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파파! 행복했던 닷새 명동성당서 마지막 미사 위안부 할머니들 축복 기원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제시한 마지막 메시지는 ‘용서’였다. 1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진행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교황은 한반도 평화 구축의 첫 시도로서 용서와 화해의 화두를 던졌다.
교황은 성경 마태복음 18장 21, 22절에서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줘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라는 베드로의 물음에 예수는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도 용서해야 한다”고 말한 구절을 인용해 용서의 의미를 역설했다.
이어 그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함에 있어 관대함이 지속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북한이 처한 경제적 상황을 빗대, 이념과 정치적 이해가 아닌 ‘민족’과 ‘생명’의 가치를 기본에 두고 진심어린 행동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와 함께 교황은 재난과 계급, 경쟁과 자본에 의해 분열된 한국사회의 내부적 연대도 요구했다.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또 한국인으로서 이제 의심과 대립, 경쟁의 사고방식을 확고히 거부하고 그 대신 복음의 가르침과 한민족의 고귀한 전통가치에 입각한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외된 이들을 향한 교황의 위로는 마지막 날에도 이어졌다. 이날 미사에는 김복동, 강일출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 7명과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 등도 참석해 교황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였다.
특히 교황은 맨 앞줄에 앉아있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손을 꼭 잡으며 축복했으며 위안부 할머니가 직접 건넨 배지를 달고 미사를 집전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또 교황은 미사에 앞서 오전 9시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 원불교 교정원장 남궁성 교무 등 12개 종단 종교지도자를 만나 “삶이란 혼자서 갈수 없는 길”이라며 ‘종교간 화합’을 촉구했다.
미사를 끝낸 교황은 이날 오후 1시 대한항공 전세기 편으로 교황청이 있는 로마 바티칸으로 향했다.
교황이 머문 4박5일 ‘프란치스코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로 그가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크다. 그는 세상 가장 높은 존재였으나 가장 낮은 자세로 우리 사회 소외계층과 만났다.
분(分) 단위의 미세한 일정 속에서도 지친 기색 없이 일관된 몸짓으로 한국민에게 ‘평화’와 ‘희망’, ‘용서’ 그리고 ‘책임’ 등의 가르침을 남겼다. 그 메시지를 어떻게 수용하고,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것은 우리 사회에 남겨진 몫이다.
박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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