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정부, 외교무대서 우군 못얻고 패배”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8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군함도 관련 의제가 채택되지 않은 것에 대해 "정부는 우군 확보도 못한 채 외교 무대에서 패배의 전례만 남겼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유네스코 표결은 한일 과거사 문제를 두고 국제무대에서 벌어진 외교전이었다"며 "군함도 의제 채택 실패는 국제사회 설득을 위한 외교 전략의 부재와 준비 부족이 빚은 뼈아픈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본은 2015년 군함도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full history)'를 알리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지만, 등재 이후 전시관에서는 강제징용의 진실이 철저히 가려졌고 희생자를 위한 추모는 형식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지난해 사도광산 세계유산 추진 당시에도 우리 정부는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찬성표를 던졌지만 돌아온 것은 '강제'라는 표현조차 없는 전시와 한국 측 유가족이 배제된 반쪽짜리 추도식뿐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 의원은 한국 정부가 이런 전례를 가지고도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책임을 분명히 묻는 '외교적 대비'가 미흡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철 지난 '친일·반일' 구호가 아니라, 일본의 역사 왜곡을 국제적으로 바로잡기 위한 치밀한 외교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를 향해 일본의 역사 왜곡에 감정적 선동이 아닌, 국제 규범과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정교한 외교 전략으로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유네스코, ILO, 유엔 인권이사회 등 다자 외교 채널을 적극 활용해 강제동원의 진실을 세계의 기록으로 남기고 피해자들의 존엄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나 의원은 정부에 "한일 외교에 있어서도 역사 왜곡과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 불이행에는 분명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이날, 유네스코에 등재된 일본 '군함도(일본명 하시마·端島)' 탄광에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의 역사를 알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라고 촉구하던 한국 정부의 시도가 무산됐다. 7일(현지시각) 일본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에서 '메이지 산업유산(군함도) 관련 이행 조치에 대한 평가' 안건을 제외해달라며 수정안을 제출했고, 이것이 채택된 것이다. 앞서 일본은 2015년 군함도를 세계유산에 등재하며 조선인 등 강제 동원 피해를 알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등재 이후 일본의 산업화만 선전하는 정보센터를 도쿄에 설치하는 등 약속을 지키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유네스코는 지난 10년간 일본 정부에 후속 조치를 이행하라고 4차례나 결정문을 채택했지만, 강제성이 없었다. 이에 정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해당 문제를 정식 의제도 다뤄달라고 요청으나, 이날 열린 회의에서 일본이 이에 반대했고, 의제 채택 여부를 놓고 이뤄진 표결에서 한국이 충분한 표를 얻지 못하며 군함도 문제를 유네스코에서 다루려던 정부의 시도가 무산됐다. 대통령실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