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지만 전혀 다른 ’장희빈’

6일부터 방송되는 KBS2 특별기획드라마 ‘장희빈’(극본 김선영, 연출 이영국·한철경)은 기존의 ‘장희빈’, ‘인현왕후’등과 같은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얼마나 다르게 접근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으로 보인다. ‘장희빈’의 방송 소식을 들은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또 장희빈이야’라는 식상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4일 오후 KBS 사옥에서 있었던 시사회장에서 본 ‘장희빈’1∼2회는 기존의 사극과 차별화를 꾀하는 제작진의 노력이 역력히 배어 있었다. 김선영 작가는 “사극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는 드라마로 생각하고 집필하고 있다”면서 “이전 사극에서 보여준 전형적인 포맷을 극복하고 인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새롭고도 다양하게 담을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드라마는 숙종 6년 제1비였던 인경왕후의 승하로 시작한다. 숙종의 모후 명성왕후(김영애)는 간소하게 상을 치를 것을 명하고 이에 대립하는 숙종의 모습이 전광렬의 강렬한 눈빛으로 나타난다. 이는 정사에 간섭하는 어머니 명성왕후에 휘둘려 왔다는 기존 숙종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그의 카리스마를 보여주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또한 그의 강력한 이미지를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검습(劍習) 등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한편 제작진은 요부로 고정된 장희빈을 시대적인 아픔을 가진 한 인간으로서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필연성을 부각시켜 새롭게 조명해 보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드라마 초반 옥정(김혜수)의 어머니 윤씨(이보희)가 자의대비(강부자)의6촌 조사석(백윤식)과 관계를 가지면서 옥정의 집안이 조사석의 부인에게 수모를 당하는 장면을 부각시켰다. 옥정이 천출의 한을 간직한 채 신분 상승의 의지를 불태우는게 된 연유를 말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큰아버지 장현이 모반(경신환국)의 자금을 댄다는 사실을 안 옥정이 “목숨을 건다 할지라도 수모를 당하고 사느니 그 편이 훨씬 낫다”고 동조하는 대사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1∼2회에서 보여준 옥정의 이미지는 김혜수가 기존에 쌓아온 당차고 굴하지 않는 강한 이미지와 맞아 떨어져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장희빈의 이후 행동에 필연성을 제공하기 위한 나머지 지나치게 옥정을 투사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천출의 한을 풀기 위해 요부가 되고 권력의 화신이 된다는 단순한 도식을 극복해야만 보다 다양한 시청자 층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역사 소재 드라마에서 항상 불거져 나온 문제인 사실(史實)과 픽션이 어떤 비율로 구성되는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제작진은 새로운 인간상을 부각시키기 위해 인물들을 재해석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국사편찬 위원회의 이영춘 박사는 “장희빈과 숙종, 인현왕후는 기존의 드라마에서 드라마틱하게 만들다보니 오히려 그 이미지가 고정된 측면이 강하다”면서 “청소년들의 교육적 측면에서도 지나치게 픽션을 가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북경 내사랑’ 전작제 제작 눈길

