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의 상징 DMZ] 평화 깃든 DMZ… 자연과 사람 ‘공존의 땅’ 만든다

남북화해의 물꼬가 트였다. 4·27 남북정상회담부터 6·12 북미정상회담까지 올해 상반기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한반도를 둘러싼 변수의 연속이었다. 지리멸렬했던 남북 관계에 희망의 공간이 생겼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한국전쟁 이후 69년간 갈라진 남북 사이에 완충공간 역할을 해온 비무장지대(DMZ·Demilitarized zone)처럼 말이다. 더이상 DMZ는 단순한 전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DMZ는 평화의 상징, 생태의 보고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평화와 생태보전의 대명사인 이곳 DMZ를 위해 이제 경기도가 나설 차례다. DMZ를 통해 전 세계에 평화 메시지를 전달하고, 남북통일의 상징적 공간으로 활용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경기도의 청사진을 살펴보는 동시에 다양한 역할론을 제시해본다.■ DMZ 생태·평화 관광지구 조성 경기도는 우선 권역별 DMZ생태ㆍ평화 관광지구 조성을 추진한다. DMZ를 생태계 보전과 국제적 평화를 염원하고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상징공간으로 ‘DMZ생태평화관광지구’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도는 파주, 연천 DMZ 지구 조성 시 남북관계, 군 수용한계를 감안해 단계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한반도 생태평화벨트사업과 연계, 김포 해상 생태자원지구 조성도 추진한다. 또 김포시 월곶면 일대와 애기봉 전망대와의 연계도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옛 한강 물류의 중심이었던 조강나루터를 복원해 역사문화적 가치를 살리고 한강 및 서해의 해상 생태자원 교육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복안도 세웠다. 조강물길 이야기 공원에 나루터 복원 및 황포돛배 운영과 해상생태 체험관 조성도 검토 중이다. 판문점 역사ㆍ평화 DMZ 지구의 경우 판문점을 기점으로 반경 5㎞(초형도, 장단반도, 통일촌 등 포함)로 이곳에 DMZ생태보전연구소를 설치해 임진강변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개발ㆍ운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DMZ 생태평화관광지구는 태풍 전망대를 기점으로 반경 5㎞(연천 횡산리, 삼곶리 일원)로 빙애여울 인근 생태관광 기반을 조성하게 된다. 두루미, 독수리 학습원, 야생동물보호센터 설치, 빙애여울 생태탐방로 개발 등이 주요 사업 내용이다. 도는 생태환경의 지속적인 보전 및 활용을 위한 기초자료를 만들기 위해 환경부 자연환경조사, 그간 실시된 생태조사 자료 등을 토대로 생태 우수지역 개발지역을 등급별로 조사할 예정이며, 생태 우수지역 보전 및 활용을 위한 기초자료도 축척한다. ■ 세계생태평화의 상징 DMZ DMZ에서 국제생태평화 포럼을 개최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참석 대상은 국내, 학계, 시민단체 등 DMZ 관계 전문가와 국외에서 북측 전문가,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 인사,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이다. 이들은 DMZ 보전 및 활용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하게 된다. 특히 포럼 기간과 맞물려 도는 DMZ 방문 주간을 정하고, DMZ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국내외 관광객 방문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북한 전문가와 북한 이탈주민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할 방안도 추진 중이다. ■ DMZ에 길을 묻다. 올레길 조성 군 순찰로를 활용한 올레길 조성도 눈에 띄는 사업 중 하나다. DMZ 남방한계선을 따라 설치된 군 순찰로를 그대로 활용해 추가 시설물 설치를 최소화하면 DMZ 올레길 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도는 보고 있다. 도는 우선 일부 구간을 정해 개방시간, 인원을 임시개통하는 것으로 협의하고, 향후 단계적으로 전 구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시개통이 불가할 경우 기존에 조성돼 있는 평화누리길에서 남방한계선 주요 지점을 오갈 수 있는 코스로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GP 등을 DMZ의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는 전망대로 사용할 경우 비무장지대로서의 상징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도는 기대하고 있다. 도는 DMZ를 실질적 평화지대로 만들어 가기로 한 판문점 선언의 이행 여부와 중앙정부 차원의 DMZ 활용계획에 따라 사업추진을 관계기관 등과 유동적으로 협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평화누리길은 타 도보길 연결 등을 통한 다양한 관광자원 네트워크화, 자전거길과 통합 관리 형태로 추진된다. 평화누리길과 한강~철원 자전거길 인근 연천군 군남면 옥계리 일원에 도보ㆍ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거점 센터도 조성된다. 평화누리길 도보 및 자전거 코스 관광정보 제공, 교통 및 숙박시설 예약 등 원스톱 홈페이지 구축 및 앱도 도입한다. 이와 함께 평화누리길 곳곳에 얽힌 이야기 등을 재미있게 스토리텔링 할 수 있는 해설사를 양성,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 남북교류, 공연예술의 공간 DMZ 도는 캠프 그리브스를 활용한 향후 개성 수학여행의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캠프 그리브스 DMZ체험관 등에 숙박하고 판문점, 도라전망대, 제3땅굴 등을 둘러본 뒤 개성지역 현장 견학 등도 추진하는 내용이다. 파주 임진각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을 실시할 수 있는 공연클러스터 2개소도 추가 조성된다. 라이프 인 DMZ 공연, 평화를 주제로 한 공연예술 축제 개최도 검토 중이며 평화통일 마라톤을 국제대회로 격상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이진찬 경기도 균형발전기획실장은 “남북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에서 DMZ의 가치와 중요성이 더 높아졌다”며 “DMZ가 전세계 평화의 상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선호기자

[‘4차 산업혁명시대’ 스마트공장의 현주소] 반월·시화산단 전진기지로… 2030년까지 5천개 확산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공장에 사람 한 명과 개 한 마리만 있으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개는 사람이 기계를 만지지 못하게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사람은? 개밥을 주기 위해 있어야 한단다.인간의 노동력이 줄어드는 4차산업혁명의 특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농담이다. 로봇,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으로 표현되는 4차산업혁명은 이처럼 눈부신 기술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주기도, 대규모 실업과 인간소외 같은 두려움을 주기도 한다.이 가운데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4차 산업혁명을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요인으로 인식하고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대통령 직속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이에 4차산업혁명 중 제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공장과 관련, 경기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그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의 결합 4차산업혁명의 큰 특징은 제조업과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정보통신기술)가 결합한다는 것이다. 기획·설계, 생산, 유통·판매 등 전 생산과정을 ICT기술로 통합해 최소비용 최소시간으로 고객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는 것, 이것이 바로 스마트공장의 개념이기도 하다.대표적인 스마트공장은 세계적 전기전자기업인 독일 지멘스의 암베르크 공장으로, 공장 내 모든 기계를 소프트웨어로 연결해 센서와 측정 장치로 제품의 이상 유무를 검사한다. 생산공정에 컴퓨터가 투입돼 매일 수천만 건의 정보를 만들어내고 이렇게 모인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가동률과 불량률 등을 실시간으로 점검해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 정부, 2025년까지 3만 개 스마트공장 보급 나선다 정부는 2014년 ‘제조업 혁신 3.0 전략’의 핵심과제로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확산 및 고도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2016년 반월시화산단 스마트공장 거점 클러스터 선포식에서 총 150억 원을 투자해 데모 스마트공장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데모 스마트공장이란 스마트제조 핵심기술을 실제 공장에 적용하기 전에 먼저 비교 시험·인증할 수 있는 실험형 공장(테스트베드)을 말한다. 지난해 4월에는 ‘스마트제조혁신 비전 2025’를 발표했으며 2017년 5천 개, 2020년 1만 개, 2025년 3만 개의 스마트공장을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5년까지는 1천500개의 선도모델을 구축해 스마트공장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CPS(가상물리시스템), 센서, 협업로봇 등 유망분야에 2020년까지 2천154억 원의 R&D자금을 지원한다. 2025년까지 현장인력 및 전문인력 등 창의융합형 인재를 4만 명 양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실제 정부가 지원한 스마트공장은 생산성, 매출액, 고용 모두에서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구축 지원한 277개사의 성과를 분석하면 평균 5.3%의 매출액이 증가했으며(제조업 평균은 3.0%), 평균 6%의 고용이 확대됐다(제조업 평균 3.6%). 2016년 말까지 구축이 완료된 1천861개 기업의 성과를 살펴보면, 평균 23%의 생산성 향상, 46%의 불량률 감소, 평균 16%의 원가 절감과 35%의 납기 단축 효과를 보였다. ■ 경기도, 4차산업혁명의 산실로 발돋움 경기도의 스마트공장은 지난해 기준 1천267곳으로 전국(5천3곳)의 4분의 1에 달한다. 또 경기도의 ICT제조업체는 2014년 기준 사업체수 2천162개로 전국의 51.1%, 종사자 비중은 전국의 49.5%다.스마트공장 보급의 핵심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및 디지털콘텐츠 산업을 보면, 2015년 기준 사업체가 3천119개사로 전국(2만 743개사)의 15.0%, 매출액은 9조 6천억 원으로 전국(46조 5천억 원)의 20.7%를 담당하고 있다. 제조업용 로봇기업은 101개사로 수도권이 전체의 55.2%를 차지한다. 이처럼 도는 우수한 여건을 적극 활용해 스마트 제조혁신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재)민관합동스마트공장추진단과 함께 5년간 총 사업비 165억 원을 들여 ‘데모 스마트공장’ 체계를 만들고 있다. 가상생산 및 시생산을 지원하는 테스트베드를 만들고 글로벌 테스트베드 연동을 위한 제조ICT플랫폼 환경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또 스마트공장 보급·표준·인증 사업 연계 활용체계 구축 및 교육·창업지원도 하고 있다. 도와 경기테크노파크는 ‘경기도 산업자동화용 스마트센서 강소기업 육성사업’도 진행 중이다. 스마트 센서는 통계적 계산처리, 다른 스마트 센서와의 교신, 환경 변화 순응, 판단 기능 등을 갖춘 지능화된 센서를 말한다.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 걸쳐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기반 기술로 꼽히고 있다. 도는 올해 7억 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입해 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센서 기술도입 및 사업화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2030년까지 스마트공장 5천 개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 특화산업군별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하고 저렴한 비용의 제조혁신 보급 플랫폼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또 연구기관-기업-대학 등을 연계하는 제조혁신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특화산업별 스마트공장 코디양성을 지원하는 등 창의융합형 인재양성에 힘쓸 계획이다. ■ 경기도형 모델 개발과 지원 제도화 필요 그렇다면 앞으로 스마트공장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경기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이에 대해 경기연구원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과 함께 한 ‘4차 산업혁명 경기도 모델구축 및 실행계획 연구’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공장을 우리나라의 제조업 현실에 적합한 모델로 개발하고 업종별로 특징을 가진 제조공장에 적용하기 위한 제도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또 스마트공장 확산을 위해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스마트공장 제도정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스마트공장 육성의 핵심인 전문 공급기업들이 양산되고 스마트공장 보급을 위한 종합컨설팅 기관이 활성화 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경기도 스마트공장 개발보급확산 조례(가칭)’를 제정해 장기적인 투자계획과 더불어 스마트공장 구축을 위한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이 실행될 수 있도록 펀드조성, 세제, 인력지원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연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전문위원은 “경기도는 ICT 등 첨단산업과 지식기반산업, 연구개발투자, 연구원 수 등의 비중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다는 점에서 4차 산업혁명의 퍼스트무버로서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며 “경기도와 대한민국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창의적인 발전모델을 만들어가야 급변하는 환경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통일 한반도, 길을 묻다] 정광진 북방문제연구원 원장

