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톰 행크스 형님, 일단 붙어보죠"

(서울=연합뉴스) "원래 4월 말에 개봉하려다가 5월 중순으로 옮겼는데, 톰 행크스 형님과 대결을 하게 됐네요. 큰 작품이 많아서 지더라도 별로 창피하지 않고 이기면 더 좋은 거고요. 일단 붙어보죠" 7일 오전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김씨표류기' 제작보고회에서 남자 김씨 역을 맡은 배우 정재영은 이렇게 유쾌하게 말했다. '김씨표류기'는 4월 말 개봉하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나 김래원ㆍ엄정화 주연의 '인사동 스캔들'과 경쟁하는 대신 개봉일을 5월로 미뤄 '스타트렉-더 비기닝', '천사와 악마', '박물관이 살아있다2',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맞붙게 됐다. '김씨표류기'는 한강에서 자살하려다 한강의 무인도 밤섬에 표류하게 된 남자 김씨(정재영)와 그를 관찰하게 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여자 김씨(정려원)의 이야기다. 정재영은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너무 좋았다. 일단 신선하고, 유쾌하고, 재미있고, 귀엽고, 마지막 한 방까지 있다"며 "나한테 들어온 게 맞나, 이렇게 좋은 게 왜 나한테 들어오지, 했다"고 말했다. 정재영은 "감독이 정진영한테 줬는데 나한테 잘못 온 걸로 알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이해준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배우를 염두에 두고 쓰지는 않지만 어느 순간 정재영 특유의 볼멘 목소리가 시끄럽게 들려 나도 모르게 정재영을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정재영이 야외에서 촬영하는 반면 정려원은 세트장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두 배우는 서로의 촬영장에 찾아가야 만날 수 있었다. 정려원은 "재영 선배를 관찰하면서 갖가지 반응을 하는 연기인데 실제로는 세트장에서 혼자 찍다보니 상대 배우를 보지 못하고 연기하는데 두려움이 많았다"며 "조명 다리를 보고 연기하는 게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상상력도 풍부해지고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천하장사 마돈나'로 성공적인 데뷔를 하고 두 번째 작품을 선보인 이해준 감독은 "희망이라는 단어가 진부하게 느껴지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정답은 희망"이라며 "위로의 기운이 퍼지는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코언 형제가 말하는 그들의 영화세계>

(서울=연합뉴스) 세계적인 영화감독 코언 형제의 영화에는 뭔가 기묘한 느낌이 있다. '애리조나 유괴사건', '바톤 핑크', '허드서커 대리인', '파고' 등을 비롯해 최근작 '번 애프터 리딩'까지 그들의 영화는 각기 다른 모습 속에서도 어두우면서도 쾌활하다. '코언 형제-부조화와 난센스'(마음산책 펴냄)는 천재적 악동에서 거장으로 우뚝 선 조엘 코언과 이선 코언 형제의 모든 것을 그들의 입으로 들어보는 인터뷰집이다. 30편의 인터뷰를 묶어 코언 형제의 영화 이력과 제작 기법, 영감의 원천, 공동 작업 방식 등을 살펴보면서 '코언 형제만의 느낌'을 밝힌다. 코언 형제의 캐릭터들은 소위 할리우드의 공식을 따르는 인물이 아니라 뭔가 부족하고 문제가 있는 이들이다. 이에 대해 코언 형제는 "우리는 건장한 슈퍼히어로 타입에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우리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캐릭터가 꽤 불쾌한 인물들인 건 사실이에요. 낙오자 아니면 멍청이죠. 하지만 우린 그 캐릭터들을 무척 좋아해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는 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지 않으니까요." 불편한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영화의 시공간적 배경이다. 그들은 "어떻게든 이국적인 느낌이 들어야 흥미가 느껴진다"며 미국의 낯선 장소, 과거를 배경으로 영화에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할리우드에서 눈치 보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영화를 만드는 몇 안 되는 감독의 반열에 오른 형제는 그 비결을 '저예산'에서 찾았다. "그리 상업적이지 않은 영화를 만들면서 우리만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아요. 우린 운이 좋은 거죠. 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드는 게 비결이고요. 돈을 적게 들여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건 히치콕처럼 아주 세밀하게 스토리보드를 만들기 때문이에요." 이와 함께 코언 형제 영화 안팎의 일화들을 소개한 이 책은 2006년 발간된 원서에 실린 28편의 인터뷰 외에 최근 개봉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번 애프터 리딩'을 다룬 2편의 인터뷰를 추가했다. 392쪽. 1만5천원.

