 대책 중 하나로 난임 지원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인구 소멸에 빨간 불이 켜진 현재 난임은 주요한 사회적인 문제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부터 시행된 제4차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계획에 따라 난임 환자에 대한 건강보험급여 적용을 확대하고, 난임부부 시술비를 지원한다. 경기도와 인천을 비롯해 서울, 대구, 경북, 전남 등 6개 권역에 난임·우울증 상담센터를 개소해 개인적인 문제로 여겨졌던 난임, 임신, 출산에 대한 정서적 어려움을 제도적으로 돕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난임 관련 예산을 눈에 띄게 확대했다. 경기도의 올해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 본예산은 242억2천670만8천원으로 전년(103억원) 보다 135.21% 증가했고, 인천시는 전년도(23억8천652만8천원)보다 64.39% 늘어난 39억2천325만5천원을 책정한 상태다. 이수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출생 문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정말 아이를 낳고 싶어서 노력하는 사람에 대한 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면서 “만혼 등의 이유로 난임이 증가하며 난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역시 변화하는 추세에서 임신에 어려움 겪는 사람들이 건강한 방식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구조적인 틀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난임부부 상당수 시술비 외 ‘금전적 부담’ 여전히 큰 짐 [이슈M]

저출생 극복을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정부와 지자체의 난임 지원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저출생의 위험 신호가 커진 상황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난임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부부가 늘자 정부는 2017년부터 난임 시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또 ‘기준중위소득 180% 이하 가정 및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인 가정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추가 지원을 하고 있다. 만 44세 이하의 신청자는 체외수정의 경우 신선배아는 최대 9회·110만원, 동결배아는 최대 7회·50만원, 인공수정은 최대 5회·3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난임부부들은 여전히 경제적인 부담을 토로한다. 건강보험 적용으로 본인부담률이 낮아졌지만 난자 채취 방식 등에 따라 적용받을 수 있는 횟수가 제한돼 있고, 이후엔 시술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또한 ‘중위소득 180% 이하’ 가정에만 시술비를 추가 지원하다 보니 상당수 맞벌이 부부는 시술비 추가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난임 시술 사업이 지난해부터 지자체로 이양되면서 거주지에 따른 지원 사업 역차별 논란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난임 시술 사업과 관련해 전국 17개 시·도에서 보건복지부의 공통 지침과 지원 범위·내용을 준수하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선 자율로 조정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광주광역시는 지난 2021년 1월부터 소득 기준에 상관없이 보험 적용 횟수를 모두 소진하면 연 4회까지 차등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전라남도에선 횟수 제한 없이 시술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서울시는 신선배아에 한해서 건강보험 적용 횟수 소진 시 소득 기준 없이 추가 시술비를 1회 지원(최대 180만원)한다.  전북은 난임 관련 시술 횟수를 모두 사용하면 추가 2회를 지원(소득 기준 180% 이하는 110만원, 초과자는 90만원 최대)하고 부산, 대구, 세종, 전남, 경북, 경남에선 소득 기준을 모두 폐지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시내 구성원들 중 상당수가 고소득자에 맞벌이 형태인 부부가 많아 소득이 높게 잡히다 보니 더 많은 이들이 지원을 받게 하기 위해 소득기준을 철폐했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도와 인천시는 보건복지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르되, 추가적인 지원은 없다. 이에 일부 난임 부부들은 정부 지원을 받고자 소득 수준을 낮추려고 퇴사하거나 휴직을 택하는 상황이다.  시술비 이외에 소요되는 금전적인 부담 역시 난임 부부에게는 큰 짐이다. 시험관 시술 절차를 밟으면 병원 별로 난자 채취 및 동결 방식에 따라 결제가 다르게 이뤄지는데, 본격적인 시술에 앞서 진행되는 검사와 주사비, 약값 등으로 병원을 한 번 찾을 때마다 30만원 이상의 비용을 내기 일쑤다. 