2018년 4월27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은 남·북한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 앞에 전쟁방지와 인류평화 메세지를 선포한 역사적인 일이다.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는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함께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는 게 우리의 공동 목표라는 것을 확인했으며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남과 북이 더욱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남한과 북한은 이같은 평화의 시대를 향 한 합의를 통해 새로운 한반도의 모습을 꿈꾸고 있다. 바로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통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도 우리 국민들은 북한 당국에 대해서는 불신과 거부감이 강하다. 정치권 역시 보수층에서는 북한에 대해 혐오감이 강한 반면 진보 층에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남북교류와 협력, 화해 시대를 앞둔 시점에서 우리는 북한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우리가 북한 사회를 올바르게 알아야 대화와 협력을 지속할 수 있다. 겨레의 숙원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북방문제연구원 정광진 원장(59·법학박사)에게 통일 한반도의 길을 물었다.■ 북한 변화의 시대 맞이할 개방단계, 남북 교류 확대 필요 민족의 통일에 대해 묻자 정 원장은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지상과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 원장은 “남한과 북한 어느 누구를 만나도 민족의 통일에 대해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풀 열쇠가 단지 남ㆍ북한 간의 합의로 이루어질 사안이 아니기에 더욱 복잡하고 힘든 상황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 민족과 우리 나라의 운명을 헤쳐 나가야하는 상황에서 남과 북이 주도적으로 통일에 대한 준비에 돌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의 실상에 대해 정 원장은 과거와는 달리 많은 변화와 변환시대에 적응을 위한 개방단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남ㆍ과 북이 지속적인 교류협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추후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우리 민족이 통일의 중심 한축으로서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북한을 알지 못하고는 북한과 교류협력이나 통일을 논할 때 많은 어려움과 난관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남과 북은 다양한 연락채널을 가동하고 상호 신뢰 속에서 교류협력을 과감하게 확대해야 한다. 철로, 육로 , 통신, 기타 방법으로라도 교류협력을 활발히 진행시켜 70여 년간 모든 분야에서 달라진 이질감 해소를 위한 준비가 첫 번째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 원장은 최근 북한이 펑창 올림픽에 참석하고 연예인단 상호공연과 NGO단체의 방북과 다양한 부분에서 시도한 교류협력이 좋은 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 원장은 “다양한 교류 협력속에 선진문화의 유입에 따른 혼란과 충격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북한의 핵 폐기 당장은 어려울 것 북ㆍ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정 원장은 ‘서로가 합의한 내용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북한의 핵 폐기와 관련된 질문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했다. 정 원장은 “정상회담 공동합의문에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도 없고, 구체적 북 핵 폐기 방안도 없고, 실질적 내용도 없는 합의문”이라며 “오히려 우리의 안보를 등한시하는 한미군사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가 언급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북미정상회담 이후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대북 제재가 이행 안 되면 북한의 비핵화 성공은 어렵다고 보고 다시 제재수단을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북한입장에서는 공개적으로 표현을 할 수 없지만 비핵화를 실현하기는 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반대급부인 확실한 체제보장과 경제발전을 위한 선 조치를 받고 싶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원장은 이때 우리 나라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그는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와 평화체제를 위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체결하고, 남한은 북한의 비핵화 실현을 단계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경제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주도적으로 남ㆍ북 통일을 이루는 초석을 만들어야 한다는게 정 원장의 설명이다. ■ 통일에 앞서 이산가족 상봉문제 해결 필수 정 원장은 통일에 앞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꼽았다. 그는 “분단 이후 많은 이상가족상봉 행사가 있었다. 그 동안 남ㆍ북관계는 서로가 체제유지와 국민을 통제시키는 정책과 관계설정이 주된 목적이었다. 수많은 회담과 상호방문 그리고 교류협력도 오로지 남ㆍ북한은 정권유지를 위한 전략과 전술이었다”고 진단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산가족상봉 행사도 유동적이며 확정됐다가도 변수가 발생하면 무기한 연기를 하다 보니 이제는 1세대 이산가족이 손에 꼽힐 정도 밖에 생존하고 있지 않다. 빠른 시일 안에 생존하신 분들만이라도 모두 이상가족 상봉과 고향방문을 추진해 진정한 이산상봉을 실현시켜야 한다.그런데 또 북한이탈주민들의 기획탈북설과 기타 일들 때문에 휘말려 언제 이산상봉이 이뤄질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령자와 몸이 불편한 이산가족들을 대상으로라도 상봉과 고향 방문을 진행해야 한다. 정상급 회담뿐만 아니라 헤어진 가족들의 상봉과 고향방문은 통일에 앞서 양 측이 반드시 의지를 갖고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다”고 피력했다. ■ 판문점비무장지대 ‘유엔 제5사무국’ 유치 노력 끝으로 ‘경기도민들이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정 원장은 판문점과 비무장지대에 ‘유엔 제5사무국 유치’를 꼽았다. 정 원장은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과 DMZ에 유엔 제5사무국을 유치해 세계유일의 분단국이자 동족상잔의 아픈 역사를 UN과 함께 다시는 이 땅에 침략과 전쟁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국제적으로도 외교 우위를 점하고 한반도에서 영원한 전쟁방지와 세계평화 달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유엔 제5사무국 유치는 평화지대 형성과 세계유일의 안보현장으로서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관광특구로의 도약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도를 비롯한 집행부와 도의회 등 각 기관들이 의지를 갖고 유엔 제5사무국 유치와 관련된 연구용역은 물론 이에 대한 법안 마련 등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정 원장은 “지금까지 분단의 접경지에서 우리 민족의 아픔으로 불안한 삶을 감내하며 살아온 우리 경기도민들이 경기도민을 넘어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남ㆍ북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할 시점”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관심을 통해 남ㆍ북 관계를 제대로 진단하고 상호인정과 신뢰관계를 형성해 통일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한상근기자 정리=양휘모기자 정광진 원장 주요 약력 △전북 익산출신 △서울 한양대학교 법과대학 (법학박사) △㈔북방문제연구소 상임연구위원 △북한연구소 북한학회 회원 △경남대학교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 △북방문제연구원장 △서울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사법경찰행정학과 △시인 △경기일보 자문위원 △DBS동아방송 논설해설위원. △OPEN뉴스 논설위원 △한국복지신문사 기획실장. △환경참여연합 사무총장 △법무부 영등포 교도소 교육위원. 법무부 소년보호위원 △한국 소년정책학회원피해자학회회원북한법연구회원

[‘4차 산업혁명시대’ 스타기업을 가다] ㈜가스트론

산업현장에서의 가스누출은 폭발이나 화재 등으로 이어져 자칫 대형사고로까지 번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각 산업현장에는 가스누출을 대비한 가스감지기가 곳곳에 설치돼 노동자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가스감지기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해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강소기업이 있다. 가스감지기 전문 제조 업체 (주)가스트론이 그 주인공. 가스트론은 ‘글로벌 시장 탑 5위’를 목표로 약진을 이어가고 있다. 군포시에 위치한 가스트론은 가스감지기 전문 제조 업체다. 지난 1992년 설립된 가스트론은 현재 점유율 1위로 국내 가스감지기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해외 시장에서도 ‘300만 불 수출탑(2017년 기준)’을 받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의 가스트론이 있기까지는 기술 개발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와 노력이 있었다. 업계 후발주자로 경쟁에 뛰어든 가스트론은 독보적인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수익 대부분을 R&D에 쏟아 부었다. 때마침 반도체 시장을 시작으로 퀄리티 높은 가스감지기에 대한 수요가 크게 일어났고, 가스트론은 다양한 방식의 센서 조합을 통해 오작동을 없앤 세계 최초의 반도체 공정용 멀티 가스경보기 GTM-1000ㆍ2000 개발에 성공하며 지금의 초석을 다지게 됐다. 가스트론은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바탕으로 10건의 특허를 취득했으며 최고 등급의 국제 안전기기 인증 SIL2와 유럽 방폭 인증 ATEX, 국제방폭 인증 IECEx, 계측장비 국제표준 송수신 인증 HART, 선박(선급협회) 관련 인증 MED 등 세계 규격의 다양한 인증들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신제품 역시 꾸준히 개발, 출시되고 있다. GTD-2000Tx, GTD-2000Ex, GIR-3000 등 기존 주력 제품들의 인기 역시 뜨겁다. 그 중 내압방폭 구조로 설계된 적외선 가스감지기 GIR-3000의 경우, 5년 이상의 긴 수명을 바탕으로 CO₂, CO, N2O 가스를 연속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 특히 인기가 높다. 해당 제품은 국내 굴지의 기업들에 보급되고 있으며 설치 후 특별한 유지 보수가 필요하지 않아 해외에서도 수요가 많은 편이다. 고객사를 대상으로 제품시스템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이론과정은 가스감지기의 이해, 제품교육, 가스감지기 시스템, 관련법규 이해 등으로 진행되며, 실습과정은 유지·보수, 독성가스 제조 및 칼리브레이션, 가스감지기 Assembly, 현장실습(시운전) 등의 과정으로 구성된다. 가스트론은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으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남미와 아프리카, 중동 등 국내 가스감지기 업체가 개척하지 못한 시장에 마케팅 활동을 진행 중이다. 또 해외에 설치된 25개 대리점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활용, 보다 유기적인 판매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와 같은 계획들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오는 2020년까지 1천500만 불의 수출을 기록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가스트론이 성장만큼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바로 직원 복지다. 구조부터 남다르다. 전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 비정규직 없는 탄탄한 사내 구조를 자랑한다. 이와 함께 매출액에 비례한 높은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전 직원 대상으로 해외여행도 매년 지원 중이다. 올해 이 같은 일환으로 태국 여행을 다녀왔으며, 내년 역시 직원 모두가 함께 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최동진 가스트론 대표는 “지난 26년의 세월동안 자사는 국내 최고, 최대의 가스감지기 제조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그간 쌓아올린 기술력과 노하우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 대한민국 가스감지기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스트론은 설립 이후 한국산업안전공단 우수 방폭 제품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3회(우수 국산화 장비 개발업체), 국무총리상, 성실납세자상 등을 수상했으며 지난달 14일에는 ‘2018 상반기 수출유망 중소기업’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박준상기자