한·중합작 20부작 미니시리즈 ‘북경 내사랑’(김균태·연출 이교욱)이 사전 전작제로 제작돼 눈길을 끌고 있다. ‘북경 내사랑’은 한·중 수교 10주년을 기념해 KBS와 중국의 CCTV가 공동으로제작하는 미니시리즈. 지난 10월 31일 첫 촬영에 돌입, 12월부터 4개월간의 중국 현지 촬영을 거쳐 20부를 모두 완성한 뒤 내년 7월께 방영될 예정이다. 드라마 전작제란 이처럼 드라마 제작을 끝낸 뒤 방영을 시작하는 것으로 중국 일본 등 외국에서는 이미 정착된 된 제도. 방송에 임박해 허겁지겁 한 두편씩 찍는 것과 달리 방영전에 드라마 촬영을 모두 끝내기 때문에 그만큼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방송여건상 드라마 전작제가 보편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 이로인해 시청자의 반응 및 시청률에 따라 드라마가 조기 종영되거나 연장 방영되는 등의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 당초 20부작으로 계획된 MBC 수목드라마 ‘리멤버’의 경우 시청자의 별 다른 주목을 끌지 못하면서 지난달 31일 14부로 막을 내렸다. 반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SBS ‘여인천하’는 당초 계획인 50회에서 150회로 무려 100회나 늘어났고 KBS ‘명성황후’는 연장 방영 결정에 따라 명성황후 역을 이미연에서 최명길로 교체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드라마 전작제가 정착되지 않다 보니 시청자의 요구에 따라 드라마의 결말이 바뀌는 사례도 발생했다. 인기 드라마 ‘아줌마’의 경우 대본을 쓴 정성주 작가는 주인공 오삼숙(원미경)이 이혼을 하지 않는 것으로 계획했으나 30∼40대 주부 시청자들의 강력한 요구로 결국 남편 장진구와 이혼을 하는 방향으로 결말을 선회하기도 한 것. 전문가들은 과다한 시청률 경쟁을 방지하고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드라마 전작제의 전면적 시행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진만 강원대 신방과 교수는 월간 방송문화에 기고한 글에서 “프로그램의 방영시기에 맞춰 그때 그때 제작하는 관행은 시청자의 반응을 반영하는 데는 도움을 줄지 몰라도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과 구성력을 무시하고 순간적인 인기에 영합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11월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드라마 등급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도 드라마 전작제의 시행이 필수적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10월 한 달간 시범실시한 드라마 등급제가 각 회마다 다른 등급을 매길 수 있게 돼 혼선이 일었고 잇따른 시청률 조사에서도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 KBS 김성웅 편성국장은 “드라마의 전체 방영분이 사전에 제작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등급제 시행은 불합리한 면이 많다”고 밝혔고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하윤금박사는 “우선 올바른 등급판정을 위해서는 드라마 전편을 모두 만든 뒤 방영을 시작하는 전작제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뷰/MBC 드라마 ’삼총사’의 정다빈

MBC 시트콤 ‘논스톱Ⅲ’에서 “웬일이니, 웬일이니”를 호들갑스럽게 외쳐대던 푼수 여대생 정다빈(22)이 정치드라마의 ’억척녀’로변신한다. 6일부터 매주 수-목요일 오후 9시55분에 방송될 MBC 16부작 드라마 ‘삼총사’(연출 장두익)에서 그는 식당에서 일을 해 번 돈으로 오빠 장범수(손지창)의 정계진출을 돕는 장윤정으로 등장한다. “시트콤 연기에 너무 익숙해 있어 한번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었어요. 주변에서 하도 걱정을 해주셔서 예전 모습과 다르게 보여야 한다는 걸 많이 의식하게 되네요. 까르르 웃다가도 멈추고 귀엽게 보이려는 표정도 자제하고. 그런데 지창 오빠는 똑같이 연기해도 어차피 달라보일테니 하던 대로 자연스럽게 하래요. 시트콤에서 운다고 슬퍼보이지 않듯이 본격 드라마에서 까분다고 코믹해보이는 것은 아니라더군요.” 정다빈을 ‘논스톱’시리즈의 주인공, ‘생방송 음악캠프’ 진행자, ‘목표달성 토요일’의 단골 출연자로만 기억하고 있는 시청자들은 정치드라마 출연이 어색하게만 느껴지겠지만 데뷔 초창기의 이력을 보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영화 ‘단적비연수’의 어린 시절 비(최진실), KBS ‘TV문학관’ ‘홍어’의 삼례, KBS 미니시리즈 ‘태양은 가득히’의 민주… 모두 ‘삼총사’의 윤정 이미지와 연결돼 있다. 드라마 기획안에 따르면 윤정은 포용력, 희생정신, 상냥함, 생활력 등을 모두 갖춘 인물. 어렸을 때부터 오빠 친구 준기(류진)를 사랑해왔으나 그가 재벌 아들로 밝혀지자 절망하고 대신 조직폭력배 부두목 재문(이정진)과 사랑을 이루며 그를 암흑가에서 구해낸다. “세 남자 주인공 중 두 명이 저와 삼각관계를 이루고 나머지 한 명은 친오빠로 등장하지요. 모두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시고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저도 열심히 하려고 해요. 이번만큼 대본을 열심히 본 적도 없을 거예요. 녹화장에도 일찍 도착하려고 하고 편집실에도 자주 찾아가 제가 어떻게 비치는지 미리 보곤 하지요.”