안양에 거주하는 직장인 B씨(37)는 “맞벌이 부부인 탓에 기준중위소득을 초과해 난임 보험급여 외엔 받는 혜택이 없다”며 “정부의 예산은 늘어나지만 정작 아이를 가지려 노력하는 입장에선 난자를 채취하는 날엔 정자 채취 비용, 약값 등을 포함해 하루에만 60여만원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B씨는 “검사부터 주사, 채취, 냉동, 약값 등 한 차수에 많으면 200여만원을 쓰고 있는데, 아기를 꼭 갖고 싶은 이들에게만큼은 첫 아이만이라도 지원을 확대해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난임 환자가 늘고 있지만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근무 여건 등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현재 근로자는 난임 치료를 위해 3일 이내의 휴가를 받을 수 있지만 ‘그림의 떡’인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행한 ‘난임여성노동자의 난임치료휴가제도 인식 및 이용실태와 정책과제’을 보면 임금노동자 527명 중 21.3%만이 “난임치료휴가를 사용했다”고 응답했다. 21.6%는 “휴가 제도가 있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특히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1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를 보면 경기도 소재 사업체 10만9천507개 가운데 난임치료휴가제도를 “자유롭게 활용 가능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5.7%(5만6개) 였으며 인천은 47.2%(2만484개 중 9천678개)로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이는 인접한 서울시(56.0%)와 강원도(52.5%) 보다 낮았고, 가장 응답률이 높은 충북(71.2%)과 비교하면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난임을 전문으로 치료해온 양광문 수지마리아병원장은 “간절하게 임신을 바라면서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은 만큼 환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지점, 즉 임신 여부 및 가능성에 영향을 크게 주는 요인을 파악해 대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전히 난임 시술 환자에 대한 사회 제도적 지원이 미비한 상황”이라며 “시술 끝에 아이를 낳지 못할 경우엔 사회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게 제도와 사회 분위기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 난임 지원 정책은 이런 점이 고려되지 않아 문제”라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관계자는 “출산 이전과 이후에 영향 주는 요인들 가운데 어떤 점을 개선할지 찾아보겠다. 건강보험료 적용 범위, 시술비 지원 등의 금전적인 확대도 논의 대상”이라며 “뿐만 아니라 난임 전문 상담 센터 확대 개소, 안전한 출산을 위한 난임 정보 제공 및 캠페인 강화를 통해 구조적인 문제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 제언 “저출생 해결, 사회 전반 대대적 전환 필요” 전문가들은 출산 기피 요인과 환경을 바꾸는 동시에 ‘아이를 낳을 의지가 있는 부부’나 사람에 대한 집중 지원,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제도 마련 등 사회 전반의 대대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문경용 아이오라 여성의원 원장은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은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부부가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시술을 포기하지 않게 해주기 때문에 지원이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술비 지원 외에도 가임력 보존에 도움이 되는 지원도 필요하다. 결혼 후가 아니더라도 난임 검사를 미리 받고 고위험군을 선별해 치료한다면 이후 임신하고 싶을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착된 가족의 틀에서 벗어나 비혼 출산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덜어주는 것이 저출생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란 의견도 나왔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비혼 출산 문제가 반드시 건드려져야 한다”며 “2030세대의 자유로운 성생활 및 비혼주의 등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서 사회가 정한 정상적인 가족 형태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가졌다면 출산하고 육아하도록 국가가 책임진다는 믿음이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원장은 “한국의 저출생 문제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만큼 특정 부분을 건드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국민들이 저출생으로 인한 위험과 어려움을 인지해 다 같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저출생 문제의 가장 큰 요인은 불확실성이기 때문에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주거 및 일자리를 제공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지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금전적 지원을 하는 저출생 정책들은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빛을 발하지만 출생은 물론 결혼마저 자기 일로 생각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겐 효과를 볼 수 없는 지원”이라고 지적했다.