[‘4차 산업혁명시대’ 스타기업을 가다] ㈜제이솔루션

소위 ‘잘 나가는 중소기업’을 지칭하는 경제용어들이 몇가지 있다. 대중적 인지도는 낮지만 한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을 의미하는 Hidden Champion(히든 챔피언), 작지만 강한 강소기업을 뜻하는 Small Giants(스몰 자이언츠) 등이 그것이다. 이들 강소기업들은 혁신적인 전략과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누비는 스타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자신만의 차별화 전략을 확보해 국내는 물론 세계의 ‘눈’을 사로잡고 있는 강소기업들의 약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 도내 강소기업들의 성공 전략을 알아보고 경기도 경제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해본다. 편집자주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진공배관 내부에 쌓인 부산물은 장비의 성능 저하는 물론 자칫 대형 폭발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주)제이솔루션은 이러한 배기라인 막힘 문제를 해결하는 반도체 부대설비 제조 업체다. 지난 2009년 8월 설립된 제이솔루션은 9년여 간 배기라인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개발에 집중, 해당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제이솔루션은 복잡한 추가 장치 없이 진공배관 내 부산물이 쌓이는 것을 방지, 안전한 공정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주력 제품으로는 PMS(Powder Moving System)와 히팅 자켓(Heating Jacket) 등이 있다. PMS는 배기라인 내부에 쌓인 부산물을 고온의 질소가스를 분사해 제거하는 방식의 제품이다. 히팅 재킷은 진공배관을 고온 상태로 유지시켜 부산물 생성을 최소화하는 제품으로 설비 및 사용 목적에 따라 제작 변형이 가능하며 제품의 탈부착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제이솔루션은 올해 신규 제품으로 3중 배관을 개발했다. 배관 내부에 열선을 설치해 열 손실을 최소화,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 시킨 제품이다. 이와 함께 고장 감지기를 추가 개발해 육안으로 간편하게 고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제이솔루션은 이러한 기술력을 토대로 국내 12건, 해외 10건 등 총 22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질소가스 분사장치, 가스 가열용 히팅장치, 전기히터 제어 장치 및 방법 등에 대해 국내 특허를 취득했으며 관련 기술력으로 중국과 일본, 미국 등에서도 특허권을 따냈다. 이와 함께 유럽 CE UL, 미국 SEMI S2 등의 인증도 취득했다. 특히 (주)제이솔루션은 모든 제품에 대해 일반적인 샘플링 테스트가 아닌 전수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작동 오류 등에 따른 컴플레인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제품을 직접 테스트한 뒤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 생산라인에는 별도의 테스트룸이 마련돼 있다. 설립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해온 제이솔루션은 최근 영국과 프랑스, 중국, 대만, 미국 등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기업 성장과 함께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5년 58억 원에서 2016년 118억 원, 지난해 172억 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주)제이솔루션은 국내외 사회공헌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한적십자의 위기 가정을 돕는 기업 참여형 정기후원 프로그램을 통해 도내 취약계층 위기가정에 필요한 물품과 생계비, 의료비 등을 지원하기 위한 정기 후원금을 기부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아프리카 수자원개발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가나, 말리, 우간다, 말라위, 카메룬 등에서 시범식수개발 및 보건위생 환경 개선, 우물개발 등의 활동을 펴고 있다. 이승룡 대표이사는 “혁신적인 기술과 전문적인 서비스를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부대설비를 개발, 제공할 것”이라며 “향후 시장경쟁력 확보, 경영기반 안정화, 제품경쟁력 향상 등을 지속적으로 도모해 해당 분야의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강소기업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준상기자

[평화의 시대 ‘新한반도’] 깊이 잠든 ‘개성공단’을 깨우다

수도권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개성공단’. 가깝고도 먼 북한의 문이 굳게 닫힌 지 2년 6개월이 흘렀다. 폐쇄된 공단을 뒤로하고 돌아와야 했던 입주 기업들은 올해 잇따라 개최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이후 재가동에 대한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유엔(UN)의 대북 제재가 지속하는 상황에 시설점검을 위한 기업들의 방북도 허가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에 다시 불을 밝히고, 한반도 전역에 남북교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북한은 새로운 한반도의 무궁무진한 성장 동력으로 비쳐지고 있다. 남북경협이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고, 남한의 저성장에 반전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앞서 발을 뗀 개성공단은 남북협력시대의 중요한 거점이자 상징인 만큼 개성공단 재개 역시 남북경협의 주요 동력으로 기대되고 있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에 따르면 지난 2016년 2월 가동 중단 전까지 개성공업지구는 전체 종합개발계획 66㎢(2천만 평) 중 1단계인 330만㎡(100만 평)에 섬유ㆍ봉제(59%), 기계ㆍ금속(19%), 전기ㆍ전자(10%), 화학(7%), 종이ㆍ목재(2%), 식품(2%), 비금속ㆍ광물(1%) 등의 업종 124개사가 입주해 운영됐다. 또 지난 2006년 1만 1천160명의 근로자가 2015년까지 5만 4천988명으로 늘어났다. 아울러 2015년 말까지 32억 3천만 달러 규모의 생산과 2억 6천9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특히 개성공단에는 이미 10만 ㎾의 전력을 공급하는 변전소(KEPCO)를 비롯해 통신시설(KT), 정배수장(관리위원회ㆍK-water), 폐수처리장(관리위원회ㆍ환경공단), 소방서, 버스차고지, 폐기물처리장, 의원 등의 주요 기반시설도 갖추고 있다. 이처럼 우리 기업이 다시 개성공단에 진출해 기존 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공단을 확대하면 북한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LH 토지주택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남북개발협력 대비 북한 건설인프라 상세현황 분석 및 LH의 참여전략 도출’ 보고서에 따르면 개성공단과 같은 규모의 공단 3개를 개발하면 북한 국내총생산의 10% 이상의 생산 효과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보고서에선 북한지역 산업단지 개발순서로 개성→남포·평양→신의주·원산→금강산 지역을 제시해 제2, 제3의 개성공단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초창기에는 원가의 공업용지 위주로 공급하고 후반엔 시장가를 반영한 상업용지 공급을 점차 늘리는 단계적 개발을 시행하면 개발이익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개성공단의 가능성은 단순히 기업 입주를 넘어 경협의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한이 지난 2011년부터 경제개혁조치를 취하고 있고, 사적소유를 인정하거나 국가계획생산 초과시간에는 개인 노동까지 인정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어 남북의 접점인 개성공단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의 분석이다. 따라서 남북 경협 재개 시 개성공단 내에서 남북 신뢰구축에 필요한 북한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는 등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현호기자 [인터뷰]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남북경협 발상의 전환을 미래를 위한 용단 내려야”“남북경협에 대한 그림을 우리 스스로 못 그리고 주춤한다면 70년 분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남북협력 동력도 잃게 됩니다”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국제 제재를 이유로 남북경협에 대한 추진을 미루고, 미국의 눈치만 본다면 이전과 달라지는 것이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김 이사장은 “예를 들어 북측은 이미 2013년부터 전 세계 외국인 관광객을 받아들였다. 우리도 보내야 할 것 아닌가. 이산가족도 인원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남측에서 평양으로 올라가서 고향을 보도록 하면서 북측의 여행사업도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라며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남북단절 시절에 머물러 폭발적인 남북교류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이어 “의료지원도 남측에서 올라가 현황을 파악하고 유엔(UN)에 조사한 실태를 보고한다면 UN까지 나서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통일부를 비롯한 전 부처가 개별로 북과 접촉해 교류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덧붙였다.김 이사장은 “비핵화 실현을 위한 제재는 실패”라면서 “제재로 경협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불편한 조항들이 있을 뿐인 만큼 극복할 방안을 찾아 경협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특히 김 이사장은 “개성공단 내 금융기관 제재 문제 역시 북측 계좌를 여는 것이 아닌 남측에 송금하려는 것이라는 설명을 UN 안보리에 설명할 수 있다”며 “벌크캐시(Bulk Cash·대량 현금)에 대한 문제도 제재를 풀기 어렵다면 임금을 현물로 제공하거나 국가가 생활을 책임지는 사회주의인 만큼 우리가 총 임금에 준하는 선에서 도로를 닦아주는 등 다양한 방법을 구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밖에 임진강 이남에 존재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공동수역을 제재 없이 공동으로 개발하면서 사업을 키워나갈 필요도 있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주장이다.김 이사장은 “경협은 기업 개별 접근보다 국가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가 경쟁력을 키우고 경협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최현호기자