영화배우 김래원 집 턴 3인조 검거(종합)

(서울=연합뉴스) 유명 영화배우 김래원(28) 씨의 집에서 억대의 금품을 훔친 3인조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주인이 없는 단독 주택만 골라 금품을 털어온 혐의(절도)로 정모(41)씨와 이모(29)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박모(42)씨를 불구속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지난 1월17일 오전 10시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영화배우 김씨의 집에 옆집 담벼락을 타고 들어가 현금과 수표, 명품 시계, 목걸이, 반지, 방송사 수상 메달 등 1억5천만원 상당을 훔쳐 달아난 혐의다. 이들은 또 서울과 수도권의 부유층이 살 만한 단독주택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17차례에 걸쳐 5천만원어치의 금품을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조사결과 3년 전 교도소에서 만나 범행을 모의한 이들은 현금이나 수표, 귀금속 뿐만 아니라 디지털 카메라나 양주 등 돈이 되는 물건은 닥치는 대로 훔쳤으며 이를 금은방이나 전당포에서 되팔아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초인종을 눌러 집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주로 담을 넘어 침입했으며, 영화배우 김씨 집의 경우 범행 하루 전날 침입해 경비업체가 설치해 놓은 전선을 끊어 놓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훔친 10만원권 수표가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사용된 사실을 확인하고 주유소 CC(폐쇄회로)TV에 찍힌 차량을 추적해 이들을 검거했으며, 추가범행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캐고 있다.

서울서 올해 영화제 8개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서울시는 이달부터 12월까지 서울에서 8개의 크고 작은 영화제가 열린다고 5일 밝혔다. 올해 영화제의 막을 여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4월 9일부터 8일간 신촌 아트레온에서 진행된다. 전 세계 여성 영화인들의 축제가 될 이 영화제에서는 23개국 초청작품 105편이 상영된다. 여름의 문턱인 6월에는 신인 감독의 등용문인 `제8회 미장센단편영화제'가 CGV용산 등에서 개최된다. 다양한 장르와 스토리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 특징인 이 영화제는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이 본격 데뷔한 무대가 됐다. 여름철에는 `제11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가 7월 9일부터 7일간 서울극장 등에서 진행된다. 이 영화제에선 37개국 120여편이 상영된다. 이어 `2009 넥스트플러스 여름영화 축제'가 8월 14일부터 2주 일정으로 전국 14개 극장에서 열린다. 서울에서 개최되는 영화제 가운데 규모가 제일 큰 `제3회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8월 24일부터 9일간 대한극장 등에서 진행된다. 이 영화제엔 45개국 180여 작품이 상영되고, 국내외 유명배우 등 2천여 명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올해부터 이 영화제의 개막식은 문화 예술의 상징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9월 17일부터 23일까지는 49개국에서 출품된 200여편이 상영되는 `국제실험영화제'가 서울아트시네마 등에서 개최된다. 9월 23일부터 27일까지는 3분 내외의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선보이는 `제1회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가 구로디지털단지 일대에서 진행된다. 12월 중에는 `워낭소리', `낮술' 등 최근들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독립영화의 축제인 `서울독립영화제'가 열린다.

<새영화> '안나와 알렉스:두 자매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김지운 감독의 2003년 영화 '장화, 홍련'이 할리우드에서 완전히 다른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장화, 홍련'을 리메이크한 '안나와 알렉스 : 두 자매 이야기'에서 아빠와 새엄마(아빠의 애인), 두 자매라는 관계의 세 꼭짓점은 그대로다. 그러나 '장화, 홍련'이 소녀의 내면에서 흔들리는 감정과 공포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면 '안나와 알렉스'는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앞뒤를 논리적으로 꿰맞춘다. 미묘한 분위기와 아릿한 정서로 공포와 함께 슬픔을 느끼게 했던 '장화, 홍련'과는 달리 '안나와 알렉스'는 사건을 파헤쳐나가는 소녀들의 활약상을 그린 10대 공포물처럼 되고 말았다. 공포와 불안에 가득 차 있던 연약한 두 자매는 아빠의 약혼녀를 의심해 뒷조사를 하고 경찰에 도움을 청하는 등 훨씬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캐릭터로 변신했다. '내면의 공포가 만들어 낸 공포'라는 원작의 핵심 모티프는 그대로 가져왔지만 깊은 정서를 살리는 대신 반전의 도구로만 쉽게 사용했다. 여기저기 피가 흥건하고 귀신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놀라게 하다가 마지막 반전으로 마무리하는 전형적인 공식으로 만든 또 하나의 평범한 스릴러 영화로 돌아온 것이다. 병을 앓던 엄마가 화재로 숨지자 안나(에밀리 브라우닝)는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서는 엄마의 간병인이었던 레이첼(엘리자베스 뱅크스)이 아빠의 약혼녀가 돼 안나를 맞는다. 안나는 레이첼이 엄마의 흔적을 지우고 아빠와 집을 차지하고 있는 것에 반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불에 탄 엄마의 유령이 나타나 레이첼을 가리키며 '살인자'라고 울부짖고, 남자친구는 화재가 나던 날의 일을 목격했다며 무언가를 말하려 하지만 그때마다 레이첼이 나타나 가로막더니 결국 남자친구도 숨진 채 발견된다. 안나는 언니 알렉스(아리엘 케벨)와 함께 레이첼의 과거를 파헤친다. 영화는 결국 안나의 엄마가 어떻게 죽었고, 레이첼은 누구이며 진실은 무엇이었는지를 명확하게 밝힌다. 이 영화는 지난 1월30일 미국에서 '디 언인바이티드(The Uninvited)'라는 제목으로 개봉돼 개봉주에만 1천50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다. '레이크 하우스'(시월애), '미러'(거울속으로), '마이 쎄시걸'(엽기적인 그녀) 등 한국 영화를 리메이크한 다른 영화에 비하면 좋은 흥행 성적이다. 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새영화> 이상을 꿈꾸는 액션 '천하무적'