다섯달 만에… 경기도 출생아 다시 6천명 아래로 [이슈M]

지난해 11월 경기도 출생아 수가 5개월 만에 다시 6천명 아래로 떨어지는 등 저출생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내 월 출생아 수가 6천명을 넘기지 못한 것은 역대 일곱 번째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1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작년 11월 도내 출생아 수는 5천759명으로 전월(6천152명) 대비 6.39%(393명) 감소했다. 이로써 지난해 6월(5천723명)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6천명 아래로 떨어지게 됐다. 일반적으로 연말에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지난해 11월 출생아 수는 월별로 통계를 집계한 1981년 이후 11월 기준으로도 가장 적은 수치다. 월 출생아 수가 6천명 아래로 내려 간 것은 지난 2019년 12월(5천861명)이 처음이었고, 2020년 11월과 12월, 2021년 11월과 12월, 2022년 5월과 6월에 이어 이번이 역대 일곱 번째다. 더욱이 한 해에 6천명 이하를 기록하는 달이 3번이나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작년 11월 사망자 수는 6천437명으로 전년 같은 달(6천13명)보다 7.05%(424명) 늘었다. 같은 달 기준 역대 최고치다. 이같이 출생아는 줄고, 인구 고령화 등으로 사망자는 늘면서 인구 자연 감소는 지속되고 있다.  작년 11월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11월 인구 자연 감소분은 678명이었고, 작년 1~11월 누적으로 보면 1천519명이 자연 감소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치다. 아울러 도내 혼인 건수는 4천944건으로 전년 동월(4천892건) 대비 1.06% 소폭 상승했다. 혼인 건수는 지난해 6월부터 6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다. 이혼 건수는 2천185건으로 집계됐다.  노형준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출산연령 여성인구가 감소하고 비혼 등이 증가하면서 혼인건수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며 "2012년부터 혼인 건수가 줄어들고 2016년부터 감소폭이 커졌다. 초혼 연령도 매년 0.2~0.3세 매년 늘어나면서 출생아 수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구고령화로 고령인구가 늘고 있어 그로 인한 사망자 수 증가도 계속되고 있다"며 "지난해 월별 사망자 수 증가엔 코로나19가 건강위험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증가폭을 키웠다"고 덧붙였다.

돈 많이 드는 결혼·육아 ‘NO’... 차라리 ‘나 혼자 산다’ [이슈M]

결혼을 하지 않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 저출생 현상의 밑바탕에는 1인 가구의 증가와 비혼주의, 딩크족 등 다양한 사회구조적 변화가 깔려 있다. 청년층의 혼인, 출산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분위기를 비춰봤을 때 앞으로도 저출생 현상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인구절벽을 넘어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단계’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해 어떤 대책들이 필요한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 바쁜 직장생활과 연애를 병행하며 지친 강승원씨(38)는 3년 전 연애를 끝으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동안 싱글라이프를 즐기던 강씨는 올해 중으로 ‘비혼식’을 열어 완전한 비혼자(?)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고, 혼자 살아 보니 괜찮았다. 결혼 비용부터 집값까지 생각하면 감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외롭더라도 돈 걱정 덜하고 사는 게 더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윤혜원씨(33·여)는 주변 친구들보다 결혼을 조금 더 일찍 했다. 평소 출산에 대한 욕심이 있어 결혼을 서둘렀지만, 결혼 6년 차에 접어든 지금까지 아이를 갖지 않았다. 지난해 대학원까지 진학한 윤씨는 앞으로도 자녀를 출산할 계획이 없다. 윤씨는 “결혼 후 일도 바빠지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면서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이 사라졌다”며 “아직까진 2세를 계획하고 있진 않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 비혼과 출산 기피가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한 탓인데, 인식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청년의 연애, 결혼, 그리고 성 인식 조사결과’(2022년 9월·19~34세 비혼청년 1천47명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청년은 65.5%(696명)에 달했으며, 이 중 70.4%(490명)는 자발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조사 대상의 절반 가까이가 자발적으로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인데, 이 같은 분위기는 결혼과 출산으로도 이어졌다. 이들 중 49%(513명)는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결혼을 꺼리는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49.9%), ‘혼자 사는 것이 행복해서’(38.2%), ‘결혼할 만한 상대가 없어서’(28.5%)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출산에 대해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향후 출산 의향에 대해 ‘꼭 출산하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17.1%(179명)에 불과했다. 