[남북평화협력 전초기지 경기도] 3帶·3路 비전·목표·전략

“경기도가 남북이 하나되는 중심에 서 있겠습니다”남북평화협력 시대를 맞아 경기도가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는 ‘전초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경의선 및 경원선 남북철도 연결, DMZ 보전 및 활용 등 대부분의 남북협력 사업이 경기지역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이에 경기도는 남북평화협력 시대의 중심이 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다양한 정책 등을 구상, 추진하고 있다. 본보는 평화협력 시대에 대비한 경기도의 역할과 비전 등에 대해 살펴 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 경기도 ‘평화경제 3대(帶)3로(路)’ 전략 경기도는 최근 ‘남북평화협력의 중심, 경기도’라는 목표로 경기도 평화경제 3대(帶)3로(路) 전략을 발표했다. 도는 경의축 지대, 경원축 지대, DMZ 동서축 지대를 3대로 선정하고 경의선 로드, 경원선 로드, 환황해 해양 로드는 3로로 설정, 각 권역 및 축별 지역에 맞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기도 3대3로’ 전략의 목표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중심지, 경제공동체의 신성장 거점, 통일 한반도 사통팔달의 교통인프라, 살고 싶은 생태복지의 경기북부를 만드는 것이다.축별 전략사업을 보면 경의축은 경의축 통일경제특구 조성, 남북 경의선 연결, 한강하구 남북공동 활용 및 명소 조성, 고양ㆍ파주 출판 및 문화콘텐츠 클러스터 구축, 개성 수학여행 추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경원축은 경원축 통일경제특구 조성, 경기북부 테크노밸리 조성, 친환경 디자인 융합클러스터 구축, 대북 농업교류 전초기지 조성 등을 포함시켰다. DMZ 동서축은 DMZ 임진강 평화생명벨트 조성, 임진강 수계 공동관리, 파주~포천 간 수도권 제 2순환고속도로 조기 착공 등의 사업을 담고 있다. 도는 특히 중점과제로 남북교류협력 사업체계 정비 및 확대, 경의ㆍ경원축 통일 경제특구 추진, 미군공여지 국가 주도개발과 경기도의 선도적 역할, DMZ 생태평화지대 구축, 환황해경제벨트 개발 등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 남북교류협력 사업체계 정비 남북교류협력 사업체계 정비 및 확대 사업내용은 기존 유소년축구대회, 개성수학여행 등 스포츠 문화예술 교류 추진과 개성한옥보존사업, 농촌 현대화사업, 개풍양묘장 조성 등 중단 사업 재개 및 현지 실태조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말라리아 공동 방역, 공동수계관리 등의 사업 확대 및 신규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도는 이를 위해 북측 수요를 고려, 인도적 지원사업에서 탈피해 포괄적ㆍ종합적 개발협력을 지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남북교류협력위원회를 확대 개편하고, 도-시군 간 남북교류협력협의체를 구성, 공조체제도 강화한다. 이와 함께 남북교류협력 재정 확충과 지자체의 주도적 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남북교류협력법 개정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 경의ㆍ경원축 통일경제특구 경의ㆍ경원축 통일경제특구는 경기북부 접경지역에 남북경제교류 중심지인 통일경제특구를 조성해 남북 경제교류사업을 확대하고, 경의ㆍ경원축을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중심지로 육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는 특구 지정을 위해 연내 관련 법 제정 노력 및 통일부와 지정을 협의하고, 개발계획 수립 등 특구 지정 신청 준비에도 돌입한다. 또 김포, 파주, 고양 등 경의축 경제특구는 경기북부 서해안권의 경제기반을 활용해 산업ㆍ서비스업을 육성한 뒤 향후 금융ㆍ비즈니스, IT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도는 의정부, 양주, 동두천, 연천, 포천 등 경원축은 자연 여건 및 동해안과 연계한 관광, 물류, 미래산업의 성장을 유도하도록 추진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 미군 공여지 활용 방안 미군 공여지의 경우 경기북부 내 활용 가능한 반환공여지 22개소의 입지별, 특성별 특화개발 사업을 벌이게 된다. 도는 정부에 미군 공여구역개발청 설립 등 전담조직 설치를 건의하고, 국비 지원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주한미군공여구역특별법 개정, 조특법 개정을 통한 조세 및 부담금 감면을 추진하는 동시에 도 차원의 지방비 분담 및 재원 확충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 환황해 경제벨트 구축 환황해 경제벨트는 경기도 서해축을 중심으로 남ㆍ북ㆍ중 경제협력 지대를 건설해 동북아 성장 시대를 실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기 서해안~개성공단~해주ㆍ남포ㆍ평양~신의주~중국 단둥~동북 3성을 연결하는 동반성장 벨트 건설이 주된 목표다. 도는 동반성장 연결망 구축으로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는 신의주 북중합작공단, 연태 한중산업단지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평택~북한 해주, 북한 남포~중국 산둥성과 연계 항로를 개설, 평택항을 중심으로 경기 서해안 지역을 환황해 중심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복안이다. 도 관계자는 “과거 중앙정부가 중심이 돼 추진해 왔던 남북교류를 지방정부 참여의 교류로 확대하는 일이 중요하다”면서 “남북교류의 현장이 경기도에 있는 만큼 도가 남북평화협력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호기자

[88 서울올림픽 스타, 그 후 30년 지금은] 조용철 유도 헤비급 동메달리스트(용인대 교수)

“당시는 아쉬움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도 제겐 큰 축복이었습니다.” 1984년 LA 올림픽과 1988년 서울 올림픽 유도 헤비급(+95㎏급)에서 거푸 동메달을 획득한 조용철(58ㆍ용인대 유도경기지도학과 교수) 대한유도회 상임부회장은 비록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그 보다도 더욱 값진 한국 유도사에 길이 남을 위업을 이뤄냈다. 첫 올림픽 출전인 LA 대회에서 헤비급 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획득한데 이어, 4년 뒤 안방에서 열린 서울 대회에서 2회 연속 메달을 획득해 110년 한국 유도 역사상 유일한 헤비급 연속 메달리스트로 남아있다. 당시 조용철 선수의 서울 올림픽 동메달은 한 편의 인간승리 드라마였다. 198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후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의 심각한 손상으로 선수생활을 계속하기 어렵게 되자 은퇴를 결심했었다. 좌절감 속에 실의의 나날을 보내던 그는 김정행 대한유도회 부회장으로부터 서울올림픽 출전을 권유받고, 부상의 고통을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이겨낸 끝에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 무대에 서게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조 부회장은 “정상적으로는 운동을 계속하고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몸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이 하고자 하니 안되는게 없더라”라며 “의지가 있으면 못이룰 것이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끝난 줄 알았던 올림픽 무대에 다시 서게 된 그에게는 개인적인 영광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직책이 주어졌다. 아픈 몸을 이끌고 경기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올림픽에 대한민국 선수단을 대표해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는 ‘기수(旗手)’로 선정된 것이다. 조 부회장은 “통상적으로 기수는 메달이 유력한 선수가 맡기 때문에 솔직히 부담감이 컸었다. 또한 운동을 해야 하는 데 자주 불려나가 입장 리허설을 하는 바람에 귀찮기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서울 올림픽 폐막을 하루 앞둔 1988년 10월 1일 장충체육관. 조용철은 유도경기 마지막날 +95㎏급 경기에 나섰다. 부담감 속에서도 타고난 힘과 부단히 연마한 기술을 바탕으로 가뿐히 4강에 오른 그가 맞닥뜨린 상대는 국제대회에서 번번히 맞선 ‘숙적’ 사이토 히토시(일본)였다. LA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사이토를 상대로 조용철은 1985년 서울 세계유도선수권 대회 결승서 맞붙어 왼팔 꺾기로 기권승을 거두고 우승했으나, 이듬해 서울 아시안게임에서는 결승서 패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사이토와 질긴 인연을 이어가던 조용철에게는 4강전에 또다른 적이있었다. 대한민국 장충체육관에서 경기를 하는데 8천 관중의 대다수가 일본인이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조 부회장은 “내가 경기하기 이전까지 일본이 유도에서 금메달이 나오지 않자 일본인들의 관심이 사이토에게 쏠리면서 대규모로 입장했다”면서 “사이토를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펼쳤는데도 경기 종료 15초를 남기고 애매한 상황에서 지도를 받았다. 억울함에 항의하다가 또다시 지도를 받는 바람에 패해 결승에 오르지 못하고 패자부활전서 동메달을 따냈다”고 밝혔다. 첫 금메달의 기회를 아쉽게 날리고 현역에서 은퇴, 이듬해부터 모교에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 후진을 양성한 그는 이후 모교와 국가대표팀에서 수 많은 세계선수권 및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을 배출해내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뿐만 아니라 대한유도회 전무이사를 거쳐 지난 2017년부터는 유도행정 총 책임자인 상임부회장으로 탁월한 행정 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1994년부터는 아시아유도연맹 사무총장을 8년간 역임하고 현재는 본(本ㆍKATA) 교육보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 올림픽의 영광을 뒤로 30년간 대학 교수이자 유도 행정가로 한국 유도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조용철 부회장은 “30년 세월이 지나면서 한국 유도가 많은 발전을 가져왔고, 세계 유도의 흐름 역시 여러 차례 변화의 물결이 몰아쳤다”면서 “과거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유도가 부상 우려로 인해 최근 다이내믹한 여러 기술들이 없어진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도가 스포츠 팬들의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흥미를 끌지 못했던 태권도가 품새 종목을 도입해 변화를 이끌 듯이 화려한 기술의 부활과 본(本) 경연도 활성화 돼야 한다”고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더불어 조 부회장은 “유도는 예(禮)로 시작해서 예(禮)로 끝나는 종목이다. 요즘 세태의 변화로 이 같은 유도의 무도정신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유도정신을 되찾기 위해서는 인성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인성이 바르지 못한 유도선수에게 기술적인 가르침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한국 유도가 다시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체력 단련이 우선 돼야 기술의 일본유도와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서구유도를 이길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유도인구의 저변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ㆍ보급이 시급하다. 대한유도회에서도 이를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30년 지도자와 학자, 체육 행정가로서의 연륜이 물씬 묻어나는 조용철 부회장의 뇌리 속에는 여전히 88 서울올림픽에서의 도전과 환희, 그리고 아쉬움의 순간이 생생하게 각인되어 있다. 황선학기자 사진=조태형기자