(서울=연합뉴스) 순박한 시골 청년 사근(왕보강)은 결혼도 하고 양도 기르려는 소박한 꿈을 안고 고향으로 향한다. 그동안 번 6만 위안을 품고 고향으로 향하는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소매치기 당하지 말고 우편으로 보내라고 충고하지만, 사근은 "세상에 도둑이 어디 있느냐"고 당당하게 외치고 기차에 올라탄다. 기차에는 도둑 커플 왕보(류더화)와 왕려(유약영)는 물론 전설적인 도둑 호려(유게) 일당도 함께 탄다. 왕보의 아이를 임신한 왕려는 아이를 위해 더는 도둑질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사근의 돈을 지켜주려 하고, 사근의 돈을 훔치려는 호려 일당과 그 돈을 지키려는 왕보의 기차 안 대결이 펼쳐진다. 영화 '천하무적'의 제목은 '하늘 아래 대적할 자가 없다(天下無敵)'가 아니라 '하늘 아래 도둑이 없다(天下無賊)'는 뜻이다. 왕보와 왕려는 순박한 시골 청년의 이상을 지켜주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다. '액션 대작'이라는 광고 문구와 걸맞지 않게 광활한 대지와 티베트의 사원지역을 담은 화면은 서정적이고, 감상적인 음악도 자주 흐른다. 물론 좁은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액션도 볼 만하다. 천재적인 소매치기들의 대결답게 현란한 손놀림이 엇갈리고 면도날이 부딪친다. 다만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것이 도드라지는 기차 위 액션 장면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아쉽다. 중국 최고의 흥행 감독으로 국내에는 '야연', '집결호'로 이름을 알린 펑샤오강과 아시아의 스타 류더화, 장이머우의 '인생'으로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중국의 국민배우 유게 등 제작진의 면면은 화려하다. 유약영은 이 영화로 제10회 홍콩금자형장과 2006중국백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무간도' 시리즈의 제작사인 미디어 아시아의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영화로, 2004년 개봉 당시 중국과 홍콩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150억원이 넘는 흥행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중국에 공자(孔子) 일대기 영화 붐>

(베이징=연합뉴스) 올해 공자(孔子)의 탄신 2560주년을 맞아 중국에 공자 일대기 영화붐이 일고 있다. 영화 '공자'가 조만간 촬영에 들어가고, 공자의 일대기를 그린 만화영화도 제작돼 오는 9월 브라운관을 탄다. 봉건주의 사상으로 사회주의 중국에서 지탄을 받았던 공자가 최근 들어 중국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현상의 하나로 풀이된다. 중국 공자재단은 산둥(山東) 라디오·TV방송국 등과 합작으로 공자 일대기를 만화영화 제작에 나서 공자의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신화통신이 1일 보도했다. 공자의 일대기는 청년, 중년, 노년의 3개 시기로 나눠졌고 모두 104회 분량이 만들어진다고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 자오시안더가 밝혔다. 제작진이 가장 고심을 한 부문은 공자의 캐릭터. 전통과 현대적인 이미지를 조화해 시청자들에게 친근한 모습을 만들어 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대만, 홍콩, 상하이, 선전(深천<土+川>) 등에서 만화가를 비롯해 전문가 30명이 1년여간의 공동작업을 통해 수십번을 뜯어고치는 과정을 고쳤다. 자오 작가는 공자의 10대 시절 캐릭터는 "책을 들고 있는 눈이 초롱초롱한 총명한 소년"으로 그려졌다고 살짝 공개했다. 한편 영화 '공자'는 논란 속에 이달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영화 '공자'는 시나리오가 국학인 유학을 너무 오락화하고 성인인 공자를 우스꽝스럽게 그렸다는 지적을 받는 가운데 배역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저우룬파(周潤發)의 이미지가 공자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후메이(胡玟) 감독은 공자가 문무를 겸비한 성인이지만 영화 와호장룡(臥虎藏龍) 속의 무사와 같은 이미지를 연출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