출산을 꺼리는 이유로는 ‘경제적 부담감’(57%), ‘내 삶을 희생하고 싶지 않아서’(39.9%), ‘사회적 환경이 안 좋아서’(36.8%) 등의 순서였다. 출산 기피 역시 경제적 부담감을 가장 큰 원인으로 선택했다.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인식 변화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와 관련, 인구보건복지협회 관계자는 “지금의 출산장려 정책으로는 이 같은 인식에 대한 개선이 어렵다”면서 “청년층의 삶의 질 전반을 지원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줄어든 결혼·높아진 혼인연령... 아기 울음소리 ‘뚝’ [이슈M]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는 통계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결혼은 줄고 혼인 연령은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출생률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집자주 ■ “결혼 안 해”... 6년 새 도내 신혼부부 1만7천617쌍↓, 출생아 수도 급감 25일 통계청의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경기도에서 혼인신고를 한 부부는 5만6천362쌍으로 집계됐다. 2015년 7만3천979쌍에서 2016년 7만2천57쌍→2017년 6만7천77쌍→2018년 6만8천462쌍→2019년 6만5천191쌍→2020년 6만358쌍으로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오다 2021년 5만대에 접어든 것이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올해는 4만대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인천에서는 1만1천432쌍이 2021년에 혼인신고를 했다. 2015년 1만7천298쌍에서 2016년 1만6천702쌍→2017년 1만5천441쌍→2018년 1만5천142쌍→2019년 1만4천61쌍→2020년 1만1천897쌍으로 감소 추세다. 혼인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평균 출생아 수도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도 평균 출생아 수는 0.91→0.90→0.77→0.85→0.82→0.78→0.76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인천도 0.95→0.93→0.92→0.88→0.86→0.84 →0.81로 낮아지고 있다. ■ 초혼 연령, 혼인 후 첫 출산 기간↑ 반면 꾸준하게 상승하는 지표도 있는데, 바로 평균 초혼 연령과 혼인 후 출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도내 여성의 초혼 연령은 1991년 24.78세에서 매년 상승해 30년 후인 2021년엔 31.7세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인천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도 25.12세에서 30.95세로 급등했다. 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첫 출산에 소요되는 기간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도내 초혼 여성이 결혼 후 첫 출산까지 걸리는 시간은 2015년 15.3개월에서 2016년 15.5개월→2017년 15.8개월→2018년 16.1개월→2019년 16.4개월→2020년 17개월→2021년 17.6개월로 6년 사이 두 달 이상 늦춰졌다. 인천도 2015년 14.8개월→2016년 15개월→2017년 15.2개월→2018년 15.5개월→2019년 16개월→2020년 16.5개월→2021년 17.1개월로 비슷하게 늘어났다. 초혼과 출산 연령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첫아이 출산이 늦어진다는 것은 둘째·셋째 아이를 낳을 기회가 적어진다는 의미로 저출생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결혼해도 “애 안 낳아”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이른바 ‘딩크족’들이 늘어난 것도 저출생 문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도내 혼인 1~5년 차 신혼부부 중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가 지난 2015년엔 33.98%(38만7천989쌍 중 13만1천847쌍)였지만, 2021년엔 43.57%(32만5천67쌍 중 14만1천648쌍)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인천도 32.96%(8만9천747쌍 중 2만9천588쌍)에서 41.5%(6만5천347쌍 중 2만7천122쌍)로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가 확연히 늘었다. 신혼부부 수는 빠르게 줄어든 가운데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 수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 출산율 왜 떨어지나... 저소득층일수록 출산율 하락 폭 커 출산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득이 적을수록 출산율이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0년 대비 2019년의 소득계층의 ‘출산율’ 변화를 분석한 결과 소득 하위층과 소득 중위층에서 출산율이 각각 23.6%, 13.0% 감소했다. 반면 소득 상위층에서는 17.6% 증가했다. 