[‘4차 산업혁명시대’ 스마트공장의 현주소] 車 엔진 핵심부품 제조기업 ‘동양피스톤’

동양피스톤은 자동차 엔진용 핵심 부품 생산 중견기업으로 현대·기아차, BMW, Audi, GM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국내시장 점유율 1위, 세계 4위로 지난해 글로벌 매출액이 3천636억 원에 달한다. 이곳은 지난 2016년 3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50억 원의 지원을 받아 대표 스마트 공장으로 거듭났다. 용해, 주조·열처리, 금형, 가공, 표면처리, 조립 등 생산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시켜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뜨거운 열기와 소음이 가득한 생산라인은 기존 제조공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각 라인마다 키오스크(무인단말기)가 설치돼 출근 등록부터 시작해 모든 작업을 확인하고 지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모두 서류로 하던 작업이다. 생산제품 불량이나 설비 고장시 관제센터로 즉시 정보가 가고 직원들도 자신의 컴퓨터로 정보를 전송받는다. 키오스크 앞을 지나가자 갑자기 ‘삑삑’ 소리가 나며 화면이 깜빡거렸다. 화면에는 ‘소재검사결과: OK’라는 문구가 뜨며 생산공정에 이상이 없음을 알려줬다. 주조과정을 거친 반제품에는 새끼손톱보다도 훨씬 작은 크기의 바코드가 부착됐다.제품 하나하나의 생산이력관리가 가능한 것으로, 다음 공정에서는 이 바코드를 통해 모니터링이 가능해져 불량제품을 추적할 수 있다. 한쪽에는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기 전 체크된 불량품이 쌓여 있었다.이전에는 제품을 다 만들어놓고 한꺼번에 불량 처리를 했다면 생산과정에서 바로 불량제품을 선별해 개별제품을 폐기할 수 있게 됐다. 손실을 최소화하게 된 것이다. 가공라인에 들어서자 로봇이 정밀 가공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이전에는 작업자가 물건이 잘 만들어지고 있는지 완제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확인이 불가능했지만 스마트공장에서는 로봇이 직접 판단을 하면서 작업을 한다. 가이드라인 데이터가 입력되면 거기서 벗어나는 제품은 바로 불량으로 처리되고 기계가 생산을 잘 하고 있는지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공장과 별도건물인 관제센터에서는 6개의 대형화면에서 각종 데이터가 송출되고 있었다. 생산라인별로 달성률, 불량률, 가동률, 온도가 실시간 모니터링되고 20초마다 그래프가 그려지며 불량 가능성을 감지했다. 이상이 생기면 곧바로 작업자에게 알람이 울린다. 한 개의 화면에서는 실제공장과 똑같은 모습의 가상공장이 3D로 재현되고 있었다. 이 가상공장은 실제 공장에서 쌓이고 있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문제를 판단하고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한다. 동양피스톤은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하기 전인 2015년 말과 비교했을 때 생산성은 18% 향상됐고 불량률은 64% 감소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도 일자리가 줄지 않았을까 우려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양준규 동양피스톤 사장은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한 이후 오히려 관리직과 현장엔지니어를 늘렸다”고 말했다. 빅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는 결국 사람이 결정하는 일이고 단순노동 위주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양 사장은 “스마트 공정으로 제조원가가 낮아지고 그만큼 기업의 매출이 늘어나면 생산 투자와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예리기자 / 사진=조태형기자

[평화의 시대 ‘新한반도’] 기지개 켜는 ‘南北 경제협력’

올해는 민족의 비극인 6·25전쟁 정전협정 65주년이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각종 실험으로 한반도에 긴장감과 전쟁 공포가 도사렸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 양측은 4ㆍ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북교류협력을 약속했다. 더욱이 6ㆍ12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에 대한 뜻을 공유하면서 남북경제협력의 기대감도 치솟고 있다. 남북 실무협의가 철도ㆍ도로ㆍ산림 등 분야별로 이뤄지며 현장점검에 나서는 등 한반도의 종전 시대를 맞이하는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남북 간 실무협상을 거치면서 ‘한반도 신(新)경제구상’의 밑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판문점 선언이 노무현 정부의 10ㆍ4선언에 담긴 내용을 이행하기로 하면서 중단된 남북교류가 다양하게 펼쳐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구상에 따르면 한반도의 서쪽인 ‘환황해 경제협력벨트’(개성ㆍ해주경제권, 평양ㆍ남포경제권, 신의주경제권)는 산업ㆍ물류ㆍ교통을 중심으로 하고, 동쪽인 ‘환동해 경제협력벨트’(나선ㆍ청진경제권, 원산ㆍ함흥경제권, 단천경제권)는 에너지ㆍ자원ㆍ관광을 중심으로 해 남북경협의 물리적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여기에 ‘접경지역 평화벨트’(DMZ 지역, 민통선 주변지역)가 가로지르면서 생태ㆍ환경ㆍ평화관광을 주제로 협력벨트가 완성된다.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이에 대한 효과는 ‘하나의 시장’으로 완성돼 우리 기업이 북한시장에서 자유롭고 안전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고, 한반도 경제권이 연결ㆍ통합되면서 생활경제공동체를 추구하는 것은 물론 동북아지역까지 시장을 통합하게 된다. 또 최근 국토교통부가 동해선 철도 남측 단절 구간과 경의선 고속도로 남측 구간의 연결을 위한 사업 절차를 하반기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추산한 총 사업비는 동해선 철도 남측구간(강릉∼제진, 104.6㎞) 2조 3천490억 원, 경의선 도로 남측구간(문산∼개성, 11.8㎞) 5천179억 원이다. 특히 지난 6월 정부가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Organization for Cooperation of Railway) 장관급 회의에서 북한의 찬성과 함께 정회원으로 가입하면서 경의선과 동해북부선의 중국대륙철도(TCR), 만주횡단철도(TMR),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계를 통해 부산부터 유럽까지 철도로 여행하거나 순조로운 화물 운송까지 꿈꿀 수 있게 됐다. 이밖에 남북경협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러시아 극동을 중심으로 한 신(新)북방정책까지 활성화 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될 가능성도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이 발표한 ‘한반도 정세 변화가 가져올 신(新)북방 비즈니스 기회’에 따르면 대북 제재 해제와 북한의 개방경제 전환 시 조선, 항만, 북극항로, 가스, 철도, 전력, 일자리, 농업, 수산의 9개 분야(9-Bridge 전략)에 대한 동시다발적 협력추진이 이뤄질 수 있다. 철도는 물론 가스관(PNG) 연결과 전력망 연결(동북아 슈퍼그리드), 북한 시장의 곡물 유통 사업, 마이스(MICE) 산업, 환동해 크루즈 관광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남북경협은 남북 양측의 사업뿐만 아니라 인근 주변 국가와 유럽까지 뻗어나가는 새로운 글로벌 한반도 시대의 핵심 키로 기대된다.최현호기자[인터뷰] 임강택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선임연구위원“퍼주기·경제 돌파구 아닌 한반도 상생의 경협 절실”“남북경협의 방향은 어느 한 쪽의 극대화가 아니라 양측을 합한 발전과 성장입니다”임강택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이전 남북경제협력이 북한의 퍼주기나 남한의 경제성장 돌파구가 아닌 남북경제를 합한 한반도의 극대화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임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북한이 성장하는 것에 대한 위험 부담을 남한에서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안보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런 불안요소를 해결하고 남북경제 관계가 상생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주요국가의 협력 강화도 이전에는 단순히 북한을 우회적으로 끌어내기 위한 부분이 있었지만 이제 남북경제 관계의 확장성 때문에 이뤄지는 측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이어 “남북경제협력의 범위가 한반도 내에서만이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크게는 유럽까지 나갈 수 있다. 중국의 시장을 염두에 둔 협력과 유럽ㆍ러시아 협력도 고려한 남북협력을 하겠다는 것이다”며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지금 중국의 일대일로나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시점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임 위원은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최근 변해온 남북의 경제사회적 환경과 주변국들의 변화까지 고려한 구상이라면서 이전의 경협에서 시야와 접근방식을 넓힌 것이라고 평가했다.또 임 위원은 “3대 경제협력벨트 구축의 H자 모형 역시 건설 공사장의 H빔처럼 아직은 기본 뼈대일 뿐 앞으로 사다리 모양 등 어떤 형태로 진화해나갈지는 모른다. 이는 앞으로 우리가 그려나가야할 부분이다”라며 “다만, 북한과 남한이 서로 학습하면서 그동안 달라진 점을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사회 전반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아울러 임 위원은 남북경협 추진이 남북관계에 매우 중요하지만, 남측이 섣불리 미국보다 무리하게 앞서나가서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날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최현호기자

[경기일보 ‘88년 창간둥이’] 여제·닥터K·특등사수… “서른잔치는 이제부터”