박찬욱 "'박쥐'는 내 영화 중 가장 애착"

(서울=연합뉴스) "우열을 가리긴 어렵지만 돌이켜보면 제가 만든 영화 중 제일 뛰어난 영화인지는 몰라도 가장 애착이 가는 영화인 것은 사실입니다." 박찬욱 감독은 31일 오전 서울 CGV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박쥐'의 제작보고회에서 "오랜 시간 생각한 이야기이고 송강호가 연기한 주인공 남자에 나 자신이 많이 들어가 있다"며 이번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만든 영화 중에 주인공 캐릭터에 내가 들어간 것은 처음입니다. 나약하고 비겁하면서 궤변에 가까운 논리로 자기를 합리화한다거나 변명하는 면들이 아주 닮았고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한 사람의 관객으로 봐도 정이 가고 제 취향에 잘 맞는 영화입니다." 영화 '박쥐'는 박찬욱 감독이 구상한 지 10년이 지났을 만큼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해온 작품이다. 박 감독은 1999년 '공동경비구역 JSA' 촬영 당시 주연배우인 송강호에게 처음 이 영화에 대해 제안했다. 그는 "처음 생각한 것은 1997-1998년쯤"이라며 "성장환경 때문에 가톨릭 분위기에 익숙하고 사제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할 일이 많았다"고 에밀 졸라의 소설 '테레즈 라캥'에서도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박쥐'의 탄생과정을 설명했다. "신부라는 신분을 가진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살인 등의 죄악을 저질러야 존재를 유지할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였을 때 정신적인 고통이 얼마나 클지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다음에 뱀파이어 개념이 떠올랐고 이 소재에 에밀 졸라의 소설이 뒤늦게 결합하는 과정을 밟아왔죠." '박쥐'는 특히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산하의 포커스 픽처스로부터 제작비를 투자받아 본격적으로 미국에 개봉되는 첫 번째 한국 영화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어마어마한 북미시장에서의 흥행이나 아카데미 후보가 되는 등의 굉장한 일이 처음부터 벌어질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한국영화가 미국시장에서 보였던 성적에 비하면 조금 더 큰 규모로 진지하게 취급될 수 있게 되는 첫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측이 제가 전에 만든 영화에 호감을 가진 모양이고 소재로 봤을 때 뱀파이어 이야기에 가톨릭 사제가 주인공이니까 다른 영화들보다 좀 더 보편적이어서 투자하지 않았을까 짐작해요. 개인으로서는 제가 영향받고 존경하는 세계 여러 감독들의 영화를 많이 배급한 포커스 픽처스의 심벌마크를 내 영화에도 붙이게 돼 뿌듯해요." 박 감독은 이번 영화의 주연인 송강호와 김옥빈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송강호 씨는 머리가 좋고 영리한데다 언제든지 현재 하는 작품만 생각하는 집중력을 가진 배우인데 그렇게 머리 좋은 사람이 집중하니까 잘할 수밖에 없다"며 "현실을 회피하려는 나약한 캐릭터를 송강호가 연기하는 것이 상상이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어떤 모습이 나올까 기대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깜짝 발탁한 김옥빈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만났는데 어떤 기운 같은 것이 있었고 좋은 인상을 받았다"며 "처음 '올드보이' 강혜정을 만났을 때처럼 한눈에 매료된 기분"이라고 전했다. "너무 안정되고 틀이 잡히기보다는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면도 보였어요. 변화무쌍한 면이 이 역할에 잘 맞았고 영화를 보시면 한국에 이런 여배우가 있었나라는 놀라움을 느끼실 거에요. 한국영화에 없던 새로운 종자입니다." 끝으로 박 감독은 영화에 대해 "동서양 문화의 충돌 등 여러 가지로 이해할 수 있지만 여자를 잘못 만나 곤경에 빠진 남자의 분투로 볼 수도 있다"며 "여자 때문에 심한 고생을 하는 남자라고 주인공을 생각하고 그 관점으로 보면 영화가 좀 친숙하고 쉽게 느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