유지성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소득 하위층에서 출산율이 낮게 나타나는 만큼 저소득층 지원 중심으로 출산정책을 지원하는 선택적 복지체계가 필요하다”며 “소득 상위층이 모두 지원받는 정책보다는 출산 의지가 있는 저소득층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맞춤형 정책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전문가 제언 “선택적 복지 펼쳐야 저출생 극복” 전문가들은 저출생의 원인 파악과 함께 이에 대한 적합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소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기획단장은 저출생의 원인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저출생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처음에는 결혼은 하고 아이는 낳는데, 아이 양육 부담이 크다고 해서 저소득층 대상으로 보육지원을 했고 이후 맞벌이 부부 증가가 원인이 돼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보육을 지원했다”며 “그러고 나선 전 국민이 돌봄 욕구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무상보육을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로 갔다”고 그간의 출산 지원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 다음에는 결혼을 하니까 아이는 낳는데, 결혼을 안 한다고 해서 청년 대상으로 주거 고용 정책을 지원했고, 이후 성평등과 불공정 사회 구조적 문제 등으로 저출생의 원인이 변화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단장은 “정책의 방향성에 있어 청년들의 가치관 변화 등 저출생의 원인을 분석해 반영해야 한다”며 “보편적인 정책만으로는 정책의 효과성을 찾을 수 없다. 일반적인 사회보장은 보편적으로 지원하되 저출생 관점에 맞춰 ‘누가 출산을 하지 않는가’에 대해 살펴보고 이런 대상을 지원하는 선택적 복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보편적 지원을 통해 정부가 출생에 대한 전폭적 지지 의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다만 외벌이 부부나 저소득층 가구 등에 대해선 선별적인 복지가 추가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이정원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효율성을 생각하면 지원이 가장 필요한 계층에 두텁게 복지를 지원하자고 할 수 있지만 국가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선 보편적인 지원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저소득층인데 희귀질환이 있거나 출산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특수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추가적으로 더 비용이 들어갈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선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기道, 출생·영유아 감소에도 국공립어린이집 무조건 확충 [이슈M]

경기도가 도내 출생·영유아 수 감소에도 국공립어린이집을 무조건 확충하는 비효율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다. 도내 일선 시·군의 보육 환경과 수요에 따른 맞춤형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올해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자체 예산 58억5천만원을 편성했다.  앞서 도는 수년간 국공립어린이집 설치 사업을 국비 매칭사업(국비 50, 도비 25, 시·군비 25)으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도는 올해부터 민선 8기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 50% 달성’ 공약에 따라 매칭사업비 외에 자체 예산도 투입키로 했다. 민간어린이집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전환하거나, 신축하는 비용 중 보조금 외에 부족한 사업비를 자체 인센티브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도내 출생 및 영유아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어린이집 정원충족률도 매년 떨어지고 있어 현실과 동떨어진 보육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것이다. 도내 출생아 수는 지난 2012년 12만4천명에서 2021년 7만6천명으로 10년간 38.7%(4만8천명) 감소했다. 도내 영유아 수 역시 지난 2012년 88만1천명에서 2021년 70만2천명으로 10년간 20.3%(17만9천명)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내 어린이집 정원충족률도 매년 떨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78.8%에서 2021년 78.5%, 지난해 6월 기준 73.6% 등이다. 도내에는 연평균 801곳의 어린이집이 정원 미달 등으로 폐원하고 있으며, 지난해는 상반기에만 586곳이 문을 닫았다. 더욱이 과천시의 경우 지난해 국공립어린이집의 이용률은 45.6%에 달했지만, 용인시는 12.4%에 그치는 등 지역별 격차가 커 보육서비스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상황이 이런데도 도는 올해 국공립어린이집 165곳을 신규 설치하고, 내년엔 170곳, 2025년 170곳, 2026년 175곳 등 수를 늘리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보육 이용률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별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며 “좋은 서비스로 이용률을 높이도록 국공립어린이집의 관리 등의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아동 비율 등 31개 시·군의 중장기 보육수요를 검토해 맞춤형 확충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국공립어린이집이 부족한 지역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인센티브를 도입했다”며 “지역별·이용 아동별 맞춤형 확충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