1988년 제24회 서울 하계올림픽은 대한민국에서 열린 최초의 올림픽이자 냉전시대의 종식을 이끈 ‘평화 올림픽’ 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한반도에서 펼쳐진 사상 최대의 축제는 대한민국의 국운 상승을 이끄는 전기가 됐다.이 같은 기운 탓일까. 역사적인 서울 올림픽이 열린 해에 태어난 ‘올림픽둥이’ 들이 스포츠 각 분야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명성을 떨치고 있다. 88 서울 올림픽이 열린 해에 창간된 경인지역 최고의 언론인 경기일보와 동갑내기로 올해 서른살이 된 향토 스포츠 스타들의 활약상을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여자배구 ‘월드스타’ 김연경(88. 2. 26일생ㆍ터키 엑자시바시) ‘배구 여제’ 김연경(30ㆍ터키 엑자시바시)은 세계 최고의 스타다. 안산서초 4학년 때 배구선수인 언니를 따라 입문한 김연경은 안산 원곡중 재학 당시 170㎝도 되지 않는 작은 키 탓에 주전선수로 활약하지 못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하지만, 부모님과 선생님의 격려로 포기가 아닌 독기를 품었고 매섭게 훈련에 몰입하며 기본기를 다졌다. 이후 수원전산여고에 진학 후 키가 20㎝나 자라면서 주 포지션을 공격수로 전향해 만개한 기량으로 성인 국가대표팀에 발탁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어 김연경은 2005년 프로팀 흥국생명에 입단, 첫 시즌 신인왕, 정규리그 MVP, 챔피언결정전 MVP를 휩쓸며 국내리그를 평정했고, 2010년 일본 JT 마블러스로 임대 이적해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는 찬사를 받으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후 2011년 유럽 최고의 빅리그로 꼽히는 터키에 진출해 6시즌 동안 소속팀 페네르바체를 정규리그, 컵대회, 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이끌며 ‘배구 여제’로 등극한 김연경은 2017년 최고 대우를 받고 중국 상하이로 이적해 팀을 정규리그 1위에 올려놓은 뒤 올해 터키 엑자시바시로 이적했다. 이제 김연경은 오는 18일 개막하는 아시안게임 2연패를 위해 다시 한번 강스파이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인천 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후배들을 이끌고 2연속 금메달을 노리겠다는 각오다. 김연경은 “아시안게임 2연패가 쉽지 않겠지만 동료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꼭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피력했다. ■ 최고의 좌완투수 ‘닥터K’ 김광현(88. 7. 22일생ㆍSK 와이번스) 어린 시절 부모님과 야구장에 가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었던 김광현(30ㆍSK 와이번스)은 현재 국내 최고의 좌완투수로 한국프로야구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 안산 덕성초 3학년 때 부모님께 ‘야구를 하고 싶다’고 졸라 선수의 길을 걷게 된 김광현은 안산중앙중을 거쳐 안산공고 에이스로 활약하며 구단 역사상 최고의 계약금(5억 원)으로 SK 와이번스와 계약을 체결한 뒤, 2006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감격을 누렸다. 이후 데뷔 첫 해 한국시리즈 4차전 선발로 깜짝 등판해 7이닝 무실점 호투로 SK 우승에 일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김광현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일본 킬러’라는 명성을 얻으며 대한민국에 사상 첫 올림픽 야구 금메달을 선사한 데 이어, 그 해 팀의 한국시리즈 2연패 달성을 이끌며 다승왕(16승)과 탈삼진왕(150개), 최우수선수상(MVP)을 휩쓸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후 2010년 개인 최다승(17승)을 포함해 2016년 20대 좌완 최초 100승 투수로 한국프로야구의 새 역사를 쓴 김광현은 부상으로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재활에 몰두하며 2017년을 통째로 쉬었다. 하지만, 2018년 다시 마운드에 복귀해 예전 에이스의 모습을 기대하는 팬들에게 멋진 부활투를 선보이고 있다. 김광현은 “아직 100% 만족할 투구는 아니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자신있게 투구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 사격 권총의 ‘특등사수’ 이대명(88. 9. 14일생ㆍ경기도청) 중학생 때 총에 대한 호기심으로 처음 사격과 인연을 맺게 된 ‘특등사수’ 이대명(30ㆍ경기도청)은 올해 각종 대회에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사격 황제’ 진종오를 꺾고 우승하며 4개 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권총 ‘명사수’가 됐다. 될성부른 떡잎이던 이대명은 의정부 신곡중 재학 당시 소년체전 공기권총 금메달을 시작으로 의정부 송현고에 진학하며 국가대표에 발탁되는 등 빼어난 성적으로 주니어 사격계의 1인자로 등극했고, 고교 3학년 때는 국가대표 진종오가 수립한 공기권총 한국기록을 경신하며 한국 사격의 차세대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이후 성인무대에 올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공기권총 개인전과 단체전, 50m 단체전에서 정상에 오른 데 이어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공기권총 단체전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모두의 기대를 모았던 2016 리우 올림픽에선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아쉽게 예선에서 탈락하며 좌절을 겪었다. 그리고 2년간 절치부심하며 준비한 이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공기권총의 개인전과 혼성경기에 나서 아시안게임 3연속 금메달의 대기록에 도전한다. 이대명은 “저를 포함해 국가대표 사격선수 모두가 최선을 다해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국민의 성원에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는 게 저희의 당연한 임무라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 남은 기간 열심히 준비해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광희기자

[통일 한반도, 길을 묻다] 백영숙 前 인민군 대좌

오랜 분단과 대립으로 긴장감에 둘러싸여 있던 한반도가 지난 4월27일 남북 정상의 역사적인 만남을 통해 평화와 화해의 새 시대를 맞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6월12일에는 북미정상회담까지 개최되면서 전 세계에는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을 향한 희망의 종이 울려 퍼졌다.하지만 남북이 갈라진 지 70여 년이 넘은 만큼 서로가 서로를 오롯이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경기도가 지정한 전문예술단체 ‘임진강예술단’의 백영숙 대표(54)도 지난 2009년 북한을 떠나 한국에 막 정착할 무렵 ‘문화 차이’로 인해 많은 고충을 겪었다. 북한에서 인민군 대좌(우리나라 육군 대령에 대응)로 살던 백 대표는 ‘당’에 모든 걸 다 바치며 유복한 생활을 하다가, 남한에 와선 파주에 자리잡고 종이공장에 일했다. ‘북한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모두 배웠다’던 백 대표였지만 한국에서의 자립은 새로운 도전이었다.문득 고향땅에 두고 온 가족이 그리워질 때면 ‘내가 통일에 기여하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나둘 백 대표와 뜻이 통한 파주 지역 내 탈북민들은 2013년 임진강예술단을 꾸리게 됐고, 이들은 지금 ‘통일’을 바라보며 그 누구보다 설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국 축제·복지시설 돌며 “북한 문화예술 알려요” 지난 2013년 문화예술단체 ‘임진강예술단’을 설립해 현재 20명의 단원을 두고 있는 백 대표는 “북한에서 아코디언 연주가, 가수, 무용가 등 전문 예술인으로 활동하던 이들이 각자 한국에 탈북해와 파주에서 모여 만든 게 우리 임진강예술단”이라며 “한민족, 한겨레가 얼음장같이 차가운 철조망을 가운데 두고 총을 쥔 채 적으로 지낸 시절이 길다. 이 사이를 풀 수 있는 게 ‘문화 예술 교류’라고 생각해 임진강예술단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첫 마디를 뗐다. 전국 방방곡곡 지역 축제나 복지 시설 등을 순회하며 북한 전통 예술 공연을 펼치는 예술단에 대해 백 대표는 “통일의 문을 앞당기는 데 이바지하고자 다채로운 북한 전통 예술 공연을 선보이며 북한에 대해 알려나가는 중”이라며 “단원들 역시 한국 문화 예술에 익숙해지기 위해 한국 가요나 방송댄스를 북한 전통 예술에 접목, 새로운 문화 예술 장르를 개척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자유로운 한국, 가족이 남은 북한… 통일은 시대적 과제 백 대표는 북한에서 인민국 간부로 지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무탈하게’ 자라다가 지난 2009년 돌연 함경도에서 중국을 거쳐 한국까지 닿게 됐다. 그는 북한 내 획일적인 무대 의상, 표현의 자유가 없는 군중 무용 등에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1998년 이후 북한이 ‘고난의 행군’에 들어서면서 인민들이 하루아침에 ‘굶어 죽는’ 일이 여럿 발생하자 그 모습을 보고 있기가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백 대표는 “한국에 온 초창기만 해도 적응이 어려워 시련을 많이 겪었지만, 이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간다는 게 얼마나 좋고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됐다”고 표현했다. 또 백 대표는 “한국에선 허름한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도 관객들이 질타하지 않고, 흥겨워진 분위기가 좋아 예술인들이 무대에서 돌발 행동을 해도 제재를 안한다”며 “북한에선 모두가 똑같이 예쁘고 화려한 옷을 입어야만 하고 돌발 행동은 상상조차 못 한다. 그게 남북 문화의 차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단원들은 남한과 북한에서 각각 삶을 살아오며 양측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꼈다. 우리의 생생한 경험을 살린 문화 예술 활동을 통해 남북이 서로의 문화를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올해 임진강예술단원들 사이에서도 가장 뜨거운 화두는 ‘통일’이었다. 백 대표는 “이탈주민이 10명이면 그 10명의 탈북 사정이 모두 다르다. 식량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목숨 부지를 위해 내려오는 사람이 있고, 3대 세습 체제 아래에서 고위직에 머물렀지만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접해 변화를 받아들이고 오는 사람도 있다”며 “그런 우리 모두가 똑같이 어렵고 어지러운 북한 생활을 해왔지만, 어쨌든 그래도 ‘가족이 있는 고향’이라는 인식들을 갖고 있는 편이다. 내 가족이 그 땅(북한)에 머무는데 따로 갈라져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통일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하는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 통일, 희망적이지만 인식 개선하며 신중히 바라봐야 올해 남북정상회담ㆍ북미정상회담 이후 국내에선 통일을 향한 훈풍이 분다고 보는 가운데 백 대표는 조금 더 신중한 시선을 보내자는 입장이다. 백 대표는 “여느 대한민국 국민이 생각하는 것처럼 지금 평양에서도 ‘통일이 머지않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한다. 반면 평양과 거리가 먼 지방에서는 ‘통일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더라”라며 “나도 정상회담을 보며 가슴이 울컥했고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 차원에서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안이나 기본 방침을 내놓지는 못한 만큼 신중한 태도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백 대표는 “분단 70여 년 간 얼마나 많은 대통령이 평화를 논하고 남북교류를 논했나. 그럼에도 통일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은 우리가 모르는 현실적 어려움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올해도 마냥 들뜬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기보다는 남북이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춰, 그 안에서 문화 예술로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남북 통일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 선제적으로 필요한 것은 ‘남북민의 인식 개선’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백 대표는 “북한에서는 지금도 ‘남조선엔 입을 옷도, 먹을 음식도 없기 때문에 우리가 곱고 고운 비단천과 흰 쌀밥을 보내줘야 한다’는 내용의 교육을 할 것이다. 만일 통일이 성사되더라도 남북민 사이의 이러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통일이 되면 북한 먹여 살리느라 나라 망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북한의 자원을 이용해 한반도 발전을 함께 모색한다면 어느 나라와도 견줄 수 없는 강성대국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백 대표는 “언젠가 남북 통일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그때야말로 우리 예술단이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이산가족 한 세대라도 더 살아있을 때 이념 격차 줄이자 아울러 백 대표는 통일시대에 대비한 정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산가족이 한 세대라도 더 살아있을 때 미리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백 대표는 “이탈주민들이 한국에 오면 하나원에서 3개월의 교육을 받는데 그 교육 내용이 더 실용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털어놨다. 일례로는 은행에서 기계를 작동하는 법이나 휴대폰을 구매하는 과정, 인감증명서가 쓰이는 곳, 세금을 내는 방법 등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현 교육 과정에서는 이들에 대한 내용이 없어 한국에 정착 후 적응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이유다. 그는 “북한 공무원의 월급이 1만 5천 원이라 가정하면 1㎏의 쌀을 사는 데만 5천 원이 든다. 한 달 급여가 쌀 3㎏에 떨어지는 셈”이라며 “그런 삶을 살아온 북한 사람들에게 한국 돈 1만 원을 쥐여주면 그를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 한다. 단순히 남과 북의 체제가 다른 데 대한 이론적 설명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한국 현실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줘야 한다”고 풀어 말했다. 또 그는 “우리는 자유를 찾아 북한에서부터 목숨 걸고 떠나온 사람들”이라며 “자유에 갈증을 느낀 사람들에게 갑갑한 교육만 해선 지루함만 느끼니 시대적 변화에 맞춰 정부 교육 역시 변해야 한다”고 꼽았다. 그러면서 “이산가족이 한 세대라도 더 살아있을 때 미리 통일에 대비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남북 이념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 이때 저희 예술단도 힘을 보탰으면 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연우기자