유쾌하고 엉뚱한 ’동심의 세계’

한동안 동물 소재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더니 최근에는 어린이를 등장시킨 TV 오락 프로그램이 급증하고 있다. MBC는 어린이가 출연해 퀴즈를 내고 출연자들이 답을 맞히는 형식의 ‘전파견문록’에 이어 가을 개편과 함께 ‘오! 해피데이’(일, 오전 9시 50분)를 신설했다. 엉뚱하면서 천진난만한 유아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전달해 감동과 재미를 전해주는 ‘베이비 버라이어쇼’를 지향한다. 지난 27일 첫 방송에서는 유치원생 ‘혜수’와 ‘성우’의 독특한 러브스토리를 비롯해 말과 피부색이 다른 다국적 유아들이 다니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유치원’, 두살 터울의 동생을 시도때도없이 때리는 딸 ‘가영’이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의 사연 등이 전파를 탔다. 방송이 나간 뒤 인터넷게시판에는 “잘 몰랐던 동심의 세계를 알 수 있었다” “같은 고민을 가진 부모로서 가영이를 응원하게 됐다”는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올라왔다. SBS의 장수 오락 프로그램인 ‘좋은 친구들’도 유치원 어린이들을 등장시킨 ‘작은 사랑’이란 코너를 신설해 ‘동심 잡기’에 나선다. 어린이들을 위한 ‘사랑의 스튜디오’쯤 될까. 매회 남녀 유치원생 각각 4명이 나와 상대방에 대한 질문과 자유시간, 일대일 토크 등을 거쳐 마음에 맞는 이성 친구를 찾는 코너다. 한경진 담당 PD는 “이성에게 처음으로 호기심을 갖는 나이는 4살이며, 유치원생의 70%가 이성 친구가 있다는 통계가 있다” 면서 “시청자들이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어린이를 등장시킨 프로그램이 늘어난 것은 연예인들의 말장난과 신변잡기 일색의 연예 오락 프로가 시청자들에게 더이상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어른들이 미처 생각지못한 의외의 상황을 어린이들이 연출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지켜보는 어른들에게 재미를 준다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동심마저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안수경 YMCA시청자시민운동본부 간사는 “어린이가 어른들을 웃기기위한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면서 “특히 어린이가 어른 흉내를 내는 상황 연출은 가급적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KBS 드라마 ’장희빈’의 전광렬

‘허준’의 전광렬이 2년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다. 전광렬은 11월 6일 첫 방송되는 KBS 특별기획 드라마 ‘장희빈’(극본 김선영, 연출 이영국)에서 숙종 역으로 시청자를 찾아간다. “허준의 이미지가 워낙 강해 다음 작품 선택에 부담이 많이 됐어요. 그러나 ‘장희빈’의 대본을 받아보고 나서 숙종이라는 인물을 기존 이미지와는 달리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전광렬은 이 드라마를 선택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어 숙종이 한 남자로서 매우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진지하게 설명하는 그에게서 드라마 제작 초반이지만 배역에 흠뻑 빠져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존의 숙종은 여자한테 휘둘리고 당쟁에 휘말려 뜻을 펼쳐 보이지 못하는 유약한 이미지였지요. 하지만 이 드라마에 나오는 숙종은 냉철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로 그려질 겁니다. 이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말도 직접 타고 검술도 연마하는 등 역동적인 화면도 많이 나오게 됩니다.” 그가 연기할 숙종은 백성들을 둘러보기 위해 미행을 나서면서 장희빈을 위험에서 구해주기도 하고 장희빈을 사랑하는 매력적인 남자의 모습도 보여주는 등 인간적이고 낭만적인 남자의 이미지로도 형상화된다고. 그는 드라마에 나올 대사를 잠깐 소개하기도 했다. “옥정(장희빈)이가 ‘주상이 제 몸을 가질 수는 있지만 제 마음을 가질 수는 없어요’라고 말하는 신이 나오거든요. 그때 저는 이렇게 대답하죠. ‘내가 임금이긴 하지만 너에게 나의 속내를 다 내 보이노라’라고요.” 그는 허준 종영 이후 2년동안 두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베사메무초’와 ‘2424’가 그것인데 ‘베사메무초’에서는 IMF로 망해버린 집안의 무능한 가장을 맡아 소시민의 전형을 연기했고, ‘2424’에서는 건달이자 잔머리의 귀재인 코믹한 캐릭터로 변신, 기존의 점잖고 반듯한 이미지를 깨는 파격을 보여주기도 했다. 영화에 출연한 2년동안이 신인 감독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영화 기법과 기다림에대해 배운 좋은 기회였다는 그는 내년 초 쯤 일본영화 ‘철도원’과 비슷한 이미지의 영화를 준비 중이라고 살짝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장희빈이 잘 될 것같은 느낌이 드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을 대신했다. “‘청춘의 덫’도 그랬고 ‘허준’도 모두 겨울에 촬영을 시작했거든요. 이번 작품도 겨울에 시작하니까…괜찮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