[창간사설] 언론 자유의 상징, 그리고 위대한 경기·인천 시대의 상징

1981년, 신군부에 짓밟은 비극의 언론 역사였다. 그들이 만든 1도1사(一道一社)가 곧 질서였다. 그들이 주는 보도지침(報道指針)이 곧 정보였다. 그들이 허락한 시장(市場)이 곧 경영이었다. 국민의 목소리는 획일화됐다. 뜻이 다른 요구는 묻혀버렸다. 주는 대로 받으며 사육돼야 했다. 경기도는 없었다. 인천시도 없었다. 그저 국가만 있었다. 경기ㆍ인천의 모습은 국가가 정해준 그것이었다. 역사는 이때를 언론 암흑기라 말한다. 1987년, 그 숨 막혔던 장막이 걷혔다. 고귀한 6월 항쟁이 자유의 성화(聖火)를 피워 올렸다. 비로소 국민은 말하기 시작했다. 다름과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 말과 요구가 향한 곳이 언론이었다. 경기도민과 인천시민이 자유언론을 고대했다. 그 시대적 사명을 떠안은 언론들이 탄생했다. 그리고 그 맨 앞에 경기일보가 있다. 1988년 8월 8일 지령 1호를 내보였다. 경기일보의 탄생 정신이 곧 언론 자유의 실천 정신인 이유다. 어느덧 30년이다. 모든 게 성장했다. 국민은 부유해졌다. 4천268불 소득이 2만9천700불이 됐다. 국가도 부유해졌다. 606억불 수출이 5천739억불이 됐다. 경기도의 성장은 더 놀랍다. 562만이던 도민이 1천300만명이 됐다. 1조434억원이던 예산규모가 19조2천억원이 됐다. 경제도, 문화도 모두 경기도가 국가의 중심이다. 경기 천 년에서 일찍이 보지 못했던 격변의 경기 30년이다. 그 위대한 30년과 함께 경기일보 30년이 있다. 숱한 투쟁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싸웠다. 정부를 설득해 삼성 반도체 공장 증설을 쟁취했다. 환경부와 맞서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증설을 얻어냈다. 잘못된 국토균형발전 논리와 싸웠다. 경기ㆍ인천 주민의 이익을 위한 안간힘이었다. 변방에 섰던 경기ㆍ인천 정치를 한국 정치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이 모든 과정이 거대권력과 맞서야 했던 힘겨운 순간이다. 그래도 경기일보는 그 현장을 벗어나지 않았다. 부침과 부족함이 왜 없었겠는가. 언론 탄압의 권력 앞에 위기를 겪기도 했다. 더 당당했어야 했다. 한없는 부족함에 고개를 떨굴 때도 있었다. 더 힘 있어야 했다. 시장경제라는 근본적 가치를 두고 고민하기도 했다. 더 소신 있어야 했다. 이 부침과 부족함 역시 경기일보 사료(史料)에 가감 없이 남아 있다. 소중한 기록이다. 없앨 수도 없고, 없애서도 안 될 교훈의 발자취다. 이런 역사가 있어 오늘의 경기일보 30년이 있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부패 권력에 당당히 맞서고자 한다. 지난 시절, 부패는 경제성장에 기생해 운명처럼 자라 왔다. 2017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에서 한국은 세계 51위다. OECD 가입 35개국 중에서는 29위다. 지방 권력의 부패, 토호 세력의 부패도 여전하다. 여기에 맞서는 것이 언론의 길이다. 썩은 곳을 도려내는 것이 기자의 길이다. 경기일보 기자들에 맡겨진 운명이다. 타협도 없고, 시한도 없는 이 전쟁을 계속 해갈 것이다. 어려운 이웃에 따뜻한 동지가 되고자 한다. 복지 천국은 권력이 심어준 환상이다. 표에 매몰된 정치가 저지른 죄악이다. 무상급식에 내몰린 결식아동, 기초수당에 외면당한 극빈 노인이 숱하다. 개발에 밀려나는 무자산층의 고통도 널려 있다. 들풀처럼 번지는 고독사에는 이제 나이가 없다. 이제 그들의 얘기에 세상이 큰 귀를 열어야 한다. 언론에 맡겨진 사명이다. 경기일보가 하겠다. 그들 곁에 따뜻하게 다가가 얘기를 듣겠다. 스스로를 완성해 갈 것이다. 학문의 기초를 확립함을 이립(而立)이라 했다. 그 이치를 아는 나이를 서른이라 했다. 나이 ‘서른’ 경기일보는 이제 그 언론의 토대를 완성했다. 성숙한 언론으로 당당하게 서 있다. 다시 한번 민주언론구현ㆍ신뢰사회건설ㆍ지방문화창달이라는 사시(社是)를 새겨본다. 그리고 30년 전처럼 이 약속 앞에 머리를 숙인다. 민주(民主), 신뢰(信賴), 지방(地方)-영원히 부둥켜안고 가야 할 경기일보의 가치다. 지나간 30년, 경기일보는 분에 넘는 사랑을 받았다. 취재 현장에서, 경영 일선에서 헤아릴 수 없는 은혜를 받아왔다. ‘열독률 1등’이라는 축복은 그 결과로 베풂 받은 은혜였다. 더 없는 감사함으로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준엄하게 경기일보의 미래를 다짐한다.

[경기일보 창간 30주년 축사]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풀뿌리 민주주의 성장 파트너”

풀뿌리 민주주의를 성장시키는 소중한 파트너인 경기일보의 창간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요즘 여러 지방지 창간 행사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언론자유화 이후 3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임을 가슴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사회경제적인 변화와 미디어 환경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도 언론의 사명을 다하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데 대해 진심 어린 존경을 표합니다. 경기일보는 1300만 경기도민을 대변하면서 경기도의 지방자치 발전에 일익을 담당했으며, 나아가 대한민국이 자치분권국가로 거듭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신항철 대표님과 임직원 여러분께 축하와 감사를 드리며, 특히 현장에서 분초를 다투며 진실을 전달하고자 애쓴 기자들의 노고 덕분에 의정활동에도 많은 힘을 얻고 있다는 고백을 드립니다. 경기일보는 경기도와 인천을 대표하는 미디어입니다. 경기도와 인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평택에서 임진강까지 142㎞의 해안이 있고, 경기도와 인천은 함께 평화의 뱃길을 열고 있습니다. 제10대 경기도의회 142명의 도의원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의회다운 의회’의 모습으로 새로운 평화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의회는 전국 최대 규모의 광역의회로, 지방의회의 롤 모델이 되겠습니다. 나아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성장시키는 소중한 파트너인 경기일보를 항상 응원합니다.

[경기일보 창간 30주년 축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道·도민 잇는 가교역할 기대”

‘경기일보’의 창간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1988년 창간 이후 한결같은 마음으로 경기도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아낌없이 애써주신 신항철 대표이사 사장님과 임직원 여러분, 그리고 기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경기일보는 ‘민주언론 구현, 신뢰사회 건설, 지방문화 창달’이라는 사시 아래 도민의 눈과 귀가 되어 지역여론 형성의 구심점이 되어 왔습니다. 특히, 지역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보도와 더불어 다양한 문화·스포츠 행사를 개최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민 화합에 크게 기여한 점을 매우 높이 평가 합니다. 이번 30주년이 경기도 대표 언론으로 자리매김한 경기일보의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경기도는 민선 7기가 성공적으로 출범되고, ‘새로운 경기도’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경기도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도민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경기도를 만들겠습니다. 그 길을 가는 데에는 경기도와 도민을 잇는 가교로서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난 30년 간 우리 사회 곳곳의 어두운 곳을 비추고 도민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며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해온 경기일보가 앞으로도 도민을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아 항상 함께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1천300만 경기도민과 함께 ‘경기일보’의 창간 30주년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경기일보 창간 30주년 축사]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혁신교육에 변함없는 관심을”

수도권 주민의 목소리를 대신해 온 ‘경기일보’의 창간 30주년을 경기교육 가족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신문, 인터넷, 포토경기, 경기TV 등 경인지역을 대표하는 종합 미디어매체로서 지난 30년 동안 한결같이 시대의 요청과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계시는 신항철 대표이사 사장님을 비롯한 직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경기일보’는 지역의 자치 행정을 비롯한 교육,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국민생활과 관련된 크고 작은 정보를 독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 건전한 비판과 대안 제시를 통해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며 경인지역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 또한 더 큰 경기교육을 열어 가기 위한 창조적 도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경기혁신교육 3.0을 통해 공정한 교육, 공평한 학교를 실현하고, 교육 자치와 학교민주주의를 더욱 성장·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또한, 창의와 상상력, 진취적인 도전으로 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교육다운 교육을 펼쳐 대한민국 미래교육의 새 희망이 되겠습니다. 앞으로도 경기교육에 변함없는 성원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역사를 기록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지역의 대표 언론으로 우뚝 자리매김하시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新바람 경기 새로운 천년 함께 뛴다

‘경기(京畿)’라는 ‘동명(同名)’을 쓰는 두 존재가 있다. 한쪽은 올해 우리 나이로 1천살이 됐다. 한 가지 이름으로 ‘1천년’이란 세월을 견디고 버틴, 우리나라 역사상 몇 안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 친구다. 이 친구의 속사정은 그랬다. ‘경기(京畿)’라는 말은 중국 당(唐)나라 때 왕도와 주변 지역을 경현(京縣)과 기현(畿縣)으로 나눈 데서 비롯됐는데 ‘경’은 천자의 거주지로 도읍을, ‘기’는 왕성 사방 500리 이내 땅을 의미했다. 국내서는 고려 현종 9년(1018년) 개성부를 폐지(거란의 침입으로 개성부를 폐지하고 개성현을 설치)하면서 개성과 주변 지역을 처음 ‘경기’라 불렀고, 올해로 1천년이 지난 것이다. 하지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친구가 그 나이 먹도록 ‘만년 2등’이었단다. 서울이란 중심에 밀려, 그 시간을 그렇게 ‘위성 도시’와 ‘베드타운’ 역할 등 잡다한 일들만 하고, 자기 목소리는 단 한번도 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사이 이 친구의 집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고, 땅덩어리도 점점 넓어져 가면서 외연적으론 대한민국 1등이 됐다. 부족한 게 있었다. 새로움을 담기 위한 ‘변화의 그릇’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친구가 올해 정명 1천년을 맞아 변화를 택했다. 그것도 새로운(新) 바람을 원동력으로 하는 거대한 변화를 말이다. 시기도 적절했다. 남북이 화해무드를 조성하면서 뿌린 평화의 씨앗 대부분이 이 곳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첫번째 ‘경기’는 새로운 시대의 중심으로 거듭나기 위한 초석을 그렇게 세우고 있다. 두번째 친구는 올해 서른살이 됐다. ‘1도1사’라는 미명 하에 도민의 알권리가 제한되던 시절. ‘민주화’라는 시대적 소임이 화두가 된 그 해(1988년)에 태어났다. 주변의 집요한 견제는 성장의 자양분이 됐고, 이 친구의 장기인 ‘우직함’은 시나브로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가는 단초를 제공했다. 청년이 된 이 친구는 이제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그런 존재로 거듭나려 한다. 그런데 이 친구도 올해 변화를 선택했다. 달라진 환경은 그들을 고민하게 했고, 달라진 시대상은 이들에게 변화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퍼스트’는 신(新)바람의 원동력을 위한 중요한 아젠다로 작용했다. ‘970년의 차이’임에도 이 두 존재는 똑같이 ‘변화’라는 시대적 소임을 읽어냈다. 첫번째 ‘경기’는 남북통일의 전진기지이자, 지방 분권 중심의 진원지 그리고 대한민국의 표준임을 내세워 더 큰 경기도를 약속했다. 두번째 ‘경기’도 지역발전과 지방분권이라는 큰 틀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인 ‘디지털’을 무기로 수도권을 넘어 대한민국 최고의 정론지가 되기 위한 디딤돌을 쌓았다. 경기정명 1천년을 맞이한 ‘경기도’와 민주화란 시대적 열망 속에 태어나 30년 간 지방언론의 소임을 다해온 ‘경기일보’의 이야기다.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00년, 1000년 후에도 ‘경기’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새로운 경기도와 종합미디어그룹으로 거듭나려는 경기일보가 똑같은 목표 지향점을 갖고 ‘협치’와 ‘상생’ 그리고 ‘공존’해 나가야 한다. 이는 시대적 요구이며 소명이자, 우리가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김규태기자

新바람 인천, 평화시대 주역으로 뛴다

1988년 대한민국은 6·29선언에 의한 국민 직선제를 통해 민선 정부를 출범시켰다. 바로 전 해 6·10 민주항쟁이 쟁취한 6·29 선언이 같은 해 12월 13대 대통령선거 직선제로 이어지고, 1988년 2월 새 정부가 출범한 것이다. 직선제가 당시 출범시킨 정부는 노태우 정부였지만, 6월 항쟁은 결국 민주화의 주역들인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탄생을 위한 시금석이 됐다. 경기일보가 독재 정권의 언론통제(1도1사, 1개 시·도에 1개 신문만 발행)에서 벗어나 햇빛을 본 시기도 바로 1988년이다. 30년이 지난 오늘 대한민국은 촛불혁명이라는 큰 산 하나를 다시 넘어 세계평화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그 대한민국 중심에는 서해평화의 주역 인천이 자리 잡고 있다. 박남춘 민선 7기 인천 호가 ‘서해평화 중심 도시 인천’을 통한 한반도와 세계 평화 메신저로 나섰다. 서해 5도 주민은 1953년 휴전협정 이후 1999년 6월 1차 2002년 6월 2차 연평해전, 2010년 3월 백령도 천암함 침몰, 같은 해 11월 연평도 민간인 마을 포격 등 악몽같은 고통과 불안을 가슴에 늘 달고 지냈다. 65년 세월이 지난 이제서야 조금씩 평화의 바람을 느끼고 있다.‘상처의 서해 5도에는 치유와 성장을, 한반도 비핵화에서 시작된 평화 바람은 세계로’ 민선 7기가 치유와 평화 여정을 시작하며 내건 슬로건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이후 중국을 포함한 4국 간 협의가 이어지면서 민선 7기가 추진하는 ‘서해 평화 중심 도시’ 그림의 윤곽이 나타나고 있다. 인천은 우선 지리적 여건과 인천국제공항 등의 인프라를 갖춘 통일 시대의 전초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 중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그림은 서해 5도의 평화 경제이다. 연평도는 구한 말부터 조기 파시가 유명하다. 조기철마다 황해도,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등 전국의 배들이 몰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파시가 형성됐다 연평도 조기 파시가 열리는 5~6월에는 어선과 고기를 사는 상선 등 수천 척이 몰렸다. 선주와 선원, 전주(錢主), 객주(客主), 색주, 색시들이 음식과 술 옷 장사, 선구점, 약사, 이발사 등 인구 3천명에 불과한 섬에 수만 명이 들어와 북새통을 이뤘다고 전한다. 긴장의 서해5도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평화 바다의 개성공단인 ‘해상 파시’를 다시 세우고, 통일 시대를 준비한다는 것이 민선 7기의 구상이다. 평화의 해상 파시는 바다 위에 부선을 띄워 북한어선이 잡은 수산물과 우리 수산물을 함께 판매한다. 남·북한이 함께 중간지대에 시장을 열어 협력과 소통을 하는 것이다. 민선 7기는 이와 함께 ‘서해평화협력시대 동북아 경제중심 인천’에 초점을 맞추고 마중물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인천~개성~해주를 잇는 ‘황금의 평화 삼각 축’을 중심으로 황해권 경제권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인천에서 평양을 지나고, 중국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대륙 간 큰 그림의 첫 단추이기도 하다. 한반도 비핵화, 통일시대, 세계평화, 지금은 다소 멀고, 어려워 보이지만 언젠가는 우리 손에 닿는다. 인천, 민주 평화를 너머 한반도와 세계 평화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으니 말이다. 언젠가 말하고 싶다. 그때 우리가 서 있던 그 곳(인천) 평화의 시작이었다고…. 유제홍기자

[경기일보 창간 30주년 축사] 박남춘 인천시장 “시정발전에 아낌없는 관심을”

경기일보의 창간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경기일보는 지난 1988년 창간한 이래 30년간 오직 정론을 바탕으로 우리 인천과 수도권의 구석구석을 비춰오며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왔습니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지역 최고의 정론지임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민주언론 구현’, ‘신뢰사회 건설’, ‘지방문화 창달’의 기치아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지역 언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오신 신선철 회장님, 김기태 인천본사 사장님과 임직원, 기자 여러분의 노력과 열정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7월 1일 새롭게 출범한 민선 7기 우리 인천시도 300만 시민이 주인인 새로운 ‘인천특별시대’를 향해 쉬지 않고 달려가겠습니다. 항상 낮은 마음으로 높은 이상을 보고, 정의를 향한 냉철함과 사람을 향한 따뜻함을 겸비하는 인천시가 되겠습니다. 원도심과 신도시의 격차를 줄이고 청년·여성·노인 등 일자리를 만들어 시민의 삶이 행복한 인천을 만들겠습니다. 또한 진정한 소통과 협치를 통해, 시민 여러분과 함께 인천의 새로운 특별시대를 힘차게 열겠습니다. 미래를 비추는 정보의 길잡이 경기일보의 창간 30주년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300만 인천시민들의 대변자이자 정책제언자로서 시정발전을 위한 아낌없는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